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루얼티
스콧 버그스트롬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평점 :
리암 니슨이 비교적(?) 젊은 시기에 찍은 [테이큰]이란 영화가 있다. 한국에서 리암 리슨을 알린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는 유럽으로 여행을 갔다가 납치된 딸을 찾는 아빠의 여정이 담겨 있다. 오래전에 본 영화이지만, 이 영화에서 딸이 납치되었을 때 리암 니슨의 대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네가 누구인지 모른다. 뭘 원하는지도 모른다. 몸값을 원한다면 안 됐지만 돈은 없다. 다만 남다른 재주는 있지, 밥 먹고 해 온 것이 그 짓이다. 지금 딸을 놔준다면 여기서 끝내겠다. 내 딸을 놔주지 않는다면, 꼭 찾아가서 죽일 것이다."
매우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게 대화를 한다. 상대는 아무렇지 않게 "행운을 빈다!"라고 말하지만, 곧 끔찍한 맛을 보게 된다.
[크루얼티]는 아빠의 복수극이 아닌, 딸의 복수극이다. 이 소설에서는 딸이 아닌 아빠가 납치가 된다. 평범한 외교관 아빠와 생활하는 고등학생인 그웬돌리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것 빼고는 역시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유럽으로 출장을 간 아빠가 납치가 되었다. 그리고 밝혀지는 아빠의 충격적인 직장생활... 아빠는 평범한 외교관이 아닌 CIA 요원이었다. 아빠의 동료들과 정보기관은 총동원해서 아빠를 찾지만 아빠의 행방은 묘연하다. 그리고 그들은 점점 아빠의 행적을 의심한다. 아빠가 이중 스파이의 행동을 하다가 잠적한 것으로 의심한다. 그웬돌리는 아무도 믿을 수가 없게 된다. 혼자 아빠가 남기고 간 단서를 추적하다가, 아빠의 비밀 창고에서 아빠가 남긴 [1984]라는 낡은 소설책과 알 수 없는 숫자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숫자가 가리키는 곳을 쫓아가며 아빠를 찾아간다.
그웬돌리가 처음 도착한 곳은 파리이다. 그곳에서는 그녀는 야엘이라는 이스라엘 첩보 요원을 만난다. 전직 체조선수였던 그녀는 야엘에게 혹독한 훈련을 받고, 그녀 안에 잠자고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기 시작한다. 왕따를 당하고, 친구에게 뺨을 맞고 눈물을 흘리던 그웬돌리는 이제 무자비하게 상대를 제압하고, 뼈를 꺾고, 총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파리, 베를린, 프라하를 거치며 유럽 대륙을 뒤져서 드디어 아빠를 찾아낸다. 그 과정에서 아빠를 납치하고 유럽 전역에 어린 여성들을 인신매매하며 무기를 밀매하는 잔혹한 악당을 찾아낸다. 그리고 이제 리암 니슨이 혀를 내두를 만한 딸의 복수가 시작된다.
미국에서는 YA 소설이라는 장르가 매우 인기가 있다. 영 어덜트라고 불리는 이 장르는 청소년문학이라고 부르지만 장년들에게도 매우 인기가 있다. 그리고 이런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영화화되었다. 대표적인 작품이 [헝거게임]나 [메이즈러너],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이 장르의 배경이 암울한 미래사회가 되고, 주인공은 어린 여성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혹독한 세계에서 여자아이가 세상과 사람과 싸우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들이 많았다.
[크루얼티] 역시 YA 문학이지만, YA 문학으로는 드물게 스파이 소설이다. 평범한 여학생이었던 그웬돌리가 아빠를 찾기 위해 스파이 세계에 발을 디디며 학교에서는 알지 못했던 잔혹한 세계를 보게 된다. 납치, 인신매매, 마약, 폭력, 무기 밀매, 그리고 CIA가 연결된 검은 커넥션까지... 그런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분분투하며 점점 성장해 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YA 문학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스케일이 크다. 후반부에는 폭력적인 내용도 많이 등장한다. 미국 청소년들은 이 정도는 거뜬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우리 세계가 점점 더 잔혹하고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속도감 있게 읽히며 주인공 그웬돌리의 심리를 매우 잘 표현하고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