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싱 유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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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렌 코벤의 소설의 영원한 테마는 '사라진 사람'이다. 대부분 주인공의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이 사라지게 된다. 그로인해 주인공은 과거의 아픔 속에서 살아가 가게 된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사라졌던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의 추적하다가 예전의 사건의 진실을 파해치게 된다. 대표작인 [숲]에서는 오랜 시절 캠핑장 숲에서 사라진 동생을 찾는 과정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다]에서는 옆집 여자를 살해하고 사라진 형을 찾는 과정 속에서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작년에 국내에서 발간한 [6년]이란 작품에서는 이런 경향이 조금의 변화가 있었다. 가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연인이 사라진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며 자신을 차지 말라고 한다. 6년 만에 여자를 찾지만 그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 여인이었다. [6년]에서는 인터넷, 이메일, 페이스북이 등장하며 변화된 할런코벤의 색깔을 보여 준다.


신작 [미싱유]에서는 주 무대가 완전히 인터넷으로 옮겨 간 느낌이다. 인터넷에서의 만남 사이트에서 사라져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악당들도 점잖은 마피아 보스 정도였다면, [미싱유]에서의 범죄자는 냉혈한 인신매매범이다. 할런 코벤이 잔인해졌다고 해야 하나?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사람을 잔인하게 가두고, 고문하고, 가차없이 살해한다.



주인공 캣 도너반은 친구의 권유로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에 가입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18년 전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 예전의 약혼자인 '제프'가 자신의 사진과 함께 다른 이름으로 소개를 올려 놓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는 고민을 하지만 술기운에 그만 그에게 오래 전 함께 좋아하던 '미싱유'라는 뮤직 비디오 사이트를 링크 해 메세지를 보낸다. 그런데 제프는 뻔한 작업멘트를 보낼 뿐 옛 추억은 언급하지 않는다. 답답한 캣이 자신이 캣이라고 밝힌다. 그러자 그는 상대는 당황한채 더 이상의 만남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러는 와중에 '브랜던'이란 아이가 캣을 찾아온다. 그녀는 얼마 전 자신의 어머니가 온라인에서 만난 남자와 사라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남자가 바로 제프였다. 캣의 사라진 브랜던의 어머니를 추적하던 중, 온라인에서 제프와 만남을 가진 여성들이 계속해서 사라졌다는 것을 발견한다. 원래는 제프를 찾기 위해 시작한 수사가 점점 잔인한 범죄조직의 실체에 다가가게 된다.



예전의 할런코벤의 소설들은 완벽한 플롯과 뛰어난 반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조금씩 현실성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KGB나 국제범죄조직 등이 등장하며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무리수가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너무나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러기에 조금은 섬뜩한 느낌까지 들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데이트를 약속하고, 자신의 신상정보를 알려 주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로 발전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무엇보다는 이번 소설에서의 악당 '타이터스'는 사람들은 납치해 땅 속에 묻어 두고 잔인하게 고문을 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그들의 인터넷 신상정보를 알아내고, 그들의 돈을 빼돌린다. 그 후에는 잔인하게 살해한다. 책을 읽는 내내 그의 잔인함에 혀를 내두르게 한다. 문제는 이런 범죄자와 범죄가 심심치 않게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소설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의 이야기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할런 코벤의 소설이 예전과는 다르게 섬뜩하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6년]으로 기존 스타일의 변화를 준 할런 코벤이 [미싱유]에서는 그 변화를 완성해 가는 느낌이 든다. 예전보다 플롯이 더 정교해 지고, 현실성이 더 해지는 느낌이다. 다만 예전의 낭만적인 분위기나 문체는 점점 사라지고, 본격적인 하드보일드 스타일로 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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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스 스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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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가끔 군대시절의 꿈을 꾼다.

꿈에서 군대를 제대했는데 행정착오로 다시 군대를 복무하게 되었다.

억울한 것을 참고 다시 2년의 세월을 근무했는데 제대 날짜가 다가오자 또 행정착오로 다시 근무를 하라고 하는 것이다.

결국 소리를 지르며 꿈을 깬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꿈도 자주 꾼다.

