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취향 -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취향 존중 에세이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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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글을 쓰고 싶다. 나만 쓸 수 있는 문장으로, 나만 쓸 수밖에 없는 내용을 글에 담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글을 쓰기에 내 글 안에는 내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내게도 문체가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우리은하의 모습은 옆에서 보면 원반형, 위에서 보면 막대나선모양이라고 한다. 은하의 크기가 10만 광년이나 되기에 현재 기술로는 누구도 전체를 입체적으로 볼 수 없다. 그 안에 있는 우리는 단면인 은하수를 보고 다만, 짐작할 뿐이다.

같은 이유일 거라 생각한다. 내가 나의 글에 완전히 객관적일 수 없는 이유는.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고 다른 이의 글에서 독특한 문양이나 색깔이 보이는 걸 보면 아마 내게도 나만의 문체가 있을 텐데. 타인은 나의 글을 어떤 느낌으로 읽을까.

 

자신, 사랑, , 이웃, 여행 등 작가의 일상을 그린 에세이다. 카피라이터라서 이런 문체일까, 이런 문체를 구사하는 사람이라서 카피라이터가 된 걸까. 어찌 되었든 김민철의 문체는 내 취향이다. 간결하고 은은한 유머가 배어있고 중독성이 있다. 주변의 소란에도 불편함 없이 단숨에 완독을 했다. 맨발로 편한 산책길을 다녀온 느낌이다. 그녀의 문장에서는 피톤치드가 폐 속 깊이 스며드는 상큼한 숲 냄새가 난다.

 

요즘 집안의 물건들을 조금씩 교체하고 있다. 위치를 바꾸기도 하고,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기도 한다. 커다란 것들은 아니고 사진틀이라든지 방향제라든지 작은 장식품 같은 물건들이다. 신기한 것은 물건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나를 둘러싼 환경이 새롭게 느껴져 미묘하게 신선한 마음이 된다는 것이다.

어디에 무엇을 놓고, 어디를 어떻게 꾸미고, 어디를 어떻게 비울 것인가 고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고민은 하나의 고민에 닿았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p26) 이 문장을 읽고 감탄한다. 얼마나 철학적이고 깊이 있는 심리학인가! , 나는 이렇게 살고 싶은 거였구나. 조금씩 달라지고 싶었던 거구나. 이런 향기로 둘러싸이고 싶던 거구나.

 

학교 일을 과도하게 열심히 하던 때가 있었다. 일이 좋아서도 아니고 윗분들의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가 허술함을 용납하지 못하여 제 발등을 찍는 성격, 완벽주의적인 성향 때문이다.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절로 깨달아진 사실이 있다. 나는 일을 너무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런 열정이 스스로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건 아니구나, 이런 삶은 아니구나. 몇 년 전부터 새해 계획을 세울 때 학교일 열심히 하지 않기를 실천 사항에 넣었다. 그렇다고 허술하게 하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라도 해야 남들 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몇 년을 하니 이제는 굳이 실천 사항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될 만큼이 되었다. ‘두 번째입니다.’(p144~154) 라는 제목의 글을 읽으면서 확신한다. 이게 맞구나. 작가의 말대로 일은 힘이 세서 수시로 나의 의지를 말랑하게 하지만, 계속 노력해보려고 한다.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몇 년 전부터 매년 1일에 하는 일이 있다. 201911. 새해의 계획을 세웠다. 주제는 가슴 뛰는 대로 움직이기. 세부 실천 사항으로 영화 월 1회 보기, 고독한 독서가들 최소 2회 참여, 글짓기대회 10회 참여, 수필일기쓰기, 자주 스트레칭하기, 당신에게 다가가기, 주변에 선물 자주 하기, 불필요한 물건 버리기를 정했다. 가슴 뛰는 방향으로 작은 걸음이라도 옮기려 한다. ‘나의 마음이 향하는 것들로 완성한 나만의 취향 지도 안에서 나는 쉽게 행복에 도착한다.’(p76) 작가의 말대로 가슴 뛰는 대로 살아간다면 어제보다 행복한 오늘, 오늘보다 행복한 내일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

 

새해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어쩌면 운명이 아닐까. 내 취향의 문체를 구사하는 작가의 글과 내 삶의 방향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으로 말이다. ‘고독한 독서가들의 단톡방에 당당하게 읽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의 사진을 올렸다.

