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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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스뵈의 해리홀레 시리즈는 매번 즐겨 읽는 스릴러이다. 대부분의 스릴러에서 주인공은 천재적인 두뇌와 철저한 자기통제, 그리고 뛰어난 전투능력 등을 가졌다. 그러나 요네스뵈의 해리는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해 알콜중독에 빠져 살며,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쉽게 흥분하고 좌절한다. 싸움실력도 별로여서 대부분의 격투기에서 때리는 경우보다 맞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럼에도 저자의 탄탄한 구성과 함께 해리만이 주는 독특한 인간미가 해리 홀레 시리즈만의 매력을 발산한다. 이번에 해리 홀레 시리즈의 초기작이라고 할 수 있는 [바퀴벌레]가 번역되어서 출간되었다. 원래 해리홀레시리즈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박쥐-바퀴벌레-레드브레스트-네메시스-데빌스스타-리멤버(미출시)-스노우맨-레오파트-팬덤(미출시)-폴리스(미출시)


개인적으로는 네메시스를 가장 먼저 읽고, 레드브레스트, 박쥐, 데빌스타 순으로 읽어서 이야기의 순서가 무척 뒤죽박죽되어 있었다. 해리 홀레 시리즈는 다른 스릴러 시리즈에 비해 과거의 사건과 연관된 이야기가 비교적 많이 등장하고, 특히 오슬로 3부작이라고 부르는 레드브레스트, 네미시스, 데빌스스타는 연결된 이야기이기에 순서대로 읽지 않아서 조금 혼란스럽기는 했다. 그럼에도 해리 홀레는 시리즈는 각 시리즈마다 독특한 색깔이 있고, 그래서 매번 시리즈마다 읽는 재미가 다르다.



이번에 출간된 [바퀴벌레]의 배경은 태국이다. 해리 홀레 시리즈의 또 다른 재미는 마치 화면으로 보는듯이 펼쳐지는 저자의 배경묘사이다. 전작 [박쥐]에서는 호주의 배경들을 멋지게 묘사했었지만, 이번 [바퀴벌레]에서는 덥고 습하고, 온갖 무질서와 범죄가 난무하는 태국의 방콕의 모습을 묘사한다. 특히 온갖 변태적 성적 문화가 왕성한 태국의 뒷모습들을 리얼하게 묘사한다. 올들어 전국에 폭염경보가 내릴 정도로 최고의 무더위와 열대아 속에서 이 책을 읽으며 해리의 상황이 더욱 공감이 갔다.


"차들이 엉금엉금 기어갔고, 에어컨에서는 불길하게 쌕쌕 소리가 났다. 해리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 중략- 해리는 차에서 내렸다. 더위와 습기가 얼굴에 훅 끼쳤다. 물이 끓는 솥뚜껑을 연 느낌. 해리는 기지개를 켜고 느릿느릿 차를 돌았을 뿐인데 벌써 어지러웠다. (P248)"


이야기의 시작은 태국의 노르웨이 대사가 태국 변두리의 성매매 호텔에서 살해당하면서 시작된다. 죽은 묄레르는 현 노르웨이 총리의 정치적 친구이기에 외무부에서는 사건이 실체를 숨기고, 신속히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호주에서 사건을 해결한 후 잠시 인기를 누린 술주정뱅이 형사 홀래를 급히 파견한다. 해리는 외무부에서는 자신의 알콜중독을 모르고 그가 유능한 형사라고 생각해서 파견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를 파견한 실제 이유는 뒤에 밝혀진다. 단순히 성매매 업소에서 강도에 의해 살해당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묄레르의 과거를 캐면서 해리는 점점 커다란 범죄에 다가간다. 도박, 사채, 아동성매매, 주가조작 등 태국에서 만연하고 당연시 되는 범죄들을 맞딱뜨리면서 해리는 혼란스러워한다. 이런 모든 더러움이 '바퀴벌레'라는 이미지로 대변된다.