중요한 시험을 보는데 답안지를 밀려섰다.

답안지를 고쳐 쓰는데 뒤에서부터 시간이 다 되어 뒤에서부터 시험지를 걷어온다.

허겁지겁 답안지를 쓰다가 또 꿈에서 깬다.


프로이드와 같은 심리학자들은 과거에 느꼈던 트라우마나 압박같은 것이 오랜 시간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무의식에 남아 꿈이나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이 느꼈던 과거의 무게에 눌리는 경우가 있다.

요네스뵈의 해리홀레 시리즈의 주인공 해리형사를 보면 무거운 과거에 눌려 있는 한 인간을 보게 된다.

그는 매력적이고 뛰어난 형사이지만 어린 시절 동생과의 사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실수로 동료를 죽인 사건 등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것에 눌려 있다.

그리고 술이라는 수단을 통해 자신을 벌주며 스스로를 망가 뜨린다.

이런 와중에서 사건 해결에 대한 짐념이 그를 다시금 일으켜 세우고, 그를 알콜중독에서 벗어나게 한다. 

해리 홀레라는 인물을 보면 끊임없이 자신의 과거의 상처와 싸우며 치열하게 앞으로 나가고 있는 한 인간을 보게 된다.


[데빌스스타]는 흔히 요네스뵈의 오슬로 삼부작으로 불린다.

오슬로 3부작은 [레브브레스트], [네메시스], 그리고 [데빌스스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 책을 오슬로 3부작이라고 하는 것은 배경이 노르웨이의 오슬로이기도 하지만, 세 소설이 모두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각 자의 소설마다 개별의 중요한 사건을 해결하지만, 그 개별의 사건을 잇는 커다란 사건이 하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레브브레스트]에서는 암살범을 쫓고, [네메시스]에서는 옛 여자친구의 살인자를 쫓고, [데빌스스타]에서는 연쇄살인범을 쫓는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사건 배후에는 모두 무기밀매상이자 자신의 동료 여형사인 '엘렌'을 죽인 '프린스'라는 별명을 가진 범인과 관련되어 있다.

소설은 이미 [레브브레스트]부터 '프린스'가 해리의  동료 형사이며, 오슬로 최고의 엘리트 형사인 '톰 볼레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는 증거와 증인을 없애는 과감한 살인으로 해리 외에는 모두의 의심에서 벗어난 인물이다.


[데빌스스타]는 시작부터 망가진 해리 홀레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다른 소설에서는 주로 사건의 중간부분부터 해결할 수 없는 벽에 부딪히면서 알콜중독으로 망가지는 해리의 모습이 나오고, 그것을 극복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반면 [데빌스스타]에서는 초반부터 망가진 해리의 모습이 등장한다.

해리는 동료 형사인 엘렌의 살인범과 볼레르가 차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목격자를 확보하고 볼레르가 엘렌 살인의 배후자이자, 무기밀매범 프린스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이 사실은 자신의 상관이 뮐레르와 총경에게 이야기 하지만, 증인은 갑자기 증언을 번복한다.

그로 인해 해리는 잘나가는 동료 경관을 시기하는 알콜중독 경찰관으로 몰린다.

결국 엘렌 사건을 해결하지 못햇다는 죄책감과 계속되는 과거의 악몽에 의한 불면증으로 다시금 알콜 중독에 빠져 들게 된다.

결국 뮐레르 역시 더 이상 해리를 지켜주지 못하고 해고를 하게 된다.

해고를 앞두고 대기 중인 해리에게 갑자기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미모의 여성들이 손가락이 잘린채 갑자기 죽거나 사라지는 사건이다.

그리고 그들의 몸에서 별모양의 다이아몬드가 발견이 된다.

해리는 사건을 수사하면서 주변에서 별모양의 상징이 거꾸로 그려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고대에서부터 악마의 별(데빌스 스타)로 불려진 것을 알게 된다.

사건 현장을 조사하던 중 해리는 사건의 장소들이 지도상으로 악마의 별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마지막 살인 장소를 추즉해 내고 범인을 잡기 위해 출동을 한다.


이런 수사의 와중에 볼레르의 끊임없는 유혹이 시작된다.

