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Hamburg의 멋대가리 없고 커다란 호텔.
시간은 오전 8시 10분.

봄여름가을겨울의 <외롭지만 혼자 걸을 수 있어>를 들으며
미팅을 준비하고 있다.

요즘 힘들었다.

언젠가 이렇게 자기소개를 하는 씩씩한 여자를 본 적이 있다.
"저는 아무리 힘들고 슬플 때에도 밥은 꼭 챙겨 먹어요.
실컷 울고 일어나서, 눈이 팅팅 부어서도,
라면 한그릇을 다 먹어요. 계란까지 넣어서!
그게 바로 저의 힘! 하하하"

그래, 힘들 때에도, 슬플 때에도,
자기자신을 돌보고 사랑해야 한다.
무슨 일이 있건!

화요일에는 음란서생의 윤서처럼
"나 슬퍼!"를 이마에 써 붙이고는 하루 종일 초컬릿 하나만 먹었다.
밤 늦게 집에 와서, 빈 속이 전해오는 쓰라림을 느끼며 짐을 싸다가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야? 구질구질하게..." 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요일에는 새벽 같이 일어나
밥도 한 공기 다 먹고,
과감하게 마일리지를 3만 마일이나 공제해서
비즈니스를 타고 Frankfurt로 날아 왔다.
대한항공이 자랑하는 럭셔리한 스카이 침대에 누워서!
기내식도 맛있게 먹고, 후식으로 하겐다즈 딸기를 낼름 먹어치웠다.

슬퍼하는 건,
혼자서 질질 짜는 건 바보 같은 짓!
정치인들의 단식은 시대에 뒤떨어진 코미디!

씩씩하게 미팅을 하러 나가자.
Hamburg에서 즐거운 금요일 밤을 보내자.
그래, 외롭지만 혼자 걸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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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3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13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7-04-13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수선님.
씩씩하게 미팅 잘 마치셔요! 즐거운 금요일 밤 보내시라고, 제가 서울에서 빌어드릴게요. 자, 아자아자 화이팅!!!
물론이죠, 혼자 걸을수 있고말고요!!

2007-04-13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7-04-13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밥을 먹어야 힘이나요! 수선님 홧팅~

비로그인 2007-04-13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나신다면, 모 전망대에 오르셔서 BIRDS EYE VIEW를 꼭 한 번 봐주세요. 바닷물이 얼마나 반짝거리는지 몰라요. 베니스보다 더 음침하고 가지런한 운하도 봐주셔야지요. 일 때문에 그저 지나치시지 마시기를. 함부르크는, 제가 두번째로 소중히 여겼던 도시이기도 합니다. 후훗.
그리고, 힘내세요, 라는 말이 필요없을 것 같아요. 보기 좋습니다.

마태우스 2007-04-13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함부르크라... 같이 술마셔드릴 수가 없군요 하지만 울나라에서 님을 바라보는 팬들의 존재를 꼭 기억해 주세요 님은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아녀요...^^

마늘빵 2007-04-1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에 만나면 카카오 쪼꼬렛 하나 선물할게요. :)
 


조제트
금요일 저녁, 나의 知己 P언니와 르네 마그리트전을 보러 갔다.
우린 연인들처럼 손을 꼭 잡고 그림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보며 얘기를 나눴다.

이번 전시의 collection은 소문대로...기대 이상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샤갈, 달리, 피카소 등
이름만으로 경외심을 자아내는 화가들의 전시회가 많았지만,
이렇게 완성도를 갖춘 전시회는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르네의 그림들 뿐만 아니라
직접 찍은 사진들, 친구들이 찍어 준 르네와 아내 조제트의 사진들,
연필로 그린 수많은 드로잉들과 편지들,
아마츄어 영화 감독으로서의 르네가 찍은 일상을 담은 무성영화들,
또한...유명해 지기 전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렸던 포스터와 벽지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보이지 않는 선수>, <심금>, <대화의 기술>, <순례자> 같은 유명한 작품들이 아니라
르네가 만든 벽지 샘플집이었다.

