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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강대국 흥망사 1500-1990
찰스 P. 킨들버거 지음, 주경철 옮김 / 까치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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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킨들버거는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라는 책으로 더욱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경력은 독특하면서도 화려하다. 1948년∼1981년까지 33년간 MIT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2003년 타계하기 전까지 같은 대학에서 석좌교수로 있었다. 그가 전미 기업경제학회가 수여하는 애덤 스미스상을 수항하는 자리에서 행한 "애덤 스미스는 케인지안인가, 통화주의자인가?"라는 강연은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대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뉴욕연방준비은행, 국제결제은행(BIS) 에서 근무했고, 2차대전 중에는 전략정보국(OSS)에서 독일을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폭격지점을 찾아내는 일을 했지만, 종전 후에는 먀샬플랜을 입안하기도 한 인물이다.

그는 이 책에서 1500년 이후 세계 경제의 지배적 위치를 차지했던 국가들을 '선두의 연쇄적 변화'라는 틀에 맞춰 고찰한다.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로부터 시작하여, 포르투갈과 에스파냐, 저지대 국가들(네덜란드와 벨기에 등), 프랑스(영원한 도전자), 영국(전형적인 사례), 독일(지각생), 미국을 거쳐 일본(다음 차례?)까지 훑어본다.

그는 특히 사람에게 생명주기가 있듯이 국가에도 생명주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며 국가 경제에도 사이클적 접근이 가능함을 피력한다. 그래서 세계 경제의 지도자적 위치에 올라선 국가들의 성장과 쇠퇴에 관한 논의에 끌어들인 '인간 생명의 활력과 노쇠화'의 비유가 특히 인상적이다.

그의 말대로 "많은 경제학자와 경제사가들은 인구, 발견, 투자, 기술, 제도, 소유권, 재정정책, 교육, 공공재, 독점 등 경제성장과 관련된 여러 요소 중 한두 가지에 집중한다." 그렇지만 그는 이 모든 요소들을 뛰어난 통찰로 종횡무진 엮어낸다. 마치 높은 곳으로 비상하여 마음껏 날아다니는 독수리의 놀라운 눈매를 지닌 것처럼... 그래서 그의 이야기는 재미있고도 놀랍다. 그의 자료는 꼼꼼하기 그지없고, 그의 지식과 경험은 너무나 광대해서 경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이 책은 현대 세계를 깊이있게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경제학적 지식의 보고'라는 생각이 든다. 경로의존성, 골드스타인 모델, 로스토 이론, 불사조 효과, 올슨 이론, 코스의 정리 등에 대한 내용은 경제학 전공자들이나 들어본 이론일지도 모른다. 책 내용의 상당한 부분들이 실제로 무척 어렵고 빡빡한 내용들이다(저자는 여러 대목에서 대단한 축약기술을 발휘한다. 한 문장이 사실 한 권의 중요한 저서의 핵심 내용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책은 대중적이라는 느낌은 거의 없고 '정말 경제학적이다'라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이 책의 역자(주경철) 또한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가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대학원 수업에서 '근대경제사에 대한 개관용'으로 이 책을 기본 텍스트로 정했을 때라고 한다. 이 책에 대한 대학원생들의 첫 반응조차 '내용이 빡빡하고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는데, 이 책을 다 읽고난 뒤에는 이 책의 내용이 대단히 풍부할 뿐 아니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을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아주 좋은 교과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다룬 시대범위의 끝(1990년)에서도 벌써 20년이 더 흐르고, 그가 타계한지도 7년이 지난 지금, 세계 경제는 '대공황' 전공자인 킨들버거의 부재(不在)를 아쉬워할만큼 또 한 차례 믿기 힘든 공황상태도 겪었고, 세계 경제의 선두에 대한 경쟁구도 또한 적잖이 바뀐 느낌도 든다.

지금까지도 그가 살아 있다면 '잃어버린 10년' 더하기 '그럭 저럭 10년'을 더 보탠 일본에 대한 평가는 어땠을까도 궁금하고, 휘청거리는 미국에 대한 평가는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거기에다가 이 책에서는 거의 제대로된 언급조차 빠져 있는 인구대국(중국. 브라질,인도등)들의 선두권 부상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평가할지도 궁금하다(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에서는 중국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되는데다 중국에 대한 '장래성'을 무게있게 다뤘던 기억이 난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한 인간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소멸만 해도 흥미롭기 그지없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에 비해 기업의 흥망을 다룬 책들은 대체로 좀 더 역사가 짧은 게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국가의 흥망성쇠를 다룬 책들은 역사가 장구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한 것 같다.

국가의 흥망성쇠를 다룬 책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특히 흥미로웠던 책들은 오래된 책들 가운데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상,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에서부터 근래에 나온 책들 중에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 프랜시스 후쿠야먀의 트러스트, 주경철의 대항해 시대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킨들버거의 책은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오래전 금융투기의 역사라는 책을 읽으면서 킨들버거의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라는 책이 그 속에 쉴 새 없이 인용되었기 때문에 그의 전공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명성은 대략이나마 느낄 수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의 박식함과 탁월한 경지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전공분야와 동떨어진 사람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킨들버거의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와 활기찬 문체를 접하면서 머리를 마구 두드려대는 방망이질을 느끼고 싶다면 꼭 도전해보길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 (22쪽)



영국, 전형적인 사례 (238쪽)



미국은 쇠퇴중인가? (303쪽)



FRB의 브레이크(356쪽)



누가 알겠는가? (362쪽)



무게감이 넘치는 참고문헌들



방대한 참고문헌들



관련 책들




※ 2006년 3월에 읽었던 책인데, 이 훌륭한 책에 대한 리뷰를 꼭 남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당시 갈무리해둔 내용(밑줄친 내용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이번에 리뷰를 쓰면서 새로 타이핑한 내용들을 함께 덧붙여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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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생명력 9

[토지, 노동, 자본에 더해서] 기업가 활동은 필요요소이지 충분요소는 아니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역사의 창조적
대응"을 가능케 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인간적 생명력이다. - 카를로 치폴라, 1976, P117


킨들버거의 일관된 주장 17

몇 해 전에 나는 1930년대의 세계공황에 대한 책에서 경제적 리더십을 가진 국가는 상품, 자본, 외환의 국제시장을 유지하고 거시경제 정책을 조정하며 위기 시에는 최후의 신용공여자 역할을 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고 쓴 바 있다. (1986, The World in Depression, 1929-1939 대공황의 세계)


보충물 혹은 대체물 21

물질적 이익의 욕망과 동시에 권력과 위신의 추구가 함께 작용하는데, 가장 전형적인 사례는 영광의 추구에 집착하는 프랑스이다. 효율성과 미, 부와 위신은 때로는 보충물이고 때로는 대체물이어서, 사람이나 국가는 양자간에 선택해야 한다.


'경쟁심'에 대한 애덤 스미스의 주장 21

『도덕감정론』에서 애덤 스미스는 어느 지위에 있든 모든 사람이 다 경쟁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 기원은 타인의 탁월성에 대한 찬탄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국부론』에서는 "천한 직종에서도 경쟁 때문에 탁월성을 얻으려는 것이 야심적인 목표가 되며 흔히 대단히 분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과잉팽창 22

전쟁은 "과잉팽창", 즉 자신의 능력을 넘는 야심의 결과일 수 있다. 과잉팽창에 대해서도 애덤 스미스는 여러 격언들을 만들어냈다.

"역사기록을 살펴보라. 당신의 경험 속에서 일어난 일을 회상해 보라. 당신이 읽고 듣고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의 개인적이거나 공적인 생활에서 일어났던 큰 불행을 주의 깊게 생각해 보라. 그러면 대부분의 불행은 그들이 언제 행복한지, 언제 얌전하게 자리에 앉아서 만족하고 있어야 하는지 몰라서 일어났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비참과 무질서를 초래하는 큰 원천은 부와 빈곤 사이의 차이를 너무 과도하게 평가하는 데에 있다. 또 공적인 지위와 사적인 지위 사이를 과도하게 평가하는 데에서 야심이 나오고, 무명과 유명 사이를 과도하게 평가하는 데에서 허욕이 나온다."

(나의 생각)
과잉팽창이 역사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가에 대해서는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이라는 책의 핵심 주제이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도 별로 없긴 하다. 개인의 경우에도 '자신감의 과잉'이 초래하는 비극을 숱하게 보아온 터에 국가의 경우에는 더 말할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프로이센의 장군이자 유명한 전략가였던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그의 명저인 전쟁론에서 역사상 무수한 전쟁에서의 패전요인 가운데 한 가지를 승리에 도취한 나머지 너무 멀리까지 전역을 확대한 데다 두었다. 자신이 직접 전쟁터에서 맞서 싸워봤던 나폴레옹 군대의 모스크바 원정에 대해서도 그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클라우제비츠의 주장 또한 '과잉팽창'을 경고한 것에 다름 아닌데 그는 군사전문가답게 이 문제에 관하여 '승리의 한계정점'을 벗어나지 말라고 표현했다.

과잉팽창과 관련해서 떠오르는 토인비의 격언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역사적 성공의 반은 죽을지도 모를 위기에서 비롯되었다. 역사적 실패의 반은 찬란했던 시절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됐다."



인구 24

카오스 이론, 예측 불가능한 결과들 그리고 느슨한 인과관계 등을 함께 고려하면 단일한 원인이 대단히 다양한 결과들을 낳는다는 귀결을 얻게 된다. 대표적인 것은 인구이다.


경제적 노화의 불가피성 27

대부분의 경우 역사가, 경제사가, 경제학자들이 지적한 쇠퇴 원인들-과잉팽창, 창조적 능력의 상실, 저축률과 투자율의 하락, 해외 경쟁 등-은 독립적, 개별적 요소라기보다는 차라리 노화과정의 징후이다. 변화에 대한 저항, 경직성, 위험의 회피, 생산보다는 소비와 부의 축적으로 관심이 이동하는 것 등은 경제적 노화를 나타낸다. 그것은 가장 현명한 정책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


금융의 비중 28

특히 20세기 후반부터 미국을 필두로 각국이 부와 자본수익에 관심을 가지고, 또 상품과 서비스의 매매보다는 자산의 매매에 더 관심을 가지면서 금융의 비중이 커졌다.

(나의 생각)
소스타인 베블런이 이미 100년쯤 전에 우려하고 경고했던 내용이다(
자본의 본성에 관하여 외)

[자본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회의했던 베블런은 주식회사의 확산과 자본 시장으로 대표되는 당대 미국 자본주의의 변화를 바라보면서 자본의 본성을 해명하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베블런은 자본이란 경제적 생산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권력에 기초한 존재임을 갈피했으며, 나아가 화폐적 존재로서의 자본이 금융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방식을 배태함에 따라 이윤의 발생 및 축적 구조가 변화하는 모습을 분석함으로써 금융 자본주의를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


사회적 혁신 37

······ 역사적으로 보면 개인이든 회사든, 특정 부문이든 혹은 경제 전체든 흔히 성공의 도식을 너무 멀리, 너무 오래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계에 도달했다는 표시가 분명히 드러나는데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성이 놀라울 정도로 뚜렷하다. 이 점을 보면 번영의 원 중심에 사회적 혁신이 자리잡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특히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선진국일수록 사회적 혁신이 극히 중요하며, 역사가 거듭 보여 주듯이 그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점도 분명하다. 여기에서 실패하면 제도적 동맥경화 그리고 최종적으로 상대적 경제쇠퇴가 시작된다.


자만심과 허영심 61

아주 뚜렷한 에스파냐의 특징은 자만심이다. 에스파냐인들은 자신들이 아주 독특하며, 자체 발생적이라고 믿는다. 포르투갈인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 페르낭 브로델은 타인의 기술이나 노동관습 등을 도입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나태 속에서 행복해 하는 에스파냐의 자만심을 프랑스의 허영심과 대비했다. 자만심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상관치 않으며 다른 사람을 모방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비해서 허영심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민감하여 존중을 받아내려는 것이다.


감속의 원인들 62

한 국가가 경제적으로 쇠퇴할 때에는 국가주기의 후기 단계에서 드러나는 노화과정에서 여러 원인들이 상이한 속도로 작용한다. 그런 원인들로는 부의 축적보다는 부의 쇠퇴에 대한 반발로의 이행, 위험회피, 과시소비, 독점의 상실, 자원의 고갈, 기업가적 동력과 혁신 능력의 약화, 지대의 추구, 공공재와 관련하여 특정 집단의 관용의 상실, 임금 상승을 강요하는 조합, 과잉팽창 등이 있다.


중심부와 주변부 68

페르낭 브로델과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중심부와 주변부로 설명하거나, 혹은 중심부, 극점 또는 핵심부, 그리고 반주변부, 그 너머에 있는 주변부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이 문제를 설명한다. 월러스틴은 특히 중심부에 의한 주변부의 착취에 관심을 가진다. '중심부가 주변부를 확산시킬 때마다 그것은 중심부를 건설한다'는 브로델의 표현 역시 거의 흡사한 생각을 나타내는 것이다. 중심화는 탈중심화를 수반하고, "마치 세상은 중심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탈중심화가 발생할 때마다 재중심화가 일어난다"는 견해는 더욱 직접적으로 관심심을 끈다.


선두의 연쇄적 변화 87

내가 판단하기에는, 그 모든 것을 하나의 연쇄를 이루는 잘 짜여진 분석 틀 속에 우겨 넣으려고 하기보다는 1350년부터 세계 경제 선두의 각각의 실례들을 살펴보는 것이 더욱 생산적일 듯하다. 항상 국가의 생명주기가 있는 것 같다는 점을 인식하고서 말이다. 어떤 시대라도 세계는 계서제적 질서를 향하여 움직이고 있으며, 아마도 선도 국가가 시련을 만나 상대적인 쇠퇴에 짜져들면 그 질서가 무너질 것이다. 그러면 조만간 전쟁기에 대대적인 도전이 일어나거나 혹은 나중에 평화로운 막간의 시기를 이용하여 새로운 국가가 선도적인 지위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베네치아의 쇠퇴 111

베네치아의 상대적 쇠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르투갈과의 향신료 경쟁, 영국과의 모직물 경쟁, 네덜란드 및 영국과의 조선 경쟁이었는데, 이것들이 베네치아의 "지위, 제국" 그리고 헤게모니 상실로 이어졌다.


정력적이고 창의적인 젊은이 130

에스파냐령 아메리카에 기회가 생기자 16세기에 대략 10만 명의 에스파냐인이 신세계로 이민을 갔다. 그중 많은 비율이 정력적이고 창의적인 젊은이로서 에스파냐의 "필수적인 요소들"이었다.

(나의 생각)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에 걸쳐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북미대륙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로 이민을 떠났다. 그들 역시 한국의 '필수적인 요소들'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훌륭한 진단과 철저히 무시 135

아르비트리스타(Arbitrista : 17세기 경제학자들)는 "장자 상속제, 영구 양도, 방랑벽, 산림 황폐, 성직자의 숫적 비대, 육체노동와 공예에 대한 경멸, 분별 없는 자선, 화폐혼란과 강압적인 징세를 비난했다." 그리고 기술교육, 장인들의 유입, 화폐안정성, 관개사업 확장과 국내 수로의 개선을 제안했다. 해밀턴의 표현에 의하면 역사상 그처럼 훌륭한 진단을 한 적도, 또 그 건전한 충고들을 그처럼 철저히 무시한 적도 거의 없었다.


네덜란드 병 136

심층적인 쇠퇴의 요소들-사회적 응집력 결핍, 인플레이션, 길드, 특히 네덜란드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지역, 덤으로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이라는 과잉팽창, 그리고 은 유입으로 인한 "네덜란드 병"-은 1590년에서부터 1720년까지 명백하게 드러난 쇠퇴에 대해서 아무리 최선의 방책을 동원한다고 해도 회복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애덤 스미스의 실수 153

애덤 스미스가 범한 보기 드문 실수 중에 하나는, 네덜란드 상인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암스테르담으로 가져온 이유에 대해서 자신들의 자본과 떨어져 있는 것을 불안해하고 직접 자신들의 눈으로 그것을 보고 싶기 때문이었다고 추정한 것이다. 이는 등급화, 포장 및 보관과 같은 중계시장 기능과 보다 큰 시장이 가지는 '규모의 경제'를 간과한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네덜란드의 중계무역은 본질적으로 과도기적이었다. 품질, 수량, 가격에 대한 정보가 확산되고 무역량이 증가할수록 직교역이 더 경제적이 됨으로써 중계지는 건너뛰게 되기 때문이다.


바람 장사 159

투기적인 성격은 다소 덜하지만 금융상 기법으로 볼 때 인상적인 것은 선물, 옵션 혹은 정부 채권, 주식, 상품에 대한 투자시장들로서, 이는 청어가 잡히기도 전에 청어를 사고파는 지경에 이르렀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로부터 온 유대인 망명자들이 특히 선물 및 옵션 거래에서 혁신적이고 능숙했는데, 이러한 시장들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실제 물건을 보지도 않은 채 사전에(in air) 거래해서 "바람 장사(Windhandel)"라고 불렸다. 


젊은 국가와 늙은 국가 171

생명력과 에너지를 가진 젊은 국가들은 오래된 독점권에 도전하지만, 늙은 국가들은 이러한 도전에 혁신적으로 대응할 역량이 없다.


낮은 퍼센트의 이익 183

작은 수 가운데 높은 퍼센트의 이익은 큰 수 가운데 낮은 퍼센트의 이익에 절대로 미치지 못한다.

(나의 생각)
애덤 스미스의 견해와 닮았다.

[독점은 자본의 자연적 증식을 저해하므로 주민이 자본의 이윤으로부터 얻게되는 수입총액을 증가시킨다기보다는 오히려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대자본에 대한 작은 이윤율이 소자본에 대한 큰 이윤율보다 더 많은 수입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독점은 이윤율을 높이지만, 이윤 총액이 독점이 없을 경우보다 증가하지 못하도록 저해한다.]


코스의 정리의 반증 219

갈수록 영국의 단기이익에 반하는 데에도 자유무역을 고집하는 것은 집단적인 기억 혹은 제도적인 지체의 전형적인 사례이자 코스의 정리의 반증이다.


원산지 표시법 225

독일산업과의 경쟁은 1887년 의회가 영국산 제품을 모방한 모조 수입품을 식별하려는 노력으로 원산지 표시법을 통과시킨 후 [도리어] "독일산"이 품질의 증표가 되면서 특히 불쾌하게 느껴졌다. 이러한 현상은 반 세기 후 미국에서 "일본산"의 이미지가 바뀔 때 똑같이 반복되었다.

(나의 생각)
made in Germany, made in U.S.A, made in Japan, made in Korea, made in China ......를 순서대로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1부 리그에서 2부 리그로 226

다른 국가들이 자신의 선도적인 제품들을 모방하는 대신에 자신이 해외에서 고안된 제품들을 모방하기 시작할 때 그 국가는 1부 리그에서 2부 리그로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바로 1880-1890년대 영국의 자동차, 전기제품, 그리고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화학제품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


경제적 동맥경화증 232

쇠퇴가 일어난 이유는 성공적인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다양한 경직성과 습관들 때문이며, 이러한 경직성과 습관들은 새로운 인물들의 수혈이 없는 한 너무 높은 거래비용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는 이를 '경제적 동맥경화증'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신사와 선수 233

영국에서 기업가 정신의 실패에 대한 논문의 제목인 "신사와 선수(gentlemen vs players)"는 이따금 열리는 아마추어들과 프로페셔널 선수들 간의 크리켓 경기에서 따온 것인데, 양자 사이에는 사회적 격차가 크다. 신사들은 지방과 공무에서 지도력을 행사하지만, 2세대와 3세대에 이르면서 산업분야에서는 경영자들과 '가신들'이 현장에서 지도력을 인계받았다. 점차 유능한 부하들이 가족 기업의 최상층으로 승진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고위층으로 진급하려면 기업 설립자의 후손들과 같은 사회적 집단 출신이어야 했는데, 이들은 명문 퍼블릭 스쿨과 옥스퍼드 혹은 케임브리지 대학 졸업자들이었다. 이 상속자-소유자들은 투자 확대 혹은 새로운 계통의 연구를 위한 이윤의 재투자보다는 이익배당금을 유지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고, 때로는 수탁유가증권에 투자하기 위해서 기업을 공개하는 데에 관심을 보였지만, 설립 초기와 같은 정력적인 경영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단기 투기꾼 한 명 238

의미심장한 것은 파운드의 가치가 19세기의 대달러 환율이었던 4.86 달러에서 순차적으로 평가절하되어 1.60 달러까지 떨어졌다는 사실인데, 더구나 이 시기에 달러 자체도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평가절하되었다는 점까지 감안해야 한다. 달러의 평가절하 정도는 금을 기준으로 하느냐 (400달러에서 21.67달러) 혹은 일본 엔화를 기준으로 하느냐(제2차 세계대전 직후 360엔에서 1993년 110엔으로 하락했다가 1995년 초에는 90엔까지 떨어졌다) 다른 통화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달라진다. ......

1992년 가을 또 한 번 파운드 위기가 일어났는데, 이 당시 단기 투기꾼 한 명은 자신이 1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시인한다 - 혹은 자랑한다.

(나의 생각)
그로부터 5년 후인 1997년 겨울 또 한 번 단기 투기꾼이 조명을 받는다.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린 한국 경제를 떠맡게 된 대통령 당선자가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아무리 중차대한 위기에 내몰렸다손 치더라도 '단기 투기꾼 한 명'에게는 너무 과분한(혹은 어울리지 않는) 역할을 요청했던 게 아니었나 싶다. 나는 아직도 조지 소로스가 단지 '단기 투기꾼 한 명'에 불과하다고 본다. 킨들버거의 이 책에서 조지 소로스 정도는 '한 줄로 간단히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는' 표현이 통렬하게 느껴지는데, 단기 투기꾼 한 명에게는 참으로 걸맞는 수준의 대우라고 생각한다.



영국의 정책 239

영국의 정책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좋은 시절 혹은 나쁜 시절에 대해서 책임이 있건 없건 간에, 그러한 정책은 일반적으로 이념적이기보다는 실리적인 경향을 띠었다. 체크랜드는 영국정부의 정책이 19세기 중반에는 자유방임으로 기울어지고, 이후에는 덜 자유방임적이었으나, 실제로는 대체로 표류했다고, 즉 비체계적이고, 부주의하고, 즉흥적이고 단편적이고 불명확하고 지도원리를 결여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나의 생각)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 21세기의 첫 10년 정도의 기간 동안 한국의 경제상황의 좋고 나쁨에 대해서 책임이 있건 없건 간에, 대체적으로 실리적이기 보다는 이념적인 경향을 띠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체크랜드의 표현을 빌리자면, "실제로는 대체로 표류했다고, 즉 비체계적이고, 부주의하고, 즉흥적이고 단편적이고 불명확하고 지도원리를 결여하고 있었다"고 말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아무 말썽도 안 일으키는' 할아버지 단계 240

····· 그러자 세 번째 친구가 "그는 아무 말썽도 안 일으키잖아"라고 덧붙였다. 영국은 할아버지 단계에 들어섰을런지도 모른다. 영국은 제국을 상실하고,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잃고, 유럽과의 관계에 대해서 불확실해하며, 유럽의 지도국은 분명 아니면서도 영광스러운 과거 때문에 단지 '여럿 가운데 하나'인 상태에 대해서는 어색해하고 있다. ····· 결론적으로, 영국이 세계경제의 선두에 이르렀다가 다음 단계에 쇠퇴한 것은, 대체로 강렬한 생명력이 점차 경직성과 변화에 대한 저항에 잠식당한다는 내재적인 경향을 쫓는, 국가 생명주기 개념에 잘 부합한다.


독특한 활력 270

자신의 삶을 재건하고자 열망하는 가난해진 중간계급 출신 숙련 인력의 유입은 독특한 활력을 제공했다. 게다가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 그리고 후에는 유고슬라비아와 터키에서 약간의 숙련 노동자 그리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숙련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몰려와 독일의 임금을 낮추었다. 그 결과 판매증가로 수익이 증가되고, 이것이 다시 투자 증가와 더 높은 생산성을 가져왔다. 이런 긍정적인 피드백 과정은 외국 노동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사회적 한계점에 이를 때까지 지속되었다.

(나의 생각)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우리나라의 '자신의 삶을 재건하고자 열망하는 가난해진 중간계급 출신 숙련 인력'도 독일로 꽤 많이 유입되었다.



재앙에 가까운 실수
272

1989년 장벽이 무너지고 동독이 서독에 합병되자, 동방정책이 압도적으로 최우선적인 것이 되었다. 이때 동독 마르크와 서독 마르크를 일대일의 비율로 교환한 것은 큰 실수였다. 이것은 정치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재앙에 가까운 실수로서 동독 노동자들의 실질 수입을 그들의 생산성에 비해서 훨씬 높게 만들었다.


금융에의 몰두(1) 279

1945년 혹은 1950년부터 대략 4반세기 동안 지속된 황금기는 미국의 경제적 우위가 전혀 도전받지 않았던 시기이기는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다른 나라들의 따라잡기와 미국 내부의 쇠퇴 징후가 함께 나타난 때이기도 하다.