매일 글을 쓰려고 한다. 쓰다보면 내 모습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오늘도 읽고, 나를 들여다보고,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글로 그린다. 글은 언어로 그리는 그림이라서 나의 글은 자화상이 된다. 못난 모습이라도 사랑스럽게 보듬어보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젊은 시절 방치했던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해서.

 

 

p169, 2째줄 : 진도 6.5 규모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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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19-01-02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만의 문체를 갖는건, 글쓰는 모든이의 소원인 것 같아요.
나비종님의 문체도 갖춰져있어요^^
읽기 편하구요ㅎㅎ

나비종 2019-01-02 19:25   좋아요 0 | URL
용기를 주시는 댓글이군요. 감사합니다! 저의 지향점 중 하나가 매우 저렴한 글이거든요.^^; 계속 다듬어 나가다보면 이건 누가 봐도 나비종이야! 라는 느낌도 나오겠죠? 그런 날을 향해 계속 달리려고 합니다.ㅎㅎ
 
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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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다 보면 음악이 멈춰도 멜로디가 맴돌 때가 있다. 정지 버튼이 고장난 플레이어처럼 종일 반복 재생되는. 작가의 글이 그랬다. 묘한 것은 화려한 글귀가 나를 사로잡은 것이 아니라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 심장 주변을 맴도는 느낌이 드는 거다. 톡 토독 툭 투둑. ‘CANON’의 선율처럼 가벼워 보이면서도 고요 속에 묵직하게 내려앉는 감정이 온통 나를 둘러쌌다. 괴테도 죽었고 헤세도 죽었는데 고전을 쓴 유명한 작가들 모두 이 세상에 없는데 왜 유독 이 글들이 맴도는 걸까. 죽음이 다가올 것을 알고 쓴 글 이어서일까. 그 절박함이 인상적인 선명함으로 마음에 머문다.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직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아침의 피아노]의 글들을 쓰셨다.(p5)’ 내용을 읽기도 전에, 차례를 보기도 전에 섬망이란 말이 가시처럼 턱 걸려서 한참동안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다.

생선 가시처럼 마음에 걸리는 자작시가 있다. 빙산의 90%인양 시어 아래에 잠긴 감정을 알기에 매번 목이 메는. 지난 5, 매일 퇴근 후 친정아버지께서 입원하셨던 병원으로 향하는 마음을 '바퀴'라는 시에 담았다. http://blog.aladin.co.kr/nabijong/10126679  공간의 바퀴가 돌면/ 집이었다 병원이었다/ 벽이었다 커튼이었다/ 햇살은 빗살이 되지만’. 생선 가시는 이 부분이다. ‘섬망이란 단어를 그 때 처음 알았다. 병원인데 집이라 하시고, 병원 벽을 커튼으로 착각하시고, 햇살 쨍쨍하던 날 창밖을 바라보며 비오냐 하셨을 때, 늘 단단하던 바위 한 귀퉁이가 우르르 무너지는 듯했다. 친정어머니 걱정하실까 해서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일시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이라더라.’ 아무렇지 않은 듯 안심시켜 드렸지만, 아찔하고 막막했던 느낌은 떠올릴 때마다 꽃차처럼 되살아난다.

 

겉표지만 보았을 때에는 가벼운 수필이려니 했다. ‘애도 일기, 슬픔이란 말이 있었지만, ‘아침피아노가 주는 이미지가 밝아서 이런 내용이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책날개의 저자 약력을 보고 ? 올해 돌아가셨구나!’ 나이를 가늠해보면서도 짐작하지 못했다.

234편의 짤막한 글들이 음표처럼 날아들면서 삶을 연주했다. 너무 맑아 투명한 음들을 보며 코끝이 시큰했다. ‘음 하나를 더하면 기쁨이 되고 음 하나를 빼면 슬픔이 되는 것, 그게 인생이야.(p33)’ 그랬다. 일상에서 한 옥타브 정도의 변화는 드물었다. 그저 그런 하루들이 반복되는가 싶다가도 음 하나 정도의 차이로 희비가 교차되었다. 소소한 행복이라는 건 그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인지 모른다.