"해리는 어스름 속에서 무언가 싱크대에서 움직이면서 더듬이 두개를 이리저리 흔드는 것을 보았다. 바퀴벌레 한 마리, 엄지만 한 크기이고 등에는 주황색 줄이 하나 있었다. 이렇게 생긴 놈은 한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닌 것 같았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바귀벌레는 종류가 3천 가지라고 했다. 그리고 바퀴벌레는 누가 다가오는 진동을 듣고 숨어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어디에나 있다는 뜻이었다. 바퀴벌레는 무게가 얼마나 될까? 10그램? 금 간 곳이나 테이블 뒤에 백 마리 넘게 숨어 있다면 방 안에 있는 바퀴벌레가 적어도 1킬로 그램은 된다는 뜻이다. 해리는 몸을 떨었다. 자기보다는 바퀴벌레들이 더 두려워할 거라는 사실이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때로는 술이 해롭기보다는 '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눈을 감고 생각을 떨쳐내려 했다." - P 113



이번 작품 역시 요네스뵈의 치밀한 구성으로 완벽하게 짜여져 있는 소설이었다. 특히 그동안 조금 무기력하게 보였던 해리가 이번 작품에서는 매우 활발하게 움직인다. 특히 다른 작품에서와는 달리 방콕에서 여기 저기 부딪히며 싸워대는 해리의 액션이 돋보인다. 그럼에도 작가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비극적인 결말이 이 작품에서도 예외없이 발생한다. 이것이 그동안 읽은 해리 홀레 시리즈에서 해리가 알콜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무기력해지는 모습의 또 하나의 원인이 되는 것 같아 조금 씁쓸하게 끝부분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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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야방 : 권력의 기록 2 랑야방
하이옌 지음, 전정은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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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가장 비정하게 만드는 게 무엇일까? 바로 '권력'이라는 것이 아닐까? 크게는 국가권력에서부터 작게는 회사나 집안에서의 권력까지, 권력은 사람을 한없이 비정한 존재로 만든다. 믿었던 친구도, 피로 맺어진 형제나 부모자식간에도 권력을 두고 싸울 때는 너무나 비정해진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아들 사도세자를 죽인 영조라는 임금이 있고, 재벌가에서 경영권을 놓고 싸울 때는 상대를 매장시키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봐도 권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독성이 강한지를 알게 된다.  


이런 권력의 속성을 역사소설과 무협소설의 중간정도의 틀에서 잘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 있다. 얼마 전 케이블 방송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중국드라마 량아방의 원작 [량아방]이란 소설이다. 이 소설은 원래 작가 아이옌이 인터넷에 연재했던 인터넷 소설인데, 인기를 얻어 책으로 출간했고, 다시 인기를 얻어 드라마로 완성이 되었다.


랑야방은 중국대륙을 다스리는 가상의 국가 '대량'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소철이라는 가명을 쓰고 있는 매장소라는 인물이다. 매장소는 강좌맹이라는 중국 제일의 방파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소철과 매장소로 불리기 전에 원래 이름은 '임수'였다. 임수의 어머니는 황제의 누나이고, 아버지 임섭은 대량의 최정예군인 7만의 적염군을 이끌고 있었다. 임수 자신도 13세부터 전장에 나가서 타고나 지략과 용맹으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그러나 적염군과 황자 기왕의 세력이 너무 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황제와 간신들의 밀고로 이들은 모두 역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그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임수라는 인물은 죽고, 매장소로 다시 태어나 12년이 흐른 후 복수를 위해 돌아온 것이다.