그는 자신이 해리와 같은 종류의 사람이며, 진정한 힘과 권력을 가지기 위해 자신의 무리에 들어오기를 종용한다.

또한 해리의 여자 친구인 라켈과 그의 아들 올레그를 언급하며 그에게 공포를 주기도 한다.

유혹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유혹이란 내부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유혹을 느낀다는 것은 나의 내부에 그런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볼레르의 대사를 통해 해리 안에 있는 욕망과 갈등을 보여준다.


"해야 하는 게 아냐. 해야 하는 건 없어, 해리. 어릴 때 다른 아이들의 레고를 뺏어다가 내 건물을 크게 만들곤 했지. 이건 무엇을 원하느냐의 문제야. 초라하고 시시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위한 초라하고 시시한 집에서 살고 싶어? 아니면 너 자신보다 위애한 무언가, 네가 얻으려고 애쓰는 무언가를 가리키는 오페라 하우스와 대성당, 웅장한 건물을 갖고 싶어?" (P265)


"성당을 짓는 일은 소명이야, 해리. 이탈리아에서는 성당을 짓다가 죽은 석공들에게 성인의 자격을 부여하지, 비록 성당이 인간을 위한 것이라고는 해도 인류 역사상 인간의 피와 뼈 위에 세우저지 않은 성당은 없어. 우리 할아버지는 늘 그렇게 말씀하셨지. 앞으로도 그럴 거고. 우리 가문의 피는 여기 보이는 숱한 건물의 반죽으로 쓰였어. 난 그저 더 많은 정의를 원할 뿐이야. 모든 사람을 위한 정의. 필요한 건축 자재가 있다면 얼마든지 쓸 거고." (P267)



많은 독자들이 [데빌스스타]를 오슬로 삼부작의 최고 작품으로 주목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소 복잡한 구성과 볼레르와 해리의 대립구조가 너무 밋밋해서인지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하지는 못하겠다.

역사소설이나 역사스릴러를 좋아해서인지  [레드브레스트]를 최고의 작품으로 생각한다.

다만 오슬로 3부작의 결말이라는 부분에서, 3편의 방대한 스릴러 속에 하나의 거대한 스릴러를 이어간다는 독특한 구성의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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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 버티고 시리즈
마이클 푼케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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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의사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린의 그의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통해 수용소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인간이 상상할 수도 없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고 한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니 그들은 삶의 목표를 잃은 사람들이었다.

반면 수용소에서 살아 남아서 만나야 할 가족이나, 해야할 일이 있는 사람들은 끝까지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남았다고 한다.

마이클 푼케의 소설 [레버넌트]를 읽으며 다시금 삶에 대한 인간의 집념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200년 전 실제 인물 '휴 글래스'의 실화를 소설화 한 것이다.

휴 글래스는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삶은 산 인물이다.

그는 한 때 화물선의 선장으로 일하며 카리브해를 누볐다.

그러다가 해적에게 잡혀 포로가 되기도 하고, 탈출하다가 인디언에게 잡혀 그들과 같이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글래스가 헨리대위가 이끄는 모피사냥단을 따라 미주리강 오르면서 시작된다.

당시 미주리강 주변에는 여러 인디어인 있었지만, 그 중에서 '아리카라 족'이라는 호전적인 족속이 백인들을 공격하며 미주리강을 막고 있었다.

헨리 대위는 아리카라족의 공격으로 단절된 교역을 회복하려 모피사냥꾼을 이끌고 미주리강을 거슬러 북쪽의 유니언 진지로 향해 가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사냥꾼이었고, 인디언을 피해 사냥을 하며 식량과 모피를 조달하고 있었다.

혼자 사냥을 나갔던 글래스는 커다란 곰과 만나게 되고, 사냥 도중에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된다.

헨리 대위는 글래스가 살 수 없다고 판단하고, '피츠제럴드'와 '브리저'라는 두 명을 글래스 곁에 남겨 둔다.

글래스가 죽으면 그를 묻어 준 뒤에 따라오라고 말한다.

