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지금 그렇게 하시는 것을 방해하고 있습니까?
세상을 보는 지혜 동서문화사 월드북 27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권기철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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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연스러운 착각

가장 심각하고 흔히 저지르는 어리석음은 '삶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준비하든 마찬가지다. 이런 준비를 시작하며 사람들은 완벽한 삶이 가능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완벽한 삶에 이르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이 아무리 오래 산다 해도 그 계획에 비하면 삶은 너무나 짧다. 그런 계획을 실행하는 데는 짐작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그런 계획은 모든 인간사가 그렇듯 자주 좌절을 겪고 장벽에 부딪혀 목표한 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게 이루어진다 할지라도, 사람들은 미처 생각지 못한 결말을 맞이한다. 사람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고 무엇인가를 하거나 즐길 수 있는 능력도 전과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온 생애를 바쳐 정성을 기울여 얻은 것을 노년에 이르러 즐기지 못하게 된다. 또는 그토록 어렵게 다다른 지위인데 감당할 처지가 못되는 것이다. 요컨대 그런 것들은 너무 늦게 사람을 찾아온다. 아니면 반대로 뭔가 특별한 일을 해서 특별한 성과를 거두려 했을 때는, 사람이 그 목표에 너무 늦게 도달한다. 시대의 취향과 기호는 이미 달라졌으며, 새로운 세대는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다른 이들은 더 빠른 길로 앞질러 와 있다.

무엇을 위해 너는 네 정신을 힘들게 하는가?
영원한 계획을 따르기에 네 정신은 너무도 미약하건만.

                                          호라티우스《카르미나》

이러한 잦은 실책은 자연스러운 착각에서 생긴다. 출발점에서는 삶이 무한히 길어보이고, 종착점에서는 말할 수 없이 짧아보인다. 물론 이러한 착각에도 장점은 있다. 이런 착각이 없다면, 위대한 일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87쪽)

 * * *


'잠정적'인 상태로만 살아간다

삶의 지혜는 대부분 현재와 미래에 대한 주의와 관심이 알맞은 균형상태를 이룰 때만 얻을 수 있다. 경박한 많은 사람들은 지나치게 현재 속에 파묻혀 산다. 불안과 근심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미래에만 매달려 산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적다. 끊임없이 무엇인가 추구하며 미래 속에 사는 사람은 늘 앞을 보며 살아간다. 그들은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 무엇인가를 향해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서둘러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그들은 현재를 즐기지 않는다. 현재는 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채 그 곁을 지나쳐갈 따름이다. 이처럼 그들은 죽을 때까지 미래를 향해 줄곧 '잠정적'인 상태로만 살아간다.

현재의 평온함이 불확실한 불행, 또는 확실하다 해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행으로 깨뜨려져서는 안된다. 틀림없이 겪게 될 불행, 그리고 언제 겪을지 분명한 불행은 매우 적다. 불행은 대부분 가능성으로만 존재한다. 아마도 그렇게 되기 쉬우리라고 생각될 뿐이다. 틀림없이 겪을 수밖에 없는 나쁜 일들도 있기는 하다. 이를테면 죽음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일들도 언제 일어날 것인지는 확실치 찮다.

우리가 이 같은 일들 때문에 마음이 흔들린다면, 우리는 잠시도 평온한 순간을 갖지 못하게 된다.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불확실하거나 언제 생길지 불분명한 불행 때문에 평생 마음의 평화를 잃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우리는 그런 불행이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거나 적어도 지금 일어날 리는 없다고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25쪽)

 * * *

생활에 쫓기지 마라

나날의 생활에 쫓겨 악착같이 살지 마라. 앞을 내다보며 분별있는 삶을 살도록 하라. 휴양없는 인생만큼 괴로운 것도 없다. 그것은 여관에 묵지 않으며 오랜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

다양한 지식은 인생에 기쁨을 가져다준다. 훌륭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우선 책을 통해 지난 시대의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좋다. 사람은 지성을 키우고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책은 인간을 진정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성실한 길잡이이다. 그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책을 통해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관심을 기울여라.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자신과의 대화다. 철학적인 사색에 빠지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이다. (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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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9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19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2-20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외워야 할 포스트입니다.^^;;

oren 2011-12-20 10:34   좋아요 0 | URL
섬님의 댓글을 보니 문득 오래 전 제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때의 담임 선생님이 문득 떠오르네요. 그 분께서는 하루 수업이 다 끝날 때마다 종례시간에 `오늘의 명언`을 꼭 한가지씩 들려주시고 노트에 받아 적게 하셨거든요.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도 `매일` 좋은 글 하나씩 포스팅을 해서라도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었답니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The Lincoln Lawy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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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부당거래』가 생각났다. 검사/변호사가 매우 거친 일을 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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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11-06-24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당거래와 비슷하다면 한번 볼만하겠네요... 감사 ^^