앨범만한 크기의 샘플집에는
르네가 디자인한 벽지들이 정사각형의 비스킷 크기로 잘라져 붙어 있었고
각각의 샘플들 위에는 일련 번호와 "가격"이 있었다.
번호 뿐 아니라 가격도 르네가 연필로 직접 쓴 글씨였다.

그 당시의, 그러니까 2차 대전 전의 벨기에의
화폐 가치와 벽지의 단위를 몰라
샘플집에 있는 벽지의 가격이 어느 수준인지 알 수는 없지만,
천재 예술가이자 철학자인 르네 마그르트에게도
샘플집을 들고 다니며 벽지를 팔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아........화려함의 이면이여!

또한 마음에 깊이 남는 건... 르네의 아내를 향한 "절절함"이다.

르네의 그림은 주로 초현실주의 작품들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2차 대전 당시 그는 화려한 색채로 고흐를 연상시키는 인상주의풍의 그림을 그렸고
바슈(프랑스어로 암소라는 뜻, 야수주의를 패러디)시기에는
르네의 그림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 절제되지 않은, 거친 느낌의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인상주의, 바슈 이후에 그는 1930년대의 초현실주의 화풍으로 복귀했는데,
복귀한 이유가...
전시장 벽에 크게 써 있는 그 이유가...
마음을 짠~하게 했다.

천천히 자멸하는 것, 그것이 내 성향이다.
그러나 조제트가 있으니...
그녀는 옛날처럼 완성도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무엇보다도 조제트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는 지난날의 회화들만을 보여 줄 것이다.
그 안에 때때로 즐겁고도 거대한 엉뚱함을 슬쩍 밀어 넣는 방법을 발견할 것이다.


아.....감동, 감동, 감동의 절정이여!
르네를 지지해 주고 평생 친구가 되어 주고
그림을 그리는 동기를 지속적으로 부여한
아내 조제트의 존재감에 경의를!
(전시장 벽에 써 있는 글귀를 읽다가 눈물이 날 뻔 했다. 너무 부러워서!)

전시회에 갔다 와서
K(Eric Clapton 콘서트를 같이 본 바로 그!) 와 통화를 했다

"마그리트가 인상주의, 바슈를 거쳐 왜 다시 초현실주의로 복귀했는지 알아?"
난 그에게 질문을 던지며 전시회 벽에 써 있던 절절한 사연을 얘기했다.
여전히 감동에 취한 목소리로.
"아내가 예전 작품들을 더 좋아했기 때문이래."

그런데.... K는,
그러니까 <로맨틱 홀리데이>를 보고
"교환은 생산이다."는 잊지 못할 영화평을 한 K는,
이렇게 말했다.

"인상주의에 설 자리가 없었겠지.
그러면서 아내 핑계를 대는 거 아니야?"

아......내가 너무 감상적인 걸까?
아니면 K가 시니컬한 걸까?

난 핑계라도, 거짓말이라도 그런 말을 들어 보고 싶은데...
조제트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싶은데...
난 아직도 하이틴 로맨스를 읽던 중딩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걸까?

오늘 수잔 개블릭의 <르네 마그리트>를 반쯤 읽었다.
마저 읽고 르네 마그리트 전을 한번 더 보려 한다.
그의 작품들이 서울을 떠나기 전에.

딴지) 르네 마그리트 전을 보며 김영하가 생각 났다.
(소설 <빛의 제국> 표지는 르네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이다.)

고양이를 꼭 껴안고 찍은 르네와 조제트의 사진들을 보면서,
장식미술, 민속학, 광고, 발표하는 목소리, 공기 역학, 보이스카우트,
방충제 냄새, 순간의 사건, 술 취한 사람들을 싫어한다는 르네의 어록을 보면서
김영하가 떠오른 건.... 나 뿐만은 아닐 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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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다예요 2007-04-02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사람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고 싶다는 거... 아 제법 찌릿찌릿한데요.^^

kleinsusun 2007-04-02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다예요님, 네....찌릿찌릿해요.^^ 르네 마그리트전에 사진들도 많은데 조제트와 르네의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이더라구요. 부러부러~

2007-04-02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4-02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금요일 출근 길에는 항상 한겨레 테마 섹션 "책과 지성 18℃"를 읽는다.
월급쟁이들이 금요일을 기다리는 건 당근이지만
18℃가 있기에 금요일이 더더욱 기다려진다.
한겨레를 정기구독 하는 것도 바로 이 섹션 때문이다.

