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칼리스토의 임신을 발견한 다이아나](부분), 17세기경, 폴 브륄, 루브르 박물관

 

 


보라, 딕튄나가 자기를 따르는 무리들을 거느리고 사냥해서

잡은 짐승들을 뽐내며 높은 마이날로스 산을 올라오고 있었다.

여신은 소녀를 보자 가까이 오라고 불렀다. 이에 그녀는 뒷걸음쳤으니,

처음에는 여신이 윱피테르가 아닐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나 그녀는 여신의 뒤에 다른 요정들이 함께 오는 것을 보고는

속임수가 아님을 알아차리고 이들에게 다가갔다. 아아, 죄를 짓고도

그것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걷기만 할 뿐, 여느 때처럼 여신의 곁으로

다가서지도 못했고 무리 전체의 선두에 서지도 못했다.

그녀의 침묵과 홍조는 그녀가 정조를 잃었음을 보여주었다.

디아나가 처녀가 아니었더라면 수천 가지 징표로 그녀의 죄과를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요정들은 알아챘다고 한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2권 441∼452

 

  

[사냥에서 돌아온 다이아나](부분), 프랑수아 부셰, 1745년, 코냑 제이 박물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파에톤의 추락], 1596년, 조셉 하인즈, 라이프치히 조형예술 박물관 소장

 

파에톤아, 너는 큰 것을, 네 그 힘과 그토록 어린 나이에

맞지 않은 선물을 요구하는구나. 너는 죽을 운명을 타고났는데,

네가 바라는 것은 죽을 운명을 타고난 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아니, 하늘의 신들에게 허용될 수 있는 것 이상을 너는 멋모르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 각자에게 자신의 권능이 마음에 든다

하더라도, 나말고는 어느 누구도 이 불타는 굴대 위에 자리잡고

서지 못한다. 무시무시한 손으로 사나운 벼락을 던져대는,

광대한 올륌푸스의 통치자도 이 마차는 몰 수 없을 것이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2권 54∼61

 

 

[아폴론에게 태양의 지휘권을 간청하는 파에톤], 19세기경, 벤자민 웨스트, 루브르 박물관


 


그러니 내 아들아, 조심해야 한단다. 내가 너에게 치명적인 선물을

주는 일이 없도록 아직 늦지 않았을 때 소원을 바꾸도록 해라.

내 아들임을 확신할 수 있도록 내게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나는 너를 위해 염려함으로써 확실한 증거를 보이겠다.

내가 아버지답게 염려한다는 사실이 네 아비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자, 내 얼굴을 보아라. 네가 내 가슴속을 들여다보고

거기서 아비의 염려를 알아챌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러고 나서 풍요로운 세상이 갖고 있는 것을 다 둘러보고,

하늘과 대지와 바다의 그토록 많은 재물 중에 무엇이든 요구해라.

나는 너를 위해 그 어떤 것도 거절하지 않겠다. 하지만 제발 이것만은

거두어다오. 그것은 사실은 명예가 아니라 벌이다. 파에톤아,

너는 선물 대신 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 어리석은 것아, 왜 이렇게

두 팔로 내 목을 끌어안고 응석을 부리는 게냐? 의심하지 마라.

네가 무엇을 원하든 너는 그것을 받게 될 것이다. 나는 스튁스 강에

걸고 맹세했으니까. 하지만 너는 더 현명하게 원하도록 해라!"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2권 88∼102

 

 

[아폴론과 파에톤, 태양의 마차를 몰고 있는 파에톤], 18세기경, 니콜라 베르탱, 루브르 박물관

 

 

의기양양한 파에톤이 그것을 보며 그 솜씨에 감탄하고 있는 동안,

보라, 밝아오는 동녘에서 망을 보고 있던 아우로라가

장미가 가득한 방들의 자줏빛 문들을 활짝 열었다.

별들이 달아나기 시작했고, 루키페르가 그들 대열의 후미를 이루며

하늘에 있는 자신의 망루(望樓)를 맨 마지막으로 떠났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2권 88∼102

 

 


[The Fall of Phaeton], 1605년, Peter Paul Rubens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조상 데우칼리온과 퓌르라

"누이여, 아내여, 지상에 남은 유일한 여인이여,

처음에는 가족의 인연과 혈연이 그대를 내게 묶더니,

다음에는 혼인이 묶었고, 이제는 위험이 묶는구려.

우리 두 사람이 지는 해와 뜨는 해가 비치는 모든 나라의

유일한 주민들이오. 나머지는 바다가 차지했소.

아직도 나는 우리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확실한 자신이 없으며,

아직도 나는 구름만 보아도 마음에 겁이 난다오. 가련한 여인이여,

만일 나 없이 그대만 홀로 살아남는 것이 운명의 뜻이었더라면,

지금 그대의 심정이 어떠했겠소? 그대 혼자서 어떻게 두려움을

견딜 수 있을 것이며, 누가 그대의 괴로움을 위로해 주겠소?

(내 말 믿으시오.) 만약 바다가 그대마저 차지했더라면,

아내여, 나는 그대를 따라갔을 것이며, 그러면 바다는

나마저 삼켰을 것이오. 아아, 내가 나의 아버지의 재주로

민족들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고, 흙을 이겨 거기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제 인류는 우리 두 사람에게 달려 있소. (이것이 하늘에 계신

신들의 뜻이오.) 우리는 인간들의 모형으로 남게 될 것이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권 351∼366행

 

  

여러 가지 형태의 다른 동물들은, 대지가 저절로 낳았다.