하모니는 관계다. 관계는 모두가 음악이다.(p105)’ 매우 탁월한 은유이다. 조화로운 관계는 음악처럼 생동감이 넘치니 음악이 지닌 속성과 딱 들어맞지 않은가.

글에 대해 서술한 문장에서도 감탄한다. ‘글을 어떻게 쓰는 건지도 알겠다. 그건 백지 위에 의미의 수사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오선지 위에 마침표처럼 정확하게 음표를 찍는 일이다.(p53)’ 눈에 찍힌 발자국처럼 선명한 사유를 보면서 자주 울컥했다. 마지막을 향해 담담하게 걸어가는 작가를 보면서 삶의 소중함을 곱씹었다. 질척한 어둠은 존재하지 않았다. 말간 아침처럼, 피아노의 깨끗한 음처럼 문장 하나하나가 깊숙한 울림이 되어 스며들었다. 오선지 위에 애매한 음이란 없다. #이나 이 붙더라도 모든 음은 오선지에 자신의 자리가 있는 법이다. 위대한 작가가 되는 길은 절대음감의 감성으로 얼마나 인간의 본성에 가깝게 삶을 그려내느냐에 달려있는 걸까.

 

지난 16, 밥보다 일기를 읽고 날마다 일기를 쓰리라 결심하고 그날부터 당장 시작했지만 쓰면서도 주춤거리는 마음이 있었다. 극히 사적인 나의 이야기를 개방된 이 공간에 드러내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서. 나야 글쓰기 능력이 향상된다 치더라도 내 글을 읽는 이에게 시간 낭비가 된다면 얼마나 미안한 일인가. 글을 올릴 때마다 망설여졌다. 쓴다, 쓰지 않는다. 쓴다, 쓰지 않는다. 한 장 한 장 꽃잎을 떼며 사랑을 가늠하는 소녀처럼 망설임이 간당간당하던 무렵, 이 책을 만났다.

작가의 말에서 나와 비슷하거나 또 다른 방식으로 존재의 위기에 처한 이들에 조금이나마 성찰과 위안의 독서가 될 수 있다면(p281~282)’이란 문장을 읽고 결심했다. 쓰자, 써야겠다. 혹시 아는가. 나의 고뇌와 외로움과 지질함과 소심함을 읽은 누군가 이렇게 사는 인간도 있는데, 나는 그나마 낫지 않나위안을 얻거나 ?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하며 동지애를 느끼게 될지. 일기를 쓰는 손가락에 힘을 실어준 김진영 선생님의 책에 기대어 내가 쓰는 일기를 위한 변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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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12-28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있습니다. 공감하고 위안 받고 또 성찰의 기회를 갖게 되는 사람이요.
오늘만 해도 섬망이라는 단어에 저 또한 가슴 덜컥 하며 읽어내려갔습니다.
저도 매일 기록을 남기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몇달 되었어요. 기록만큼 정확하고 믿을 만한 내 삶의 흔적이 없다는 생각에요.

나비종 2018-12-28 08:43   좋아요 0 | URL
우와~ 정말요?ㅎㅎ 이렇게 또 글을 계속 써나갈 힘을 주시는군요. 매일 기록 남기기를 하는 친구 한 명을 알게 된 것 같아 든든합니다! 우리 같이 힘을 내보죠.^^

2018-12-28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비종 2018-12-28 10:18   좋아요 1 | URL
저만 볼 수 있게 간단한 메모식으로 적는 일기장은 따로 있구요, 이 공간에 적는 내용은 주로 제 감정과 느낌에 관한 기록들입니다. 마음을 스스로 치유하고 돌아보면서 나비종이라는 캐릭터를 분석하는 의미랄까요.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12-28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비종 2018-12-28 14:45   좋아요 0 | URL
예. 열심히 노력해보려구요.^^
 
밥보다 일기 - 서민 교수의 매일 30분, 글 쓰는 힘 밥보다
서민 지음 / 책밥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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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적절한 비유를 어찌 생각해냈을까. 음하하! 신이 나에게는 글 잘 쓰는 능력을 주신 게야! 요리보고 조리 봐도 별로라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글들이 더 많긴 했지만, ~ 내가 봐도 썩 괜찮은 글이 나올 때 나는 글 쓰는 능력을 타고난 줄 알았다.