이틀 전 금요일에는 안치운 교수의 [세설] "길 잃은 아빠들"에 필이 확~꽂혔다.

※ [세설] 길 잃은 아빠들 전문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98070.html

전혀 "꼰대"스럽지 않은 안교수의 솔직하고 가감 없는 글은
집과 일터가 분리되지 않는 글쟁이들의 삶의 유형을 생각하게끔 했다.

"글을 쓰는 직업이라 집과 일터가 분리되지 않고 있었다.
내게 있어서 집은 삶이 이루어지는 안식의 공간이 아니라 일하는 장소였다.
함께 사는 식구들은 이것을 큰 불만으로 느끼고 있었다.
집에서 가장 큰 공간을 서재로 삼고, 그 곳에 들어앉아 일을 하노라면 가족들도 긴장하기 마련이었다."

월급쟁이들은 퇴근하면 끝이다.
아무리 골치 아픈 일이 있어도 퇴근을 하며 생각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거야!

그런데....글쟁이들은 빈둥거리는 것처럼 보여도 정작 제대로 쉬지를 못한다.
원고 마감의 압박감, 글이 써지지 않을 때의 스트레스,
몸은 쉬고 있어도 머리는 계속 쓰다만 글을 생각하고 있다.
집과 일터가 분리되지 않아 출근도 없지만 퇴근도 없다. Open 24hours!
주말에 대한 개념도 흐릿하다.
어찌 보면 항상 빈둥거리는 것 같고,
어찌 보면 1시간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헉헉 거리는 글쟁이들.

알면 사랑한다! 고 누가 말했지?
내 주위의 글쟁이들을 "naive"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매일 아침 6시 30분에 통근 버스를 타야 하고,
하루 종일 회사에서 시달려야 하고,
때로는 상사의 호통에 고개를 떨구어야 하고,
원하지 않는 일도 시키면 해야 하고,
지글지글 삼겹살을 구우면서도 일 얘기를 해야 하는 회사원들에 비하면
그들의 생활이 헐렁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주말에도 집에서 뭉개는,
낮잠 자느라 전화를 받지 않는 그들이 게으르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니까...철저하게 내 입장에서 생각한 거다.
그들에겐 출근 시간도 없지만 퇴근 시간도 없다.
퇴근 시간이 없는 그들은 하루 종~일 제대로 쉬지 못한다.
그들이야 말로 하루 종일 긴장하고,
하루 종일 생각하고,
시체놀이를 하면서도 마음은 분주할 텐데....

안치운 교수를 우연히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회사 근처 허름한 곱창집에서.

내가 들어갔을 때
그와 그의 일행은 노릇노릇 잘 구워진 곱창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고 있었고,
우리 테이블의 곱창이 노릇노릇 잘 구워졌을 때
그들의 테이블에는 생고기가 잔뜩 든 김치찌개가 양철 냄비 안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한 번 만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그의 글을 읽으며 떠오른 사람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의 글을 읽으며 찔리는 게 있어서 그런지,
<길 잃은 아빠들>을 몇 번씩 곱씹으며 읽었다.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 준 글이다.

쌩뚱 맞은 마무리)

출근시간이 있는 월급쟁이들은
글쟁이들을 따라 하지 말고 늦기 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시간과 돈을 바꾸는 샐러리맨들은
자기 싫을 때도 자야 하고
일어나기 싫을 때도 일어나야 한다. 벌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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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7-03-26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부도 마찬가지 아닐까? 퇴근 시간 없는건. 집이 일터이자 쉼터인건.

시비돌이 2007-03-26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쓰는 일이라는게 예전에는 한나 아렌트가 얘기한 '가난한 자유인'의 느낌이 강했던 것 같은데요. 요즘 신세대 글쟁이들은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김영하 같은 작가도 샐러리맨처럼 출퇴근 시간 정해서 일정하게 글을 쓰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하긴 조정래 같은 대작가도 작품을 할때는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꼭 그 분량을 채워넣었다더군요.
근데 이 글보니 웬지 서글퍼지네요. 저 같은 나이브한 유사 글쟁이도 사실 마음 편하게 쉬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죽어라고 일해본 적도 없는 것 같고...