그것은 오랫동안 남아 있던 습기가 태양의 열기에 데워지고,

진흙과 습기 찬 늪지들이 열기에 부풀어오르고,

마치 어머니의 자궁 속처럼 사물들의 비옥한 씨앗들이

생명을 주는 흙 속에서 부양되고 성장하여

차츰 어떤 형태를 취하고 난 뒤의 일이었다.

그처럼, 일곱 하구의 닐루스 강이 범람했던 들판을 떠나

자신의 물줄기들을 옛 하상으로 되돌려주고

새로 쌓인 진흙이 햇볕에 데워지고 나면,

농부들은 흙덩이들을 뒤엎다가 많은 동물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중에는 갓 생성되기 시작하여 아직

탄생의 단계에 있는 것들도 있고, 아직 완성되지 않아

지체가 모자란 것들도 있는가 하면, 같은 몸인데 일부는

살아 있고 일부는 흙 그대로인 경우도 가끔 있다.

왜냐하면 습기와 온기가 적당히 결합하면 생명이 잉태되고,

이 두 가지에서 만물이 비롯되기 때문이다.

불과 물은 상극이지만, 눅눅한 온기는 만물을 낳고,

이 부조화의 조화는 생명의 탄생에 적합한 것이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권 416∼433행

 

 

 

<데우칼리온과 퓌르라> 지오반니 마리아 보탈라, 16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대홍수

어느새 바다와 대지가 따로 없었다.

온 세상이 바다였고 바다에는 해안도 없었다.

어떤 사람은 언덕을 차지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구부정하게 휜 거룻배를 타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쟁기질하던 곳 위로 노를 저어 지나갔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곡식밭이나 또는 물에 잠긴 별장의 지붕 위로

배를 타고 지나갔고, 또 다른 사람은 느릅나무 우듬지에서 물고기를

잡았다. 그리고 때로는 우연히 닻이 초록빛 풀밭에 내려지거나,

굽은 용골들이 물에 잠긴 포도밭 위를 스쳐 지나가는 일도 있었다.

방금 전만 해도 여윈 염소 떼가 풀을 뜯던 곳에서는

이제 물개들이 보기 흉한 몸을 드러낸 채 쉬고 있었다.

네레우스의 딸들은 물 밑에서 임원들과 도시들과 집들을

보고 놀랐고, 돌고래들은 숲을 차지하고는 높은 나뭇가지들에

부딪치기도 하고 줄기들을 들이받아 흔들어보기도 했다.

늑대가 양 떼 사이에서 헤엄치는가 하면, 황갈색 사자들과 호랑이들도

물결에 떠다니고 있었다. 멧돼지에게 벼락 같은 힘은 쓸모없어졌고

사슴에게는 날랜 다리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되었으니,

함께 물에 휩쓸렸다. 그리고 새들은 앉을 만한 대지를 찾아

오랫동안 떠돌아다니다가 지쳐 결국 바닷물에 떨어졌다.

바다는 엄청난 방종을 만끽하며 언덕들을 덮었고,

낯선 파도들이 산꼭대기들을 쳤다.

대부분의 생물들은 물에 빠져 죽었고, 물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것들도 식량이 부족하여 오랜 기근으로 굶어 죽었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권 291∼312행


 

 

넵투누스의 말, 월터 크레인(1845∼1915), 1893, 캔버스에 유채, 뮌헨 노이에 피나코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네 시대

첫 번째 시대는 황금시대였다. 이 시대에는 벌주는 자도 없고

법이 없어도 모두들 스스로 신의를 지키고 정의로운 일을 행했다.

·····
또한 대지는 시키지 않아도, 괭이에 닿거나 보습에

다치지 않고도 저절로 온갖 것을 제공해주었다.

·····
마지막으로 온 것은 단단한 철(鐵)의 시대였다.

더 저급한 금속의 시대가 되자 지체 없이 온갖 불법이 쳐들어왔다.

부끄럼과 진실과 성실은 온데간데없었다.

그 자리에는 기만과 계략과 음모와 폭력과 저주 받을 탐욕이

들어찼다. 뱃사공은 여태까지 잘 알지 못했던 바람들에게 돛을 맡겼고,

전에는 높은 산 위에 서 있던 용골(龍骨)들은

여태까지 알지 못했던 파도 위에서 오만하게 춤추었다.

그리고 전에는 햇빛과 공기처럼 공유물이었던 지면(地面) 위에

세심한 측량사가 경계선을 길게 그었다.

사람들은 풍요로운 지면에게 씨앗과 그것이 우리에게 빚지고 있는

식량만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대지의 내장 속으로 파들어갔다.

그리하여 대지가 스튁스의 그림자들 근처에다 감춰둔

재보(財寶)를 파내니, 재보야말로 악행들을 부추기는 자극제이다.

그리하여 어느새 유해한 무쇠와 무쇠보다 더 유해한 황금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이 두 가지를 두고 끊임없이 전쟁이 벌어져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요란하게 울리는 무기들을 휘둘렀다.

사람들은 약탈을 생업으로 삼았다. 친구는 친구 앞에서,

그리고 장인은 사위 앞에서 안전하지 못했고,

형제들 사이에서도 우애는 드물었다.

남자는 아내가 죽기를, 아내는 남편이 죽기를 바랐다.

무시무시한 계모들은 사람을 창백하게 만드는 독약을 조제했고,

아들은 때가 되기도 전에 아버지의 수명을 알아보았다.

경건함이 패하여 쓰러져 눕자, 처녀신 아스트라이아가

하늘의 신들 중에 마지막으로 살육의 피에 젖은 대지를 떠났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권 143∼150행

 

 

[The Statue of Ceres] 1612∼1615, 루벤스, 판 유채, 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