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도로 경계 사람이 만든 껍질들
음료수 껍질 과자 껍질 물건의 껍질, 껍질들
단 한 번 알맹이 품다 가뿐하게 버려지고

버리지도 못하는 물컹한 알맹이 품고
갈라지고 툭 터져 까슬까슬한 껍질은
네모난 낙엽들 모아 터벅터벅 끌고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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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까? 아니야, 소용없을 거야. 그래도 한 번 해볼까? 뭐라고 말해야 하지? 언제 말할까? 커피숍 다녀와서 주춤, 드라마 보기 전에 주춤, 드라마 끝나고 나서 주춤, 설거지 하고 나서 주춤, 자기 전에 주춤, 주춤, 주춤. 몇 번을 망설이고 몇 번이나 돌려 깎아 정제된 말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한다. 에라, 눈 질끈! “나 팔운동 하는 것 좀 도와줄래요?” 당신에게 말을 건넨다.

 

어제 퇴근 후 도수치료실,

위로 만세는 잘되시는데, 옆으로 기역자 꺾는 동작의 범위가 너무 안 나오네요. HOT 문희준처럼 되셔야 하는데.”

만세 동작은 사무실에서 쉬는 시간마다 틈틈이 하는데, 기역자는 혼자 잘 안돼요.”

기역자 동작은 팔씨름을 하는 형상으로 누군가 내 왼손을 잡아주면 나는 왼팔 근육에 조금씩 힘을 주며 저항 운동을 하는 것이다. 내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에 알렸으나 혼자 하려니 당최 동작이 나오지 않는다.

남편 분한테 도와달라고 해보세요. 덩달아 자연스럽게 스킨십도 되잖아요. 어려운 사이도 부드러워지고, 어깨도 좋아지니 얼마나 좋아요?”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요.”

병원에서 꼭 해야 한다고 했다고 하세요. 안 그러면 낫기 어렵다고 했다고. 저 얼마든지 파셔도 되요. 이 동작은 정말 꾸준히 하셔야해요.”

올레~! 당신에게 닿기 위한 당위성을 당당하게 확보한 나. ................

몇 가지 동작을 더 여쭤본다.

! 이왕이면 몸이 많이 닿는 동작으로 알려주세요!”

 

나 팔운동 하는 것 좀 도와줄래요?’ 라고 쓰고 당신의 손을 잡고야 말거예요라고 읽는 나.

어떻게 하는 건데?”

으흠? 일단 1차 관문 통과!

오늘 물리치료실에서 그러는데 어쩌구 꾸준히 하지 않으면 저쩌구.”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당위성을 MSG로 춉춉 뿌린다.

그런데, 어떻게 드러누워야 그 동작이 나왔더라? 어째 자연스럽지가 않다. 물리치료실에서는 옆으로 누웠다 일어났다 바로 누웠다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알아서 운동을 시켜주셨건만, .

일단 당신이 여기 앉아 봐요.”

거실 침대에 그를 앉히고 그 옆에 드러눕는다.

내 왼손을 잡아 봐요. 팔씨름하는 식으로. 당신은 가만히 있고 내가 힘을 주면 되요. 그렇게 3세트씩 3번 하라네요.”

동작은 여전히 엉거주춤하다. 이게 아닌 건 알겠는데, 어디부터 고쳐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쨌든 나의 목적은 운동이 아니라 당신의 손을 잡는 것이므로 근육이야 힘이 들어가든 말든 알바 아니다. 병신이 되지 않기 위해 꼭 운동해야 하는 인간이 된 나는 최대한 운동하는 액션을 취한다. 의심사지 않을 정도의 액션을 반복한 나는 이제 되었다며 안방으로 조용히 들어간다.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나온다.

