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조상 데우칼리온과 퓌르라

"누이여, 아내여, 지상에 남은 유일한 여인이여,

처음에는 가족의 인연과 혈연이 그대를 내게 묶더니,

다음에는 혼인이 묶었고, 이제는 위험이 묶는구려.

우리 두 사람이 지는 해와 뜨는 해가 비치는 모든 나라의

유일한 주민들이오. 나머지는 바다가 차지했소.

아직도 나는 우리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확실한 자신이 없으며,

아직도 나는 구름만 보아도 마음에 겁이 난다오. 가련한 여인이여,

만일 나 없이 그대만 홀로 살아남는 것이 운명의 뜻이었더라면,

지금 그대의 심정이 어떠했겠소? 그대 혼자서 어떻게 두려움을

견딜 수 있을 것이며, 누가 그대의 괴로움을 위로해 주겠소?

(내 말 믿으시오.) 만약 바다가 그대마저 차지했더라면,

아내여, 나는 그대를 따라갔을 것이며, 그러면 바다는

나마저 삼켰을 것이오. 아아, 내가 나의 아버지의 재주로

민족들을 다시 만들어낼 수 있고, 흙을 이겨 거기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제 인류는 우리 두 사람에게 달려 있소. (이것이 하늘에 계신

신들의 뜻이오.) 우리는 인간들의 모형으로 남게 될 것이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권 351∼366행

 

  

여러 가지 형태의 다른 동물들은, 대지가 저절로 낳았다.

그것은 오랫동안 남아 있던 습기가 태양의 열기에 데워지고,

진흙과 습기 찬 늪지들이 열기에 부풀어오르고,

마치 어머니의 자궁 속처럼 사물들의 비옥한 씨앗들이

생명을 주는 흙 속에서 부양되고 성장하여

차츰 어떤 형태를 취하고 난 뒤의 일이었다.

그처럼, 일곱 하구의 닐루스 강이 범람했던 들판을 떠나

자신의 물줄기들을 옛 하상으로 되돌려주고

새로 쌓인 진흙이 햇볕에 데워지고 나면,

농부들은 흙덩이들을 뒤엎다가 많은 동물들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중에는 갓 생성되기 시작하여 아직

탄생의 단계에 있는 것들도 있고, 아직 완성되지 않아

지체가 모자란 것들도 있는가 하면, 같은 몸인데 일부는

살아 있고 일부는 흙 그대로인 경우도 가끔 있다.

왜냐하면 습기와 온기가 적당히 결합하면 생명이 잉태되고,

이 두 가지에서 만물이 비롯되기 때문이다.

불과 물은 상극이지만, 눅눅한 온기는 만물을 낳고,

이 부조화의 조화는 생명의 탄생에 적합한 것이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권 416∼433행

 

 

 

<데우칼리온과 퓌르라> 지오반니 마리아 보탈라,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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