하지만 비열한 노름꾼이자 협잡꾼인 피츠제럴드는 오로지 글래스의 안슈타트라는 총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는 인디언이 나타나자 글래스를 버려두고 그의 총과 소지품만을 약탈해 도망간다.

그리고 동료들에게는 글래스가 죽어 잘 묻어주고 왔다고 거짓말을 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글래스는 오로지 복수에 대한 일념으로 광활한 숲 속을 기거나 걸으면서 그들을 쫓아간다.

글래스를 살아움직이게 한 것은 오로지 복수하겠다는 일념이다.


이 소설은 글래스의 생존의 모습과 복수에 대한 일념을 처절한 만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따.


불가피한 지연에 짜증이 났지만 그랠스는 마음을 다잡았다. 기회가 올 때까지 욕망을 단단히 다져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기어이 살아남아 배신자들에게 처절한 복수를 안기겠노라고 맹세했다.

그날 글래스는 세 시간 이상을 엉금엉금 기어 이동했다. 2마일은 넘게 온 것 같았다. 그랜드 강의 기슭은 모래와 풀과 돌들로 덮여 있었다. 일어설 수만 있었다면 글래스는 발로 딛기 수월한 부분을 찾아 얕은 강을 마음껏 건너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글래스에게 강을 건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계속 북쪽 기슭을 따라 기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돌들이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어느새 양모 패드는 너널너덜 해어져 있었다. 패드 덕북에 찰과상은 면할 수 있었지만 타박상까지는 아니었다. 글래스의 무릎과 손바닥은 검푸른 멍자국들로 덮여 있었다. 살짝만 건드려도 심한 통증이 느겼졋따. 왼 족 팔 근육에서는 경련이 일었고, 허기침에 온몸이 바르르 떨렸다. 예상한 대로 고기를 구하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당분간 풀로만 버터야 했다.(P106)


글래스는 뱀을 잡아 먹거나 늑대와 싸워 그들이 먹던 물소의 시체를 빼앗아 먹으며 치열하게 생명을 연장해 간다.

또한 계속해서 아라카라 족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는 결국 살아남아 헨리 대위 일행을 만난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광할한 대자연을 묘사하고, 그 가운데 생존을 향해 발버둥치는 나약한 인간을 그려내고 있다.


유니언진지를 나선 글래스는 엘로스톤 강을 따라 이동했다. 헨리가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처참한 실패를 경험했단 미주리 강 상류쪽은 왠지 아닐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엘로스톤 강뿐이었다. 닷새에 걸쳐 엘로스톤 강을 따라 오르자 숨이 턱 막힐 정도의 경이로운 풍경이 펄쳐졌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빅혼 산이 그의 앞에 우뚝 서 있었다. 가장 높은 봉우리엔느 구름이 몇 점 걸려 있었다. 끝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과 마주한 기분이었다. 한양 눈이 햇빛을 머금어 눈부시게 빛났다. 눈이 시리고 눈물이 나왔지만 그는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20년간 평원을 누벼온 글래스였지만 이런 황홀한 풍경은 처음이었다. (P225)


또한 이 소설을 통해 당시 미국의 서부개척 역사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다.

이 소설에는 루이스와 클라크의 여정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다.

루이스와 클라크의 탐험은 이 소설의 배경인 1820년대에서 얼마 전인 1804년에서 1806년까지 이루어진 탐험으로 미국 동부에서 로키 산맥을 넘어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까지 계속된 탐험이었다.

이 탐험으로 미국의 로키산맥 주변의 지역을 알 수 있고, 주변 여러 인디언들과 교역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소설에서 글래스의 여정 중 상당 부분이 바로 이 탐험의 여정과 겹치기도 한다.



소설의 끝에서 복수는 허망하게 끝난다.

그럴꺼면 굳이 왜 그렇게 고생을 하며 헨리 대위의 일행을 쫓았는지 의문이 들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런 복수에 대한 열망이 없었다면 과연 글래스는 살아 남을 수 있었을까?

어쩌면 자신을 살게 하고, 힘을 주어 앞으로 나가게 하는 목표들은 막상 도달하고 나면 허상이거나 허무한 것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허무한 목표때문에 사람을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오픈하우스의 '버티고시리즈'를 좋아한다.

