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상 데우칼리온과 퓌르라
"누이여, 아내여, 지상에 남은 유일한 여인이여,
처음에는 가족의 인연과 혈연이 그대를 내게 묶더니,
다음에는 혼인이 묶었고, 이제는 위험이 묶는구려.
우리 두 사람이 지는 해와 뜨는 해가 비치는 모든 나라의
유일한 주민들이오. 나머지는 바다가 차지했소.
아직도 나는 우리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확실한 자신이 없으며,
아직도 나는 구름만 보아도 마음에 겁이 난다오. 가련한 여인이여,
만일 나 없이 그대만 홀로 살아남는 것이 운명의 뜻이었더라면,
지금 그대의 심정이 어떠했겠소? 그대 혼자서 어떻게 두려움을
견딜 수 있을 것이며, 누가 그대의 괴로움을 위로해 주겠소?
(내 말 믿으시오.) 만약 바다가 그대마저 차지했더라면,
아내여, 나는 그대를 따라갔을 것이며, 그러면 바다는
나마저 삼켰을 것이오. 아아, 내가 나의 아버지의 재주로
민족들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고, 흙을 이겨 거기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제 인류는 우리 두 사람에게 달려 있소. (이것이 하늘에 계신
신들의 뜻이오.) 우리는 인간들의 모형으로 남게 될 것이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권 351∼366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