2011-08-27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9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투퀴디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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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키디데스가 후세를 위해 남겨놓은 주옥같은 명문들을 천병희님이 다시금 되살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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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다 2 - 머나먼 사마르칸트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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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후에 타슈켄트로~ 며칠뒤엔 사마르칸트에 도착할 것이다. 흥분과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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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5-05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정말요? 정말 설레이시겠습니다.
한동안 못 뵙겠군요. 잘 다녀오시고,
나중에 여행기 읽어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국부론 -상 - 경제학고전선 애덤 스미스, 개역판 국부론 시리즈
아담 스미스 지음, 김수행 옮김 / 비봉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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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경제학 명저는 단 하나 - 아담 스미스의『국부론』만 있으면 족하다. - 케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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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3-18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진짜요.
저 솔직히 oren님께서 올려주시는 엄청나고 멋진 경제학 서적들 도저히 못 읽을거 같거든요.
국부론 하나만 목표로 삼아도 될까요. 그럼 당장 사겠습니다만... ^^

즐거운 주말되셔요.

oren 2011-03-19 01:27   좋아요 0 | URL
『국부론』은 일반적인 예상과 통념보다는 훨씬 쉽고 재미있게 쓰여진 책이어서, 마고님께서 목표로 삼아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고, 또 생각보다 많은 걸 얻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 * *
19세기 말 영국의 대 경제학자였던 마샬(Alfred Marshall)은 그의 명저인『경제학 원리』를 쓰는 데 2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역사에 남는 대작(大作)을 내기 위해 만전을 기하기 위함이었다는데, 이에 대해 마샬의 제자 격이었던 케인즈는 "불후의 경제학 명저는 단 하나 - 아담 스미스의『국부론』만 있으면 족할 터인데, 우리 선생님은 좀 너무 신중하시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 케인즈는 불후의 명저를 쓰고자 애쓴 흔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희망과는 달리 '불후의 명작'을 쓰고 말았는데,『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이 바로 그 책입니다.

케인즈는 서문에서 '이 책은 주로 나의 동료인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것이다. 나는 이 책이 그 밖의 사람들에게도 이해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는데, '그 밖의 사람들'보다 더 밖에 있는 저로서는 여간 큰 도전이 아닐 듯싶네요.

어쨌든 이 책은 '언젠가는 꼭 한번 넘어보고 싶은 거대한 山'처럼 오래 전부터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책인 데다가, 다른 책 속에서도 자주 인용되었던 몇몇 유명한 구절들(주식투자를 미인대회에 비유한 대목 등)을 직접 펼쳐보고 살펴보니 괜히 일말의 흥분과 기대가 생기기도 합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2009년에 뉴스위크가 선정한 '역대 세계 최고의 책 100(The Top 100 Books of All Time)'에 『국부론』은 없는 대신, 케인즈의『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은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3-19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의 책들도 그렇고...감히 범접할 수가 없는 책들이네요.
어떻게 어떻게 '국부론'만이라도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여~ㅠ.ㅠ

oren 2011-03-19 23:12   좋아요 0 | URL
괜히 제 서재에 오셔서 '괜한 압박감'을 느끼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ㅎㅎ

저는 아무래도 '지금 제게 절실히 읽어봐 달라고 외치는 듯한 책들'을 위주로 책을 골라서 읽는 편인데, 몇몇 책들은 '다른 분들과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지나치게 전문적인 서적들'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그렇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명저'라면 분명 그에 걸맞는 값어치를 지닌 책들이니만큼 누구라도 한번쯤 읽어볼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한 것 같아요.

사마천 2011-03-19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님의 쉽고 재밌다는 점에서 저도 동조합니다. 아담 스미스의 예화도 되게 실제적입니다.
단 깊은 뜻이라 제대로 정말 잘 활용하려면 여러번 읽어야겠죠.. ^^

oren 2011-03-19 23:23   좋아요 0 | URL
네. 맞습니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부분들에 대해서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것 같아서 읽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사마천님의 말씀대로 '엄청난 깊이'를 지닌 책이니만큼 '읽고 또 읽을 가치가 있는' 책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국부론』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표현이 딱 한 번 등장하는데, 이 책을 '읽어 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이 책과 저자에 대해서 너무 쉽게 오해하는 건 참 안타까운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