단순한 장르소설이 아니라, 역사와 심리에 관련된 소설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가독성면에서는 [레버넌트]가 가장 최고의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잡는 순간부터 한 순간에 읽을 정도로 흡입력이 강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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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중석 스릴러 클럽 33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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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작가의 신작은 항상 반가움을 준다.

이번에 할런 코벤의 신작 [미싱유]의 출간 소식도 그렇다.

[미싱유]와 함께 책장에 있던 할런 코벤의 책을 끄집어 내다보니, 오래전에 구입하고 읽지 않은 책이 있었다.

'모중석 스릴러 클럽'으로 나온 할런 코벤의 [숲]이란 작품이다.

할런 코벤의 작품들은 나름 특색이 있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과거의 아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문득 과거에 사라졌던 존재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과거의 아픔이 다시 재연된다.

[6년]에서는 6년 동안 사라졌던 연인이 나타난다.

[영원히 사라지다]에서는 살인범으로 몰려 가족들에게 고통과 아픔을 가져다주었던 형이 나타난다.


[숲]이라는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코프'로 불리는 이 소설의 주인공 '폴 코플랜드'는 지금은 성공한 지방검사이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린 그는 어린 시절의 상처 속에 갇혀있다.

그의 부모님은 러시아 이민자이고, 한때 숲 속에 있는 청소년 캠프에서 일을 했다. 

'코프' 역시 여름에 그곳에서 생활하며, 캠프장으로서 또래 아이들과 캠프 생활을 했다.

그곳에서 그는 캠프의 주인인 '아이라'의 딸 '루시'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루시'가 그를 유혹해 숲으로 데려가던 날 밤, 코프의 여동생인 '카밀'과 세 명의 또래 친구들이 숲에서 사라진다.

그중 두 명은 시신으로 발견되고, '카밀'과 '길페레즈'라는 아이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얼마 후 경찰은 '여름 칼잡이'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웨인 스튜벤스'를 연쇄살인범으로 체포된다.

그는 '코프'와 같이 캠프장으로 일하면서 여러 차례 살인을 저질렀고, 카밀의 여동생을 포함한 네 명의 살인사건도 그가 저지른 것으로 추정했다.

이 사건 이후 그의 어머니는 가출을 하고, 아버지 역시 과거의 사건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최근에 죽음을 맞이했다.

'코프' 역시 과거에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 자신의 여동생과 아이들을 살해되었다는 죄책감 속에 살고 있다.

어느 날 경찰이 코프를 찾아온다. 한 남자가 코프의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와 당시 사건의 신문기사를 주머니에 넣어둔 채 시체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 남자의 이름은 '마놀로 산타아고'라고 불렸었다.

시체보관소에서 마놀라 산타아고라는 시체를 확인하는 순간 코프는 놀란다.

그의 팔뚝의 상처를 보고 그가 18년 전 숲에서 여동생과 함께 살해된 줄만 알았던 '길페레즈'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의 부모조차 그가 길페레즈가 아니라고 말한다.

코프는 다시금 예전의 여자친구인 '루시'와 만나 과거의 사건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숲 속에 감추었던 무서운 진실을 만난다.


할런 코벤의 소설에는 과거의 상처 속에 아파하는 사람들의 상황과 심리를 잘 묘사한다. 

[영원히 사라지다]라는 작품에서는 이웃집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사라진 형으로 인해 가족과 주인공이 얼마나 큰 고통을 당했는지를 묘사하고 있다.

[숲]에서도 과거의 사건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망치고 있는지를 너무나 잘 묘사하고 있다.

우선 당시 캠프의 주인이자, 루시의 아버지인 '이이라'는 그 후 망가진 인생을 살았다.