비로그인 2007-03-26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힘든 생활과 할랑한 생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생활을 택하느냐, 하는 문제이지요. 이쯤에서 전혀 시류가 다른 마크 렌튼(트레인스포팅)의 말이 생각납니다. I'll choose not to choose life.

릴케 현상 2007-03-2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경험한 어느 출판사는 출근시간은 있지만 퇴근시간은 없더군요. 어디서든 쪽잠이 들면 잠깐 퇴근한 걸로 쳐야 할까^^

moonnight 2007-03-26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러네요.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이 확연히 구분지어지는 것이 더 좋겠단 생각이 드네요. 하루왼종일 사람 상대 않고 책 읽고 글쓰면 좋겠다. 고 막연히 부러워했더니만. ;; 참, 저도 한겨레신문 금욜 섹션 소문듣고 정기구독하려다 집에서 저지당했어요. 그냥 금요일만 한 부씩 사서 보라고 하는데 그게 또 괜히 쉽지가 않더라구요. 이번주는 꼭 사봐야지. 불끈;;;
 

얼마 전, 경향신문의 <천천히 사유하기>란 칼럼에서
이 그림을 보고 경악했다.

제목도... 적나라하다.
<삶에 지친 자들>

어쩌면 이리도... 대한민국의 지하철 풍경과 똑 같은지!
이 그림을 보고 보고....또 봤다.

이 칼럼의 저자 문광훈은 이렇게 썼다.

- 이 땅의 사람들은 대개 지쳐 보인다. 토요일 쉬는 이가 없지는 않건만, 허겁지겁 허둥대거나 어깨를 늘어뜨리며 걷거나 고개를 숙인 채 한 구석에서 졸고 있다. 깨어 있는 이는 무가지 신문을 읽고 있고(무가지 신문은 무가치하지요?). 못 먹어 핏기가 없거나 너무 먹어 비대하거나 아니면 그 눈빛은 사납다. 계산기인가 게임기인가, 어떤 이는 무엇인가 열심히 두드리고, 그 옆 사람의 휴대전화는 쉴 사이 없이 울린다. 이어지는 인공음 “전화 왔어요”. 일렬로 서서 내달리듯 일렬로 앉아 넋을 놓고 있다.

호들러(F. Hodler)의 한 그림처럼, 이들은 ‘삶에 지친 자들’이다. 왜 이렇게 다들 쫓기듯 살고, 왜 혼을 뺀 채 내달려야 하는가. 아이들은 왜 하루 종일 분주해야 하고, 학생들은 왜 자정 넘긴 시간에도 학원버스에서 내리는가.-

아..... 그림 못지 않게 리얼한 문장!
일렬로 서서 내달리듯 일렬로 앉아 넋을 놓고 있다.

그렇다!
출근시간의 붐벼 터지는 지하철에서
"상큼한 아침", "Good morning!"을 찾기는 어렵다.

고개를 떨군 채,
또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졸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하다.
(그나마 앉아서 조는 건 행운이다!)

피곤에 쩔어,
수면 부족으로 졸고 있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는
"활력", "아로나민 골드", "레모나" 같은 광고가 달려 있다.

왜 이렇게......맨날 바쁘고 힘들까?
왜 시간관리 책들은 표지만 바꿔 나와도 베스트셀러가 될까?
왜 마시멜로를 아껴 먹으라고 난리일까?
왜 그 비싼 프랭클린 다이어리는 잘 팔릴까?
왜 프랭클린 다이어리에 해야 할 일들을 A+에서 C-까지 등급을 매겨가며 써야 할까?

무엇보다도....
왜? 도대체 왜?
그렇게 안하면 "루저"가 될 것 같은 강박관념이 들까?

"해야 할 일들" 보다는
"하고 싶은 일들"을 쓰는 게 보다 즐겁지 않을까?