커피숍에서 이 책을 단숨에 읽었다. 사람들의 대화 소리로 책에 집중이 되지 않으면 이어폰으로 익숙한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는다. 오늘은 이어폰도 끼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도 뜨지 않고 책을 읽었다. 남들 말소리에 개의치 않고 펼쳐들 수 있는 책을 쓰는 몇 안 되는 작가이다. 몰입도가 웬만한 순정만화 버금간다.

시간 날 때 와서 네가 썼던 일기 가져가렴. 한곳에 모아놓았다.” 몇 달 전, 친정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결혼하면서 예전에 썼던 일기장까지는 챙겨오지 못했는데 집안 정리를 하면서 가져가라고 하신 거다. 2mm 두께의 누런 빈티지 공책부터 검지 굵기의 스프링 노트까지 묵직한 분량이 꽤 되었다. 한 뼘도 넘는 뭉텅이를 받아서 안방 책장에 꽂아놓기만 하다가 이 책을 읽고 와서 오늘에야 휘리릭 훑어보았다. 어릴 적 일기들을 뒤적여본 후에야 내게서 기특하게 뿜어져 나오던 경이로운 표현력의 근원을 확실히 알게 된다. 일기의 힘이었다.

 

거기에서 나는 놀라운 사실 두 가지를 발견한다.

첫째, 일기는 초등학교 3학년 때인 197839일에 시작해서 발령받고 1년 반이 지난 19939월로 끝나고 있었다. 대략 17년 간 꾸준히 일기를 써온 것이다. 날마다는 아니었지만 정직하고 큼직한 연필부터 선명한 펜에 이르기까지 필체의 변천사뿐 아니라 우리나라 일기노트 디자인의 역사, 나라는 인간이 지나왔던 크고 작은 사건들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일기검사가 있던 시기에는 사건날조의 냄새가 강했지만 비교적 사실적으로 써내려간 기록에는 신선한 재미가 있었다. 절실한 감정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고민하던 기록과 함께 지금의 기억이 살짝 왜곡되어있었구나 느낀 부분까지. 새삼스러웠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이런 인간들이 내 삶속에 존재했었구나.

둘째, 일기노트들과 함께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원고지에 썼던 모든 글짓기들이 한 뭉텅이로 묶여있었다. 여기서 놀라운 건 초등학교 2학년 때 원고지에 글을 썼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런 글들을 단 한 편도 버리지 않고 모아주신 친정어머니의 정성이다. 교과서 문장으로 보이는, 원고지쓰기 연습으로 추정되는 글들까지 있는 걸 보면 내가 쓴 글이 단 한 편도 버려지지 않았을 거라 짐작된다. 초등학교 때 덮던 내 얼굴보다 큰 꽃무늬가 그려진 빨간 담요, 족히 40년은 넘었을 그것을 지금도 덮고 주무시는 걸 생각하면 새삼 놀라울 일도 아니지만. 덕분에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와 산문을 어떻게 썼는지 알 수 있었다.

 

개학 전날, 초인적인 능력 짜내기로 한 달 치 일기를 쓴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6학년 여름방학 때 쓴 일기이다. 방학이 끝나면 방학과제 중 잘된 것을 모아 상을 주곤 했는데, 그 때의 일기로 특선을 받은 것이다. ‘특선이라 적힌 노란 종이가 일기노트 앞면에 포스트잇처럼 붙어있는 걸 보면 당시 꽤 자랑스러웠나보다. 동급 최고 학년이다 보니 머리가 제법 굵어져서 일일이 날씨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리란 걸 깨우쳤던 6학년은 다양한 날씨를 제 맘대로 시전하며 변화무쌍한 글짓기 30여 편을 하루 만에 기록한다. 중간 중간에 다른 시인의 시도 적고, 자작시를 지은 날들은 쓸 거리가 어지간히도 없었던 날이었음은 지금도 기억나는 사실이다. 중학교 때부터는 비교적 현실과 가까운 일기를 썼다. 더 이상 검사받지 않아도 되었던 시기에 쓴 일기를 보니 당시의 감정이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작가의 말처럼 나 역시 웹 소설 몇 편 보고 연예 뉴스, 사회 뉴스 한 바퀴 돌다보면 한 두 시간이 후딱 간다. ‘스마트폰에 쓸 하루 두 시간 중 30분만 글쓰기를 위해 투자(p29)’ 하기로 한다.