매장소가 금릉에 도착하던 시기에 황제 밑에는 공식적인 황위계승자인 태자와 황제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예왕이 권력을 다투고 있었다. 황제, 태자, 예왕, 이들은 모두 12년전 적염군의 몰살의 과정에 관여한 사람들이었다. 매장소는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끝까지 적염군을 변호한 이유로 황제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 옛 친구 정왕을 왕으로 세우려한다. 1권에서 매장소는 예왕의 모사로 들어가지만, 예왕을 돕는척 하면서 예왕와 태자를 싸움을 붙인다. 그리고 몰래 정왕에게 조언을 하며 정왕의 세력을 키운다.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예왕과 태자의 싸움이 벌어지고, 매장소의 계략으로 태자의 세력이 몰락한다. 2권의 압권은 태자의 가장 큰 세력이자, 예전에 적염군을 몰살시키기 위해 가장 앞장을 섰던 사옥을 제거하는 장면이다. 사옥은 황제의 여동생인 리양공주의 남편이다. 1품군후로서 대량에서 막강한 군사적 세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천천산장의 탁정풍이라는 고수와 사둔을 맺고 그를 이용하여 정적을 암살한다. 매장소는 사옥의 아들인 소경예의 생일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옥의 범죄사실을 밝힌다. 특히 탁정풍의 아들을 죽인 사람도 사옥임을 알게 한다. 이 사실을 안 탁정풍이 자신을 배신하고 자신의 범죄사실을 밝히려 하자, 사옥은 자신의 집을 봉쇄하고 자신의 집에 주둔하고 있던 6백여명의 군인으로 참석자들을 몰살시키려 한다.  매장소에게는 비류라는 고수의 호위무사와 친구인 대량의 제일무사인 몽지가 있지만, 몇 백명의 공격을 몇 명이 막기는 중과부적이다. (이 소설을 무협소설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김용의 무협소설처럼 산을 흔들고 땅을 진동시키는 과정된 무술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매장소는 미리 예왕의 세력을 끌어들여 사옥을 체포하게 한다. 이로서 태자의 세력은 모두 붕괴되고, 태자는 지위를 잃게 된다.


태자만 제거하면 자신이 제일인자가 될 줄 알았던 예왕은 황제가 정왕을 자신과 동등한 친왕으로 봉하자, 그제서야 매장소에게 속은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예왕와 정왕의 대결이 시작된다. 예왕은 정왕을 제거하기 위해 옛 적염군의 사건을 들춰낸다. 적염군의 생존자 위쟁을 사로잡고, 정왕이 위쟁을 구출하러 오면 역모로 그를 옭아매려 하는 것이다. (예왕은 아직 매장소가 적염군의 장군이었던 임수인지를 모르기에, 정왕만을 옭아매려 한다.) 아쉽게도 2권은 정왕과 매장소가 위쟁을 구출하려는 장면에서 끝난다. 과연 매장소가 위쟁을 구출할 수 있을지, 정왕은 예왕을 누르고 황제가 될 수 있을지, 적염군의 몰살에 숨겨져 있던 비밀들이 모두 밝혀질지에 대한 궁금증은 결국 3권에서 모두 해결될 수밖에 없다.



독자를 빨아들이는 몰입감과 빠른 속도감의 책이지만,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권력의 속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자신만이 최고의 권력을 유지하고, 자신 밑에서 누구든지 백성의 지지와 신하들의 신망을 받으면 가차없이 제거하는 황제의 권력욕이 매우 잘 묘사되어 있다. 결국 황제는 후계자인 아들도 자신의 권력에 도전하지 못하기 위해 큰 아들 기왕을 역모로 몰아 죽이고, 새로 세운 태자와 예왕을 경쟁시켜 누구도 자신 외에는 절대권력을 가지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태자를 폐하자, 그 자리에 정왕을 앉혀 다시금 서로를 경쟁하게 한다.


이런 권력의 비정함은 우리나라 정치사에서도 계속되어 왔다. 얼마 전 시사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 역대 통치자들의 통치 스타일을 비교하면서, 공통점으로 후계자에게 권력을 나누어 서로 충성경쟁을 하게 하는 방식에 대한 분석을 보았다. 박정희 대통령이 차지철과 김재규를 경쟁시킨 것도, 전두환 대통령이 노태후와 장세동을 경쟁시킨 것도, 김영삼 대통령이 이회창과 박철언을 경쟁시킨 것도 다 이런 이치라는 것이다. 그리고 후계자로 세운 사람이 자신의 권력을 침법하려고 할 때는 가차없이 제거했다는 것이다. 권력의 비정함은 꼭 국가권력에서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작은 모임이나 회사에서도 그 권력 때문에 서로를 시기하고 모략하는 행동들을 보게 된다. 결국 권력 앞에선 모두들 그렇게 변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 다시금 권력의 비정함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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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바이러스
티보어 로데 지음, 박여명 옮김 / 북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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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있어서 '아름다움'이란 절대적인 선(善)이다. 남녀노소 모두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그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 돈을 들여 여러 가지 시술을 받고, 심지어는 뼈를 깎는 성형을 하고, 운동을 하고, 치장을 한다.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미용실에 가서 연예인의 이름을 대면 '누구처럼 해 주세요!'라고 말을 한다. 과연 그 '누구'가 미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어쩌면 모두 허상이라면 어떨까? 이것이 단지 뇌의 작용으로 어떤 모습에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 뇌의 작용도 사실은 누군가에게 조작된 것이라면, 이런 가정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단지 뇌의 조작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허상을 가지고 있고, 전 세계의 사람들이 그 허상을 쫓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모나리자 바이러스]란 소설은 바로 이런 가정을 소설로 만든 작품이다. 소설의 띠지에는 댄 브라운의 귀환'이라는 문구가 적혀져 있다. 처음 나는 이 책이 댄 브라운의 작품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작가는 '티보어 로데'라는 사람이었다. 아마 이런 문구를 쓴 이유가 이 소설이 댄 브라운의 [다빈치코드]라는 작품에서처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에 대한 소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의 구성은 매우 치밀하고, 소재 역시 매우 기발하다.