......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생산성의 둔화, 저축의 감소, 연방 예산과 국제 경상수지 계정의 쌍둥이 적자, 다니엘 벨이 '탈 산업국가'라고 일컬었던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전환, 그리고 특히 금융에의 몰두이다. 이것은 재화보다는 자산의 판매와 구매, 그리고 제조업에서 신상품과 신공정을 개발하는 대신에 새로운 금융 수단을 개발하거나 옛 것을 부활시키는 데에 전념하는 것이다.


금융에의 몰두(2) 284

1960년대 이후의 생산성 하락에 대한 설명들로는 부실 경영(종종 제도의 동맥경화증이 진행 중이라고 묘사되는)과 더불어 OPEC이 주도한 1973년과 1979년의 유가 상승과 같은 외부적 충격들, 또 기업들로 하여금 자신의 연구개발비를 줄이게 했던 1970년대의 폭발적인 인플레이션, 그리고 특히 장기보다는 단기에, 재화나 서비스 보다는 자산의 매매에 전념하는 금융에만 매달리는 미국의 태도도 포함한다.


금융에의 몰두(3) 285

저축이나 투자가 아니라 두 번째나 세 번째 주택 장만, 여행, 사치스러운 의류, 자동차, 보석류, 요트 등에 사용된 것이다. 저축의 일부는 인수합병 자금, 양도, 기업 양도에 따른 기업 유가증권의 재정 거래와 같은 '투자' 기회를 이용하기 위해서 유동성을 유지하는 형태로 보유되었다. 다시 말해서 생산을 위한 자본설비에 투자되기 보다는 자산 거래를 위해서 유동적으로 보유되었다는 것이다.


금융에의 몰두(4) 290

금융이 최악의 직종은 아니지만, 사회분열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과 기업가들이 은행가나 증권거래인들 만큼의 규모로 돈을 벌기란 어렵다. 애덤 스미스는 정상적이고 기초가 확립된, 그리고 잘 알려진 업종들을 투기와 대조하면서, 전자에서는 장기간의 근면, 검약, 주의의 결과가 아니라면 큰 돈을 벌기가 어려운 반면에 투기를 통해서는 종종 '떼 돈'을 벌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금융에의 몰두(5) 291

시기심과 경쟁심리가 만연한 세계에서, 유형의 물건을 생산하지 않고 종이 쪽지를 다룸으로써 금융전문가들이 부자가 되는 것을 지켜보게 되면, 다른 사람들도 더 큰 보상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나의 생각)
킨들버거의 지적은 신랄하다. 그렇다고 그의 표현대로 금융전문가들을 고작 '종이 쪽지나 다루는 하찮은 존재' 쯤으로 여기는 시각에 마냥 동조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유형의 물건을 생산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 킨들버거의 주장은 전적으로 옳다. 다만,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지적한 것처럼 자본을 생산적이도록 만드는 '은행(더 넓게는 금융)의 현명한 활동들'이 필요하고 또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단기 소득 계산서 292

금융으로 몰려가고, 스포츠와 전문직에서 스타를 부각시키는 것은 결국 제조업에서 더 높은 봉급, 부수입, 스톡옵션과 같은 이익, 많은 퇴직금과 해고 위로금에 대한 압력을 가했다. 봉급이나 옵션이 기업의 주식에 달려 있는 한, 장기 성장이 아니라 단기 소득 계산서로 초점이 옮겨갈 수 밖에 없다. 조세제도는 자원배분을 왜곡시켰다. 왜냐하면 대체로 자본수익에는 소득보다 낮은 세율이 매겨지며, 많은 금융인들은 자본수익을 과세대상에서 아예 배제시키기 위하여 노력했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
우리나라의 경우, 21세기에 접어들어서도 오랜 기간 동안 자본수익이 과세대상에서 '거의' 배제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본다. 자본수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경우 자본시장 특히 주식시장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자원배분을 왜곡'하게 되면서 결국 '국가 전체의 생명력과 활력'을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의 전술 293

소득과 부에 몰두함에 따라서 한편으로는 도박이, 다른 한편으로는 사기와 부정행위가 판치게 되었다. 브레너는 로토와 같이 당첨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도박은 그 속에서 유일한 기회를 발견하는 저소득층의 전술이라는 이론을 발전시켰다. 가난한 사람이라도 산술적으로는 중하층 또는 최하층으로부터 위쪽으로 한 번에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생각)
강원랜드와 같은 도박장을 만들어 공공연히 카지노를 부추기고, 로또가 사회 전체에 만연하는 풍조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아무튼 로또처럼 대박을 노리는 도박은 저소득층의 전술임이 분명하다. 주식시장에서도 '대박'을 노리는 개미투자자들이 많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면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 가운데 '십중팔구가 아니라 99.99퍼센트'가 '쪽박'을 찬다. 고소득층의 전술을 제대로 알고 그들의 행동을 따라 배울 필요가 있다.



미국은 쇠퇴 중인가? 303

나는 쇠퇴의 징후를 덧붙이고자 한다. 보호관세와 보조금에 대한 요구, 정부의 호의를 위해서 경쟁하는 이익집단들의 강력한 로비, 생산성 성장의 쇠퇴, 낮은 저축률과 높은 수준의 국가, 기업, 가계의 부채, 그리고 금융, 산업, 스포츠, 연예 부문의 스타들의 소득 증대와 하층의 실질소득 감소, 도박의 증가 그리고 비록 자료는 빈약하지만 사무직 범죄의 증가, 국제 연합의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부채 증가에서부터 걸프 전과 같이 미국이 주도하는 노력들에 대한 분담금 요구 증가 등 국제 경제 영역에서의 책임감의 약화, 그 외의 여러 가지 것들을 고려할 때, 나는 비관주의자들의 편에 서 있다.

(나의 생각)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는 주장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까지는 '여전히 너무 강하다.' 이 책이 나온 1996년 이후 아시아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의 미국의 역할과 위상은 놀라운 것이었다. 2008년의 리먼 브러더스 파산 이후 미국의 선도적 지위가 크게 흔들린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킨들버거의 '도박꾼이 아니라 가능성을 평가할 줄 아는 사람으로서, 나는 동맥경화와 쇠퇴 쪽으로 변화 방향이 잡힐 것으로 예측한다'는 견해에 동조하고 싶다.


염려하지 않는 태도(1) 318

일본 산업의 활력에 대해서 한 가지 더 지적할 사실은,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중반에 엔화가 평가절상되었으나 그에 대해서 '염려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점이다. 일본의 견해는 엔화 상승이 일본 산업계에서 비용 합리화를 더 진척시키고 엔화 표시 가격 하락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염려하지 않는 태도(2) 342

한 나라가 교역조건-수입품과 수출품의 상대가격-에 몰두하는 것 자체가 쇠약의 표현으로서, 마치 한 개인이 쉬지 않고 자신의 체온, 맥박, 혈압을 재는 것과 같다.

(나의 생각)
언제나 일본의 무서움 혹은 저력을 생각할 때 이와 같은 '염려하지 않는 태도'가 떠오른다. 교역조건에 몰두하는 것 자체가 쇠약의 표현이라는 지적도 통렬한데다, 더 나아가 개인이 체온, 맥박, 혈압을 재는 것과 같다는 표현은 곧장 나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리기에 충분할 만큼 '자극적'이다.



일등 일본? 332

나의 직관은, 1950년부터 1985년 사이에 폭발했던 일본의 생명력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으며, 경제사상 유례가 없는 경제성장의 분출 궤적이 잠시 곰퍼츠 곡선을 벗어나서 도약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제 속도를 줄여가면서 점차 익숙한 패턴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부패의 폭로로 인한 정치적 변화는 불확실성과 신뢰 상실을 암시하고 있으며, 종종 대외적 공격성 속에서 분출하곤 했던 예전의 복잡한 열등감으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40세가 지나면...... 334

40세가 지나면 활기가 조금 덜어지기는 하지만, 육체와 정신의 힘은 여전히 활동적인 삶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탐욕, 분노, 고집, 야망 같은 젊은이의 충동은 중년이 되어서 모두 사라지지는 않으나,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중년의 삶은 점진적이거나 급격한 정체의 과정이 된다.

(나의 생각)
40세가 전환점?



젊은 시절 334

최소한 '젊은 시절'에는 각 국가는 마치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독특하다고 여긴다. 그 증거는 쉽게 수집할 수 있다.

젊은 국가 336

젊은 국가들은 독특하다고 느끼며 앞을 바라보는 것에 주목하라. 그들은 나중 단계에 이르면 자신의 예외주의에 대해서 확신이 줄어들고, 이전에 누렸던 한두 번의 황금시대를 향수 어린 눈으로 뒤돌아보는 경향이 있다.


금융의 주기 337

금융의 주기는 단기 혹은 때로 장기 자본대부를 통해서 교역과 산업을 촉진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궁극적으로는 자산거래, 그리고 생산보다는 부 자체에 대한 집착으로 이행한다. 상인과 산업가들은 '위험 감수자'를 졸업하여 금리 수취인 신분이 되고 활력은 침체된다. 수입 중 소비의 몫이 증가하고 저축은 감소한다. 다양한 이해집단들이 그들의 관심사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의사표출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과도하다 보면 효율적인 정부의 행위를 가로막게 될 것이다. 소득 재분배는 점점 뒤틀려서 빈익빈 부익부로 향한다. 부자들은 정치권력에 훨씬 더 많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국방비, 전쟁배상금, 기간시설, 기타 공공재와 같은 국가적 부담을-윤리적으로 생각해 볼 때-적절하게 나누어 맡아야 할 때 이에 대해서 저항하기 쉽다.

(나의 생각)
우리나라의 1970-1980년대의 고도성장기와 비교해 봤을 때, 2010년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가를 살펴보면 킨들버거의 지적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정치적 의사표출' 하나만 둘러 보더라도 (개인적으로는 나이를 먹을수록 정치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가는 중이어서 시끄러운 정치적 문제들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MB정부로만 한정하더라도 '쇠고기 수입문제', '4대강 개발', '천안함 사태' 등등에 대해서 얼마나 시끄러운가?



빈궁과 결핍 340

1620년대 영국의 과시소비에 대한 토머스 먼의 비난은 길게 인용할 만한 가치가 있을 만큼 충분히 생생한 그림을 그려 준다.

[영국은] 우리의 명예로운 관행과 연구를 떠나서 쾌락을 좇았고, 최근에는 담배와 차에 취해 있는데, 짐승처럼 연기를 빨며 건강을 마셔 버려서 죽음이 많은 이들과 대면하고 있다 ······ 이 모든 것의 총체는 이것이다. 담배와 차, 파티, 패션, 나태와 쾌락에 우리의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신의 법에 반대되고 다른 나라들의 관습과도 다른 것으로서 우리의 몸을 여자처럼, 우리의 지식을 얄팍하게, 우리의 재화를 빈약하게, 우리의 용기를 약하게, 우리의 상업이 운을 잃고 적에게 저주들 받도록 만들었다 ······

풍요와 힘이 한 나라를 사악하게 하고 시야를 좁게 하고, 빈궁과 결핍은 백성을 현명하고 근면하게 만든다 ······

(나의 생각)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자발적인 빈곤'이 떠오른다.

[사치품과 편의품에 대한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가장 현명한 사람들은 항상 가난한 사람들보다도 더 간소하고 결핍된 생활을 해왔다. 중국, 인도, 페르시아 및 그리스의 옛 철학자들은 외관상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가난했으나 내적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부유한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어쩌면 지금만큼이라도 아는 것이 대단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들보다 후대에 살았던 인류의 개혁자들과 은인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 '자발적인 빈곤'이라는 이름의 유리한 고지에 오르지 않고서는 인간 생활의 공정하고도 현명한 관찰자가 될 수 없다. 농업, 상업, 문학, 예술을 막론하고 불필요한 삶의 열매는 사치일 뿐이다.]


의지 343

목적에 대한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수단에 대한 의지도 있어야 한다.


숙명 348

모든 조직체계는 엔트로피, 즉 경직성의 증가라는 숙명을 안고 있다.


FRB의 브레이크 356

1994년 봄이 되면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인플레이션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 고이자율이라는 브레이크를 사용하기 시작할 정도가 되었다.

(나의 생각)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미국 FRB의 '금리인상 혹은 금리인하' 조치가 전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실로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바뀌어 왔지만, 1994년 봄만 하더라도 미국 FRB의 금리인상에 관한 뉴스가 국내 주요 경제신문에서조차 아주 짤막한 단신으로 보도되었을 만큼 소홀히 다루어졌던 기억이 새롭다.


염증 361

더 큰 국가들은 자기 갈 길을 아는 법이다. 예를 들면 프랑스는 모든 방향을 향해 미사일을 준비하고 있으며(소련뿐 아니라 미국도 겨냥한다), 1965년에 달러를 금으로 바꿈으로써 미국을 응징하려고 했다. 지도급 국가들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기 몫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지만, 점차 그렇게 하는 데에 지쳐 간다. 특히 위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취한다는 비판을 받을 때, 국제통화의 공급을 위한 화폐주조권을 일방적으로 사용하고, 저축이나 기술, 기타 가치 있는 것들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민간투자를 독점한다고 비난받을 때 더욱 염증을 느낀다.


누가 알겠는가? 362

혼란을 예고한다. 많은 문제들이 한 번에 하나씩 처리될 것이고, 다른 문제들은 지속되어서 국제 정치 및 경제 관계에 머무르며 조금씩 독을 퍼뜨리는 갈등들을 만들 것이다. 어떤 협정들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결할 수 없는 불일치들이 점차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사라질 것이다. 지역주의, 열강 사이의 협력, 지속적인 낮은 수준의 갈등들이 모두 약간씩 존재할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혼란이 예고된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혼란 속에서 한 나라가 나타나서 세계 선두의 경제 강대국이 될 것이다. 다시 미국이? 일본? 독일? 유럽 공동체 전체? 오스트레일리아나 브라질이나 중국 같은 다크호스가? 누가 알겠는가? 나는 모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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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9-24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 흥미로운 책이네요.
그리고 오렌님께서 읽기 편하게 리뷰를 작성해주셔서, 어떤 책인지 더욱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저도 한번 읽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추석 잘 지내셨죠?

oren 2010-09-24 13:28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비해서는 훨씬 더 어려운 책일듯 싶습니다만,
마고님을 비롯하여 책 읽기에 능숙하신 분들은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아는 모대학 경영학과 교수님도 이 책을 붙잡았다가 너무 어려워서 중도포기했다는 말씀을 하시던데, 그 분은 워낙 다독하시는 분이라 이 책과 씨름하는 시간이면 다른 더 좋은 책들을 훨씬 더 많이 읽을 수 있으리라 판단하셨을듯 싶더군요.)

양철나무꾼 2010-09-25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어가 잡히기도 전에 청어를 판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제겐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는 부분이 이쪽입니다.
책만 펼쳐들어도 멀미날 것 같고 말이죠.
근데,님의 페이퍼를 읽을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행운인 것 같아...마냥 우쭐합니다.

보름달 보고 소원은 비셨나요?

oren 2010-09-26 00:15   좋아요 0 | URL
청어 뿐 아니라 웬만한 것들은 거의 다 '바람거래'가 이뤄집니다.
원유와 천연가스를 비롯해서 아래와 같은 품목들이 매일같이 엄청난 규모로 '바람거래'되지요.
*****************************
금, 은, 팔라듐, 백금, 납, 동, 알루미늄, 니켈, 주석, 아연.
밀, 목재, 살아있는 소, 사육 소, 마른 돼지, 돼지옆구리살, 오렌지쥬스,
귀리, 옥수수, 대두 가루, 콩기름, 대두, 밀, 코코아, 커피, 면, 설탕. 기타 등등
*****************************

며칠전 봤던 보름달은 너무 환해서 아무런 딴 생각이 안들더군요.
(금 관련 주식에 투자해 놨으니 금값 올려달라고 비는 사람도 있다고는 하더군요)
 
국부론 -하 - 경제학고전선 애덤 스미스, 개역판
아담 스미스 지음, 김수행 옮김 / 비봉출판사 / 2007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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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론(상)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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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광이나 은광을 찾는 사업 690

[대부분의 사업가들을 파산시키는] 비용이 많이 들고 불확실한 사업들 중 금광이나 은광을 찾는 사업만큼 위험한 것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불리한 복권이며, 낙첨되는 사람이 입게 되는 손실에 비해 당첨되는 사람이 얻는 이득의 비율이 가장 낮은 복권일 것이다. 왜냐하면 당첨이 매우 드물고 낙첨이 많을 뿐 아니라 복권의 일반적인 가격이 매우 부유한 사람의 전 재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광업은 그곳에 투자된 자본을 자본에 대한 보통이윤과 더불어 회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반적으로 자본과 이윤을 모두 삼켜버리는 사업이다.


(나의 생각)
주식에서도 '금광이나 은광을 찾는 사업'과 비슷한 종류가 많은 것 같다. 이른바 허황된 꿈을 쫓아 '대박이 날 것처럼' 소문이 나는 주식들이다. 이런 주식들이야말로 일반적으로 아담 스미스의 표현대로 '자본과 이윤을 모두 삼켜버리는' 주식들이다. 이런 종류의 주식에 매달리는 투자자들은 오래전부터 흔히 불나방에 비유되어 왔다.


철학자의 돌, 희소성, 엘도라도 690

많은 사람들에게 철학자의 돌(philosopher's stone:모든 금속을 금으로 전환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연금술사들이 믿었던 돌)이 있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갖게 한 것과 똑같은 열망이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거대한 금은을 매장하고 있는 광산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갖게 했다. 그러나 그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고려하지 않았다. 즉,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든 그런 금속들의 가치는 주로 희소성에서 나오며, 그것이 희소한 이유는 한 장소에 매장되어 있는 금은은 아주 소량밖에 없으며, 그것이 있는 곳까지 뚫고 들어가서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노동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금은의 광맥이 납·구리·주석·철의 광맥만큼 거대하고 풍부할 것이라고 믿었다. 엘도라도라는 황금의 성과 황금의 나라에 대한 월터 롤리 경의 꿈은,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괴상한 환상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희소성에 관해 떠오르는 철학자의 말)
모든 뛰어난 것들은 희귀한 만큼 어렵다
- 스피노자



독점적 무역의 폐해 728

모국의 배타적·독점적 무역은 일반적으로 모든 나라, 특히 아메리카 식민지의 향유와 산업을 저하시키는 경향이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그 발달을 억제해서 자유무역에서 가능한 수준보다 낮게 하는 경향이 있다. 모국의 독점적 무역은 인류가 영위하는 사업의 대부분을 추동하는 거대한 스프링의 동작을 억누르는 자체 하중과 같다. 그것은 식민지 생산물의 가격을 다른 모든 나라에서 인상함으로써 그 소비를 감소시키고, 따라서 식민지의 산업을 억누르며, 다른 모든 나라의 향유와 산업의 확대를 억제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향유하는 것에 대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수록 향유할 수 있는 것은 적어지고, 그들이 생산한 것에 대한 대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적어질수록 그 생산도 더욱 적어지기 때문이다.


독점과 임금 754

독점으로 인해 모국의 자본은 [그 자본의 크기가 어떻든] 독점이 없다면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생산적 노동량을 유지할 수 없으며, 독점이 없다면 주민에게 줄 수 있는 정도의 수입을 줄 수 없게 된다. 자본은 수입으로부터의 저축에 의해서만 증식되기 때문에, 독점은 [자본으로 하여금 독점이 없다면 제공할 수 있는 정도의 수입을 제공할 수 없게 함으로써] 독점이 없는 경우와 같은 빠른 자본증식을 반드시 방해하고, 따라서 자본이 더욱 많은 생산적 노동을 고용하는 것을, 그리고 더욱 많은 수입을 주민에게 주는 것을 방해한다. 그러므로 독점은 수입의 큰 원천 중 하나인 임금을 독점이 없었을 경우보다 언제나 필연적으로 감소시키게 된다.


대자본의 작은 이윤율 vs 소자본의 큰 이윤율 754

독점은 자본의 자연적 증식을 저해하므로 주민이 자본의 이윤으로부터 얻게되는 수입총액을 증가시킨다기보다는 오히려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대자본에 대한 작은 이윤율이 소자본에 대한 큰 이윤율보다 더 많은 수입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독점은 이윤율을 높이지만, 이윤 총액이 독점이 없을 경우보다 증가하지 못하도록 저해한다.

(나의 생각)
작은 수 가운데 높은 퍼센트의 이익은 큰 수 가운데 낮은 퍼센트의 이익에 절대로 미치지 못한다.
찰스 P. 킨들버거, 경제 강대국 흥망사 1500-1990 233쪽



독점은 절약의 미풍을 파괴한다 754

높은 이윤율은 상인의 속성상 매우 자연적인 절약의 미풍을 파괴한다. 이윤이 많을 때에는 절약이라는 미덕은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되고, 사치가 상인의 부유한 처지에 어울리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거대한 사업자본의 소유자는 그 나라 산업 전체의 지도자·지휘자이므로 그들의 생활태도는 다른 어떤 계급의 사람들의 행동보다 국민 전체의 생활태도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카디스와 리스본 755

카디스와 리스본 상인의 엄청난 이윤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자본을 증가시켰는가? 그들의 과대한 이윤은 양국의 빈곤을 완화하고, 양국의 산업을 촉진시켰는가? 이 두 무역도시에서 상인들의 낭비풍조는 너무 지나쳐서 그 막대한 이윤으로도 그 나라의 총자본을 증대시키기는 커녕 그 이윤을 가져다 주었던 자본을 유지하기조차 벅찰 정도였다.


얼마나 쉽게 벌 수 있는가에 따라 755

속담에도 "쉽게 들어온 돈은 쉽게 나간다(Light come light go)"는 말이 있다. 보통의 소비풍조는 어디서나 소비할 수 있는 진정한 능력에 따라 정해지기보다는 소비할 돈을 얼마나 쉽게 벌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다.


자발적 포기 759

어떤 나라도 자국의 식민지에 대한 지배권을 자발적으로 포기한 예가 없다. 이것을 포기하는 것이 종종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지만, 항상 그 나라의 위신을 손상시키고 동시에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배층의 사적인 이익에 반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을 포기함으로써 그들은 존경과 이익이 따르는 다수의 지위·관직을 마음대로 처분할 권리를 잃게 되고, 부와 명예을 얻을 다수의 좋은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처분권과 좋은 기회는 아무리 부끄럽고 국민 대중에게 가장 이익을 주지 않는 속령이라도 그것을 영유하기만 하면 거의 틀림없이 얻게 되는 이권이다.


당파적 행동과 야심적인 행동 765

사람들이 공공업무의 관리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주된 이유는 그 참여가 자신들을 중요한 인물로 만들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통치의 모든 제도의 안정성과 지속성은 그 나라의 지도자들[세습 귀족들]의 대부분이 자신들 각자의 중요한 지위를 유지하고 방위할 수 있는 권력에 의존한다. 이들 지도적인 인물들이 벌이는 피차간의 중요한 지위에 대한 공격과 자신의 중요한 지위에 대한 방어가 국내의 모든 당파적 행동과 야심적인 행동을 구성한다.


자명한 명제 814

소비야말로 모든 생산활동의 유일한 목표이자 목적이며, 생산자의 이익은 소비자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데 필요한 한에서만 고려되어야 한다. 이런 명제는 더없이 자명한 것으로서, 이를 증명하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중상주의에서는 소비자의 이익이 거의 언제나 생산자의 이익에 희생되고 잇으며, 중상주의는 소비가 아니라 생산을 모든 상공업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목적으로 삼고 있는 듯이 보인다.


중농주의 학설 837

토지에서 일하는 노동만이 유일하게 생산적인 노동이라고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주장은 아마도 너무 편협하고 제한적이긴 하지만, 국부가 화폐라는 소비할 수 없는 귀금속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노동에 의해 해마다 재생산되는 소비 가능한 재화들로 구성된다고 이해하는 점에서, 그리고 완전한 자유는 이런 매년의 재생산을 가능한 한 최대로 하기 위한 유일하게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이해하는 점에서, 이 학설은 모든 점에서 정당하며 또한 폭넓고 관대하다고 생각한다.


자연적 자유 847

특정 산업부문에 대해 특별한 장려책을 사용함으로써 [이런 장려책이 없었을 경우 이 부문에 자연적으로 투하되었을 것보다] 더욱 많은 양의 자본을 의도적으로 이 부문에 끌어들이려 하거나, 특정 산업부문에 대해 특정한 제한정책을 사용함으로써 [이런 제한정책이 없었을 경우 이 부문에 투하되었을] 일정량의 자본을 의도적으로 이 부문으로부터 끌어내려는 어떤 학설도 실제로는 그것이 의도하는 큰 목적을 파괴하게 된다. 그것은 참된 풍요·번영을 향한 그 사회의 진보를 촉진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저지하며, 또한 사회의 토지·노동의 연간 생산물의 진정한 가치를 증대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감소시킬 뿐이다.

그러므로 특혜를 주거나 제한을 가하는 모든 제도가 완전히 철폐되면 분명하고 단순한 자연적 자유의 제도가 스스로 확립된다.