 

이 책에 나오는 글쓰기 노트와 뮤즈에 대한 내용에 크게 공감한다. 늘 가지고 다니는 에코백 안에 항상 들어있는 물건은 지갑, 스마트폰, 필통, 이면지 반쪽 묶음, , 화장지, 안경, 이어폰, 보조배터리, 껌이다. 어느 순간 뮤즈가 찾아오면 길을 걷다가도 재빨리 펜을 꺼내 나만의 글쓰기 노트에 메모를 한다. 주로 시적인 영감을 주는 문장들이다. A4 이면지를 반으로 잘라 집게 클립으로 묶어서 가지고 다니는데 꽤 쓸 만하다. 기록한 것을 다듬고 마무리하여 알라딘 블로그에 올리면 책 걸이 하듯 썼던 종이를 빼내 반으로 찢어 버린다. 이게 은근히 쾌감이 있다.

글을 써보기 전까지는 자신의 생각을 알 수 없다.(p196)’는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다. 시를 쓰거나 리뷰를 쓸 때마다 느낀다. 특히 시의 경우, 글쓰기 노트에 쓴 초안과 결과물이 판이하다. 첨삭과정에서 흐름이 바뀌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시를 써야겠다고 자리를 잡고 앉아 시작했던 기억은 별로 없다. 대게는 어떤 문장이나 감정이 어느 순간 심장을 툭 치고 지나간다. 그러면 글쓰기 노트에 옮겨 적은 다음 살을 조금 붙이고 뺄 뿐이다. ‘뮤즈란 아마 이런 것이리라 생각한다.

 

나는 내 자기소개서를 써본 적이 없다. 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반 회사도 아니고 교직에 들어오기 위해서 임용고사 과정에서 논술이나 면접을 보기는 했지만, 자신을 글로 소개할 기회는 전혀 없었다.

남의 자기소개서라면 지긋지긋하게 많이 보았다. 제자들부터 딸아이의 것에 이르기까지 하도 많이 다듬어주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나에게 부탁을 하니 해주면서도 답답하고 미안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반복되는 문구 삭제나 좀 더 적절한 단어 교체, 매끄러운 문맥, 500자 또는 1000자 이내의 글자 수 맞추기뿐인데 말이다.

드라마 <남자친구>를 보고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어느 정도 감이 오는 듯하다. 드라마에서는 박보검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호텔에 입사하기 위해 자기를 소개하는 부분이 내레이션으로 등장하는데 본인만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포부를 당당하게 밝힌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자기소개서뿐 아니라 모든 글에 적용되는 내용이리라.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것.

 

숫자에 민감한 사람은 이 독후감의 앞부분에 일기쓰기의 시작과 끝을 제시한 연도에서 이상한 점을 느꼈을 것이다. 1993년에서 1978년을 빼면 15년이 아니냐며. 마지막으로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을 읽고 크게 후회한 점 한 가지를 말하려 한다.

199397, 남편을 처음 본 날이다. 1년 반 정도를 사귀다 1995년 봄에 결혼을 했다. 이러저러한 일로 결혼하기 얼마 전 이별의 위기가 닥쳐온다. 이 때, 나는 크게 후회할 일을 저지른다. 남편을 만난 후로 그 때까지 날마다 구구절절한 일기를 썼다. 몇 권의 일기노트를 주섬주섬 챙긴 나는 야심한 밤에 화장실 앞으로 간다. 당시 살던 집의 화장실은 재래식이었고 화장실 앞에는 화장대 앞 간이의자 크기의 페인트 통이 있었다. 거기에 화장실용으로 사용한 종이를 담아 주기적으로 태우곤 했다. 모조리 잊으리라 결심한 나는 당신과의 추억이 적힌 기록들을 전부 태워버린다.