그런데....
"하고 싶은 일" 목록을 쓰다 보면
어느 새 다이어리는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로 채워지고 있다.
나도 모르게!

"넌 뭘해야 즐겁니?"

토요일 저녁, 술 마시다 갑자기 받은 질문에
난 대답을 얼머무렸다.
"뭐.....술 마실 때도 좋고...."

질문을 한 K는 요즘 매사가 시들시들하다고 했다.
뭘 해도 재미가 없다고. 영화를 봐도 심드렁하다고.

지쳐있는 K,
호들러의 그림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K를
어떻게 하면 웃게 할 수 있을까?

삶에 지친 자를 웃게 하는 방법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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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3-20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중에 답이 있는 듯...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아닐까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눈과 잣대를 너무 의식하고 사는 것 같아요.

마늘빵 2007-03-20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마다 보는 모습들이군요...

kleinsusun 2007-03-20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네....근데....하고 싶은 일이 뭔지....그걸 모를 때는 어떻게하죠?
배는 고픈데 뭘 먹고 싶은지 모를 때처럼 말이예요.^^;;

아프님,네....그림이랑 지하철 풍경이랑 넘 비슷해서 놀랐어요. ㅠㅠ

드팀전 2007-03-20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면되요..그냥 아무일도 안하기..탱자 탱자..첨에는 불안하고 미칠 것 같다지만 조금 지나면 그 느린 흐름을 이해하기 시작한다고 하네요.다른 세상이 보이는거죠.^^
더 많은 노동시간과 더 많은 소비를 교환하도록 만드는 것이 현재의 소비자본주의라고 합디다.기업들은 노동시간을 줄이지 않고 돈을 더 줍니다.더 쓰라고....우리처럼 일상의영역에서,또는 가족들과의 공간에서 문화가 부재한 경우에는 더 효과적일 듯 보여요... 왜 시간관리를 안하면 루저같은 느낌이 들까?.. 이 주제를 조금 더 깊이 공부해보면 재미있을것 같지 않나요? ^^

이리스 2007-03-2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괜찮은 기업인가 봅니다. 우리 회사는 노동 시간은 극대화 하고 급여는 극소화 하는데. ㅋㅋ

잉크냄새 2007-03-2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철 풍경일수도 있고, 사무실 풍경일수도 있네요.

2007-03-21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7-03-21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은 제게 가혹하기만 해요. 저도 무척 지쳐있답니다. 수선님, 제게도 힘을 주는 한마디를 건네주세요..

2007-03-21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21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7-03-21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운 질문이군요.... 취미생활을 한다,가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인듯...

2007-03-26 0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성난 젊은이들의 거친 숨소리를 듣다, 영국 프리시네마 특별전
2007.02.21

영국 뉴웨이브는 대략 세 단계를 거치며 발흥하고 몰락했다. 첫 번째, 1956년부터 1959년까지 젊은 영화인들이 새로운 중·단편영화를 상영하는 ‘프리시네마’를 프로그램하면서 기존 영화산업에 대항한다. 두 번째, 1958년 이후 프리시네마의 주역들이 장편영화 작업으로 옮겨오며 영국 뉴웨이브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세 번째, 모드족의 발랄함과 중산층의 성해방을 다룬 영화들이 인기를 얻자 영국 뉴웨이브는 일막을 내린다. 2월22일부터 3월7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영국 프리시네마 특별전’은 위 두, 세 번째 단계의 대표작을 통해 영국 뉴웨이브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자리다. 연극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의 원작자와 연출자였던 존 오스본과 토니 리처드슨이 설립한 우드폴 영화사는 ‘성난 젊은이’와 ‘키친 싱크’ 영화의 본산으로 이번 프로그램의 대부분의 작품을 만들어낸 곳이기도 하다.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토요일 밤 일요일 아침> <꿀맛> <장거리 주자의 고독>이 그것이다. 이외에 칸영화제 주연상 수상작인 <꼭대기 방> <욕망의 끝>, 존 슐레진저의 데뷔작이자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사랑의 유형>이 소개되고, 영국 뉴웨이브의 여파 시기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하드 데이스 나이트>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여자를 유혹하는 요령>과 <만약에…>가 상영된다.

