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네 시대

첫 번째 시대는 황금시대였다. 이 시대에는 벌주는 자도 없고

법이 없어도 모두들 스스로 신의를 지키고 정의로운 일을 행했다.

·····
또한 대지는 시키지 않아도, 괭이에 닿거나 보습에

다치지 않고도 저절로 온갖 것을 제공해주었다.

·····
마지막으로 온 것은 단단한 철(鐵)의 시대였다.

더 저급한 금속의 시대가 되자 지체 없이 온갖 불법이 쳐들어왔다.

부끄럼과 진실과 성실은 온데간데없었다.

그 자리에는 기만과 계략과 음모와 폭력과 저주 받을 탐욕이

들어찼다. 뱃사공은 여태까지 잘 알지 못했던 바람들에게 돛을 맡겼고,

전에는 높은 산 위에 서 있던 용골(龍骨)들은

여태까지 알지 못했던 파도 위에서 오만하게 춤추었다.

그리고 전에는 햇빛과 공기처럼 공유물이었던 지면(地面) 위에

세심한 측량사가 경계선을 길게 그었다.

사람들은 풍요로운 지면에게 씨앗과 그것이 우리에게 빚지고 있는

식량만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대지의 내장 속으로 파들어갔다.

그리하여 대지가 스튁스의 그림자들 근처에다 감춰둔

재보(財寶)를 파내니, 재보야말로 악행들을 부추기는 자극제이다.

그리하여 어느새 유해한 무쇠와 무쇠보다 더 유해한 황금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이 두 가지를 두고 끊임없이 전쟁이 벌어져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요란하게 울리는 무기들을 휘둘렀다.

사람들은 약탈을 생업으로 삼았다. 친구는 친구 앞에서,

그리고 장인은 사위 앞에서 안전하지 못했고,

형제들 사이에서도 우애는 드물었다.

남자는 아내가 죽기를, 아내는 남편이 죽기를 바랐다.

무시무시한 계모들은 사람을 창백하게 만드는 독약을 조제했고,

아들은 때가 되기도 전에 아버지의 수명을 알아보았다.

경건함이 패하여 쓰러져 눕자, 처녀신 아스트라이아가

하늘의 신들 중에 마지막으로 살육의 피에 젖은 대지를 떠났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권 143∼150행

 

 

[The Statue of Ceres] 1612∼1615, 루벤스, 판 유채, 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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