소설의 주인공 헬렌 모건은 한때 세계적인 모델로 활동했던 신경미학자이다. 신경미학이란 아름다움과 뇌의 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녀에게는 16살의 거식증에 걸려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매들린이란 딸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매들린이 사라진다.

매들린이 사라지는 시점으로 세계에는 이상한 일들이 발생한다. 제일 먼저는 미국 각 주에서 선발된 미스 아메리카 후보들이 멕시코 연수 중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들이 각가 추악한 모습으로 성형이 되어서 길거리에 버려진다.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컴퓨터 바이러스가 퍼져서 사람의 사진들을 추악하게 변형시킨다. 이제 신문과 뉴스 등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은 추악한 모습으로 변형이 되어 있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세계 도처에서 벌들이 집단 폐사를 하는 것이다. 벌들을 그 모습이나 구성이 모두 황금률과 연관이 되어 있다.

헬렌은 자신의 딸의 납치와 이 모든 것이 연관성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 사건의 배후에 파벨 바이시와 그의 아들 파트리크 바이시가 있음을 눈치챈다. 이들의 목적은 미의 대표적인 인식 기준인 황금률을 깨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황금률의 기준은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라는 작품이다. 저자는 모나리자라는 작품이 마치 컴퓨터 바이스러스처럼 인간의 뇌에 작용해 아름다움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헬렌은 FBI 수사관인 그렉 밀너의 도움으로 황금률를 깨뜨리려는 바이시 부자의 음모에 대항하게 된다.


가끔 우리가 열광하는 것들이 어쩌면 모두 허상일 쁜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가 추구하는 성공, 부, 아름다움... 이런 모든 것이 어쩌면 언론이나 문화가 만들어낸 허상이고, 사람들은 그 허상의 노예가 되어 그것을 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나부터 그것이 허상이라고 해도 당장 눈앞에 그것이 없으면 모든 것을 잃을 것 같은 생각에,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소설은 바로 우리가 쫓고 있는 아름다움의 허상, 그리고 그 허상이 만들어내는 광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치밀한 구성과 방대한 스토리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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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야방 : 권력의 기록 1 랑야방
하이옌 지음, 전정은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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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설은 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장르 중 하나이다. 어려서부터 삼국지를 좋아해서 집에 있던 삼국지 전집만 열 번 정도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덕분에 삼국지의 인물과 스토리를 거의 외우다싶이 했었다. 조금 크면서 한참 김용의 무협소설들이 재미있게 읽었었다당시 김용의 소설은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었고, [의천도룡기]기나 [소호강호]등은 베스트셀러였다. 특히 [소호강호]를 읽으며 인간이 권력욕으로 인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를 새삼 느끼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중국에서는 그의 소설들을 연구하는 학문을 김학(金學)으로까지 부르며, 김학 과목이 개설된 대학들까지 있다고 한다. 그것은 그의 소설이 단순히 무협소설을 한계를 뛰어넘어 역사와 인간의 내면을 그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대작 중국소설을 거의 접하지 못하고 있다가, 드디어 김용의 작품에 필적하는 작품을 만났다하이옌의 [량야방]이란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자, 마치 김용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순식간에 소설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정교한 세계관과 권력싸움의 구도, 치밀한 복선과 허를 찌르는 반전, 그리고 주인공 매장소와 예황군주의 러브라인까지... 마치 독자를 흡입하는 것 같은 강력한 소설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서구의 판타지 소설과 중국의 무협소설의 공통점은 소설 속에 현실과 다른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이 소설 속의 세계관이 얼마나 정교하냐에 따라서 그 소설의 완성도가 결정된다. 톨킨스의 [반지의 제왕]이나 조지 마틴의 [얼음과 불의 노래]들은 그 정교하고 치밀한 세계관으로 유명하다.  김용의 소설에서도 소림과 무당으로 대표되는 정파의 8문파와 이에 대항하여 마교나 사파로 언급되는 반대세력의 대결이 김용 소설의 세계관의 뼈대이다. 량아방의 무협소설보다는 역사소설에 가깝지만 앞의 소설들 못지 않은 정교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소설 속에서 중국대륙을 지배하고 있는 나라는 '대량'이라는 가상의 나라이다. 대량의 주변에는 이민족들이 있고, 특히 '북연''대유'라는 나라가 위협적인 나라이다. 대량의 수도는 금릉이다. 대량에는 황제가 있고 그 황제 밑에 여러 명의 왕자들이 있지만현재의 권력을 양분하고 있는 사람은 공식적인 후계자인 태자와 비록 태자는 아니지만 황제와 자식이 없는 황후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예왕이다. 둘은 후계자이 자리를 놓고 보이지 않는 암투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소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한 남자가 금릉에 도착한다. 소철은 단지 가명일 뿐이고, 그의 실제 이름은 매장소이다. 강좌맹이라는 중국 최대 방파의 수장인 강좌매랑으로도 불리는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친구 소경예의 집에 휴식차 머물게 된다.