 

이 나이에 손 하나 잡았다고 긴장하고 이렇게 좋아할 일이더냐. 사람 손을 처음 잡아보는 인간처럼. 당신 손을 잡아본지가 언제더라. 몇 년 전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당신 손이 이런 느낌이었나. 약간 건조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구나. 그냥 좋다. 그저 좋다. 안방으로 들어가면서 살짝 후회한다. 3세트씩 10번 하랬다고 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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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1-03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귀여우셨다...... 갑자기 죄송합니다만 귀여우셨어요 ㅎㅎㅎㅎㅎ

나비종 2019-01-03 23:4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저의 당신에게도 귀여우셔야 할텐데 말이죠^^;;
 

당신에게 빠져들던 내 모습을 어렴풋이 기억한다. 삶의 시계 바늘이 한 사람을 중심으로 돌던 시간들. 온통 당신으로 둘러싸이던 꿈같은 세상. 그 세상에서 나의 마음은 자연스러웠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어느 방향에 서 있든 당신에게로 수렴했다. 떨어지는 물처럼 부드럽게, N극에 끌려오는 철가루처럼, 원래대로 되돌아가려는 용수철처럼. 사랑은 중력이나 자기력, 탄성력처럼 내게서 우러나는 힘이었다. 그 힘에 마음을 실은 나는 자연스럽게 당신에게 다가갔다.

 

마음이 가면 글이 자연스럽게 써진다. 독후감이든 시를 쓰든 느낌이 우러난다면 글로 옮기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자연스럽게 다가간다는 건 아마 이런 모습일거다.

가만히 마음을 들여다본다. 냉철하게 판단한다면 나의 심장은 당신에게로 온전하게 뛰지는 않는다. 나는 지금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니까. 이 말은 노력하지 않으면 저절로 마음이 흐르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순서를 바꿔보는 중이다. 글을 약간 헐렁하게 쓰고 거기에 마음을 맞춰보는 것, 글을 먼저 쓰고 마음을 끌어올린 달까. 글이 지닌 힘에 기대어 당신에게 걸어가 보려고 한다.

 

억지로 다가가는 것은 아니다. 필요에 의해서만도 아니다. 마음이나 몸이 지칠 때 자연스럽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내 가까운 곳에 한 명쯤은 있었으면 해서. 내 삶의 소소한 기쁨과 눈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당신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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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취향 -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취향 존중 에세이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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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글을 쓰고 싶다. 나만 쓸 수 있는 문장으로, 나만 쓸 수밖에 없는 내용을 글에 담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쓰기에 내 글 안에는 내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내게도 문체가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우리은하의 모습은 옆에서 보면 원반형, 위에서 보면 막대나선모양이라고 한다. 은하의 크기가 10만 광년이나 되기에 현재 기술로는 누구도 전체를 입체적으로 볼 수 없다. 그 안에 있는 우리는 단면인 은하수를 보고 다만, 짐작할 뿐이다.

같은 이유일 거라 생각한다. 내가 나의 글에 완전히 객관적일 수 없는 이유는.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고 다른 이의 글에서 독특한 문양이나 색깔이 보이는 걸 보면 아마 내게도 나만의 문체가 있을 텐데. 타인은 나의 글을 어떤 느낌으로 읽을까.

 

자신, 사랑, , 이웃, 여행 등 작가의 일상을 그린 에세이다. 카피라이터라서 이런 문체일까, 이런 문체를 구사하는 사람이라서 카피라이터가 된 걸까. 어찌 되었든 김민철의 문체는 내 취향이다. 간결하고 은은한 유머가 배어있고 중독성이 있다. 주변의 소란에도 불편함 없이 단숨에 완독을 했다. 맨발로 편한 산책길을 다녀온 느낌이다. 그녀의 문장에서는 피톤치드가 폐 속 깊이 스며드는 상큼한 숲 냄새가 난다.

 

요즘 집안의 물건들을 조금씩 교체하고 있다. 위치를 바꾸기도 하고,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기도 한다. 커다란 것들은 아니고 사진틀이라든지 방향제라든지 작은 장식품 같은 물건들이다. 신기한 것은 물건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나를 둘러싼 환경이 새롭게 느껴져 미묘하게 신선한 마음이 된다는 것이다.