국왕의 세 가지 의무 848

자연적 자유의 제도하에서는 국왕은 오직 세 가지의 의무에 유의해야 하는데, 이 세 가지 의무는 물론 매우 중요하지만 명백해서 보통의 이해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파악할 수 있다. 세 가지 의무란, 첫째 사회를 다른 독립사회의 폭력·침략으로부터 보호하는 의무, 둘째 사회의 각 구성원을 다른 구성원의 불의·억압으로부터 가능한 한 보호하는 의무, 또는 엄정한 사법행정을 확립하는 의무, 셋째 일정한 공공사업·공공시설을 건설·유지하는 의무이다.

(나의 생각)
두번째 의무와 MB를 대비해 보면 참으로 가슴이 답답하여 '불통'이라는 단어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큰 부자와 500명의 가난한 사람 876

부자의 탐욕·야심, 그리고 빈민이 노동을 싫어하고 눈앞의 안일과 향락을 좋아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재산을 침해하게 하는 감정이며, 또한 끊임없이 작용하고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감정이다. 큰 재산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큰 불평등이 존재한다. 한 사람의 큰 부자에 대하여 적어도 500명의 가난한 사람이 있으며, 소수의 풍요로움은 다수의 빈곤을 전제로 한다. 부자의 풍요는 가난한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하는데, 빈민들은 빈곤에 내몰리고 질투심에 의한 부추김을 받아 부자의 재산을 침해하려고 한다. 수년에 걸친 노동에 의해, 또는 수세대에 걸친 노동에 의해 획득한 귀중한 재산의 소유자가 하룻밤이라도 안전하게 잘 수 있는 것은 공권력의 보호 아래에서만 가능하다. 그는 언제나 알 수 없는 적들[그는 그 적들을 먼저 화나게 한 적이 없으면서도 결코 그들을 달랠 수 없다]에 둘려싸여 있다.

그는 그 적들의 침범에 대해 단지 공권력에 의해서만 보호를 받을 수 있는데, 이 공권력의 강력한 팔은 그런 악행을 징벌할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 따라서 귀중하고 방대한 재산을 획득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확고한 민간에 대한 통치의 확립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런 재산이 없거나 재산이 있더라도 겨우 2∼3일 노동의 가치를 넘지 않는 곳에서는 민간에 대한 통치는 별로 필요가 없다.


자연스럽게 복종을 야기하는 원인 877

자연스럽게 복종을 야기하는 원인 또는 사정들[즉, 어떤 공공제도가 생겨나기 이전에 일부 사람들을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우월하게 만드는 원인 또는 사정들]은 다음의 네 가지인 것처럼 보인다.

첫 번째 원인은 개인적 자질[즉, 육체적으로는 체력·아름다움·민첩이고, 정신적으로는 지혜·덕성·신중·정의·인내·중용이다]의 우월함이다. 육체적인 자질은 정신적인 자질을 동반하지 않는 한 어느 시대의 사회에서도 아무런 권위를 얻지 못한다. 단순한 육체적인 힘에 의해 두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따르도록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로 매우 강한 사람이다. 정신적인 자질이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큰 권위를 얻을 수 있다.

두 번째 원인은 나이에서의 우월함이다. 노망한 것이 아닌가 의심받을 정도로 나이가 들지 않은 이상, 동일한 신분·재산·능력의 젊은이보다는 나이가 많은 사람이 어디서나 더욱 존중받는다. 북아메리카 원주민들과 같은 수렵민족들에서는 나이야말로 신분과 서열을 좌우하는 유일한 근거다.

형제자매들 사이에서는 최연장자가 제일 높은 서열을 차지하며, 또한 아버지의 신분을 물려받을 때도, 예컨대 영예로운 칭호와 같이 분할될 수 없고 한 사람만이 전부를 가져야 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최연장자에게 돌아간다. 나이는 아무런 논란의 여지도 남기지 않는 명백하고 뚜렷한 기준이다.

세 번째 원인은 재산에서의 우월함이다. 부의 권위는 [사회의 어떤 시대에서도 대단하지만] 아마도 상당한 재산의 불평등을 용인하는 가장 미개한 사회에서 가장 크다. (중략) 부유한 문명사회에서는 이보다 더욱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10여명의 사람들을 지배할 수가 없다. 비록 그의 소유지의 생산량이 1,000명 이상의 사람들을 부양하기에 충분하고 또한 실제로 그들을 부양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그로부터 받는 것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고 있으며, 또한 그는 등가물과의 교환이 아니면 아무것도 남에게 주지 않기 때문에, 전적으로 그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그의 권위는 몇 사람의 하인에게만 미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산의 권위는 부유한 문명사회에서조차 매우 대단하다. 재산의 권위가 연령의 권위 또는 개인적 자질의 권위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은 상당한 재산의 불평등을 용인하는 모든 시대의 사회에서 끊임없는 불만요소가 되었다.

네 번째 원인은 출신의 우월함이다. 출신이 우월하다는 것은 그 사람의 집안이 옛날부터 재산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안이 오래되었다는 것은 부가 오래 되었다는 것, 또는 통상적으로 부에서 기인하거나 부에 뒤따르는 영화가 오래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갑작스러운 영화는 오래된 영화보다 낮게 평가된다. 왕위 찬탈자를 미워하고 옛 왕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전자에 대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갖는 경멸과 후자에 대한 숭배에 크게 기인한다. 장교는 자신이 언제나 지휘를 받던 상관에게는 기꺼이 복종하지만, 자기의 부하가 자기의 상관이 되는 것은 도저히 참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자기의 선조가 언제나 복종해 왔던 집안에 대해서는 쉽사리 복종하지만, 자신들이 단 한 번도 우월성을 인정하지 않았던 집안이 자신들을 지배하려고 하면 분기탱천하게 된다.


자연스런 담합 908

모든 무역에서 기존의 오래된 무역상들은 [비록 동업조합을 구성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담합해서 이윤을 올리는데, 이 이윤은 투기적인 모험사업가들의 간헐적인 경쟁에 의하지 않고서는 적정 수준까지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


주식회사의 설립 930

주식회사의 설립이 완전히 합리적이려면 업무가 엄격한 규칙과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정 이외에 두 가지 추가적인 사정이 필요하다. 첫째로, 그 사업이 보통 다른 사업보다 더 크고 사회에 더 큰 이익을 준다는 점과, 둘째로, 합명회사가 쉽게 모집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는 점이 명백하게 드러나야 한다.


노력은 항상 그 필요성에 비례한다 933

어떤 직업에서도 그 직업을 수행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노력은 그 노력을 해야 할 필요성에 항상 비례한다. 이 필요성이 가장 큰 것은 자기 직업에서 받는 보수가 그들이 획득하기를 기대하는 재산 또는 일반수입이나 생활수단의 유일한 원천인 사람들의 경우이다. (중략) 어떤 특정 직업에서의 성공으로 달성할 수 있는 위대한 목표는 물론 특별한 의지(spirit)와 야심(ambition)을 가진 소수 사람들로 하여금 열심히 노력하도록 분발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최대의 노력을 끌어내는 데 반드시 위대한 목표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비천한 직업에서도 경쟁과 대항의식이 남보다 성적이 뛰어나는 것을 야심의 목표로 하여 최대의 노력을 경주하도록 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에 반해, 목적이 위대하긴 하나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별로 절실하지 않은 경우에는 크게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나의 생각)
월급쟁이로서 일해본 경험과 월급쟁이를 채용하려는 사람의 생각에 비춰봐도 매우 현실적이고 타당한 얘기같다.


도덕철학 946

고대 도덕철학에서는, 덕의 완성은 덕을 소유한 사람에게 현세에서 가장 완전한 행복을 필연적으로 가져다 준다고 했다. 그러나 근대 도덕철학에서는 종종 덕의 완성은 일반적으로, 또는 거의 항상, 현세의 어떤 행복과도 관련이 없다고 했으며, 천국은 인간의 포용력있고 관대하며 활기찬 행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참회와 금욕, 수도승과 같은 내핍과 신에 대한 맹종에 의해서만 획득될 수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불구·기형 964

신체의 가장 필요불가결한 부분 중 하나를 박탈당하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된 사람이 육체적으로 불구·기형인 것과 마찬가지로, 겁쟁이는 정신적으로 불구·기형인 것이다. 이들 둘 중 후자가 더욱 비참하고 불쌍하다. 왜냐하면 마음에 달려 있는 행복·불행은 필연적으로 육체보다는 정신의 건강·불건강, 불구·정상상태에 더욱 의존하기 때문이다.

가장 사악한 통치수단 980

모든 경우 공포심을 느끼게 만드는 것은 가장 사악한 통치수단이며, 조금이라도 독립을 요구하는 계층의 사람에게는 결코 행사해서는 안되는 수단이다. 그들에게 공포심을 느끼게 하려는 시도는 오로지 그들의 불쾌한 심기를 자극하고 [좀 더 관대하게 대우한다면 아마 쉽게 억제하거나 그만두게 할 수도 있을] 그들의 반항심을 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뿐이다. (중략) 모든 시대의 경험을 살펴보면, 강제와 폭력을 국교의 존경받는 성직자들에게 행사하는 것은 다른 어떤 계층의 사람들에게 행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치명적이어서 그것을 행사하는 측을 완전히 파멸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 자신이 소속해 있는 집단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성직자의 권리·특권·개인적 자유는 가장 전제적인 정부에서조차도 거의 동등한 지위·재산을 가진 다른 사람들의 그것보다 훨씬 더 존경받는다.

(나의 생각)
최근 사회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는데, 특히 종교계의 시국선언에 대한 MB정부의 어리석고 졸렬한 대응이 자칫 '위험하고 치명적'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측면에서 아담 스미스의 경고는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입력일 2009. 6.17, 촛불시위가 한창 달아오르던 무렵)



조세 일반에 관한 네 가지 원칙 1017

Ⅰ. 한 국가의 국민이라면 마땅히 가능한 한 각자의 능력에 비례하여[즉, 국가의 보호 하에 각자가 획득하는 수입의 크기에 비례하여] 정부를 유지하기 위한 기여를 해야 한다.
Ⅱ. 각 개인이 납부해야 하는 조세는 반드시 확정적이어야 하고 자의적이어서는 안 된다.
Ⅲ. 조세는 납세자가 지불하기에 가장 편리한 시간에, 가장 편리한 방법으로 징수되어야 한다.
Ⅳ. 모든 조세는 국민의 주머니로부터 끄집어 내는 금액, 또는 국민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금액이, 국고에 들어가는 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이 가능한 한 작게 되도록 고안되어야 한다.


모든 제도는...... 1022

제국(empire)은 다른 모든 인간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소멸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입증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제국은 영원히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므로 [제국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영속시키고자 하는] 모든 제도는 일정한 사정 하에서뿐 아니라 어떤 사정 하에서도 편리한 것이어야 한다. 즉, 모든 제도는 과도적·일시적·우연적인 사정에 적합해서는 안 되며 필연적인 사정에 적합해야 하며, 따라서 항상 동일해야 한다.


자본의 수입 1047

이윤 중 후자(이자를 지불한 뒤의 영여분)는 분명히 직접적으로 과세할 수 없는 대상이다. 이 부분은 자본의 사용에 따른 위험·고통에 대한 보상이며, 대부분의 경우 매우 적절한 보상에 불과하다. 자본의 사용자는 이 보상을 받아야 한다.

<역자주: 마르크스는 자본의 소유와 자본의 기능이 분리할 때 자본 소유의 대가가 이자로 생각되고 자본 기능의 대가가 기업가 이득으로 생각되는 잘못된 관념이 발생하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사실은 노동자의 잉여노동을 자본소유자와 기능 자본가가 분할하여 가지는 형태가 이자와 기업가 이득이라고 했다. 자본론 제3권 제23장 (이자와 기업가 이득)을 참조하라>


두 가지 사정 1049

화폐의 이자를 토지의 지대보다 훨씬 덜 적합한 직접적 과세대상으로 만드는 두가지 사정이 있다.

첫째, 각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의 수량과 가치는 결코 비밀이 될 수 없으며 항상 아주 정확하게 확정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소유하고 있는 자본 총액은 거의 항상 비밀에 가까우며 어느 정도 정확하게 확정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자본 총액은 거의 끊임없이 변동하기 쉽다. 자본 총액이 다소 증감하지 않는 기간은, 1년은 거의 없고, 한 달도 자주 없으며, 때때로 하루도 거의 없다.

둘째, 토지는 움직일 수 없는 물건이지만, 자본은 쉽게 움직일 수 있다. 토지 소유자는 반드시 자기의 소유지가 있는 특정국의 시민이다. 그러나 자본 소유자는 세계의 시민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며, 그는 반드시 어느 특정국에 속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려고 골치 아픈 세무조사를 하는 나라를 쉽게 떠나며, 자기의 사업을 더 쉽게 할 수 있거나 자기의 재산을 더 안락하게 즐길 수 있는 다른 나라로 자기의 자본을 이동시킬 것이다.


소비세의 연원 1079

수입에 비례하여 인두세를 과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정 때문에 소비품에 대한 과세가 고안되었던 것 같다. 국가는 국민들의 수입에 직접적으로 그리고 비례적으로 과세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국민들의 지출은 대부분의 경우 거의 수입에 비례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국민들의 지출에 대해 과세함으로써 그 수입에 간접적으로 과세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들의 지출에 대해 과세하는 방법은 곧 지출의 대상인 소비품에 과세하는 것이다.


귀착 1103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가면 그 조세의 최종적 부담은 중·상류층에 귀착한다. 노동수요가 감소하면 토지·노동의 연간생산물 [즉, 모든 조세를 최종적으로 지불하는 재원]이 감소하게 된다. 이런 종류의 조세가 노동수요를 얼마나 줄이더라도, 그것은 그 줄어든 상태에서 가능했을 수준 이상으로 임금을 인상시킨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임금인상분에 대한 최종적인 지불은 중·상류층의 부담이 된다.


주된 관심사 1142

국정에 직접 관계하는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는 당장의 위급 상황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들은 미래의 국가수입을 채무로부터 해방시키는 일은 후손들의 문제로 남겨둔다.


공채는 일종의 추가적 자본이라는 견해는 전혀 잘못된 것 1155

최초의 채권자가 정부에 빌려주는 자본은 빌려주는 그 순간부터 연간생산물의 일부를 자본으로서 기능하던 것에서 수입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전환시키며, 생산적 노동자를 고용하던 것에서 비생산적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으로 전환시키며, 미래의 어떤 재생산에 대한 희망도 없이 매년 소비되고 낭비될 뿐이라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위장된 상환 1162

국채가 일단 누적되어 일정한 정도에 달했을 때, 그것들이 공정하게 그리고 완전히 상환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만약 공공수입이 채무부담으로부터 해방된 적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항상 파산에 의해서였다. 때로는 공공연한 파산에 의해, 또는 흔히 겉모습은 상환의 형식을 취하기는 하지만 사실은 진정한 파산에 의해서였다.

화폐의 명목가치를 인상하는 방법은 실질적인 국가 파산을 겉으로는 마치 상환하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사용되는 가장 상투적인 수단이었다. (중략)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가의 채권자들은 대부분이 부유한 사람들이고 나머지 시민들에 대하여 채무자이기 보다는 채권자이다. 그러므로 이런 종류의 위장된 상환은 대부분의 경우 국가의 채권자들의 손실을 경감시키지 않고 증대시키며, 국가에 대해 어떤 이익도 주지 않은 채 상당수의 무고한 사람들에까지 그 재난을 확산시킨다.


확실히 매우 졸렬한 방법 1164

이런 위장된 상환방식은 또한 민간의 재산에 대해 보편적이고 가장 해로운 파멸을 초래한다. 즉, 이것은 대부분의 경우 부지런하고 절약하는 채권자들을 희생시켜서 게으르고 방탕한 채무자들을 부유하게 하며, 국가 자본의 대부분을 그것을 증진시키고 개선할 사람들의 수중에서 그것을 소진하고 파괴할 사람들의 수중으로 옮긴다. 국가가 파산을 선언할 수 밖에 없게 되었을 때에는, 개인이 파산선언을 하게 되었을 때와 같은 방법으로, 공정하고, 공개적이고, 공공연하게 하는 것이 언제나 채무자에게도 가장 덜 불명예가 되고 채권자에게도 가장 피해가 적은 방법이다. 사실상의 파산으로 겪을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 이와 같은 종류의 기만적 수법(매우 쉽게 간파되고 동시에 지극히 해로운 수법)을 이용하는 것은 국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는 확실히 매우 졸렬한 방법이다.


로마의 화폐가치 인하 조치 1164

제2차 포에니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아스(As)는 그 가치가 더욱 떨어져서 먼저는 동을 2온스 포함하던 것에서 1온스 포함하는 것으로, 그 뒤에는 동1온스에서 1/2온스를 포함하는 것으로까지 떨어졌다[즉, 포에니 전쟁 이전에 12온스 포함하던 것에서 1/2온스 포함하는 것으로 줄어들었으니, 그 최초 가치의 1/24로 감소한 것이다]. 로마가 실시한 이런 세 차례의 화폐가치 인하 조치를 만약 (영국이) 한꺼번에 취한다면, 영국의 채무 1억 2,800만 파운드는 한꺼번에 5,333,333파운드 6실링 8펜스로 줄어들 것이고, 영국 정부의 막대한 부채도 금방 상환될 수 있을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 조중재,「악마와의 계약」(2008.11.26) 中에서 부분적으로 발췌
(2007년 이후 급속하게 진행된 세계적 금융위기와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에 관한 보고서)

그린스펀 의장은 2006년 마에스트로라는 영예로운 칭호와 함께 갈채를 받으며 퇴임하고 디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전략가 역할을 했던 버냉키 이사가 연준리 의장에 취임했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경기회복보다 값진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이라는 실전경험과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에 필요한 전략지침서'라는 매뉴얼이 들려있었다. 그리고 이 매뉴얼은 'Monetary Policy Alternatives at the Zero Bound:an Empirical Assessment'라는 제목으로 문서화되었다.

이제 'Great Moderation'이라 명명된 80년대 이후 미국의 성장을 살펴보자. 실제로 이 시기 미국의 안정된 경제성장은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1982∼2007년의 경기 확장기는 평균 95개월로 1854∼1929년간의 26.6개월의 3.6베에 달하는 반면 경기 수축기는 전자가 8개월, 후자가 21.5개월로 1/3로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다. 지난 47년 이후 10년 단위로 GDP성장률의 변동성과 물가상승률을 비교해보면 80년대 이전에는 성장을 위해 물가를 희생했던 고통스런 성장이었던데 반해 81년 이후의 성장은 GDP성장률의 변동성이 뚝 떨어진 견조한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물가마저 떨어지고 있어 Goldilocks라는 표현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FRB의 대응:무기고를 열어라

문제는 이렇게 금리를 인하하다보면 결국 금리가 더 이상 인하할 수 없는 레벨로 떨어져 버리게 된다는데 있다. 과거 일본의 경우 제로금리를 선포하기 직전 0.15%까지 정책금리가 인하되기도 했지만 MMF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MMF의 30∼40bp에 달하는 수수료를 감안할 때 정책금리의 하한을 0.5%∼0.75%로 보고 있다. 최근 일본 역시 금리 인하가 20bps에 그쳤던 이유도 금리가 그 이하로 떨어질 경우 MMF가 작동을 멈추며 단기자금시장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02년 버냉키 당시 연준 이사는 이에 대해 비유를 통해 간단한 해법을 제시했다. 즉 정책금리가 제로금리 부근까지 떨어졌을 경우 정책수단을 금리에서 통화량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현재 온스당 금 가격은 대략 $300 내외이다. 갑자기 어떤 연금술사가 거의 비용없이 무한정 금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가정하자. 게다가 그의 이러한 발견이 널리 알려지고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후에 며칠 안에 대량생산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치자. 금 값에 어떤 일이 생길까. 아마도 염가의 금이 장차 무제한 쏟아질 것이라는 가능성에 금 값은 폭락하고 말 것이다. (중략) 이게 통화정책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금처럼 미국의 달러도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가정하에서만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미 정부는 화폐윤전기라는 기술을 갖고 있어 거의 비용 없이 무제한 달러를 생산할 수 있다. 시중 유통화폐를 증가시킴으로서 혹은 그러겠다고 위협함으로써 미 정부는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화폐의 가치를 낮출 수 있다"

정책수단이 통화량으로 옮겨갈 경우 금리의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무한한 자금공급이 가능해진다. 바로 발권력의 동원이다. 실제로 일본은 99년부터 양적 통화팽창을 사용한 바 있다. 미국은 지난 2차 TARP 법안 통과시 지준에 대한 이자지급을 승인받음으로써 이미 금리가 1%에서도 양적 통화팽창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뉴욕연준은 지난 9월 "Divorcing Money from Monetary Policy"라는 글을 통해 이것이 정책 방향임을 시사했으며 Kohn 부의장은 지난 주 이를 공식적으로 시인했다.

현재 미 경제는 대공황 이후 직면해 본 적이 없는 커다란 위험에 처해있다. 그러나 동시에 연방은행은 어떤 중앙은행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강력한 통화팽창정책을 펼쳐가고 있다. 조심스럽게 연방은행의 승리를 점치지만 이 승리는 곧 기존의 부채 성장경로를 다시 한 번 이어가는 과거의 연장일 따름이고 또 한 번의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통한 부채의 녹여버림, 어쩌면 바로 그것이 연방은행이 노리고 있는 위험한 목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 불러들인 괴물은 처치하려는 망령보다 더 흉악할 수 있다.


(나의 생각)
핼리콥터에서 대량의 달러를 뿌려댄다고 해서 '핼리콥터 버냉키'라 불리는 미국 연준리 의장은 최근까지도 그 자신의 별명에 걸맞는 결정을 계속해 오고 있다. 위의 보고서에 등장하는 '부채의 녹여버림'이라는 말이 결국 핵심인 것 같다. 어찌되었건 '달러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피하기 어려운 수순이 될 것 같다.


아메리카 사람들 1177

아메리카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들이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자본을 토지의 개량에 투자하여 이윤을 얻을 수 있었으므로, 금은과 같이 비용이 많이 드는 상업수단에 대한 지출을 가능한 한 절약하고, 그들의 잉여생산물 중에서 귀금속을 구입하는 데 필요한 부분을 그들의 생산도구, 의복의 원료, 각종 가정용 가구, 그리고 [자신들의 주택 건축과 농장의 개간과 경작 확대에 필요한] 철제품, 즉 죽은 자본이 아니라 활동적이고 생산적인 자본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욱 유리했다.


억누르는 사람의 불손함과 억눌리는 사람의 증오·분노를 자극하는 것 1183

아일랜드의 귀족들은 스코틀랜드의 귀족들과는 달리 출신·부의 자연적이고 존중할 만한 차이에 의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불쾌한 차이[즉, 종교적·정치적 편견의 차이]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이런 차이는 무엇보다도 억누르는 사람의 불손함과 억눌리는 사람의 증오·분노를 자극하며, 다른 나라 국민들과의 사이에서보다 같은 나라 국민들끼리 서로 더욱 적대적이게 만든다. 영국과 연방을 이루지 못한다면, 아일랜드 주민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자신들을 같은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느끼지 못할 것이다.

(나의 생각)
아담 스미스의 지적은 마치 MB정부의 '억누름'을 설명하는 것처럼 꼭 닮았다.



화려하고 눈부신 장식품 1186

과세 수입에서도 군사력에서도 제국의 유지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 나라들을 제국의 한 지방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그들은 아마도 제국의 부속물, 즉 제국이 가진 일종의 화려하고 눈부신 장식품으로 간주될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제국이 더 이상 이런 장식물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지출을 감당할 수 없다면, 그들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지출에 비례하여 수입을 올릴 수 없다면, 적어도 그 지출을 수입에 맞춰야 한다. 식민지들이 영국에 대한 납세를 거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여전히 대영제국의 지방으로 간주한다면, 장래의 전쟁에서 그들을 방위하는 데 드는 비용은 이전의 어떤 전쟁때의 비용만큼이나 클 것이다.


제국 건설계획 혹은 금광 채굴계획 1186

영국의 통치자들은 과거 1세기 이래 대중들로 하여금 대서양 서쪽에 하나의 거대한 제국을 갖고 있다는 상상을 하게 함으로써 그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 제국은 지금까지 다만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다. 그것은 이제까지 제국이 아니라 제국 건설계획에 불과했으며, 금광이 아니라 금광 채굴계획에 불과했다, 그 계획에는 이미 거액의 비용이 들었고, 지금도 계속 들어가고 있으며, 또한 만약 그것을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 추진한다면, 앞으로도 어떤 이윤도 가져오지 않으면서 거액의 비용만 들어갈 것 같다. 왜냐하면, 이미 지적한 것처럼, 식민지 무역의 독점의 결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윤이 아니라 단지 손실만 주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통치차들이 국민들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도 빠져 있었던 황금빛 꿈을 실현하거나, 아니면 그들 자신이 먼저 이런 꿈에서 깨어나고, 그리고는 국민들을 이런 꿈에서 깨우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제국 건설 계획을 완성할 수 없다면, 마땅히 그것을 포기해야 한다.