나이 때문인지 마약 탓인지 몰라도 아버지에게 조기치매가 찾아들었다. 아이라는 항상 멍한 모습이었고 과거에 갇혀 살았다. 그런 이유로 처음에는 치매 진단이 쉽지 않았다. 적어도 의사들의 설명은 그랬다. 하지만 루시는 그해 여름의 충격이 원인어었을 거리고 믿었다. 이이라는 숲 속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온갖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캠프장의 소유주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몰랐다. 
언론도 그렇지만 유족들의 비난은 특히 심했다. 마음 여린 아이라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결국 그는 무너지고 말았다.
아이라는 바깥출입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의 정신은 연신 과거를 드나들었다. 그는 특히 1960년대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그는 종종 자신이 아직 1968년에 살고 있다고 믿곤 했다. 표정만 보면 그가 과거에 갇혀 있는지, 아니면 진실을 알고 있는지 구분할 수 있었다. 진실을 알면서도 곧이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건 큰 문제였다. (P124) 

루시 역시 과거에 갇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오랜만에 재회한 코프에게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꼭 두 개의 인생을 살고 있는 기분이야. 아무 문제없었던 그날 밤 이전의 인생과 너무나 문제가 많았던 그날 밤 이후의 인생. 알아, 이런 내가 얼마나 딱해 보이는지, 하지만 가끔 그날 밤 낭떠러지로 떠밀려진 후로 아직까지 계속 데굴데굴 굴러떨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일어서도 이내 다시 무너지고 말아. 그래서 어쩌면...... 모르겠어......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나면, 그 끔찍했던 악몽에서 뭔가 위안거리를 찾아낼 수 있다면, 이 한없는 추락을 멈출 수 있지 않을까? (P 313)

인생에서 '과거'는 시간이라는 연속선상에서 한 번 발생하고 사라지는 사건이다.

그러나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과거'는 단순히 시간 속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  '과거'는 상처를 받은 사람의 마음속에 남아서 계속해서 그를 그 과거 속에 가두어 둔다.

그러기에 상처를 입은 사람은 육신은 비록 현재를 살아도, 마음은 과거 속에 계속해서 갇혀있게 된다.

그렇다면 그 과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과거를 대면하는 것이다.

끔찍한 과거로부터 피하려 들거나 그것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그것과 맞서는 것이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인공 코프가 과거의 사건을 파헤치려 하자 주변 사람들을 그를 말린다.

과거의 죽은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이 현재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또한 진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진실을 아는 것이 오히려 현재를 사는 사람들에게 해가 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코프는 과거 속으로 들어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예상했던 대로 과거의 진실은 그가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가 믿던 사람들과 세계가 철저히 무너지는 것이었다.

할렌 코벤의 소설은 충격적인 반전으로 유명하다.

이 소설 역시 코프가 알아낸 진실 속에 숨겨져 있는 마지막 반전이 충격적이다.

소설을 읽고 나서도 이런 생각이 든다. 소설 이후 주인공은 과연 과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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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호의 악몽 1 버티고 시리즈
댄 시먼스 지음, 김미정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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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막다르고 추운 절벽 끝으로 몰리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사람들은 밑바닥에 감추어 두었던 것이 나온다.

냉기를 머금은 인간 밑바닥에서 심연의 본성이 올라온다.

이 책은 바로 인간이 맞닥드리는 그런 공포를 이야기 하고 있다.

 

북극한파가 몰려와서 영하 10도 이하로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날 [테러호의 공포]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영국에서 1845년 북서항로 개척을 향해 출발한 이리버스호와 테러호의 실제 역사적 이야기를 근거를 두고 있다.

당시 영국은 스페인이나 다른 나라가 차지하고 있는 대서양 항로대신 캐나다 동쪽 해안과 북극해를 건너 배링해쪽으로 넘어가 일본과 태평양으로 향하는 북서항로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 북서항로는 영국이 400 년간 걸쳐서 시도를 했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1905년에서야 아문젠에 의해 처음 길이 열리게 된다.

영국의 북서항로개척의 처참한 실패 가운데 이리버스호와 테러호를 이끈 프랭클린 탐험대의 실패가 가장 비극적이었다.

프랭클린과 백여명의 선원들은 북극항해 중 실종되었고, 최근에서야 배의 잔해가 발견될 뿐 살아 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책은 북서항로의 아버지라고 불리면서 영국의 영웅적인 존재였던 이리버스호의 함장 프랭클린보다 테러호의 함장 크로지어에게 초점을 맞추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야기는 이리버스호와 테러호가 캐나다 북쪽섬인 킬 윌리암섬(당시에는 반도로 알려져 있었음)의 북서쪽 빙해가 갇힌 시점서부터 시작된다.