어디에 무엇을 놓고, 어디를 어떻게 꾸미고, 어디를 어떻게 비울 것인가 고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고민은 하나의 고민에 닿았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p26) 이 문장을 읽고 감탄한다. 얼마나 철학적이고 깊이 있는 심리학인가! , 나는 이렇게 살고 싶은 거였구나. 조금씩 달라지고 싶었던 거구나. 이런 향기로 둘러싸이고 싶던 거구나.

 

학교 일을 과도하게 열심히 하던 때가 있었다. 일이 좋아서도 아니고 윗분들의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가 허술함을 용납하지 못하여 제 발등을 찍는 성격, 완벽주의적인 성향 때문이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절로 깨달아진 사실이 있다. 나는 일을 너무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런 열정이 스스로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건 아니구나, 이런 삶은 아니구나. 몇 년 전부터 새해 계획을 세울 때 학교일 열심히 하지 않기를 실천 사항에 넣었다. 그렇다고 허술하게 하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라도 해야 남들 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몇 년을 하니 이제는 굳이 실천 사항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될 만큼이 되었다. ‘두 번째입니다.’(p144~154) 라는 제목의 글을 읽으면서 확신한다. 이게 맞구나. 작가의 말대로 일은 힘이 세서 수시로 나의 의지를 말랑하게 하지만, 계속 노력해보려고 한다.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몇 년 전부터 매년 1일에 하는 일이 있다. 201911. 새해의 계획을 세웠다. 주제는 가슴 뛰는 대로 움직이기. 세부 실천 사항으로 영화 월 1회 보기, 고독한 독서가들 최소 2회 참여, 글짓기대회 10회 참여, 수필일기쓰기, 자주 스트레칭하기, 당신에게 다가가기, 주변에 선물 자주 하기, 불필요한 물건 버리기를 정했다. 가슴 뛰는 방향으로 작은 걸음이라도 옮기려 한다. ‘나의 마음이 향하는 것들로 완성한 나만의 취향 지도 안에서 나는 쉽게 행복에 도착한다.’(p76) 작가의 말대로 가슴 뛰는 대로 살아간다면 어제보다 행복한 오늘, 오늘보다 행복한 내일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

 

새해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이 아닐까. 내 취향의 문체를 구사하는 작가의 글과 내 삶의 방향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으로 말이다. ‘고독한 독서가들의 단톡방에 당당하게 읽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의 사진을 올렸다.

매일 글을 쓰려고 한다. 쓰다보면 내 모습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오늘도 읽고, 나를 들여다보고,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글로 그린다. 글은 언어로 그리는 그림이라서 나의 글은 자화상이 된다. 못난 모습이라도 사랑스럽게 보듬어보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젊은 시절 방치했던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해서.

 

 

p169, 2째줄 : 진도 6.5 규모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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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19-01-02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만의 문체를 갖는건, 글쓰는 모든이의 소원인 것 같아요.
나비종님의 문체도 갖춰져있어요^^
읽기 편하구요ㅎㅎ

나비종 2019-01-02 19:25   좋아요 0 | URL
용기를 주시는 댓글이군요. 감사합니다! 저의 지향점 중 하나가 매우 저렴한 글이거든요.^^; 계속 다듬어 나가다보면 이건 누가 봐도 나비종이야! 라는 느낌도 나오겠죠? 그런 날을 향해 계속 달리려고 합니다.ㅎㅎ
 

*주제 : 가슴 뛰는 대로 움직이기~!

 

<예술> 1. 영화 : 월 1회

<문학> 2. 고독한 독서가들 : 2회

           3. 글짓기대회 : 10회

           4. 수필일기

<신체> 5. 스트레칭

<관계> 6. 당신에게 다가가기

           7. 선물 자주하기

<환경> 8. 물건 버리기

 

나는 나를 사랑한다! 아자, 아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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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1-01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종님은 물론 나비종님이 다가가려 하시는 ‘당신‘께도 즐겁고 행복한 2019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나비종 2019-01-01 23:30   좋아요 1 | URL
순간 울컥했습니다! 제 마음을 들여다보신 듯 말씀해주셔서요.ㅠㅠ제가 가장 바라는 소원과도 같은 첫번째 항목을 알아채셨군요. syo님! 감사합니다. 계속 노력해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