자신의 평범한 실제 사정에 맞추도록 노력해야 할 때 1186

대영제국의 모든 지방들로 하여금 제국 전체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도록 할 수 없다면, 지금이야말로 대영제국은, 전시에는 이 지방들을 방위하고 평화시에는 그들의 민간용·군사용 제도들을 유지하기 위해 져 왔던 비용부담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그리고 자신의 미래 비전과 계획을 자신의 평범한 실제 사정에 맞추도록 노력해야 할 때이다.

(나의 생각)
결론은 '능력 범위내'인가? 강대국의 흥망의 저자 폴 케네디 교수가 아담 스미스의 이같은 주장을 적극 수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찌되었건 매우 방대한 내용의 '국부론'의 끝맺음 부분이 이처럼 '만고불변의 지극히 평범한 진리'로 마무리되는 걸 보면, 한편으로는 지극히 당연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담 스미스의 예리한 통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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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9-23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동안 못본 오렌님 페이퍼 쭉 봤는데 이렇게 정성 가득한 가치있는 글을 그냥 쉽게 봐선 예의가 아니라
별짐해놓고(저번에 별찜 물어보셨던데 아셨나요? 글제목왼쪽에 별아이콘 있죠? 그거 누르면 노랗게 채워지며 글에 대하 즐겨찾기가 됩니다 브리핑 메뉴에 별찜만 모아보기에서 확인가능) 천천히 봐나가려 합니다.
항상 리뷰에 감탄하고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서재 이벤트 1등은 오렌님이실것 같은데 추석이라 그런가 아직 발표가 안났네요.

추석 잘 보내셨길 바랍니다.^^

oren 2010-09-24 13:13   좋아요 0 | URL
별찜이란게 있었군요.
루체오페르님 덕분에 좋은 기능을 알게 되었네요.

서재 이벤트에는 참가한 것만으로도 즐거웠는데,
루체오페르님을 비롯해서 많은 분들께서 성원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09-24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도,
이런저런 핑계로 아직입니다. 역시 꼭 한번 읽어야겠다고 재다짐합니다.

oren 2010-09-24 13:21   좋아요 0 | URL
국부론은 저자의 명성 만큼이나 뛰어난 고전이지만 분량이 만만치 않고,
또 경제학적 사전지식이 갖춰져야 읽을 수 있는게 아닌가 하는 선입견 때문에,
누구나 부담없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은 책이라고도 여겨집니다.

방대한 분량을 다 접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라도,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발췌해서 요약 정리한 노트'가 필요하다 싶어,
밑줄 친 내용에다가 중간 중간에 제 생각을 조금 덧붙여 정리해 봤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09-25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여기저기서 하도 언급이 되어 머리를 쥐어뜯으며 읽었었습니다.
이 페이퍼를 조금만 일찍 쓰셨어도,
그래서 제가 조금만 일찍 봤어도...
제 머리카락이 지금보단 한결 풍성했었을텐데 말입니다.

oren 2010-09-25 20:39   좋아요 0 | URL
아...그러셨군요.
나무꾼님 말씀을 듣고보니 무척이나 안타깝게도 생각되네요.
저는 나무꾼님과는 달리,
딱딱해져 있던 제 머리가 이 책을 읽고나서 조금은 말랑말랑해진 기분이 들던데요.

경제학 연구 2018-04-21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국부론을 김수행 본으로 읽지 않고 최임환 본(을유문화사)으로 읽었습니다. 번역이 무난하고 한자도 많아서 이해가 좋았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힘들겠지만 모름지기 김수행 본 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보기 힘들다면 최호진,정해동 본(범우사)으로 보셔도 됩니다. 이 분들도 유명한 분들이고 제가 틈틈히 참고 했는데 좋다고 생각합니다. 유인호 본(동서문화사)은 단락이 나누어 지지 않았어나 다른 본과 무차별하며 oren님의 지적을 극복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국부론 -상 - 경제학고전선 애덤 스미스, 개역판 국부론 시리즈
아담 스미스 지음, 김수행 옮김 / 비봉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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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론>에는 엄청난 분량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종교적.국가별 역사에 대한 상식들이 꽉 차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과 교양을 넓히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가 이 책을 읽는 것이 될 수 있다. 역자는 이 점을 고려하여 경제학 관련 항목 이외의 항목을 '색인'에 많이 집어넣었다.

스미스가 제기하고 대답한 매우 흥미로운 질문들의 예를 들어보자. 금은보화를 가장 많이 가졌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왜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었는가? 아메리카의 영국 식민지가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것을 허용하는 것이 좋은가? 독립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영국과 연방을 결성하기 위해서는 영국 정부는 어떤 양보를 해야 할 것인가?

                                                                                                                         - 역자(김수행) 서문 중에서



사회과학분야의 고전 가운데 고전이 바로 애덤 스미스의『국부론』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경제학의 고전'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저 단순한 경제학의 교과서가 아니다.

비록 이 책이 경제학의 체계를 최초로 세우고 또 경제학을 독립된 하나의 사회과학으로 정립되게 만든 것도 사실이지만, 이 책에는 경제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법률, 역사, 교육, 종교, 철학, 국방 등 온갖 다양한 분야의 문제들을 풍성하게 담고 있어서 사회과학 분야의 '종합적 고전'이라 불려야 마땅한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저자인 애덤 스미스는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면서, 당대 최고의 지성으로 존경받은 인물이기도 한데, 그가 글래스고 대학의 총장과 국세청장(혹은 관세청장) 등을 지내면서 쌓은 명성과 활약에 비해 그가 남긴 저술, 특히『국부론』이 후세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은 실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물론이고 소위 '경제학'을 전공한 학자들 가운데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할까 싶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마르크스 경제학의 출발점이 되기도 했기 때문에, 단순히 '경제' 뿐만 아니라 이 책의 출간 이후 200여년 동안 전 인류의 '정치와 경제 체제'에 영향을 끼치지 않은 데가 없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자유시장 중심의 경제이론을 무척이나 강조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의 방대하고 폭넓은 분야를 넘나드는 드넓은 통찰과 사고에 비춰보면, 애덤 스미스가 이 책에서 마치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단순하게(?) 주장한 것처럼 알려지고 있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국부론이 세상에 나온 1776년 이후, 지구촌 경제는 애덤 스미스의 이론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는 엄청난 급변동을 거쳐 왔다. 수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1929년의 경제대공황 이후 그처럼 엄청난 경제대공황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비교적 최근에 발생했던 1997년의 아시아 경제위기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2008년의 전세계적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는 또다시 새로운 경제해법을 찾느라 아직까지도 골몰하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그 와중에 또다시 '애덤 스미스'가 쓴 이 책에서 좋은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볼려는 시도조차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가 주장한 이론들이 과연 복잡다단한 현대 경제 상황에 얼마만큼 들어맞는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어찌되었건 간에 이데올로기가 퇴색한 이후 날이 갈수록 경제가 점점 더 우리의 삶과 환경을 지배하게 된 지금, 애덤 스미스의 온갖 영역을 가리지 않고 넘나드는 드넓은 사고와 뛰어난 통찰을 이 책을 통해 접해 봄으로써, 오늘날의 경제 분야 뿐만 아니라 넓게는 정치 체제에 이르기까지 온갖 다양한 분야의 현상과 문제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이 방대한 책을 읽고 나름대로 읽을만한 리뷰를 쓰기에는 너무 벅찬 일인 것 같아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이 책의 내용 가운데 '흥미롭고 실용적인 내용들'을 중심으로 간추려 옮겨 본다.



(이미지를 크게 볼려면 사진 위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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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조차도 19

우리가 매일 식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양조장 주인, 그리고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그들의 고려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자비심에 호소하지 않고 그들의 자애심에 호소하며, 그들에게 우리 자신의 필요를 말하지 않고 그들 자신에게 유리함을 말한다. 거지 이외에는 아무도 전적으로 동포들의 자비심에만 의지해서 살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거지조차도 전적으로 타인의 자비심에 의지하지는 않는다.

(나의 생각)
대학 1학년 1학기 따뜻한 봄날, 강의실에서 경제학원론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이 하시던 말씀 그대로네......



교환 성향 21

유무(有無)를 상통하고, 물물교환하고, 상호교역하려는 성향이 없다면 모든 사람은 자기가 필요로 하는 모든 필수품과 편의품을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모든 사람은 동일한 책임을 이행해야 하고, 동일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재능의 큰 차이를 야기시키는 직업상의 차이는 존재할 수 없다.

상이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재능의 차이를 형성시키는 것이 교환성향인 것처럼, 이 차이를 유용한 것으로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로 이 교환성향이다.


궁극의 진실한 척도 41

변동하는 것은 상품들의 가치이지 상품들을 구매하는 노동의 가치가 아니다. 어느 때나 장소에서도 얻기 어렵거나 또는 얻는 데 많은 노동이 소요되는 물건은 비싸며, 얻기 쉽거나 또는 노동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물건은 싸다. 그러므로 자신의 가치가 결코 변동하지 않는 노동만이 모든 상품들의 가치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측정하고 비교할 수 있는 궁극의 진실한 척도이다. 노동은 상품의 진실가격이고, 화폐는 상품의 명목가격일 뿐이다.


비상한 숙련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노동 60

어떤 종류의 노동이 비상한 숙련과 창의성을 요구한다면, 사람들은 그러한 재능에 대해 존경심을 가질 것이고, 따라서 자연히 그 생산물에 대해 그것의 생산에 소요된 시간 때문에 응당 부여해야 할 것보다 더 큰 가치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재능은 장기간의 실천에 의해서만 획득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생산물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그러한 재능을 획득하는 데 지출된 시간과 노동에 대해 합리적인 보수를 주는 것에 불과할 것이다.

(나의 생각)
ex) 변호사, 의사, 컨설턴트의 보수



독점은 상업상의 비법과 같은 효과 80

개인이나 상사에 부여된 독점은 상업이나 제조업에서의 비법과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다. 독점자들은 시장을 끊임없이 공급부족 상태로 유지하고 유효수요를 결코 완전히 충족시키지 않음으로써 그들의 상품을 자연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판매하며, 그들의 이득을, 그것이 임금이든 이윤이든, 자연율 이상으로 크게 증대시킨다.


가장 결정적인 지표는 주민 수의 증가 92

어느 한 나라의 번영의 가장 결정적인 지표는 주민 수의 증가이다. 영국과 기타 대부분의 유럽 나라에서는 주민이 500년 이내에 두 배로 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북아메리카의 영국 식민지에서는 주민의 수가 20∼25년에 두 배로 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현재 이 증가는 새로운 주민의 끊임없는 유입 때문이 아니라 현지 인구의 대량번식 때문이다. 거기에서는 노인이 될 때까지 사는 사람은 자기 자손을 50∼100명, 때로는 그 이상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한다. 노동의 보수가 매우 높기 때문에 자식이 많은 가정은 부모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라 풍요와 행운의 원천이 된다.


국부 증가의 자연스러운 징조 96

노동의 풍부한 보수는 국부 증가의 필연적인 결과임과 동시에 국부 증가의 자연스러운 징조이다. 다른 한편으로, 노동빈민의 생활물자가 부족한 것은 정체상태의 자연스러운 징조이며, 그들이 기아상태에 있다는 것은 급속한 후퇴의 자연스러운 징조이다.

(나의 생각)
현재의 북한이 떠오른다.


원인과 결과의 혼동 99

한 사람은 부유하고 그 이웃은 가난한 것은 외출할 때 한 사람은 마차를 타고 그 이웃은 걸어다니기 때문이 아니라, 한 사람은 부유하기 때문에 마차를 탈 수 있고 그의 이웃은 가난하기 때문에 걸어다니는 것이다.


크게 어려운 것은 그 조금의 돈을 버는 것이다 121

이윤율이 낮은 거대자본은 이윤율이 높은 소규모 자본보다 일반적으로 빠르게 증가한다. 격언에 의하면, 화폐가 화폐를 만든다(money makes money:돈이 돈을 번다). 돈을 조금이라도 벌었다면 더욱 많이 버는 것은 쉬운 일이다. 크게 어려운 것은 그 조금의 돈을 버는 것이다.

(나의 생각)
주식투자자에게 절실히 필요한 말이다. 그 조금의 돈을 벌지 못해 대부분 큰 돈을 버는 데 실패한다.



명예와 보수 131

모든 명예로운 직업에서 명예는 보수의 큰 부분을 구성한다. 금전상의 수익이라는 점에서는, 모든 것을 고려하더라도, 명예로운 직업은 일반적으로 너무나 적은 보수를 받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밝힐 것이다. 불명예는 그 반대의 효과를 가진다. 푸줏간이란 직업은 잔혹하고 불쾌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부분의 일반 직업보다 수익이 많다. 모든 직업 중 가장 불쾌한 사형집행인의 직업은 수행하는 작업량에 비교하면 어떤 일반 직업보다 많은 보수를 받는다.


허가받은 사냥꾼 131

원시사회 상태에서 사냥과 고기잡이는 인류의 가장 중요한 직업이었으나, 이것들은 진보된 사회 상태에서는 인류의 가장 유쾌한 오락으로 변했고, 과거에는 필요에 의해 종사했던 것을 지금은 오락으로 추구한다. 그러므로 진보된 사회 상태에서는 타인이 오락으로 추구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은 모두 매우 가난하다. 어부는 테오크리투스 시대부터 그러했고, 밀렵자는 영국에서는 매우 가난한 사람이다. 법이 밀렵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허가받은 사냥꾼의 사정도 별로 낫지 않다. 이러한 직업에 대한 타고난 취미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거기에 종사하도록 하기 때문에 그 직업으로 안락하게 살 수가 없으며, 그들의 노동생산물은 그 노동량에 비해 너무 싸므로 그것을 시장으로 가져가서 팔아 봐야 그에게 가장 빈곤한 수준의 생활수단을 제공할 수 있을 뿐이다.


중요한 신임에 상응하는 사회적 지위 137

우리는 자신의 건강을 의사에게 맡기며, 재산 그리고 때로는 생명과 명예를 변호사에게 맡긴다. 이런 신임을 매우 비천하거나 낮은 계층의 사람에게 안전하게 맡길 수 없다. 그러므로 그들에 대한 보수는 이처럼 중요한 신임에 상응하는 사회적 지위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교육에 지출되는 시간이 길고 비용이 크다는 사실은 위와 같은 사정과 결부되어 그들의 노동가격을 필연적으로 훨씬 더 인상시키게 된다.

(나의 생각)
주식투자 등을 통해 재산의 증식과 관리를 맡기는 자산관리자도 마찬가지......



20명이 실패하고 1명이 성공하는 직업 137

당신의 아들을 구두제조공에게 도제로 보내 보라. 그가 구두 만드는 것을 배울 수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에게 법률을 공부하게 하면, 그가 법률상담에 의해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자격을 얻게 될 확률은 기껏해야 20 대 1이다. 완전히 공평한 복권제도에서 상금을 받는 사람은 상금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잃은 돈을 모두 얻게 마련이다. 20명이 실패하고 1명이 성공하는 직업에서는, 이 1명은 실패한 20명이 성공했더라면 얻을 수 있었을 것을 모두 얻어야만 한다. 아마 40세쯤 되어야 자기의 직업에 의해 이득을 보기 시작하는 변호사는 자가 자신의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드는 교육에 대한 보상뿐만 아니라, 교육을 받고서도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할 20명 이상의 사람들의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드는 교육에 대한 보상도 받아야만 한다.

(나의 생각)
자녀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장래 희망이나 직업에 대한 조언을 해줄 경우 '매우 유용한 아이디어'



존경이 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 138

몇 사람만이 중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직업에서 남보다 두드러지게 뛰어나는 것은 이른바 천재 또는 수재의 가장 결정적인 표지(mark)이다. 이러한 뛰어난 능력에 대한 일반인의 존경은 항상 보수의 일부를 이루는데, 존경의 정도가 큰가 작은가에 따라 존경이 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달라진다. 존경은 의사의 직업에서는 보수의 큰 부분을 이루고, 법률가 직업에서는 더욱 큰 부분을 이루며, 시·철학에서는 거의 전부를 이룬다.

(나의 생각)
프로 바둑기사와 프로 골프선수 또한 마찬가지이다.



몸을 파는 행위 139

매우 유쾌하고 아름다운 재능을 가지면 존경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재능을 돈벌이를 위해 발휘한다면, 이성에 의한 판단이건 편견에 의한 판단이건 간에, 몸을 파는 행위로 간주된다. 그러므로 그 재능을 돈벌이를 위해 발휘하는 사람들의 금전상의 보수는 그 재능을 얻는 데 든 시간·노동·비용을 보상할 뿐만 아니라, 그 재능을 생활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얻게 되는 불명예를 보상하는 데 충분해야 한다. 배우·오페라 가수·오페라 댄서 등의 매우 큰 보수는 이러한 두 개의 기준, 즉 재능이 희귀하고 아름다운 것과 그 재능을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 불명예스럽다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가 그들의 인격을 경멸하면서도 그들의 재능에 대해 이렇게 후하게 보상하는 것은 언뜻 생각하면 불합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의 인격을 경멸한다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그들의 재능에 대해 후하게 보상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직업에 대한 일반의 견해 또는 편견이 변한다면, 그들의 금전적인 보수는 곧 감소할 것이다.

(나의 생각)
전적으로 옳은 견해이다. 가끔씩 세상을 온통 시끄럽게 하고 어지럽히는 '몸을 파는' 못난 연예인들이 매우 큰 보수를 받으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의 높은 보수가 '불명예스럽다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오래된 악덕 140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능력에 대해 가지는 지나친 자만심은 모든 시대의 철학자·도덕가들이 지적해 온 오래된 악덕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행운에 대해 품는 황당한 낙관은 별로 주목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아마도 이것이 더 보편적인 것일 수 있다. 상당히 건강하고 원기 좋은 시절에 자신의 행운을 믿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이득의 기회를 과대평가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실의 기회를 과소평가하는데, 상당히 건강하고 원기 좋은 사람치고 손실의 기회를 그 정당한 기대치보다 높게 평가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나의 생각)
'주식투자자들의 실패의 근본 원인 중 하나'



동업자들의 회합 167

동업자들은 오락이나 기분전환을 위해 만나는 경우에도, 그들의 대화는 공중에 반대되는 음모나 가격인상을 위한 모종의 책략으로 끝나지 않을 때가 거의 없다. 이러한 모임을 실제로 집행 가능하거나 자유와 정의에 모순되지 않는 법률로 저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법률이 동업자들의 이따금의 모임을 저지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법률이 그러한 모임을 촉진해서는 안 되며, 더구나 그러한 모임이 필요하도록 만들어서도 안 된다.


가장 큰 개량 192

양호한 도로·운하·운항 가능한 하천은 운송비를 감소시킴으로써 한 나라의 벽지를 도시 인근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모든 개량들 중에서 교통은 가장 큰 개량이다. 그것들은 한 나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딴 지역의 개발을 자극한다. 그것은 도시 인근 지역이 도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독점력을 파괴하므로 도시에도 유리하다. 또한 도시 인근 지역에도 유리하다. 그것은 기존 시장에 약간의 경쟁상품을 도입하기도 하지만, 도시 인근지역의 생산물에 대해 다수의 새로운 시장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독점은 훌륭한 경영의 적이다. 왜냐하면, 훌륭한 경영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방어를 위해 훌륭한 경영을 채택하도록 강요하는 자유롭고 보편적인 경쟁을 통하지 않고서는 결코 확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
아직도 출퇴근 시간마다 '엄청난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현실을 생각하면 (가장 큰 개량을 너무 뒷전으로 미뤄 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끔씩 분통이 터진다.



욕망·기호의 주요 대상 214

토지의 개량·경작으로 한 가족의 노동이 두 가족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 있을 때, 그 사회의 절반의 노동은 사회 전체에게 식량을 공급하는 데 충분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 나머지 반, 또는 적어도 그들 중의 대부분은 다른 물건을 마련하는 일, 다시 말하면 인간의 다른 욕망·기호를 만족시키는 일에 종사할 수 있다. 의복·주거·가구·마차는 이러한 욕망·기호의 주요 대상이라 하겠다.

(나의 생각)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품목은 아파트와 자동차가 아니던가?



음식에 대한 욕구 vs 편의품·장식품에 대한 욕구 214

부자라고 해서 가난한 이웃보다 더 많은 식량을 소비하지는 않는다. 질적으로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그것을 선택하고 마련하는 데 더 많은 노동·기교를 필요로 할 것이지만, 그 양에서는 거의 같다. 그러나 부자의 굉장한 저택과 커다란 옷장을 가난한 사람의 오두막집과 얼마 되지 않는 넝마조각과 비교해 보면, 우리는 그들의 의복·주택·가구 사이에는 질에서와 거의 마찬가지로 양에서도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음식에 대한 욕구는 모든 사람들의 위장의 작은 용량에 의해 한정되어 있자만, 건물·의복·마차·가구라는 편의품·장식품에 대한 욕구는 무한하고 일정한 한계도 없는 것 같다.

따라서 다 소비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식량을 지배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 잉여분을, 또는 같은 뜻이지만 그 잉여분의 가격을, 이러한 다른 종류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것과 흔쾌히 교환하려고 한다. 한정된 욕망을 만족시키고 남는 것은 [만족될 수 없으며 또한 전혀 한계가 없다고 생각되는] 그러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제공된다.

(나의 생각)
부자들의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으뜸가는 기쁨...... 귀금속의 높은 가격의 본원적인 토대 225

대부분의 부자들에게 부가 주는 으뜸가는 기쁨은 그 부의 과시(parade of riches)에 있는데, 그 기쁨은, 그들 생각에, 자기들 외에는 어느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부의 결정적인 표지(mark)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일 때 극치에 달한다. 다시 말하면 그것을 꽤 많이 수집하는 데는 많은 노동을 필요로 하고, 그들 이외에는 아무도 그 노동에 대해 지불할 수 없다는 사실에 의해 크게 제고된다. 그들은 이러한 물건을, 그것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훨씬 더 유용하나 비교적 흔한 물건보다, 더 비싼 값으로 기꺼이 구매하려고 한다. 효용(utility)·아름다움(beauty)·희소성(scarcity)이란 성질은 귀금속의 높은 가격, 즉 귀금속이 어디에서나 다량의 다른 재화와 교환될 수 있는 것의 본원적인 토대이다.

(나의 생각)
매우 중요한 지적이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 228

쿠바와 산토도밍고의 가난한 주민들이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되었을 때, 그들은 머리털과 의복의 여러 부분에 작은 조각의 금을 장식으로 붙이는 습관이 있었다. 그들은 금조각을 우리들이 보통보다 좀 더 아름다운 작은 자갈을 평가하는 정도로밖에 취급하지 않았으며, 그것은 주워둘 만한 값어치는 있는 것이지만, 누군가가 달라고 하면 거절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들은 새로 온 손님이 원하기만 하면 그것을 기꺼이 주었으며, 아주 값진 선물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스페인 사람들이 금을 획득하려고 광분하는 것을 보고 그들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대단히 부족했던 식량을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극히 소량의 번쩍거리는 값싼 물건[금]에 대해 몇 년 동안이나 모든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식량을 서슴지 않고 주려고 하는 나라가 어디엔가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만일 그들이 이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 스페인 사람들의 열광도 그들을 놀라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가지 변동만 있게 된다는 것 229

토지의 부단한 개량과 경작에 따라 식량이 점점 풍부해지면 응용·장식 등에 쓰이는 식량 이외의 토지생산물에 대한 수요가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따라서 전체 개량과정을 통해 이러한 두 종류 생산물의 상대적인 가치에는 한 가지 변동만 있게 된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즉, 어떤 때는 지대를 제공하고 어떤 때는 지대를 제공하지 않는 생산물의 가치는 얼마간의 지대를 항상 제공하는 생산물의 가치에 비해 끊임없이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술과 산업이 진보함에 따라 의복·주택의 재료, 대지에서 얻어지는 유용한 화석·광물, 귀금속·보석은 점차 수요가 많아지고 점점 더 많은 양의 식량과 교환된다. 바꾸어 말하면, 점점 더 비싸지게 되는 것이다.


모든 문명사회를 기본적으로 구성하는 3대 계급 320

한 나라의 토지·노동의 연간생산물 전체, 또는 같은 이야기지만 연간생산물의 총가격은, 이미 고찰한 바와 같이, 세 부분, 즉 토지 지대·노동 임금·자본 이윤으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이것은 상이한 세 계급, 즉 지대로 먹고 사는 사람들, 임금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 이윤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수입을 구성한다. 이 세 계급은 모든 문명사회를 기본적으로 구성하는 3대 계급이다. 그리고 다른 모든 계급의 수입은 궁극적으로는 바로 이 세 계급의 수입으로부터 파생한다.


노동자의 이익 321

임금으로 살아가는 제2계급의 이익도 역시 제1계급의 이익과 같이 사회의 이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노동자의 임금은 이미 서술한 바와 같이 노동수요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때, 즉 고용되는 양이 매년 현저하게 증가할 때 가장 높다. 사회의 진정한 부가 정체될 때에는 노동자의 임금도 가족을 겨우 부양할 수 있는 수준 또는 노동자의 종족을 겨우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인하된다. 사회가 쇠퇴할 때에는 노동자의 임금은 그 이하로 내려간다. 사회가 번영하는 시기에는 노동자계급에 비해 토지 소유자계급이 더 큰 이익을 얻으며, 사회가 쇠퇴하는 시기에는 노동자보다 더 고통받는 계급은 없을 것이다.