으헝! 조금만 참을 걸. 그랬더라면 당신을 향한 마음이 그토록 활활 타오르던 시기도 있었노라 며 지금보다는 더 나은 관계로 지낼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인데. 안보이게 그냥 처박아둘 것이지 뭔 불온서적이라고 분서갱유를 했더란 말인가! 지나고 보면 너무 좋은 추억거리일 텐데.

 

저는 세상에서 남편이 가장 어려워요.”

저런! 오늘부터 조금씩이라도 시도해보세요. 크리스마스에 영화라도 같이 보자고 해보세요.”

도수 치료를 받으면서 선생님과 대화중에 했던 말이다. 대답이 없자 다시 말씀하신다.

그럼 오늘 저녁에 소고기 사달라고 해보세요. 조금 조금씩 시도해보세요. 어깨도 조금 조금씩 운동하면서 나아지고 있잖아요. 파이팅하세요!”

한참 기억을 더듬어본 내가 다시 말을 한다.

그러고 보니 최악은 아니네요. 얼마 전에는 병원에 다녀왔냐고 먼저 말을 걸어주었어요.”

봐 봐요. 조금씩 시도해보세요.”

오늘 아침에는 청포도를 씻다가 어제 도수치료실에서 나눈 대화가 생각났다. 나도 모르게 엄지손가락 반만 한 청포도의 껍질을 한 땀 한 땀 과도로 벗겨내고 있었다. 포도씨도 꿀꺽하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껍질이 목이 걸려 방울토마토도 손톱으로 벗겨먹어야 하는 민감한 식도의 소유자다. 청포도 한 알 까는데 대략 여덟 번의 섬세한 과도 질이 필요하다. 본죽 통 절반만한 크기에 그득하게 채웠다. 그 어려운 걸 해낸 나는 포크와 함께 거실에서 TV를 보던 남편에게 내 노력의 결과물을 말없이 쓰윽 내밀었다. 딸아이에게 같은 작업을 해줬다면 의기양양하게 이런 말을 했을 텐데. “삐까! 쌀알에 다보탑 새기는 디테일로 열심히 벗겨 보았떰. 엄마 따랑의 결실을 맛있게 먹어줭.” 이게 왜 남편 앞에서는 잘 안될까. 그는 말없이 통을 받았다. 얼마 뒤 집안 일로 왔다 갔다 하다 흘끔 보니 빈 통이 포크와 함께 설거지통에 말없이 놓여있었다.

다음 세상에서 만나면 그땐 제가 좀 잘 할게요!(p259)’ 커피숍에서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보는 순간, 울컥 하면서 말없던 설거지통과 함께 남편의 얼굴이 떠오른다. 굳어있던 근육이 서서히 나아가는 것처럼 당신과 나의 관계가 어쩌면 서서히 말랑해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 어쩌면 내가 디테일한 변화를 놓치고 있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일기쓰기를. 그 안에는 내게 가장 어려운 문제, 당신의 이야기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리라. 그래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오늘부터 다시 새로운 1일이 되기로.

 

 

*p38, 3번째 단락 : 자기 객관화로 걸려진 ~ 걸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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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웃 높은 학년 동화 30
박효미 지음, 마영신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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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별들이 반짝이는 나라라 들었다.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던 나라, 인도는. “근데 거기는 자주 씻기 어려워. 벌레도 무지 많고.” 이런! 간절한 바람이 순식간에 바람처럼 사라졌다. 외출하지 않으면 잘 씻지 않을 정도로 청결을 중요시하는 성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맘대로 씻지 못한다는 사실은 마음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상상만 해도 찜찜했다.