이리버스호의 함장이자 탐험대의 총지휘관인 프랭클린은 크로지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항해를 계속하다가 2년 가까이 빙해 속에 갇히게 된다.

두 배는 출발하기 전에 3년에서 5년 가까이 먹을 수 있는 통조림 식량을 배에 비축했지만, 납품업자들의 비리로 대부분 썩은 통조림이 되어 식량이 고갈되어가는 상황이었다.

밖에는 영하 3-40도의 강추위와 블라자드가 몰아치고, 대원들은 괴혈병과 열양실조로 죽어간다.

 

이런 상황 가운데서 정찰을 나갔던 군인들이 실수로 에스키모 남자를 살해하고, 한 벙어리 여성을 데라고 온다.

크로지어는 이 여성이 에스키모 원주민과의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여성을 살려둔다.

그런데 이 여성이 나타난 이후 빙하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나타나 선원들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 괴물을 잡기 위해 잠복해 있던 프랭클린과 이리버스호 대다수 장교들이 오히려 괴물의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는다.

결국 크로지어는 탐험대의 최고 책임자가 된다.

그는 자신 안의 우울증과 알콜중독과 싸우는 동시에, 공포에 떨고 있는 대원들을 이끌고 북극의 한파와 그 한파 속에 있는 괴물과 싸우게 된다.

 

 

이 책은 두 고전의 이미지를 오마주하고 있다.

하나는 성경의 요나서라는 부분이다.

성경에서 요나는 하나님이 가라는 방향과 반대인 방향으로 가는 배를 타고 그 배 깊은 곳에 숨어 있다가 풍랑을 만난다.

선원들은 이 풍랑을 잠잠하게 하기 위해 요나를 바닷속에 던진다.

이 때 바닷속에서 큰 물고기가 나타나 요나를 삼킨다.

흔히들 이 물고기를 고래라고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물고기를 리워야단이라고 부른다.

리워야단은 성경의 다른 부분에서도 등장하는 바닷속에 사는 괴물이자 사탄을 상징한다.

요나는 삼 일 동안 어두컴컴하고 춥고 냄새가 나는 리워야단의 뱃 속에 들어가 있었다.

이 요나의 이미지는 이리버스호와 테레호 선원들이 갇힌 빙하 속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또한 내면 깊은 곳에 우울증과 파괴적인 성격에 끌려 들어가고 크로지어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 하나는 영국의 유명한 철학자인 토마스 홉스이 책인 [레비아단]이다.

영국의 기독교적 전통에서 보면 반항아이기도 한 톱스는 레비아단이란 책을 통해 인간 본성과 이 본성을 통제할 거대한 레비아단과 같은 권력인 국가를 이야기 한다.

크로지어는 프랭클린과 여러 명이 괴물에게 잡혀 죽은 후 예배를 인도하며 성경 대신 레비아단의 한 구절을 읽는다.

그리고 계속해서 장례식 때 레비아단을 인용하며 그들이 맞서고 있는 괴물이 레비아단과 같은 거대한 괴물임을 이야기 한다.

결국 그들을 공격하고 있는 괴물은 외부의 무시무시한 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본성 안에 있는 괴물적인 존재임을 암시하고 있다.

 

 

빙하 속에 갇힌 테러호 속에서 몸부림치는 크로지어의 함장과 선원들을 떠올리면서 이런 상황이 비단 북극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든다.

어쩌면 우리 역시 추위와 공포에 내몰리고 있지는 않을까?

10년만의 북극한파가 몰아친다는 추운날 집 안에서 집밖의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이 추위에 집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이 맞닥드리는 추외와 공포에 대해서...

매일같이 우리를 공격하는 살인적인 괴물과 같은 위협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터져나오는 인간 심연의 냉기에 대해서...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몸부림치면 칠수록 빙하에 의해 더욱 더 옥조여 오는 이런 상황을 겪는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단순히 장르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은 소설 속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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