 

소설은 태자와 예왕이 매장소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접근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이들이 매장소에게 접근하는 이유는 '랑야방' 때문이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랑야방은 대량 최고의 정보 집단이다. 그들은 매 번 자신들의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 무예의 등급이 고수 순위와 지략의 등급인 공자 순위, 그 외에도 방파의 순위나 부자 순위, 미인순위를 정한다. 대량의 방파 순위 1위는 항상 강좌맹이었고, 공자 순위 1위는 이런 강좌맹의 수장인 매장소였다. 정작 매장소 자신은 무술은 전혀하지 못하고, 항상 지독한 기침에 시달리며, 조금의 추위에도 한기를 느끼는 병약한 인물이다그런데 태자가 누구를 얻으면 차기 대권을 얻을 수 있는지를 량야방에게 묻는다. 정보의 값어치만 치르면 세상의 모든 질문에 답을 한다는 랑야방은 이런 대답을 내놓는다.

 

"강좌매랑, 기린기재, 그를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

 

매장소를 전설의 동물 기린에 비유하고, 그를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고 말을 한 것이다. 이 때부터 매장소를 얻기 위한 태자와 예왕의 실력싸움이 벌어진다. 그런데 정작 매장소는 둘의 사이를 저울지하며 둘 모두를 싸움에 붙이고 서로 피해만 입게 할 뿐이다. 매장소의 의중은 왕자 중에서도 황제의 미움을 받아 한직에 있는 정왕에게 있기 때문이다. 매장소는 정왕을 황제로 만들려고 계략을 꾸민다. 왜 정왕일까? 그것은 매량소의 과거와 연관이 되어 있다. 매장소의 원래 이름은 임수이고, 한 때 7만의 정염군을 이끌다가 반란군으로 몰려, 7만의 병사와 함께 죽임을 당한 황족이었다. 그런 그를 끝까지 친구로 대해 준 사람이 바로 정왕이었다. 매장소는 동료의 복수와 함께, 정왕에 대한 의리를 지키려 한다그로인해 매장소의 지략을 통해 태자, 예왕, 정왕이 황권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정치싸움이 벌어진다.