노동자의 이익이 사회의 이익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사회의 이익을 파악할 수도 없고, 자신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 사이의 관계를 인식할 수도 없다. 노동자의 생활상태는 그것에 필요한 견문을 넓힐 여유를 주지 않는다. 더욱이 그의 교육·관습은, 그가 비록 충분한 정보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바르게 판단할 수 없게 한다. 그 까닭에 정부의 정책적 논의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는, 다만 노동자의 이러저러한 불평이 그의 고용주에 의해, 노동자의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고용주 스스로의 목적을 위해, 고무·선동·지지되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경청되지 않으며 별로 존중되지도 않는다.


이윤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322

고용주들로 구성된 제3계급은 이윤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계급이다. 한 사회의 유용노동의 대부분을 움직이는 것은 이윤획득을 위해 사용되는 자본이다. 자본 투자자의 의도·계획이 노동의 가장 중요한 모든 작업을 결정·지휘한다. 모든 의도·계획이 지향하는 궁극적 목적은 이윤이다. 이윤율은 지대·임금과 같이 사회의 성쇠와 함께 등락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는 반대로, 이윤율은 부유한 나라에서는 자연히 낮고, 빈곤한 나라에서는 높으며, 가장 빠르게 망해가는 나라에서는 이윤율이 언제나 가장 높다. 그러므로 이 제3계급의 이익과 사회의 일반적 이익 사이의 관련은 다른 두 계급의 경우와는 다르다.

제3계급 중 보통 최대의 자본을 투하하며, 그들의 부로 인해 정부로부터 가장 큰 배려를 받는 층은 상인과 공장주 두 계급 사람들이다. 또한 그들은 일생 동안 여러 가지 계획·목표에 몰두하고 있으므로 대부분의 대지주보다 예리한 이해력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들은 사회의 이익보다도 자신의 특수한 사업상의 이익을 더 많이 고려하므로, 그들의 판단은 가장 공평한 경우에도(그들의 판단이 모든 경우에 공평한 것은 아니다) 사회의 이익보다는 자기 계급의 이익을 더욱 고려하고 있다.

그들이 대지주보다 나은 점은, 그들이 공공의 이익에 더 밝다는 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익에 대해 지주보다 더 밝다는 데 있다. 자신들의 이익에 관한 아주 뛰어난 바로 이 지식에 의거하여, 그들은 종종 지주의 관대함에 호소함으로써, (지주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이 곧 공공의 이익이라는 매우 단순하지만 진지한 신념에서, 지주로 하여금 지주 자신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 모두를 포기하도록 설득했던 것이다.

하지만 어떤 특수한 상업·제조업 분야에서 상인과 제조업자의 이익은 항상 몇몇 측면에서는 공공의 이익과 다르고, 심지어는 상반되기도 한다. 시장을 확대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것은 항상 상인과 제조업자의 이익이 된다.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종종 공공의 이익에 합당할 수 있지만, 경쟁을 제한하는 것은 항상 공공의 이익과 충돌한다. 왜냐하면, 경쟁을 제한하면 상인과 제조업자는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동료시민들에게 불합리한 세금(예:상품의 가격인상)을 부과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상인과 제조업자의 이윤은 자연적인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계급이 제안하는 어떤 새로운 상업적 법률·규제들에 대해서는 항상 큰 경계심을 가지고 주목해야 하며, 그것들을 매우 진지하고 주의 깊게 오랫동안 신중하게 검토한 뒤에 채택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들의 이익이 결코 정확히 공공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 계급, 그리고 사회를 기만하고 심지어 억압하는 것이 그들의 이익이 되며, 따라서 수많은 기회에 사회를 기만하고 억압한 적이 있는 계급으로부터 나온 제안이기 때문이다.


주택에 지출된 재고 341

주택에 지출된 재고는, 만일 주택이 소유자의 주거용이라면, 그 순간부터 자본의 기능을 상실하고 아무런 수입이나 이윤도 낳지 않는다. 주거용 가옥 그 자체는 거주자의 수입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의류·가구가 그에게 유용한 것처럼 주택도 틀림없이 그에게 유용하지만, 그것은 지출의 일부이지 수입의 일부는 아니다. 만일 임차료를 지불하고 주택을 빌린다면, 주택 그 자체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임차인은 노동·자본·토지로부터 얻는 다른 수입에서 임차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므로 주택이 그 소유자에게는 수입을 제공하고 따라서 그에게 자본으로 기능할지라도, 사회 전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수입도 제공하지 않으며, 자본으로도 기능하지 않고, 따라서 주민 전체의 수입은 그것에 의해 조금도 증가하지 않는다.

개인의 것이든 사회의 것이든, 직접적 소비를 위한 모든 재고 중 주택에 지출된 부분이 가장 천천히 소비된다. 의류는 몇 년 사용할 수 있고, 가구는 반 세기 또는 한 세기를 가지만, 잘 건축되어 적절하게 관리되는 주택은 몇 세기 갈 수 있다. 비록 총 소비기간은 훨씬 길지만 주택 역시 의류나 가구와 마찬가지로, 실재로는 직접적 소비를 위한 재고이다.

(나의 생각)
'부자아빠'를 쓴 일본인이 일찍이 '주택은 지출의 일부이지 수입의 일부가 아니라고' 지적했던 내용이 떠오른다.


은행의 현명한 활동들 393

은행의 가장 현명한 활동이 한 나라의 산업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은, 은행이 그 나라의 자본을 증가시키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본의 대부분을 은행이 없었을 때보다 더욱 활동적이고 생산적이게 하기 때문이다. 어떤 상인이 자기의 자본 중 때때로의 지불요구에 응하기 위해 현금으로 보유해야 하는 부분은 그만큼 죽은 자본인 셈이고, 그러한 상태로 남아 있는 한 그 자신에게나 나라에 아무것도 만들어 주지 않는다. 은행의 현명한 활동들은 그로 하여금 이 죽은 자본을 활동적이고 생산적인 자본으로, 즉 노동대상인 원료와 노동수단인 도구, 노동목표인 식량·생필품으로, 그리고 그 자신과 나라에 무엇인가를 만들어 주는 자본으로 전환시킬 수 있게 해준다.

한 나라에서 토지·노동의 생산물을 매년 유통시키고 적절한 소비자들에게 분배해 주는 금은화는, 상인의 준비금과 마찬가지로, 죽은 자본이다. 금은화는 나라를 위해 아무것도 생산하지는 않지만 매우 귀중한 그 나라 자본의 일부이다. 은행의 현명한 활동들은 이 금은화의 대부분을 지폐로 대체함으로써 이 죽은 자본의 대부분을 활동적이고 생산적인 자본으로, 즉 나라를 위해 무엇인가를 만들어주는 자본으로 바꿀 수 있게 해 준다.

한 나라에서 유통되는 금은화는 적절하게도 고속도로에 비유할 수 있다. 고속도로는 그 나라의 모든 목초·곡물을 유통시키고 시장에 날라다 주지만, 그 자신은 두 가지의 어느 한 품목도 생산하지 못한다. 은행의 현명한 활동들은, 다소 파격적인 비유를 하자면, 공중에 일종의 차도를 건설함으로써 그 나라로 하여금 고속도로의 대부분을 훌륭한 목초지·곡물재배지로 전환시킬 수 있게 해주며, 그리하여 토지·노동의 연간생산물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게 해준다.

(나의 생각)
금융의 본질이다.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 404

노동에는 그것이 가해지는 대상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노동이 있고, 그런 효과를 갖지 않는 노동이 있다. 전자는 가치를 생산하므로 생산적 노동이라 할 수 있고, 후자는 비생산적 노동이라 할 수 있다. 제조공의 노동은 일반적으로 그의 작업 대상인 원료의 가치에다 자기 자신의 유지비의 가치와 고용주의 이윤의 가치를 부가한다. 반대로 하인의 노동은 아무런 가치도 부가하지 않는다.

비록 제조공의 임금은 고용주로부터 선대되지만, 임금의 가치는 일반적으로 그의 노동이 가해진 대상의 증대된 가치의 형태로 이윤과 함께 회수되기 때문에, 사실 고용주는 아무런 비용도 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하인의 유지비는 결코 회수되지 않는다. 다수의 제조공을 고용하는 사람은 부자가 되지만, 다수의 하인을 유지하는 사람은 가난해진다.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어떤 계층의 노동 405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어떤 계층의 노동은, 하인의 노동과 마찬가지로, 어떤 가치도 생산하지 않고, 그의 노동이 끝난 뒤에도 존속하는, 또는 나중에 같은 양의 노동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어떤 영구적인 노동대상이나 판매 가능한 상품에 자기 자신을 고정시키거나 체현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군주와 그 밑에서 봉사하는 문관·무관·육해군은 모두 비생산적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국민의 공복이고, 다른 사람들의 노동의 연간생산물의 일부로 유지된다. 그들의 서비스가 아무리 고귀하고, 아무리 유용하고, 아무리 필요하다고 할지라도, 나중에 같은 양의 서비스를 획득할 수 있는 어떤 물건도 생산하지 않는다. 그들의 일년 노동의 효과인 국가의 보위·안전과 국방은 다음해의 보위·안전과 국방을 구매하지 못할 것이다. 가장 근엄하고 가장 중요한 약간의 직업, 예컨대 성직자·변호사·의사·모든 종류의 문필가 등, 그리고 가장 하찮은 일부 직업, 예컨대 배우·광대·음악가·오페라 가수·오페라 무용수 등도 위와 같은 종류에 속한다.

이들 중 가장 저급한 사람의 노동도 일정한 가치를 가지는데, 그것은 다른 모든 종류의 노동을 지배하는 것과 동일한 원칙의 지배를 받는다. 이들 중 가장 고귀하고 유용한 사람의 노동도 나중에 동일한 양의 노동을 구입하거나 획득할 수 있는 물건을 생산하지 않는다. 배우의 대사 낭독, 연설가의 도도한 웅변, 음악가의 노래와 연주 등등, 그들의 작업은 생산되는 바로 그 순간 사라져 버린다.


자본의 증가 413

자본은 절약에 의해 증가하고, 낭비와 잘못된 행동에 의해 감소한다. 사람은 수입에서 절약한 것을 자본에 추가하고, 그것을 자기 스스로 생산적 노동자를 더 많이 고용하는 데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자, 즉 이윤의 일정한 몫을 받고 빌려주어 같은 방식으로 사용하게 한다. 한 개인의 자본은 오로지 그의 연간 수입·이득 중에서 그가 절약하는 것에 의해 증가될 수 있듯이, 한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개인들의 자본과 동등한 사회의 자본도 다만 동일한 방식으로 증가될 수 있다.

근면이 아니라 절약이 자본을 증가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사실 근면은 절약에 의해 축적되는 대상을 제공한다. 그러나 근면으로 무엇을 획득하든 간에 절약을 통해 저축하지 않으면 자본은 더 커질 수 없다.

(나의 생각)
자본이 절약에 의해 증가한다는 지적은 5,000년 전부터 지금껏 변함없는 진리로 통하는 것 같다.『바빌론 부자들의 돈버는 지혜』라는 책의 핵심은 단 하나 '절약이 부자를 만든다'는 것이다.



낭비자의 행위 415

일부 사람들의 낭비가 다른 사람들의 검소에 의해 상쇄되지 않는다면, 낭비자의 행위는 근면한 사람이 먹을 빵으로 게으른 사람들을 먹여 살림으로써 자신을 가난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기 나라까지도 궁핍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공공의 적과 공공의 은인 417 

그러므로 우리가 한 나라의 진실한 부와 수입이 무엇이라고 상상하든 간에, 즉 보통의 이성이 가리키듯이 그 나라의 토지·노동의 연간 생산물의 가치라고 상상하든, 또는 세속적인 편견이 가정하듯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귀금속의 수량이라고 상상하든 간에, 양자의 견해 모두에서 낭비자는 모두 공공의 적으로, 그리고 검소한 사람은 모두 공공의 은인으로 나타난다.


저축을 촉진하는 행동원리 418

낭비에 관해 말하자면, 소비를 촉진하는 행동원리는 현재의 즐거움을 추구하려는 욕구이다. 그것은 비록 때로는 강렬하여 자제하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는 다만 일시적이고 돌발적인 것이다. 그러나 저축을 촉진하는 행동원리는 우리의 상태를 더 좋게 하려는 욕망이고, 일반적으로는 조용하고 열정적이지 않지만 태아 적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고, 무덤에 묻힐 때까지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기간 전체를 통해 사람이 어떤 변경이나 개선을 희망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의 처지에 완전히 만족하는 순간은 아마 한 번도 없을 것이다.

재산의 증식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려는 수단이다. 그것은 가장 통속적이고 가장 분명한 수단이다. 그리고 그들의 재산을 증식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들이 획득하는 것의 일부분을 항상 그리고 해마다, 또는 어떤 특별한 경우에, 저축하고 축적하는 일이다. 그러므로 낭비의 행동원리가 특정 시기의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고 거의 모든 시기의 특정인들에게 우세할지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전생애를 평균해 보면, 절약의 행동원리가 우세하며, 더구나 아주 대단히 우세하다.


버릇을 고칠 만한 용기 426

하인의 수를 대폭 줄이거나 식탁의 음식차림을 매우 호화로운 것에서 매우 검소한 것으로 바꾸는 일, 호화로운 마차를 만들어 놓고는 타지 않는 것은 주변사람들의 이목을 피할 길 없는 변화이며, 이전의 나쁜 행동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변화이다. 그러므로 한때 이러한 종류의 지출에 빠져들만큼 불행했던 사람들은, 파멸·파산으로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는, 그런 버릇을 고칠 만한 용기를 내지 못한다.


이윤율의 저하 경향 433

이자를 받고 대부되는 자본의 양이 증가함에 따라 이자, 즉 그 자본의 사용에 대한 대가로 지불되어야 하는 가격은 반드시 줄어드는데, 이것은 재화의 양이 증가하면 시장가격은 보통 하락한다는 일반적인 이유에서뿐만 아니라, 이 특별한 경우 특유의 다른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한 나라에서 자본이 증가하면 그것을 사용해서 얻을 수 있는 이윤은 필연적으로 감소한다. 국내에서 새로운 자본을 사용하는 유리한 방법을 발견하기가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 그 결과, 상이한 자본들 사이에 경쟁이 생겨나서, 한 자본의 소유자는 다른 자본의 소유자가 차지하고 있는 사용처를 손에 넣으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더욱 합리적인 조건으로 거래하는 방법 이외에는 다른 자본의 소유자를 밀어낼 수 없다.

그는 자기가 거래하는 상품을 다소 싸게 팔아야 할 뿐 아니라 때로는 팔 물건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것을 비싼 값에 구매해야 한다. 왜냐하면, 생산적 노동에 대한 수요는 그들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도록 예정된 기금이 증가함에 따라 날이 갈수록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쉽게 일자리를 찾게 되지만 자본의 소유자들은 노동자를 고용하기가 어려워진다. 자본가들 사이의 경쟁은 노동임금을 올리고, 자본이윤을 감소시킨다. 그러나 자본의 사용에 의해 얻을 수 있는 이윤이 이와 같이, 말하자면, 양쪽에서 감소할 때, 자본의 사용에 대한 대가로 지불할 수 있는 가격, 즉 이자율은 이윤과 함께 필연적으로 감소한다.


지대와 이자율 수준 439

이자가 10%일 때 토지는 일반적으로 10∼12년간의 수입[지대]에 상당하는 가격으로 팔린다. 이자가 6%, 5%, 4%까지 떨어진다면 토지가격은 20, 25, 30년간의 수입에 상당하는 가격으로 상승한다.

(나의 생각)

PER(Price Earnings Ratio)의 개념을 볼 때 당연한 귀결이다.

PER=P/E, 1/PER(PER의 역수)= E/P = 수익률(혹은 이자율)

이자가 10%일 때, 1/PER=10%, 즉 PER은 10, PER의 또다른 의미는 '투자원금이 회수되는 기간'을 말하기 때문에, 아담 스미스의 설명대로 토지는 '10년간의 수입에 상당하는 가격'이 된다.

이자가 5%일 때, 1/PER=5%, 즉 PER은 20, PER의 또다른 의미는 '투자원금이 회수되는 기간'을 말하기 때문에, 아담 스미스의 설명대로 토지는 '20년간의 수입에 상당하는 가격'이 된다.

한편, 현재의 국고채 금리 3.93%는 1/PER=3.93%라는 의미이므로 PER이 약 25가 된다. 즉 현재의 국고채 가격은 25년간의 수입에 상당하는 가격으로 상승했다는 의미이므로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현재의 주식시장에서는 PER이 5배인 주식들도 수두룩한데, 이런 주식들의 이자율(혹은 기대수익률)은 1/PER = 1/5 = 20%인 셈이며, 1년에 20%의 수익을 안겨주는 자산이므로 5년간의 수입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팔린다. 즉, 매우 저렴한 가격에 팔린다는 뜻이다. 국고채는 25년간의 수입에 해당하는 가격이고, PER이 5배인 주식은 5년간의 수입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팔린다면, 이런 주식은 국고채보다 5/25, 대략 1/5만큼 싸게 팔리고 있는 셈이다.

결국 아담스미스의 주장처럼 이자율이 떨어지면 토지가격이 상승하듯이, 국고채 수익률이 떨어지면 국고채 가격은 상승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25년간의 수입에 상당하는 가격'(투자원금이 회수되는 데 25년이 걸릴만큼 비싼 가격)으로 치솟은 국고채에 투자하는 것보다 '5년간의 수입에 상당하는 가격'(투자원금이 회수되는 데 5년밖에 걸리지 않을만큼 매우 싼 가격)으로까지 떨어진 주식(PER이 5배인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다.



인간의 자연적 편애 465

토지 개량에 고정되어 있는 지주의 자본은 인간사가 허용할 수 있는 최대의 안전성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시골의 아름다움, 시골생활의 즐거움, 시골생활이 약속하는 마음의 평온, 인간들이 만든 법률의 불공정함이 그것에 간섭하지 않는 한 시골이 제공하는 독립감, 이러한 모든 것은 모든 사람들을 다소간 끌어들이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땅을 경작하는 것이 인간의 원초적 운명이었으므로, 인간 역사의 모든 단계에서 인간은 이 원시적 직업에 대해 일종의 편애(predilection)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사물의 자연적 진행과정 468

그러므로 사물의 자연적 진행과정에 따르면, 모든 성장하고 있는 사회의 더 많은 자본은 우선은 농업으로 향하고, 다음으로 제조업으로, 마지막으로 외국무역으로 향한다. 이러한 사물의 순서는 매우 자연스럽기 때문에, 영토를 가지고 있는 모든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언제나 관찰된다고 나는 믿는다.


장자상속권의 기원 470

군주국의 힘, 따라서 안전보장이 분할에 의해 약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녀들 중에서 오직 하나에게만 왕위를 물려주어야 한다. 그들 중 누구에게 우선권이 주어질 것인가는 어떤 일반적인 규칙에 근거해 결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규칙은 개인적인 장점과 같은 의심스런 특징들에 의거해서는 안 되고, 논란의 여지가 없는 분명하고 명백한 차이에 근거해야 한다. 한 가족의 자녀들 사이에는 성과 나이만큼 논란의 여지가 없는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남성이 보편적으로 여성보다 선호되었고, 다른 모든 것이 같을 때에는 연장자가 어디에서나 연소자를 대신했다. 장자상속권과 직계상속이라 불리는 것의 기원은 이러한 것이었다.

법률이라는 것은 종종 그것을 만들어내고 합리화할 수 있었던 상황들이 사라진 뒤에도 오랫동안 효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장자상속권은 아직도 존중되고 있으며, 모든 제도들 중에서 그것이 가문의 영예를 유지하는 데 가장 적합한 제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수세기 동안 지속될 것 같다. 다른 모든 측면에서는 한 사람을 부자로 만들기 위해 나머지 모든 자녀를 거지로 만드는 이 제도보다 더 가족 전체의 진정한 이익에 반대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가장 비싼 노동 475

모든 시대와 모든 민족의 경험은, 노예에 의한 작업이, 외관상 그들의 생활비만 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가장 비싸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나는 믿는다. 아무런 재산도 획득할 수 없는 사람은 가능한 한 많이 먹고 가능한 한 적게 노동하는 것 외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자기의 생활자료를 구매하기에 충분한 양을 넘어서 그가 일을 하도록 하려면, 그 자신의 어떤 이익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직 폭력에 의해서만 가능해진다.

고대 이탈리아에서 곡물경작이 노예에 의한 경영으로 바뀌었을 때 곡물 경작이 얼마나 퇴보하고 주인에게 얼마나 큰 손해를 주었는지는 플리니와 콜루멜라에 의해 논술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의 고대 그리스에서도 상황은 이보다 낫지 않았다. 플라톤의 법률론에 묘사된 이상국에 대해 말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5,000명의 무위도식자를 아내·하인과 함께 유지하기 위해서는 바빌론의 평원과 같은 끝없이 넓고 비옥한 영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간의 자존심은 권세 부리기를 좋아하며, 아랫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겸손하게 행동하지 않을 수 없을 때 최대의 굴욕을 느낀다. 그러므로 법률이 허용하고 일의 성질이 허용하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인간은 일반적으로 자유인의 봉사보다 노예의 봉사를 선호한다.


불확실한 재산 513

상업·제조업에 의해 한 나라가 획득한 자본은, 그 일부라도 그 나라 토지의 경작·개량에 투자되어 체현되기 전에는, 대단히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재산이다. 상인은 반드시 어떤 특정국의 시민일 필요는 없다고 하는 말도 있는데, 맞는 말이다. 어느 지역에서 자기의 사업을 운영하는가는 대체로 그들에게는 상관이 없다. 매우 사소한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그는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그의 자본 및 그것이 유지하는 산업을 옮겨버린다. 그의 자본의 어떤 부분이 건물이나 영구적인 토지개량에 투자되어 한 나라의 지표에 퍼질 때까지는 그 나라에 속한다고 말할 수 없다.

(나의 생각)
몇 년전 저명한 미래학자인 존 나이스비트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신문 인터뷰 내용이 떠오른다. 한국의 모 경제신문 기자가 '한국 주식'에 대한 견해를 묻자, 그는 "'한국 주식'은 없다. '삼성전자'와 'POSCO' 혹은 '현대차' 주식이 있을 뿐이다."라고 답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국경'의 의미가 뚜렷이 퇴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POSCO 혹은 현대차가 한국에서 태어난 기업임은 분명하지만, 해당 기업의 활동무대로 따져보자면 '한국'은 이미 좁은 땅덩어리에 불과한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삼성전자의 경우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는 것을 검토중'이라는 루머도 여러차례 증권시장에 그럴 듯하게 퍼진 적이 있었다.



보이지 않는 손
552

사실 그는, 일반적으로 말해서,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지도 않고, 공공의 이익을 그가 얼마나 촉진하는지도 모른다. 외국 노동보다 본국 노동의 유지를 선호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고, 노동생산물이 최대의 가치를 갖도록 그 노동을 이끈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다. 이 경우 그는, 다른 많은 경우에서처럼,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에 이끌려서 그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흔히, 그 자신이 진실로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고 의도하는 경우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그것을 증진시킨다.

나는 공공이익을 위해 사업한다고 떠드는 사람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사실 상인들 사이에 이러한 허풍은 일반적인 것도 아니며, 그런 허풍을 떨지 않게 하는 데는 몇 마디 말이면 충분하다.

(역자 서문)

스미스가 지적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국부론에서 단 한 번 상권 500쪽에서 언급되었을 뿐이고, 개인이 자기의 이익을 추구할 때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리어 사회의 이익도 증진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스미스가 말하는 '자연적 자유'는 개인이 자신의 상태를 개선하려고 자연스럽게 노력하는 것을 막지 말라는 의미이지만, 사회 전체의 안정을 위협하는 몇몇 개인의 자연적 자유의 행사는 제한되어야 한다고 스미스는 강조한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은유나 '자연적 자유'에 의해 스미스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사회철학은, 사회적 이익을 증진시키는 한도 안에서 개인에게 사적 이익을 추구하게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예컨대 독점자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연적 자유는 제한되어야 하고, 독점자의 사적 이익은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손'은 작동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현재의 부르주아경제학은 독점자본이나 다국적자본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엄청나게 훼손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스미스를 모독하는 행위이다.


우둔하고 황당한 사람의 수중에 있을 때 553

자기의 자본을 국내산업의 어느 분야에 투자하면 좋은지, 그리고 어느 산업분야의 생산물이 가장 큰 가치를 가지는지에 대해, 각 개인은 자신의 현지 상황에 근거해서 어떠한 정치가나 입법자보다 훨씬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민간인들에게 그들의 자본을 어떻게 사용하라고 지시하려는 정치가는 스스로 불필요한 수고를 할 뿐만 아니라, 어떤 한 개인에게 안심하고 위임할 수 없으며 어떤 위원회나 참의원에게도 안심하고 위임할 수 없는 권력을, 또한 자신만이 이와 같은 권력을 행사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우둔하고 황당한 사람의 수중에 있을 때 가장 위험해지는 그런 권력을, 자신이 멋대로 휘두르려는 것이다.


