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대충 합리적인가 - 인간의 속마음을 풀이한 현실 경제학
조준현 지음 / 을유문화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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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뭐를 먹을까, 이번에는 어떤 화장지를 주문할까, 내일까지 동네 슈퍼 원 플러스 원 세일이던데. 이미 그 안에 있으면서 경제학은 나와 관계가 없는 분야라 여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선택하면서, 돈이 없으면 단 하루도 살아가기 어려우면서. 왜 나와는 동떨어진 영역이라 간주한 걸까.

마음은 없으면서 돈으로만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다니! 이 자본주의적 인간 같으니라고!’ 드라마 속 대화에 고개를 끄덕인다. 자본과 마음은 정반대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하며.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물질만능주의의 극단이 아니라면 마음 가는 곳으로 발걸음이 향하듯 돈을 포함한 물질도 그렇게 흘러가는 게 아닐까.

사람은 왜 대충 합리적인가는 경제와 관련하여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하는 이유를 풀이한 책이다. 경제학의 한 분야인 행동경제학을 연구한 학자들과 이론을 소개한다. 다양한 사례를 분석하며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본질을 성찰한다.

 

경제 분야의 심리학 저서를 읽는다는 착각이 들 만큼 흥미롭다.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 문화, 역사, 교육, 예술, 사회적 현상 등 인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것.

어떻게 선택하면 더 행복해질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저자는 선택의 목적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학이 성찰한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이기심과 합리성을 지니며 자기 이해가 잘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인간상이다. 과학에서 말하는 이상기체처럼 이론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합리적이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현실에서의 경제인은 때때로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그럭저럭 합리적인 존재다. 작가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정보가 제한적이고 확률적으로 행동하는 게 어려우며 확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여러 가지 경제 용어와 실험과 게임이론과 효과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용어는 휴리스틱이다. 주먹구구식 행동, 어림짐작으로 행동하기, 대충 선택하기 등의 의미이다. 여러 사례의 통계를 보면 얼핏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선택들이 많다. 잘못된 편견, 고정 관념, 이용하기 쉬운 정보를 더 많이 이용한다는 것, 마지막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옳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휴리스틱으로 인해 바이어스라 부르는 편향이 나타난다.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다든지 자기 합리화를 하거나 손실이 두려워 지금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확률이 주어질 때 사람들이 어떻게 전망하며 선택하는가 설명하는 프로스펙트 이론도 흥미롭다. 낮은 확률일수록 위험성을 선호하고 높은 확률에서는 위험성을 회피한다는 것, 이익에 대해서는 위험기피적이고 손실에 대해서는 위험선호적이라는 것, 낮은 확률에서는 확률을 과대평가하고 높은 확률에서는 확률을 과소평가한다는 것, 준거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소비와 관련된 내용은 구체적인 우리의 일상과 연결된다. 상황에 따라 달리 계산한다는 것, 한계 효용이 나의 소비를 결정한다는 것, 주어진 조건에 따라 선호가 달라진다는 것, 자신이 선택할 때의 선호와 다른 사람에게 팔 때의 가치 평가가 반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례들을 보며 과거의 경험을 떠올린다.

마케팅하는 사람이 참고하면 도움이 될만한 이론도 있다. 어떤 대안을 제안할 때 대비되는 다른 대안을 함께 제시하면 내가 원하는 대안을 상대가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유인 효과와 타협 효과까지 읽으니 살짝 소름이 돋는다. 아뿔싸! 가전제품을 고를 때 판매 직원이 보여준 제품들이 의도한 선택을 이끌기 위한 상술이었다니!

한계 효용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총효용을 계산하는 과정이 이해가 안 되어 비전공자의 한계를 느낀다. 당최 기초가 없어 인터넷에 나오는 공식에 대입조차 되지 않아 슬그머니 포기한다. 결과 해석만 직관적으로 받아들인다.

 

과학자들은 무질서해 보이는 자연 현상을 관찰하여 규칙적인 패턴을 찾는다. 무지한 나는 법칙과 원리를 발견하고 체계화하는 건 주로 자연과학의 영역에 속하는 줄로만 착각한다. 사회과학도 못지않게 많은 법칙과 원리와 현상이 존재하고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경제학에도 많은 수식과 그래프와 확률이 등장하니 수학의 비중도 만만치 않다.

경제학은 선택의 학문이고 선택의 목적은 나의 행복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하는 선택이 가장 합리적인 이유다. 사례를 제시하는 저자의 질문에 답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 나를 가리키는 화살표를 건네받은 기분이다.

인간이란 얼마나 예측 불가능한 존재인가. 맞아, 맞아! 맞장구치게 되는 원리,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 버린 이유에 대한 가시적인 해석. 대단한 통찰이다. 보이지 않는 힘에 끌려 나도 모르게 받았던 영향을 떠올리며 경제학자들의 열정을 가늠한다. 사람이 대충 합리적인 존재라고 하여 인간의 마음을 읽기 위한 노력도 대충 기울이는 건 아니니까. 어쩌면 불확정성 원리는 양자역학에만 적용되는 건 아닌지 모른다.

 

 

p47, 2번째 줄: 공짜일가? ~?

p60, 밑에서 2번째 줄: 꼴지 꼴찌

p133, 4번째 줄, p141, 2번째 단락: 프로스텍트 ~펙트

p146, <5-3>제목: 최소극대화 최대극소화

p157, 중간: 1 > 2가 음수가 되면 부등호가 반대가 되어 < -2가 되는 것이다.

1 < 2 ~ -1 > -2 ~

p158, 2번째 단락: 100만원×0.1=10만원 < 200만원×0.8=16만원

100만원×1=100만원 < 200만원×0.8=160만원

v(100만원×0.1) > v(200만원×0.8) v(100만원×1)~

p158, 3번째 단락: v(100만원×0.1) v(100만원×1)

v(-100만원×0.1) v(-100만원×1)

p159, 6번째 줄: 위험에 대해서는 손실~

p186, 밑에서 2번째 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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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8-15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하게 독서하셨네요.

나비종 2023-08-15 22:50   좋아요 0 | URL
배경지식이 없기에 어려운 내용도 있어 책의 내용을 100%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