 

 

이 소설의 큰 줄거리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황권을 향한 정치와 암투이지만, 매장소와 예황군주의 사랑이야기도 빼 놓을 수 없는 재미거리이다. 예황군주는 남부를 다스리는 운남왕의 딸로서 아버지 목심이 죽자 아버지의 군사 10만을 이끌고 남부를 지키는 여장부이다. 미모와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 황제의 사랑을 받고, 수많은 남자들이 그녀를 신붓감으로 가지려 한다. 그러나 그녀는 원래 임수와 약혼한 사이이다. 임수가 죽자, 자신을 도와준 임수의 부하인 섭탁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는 섭탁이 사라지자 매장소를 통해 섭탁과 만남을 기대하지만, 정작 매장소가 임수인 것은 알지 못한다. 매장소는 예황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녀를 도와준다. 그럼에도 예황이나 주변 사람들은 매장소가 단지 정치적 이득 때문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1권에서 끝내 예황이 매장소가 임수인 것을 모르고 끝나면 어떻게 하나 안타까웠는데, 다행스럽게도 1권 말미에서 예황이 임수인 것을 알게 된다. 둘의 애틋한 사랑이 이어질지 너무 궁금해 2권이 너무 기대가 되는 이유이다.

 

 

소설은 마치 잘 짜인 퍼즐처럼 매장소의 계략이 펼쳐진다. 그럼에도 황제와 태자, 그리고 예왕의 견제는 만만치가 않다. 이와 함께 매장소를 따르는 량야방 2위의 고수인 몽지와 매장소의 호위무사인 비류와 함께 매장소를 제거하려는 암살집단의 혈투가 매우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오랜만에 만난 장대한 스토리를 가진 멋진 중국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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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차일드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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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같은 또래 아이들은 동화책을 읽을 때, 나는 SF 소설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주로 어린이용으로 나온 '공상 과학 소설'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소설 속의 미지의 세계나 새로운 생명체와의 만남을 무척 마음을 설레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나이가 들어서는 여러 SF 소설들을 읽으면서, SF 소설이 단순히 흥미 위주의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SF 소설에는 각자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그 세계관에서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SF 소설에 대한 시야를 넓혀 준 작가를 한 명 들라면 단연코 '필립 k, 딕'을 들것이다. 그의 소설 속의 세계는 항상 음울했으며, 그 세계 속에 던져진 등장인물들은 '이 세계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리고 그 질문 속에는 나란 존재, 더 나아가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가에 대해 묻곤 했다. 인간은 과연 기억으로만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왜곡된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나는 내가 아닌가? 내가 기억하고 있는 세상과 나란 존재는 정말 진실일가? 이런 질문들 속에서 항상 충격적인 세계로 맞다드릭는 그의 소설적 트릭에 한동안 매료되었었다.

 

요사이 유행하고 있는 아포칼립스적인 좀비 소설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소설들은 인류 멸망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묘사하며 인간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설로는 좀비 소설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리처드 매디슨 [나는 전설이다]와 최근에 좀비 소설의 붐을 다시 일으킨 맥스 브룩스의 [세계대전 Z]등이 있다. 이런 소설들은 단순히 흥미 위주의 SF 소설을 넘어서, 인간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이제 이렇게 SF 소설을 통해 인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또 한 명의 독특한 작가를 만났다. '옥타비아 버틀러라'는 흑인 여성 작가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SF 소설은 주로 YA 문학이란 탄탄한 자양분 속에서 많은 독자층을 거느리며 성장해 왔다. 대표적인 3대 작가로 로버트 하인라인, 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클라인 등을 들고 있다. 대부분이 모두 남성이고, 또한 백인들이었다. 이런 미국에서 흑인 여성으로서 SF 소설계에 뛰어들어 휴고상과 네블러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가가 '옥타비아 버틀러'이다. 특히 그녀의 소설은 단순히 미래 세계를 그리는 SF소설이 아니라, 인간의 세계와 닮아있는 그녀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그리고 있다. 그녀는 그 세계 속에서 지배자와 피지배자, 또는 인간과 외계 생명체의 관계에서는 미묘한 감정 등을 다루고 있다. [블러드 차일드]는 그런 그녀의 단편소설들과 함께 그녀 자신의 직접 쓴 후기 등이 실려 있는 단편 소설집이다.