상인들의 궤변 601

어떠한 나라에서든 대다수의 국민들로서는 자기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가장 싸게 파는 사람들로부터 사는 것이 가장 이익이 되며 실제 그러함에 틀림없다. 이 명제는 너무나 명백해서 그것을 증명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상인·제조업자들의 사리(私利)에서 나온 궤변이 인류의 상식을 혼동시키지 않았던들, 그 명제는 결코 문제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점에서 그들의 이익은 국민 대다수의 이익과 정반대이다. 주민들이 자기들 이외의 다른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 동업조합원의 이익이 되듯이, 국내시장의 독점권을 확보하는 것이 상인과 제조업자에게 이익이 된다. 따라서 잉글랜드나 대부분 유럽 나라에서는 외국상인에 의해 수입되는 대부분의 재화에 특별관세가 부과된다. 또 자기 나라의 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모든 외국제품에 높은 관세와 금지조치가 부과된다. 무역수지가 자국에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나라, 즉 국민적 반감이 가장 격렬히 타오르는 나라로부터 수입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상품에 대해 특별제한을 가한다.


부유한 이웃은 국민에게도 유리한 것 601

이웃 나라가 부유한 것은 전쟁이나 정치에서는 위험하지만 무역에서는 확실히 유리하다. 적대관계에 있을 경우, 이웃 나라의 부유함은 그들로 하여금 우리보다 우월한 육해군을 보유하게 할 것이지만, 평화시 교역을 할 때에는 그것은 우리들과 더욱 큰 가치를 교환할 수 있게 하며, 우리 산업의 직접적 생산물이나 그 생산물로 구입한 것에 대해 더 좋은 시장을 제공할 것이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보다 그 이웃의 노동 인민들에게 더 좋은 고객이듯이, 부유한 나라 역시 그렇다. 자기 자신이 제조업자인 부자는 사실 모든 동업자들에게는 매우 위험한 이웃이 된다. 그러나 훨씬 더 수가 많은 나머지 이웃은 그의 지출이 그들에게 제공하는 좋은 시장에 의해 이익을 얻는다. 심지어 그들은 부유한 제조업자가 동업의 빈곤한 제조업자보다 싸게 팔기 때문에 이득을 얻는다. 부유한 나라의 제조업자도 마찬가지로 이웃 나라의 제조업자에게는 매우 위협적인 경쟁자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은 대다수 사람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이 외에도, 부유한 국민의 큰 지출은 그들에게 휼륭한 시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를 원하는 사람은 외지고 가난한 지방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수도나 커다란 상업도시로 가려고 한다. 즉, 적은 부가 유통하는 곳에서는 적은 것만을 얻을 뿐이고, 큰 부가 움직이는 곳에서는 그 중의 일부분이 그들에게 떨어질 것으로 알고 있다. 1명, 10명, 20명의 개인들의 상식을 지배하는 동일한 원칙이 백만, 천만, 이천만 사람의 판단을 규정하도록 해야 하며, 전국민으로 하여금 이웃 나라의 부가 자기 자신이 부를 획득할 수 있는 원인이나 기회라고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외국 무역에 의해 자신을 부유하게 하려는 나라는 이웃 나라가 모두 부유하고 근면한 상업국인 경우에는 틀림없이 그렇게 될 것이다. 유랑하는 미개인이나 가난한 야만인으로 둘러싸인 큰 나라는 의심할 바 없이 외국무역이 아니라 자국 토지의 경작과 국내상업으로 부를 얻을 것이다. 고대 이집트와 현재 중국이 큰 부를 이룬 것은 이러한 방식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고대 이집트는 외국무역을 등한히 했다고 하며, 현재 중국은 그것을 최고로 멸시하면서 법률의 정당한 보호조차 거의 제공하지 않는 것 같다.

(나의 생각)
작금의 금융위기와 북한의 움직임 또한 '부유한 이웃나라'와 '휘청거리는 이웃나라' 그리고 '무역을 등한시하는 가난한 이웃나라'가 우리에게 어떻게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작용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좋은 실례인 것 같다.
(2009. 2.23 입력한 내용임)



Jack of all trades will never be rich
646

자기의 자본 전체를 단 하나의 사업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상인은, 자기의 노동 전체를 단 하나의 직업에 사용할 수 있는 노동자와 똑같은 종류의 이익을 얻는다. 노동자가 일정한 숙련도에 도달함으로서 동일한 두 개의 손으로 훨씬 더 많은 양의 일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인은 자신의 업무, 즉 재화를 구입하고 처분하는 일을 수행하는 데 매우 쉽고 편리한 방법을 터득함으로써 똑같은 자본을 가지고도 훨씬 더 많은 양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한 가지 일에 전념함으로써 일정한 숙련도를 획득한] 노동자가 보통 자기의 제조품을 훨씬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상인은 자기의 자본과 주의력을 매우 다양한 목표에 사용할 때보다 다소 저렴한 가격으로 재화를 공급할 수 있다.

자신의 노동이든 자본이든, 그것을 자신의 처지에서 필요한 것보다 더 다양한 방면에 사용하는 사람은, 이웃보다 물건을 싸게 팖으로써 이웃에게 해를 입힐 수는 결코 없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고, 또 일반적으로 그렇게 된다. '팔방미인은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Jack of all trades will never be rich)'는 속담도 있다.

(나의 생각_분산 투자에 관한 워렌 버핏의 조언)

"미국에서 개인의 큰 재산은 50개의 기업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쌓아 올려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뛰어난 기업을 가려낸 사람에 의해 쌓아 올려졌다. 분산투자는 자신이 하는 행동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분산은 무지에 대한 보호책이다.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쁜 일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게 하고 싶으면 시장의 모든 종목을 보유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기업을 분석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완벽하게 바람직한 방법이다.

그러나 기업을 분석할 줄 아는 사람이 50종, 60종, 30종의 주식을 소유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한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뛰어난 기업의 수가 그렇게 많을 가능성은 어떻게 보아도 낮기 때문이다. 특히 뛰어난 몇몇 기업을 다량 매입하는 것을 마다하고, 투자자 자신이 판단하는 매력 정도에 따라 매긴 순위표에서 30번째나 35번째에 해당하는 기업에다 돈을 붓는 것은 광기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보유 종목이 많아질수록) 기업의 수익성을 제대로 진단하고 투자하는 종목은 보유 주식의 몇 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투자자들은 '한 바구니에 너무 많이 담은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으로 종목의 수를 늘리면서 제대로 알지 못하는 종목에 분산하여 투자한다. 종목에 대한 지식없이 이것저것 사들일수록 투자는 훨씬 더 위험해진다."
- 1996년 버크셔 해더웨이 주주총회에서

"우리는 극소수만을 매입하며, 그것을 다량으로 사들인다"
- 1989년 <파이낸셜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의 아내가 40명이라고 생각해보라. 어느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할 것이다"
- 1991년 버크셔 해더웨이의 주주총회에서


(우리나라의 현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펀드의 현실은 어떠한가?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은 펀드운용에 관한 가장 중요한 법적 규제 장치의 한 가지 원칙이 '아무리 훌륭한 종목이라도 최대 10% 이상은 넘기지 말라'이다. 이 무슨 강제 분산이란 말인가? 아담 스미스의 표현대로라면 '자연적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이고 따라서 부당하다.'

우리는 솔론이 법에 대해서 한 말, 즉 "그 자체로 최선은 아닐지라도 그것은 당시의 이해관계·편견·성향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선이었다"고 한 말을 이 법률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머지 않아 이 법률은 더 나은 법을 위한 길을 열 것이다.(2009. 3. 8 입력)

(2010. 9.20 추가)
---> 2010년에 접어들면서 소위 투자자문사의 '자문형 랩'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소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운용수익률의 극대화 추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뒤처진 법률에 근거하여 어쩔 수 없이 '강제 분산 투자'를 마다않고 있는 한국의 자산운용회사들한테도 발등의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어찌되었건 한국 펀드산업의 낙후성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이다.



<국부론(하)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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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몸을 파는 행위
    from Value Investing 2011-03-11 10:37 
    매우 유쾌하고 아름다운 재능을 가지면 존경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재능을 돈벌이를 위해 발휘한다면, 이성에 의한 판단이건 편견에 의한 판단이건 간에, 몸을 파는 행위로 간주된다. 그러므로 그 재능을 돈벌이를 위해 발휘하는 사람들의 금전상의 보수는 그 재능을 얻는 데 든 시간·노동·비용을 보상할 뿐만 아니라, 그 재능을 생활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얻게 되는 불명예를 보상하는 데 충분해야 한다. 배우·오페라 가수·오페라 댄서 등의 매우 큰 보수는 이
  2. 철학과 동의어 관계에 있는 경제학
    from Value Investing 2013-12-14 14:26 
    우리는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선조를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선조들이 시도한 것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당신이 지금까지 어떤 실패를 했든 간에 "나의 아들아, 괴로워하지 마라. 네가 해내지 못한 일로 누가 너를 탓하겠느냐?"57주석57. 인도 경전 『비슈누 푸라나Vishnu Purana』에서 인용. "나의 아들아, 괴로워하지 마라. 네가 과거에 행하지 않는 일로 누가 너를 탓하고, 네가 해내지 못한 일로 누가 너를 탓하겠느냐?" 푸라나는 힌
 
 
 
아이네이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베르길리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7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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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서문 중 일부를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아이네이스』의 위대함은 로마의 앞날에 대한 숭고한 전망을 제시하고 찬미하는 차원을 넘어 한 나라의 통치 기구가 갖는 목표와 그 성취를 인간의 좌절된 희망, 쓰러져가는 인간의 비극적 흐느낌에 대한 공감으로부터 뽑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로마'는 한 도시의 이름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찾아가고 있는 이름이 된다.

후세의 시인들은 『아이네이스』의 장려한 필치에서 시 예술의 최고 경지를 발견했고 기교와 구성, 어법, 운율 등의 모범을 찾았으며, 『아이네이스』에서 표방한 가치관에 따라 이상적 인간상을 찾았을 정도로 이 작품은 지대한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이 작품은 처음 씌어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2030년의 세월 동안 끊임없이 읽혀지고 있으며, 베르길리우스를 '서양 문화의 어버이'로 칭송할 만큼 서양인들의 자의식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2004년 10월 옮긴이 천병희




이 위대한 시인의 훌륭한 작품을 읽느라 개인적으로 얼마간 힘겨워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끝까지 읽는 데 가장 애를 먹었던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는데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복잡한 '신들의 계보'를 따라가는 일이었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에 대해 일일이 노트에 적어가며 부지런히 따라가 봤지만,
끝도 없이 이어지는 새로운 신들과 등장인물들 때문에 곤혹스러웠다.

책을 읽기 시작하다가 흔히들 느끼는 고비(?) 쯤에 이르렀을 때 읽기를 그만둘까 고민하기도 했었다.
아무튼 숨이 벅찬 고개를 넘기고 나니 끝까지 술술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은지 4년도 넘었는데 무엇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작년에 단테의『신곡』<신곡 - 지옥편>,<신곡 - 연옥편>,<신곡 - 천국편>
생각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베르길리우스의 안내(『아이네이스』를 미리 읽어두면서 익혀두었던)가 없었더라면,
결국 길을 잃고 지옥에서 천국에 이르는 수많은 계단들을 오르내릴 때마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숨도 많이 차올랐을 것이다.

이 작품은 또한 오비디우스의『변신』(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를 읽는 데 꼭 필요한 책이어서,
여러모로 안내자 역할을 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책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리뷰글을 쓸까 말까를 얼마 동안 고민했던 것 같은데,
다행히 포토리뷰라는 좋은 대안이 생겨난 만큼,
책 내용을 담은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리뷰를 쓰지 못한 부담에서 벗어나 본다.



(이미지를 크게 볼려면 마우스를 사진 위에 대고 클릭~)





이다 산 위의 윱피테르와 유노(부분)





베누스의 탄생





에트루리아의 암늑대 청동상(기원전 5세기)
고대 로마인들의 사회 생활의 중심지였던 포룸 노마눔





부상을 치료받는 아이네아스, 폼페이의 프레스코화





아버지를 업고 트로이아를 빠져나가는 아이네아스 상





제2권-화염에 싸인 트로이아 (108쪽)





제4권-디도와 아이네아스의 사랑 (167쪽)



"소문은 세상의 악 가운데 가장 빠르다.
그녀는 움직임으로써 강해지고 나아감으로써 힘을 얻는다.
그녀는 처음에는 겁이 많아 왜소하지만 금세 하늘을 찌르고,
발로는 땅 위를 걸어도 머리는 구름에 가려져 있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대지의 여신이 신들에게 화가 나
코이우스와 엥켈라두스의 누이로서 그녀를 막내둥이로
낳았다고 한다. 그녀는 발이 빠르고 날개가 날랜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괴물로 몸에 난 깃털만큼 많은
(들어도 믿어지지 않겠지만) 잠들지 않는 눈과 혀와 소리 나는 입과
쫑긋 선 귀를 그 밑에 갖고 있다. 밤마다 그녀는
어둠을 뚫고 하늘과 대지 사이를 윙윙거리며 날아다니고,
한시도 달콤한 잠으로 눈을 감는 일이 없다.
또한 낮에는 지붕 꼭대기나 높은 성탑들 위에 앉아
망을 보며 대도시들을 놀라게 한다. 그녀는 사실을 전하는 것
못지않게 조작된 것들과 왜곡된 것들에 매달리기 때문이다."



제6권-저승으로 가서 아버지를 만나다 (281쪽)





제6권-저승으로 가서 아버지를 만나다 (284쪽)





제8권-아이네아스가 로마에 가다 (357쪽)





제8권-아이네아스가 로마에 가다 (361쪽)





제9권-니수스와 에우뤼알루스 (391쪽)





제9권-니수스와 에우뤼알루스 (394쪽)





제10권-동맹군과 돌아온 아이네아스 (424쪽)



그대들이 기구하고 바라던 것이 나타났으니 맞부딪쳐 쳐부수시오.
전사들에게 전쟁은 자신들의 손에 달려 있는 법이오.
이제 각자는 제 아내와 제 집을 생각하고,
이제 각자는 선조들의 위대한 영광을 되새기도록 하시오.
적군이 허겁지겁 상륙한 직후 아직 발걸음이
불안정할 동안 우리가 먼저 달려가 그들을 맞도록 합시다.
행운의 여신은 대담한 자를 돕는 법이오 · · ·




제10권-동맹군과 돌아온 아이네아스 (428쪽)





제10권-동맹군과 돌아온 아이네아스 (432쪽)

 


제10권-동맹군과 돌아온 아이네아스 (433쪽)





제11권-여전사 카밀라 (480쪽)





제12권-운명의 결투 (527쪽)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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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처음이자 마지막 시인,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가
    from Value Investing 2013-08-11 11:47 
    (밑줄긋기) 가장 탁월한 인물들에 대하여누구든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특출한 인물을 골라 보라고 하면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게 탁월한 인물 셋을 들 수 있을 것 같다.하나는 호메로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나 바로가 그만큼 박식하지 못하다는 것은 아니고, 예술에서 베르길리우스가 그에게 비교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다. 이 판단은 그들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맡겨 둔다. 한편밖에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단지 내가 아는 한도로 시신(詩神)들까지
 
 
양철나무꾼 2010-09-19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병희님의 번역도 훌륭하지요.

근데,님의 수고로움도 훌륭하십니다요~^^

oren 2010-09-20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기보다 쉽다고 셔터를 너무 많이 눌렀나 봅니다.
사진이 가리키는 페이지와 책 속의 페이지를 매치시키느라 애를 좀 먹었답니다.

너무나 유명한 고전인 데다가,
문학작품에 대한 서평을 쓰기엔 여러모로 턱없이 벅찬 일인 것 같아,
리뷰를 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사진으로나마 얼렁뚱땅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나마 홀가분해서 좋네요.

마녀고양이 2010-09-24 0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곡과 변신이야기를 다 읽으셨군요.
저는 신곡 첫권 읽다가 포기하고, 아직도 계속 그 상태입니다.
집에 모두 구매해놓고는... ㅠㅠ. 정말 읽을 책이 너무나 많아요. 아이고.

oren 2010-09-24 13:34   좋아요 0 | URL
신곡은 오랫동안 염두에 뒀다가 작년 여름엔가 단숨에(워낙 꼼꼼히 읽는 성격이라 그래도 두어달은 걸렸을듯) 읽었었구요. 그 옛날 어릴 때 많이 상상해봤던 '지옥'이나 '천당'의 모습을 꼭 빼닮은 삽화도 많고 운문율의 시 형식이라 책의 여백도 많아서 생각보다 페이지가 술술 잘 넘어가더라구요.

변신 이야기는 '신곡'처럼 오래 전부터 벼르고 있는 책인데 아직까지도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읽을 준비만 하고 있답니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과학이 발견한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와 진화심리학의 관점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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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핑커
<빈 서판>,<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언어본능>,<사이언스 북>



















스티븐 핑커의 이 두툼한 책(962쪽)에 담겨진 내용은 실로 방대하다.

이 책을 두고 어떤 사람은 '읽고, 또 읽고, 연구하고, 토론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말했다.

리뷰를 쓰기엔 너무 벅찬 일인 것 같아 포토리뷰의 형식을 빌어,
일부러 찍은 몇 장의 사진과 함께 밑줄친 스티븐 핑커의 '생각들'을 뽑아서,
임의대로 붙인 소제목과 해당 쪽수를 덧붙여 정리하여 옮겨 놓는다.
(스크롤의 압박 때문에 임의로 ① ② ③ ④로 나누어 정리)





 - 우리 눈에 예쁘게 보이는 이유(808쪽)


(이미지를 크게 볼려면 사진 위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 왜 사람들은 허구를 즐기는가 (825쪽)


(이미지를 크게 볼려면 사진 위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 즐거움 버튼 (825쪽)


(이미지를 크게 볼려면 사진 위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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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 757

세계 어디에서나 사람들은 권위, 찬성, 존엄, 우월, 명성, 존경, 체면, 지위, 탁월함, 위신, 지위, 존중, 평판, 신분, 고매함 등으로 불리는 그림자 같은 실체를 거머쥐려고 애쓴다. 사람들은 리본과 한 조각의 금속을 목에 걸기 위해 굶주리고, 목숨을 걸고, 재산을 탕진한다. 경제학자 소스타인 배블런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감명을 주기 위해 너무 많은 생활필수품을 희생하기 때문에 마치 '고상한 정신적 필요'에 반응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지위와 미덕이 매우 밀접하다는 것은 다음의 단어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기사도 정신이 있는 chivalrous, 귀족적인classy, 품격이 있는courtly, 신사다운gentlemanly, 명예로운honorable, 고귀한noble, 위엄 있는princely. 정반대의 단어들도 마찬가지다. 버릇없이 자란ill-bred, 비천한low-class, 천한low-rent, 비열한mean, 역겨운nasty, 무례한rude, 인색한shabby, 천한shoddy. 개인의 사소한 외양에 대해서도 우리는 옳은right, 선량한good, 예절에 맞는correct, 흠잡을 데 없는faultless 같은 도덕적 비유로 그 멋을 표현하고, 볼품없이 입은 자를 비난할 때에는 대개 죄악을 가리키는 어조를 동원하여 초라한tacky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예술사가 쿠엔틴 벨은 그런 태도를 '의복 도덕성sartorial morality'이라고 칭했다.


해치거나 돕는 능력 758


혹시 이것은 지적 유기체를 건조하는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 이 강력한 동기들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많은 동물들이 무의미한 장식과 제식에 의해 감동을 받으며, 그 선택 요인은 더 이상 신비가 아니다. 그 핵심 개념은 다음과 같다. 생물들은 다른 생물을 해치거나 돕는 능력이 저마다 다르다. 어떤 것들은 더 강하거나 더 사납거나 더 독하고, 어떤 것들은 더 좋은 유전자나 더 많은 자원을 갖고 있다. 그 강력한 생물들은 자신의 강력함을 모두가 알아 주기를 원하고, 그들과 마주치는 생물들 역시 누가 강력한지 알기를 원한다. 그러나 모든 생물이 다른 모든 생물의 DNA, 근육의 양, 생화학적 구성, 사나움 등을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잘난 생물들은 자신의 가치를 저마다 특정한 신호로 광고한다. 애석하게도, 잘나지 못한 생물들은 그 신호를 위조하고 이득을 수확하여 그 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러면 잘난 생물들은 위조하기 어려운 광고물을 만들어 내고, 잘나지 못한 생물들은 더 정교한 위조물을 만들어 내고, 제3자들은 분별 능력을 강화하는 경쟁이 벌어진다. 지폐의 경우처럼 그 표시들은 비길 데 없이 번드르르하고 본질적으로 무가치하지만, 마치 가치가 있는 것처럼 취급되고 또 그렇게 취급되기 때문에 가치를 갖게 된다.

그런 광고물들 뒤에 숨겨진 귀중한 내용물은 우위(누군가를 해칠 수 있다)와 신분(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으로 나뉠 수 있다. 누군가를 해칠 수 있는 사람은 그 능력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기 때문에 두 능력은 종종 결합한다.


서투른 전략 759

모든 다툼에서 비참한 결말에 이를 때까지 싸우는 것은 서투른 전략이다. 상대방도 똑같은 행동을 하도록 진화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싸움은 패자에게 타격이 크다. 싸움을 하다가 다치거나 죽으면 애초에 상금을 포기했을 때보다 더 나빠지기 때문이다. 싸움은 또한 승자에게도 타격이 클 수 있다. 승자도 싸움의 과정에서 부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 당사자가 사전에 누가 이길 확률이 높은지를 사정하고 약자가 깨끗하게 물러난다면, 양쪽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다. 그래서 동물들은 누가 더 큰지를 보기 위해 서로 크기를 재거나, 누구의 무기가 더 센지를 보기 위해 무기를 휘두르거나, 누가 더 강한지를 확인할 때까지 씨름을 한다. 승자는 한 쪽이지만 둘 다 살아서 돌아간다. 패자가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면 다른 곳에서 승리의 길을 찾거나 상황이 더 좋아질 때를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크기를 재는 동물들은 크기를 과장하는 방법을 진화시킨다. 목둘레 깃털, 가죽 부풀리기, 갈기, 강모, 뒷다리로 서기, 큰 소리로 울기(낮은 음은 체내의 공명강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가 그것이다. 싸움의 비용이 크고 승자를 예측할 수 없으면, 마치 경쟁하는 두 사람이 동전 던지기로 다툼을 결말짓는 것처럼, 누가 먼저 그곳에 도착했는가와 같은 임의적인 차이로 승부를 낼 수도 있다. 만일 동물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판돈이 충분히 높으면(예를 들면 첩처럼), 전면적인 싸움이 벌어지고 일부는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서열과 지위 761

인간에겐 엄격한 서열이 없지만, 모든 사회에서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 사이에 일종의 서열 관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서열이 높은 사람은 의견의 우선권이 있고, 공동의 결정에서 발언권이 크고, 대개 공동의 자원을 더 많이 분배받고, 아내와 애인을 더 많이 거느리고, 다른 남자들의 아내와 더 많이 성관계를 맺는다. 남자들은 지위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동물학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법들과 인간에게 고유한 방법들을 이용해 지위를 획득한다. 싸움을 잘하는 남자들은 더 높은 지위를 얻고, 외모가 매력적인 남자들도 높은 서열을 얻는다. 자칭 이성적 동물이라는 종 사이에서도 큰 키는 의외로 강력하다. 대부분의 식량수집사회에서 '지도자'라는 단어는 '큰 사람'을 의미하고, 실제로 지도자들은 대개 큰 사람들이다. 미국에서 키가 큰 사람들은 고용이 더 잘 되고, 승진이 더 잘 되고, 더 많이 벌고(1인치당 연봉600달러), 대통령으로 더 많이 선출된다. 1904년부터 1996년 사이의 대통령 선거에서 키가 큰 후보가 스물네 번 중 스무 번이나 당선되었다. 신문의 개인 광고란에서 여자들은 키 큰 남자를 원한다. 수컷들이 경쟁을 하는 다른 종들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남성이 여성보다 크고, 낮은 목소리나 턱수염처럼 실제보다 더 커보이게 만드는 방식들을 진화시켰다.(턱수염은 머리를 더 커 보이게 만든다. 턱수염은 사자와 원숭이에게도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는 자신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눈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어디서나 남자들은 머리(모자, 투구, 머리 장식, 왕관)와 어깨(어깨심, 보드, 견장, 깃털 장식)의 크기를 과장하고, 몇몇 사회에서는 성기의 크기를 과장하기도 한다.(불룩한 바지 앞덮개나 성기 씌우개를 착용하는데, 어떤 씌우개는 길이가 1야드나 된다.)