일주일간의 블랙아웃이 그려진 동화를 읽으면서 인도를 떠올렸다. 땀이 삐질삐질 나는 여름의 한복판에서 씻지 못하는 상황이라니! 식수뿐 아니라 변기 물도 내리지 못하는 장면이 묘사될 때, 몸에서 작은 벌레가 슬금슬금 기어가는 듯 소름이 돋았다.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학교일이 대폭적으로 많아졌다. 편리하라고 도입된 기기이니 일이 줄어야 정상일 텐데 아이러니하게도 수작업으로 채점을 하거나 생활기록부를 쓰던 때보다 일이 늘어났다. 예전에는 학년 초와 학년말에 집중적으로 바쁘고 간간이 한적한 시기도 있었건만 지금은 일 년 내내 일이 끊이지 않는다.

언젠가 학교에서 한 시간 정도 정전된 적이 있다. 정적이 감돌았다. 가쁘게 호흡하던 일들이 한순간에 숨을 멈추었다. ‘어둠은 모든 할 일을 삼켜 버렸다.(p37)’ ‘전기가 나가고 나니 별안간 할 일 없는 시간이 용도를 모르는 선물처럼 던져졌다.(p92)’ 빠르게 달리는 기차 속에서 멈추지 않고 달려왔던가 싶었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니 업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해방감조차 들었다. 삶속에 이런 시간들을 간지처럼 끼워도 괜찮을 듯싶었을 정도로. 전기 없는 시간을 만든다면 나는 무엇을 할까.

 

동화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내용은 인간의 이기심이다. ‘블랙아웃은 끝내 미제의 사건으로 마무리되지만 일부 이기적인 인간들의 의도된 행위가 아니었을까 의심할만한 정황이 곳곳에 드러난다. ‘이런 와중에도 몰래몰래 자기들끼리 사는 인간들이 있다는 거야.(p187)’ 블랙아웃으로 인해 생필품을 독점으로 공급하게 된 에이마트. 그곳에만 환히 켜진 전기불 앞에 개미떼처럼 줄을 서는 사람들을 바라보자니 체한 것처럼 가슴이 막혔다.

게다가 동화 속에서 툭 튀어나오는 왕자님도 아니고 현실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비슷한 상황들이라니! 뭉쳐야 힘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장면들은 중간 중간 또 나를 답답하게 했다. 교회 신도들에게만 몰래 주는 물이라든가, 물건을 도둑맞았다고 호소하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적으라고 종이를 내미는 경찰관이라든가, 아이들에게서 쌀을 빼앗아가는 이웃집 아줌마라든가, 새벽에 몰래 열어 생필품을 비싸게 파는 시장 안 슈퍼라든가. 뉴스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몇몇 사실들을 떠올리니 화가 치밀었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어른들의 이기심이 동화 밖에도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일곱째 날에 독점 마트를 향해 우르르 몰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촛불을 생각했다. ‘바람 한 점 없는 바다처럼 잠잠하다가 순식간에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아지다가 쓰나미가 될 수도 있거든. 그게 바로 민심이라는 거야.(p104)’ 내내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지만 동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한 방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래도 희망을 찾아보려는 작가의 마음을 엿본다.

블랙아웃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2011915일에 전국 대규모 정전사태가 5시간 정도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태양의 흑점 활동이 활발해지면 태양풍 입자가 급증하여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지진이나 화산 폭발처럼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재해인 것이다. 하지만 이 동화에서 그려진 블랙아웃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블랙아웃의 형태든 또 다른 형태로든 답답한 상황들이 현실 속으로 툭 던져질 것 같은 느낌에 며칠 씻지 못한 사람인양 다시 찜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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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1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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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알. 표지를 펼치기 전에 더듬어보았던 고등학교 때의 기억은 두 글자였다.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p110)’ 책을 읽지 않아도 지식의 바다에 동지 팥죽 새..심으로 동동 떠있는 문구이다. 왠지 간지 나는 문장, 이게 다인 줄 알았다.