이 소설에는 모두 7편의 단편소설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중 [블러드 차일드]라는 소설과 [특사]라는 두 편의 소설을 최고의 소설로 선택하고 싶다.  [블러드 차일드]는 '간'이란 소년과 그 소년의 가족, 그리고 그 가족과 함께 사는 외계 종족인 '트가토이' 등장한다. 소설의 배경은 인간이 외계 종족에게 점령 당해 보호구역 안에서 생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가토이는 자신의 알을 통해 간과 간의 가족들을 돌보아 주고 있다. 특히 간에게는 특별히 많은 돌봄을 주고 있다. 이로 인해 간과 트가토이는 특별한 교감을 나누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단란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들의 가정에 갑자기 고통을 당하며 쳐들어 온 남자가 있었다. 트가 토이는 그 남성의 고통을 덜어주며 수술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남자의 배 속에서 몇 개의 애벌레를 꺼낸다. 그 남성은 트가토이와 같은 외계 생명체와 결합을 통해 외계 생명체의 알을 배 속에서 자라게 하는 숙주였다. 그리고 간은 자기 역시 트가토이의 숙주임을 알게 된다. 이제 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 그리고 자신을 숙주로 여기는 트가토이에 대해 역겨운 감정을 느낀다. 그럼에도 그는 트가토이로 부터 도망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트가토이의 알을 자기 배 속에 잉태하게 한다. 소설에서 분명 트가토이는 인간인 간을 지배하는 지배층이고, 트가토이는 지배 당하는 인간이지만, 그 곳에는 미움이나 증오보단 그럴 수밖에 없는 숙명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간다. 그리고 둘의 관계는 글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애증관계가 된다. 이런 관계는 그녀의 소설에서 계속 등장한다.

 

[특사]라는 소설 역시 외계 생명체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외계 생명체를 '커뮤니티'라고 부른다. 그들은 나무나 수풀 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작은 생명체들이 하나의 집단을 이루어 행동한다. '노아'라는 여성은 이 커뮤니티와 인간과의 대화를 연결해주는 일을 한다. 인간 고용인들은 노아를 혐오한다. 어떻게 외계 생명체 편에서 일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특히 그녀는 외계 생명체에게 납치 된 2세대이다. 노아는 고용인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담담히 이야기한다. 그녀는 외계 생명체에게 끌려갔지만, 후에 자유의사로 그들에게서 나와서 인간 세상으로 돌아왔다. 정부는 오히려 그녀를 통해 외계에 대한 정보를 알기 위해 그녀를 가두고 고문 한다. 오랜 고문 끝에 변호사를 통해 그곳을 탈출한 그녀는 이제 중립적인 입장에서 외계 생명체와 인간을 교류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과연 인간이란 존재가 절대적으로 선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앞의 소설 [블러드 차일드]에서처럼 자신을 이용하는 외계 생명체에 대해 노아는 증오와 함께 애정을 담고 있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소설들은 이런 미묘한 감정들을 잘 묘사한다.

필립 K. 딕 만큼은 아니지만, 그녀의 소설들도 암울한 배경들을 가진 소설이 대부분이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소설이 [저녁과 아침과 밤]이란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는 DGD라는 질병을 가진 한 여성이 등장한다. DGD란 질병은 부모에게서 유전되는 질병으로 일정한 나이가 되면 발발해서 자기를 파괴하는 질병이다. 스스로를 죽을 때까지 자학하고, 심지어는 상대방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한다. 이 과정을 소설에서는 아주 끔찍하게 묘사한다. 소설 속의 여성 주인공은 이런 질병을 숙명처럼 안고 살면서 절망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앨런이라는 남자 친구의 어머니를 병문안 하러 갔다가 자신의 호르몬을 통해 DGD를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그 질병을 다스리는 것일까? 아니면 환자를 환각상태에서 지시를 따르게 하는 것일까? 그렇게 살아가는 인간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살아가는 것일까? 그럼에도 주인공은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소설들은 대부분 처럼 절망적인 상황들이 묘사된다. 그럼에도 소설 속의 주인공들을 그런 상황을 만든 외계 생명체나 세상에 대해 증오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과 묘한 관계를 가진다.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고, 그들과 관계할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 한다. 소설의 후기에서 그녀는 조금도 인종에 대한 문제, 자신의 어린 시절의 과거의 아픔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소설을 그렇게 해석하려는 주변의 시선을 경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소설이 그런 그녀의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이 태어난 미국이라는 나라, 백인과 흑인이 공존하고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있지만, 서로 사랑하고 공존할 수밖에 없는 모순적인 세상을 소설 속에서 그리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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