평판 762

인간은 언어와 함께, 우위에 대한 정보를 전파하는 새로운 방법을 진화시켰다. 바로 평판이다. 사회학자들이 오래전부터 당혹스럽게 생각해 온 사실은, 미국 도시에서 발생하는 살인의 동기들을 분류했을 때 가장 큰 범주는 강도, 불량한 마약의 거래, 또는 그 밖의 명백한 동기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모욕, 욕설, 부딪힘 같은 비교적 사소한 원인에서 시작된 언쟁"이다.
두 젊은이가 술집에서 누가 당구대를 사용할 것인가를 놓고 다툼을 벌인다. 그들은 서로를 떠밀면서 욕설과 무례한 말을 교환한다. 패자는 구경꾼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고 뛰쳐나간 후 총을 갖고 돌아온다. 살인사건은 '무분별한 폭력'의 축소판이고, 살인자들은 종종 미친 사람이나 동물로 간주된다.


댈리와 윌슨은 두 젊은이가 마치 당구대를 사용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난 것이 걸려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엄청난 것이 걸려 있다.

남자들은 같은 남자들을 두 부류로 나눠, '함부로 해도 되는 부류'와 '함부로 하면 큰코다치는 부류', 말이 곧 행동을 의미하는 사람들과 허풍이 전부인 사람들,
여자친구와 농담을 해도 별 탈 없이 넘어가는 녀석과 쓸데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은 녀석으로 인식한다.

대부분의 사회적 환경에서 남자의 평판은 부분적으로, 언제든 확실하게 폭력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느냐 못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해 갈등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며, 한 사람의 이익은 경쟁자들을 미리 억제하지 않으면 언제든 침해당할 수 있다. 효과적인 억제책은, 나에게 손해를 끼치고 이득을 보려 한다면 반드시 가혹하게 응징할 것이고 그래서 장기판의 졸 따위를 희생하더라도 도전자에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힐 것이라는 확신을 경쟁자들에게 심어 주는 것이다.



명예(honor) 763

자기를 무시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칼로 찌르는 빈민가의 폭력배는 특정한 사회의 산물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문화에서 비슷한 유형이 발견되는 보편적 인물이다. (영어를 포함하여) 많은 언어에서 명예honor라는 말은 불가피할 때는 피를 보더라도 모욕에는 반드시 복수를 하겠다는 결의를 의미한다. 많은 식량수집 사회에서 소년은 살인을 한 후에야 남자로서의 지위를 획득한다. 한 남자의 존경은 살인을 입증하는 증거의 수에 비례하고, 그에 따라 머리 가죽 벗기기나 머리 사냥 같은 관습이 탄생한다. '명예로운 남자들'의 결투는 미국 남부의 전통이었고, 많은 남자들이 결투를 통해 지도자의 지위에 올랐다. 10달러 지폐에 새겨진 알렉산더 해밀턴 재무장관은 아론 버 부통령과의 결투에서 목숨을 잃었고, 20달러 지폐에 새겨진 앤드로 잭슨 대통령은 두 번의 결투에서 승리했고 그 밖에도 여러 번 결투를 도발했다.



폭력을 야기하는 가장 큰 위험 인자 764

남성성은 폭력을 야기하는 가장 큰 위험 인자다. 댈리와 윌슨은 문자를 사용하지 않는 식량수집 사회들과 13세기의 영국을 포함한 14개 나라로부터 35개의 살인 통계 샘플을 분석했다. 모든 샘플에서 여자가 여자를 죽인 경우보다 남자가 남자를 죽인 경우가 월등히 많았는데, 그 수치는 평균 26배였다.



유전적 낭떠러지 764

또한 당구장의 살인자들과 그 희생자들은 무지하고, 가난하고, 미혼이고, 종종 직업이 없는 보잘것없는 사람들이다. 우리 인간들처럼 일부다처로 사는 포유동물 사이에서 번식 성공률은 수컷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가장 치열한 경쟁은 성공 가능치가 0명에서 1명 사이를 오가는 수컷들이 몰려 있는 밑바닥에서 벌어진다. 남자들은 부와 지위로 여자를 유혹하기 때문에, 부와 지위가 없어서 여자를 얻을 방도가 없는 남자는 유전적 낭떠러지로 내몰리게 된다. 굶주림이 극에 달하면 위험한 영토로 뛰어 들어가는 새들이나, 1점 차이로 지고 있고 1분 후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에서 골키퍼를 빼고 공격 선수를 집어넣은 아이스하키 감독처럼, 미래가 없는 미혼 남자는 어떤 위험도 감수할 것이다. 밥 딜런이 노래했듯이, "가진 게 없으면 잃을 것도 없다."


지위 766

지위는 당신이 마음만 먹으면 남들을 도울 수 있는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이다. 그런 자산에는 아름다움, 독보적인 재능이나 전문성, 유력자들의 신뢰, 그리고 무엇보다 부가 포함된다.
지위를 뒷받침하는 자산들은 대용이 가능하다. 부는 인맥을 만들고, 인맥은 부를 만든다. 아름다움은 (선물과 결혼을 통해) 부로 전환되거나, 중요한 사람들의 주목을 끌거나,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구혼자를 끌어들인다. 그러므로 자산 소유자는 단지 자산 소유자로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후광이나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의 총애를 받고 싶어한다. 사람들이 당신의 총애를 원하게 만들면 항상 편리하므로, 지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간절히 원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하루의 시간은 정해져 있고 아첨꾼들은 누구에게 빌붙을지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지위는 어디까지나 한정된 자원이다. A의 지위가 높으면 B의 지위는 낮을 수밖에 없으므로 사람들은 경쟁을 해야 한다.


심지어 족장의 지위를 다투는 동족상잔의 세계에서도 신체적 우위가 전부는 아니다. 샤농의 보고에 따르면 야노마뫼 족장들 중에는 드센 골목대장도 있지만 영리함과 분별력으로 족장에 오른 사람도 있다고 한다. 카오바웨라는 이름의 남자는 물론 겁쟁이는 아니었지만 형제들과 사촌들의 도움, 그리고 아내를 교환하는 방법으로 동맹을 맺은 친구들의 도움으로 권력을 거머쥐었다.


위신의 심리 768

베블런은 위신의 심리에는 세 가지 '취미의 금전적 표준'이 작용한다고 제안했다. 뚜렷한 여가, 뚜렷한 소비, 뚜렷한 낭비가 그것이다. 사람들이 지위 상징물들을 과시하거나 탐내는 것은 그것들이 반드시 유용하거나 매력적이라서가 아니라, 종종 그것들이 너무 희귀하거나 사치스럽거나 무의미해서 부유하지 않으면 소유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의 예로는, 지나치게 얇거나 크거나 꽉 죄거나 때가 잘 타서 입고 일하기가 불가능한 의류, 일상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약하거나 구하기 힘든 재료로 만든 물건, 막대한 노동이 들어간 무용지물, 에너지를 소모하는 장식물, 평민들이 밭에서 일하는 지역에서의 창백한 피부, 평민들이 실내에서 일하는 지역에서의 선탠 등이 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논리가 숨어 있다. 당신들은 내가 가진 모든 부와 수익 능력(내 은행 계좌와 토지, 나의 모든 동맹자들과 추종자들)을 볼 수는 없지만, 내 욕실의 황금 장식은 볼 수 있다. 재산이 많지 않으면 누구도 그런 것을 가질 수 없다. 그러므로 나는 부유하다.


뚜렷한 소비 769

뚜렷한 소비는 가장 부유한 사람들만이 사치를 누릴 수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계층구조가 느슨해지거나, 사치품(혹은 훌륭한 모조품)이 널리 유통되면, 중상 계층은 상류층을 따라하고 중간 계층은 중상 계층을 따라하는 식으로 각 계층은 한 단계 위의 계층을 모방한다. 서민들이 상류층을 닮기 시작하고 상류층이 돋보이지 않게 되면 상류층은 새로운 외관을 채택해야 한다. 그러나 중상 계층은 그 외관을 또다시 모방하고, 상류층은 또 다른 외관으로 변화를 꾀한다. 이것이 유행이다. 유행의 무질서한 순환, 즉 10년 동안의 세련된 모습이 다음 10년에는 초라하고 촌스럽게 보이는 현상을 지금까지는 의류 회사들의 공모, 민족성의 표현, 경제의 번영 등으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쿠엔틴 벨은 유행을 분석한 권위 있는 저서 《인간의 장식에 대하여 On Human Finery》에서, 단지 하나의 설명만이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인간은 다음과 같은 법칙을 따른다는 것이다. "당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들처럼 보이려고 노력하라. 만일 정상에 있다면 아래에 있는 사람들과 다르게 보이려고 노력하라."


나비가 화려한 색을 진화시킨 이유 770

동물계의 또 다른 멋쟁이인 나비가 화려한 색을 진화시킨 것은 암컷을 감동시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몇몇 종들은 유독하거나 맛이 없게 진화했고, 그것을 화려한 색으로 포식자들에게 경고했다. 그러자 다른 유독한 종류들도 그 색을 모방하여 기존에 유포된 두려움을 이용했다. 그런데 유독하지 않은 몇몇 나비들까지도 그 색을 모방하여 자신을 보호한 동시에 스스로 맛이 없는 나비가 되는 비용을 절약했다. 흉내쟁이들이 너무 많아지자 그 색은 더 이상 효과적인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고 포식자들을 막아 내지도 못했다. 맛없는 나비들은 새로운 색을 진화시켰고, 먹을 수 있는 나비들은 또다시 그 색을 모방했다.


뚜렷한 위반 770

부 외에도 사람들이 과시하고 갈망하는 자산들이 있다. 복잡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리그전에서 경쟁을 벌이는데, 모든 리그가 금권 정치가의 손아귀에 있는 것은 아니다. 벨은 베블런의 목록에 네 번째 표준을 추가했다. 뚜렷한 위반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승인에 의존한다. 살아가는 데에는 상사, 선생, 부모, 의뢰인, 고객, 장래의 배우자 가족 등의 지지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일정 정도의 존경과 겸손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적극적인 거부는 다른 사람들의 호의를 위태롭게 만들 정도로 자기 자신의 지위나 능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광고하는 방법이다. 그것은 "나는 대단히 재능이 있고, 부유하고, 인기가 있고, 인맥이 좋아서 당신을 성나게 해도 괜찮다"는 것을 의미한다. 19세기에 조르주 상드라는 남작 부인은 바지를 입고 시가를 피웠으며 오스카 와일드는 긴 머리에 짧은 바지를 입고 단춧구멍에 해바라기를 꽂았다. 20세기 후반에 뚜렷한 위반은 관습이 되어 반항아, 야만인, 보헤미안, 변태, 불량배, 무례한, 성정체성 파괴자, 마우마우, 나쁜 녀석들, 갱스터, 섹스디바, 비치가디스, 요부, 방랑자, 머터리얼 걸 등이 장황한 퍼레이드를 벌이고 지나갔다. 유행의 원동력이 고급스러움에서 최신 정보의 추구로 바뀌었지만, 기초에 깔린 지위 심리는 동일하다.


우애적 사랑 778∼779

친구 관계에서는 호혜주의가 거짓말처럼 들린다. 저녁식사에 초대받은 손님이 지갑을 꺼내 주인 부부에게 저녁 값을 지불한다면 꽤나 의심스런 취미의 소유자로 취급당할 것이다. 바로 다음날 그 부부를 초대하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맞대응은 우정을 굳게 하지 못하고 오히려 금이 가게 만든다. 친한 친구 사이에 차를 사고파는 등의 거래를 하는 것보다 더 어색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배우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각자가 상대방을 위해 무엇을 해줬는지를 꼼꼼히 체크하는 부부는 가장 불행한 부부일 것이다.

친밀한 우정과 지속적인 결혼의 기초를 이루는 감정(낭만적이거나 성적이지 않은 사랑)인 우애적 사랑에는 독자적인 심리가 존재한다. 친구나 부부는 마치 서로에게 빚을 진 것처럼 느끼지만 그 빚은 계산하기가 불가능하고 변제의 의무는 부담스럽기는 커녕 대단히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친구나 배우자를 도울 때 보답을 기대하거나, 보답이 없다고 자신의 호의를 후회하지 않고 자발적인 즐거움을 느낀다. 물론 그 호의들은 마음속 어딘가에 새겨지는데 장부상의 기록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호의를 베푼 쪽은 빚을 회수하거나 더 이상의 신용거래, 즉 친구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거래 기간은 길고 변제 조건은 관대하다. 따라서 우애적 사랑은 기본적으로 호혜적 이타주의와 모순된다기보다는 호혜를 보증하는 감정들-좋아함, 동정, 감사, 신뢰-이 최대한 연장된 탄력성이 강한 이타주의라 할 수 있다.


은행의 역설 779

우애적 사랑의 증거는 분명하지만 우애적 사랑이 진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투비와 코즈미디스는 우정의 심리학을 역설계하려는 시도로 '은행의 역설 Banker's Paradox'이라는 교환 논리의 한 측면을 지적한다. 은행에 돈을 빌리러 간 많은 사람들이 정작 필요하지 않다고 입증할 수 있는 액수까지만 빌려 준다는 사실을 알고는 좌절감을 맛본다. 로버트 프로스트가 표현한 것처럼, "은행은 맑은 날 우산을 빌려 주고 빗방울이 떨어질 때 돌려 달라고 요구하는 곳이다." 은행들은 단지 투자할 돈밖에 없으며 대출은 모두 도박이라고 말한다. 은행은 수익을 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업계에서 밀려나기 때문에, 고객들의 신용 리스크(변제 불능의 위험성)를 평가하고 잡초를 솎아 낸다.


'신용'을 연장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 780

불행이 당신을 위협할 때에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용'을 연장할 수 있는 일종이 보험으로서 어떤 종류의 생각과 감정이 진화할 수 있었을까?

첫 번째 전략은 나 자신을 독보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구 제작, 길 찾기, 분쟁 해결처럼 집단 내에서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전문 기술을 계발한다면 나는 위급한 때를 위해 따돌릴 수 없는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모두가 내게 의존한다면 위기가 닥쳐도 나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만의 가치 있는 재능을 널리 알리거나 자신만의 재능을 독보적이고 가치 있다고 인정해 주는 집단을 찾는 일에 사회생활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지위 추구는 자신을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고자 하는 동기들 중 하나다.

두 번째 전략은 당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들로부터 이익을 얻는 동지들과 연합하는 것이다. 그러면 단지 당신의 삶에 힘쓰고 당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부수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결혼이 가장 분명한 예다. 남편과 아내는 자식들의 안녕으로 이익을 공유한다. 두 번째 예는, 마오쩌둥의 어록에 담긴 "나의 적의 적은 나의 동지"다. 세 번째 예는 이를테면 집으로 가는 길 찾기에 능숙한 것처럼 나에게도 이익이 되는 동시에 남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기술을 소유하는 것이다. 그 밖의 예로는 나와 같은 온도의 방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나와 같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사는 것이다. 이 모든 예에서 우리는, 비용이 발생하는 동시에 그에 대한 보답이 요구되는 생물학적 의미의 이타주의와는 무관하게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


우정 781

일단 나 자신을 누군가에게 가치 있게 만들면 그 사람도 나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다. 내가 그(그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그(그녀)도 내가 곤경에서 벗어나는 것에 이해관계가(비록 이기적인 이해관계이지만)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그 사람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그들은 나를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 나는 나의 재능이나 습관 때문에 그들에게 소중할 뿐만 아니라, 궂은 날에 그들을 곤경에서 구하는 일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소중하다, 내가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기면 여길수록 그 사람은 나를 더욱 소중히 여긴다. 이렇게 계속되는 과정을 우리는 우정이라 부른다. 만일 사람들에게 당신들은 왜 친구냐고 물으면 그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우리는 좋아하는 것이 같고, 서로를 위해 항상 옆에 있어 줄 것임을 안다."


'좋은 날만의 친구fair-weather friend'라는 특별한 이름 781∼782

다른 종류의 이타주의처럼 친구 관계도 사기에 취약하다. 우리는 그 사기꾼들을 '좋은 날만의 친구 fair-weather friend'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부른다. 사이비 친구들은 가치 있는 사람들과 교제하면서 그로부터 나오는 이익을 거둬 가고, 그들 자신도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온정의 표시를 흉내 낸다. 그러나 빗방울이 떨어지면 그들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사람들에겐 좋은 날만의 친구를 솎아내도록 설계된 것처럼 보이는 감정 반응이 있다. 곤경에 빠졌을 때 도움의 손길은 대단히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뭉클한 감동을 느끼고, 그 관대함을 결코 잊지 못하고, 또 그것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고는 못배긴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우정의 요점은 곤경에 빠진 친구를 구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외와 외로움의 원천 782

투비와 코즈미디스는 더 나아가, 마음에 설계된 우정의 감정들이 수많은 현대인들이 느끼는 소외와 외로움의 원천일 수 있다고 추측한다. 눈에 보이는 교환과 주고받기식 호혜는 우정이 없고 신뢰가 낮을 때 의존하는 낮은 차원의 이타주의다. 그러나 오늘날의 시장경제에서 우리는 수도 없이 낯선 사람들과 호의를 교환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다른 인간들과 깊이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어려움이 닥치면 쉽게 버림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 물리적 편안함을 주는 환경이 정서적으로는 우리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 환경에서는 위기가 최소화되어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를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호전적 애국주의 789

싸워서 얻을 희귀한 자원이 없는 경우에도 호전적 애국주의는 무서우리만큼 쉽게 촉발된다. 사회심리학자 앙리 타즈펠과 그의 동료들이 수행한 수많은 실험에서, 사람들은 예컨대 화면에 뜬 점들의 수를 과대평가하는지 과소평가하는지, 또는 클레의 그림을 좋아하는지 칸딘스키의 그림을 좋아하는지와 같은 우연하고 표면적이고 사소한 기준에 따라 두 패로 나뉜다. 각 패에 속한 사람들은 즉시 상대편 사람들을 싫어하고 더 나쁘게 생각하며, 자기 집단에 손해가 될 경우에도 그들에게 보상이 돌아가지 않게끔 행동한다. 이 즉흥적인 자민족 중심주의는 심지어 실험자들이 점이나 그림으로 하는 촌극의 막을 내리고 그들의 면전에서 동전을 던져 패를 나눌 때에도 발생한다! 그로부터 나오는 행동상의 결과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한 권위있는 실험에서 사회심리학자 무자퍼 셰리프는 중산층 출신의 착실한 미국 소년들을 신중하게 선발해 여름 캠프를 연 다음 소년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스포츠와 촌극으로 경쟁을 붙였다. 며칠 내에 양 집단은 막대기, 방망이, 돌을 넣은 양말 등으로 상대방 집단을 습격하고 폭행하여 결국 소년들의 안전을 위해 실험자들이 개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생의 의미 799


예술의 기능이 베일에 싸인 이유 800

모든 대학에는 예술을 가르치는 교수진이 있고, 그들은 수적으로나 대중의 눈으로나 예술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수만 명의 학자와 수백만 장의 논문은 '왜 인간은 예술을 추구하는가'라는 질문에 거의 어떤 답도 제시하지 못한다. 예술의 기능이 두터운 베일에 싸여 있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예술은 미적 심리를 반영할 뿐만 아니라 지위 심리를 반영한다. 진화생물학에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예술의 무용성이 경제학과 사회심리학에서는 너무 잘 이해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경제적 여유가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면, 배를 채워 주거나 비를 막아 주지는 못하지만 값비싼 재료, 오랜 세월의 훈련, 불명료한 텍스트에 대한 능숙한 이해, 또는 엘리트 계층과의 친분을 요구하는 장식품과 묘기에 돈을 쓰는 것보다 더 좋은 증거가 무엇이겠는가?

소스타인 베블런과 쿠엔틴 벨은 취미와 유행에 대한 분석에서 소비, 여가, 위반을 통한 엘리트 계층의 광고물들이 하층 계급에 의해 모방되면 엘리트 계층은 모방하기 어려운 새 광고물을 찾아 나선다는 이론을 제시하는 한편, 이 이론이 아니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예술의 기이한 특성들을 적절하게 설명했다. 연대기적 호칭인 동시에 비판적인 용어이기도 한 단어들(고딕, 매너리즘, 바로크, 로코코)에서 알 수 있듯이, 한 세기에 호화로웠던 양식들이 다음 세기에는 낡은 것이 된다. 예술의 확고부동한 후원자들은 귀족과 귀족 계층에 속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존경스러울 정도로 무익한 생활의 증거들 801∼802

학자들과 지식인들은 문화의 욕심쟁이들이다. 오늘날 엘리트 계층의 모임에서, 개인의 건강이나 공공 정책과 관련된 문제를 결정하려면 과학 교육이 대단히 중요하고 필수적인데도 당신이 시인을 위한 물리학 강좌나 지질학 개론을 간신히 통과했고, 그 후로는 과학이라는 것을 접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그저 웃고 넘어갈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제임스 조이스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다거나 모차르트를 들어 보려고 했지만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더 낫더라고 말하면, 그것은 당신이 옷소매로 코를 풀거나 당신의 세탁소에 어린아이들을 고용했다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엄청난 충격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인간의 마음에 예술, 지위, 미덕이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은 7장에서 보았던 벨의 '의복 도덕성'과 일맥상통한다. 즉 사람들은 모든 비천한 필수품으로부터 해방된 존경스러울 정도로 무익한 생활의 증거들 속에서 품위를 발견하는 것이다.


알기 어렵게 만드는 경향 802∼803

마음속의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형태와 색과 소리와 농담과 이야기와 신화로부터 즐거움을 느끼는가? 이 질문에는 답이 있을 수도 있지만, 예술 전반에 대한 질문들은 답을 할 수가 없다. 예술 이론들은 자신의 이론을 무너뜨리는 씨앗을 품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CD와 그림, 소설을 구입할 수 있는 시대에 예술가들이 출세를 하려면 낡은 것을 피하고,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존의 지식(그리고 예술을 정의하려는 수십 년에 걸친 헛된 시도들)을 조롱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동역학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어떤 논의도 생산적인 결론을 내지 못한다. 그런 논의에서는 '음악'의 정의에 무조의 재즈, 반음계의 곡들, 지적인 연습곡들을 포함시키기 때문에 왜 음악이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지를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유머를 오스카 와일드의 교묘한 재치로 정의하기 때문에 음탕한 웃음과 가벼운 조롱을 이해하지도 못할 것이다. 예술적 탁월성과 아방가르드는 세련된 취미를 위해 창조되고, 한 장르에 오랫동안 몰입하고 그 장르의 관습과 상투적 표현에 익숙해질 때 나온다. 그것들은 한 수 앞을 내다보는 머리, 불가해한 암시, 특수한 감식안에 의존한다. 아무리 매혹적이고 훌륭해 보여도 그것들은 미적 심리를 밝혀 주기는커녕 오히려 알기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즐거움 중추를 자극하는 방법들 804

마음의 어떤 부분들은 우리에게 즐거운 감정을 부여함으로써 적응도의 증가를 기록한다. 또 어떤 부분들은 원인과 결과에 대한 지식을 이용해 목표들을 산출한다. 이것들을 결합하면 생물학적으로 무의미한 과제(즉 혹독한 세계로부터 진정한 적응도 향상을 얻어 내는 불편함을 겪지 않고 뇌의 즐거움 회로에 도달하여 순간적인 즐거움들을 얻어 내는 방법)에 도전하는 마음이 탄생한다. 쥐의 내측전뇌다발에 전극을 심고 그곳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레버를 쥐 가까이 두면 쥐는 음식, 물, 섹스의 기회를 마다하고 지쳐 쓰러질 때까지 맹렬하게 그 레버를 누른다. 지금까지 인간의 즐거움 중추에 전극을 심는 신경외과 수술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다른 수단들을 통해 즐거움 중추를 자극하는 방법들을 알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기분 전환용 약물인데, 이런 약물들은 즐거움 회로의 화학적 접점에 스며든다.


즐거움 테크놀로지 804∼805

즐거움 중추에 도달하는 또 다른 경로는 감각을 경유한다. 감각은 우리 조상들의 환경에서 적응도를 높여 주었을 환경에 처하면 즐거움 회로들을 자극한다. 물론 적응도를 높이는 환경이 직접 나서지는 않는다. 그런 환경은 감각들이 등록할 소리, 광경, 냄새, 맛, 감촉의 패턴들을 발산한다. 이제 지적 기능들이 그 즐거움 패턴들을 알아보고, 깨끗이 다듬고, 농축시킬 수 있다면, 뇌는 성가신 전극이나 약물 없이도 스스로를 자극할 것이다. 뇌는 보통 건강에 좋은 환경들로부터 발산되는 광경과 소리와 냄새의 충분한 분량을 인위적으로 생성할 것이다. 우리가 딸기치즈케이크를 좋아하는 것은 딸기치즈케이크를 위한 미각을 진화시켰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진화시킨 것은 잘 익은 과일의 달콤한 맛으로부터 소량의 기쁨을, 견과류와 고기로부터 지방과 기름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감촉을, 신선한 물로부터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는 회로들이다. 치즈케이크에는 자연계의 어떤 것에도 존재하지 않는 감각적 충격이 압축되어 있다. 그 속에는 우리의 즐거움 버튼을 누르려는 분명한 목적을 위해 인공적으로 조합한 과다한 양의 유쾌한 자극들이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포르노 역시 또 하나의 즐거움 테크놀로지다. 이 장에서 나는 예술도 그와 같은 것임을 보이고자 한다.