소설 초반에는 주인공 싱클레어가 프란츠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내용이 전개된다. 학교 폭력을 다룬 청소년 소설이었던가. 이런 내용이 있었나. 새삼스러웠고 이게 다인 줄 알았다.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몽롱함으로 정신이 몽롱해질 때 알았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좀 더 심오한 차원이었음을.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구나! 요즘 퇴근길에 하는 생각이다. 수업을 주로 들어가는 3학년의 마지막 시험이 지난 1121일에 끝났다. 겨울방학은 117일에 시작한다. 교사라면 앞의 문장들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할 것이다. 그렇다. 제대로 수업 듣는 인간이 한 명일 때도 있다. 수업 시작종과 동시에 심호흡을 할 때, 힘이 되어준 문장이 있다.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면, 그건 그 사람에게 자기를 지배할 힘을 내주었기 때문이야.(p48)’ 두렵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들이 간혹 훅 들어올 때가 있다. 그들의 당당한 행동을 보면서 내 안에 있는 마그마가 불끈 올라오려할 때, 마인드컨트롤을 하게 해준 문장이다. ‘우리 자신 안에 없는 것은 우리를 자극하지 않는 법이니까.(p136)’라는 문장을 떠올리며 관찰자의 입장이 되기도 했다. 올해가 지나면 사리 몇 개는 어딘가에서 만들어져있을 거라며, 이제는 화도 나지 않는 편안함으로 나머지 한 달을 맞이할 지경에 이르렀다.

 

싱클레어라는 한 인간의 이야기로 포장되어있으나 <데미안>은 인간이 품고 있는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동시에 열어 보이며 존재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말하고 있다. 철학과 윤리학과 심리학이 문학과 어우러진 모습. 두 번째 읽으면서 나는 홀로그램을 떠올렸다. 평면적이다가도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이중적이고 입체적으로 보이는 묘한 느낌의 이미지. 그 세계에 나를 대입해보며 인간이란 존재와 내 자신의 무의식에 대하여 생각했다.

 

무의식에 접근하는 통로가 꿈이라는 게 신기하다. 날마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넘나들고 있다니! 의식 세계보다 훨씬 크다고 알려져 있는 무의식의 세계. 내안에 있지만 내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놀라우면서 두렵다.

거울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무의식이란 말이 다시 떠오른다. 거울 속으로 보이는 모습은 크게 두 가지이다. 바로 선 상과 거꾸로 선 상. 거울의 상은 거꾸로 맺히는 것을 실상, 바로 맺히는 것을 허상이라 한다. 선과 악, 의식과 무의식, 두 세상을 경험하며 갈등하는 싱클레어를 보면서 거울을 떠올렸다. 무의식의 세계가 꼭 거울 속에 거꾸로 선 실상인 것만 같아서. 거울 밖에서 내가 느끼는 의식 세계와 거울 속에 거꾸로 서서 실존하는 무의식의 세계가 점점 가까워지는 상상을 했다.

 

드라마 <남자친구>의 박보검이 가진 매력은 솔직함이다. 느낀 대로 행동하고 내면이 원하는 바를 드러내는 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 ‘인간은 자기 자신과 하나가 아닐 때만 두려움을 갖는 법이야.(p163)’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은 무의식 속 자신이 원하는 자아인지도 모른다. 작품 속 캐릭터의 힘이든 그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의 힘이든 드라마를 보면서 자주 설렘을 느꼈다. 남녀 관계를 떠나서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의 외로움을 어루만져 주려는 그 순수에 가슴이 뛰는 거다. 아마도 드라마 속 박보검은 의식 세계에서 무의식의 세계와 가장 근접한 길을 걸어가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 바라보는 나는 홀로그램처럼 이중적일 때가 있다. 드러내지 못하는 모습들이 구석구석에 숨어있음을 간혹 느낀다. ‘누구나 오직 자기 자신만을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p9)’ 나란 인간을 해석하고 싶어졌다. 무엇이 숨겨져 있을지 알지 못하지만, 때론 에둘러가려는 유혹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그래서 더욱 먼 길이 될 지도 모르지만, 소설 <데미안>이 나에게 용기를 준다. 그 모습까지 받아들여야 진짜 를 만날 수 있다고. ‘바깥 세계가 처음으로 나의 내면세계와 순수하게 일치하는 울림을 냈다.(p166)’ 말하던 주인공은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작가는 이 문장을 쓰면서 스스로 얼마나 공감했을까. 의식과 무의식이 일치하여 공명을 하는 순간의 희열을 내 것으로 경험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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