영국 뉴웨이브는 다른 나라 영화운동의 성과라 할 혁신적인 미학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전복적인 주제 등 작가적 시선을 찾기 힘들고, 5년을 넘기지 못한 채 내부로부터 몰락한 영화운동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일군의 영화가 암담한 현실과 잿빛 미래을 안고 살아가는 노동자와 하층민의 곁을 거친 호흡과 분노로 일제히 다가간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으며, 거짓을 말하지 않는 그들과 그들이 삶을 꾸려나가는 주거지, 산업지대, 놀이공원 등의 공간은 여전히 건강하고 아름다우며 생생하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비틀스도, 펑크 음악도, 켄 로치도 없었을지 모른다. 영국 대중문화를 말할 때, 기름때 묻은 노동자 곁에 서 있는 성난 얼굴의 지미 포터와 아서 시튼을 기억하지 않기란 힘든 일이다.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Look Back In Anger/ 감독 토니 리처드슨/ 1964년

‘키친 싱크’와 ‘성난 젊은이’ 영화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대학 졸업 뒤 노점에서 사탕을 파는 남자는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자신과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서서히 파괴해나간다. 언뜻 해피엔딩처럼 보이는 영화의 마지막은 데이비드 린의 <밀회>의 한 장면을 기억하게 하지만 거기엔 더이상 키스도 로맨스도 없다. 하층민 거주지에 사는 거친 남자와 순박한 아내 그리고 그들을 방문하는 지적이고 신경질적인 여자와 그들 곁을 맴도는 약한 남자의 구조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비슷한 구석이 없지 않은데, 주연을 맡은 리처드 버튼은 내심 말론 브랜도와의 경쟁의식을 느꼈던 것 같다. 30대 버튼의 외모는 20대 주인공과 어울리지 않았고, 스타로서의 위치는 뉴웨이브의 분위기를 벗어나는 것이었으나, 연극의 열렬한 팬이었던 그는 존 오스본의 역할 제의에 선뜻 응했다고 한다.

<꼭대기 방>
Room At the Top/ 감독 잭 클레이튼/ 1959년

존 브레인의 소설을 각색한 <꼭대기 방>은 정상에 오르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젊은 남자의 이야기다. 시골 하층민 출신인 조 램튼은 물질적 성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진실한 사랑의 대상인 여자와 욕망 실현 도구로서의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실망과 좌절을 경험하는 그는 개츠비의 후예에 다름 아니다. 비극적 인물로 분한 로렌스 하비의 실감나는 연기가 뇌리에 남는 작품. 형식적인 면에서 옛 영화의 티를 벗지 못한 <꼭대기 방>이 영국 뉴웨이브 영화의 역사에서 줄곧 다뤄지는 건 해외에서 크게 주목받은 첫 영화라는 사실 때문이다. <꼭대기 방>은 미국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등 주요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영국영화에 출연한 프랑스 배우 시몬 시뇨레가 여우주연상을, 닐 패터슨이 각본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영국 뉴웨이브를 먼저 인식하고 발빠르게 대처한 건 세계영화제와 영국 영화산업이 아닌 미국 아카데미와 할리우드였다.

<토요일 밤 일요일 아침>
Saturday Night and Sunday Morning/ 감독 카렐 라이츠/ 1960년

프리시네마 운동에 참여한 알랭 태너, 클로드 고레타 같은 외인부대의 일원이었던 카렐 라이츠는 이후 영국에 남아 영국 뉴웨이브의 시작과 종말을 지키게 된다. 그는 <토요일 밤 일요일 아침>으로 노동자 주인공의 전형을 제시한 몇년 뒤 영국 뉴웨이브의 씁쓸한 뒷이야기인 <모건>을 완성한 인물이다. 원작자 앨런 실리토와 토니 리처드슨이 각색과 제작을 맡아 라이츠의 연출을 지원한 <토요일 밤 일요일 아침>은 영국 뉴웨이브의 주역 우드폴 영화사의 야심작이었다. 노팅엄 산업지구의 노동자 아서 시튼은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의 지미 포터에 비해 삶의 철학이 뚜렷하고 즐길 줄 아는 청년이다. “녀석들이 널 속박하게 놔두지 마. 이미 경험해서 알잖아. 난 즐겁게 살고 싶어. 나머지는 전부 거짓 선전일 뿐이야”라는 대사는 영국 뉴웨이브와 불만에 찬 노동자의 선언이 되었고, 주인공을 맡은 앨버트 피니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꿀맛>
A Taste of Honey/ 감독 토니 리처드슨/ 1961년