종교와 철학 805

마음의 설계로부터 매력적이지만 생물학적으로 무익한 활동들이 나올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지성은 자연적·사회적 대상들의 방어망을 깨기 위해 진화했다. 지성은 사물, 인공물, 생물, 동물,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추론하는 모듈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세계에는 그 외의 다른 문제들이 있다. 세계는 무엇으로부터 생겨났는가, 유형의 육체로부터 어떻게 무형의 마음이 나올 수 있는가,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들이 일어나는가, 죽으면 우리의 생각과 느낌은 어떻게 되는가와 같은 문제들이다. 마음은 그런 의문들을 품을 수 있지만, 심지어 질문 자체에 답이 있는 경우에도 그런 답들을 구하는 장비를 구비하진 못한 것 같다. 마음이 자연선택의 산물이라면 모든 진리에 접근하는 기적 같은 능력을 갖기는 불가능하다. 마음은 단지 우리 조상들의 세속석인 생존 과제들과 충분히 비슷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만을 가져야 한다. 아이에게 망치를 주면 온 세상이 못이 된다는 말이 있다. 만일 어떤 생물종이 기계학, 생물학, 심리학의 기초를 이해하는 능력을 갖게 되면, 세상은 온통 기계가 되고 정글이 되고 사회가 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종교와 철학은 어떤 면에서 마음의 도구들이 애초의 설계 목적에서 벗어나는 문제들에 적용된 결과라는 것이다.


음악은 순수한 즐거움 테크놀로지 810

음악은 순수한 즐거움 테크놀로지, 즉 우리가 대량의 즐거움 회로들을 일시에 자극하기 위해 귀로 섭취하는 기분 전환용 약물들의 칵테일일 것이다.


음악 언어 814

음계에는 또한 감정적 색채를 가미하는 음들이 포함될 수 있다, C장조에서 미가 반음 내려와 미플랫이 되고, 으뜸음인 도와 단3도 간격을 이루면 장3도와 비교하여 슬픔, 고통, 비애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단7도 역시 '블루 노트'로, 부드러운 슬픔이나 애처로움을 불러일으킨다. 그 밖의 음정들은 냉철하고, 간절하고, 긴요하고, 위엄 있고, 불협화적이고, 당당하고, 무섭고, 결함이 있고, 단호하다는 말로 표현되는 감정들을 발산한다. 이 감정들은 음들이 선율의 일부로서 연속해서 연주될 때에도 촉발된다. 한 음악 언어에 익숙해지려면 각 음정에 내포된 감정들을 경험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 감정들이 정확히 보편적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것은 또한 자의적이지도 않다. 4개월 된 어린 아기들조차도 단2도 같은 불협화음보다는 장3도 같은 협화음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 복잡한 정취를 배우기 위해, 기쁘거나 우울한 가사와 함께 화음을 듣거나 기쁘거나 우울한 기분에 맞춰 화음을 듣는 등의 파블로프식 조건화를 거칠 필요도 없다. 단지 충분한 시간에 걸쳐 특정한 음악 언어의 선율들을 들으면서 음정 간의 패턴과 대비를 습득하면, 그 속에 내포된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발달한다.


허구에 몰입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을 강화하기 위해 824∼825

텔레비전 방송국에는 악한 역을 맡은 배우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시청자들의 우편물, 실연한 등장인물에게 충고를 하는 편지, 아기 출연자들에게 보내는 선물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멕시코 영화 관객들은 스크린을 향해 총을 난사한 적이 있다고 한다. 배우들은 팬들이 그들과 그들의 배역을 혼동한다고 불평한다. 《스타트렉》에 출현했던 레너드 니모이는《나는 스폭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썼다가 해명을 포기하고 《나는 스폭이다》라는 회고록을 썼다. 이 일화들은 종종 신문에 오르내리면서,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공상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심어 준다. 내가 생각하기에 사람들은 정말로 착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허구에 몰입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을 강화하기 위해 극단으로 치닫는 것 같다. 모든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그 동기는 어디에서 비롯하는 것일까?


기쁨과 교육 825

호라티우스는 문학의 목적은 "기쁨과 가르침을 주는 것"이라고 썼고, 몇 세기 후에 존 드라이든도 연극을 "인간 본성의 정열과 유머를 표현하고 인간 본성을 지배하는 운명의 변화를 표현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정확하고 생생한 이미지로, 그 목적은 인간의 기쁨과 교육"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인간의 즐거움 버튼을 누르는 무익한 테크놀로지의 산물인 기쁨과 인지적 적응의 산물인 교육을 구별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왜 사람들은 허구를 즐기는가? = 왜 사람들은 삶을 즐기는가? 825

착각이 효력을 발휘할 때, "왜 사람들은 허구를 즐기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명약관화하다. 그것은 "왜 사람들은 삶을 즐기는가?"라는 질문과 동일하다. 책이나 영화에 빠졌을 때 우리는 숨이 멎을 듯한 경치를 관람하고, 중요한 사람들과 허물없이 사귀고, 매혹적인 남녀들과 사랑에 빠지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 주고, 불가능한 목표를 성취하고, 사악한 적을 물리친다. 7달러 50센트치고는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최루성 영화는 비극에 대한 승리감을 고취한다 826∼827

그렇다면 착각에 이끌려 슬픔에 빠지는 것을 즐기는 관객들을 위한 최루성 영화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심리학자 폴 로진은 최루성 영화를 흡연, 롤러코스터, 매운 고추, 사우나 같은 양성 마조히즘의 다른 예들과 한 부류로 묶는다. 양성 마조히즘은 한계를 시험하는 시험 비행사의 운항과 같다. 그것은 낭떠러지에 떨어지지 않고 재난의 가장자리까지 얼마나 접근할 수 있는가를 조금씩 시험함으로써 삶의 선택사양을 넓히려는 노력이다. 물론 만일 이 이론으로 불가해한 모든 행동들을 유창하게 설명하려 한다면 공허함에 빠질 것이고, 만일 그 이론으로 사람들은 손톱 밑을 바늘로 찌르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고 예측하려 한다면 그 또한 잘못일 것이다. 그러나 그 개념은 좀 더 섬세하다. 양성 마조히스트들은 그들이 심각한 피해를 전혀 입지 않을 것을 확신해야 한다. 그리고 피해를 제어하고 완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최루성 영화의 테크놀로지는 그런 조건에 잘 들어맞는다. 관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가 끝나면 사랑하는 사람과 무사히 극장 문을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주인공은 심장마비에 걸리거나 핫도그가 목에 걸려 죽는 것이 아니라 진행성 질병에 걸려 생을 마치기 때문에 우리는 다가올 비극에 대해 감정의 준비를 할 수가 있다. 우리는 여주인공이 죽을 것이라는 추상적인 전제만을 받아들여야 한다. 불쾌한 세부 묘사는 안 봐도 그만이다. 그리고 관객은 주인공이 아니라 가까운 가족과 동일시하고, 그들의 노력에 공감하고, 주인공이 죽어도 삶은 계속된다는 확신을 느껴야 한다. 최루성 영화는 비극에 대한 승리감을 고취한다.


모임을 갖고 소문을 퍼트리는 이유 827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보여 주는 약점들을 추적하는 것도 즐거움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이른바 '가십'이 그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기 때문에 가십은 모든 인간 사회에서 사랑받는 오락이다. 누가 호의를 필요로 하고 누가 호의를 베풀 위치에 있는지, 누가 믿을 만하고 누가 거짓말쟁이인지, 누가 솔로이고(혹은 곧 솔로가 되고) 누가 질투심 많은 배우자나 가족에게 사로잡혀 있는지를 아는 것은 인생의 게임에서 명백한 전략상의 이익을 제공한다. 특히 그 정보가 아직 널리 퍼지지 않아서 마치 내부자 거래처럼 듣는 사람이 기회를 누구보다 먼저 이용할 수 있을 때 전략상의 이익은 더욱 명백하다. 우리의 마음이 진화한 소규모 집단에서는 모든 사람이 다른 모든 사람을 알았고 그래서 모든 가십이 유용했다. 오늘날 우리는 꾸며 낸 인물들의 사생활을 엿보면서 같은 종류의 가십을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체스 게임보다 수가 많은 인생 831

인생의 수는 체스보다 훨씬 더 많다.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항상 갈등을 겪고, 그래서 사람들의 수와 대응 수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수의 상호작용으로 늘어난다. 가상의 딜레마에 빠진 죄수들처럼 파트너들은 현재의 수와 다음 수에서 협조를 할 수도 있고 변절을 할 수도 있다. 부모, 자식, 형제들은 유전자의 부분적 중복 때문에 공통의 이해와 대립적 이해를 모두 갖고 있으며, 한쪽이 상대방에게 행하는 어떤 행동이든 이타적이거나 이기적일 수 있고 또는 둘의 결합일 수도 있다. 소년이 소녀를 만날 때 어느 한쪽이나 양쪽 모두 상대방을 배우자로 보거나 하룻밤 상대로 보거나 무의미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배우자는 충실할 수도 있고 바람을 피울 수도 있다. 친구는 미덥지 못한 친구일 수 있다. 동맹자는 공평하게 분담한 위험보다 적은 양만을 떠안거나, 운명의 화살이 그에게 향하는 순간 변절을 할 수가 있다. 낯선 사람은 경쟁자일 수도 있고 완전한 적일 수도 있다. 여기에 사기의 가능성이 더해지면 게임들은 더 높은 차원으로 확대되어, 모든 말과 행동이 참이거나 거짓이거나 자기기만일 수 있고, 자기기만일 때에는 진지한 말과 행동조차 참이거나 거짓일 수 있다. 여기에 역설적 전술과 대응 전술이 더해지면 게임들은 더욱 높은 차원으로 확대되어, 개인의 평범한 목표들-통제, 이성, 지식-은 본인에 의해 무효화되고 단지 그를 협박할 수 없는 사람, 믿을 가치가 있는 사람, 또는 도전하기에 너무 위험한 사람으로 만드는 수단이 된다.


예술의 기능 832

갈등에 빠진 사람들의 음모는 너무나 많은 측면들과 결합하면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마음의 눈으로 모든 행동의 결과를 펼쳐볼 수가 없다. 허구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언젠가 직면할 수 있는 운명의 수수께끼들과, 그 속에서 전개할 수 있는 전략들의 결과를 요목별로 정리해 준다. 만일 나의 삼촌이 나의 아버지를 죽이고 그의 자리를 빼앗고 내 어머니와 결혼했다는 의심이 든다면 내가 취할 수 있는 선택사양은 무엇인가? 만일 나의 불행한 형이 가족 내에서 전혀 대접받지 못한다면 형이 나를 배반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까? 아내와 딸이 주말여행을 떠났을 때 어느 의뢰인이 나를 유혹했다면,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무엇일까? 시골 의사의 아내로서 나의 지루한 삶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바람을 피운다면 어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까? 오늘 당장 내 땅을 빼앗으려는 악당들에게 무모한 충돌을 피하는 동시에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 내일 넘겨주겠다고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들은 어느 서점이나 비디오가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생이 예술을 모방한다는 진부한 표현은 사실이다. 예술의 기능은 인생이 그것을 모방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위엄의 격하 839

위엄의 격하는 또한 성적이고 외설적인 유머의 보편적인 매력을 뒷받침하는 기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위트는 알공킨 원탁모임보다는《애니멀 하우스》에 더 가깝다. 샤농은 야노마뫼족의 가계조사를 시작할 때, 저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 그들의 터부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샤농은 피조사자들에게 저명한 개인의 이름과 그 친척들의 이름을 귀에다 속삭이라고 요청했고, 그 때문에 어색한 과정을 몇 번씩 반복한 후에야 이름을 정확히 들을 수 있었다. 이름이 거론된 사람이 샤농을 노려보고 구경꾼들이 킥킥대고 웃으면 샤농은 안심하고 그의 진짜 이름을 기록했다. 몇 달에 걸쳐 정성스럽게 가계를 정리한 후 이웃 부락을 방문하던 중에 샤농은 자랑삼아 그곳 추장 부인의 이름을 불쑥 꺼냈다.

순간 싸늘한 침묵이 흘렀고 잠시 후 온 마을이 걷잡을 수 없는 웃음, 목메임, 헐떡거림, 아우성에 빠졌다. 사람들 앞에서 나는 비사시테리의 추장이 "털 많은 성기'와 결혼했다고 생각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뿐 아니라 나는 추장을 '기다란 음경'으로, 그의 형제를 '독수리 똥'으로, 그의 한 아들을 '병신 같은 놈'으로, 그의 딸을 '방귀 냄새'로 부르고 있었다. 다섯 달 동안 심혈을 기울여 가계조사를 한 결과가 터무니없는 헛소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자 관자놀이에 피가 솟구쳤다.


관계의 기초 847

우위와 지위의 논리는 암묵적인 위협과 뇌물에 기초하고, 윗사람이 그것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우정의 논리는 어떤 상황에서든 끝까지 돕겠다는 약속에 기초한다. 사람들은 지위와 우위를 원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친구를 원한다. 지위와 우위는 시들 수 있지만 친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곁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은 양립이 불가능하고, 그래서 신호의 문제가 발생한다. 어떤 관계의 두 사람이든 한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강하거나, 영리하거나, 부유하거나, 잘생겼거나, 인맥이 좋기 마련이다,. 거기에는 항상 지배-복종, 또는 유명인-팬의 계기들이 존재하지만, 친구 사이라면 어느 쪽도 관계가 그런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친구 위에 군림할 수 있거나 친구가 당신 위에 군림할 수 있는 속성들을 나쁘게 말한다면, 적어도 당신에게는 관계의 기초가 지위나 우위가 아니라는 점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셈이 된다. 만일 그 신호가 무의식적이고 그래서 조작하기 힘든 것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만일 이 이론이 옳다면 그것은 성인의 웃음과, 모의 공격 및 간지럼에 대한 아이들과 침팬지의 반응 간의 상동성을 설명해 준다. 웃음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너를 해치려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은 우리 둘 모두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중이야.' 위의 이론은 또한 왜 농담이 두 사람의 관계를 평가하는 정밀기계인지를 설명해 준다. 우리는 윗사람이나 낯선 사람을 놀리지 않는다. 물론 한 사람이 시험적으로 재치 있는 농담을 날리면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우정이 싹틀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놀림이 달갑지 않은 웃음이나 냉랭한 침묵을 유발한다면 그것은 상대방에게는 당신의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친구 간에도 한쪽이 우위를 점하게 만드는 유혹들이 상존하지만, 좋은 친구들이 끊임없이 킥킥거리는 것은 관계의 기초가 여전히 우정이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행위다.


종교는 어떻게 인간의 마음에 딱 들어맞는 것일까? 848∼849

"모든 어리석음 중에 가장 흔한 것이 명백한 거짓을 열정적으로 믿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주업이다"라고 H.L. 멩켄은 썼다. 모든 문화에서 사람들은 영혼은 죽지 않고, 질병과 불행은 혼령, 유령, 성인, 요정, 천사, 악마, 신령, 악령, 신이 주거나 가져간다고 믿는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인의 25퍼센트가 마녀를 믿고, 거의 절반이 유령을 믿고, 절반이 악마를 믿고, 절반이 창세기의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고, 69퍼센트가 천사를 믿고, 87퍼센트가 예수가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했다고 믿고, 96퍼센트가 신이나 만유의 영을 믿는다고 한다. 종교는 어떻게 명백한 거짓을 거부하도록 설계되었을 것만 같은 인간의 마음에 딱 들어맞는 것일까? 사람들은 자비로운 목자, 우주의 설계, 사후 세계 등을 생각하면서 위안을 얻는다는 일반적인 설명은 불만족스럽다. 그래 봤자, "왜 인간의 마음은 명백한 거짓으로 보이는 믿음에서 위안을 찾도록 진화했을까?"라는 질문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얼어붙고 있는 사람은 자기 몸이 따뜻하다는 믿음으로 위안을 얻지 못하고, 사자와 마주친 사람은 그것을 토끼라고 믿음으로써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한다.


'기도하다' 850

이제 종교의 심리학을 구성하는 정말로 특별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보자.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모든 문화의 종교들을 관통하는 공통점을 최초로 지적했다. 즉, 종교는 성공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앰브로즈 비어스는 '기도하다'를 '자신의 무가치함을 고백하는 단 한 명의 기원자를 위해 세계의 법칙들을 폐기시켜 달라고 요청함'으로 정의했다. 세계 어디서나 사람들은 병의 쾌유를 위해, 사랑이나 전쟁에서의 성공을 위해, 좋은 날씨를 위해 신들과 혼령들에게 기도한다. 종교는 판돈이 크고 성공의 인과관계에 유효한 일반적인 기술(의료, 전략, 구애, 그러나 날씨의 경우는 속수무책이다)이 소진되었을 때 사람들이 의존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호모사피엔스의 마음 859

철학적 문제들이 어려운 것은 아마도, 그것들이 신성하거나 환원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하거나 현실적인 과학이기 때문이 아니라, 호모사피엔스의 마음에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인지적 장비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천사가 아니라 유기체이고, 우리의 마음은 진리로 통하는 파이프라인이 아니라 생물학적 기관이다. 우리의 마음은 조상들의 생사를 좌우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했지, 정확함을 벗삼기 위해서나 온갖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진화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단기 기억에 1만 단어를 담지 못한다. 인간은 자외선을 보지 못한다. 인간의 마음은 물체를 4차원으로 회전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인간은 자유의지나 감각력 같은 수수께끼도 풀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인지 기능의 수가 우리보다 적은 생물체를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개에게는 우리의 언어가 "어쩌구 저쩌구 어쩌구 저쩌구"로 들리고, 쥐는 먹이 가지의 개수가 소수인 미로를 학습하지 못하고, 자폐아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아이들은 섹스 때문에 왜 그런 법석을 피우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떤 신경계 환자들은 얼굴의 모든 부분을 알아보면서 정작 누구의 얼굴인지는 식별하지 못하고, 입체맹시인 사람들은 입체그림을 기하학상의 문제로 이해하면서도 그것이 다른 깊이로 튀어나오는 것을 보지 못한다. 만일 그들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3차원 영상을 기적이라 부르거나, 그것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므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거나, 그것을 일종의 속임수로 치부해 버릴지 모른다.

그렇다면 인지 기능이 우리보다 '더 많은' 생물체나, 인지 기능이 우리와 '다른' 생물체는 없을까? 그런 생물체가 있다면 그들은 자유의지와 의식이 어떻게 뇌로부터 생겨나는지, 의미와 도덕성이 어떻게 객관세계와 맞아떨어지는지를 쉽게 알아낼 것이고, 그런 문제에 직면했을 때 우리가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시도하는 종교적·철학적 물구나무서기를 보고 재미있어 할 것이다. 그들이라면 우리에게 답을 설명해 줄 수 있겠지만, 막상 우리는 그 설명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자연계의 훌륭한 고안품 862

수학에서 정수는 덧셈에 대해 닫혀 있다고 말한다. 두 정수를 더하면 정수가 나오고, 절대로 분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수의 집합이 유한하다는 뜻은 아니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생각은 우리의 인지 기능에 대해 닫혀 있기 때문에, 철학의 수수께끼들에 대한 정답을 알아낼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도달 가능한 생각의 집합은 무한할 수 있다.

인지적 닫힘은 비관적인 결론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나는 그것이 아주 고무적이며, 마음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거둔 대단한 진보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이 책의 목표, 즉 독자들로 하여금 잠시 자신의 마음 밖으로 걸아 나와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유일한 존재 가능성으로서가 아니라 자연계의 훌륭한 고안품으로 보게 하는 것을 달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첫째, 마음이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된 기관들의 체계라면, 왜 우리는 마음이 모든 신비를 이해하고 모든 진리에 도달할 것이라고 기대해야 하는가? 우리는 과학적 문제들이 식량수집 조상들의 문제에 대해 구조상 충분히 닫혀 있어서 우리가 이 정도의 진전을 이루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만일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우리는 마음을 자연의 산물로 바라보는 과학적 세계관을 문제시해야 할 것이다.


마음의 힘 863

어떤 문제들이 왜 우리의 이해력을 벗어나는지를 얼핏 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한결 다행스런 일이다. 이 책에서 반복되어 온 주제는, 마음의 복잡한 생각들은 좀 더 간단한 생각들의 조합물이고, 전체의 의미는 부분들의 의미 및 부분과 전체를 연결하는 관계(전체의 부분, 범주 속의 사례, 한 장소에 존재하는 사물, 힘을 가하는 행위자, 결과의 원인, 믿음을 품는 마음)의 의미에 의해 결정된다. 이 논리적이고 법칙적인 관계들은 일상적 언어를 구성하는 문장의 의미를 제공하고, 유추와 은유를 통해 과학과 수학의 내밀한 내용에 자신의 구조를 빌려 주면 과학과 수학에서는 그것들을 결합하여 점점 더 큰 이론적 구조물들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물질을 분자·원자·쿼크로 이해하고, 생명을 DNA·유전자·계통나무로 이해하며, 변화를 위치·운동량·힘으로 이해하고 수학을 기호와 연산으로 이해한다. 이 모두가 법칙에 따라 구성된 요소들의 결합물이고, 그래서 전체의 특성은 부분들의 특성과 그 결합 방식으로부터 예측이 가능하다.


우리의 마음이 자연의 일부라면 865

'나'는 신체 부위들이나 뇌 상태들이나 정보 단위들의 조합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존재하는 자아의 통합체이며 구체적인 위치에 존재하지 않는 단일한 궤적이다. 자유의지는 사건들과 상태들의 인과적 연쇄가 아닌 것이 자명하다. 의미의 조합적 측면(말이나 생각이 어떻게 결합하여 문장이나 명제의 의미가 되는가)은 밝혀졌지만 의미의 핵심, 즉 어떤 것을 지시하는 단순한 행위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이상하게도 그것은 지시된 대상과 지시하는 개인 간의 어떤 인과관계와도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식 역시 인식자가 한 번도 부딪혀 본 적이 없는 것을 알고 있다는 모순을 던져 준다. 우리가 의식, 자아, 의지, 지식의 수수께끼들에 속수무책인 것은 그 문제들의 본질과 자연선택이 우리에게 갖춰 준 계산 장치들 간의 불일치 때문일 것이다.

이 추측이 옳다면, 우리의 정신은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괴롭힘을 선사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부정하기 힘든 존재인 우리의 의식은 영원히 우리의 개념적 이해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우리의 마음이 자연의 일부라면, 그것은 기대할 만하고 심지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자연계는 생물체들과 그 부분들의 특화된 설계로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독수리가 땅 위에서 어색하게 행동한다고 해서 그들을 놀리지 않고, 눈이 소리를 못 듣는다고 해서 초조해하지 않는다. 하나의 설계는 다른 과제들과 타협할 때에만 자신의 과제를 탁월하게 해결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의 불가사의 앞에서 느끼는 인간의 좌절감은 인간의 마음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들, 즉 단어와 문장, 이론과 방정식, 시와 선율, 농담과 이야기의 세계를 열었던 조합적 마음을 얻기 위해 지불한 비용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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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9-24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크랩 글귀를 보다보니, 얼마 전에 읽은 <집단 정신의 진화>라는 책이 떠올려집니다.

<우리의 마음이 자연의 일부라면>의 글귀를 열심히 읽어보는 중입니다.
가끔 우리는 사물이나 세상을 너무 조각내어 다루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 자연의 일부인데 말이죠. 동양의 사상처럼, 인디언의 종교처럼 자연스러운 합치가 가장 좋겠지만, 참 어려워요.
제가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종종 모르겠다고 느낀답니다. ^^

oren 2010-09-24 13:42   좋아요 0 | URL
마고님의 댓글 끝부분을 보니, 문득 yamoo님이 소개해주셨던 '악마의 사전'이 생각납니다.
스티븐 핑커의 또 다른 책《빈 서판》에 나오는 내용인데 옮겨봅니다.
이 대목이 나오는 책의 여백에는 '내 마음 나도 몰라....'라고 적어놨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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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수수께끼들 422

우리의 조합적 지능으로 최선을 다해 분석해 봐도 그 이상한 실체들을 낚아 올릴 만한 낚싯바늘을 얻어낼 수가 없어서, 그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그 존재를 부정하거나 신비주의로 빠지게 된다. 좋건 궂건 우리의 세계는 항상 약간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어서 우리 후손들은 끝없이 종교와 철학의 오래된 수수께끼들을 숙고할 것인데, 그 수수께끼들은 결국 물질과 마음의 개념들과 연결되어 있다. 앰브로즈 비어스의 『악마의 사전』에서는 마음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마음 [명] 뇌에서 분비되는 신비한 물질 형태. 주요 작용은 자신의 본질을 확인하려는 노력에 있으나, 그 시도가 무익한 것은 자신의 본질을 알기 위해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마녀고양이 2010-09-26 16:10   좋아요 0 | URL
어머! 전 야무님의 리뷰를 헛읽었나봐요!
<악마의 사전>이 앰브로즈 비어스의 저서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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