영국 뉴웨이브를 이끌며 승승장구하던 토니 리처드슨은 다소 의외의 선택을 한다. 영국 웨스트엔드와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공연돼 호평받은 셸라 딜레니의 원작을 영화화한 <꿀맛>은 단조롭던 영국 뉴웨이브를 풍성한 인물들로 채운 작품이다. 분노한 남자들 대신 그동안 소외된 미혼모, 동성애자, 흑인을 전면에 배치했던 것. 엄마의 방탕한 생활로 인해 집시처럼 옮겨다녀야 했던 십대 소녀 조는 엄마의 재혼 뒤 구둣가게에서 일하며 혼자 살아간다. 어느 날 손님으로 만난 제프와 친해지면서 둘은 함께 살게 되는데, 조는 얼마 전 사귀다 떠나보낸 흑인 선원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알게 되고, 게이 청년 제프는 유사가족을 제안한다. 대부분 반어적인 제목을 사용한 영국 뉴웨이브 영화 중에서도 <꿀맛>은 대표적인 경우다. 우리는, 매번 쓴맛으로 가득 찬 생활로 돌아오게 되는 소녀가 출구없는 삶에서 탈출하기를 빌게 된다.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욕망의 끝>
This Sporting Life/ 감독 린제이 앤더슨/ 1963년

<욕망의 끝>은 1960년에 발표된 데이비드 스토리의 사회적 리얼리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광부이자 럭비팀 스타인 프랭크는 하숙집을 운영하는 미망인에게 애정을 느끼지만, 폭력 외에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그는 그녀를 죽음으로 몬다. 연상의 여인과의 사랑과 뒤늦은 후회 그리고 비참한 현실을 탈출하는 방법으로 스포츠의 유혹이 제시된다는 설정에서 <꼭대기 방>과 <장거리 주자의 고독>과 연결해서 보면 좋은 작품이다. <욕망의 끝>은 관계와 계급문제에 대한 예리한 해석을 보여준 진지한 심리극이었으나 문제는 1963년이란 시간이었다. 프리시네마 기수였던 린제이 앤더슨을 연극무대에서 영화로 끌어낸 랭크영화사는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삶을 다룬 영화가 더이상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따름이다. 발랄하고 가벼운 영국영화가 빛을 발하던 시기에 뒤늦게 영국 뉴웨이브 무대를 찾은 앤더슨은 다시 방향을 바뀌어야만 했다.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여자를 유혹하는 요령>
The Knack… and How to Get It/ 감독 리처드 레스터/ 1965년

굳이 따지자면, 이것은 영국 뉴웨이브의 종말에 바치는 유쾌한 묘비명이다. 전작 <하드 데이스 나이트>를 통해 청년문화의 변화를 감지한 리처드 레스터는 이어 새 관심사인 성해방을 다룬다. 선생이며 집주인인 콜린은 카사노바 세입자인 톨런의 능력을 내심 부러워한다. 둘 앞에 런던에 처음 온 시골 소녀와 색채 이상심리를 가진 남자가 등장하자, 야수의 손길로부터 순수한 여자를 구하려던 영화는 상상 성폭행을 주장하는 여자에게 판타지를 가장하는 것으로 변해간다. 구세대의 젊은이를 향한 시선이 반영된, 세 남녀가 침대를 끌고 집으로 가는 7분간의 길고도 낭만적인 장면이 인상적이다. 당시 독창적인 영화 형식으로 호평받았으며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여자를…>은 그러나, 모드족의 찬가이자 기록이지 성난 젊은이를 위한 영화는 아니다. 시대는 너무 빨리 변했고, 성난 젊은이들은 잊혀진 지 오래였다.

글 : 이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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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28 08: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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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3 16: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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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4 14: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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