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책장을 펼치자마자 시작되는 '맨덜리' 저택에 대한 묘사는, 공간적 배경에 크게 흥미가 없는 내게는 지루하게 느껴졌다. 왜 이렇게 장소에 대해서 설명할까.. 이어지는 내용이 금세 흥미로워져 정신없이 읽었는데, 다 읽고나서는 맨 앞에 저택에 대한 설명이 나올 수 밖에 없었구나, 하고는 처음으로 돌아가 그 부분을 다시 읽어야 했다. 뭐랄까, 오랜만에 '소설이란 이런 거지'하는 걸 제대로 느꼈달까.


처음 이 소설이 시작할 때 느껴지는 건 흥미로움이다. 돈이 없어 적은 연봉을 받으며 엄마뻘인 부인의 '동반자'가 되어야 하는 아직 어린 '나'는, 부인의 시중을 들며 부인의 오지랖 넓은 성격 때문에 당혹스러워하지만, 그 성격 덕에 '맥심'이란 마흔 두살의 남자를 만나게 된다. 이 남자는 '나'와 신분이 다르고 나이차이도 많고 게다가 일년전에 아내를 잃은 터라 상실감에 젖어있어 전혀 연결점이 없어 보였지만,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되고 남자는 알게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 청혼을 한다. 부모님이 안계셔 적은 연봉이라도 반드시 필요했던 '나'는 마침 내가 사랑을 느끼는 부유한 남자로부터 청혼을 받았으니, 그와 함께 살날을 꿈꾸며 그의 저택으로 함께 돌아가게 된다.



'내'가 저택으로 돌아가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 부터 느껴지는 건 이제 '슬픔'이다. 저택 곳곳에 전(前)부인 '레베카'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고, 이 큰 저택을 관리하는 집사며 하녀들 모두가 레베카에게 길들여져있었다. 레베카가 쓰던 방은 아직도 고스란히, 방금 전 사람이 있었던 것처럼 관리되고 있었고, '내'가 하다못해 꽃을 꺾어와 꽂으려 해도 '레베카는 저 화병에 꽃을 넣었지'하는 말을 듣기 일쑤다. 지금 맥심의 아내는 '나'이고 지금 이 저택의 '드 윈터 부인'은 '나'인데, 이 저택은 여전히 전(前) 드 윈터 부인의 취향대로 관리되고 있다. 게다가 그녀가 만나는 남편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한결같이 레베카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얼마나 지혜로웠는지를 얘기한다.



어느 여름날 아침, 나는 라일락을 한 아름 안고 서재로 들어가며 프리스를 찾았다. "프리스, 이 라일락을 꽂을 키 큰 화병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원 곁방의 것은 너무 작아요."

"라일락은 늘 응접실의 흰 화병에 꽂습니다, 마님."

"화병이 망가지지 않을까요? 약해 보이던데."

"돌아가신 드 윈터 부인은 늘 그 화병을 사용했습니다, 마님."

"아, 그렇군요, 알겠어요." 흰 화병이 도착한다. 벌써 물이 차 있다. 나는 라일락 가지들을 하나씩 화병에 꽂아 넣는다. (p.206-207)





그러니 남편인 맥심 역시 당연히 레베카를 그리워하고 있지 않을까. 가끔 '당신이 불행해 보이는데 이 결혼은 잘한걸까'라고 묻는 맥심을 보며 '그는 레베카를 생각하고 있구나' 라고 의심하는 건 얼마나 당연한가. 말없이 가만 있는 그의 표정을 보면서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레베카 생각을 할까' 하고 나로서는 의심할 수밖에 없지 않나.



"거실이 언제 지금처럼 꾸며진 거죠?"

"내가 결혼했을 때요."

"그럼 큐피드 상도 그때 놓였겠군요?"

"그럴 거요."

"그 전까지는 창고에 있었고요?"

"아니, 그렇지는 않아요. 사실 그건 결혼 선물이었소. 레베카는 도자기에 관심이 많았거든."

나는 차마 그의 얼굴을 바라볼 수 없었다. 그래서 손톱만 만지작거렸다. 그는 그 단어를 아주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은 듯 입밖에 냈다. 전혀 힘들지 않은 모습이었다. 잠시 후 나는 슬쩍 그를 곁눈질했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벽난로 앞에 서 있었다. 레베카를 생각하고 있어. 나는 생각했다. 내가 받은 결혼 선물이 레베카가 받은 결혼 선물을 깨뜨리게 된 상황이 의아하겠지. 큐피드 조각상을 선물한 사람이 누구일지 기억할까. 그 선물을 보고 레베카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다시 떠오를까. 레베카는 도자기에 관심이 많았군. 레베카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큐피드 포장 상자를 조심스레 열고 있을 때 그가 그 방으로 들어갔는지도 몰라. 레베카는 그를 보고 미소 지었겠지. '우리한테 어떤 선물이 왔는지 한번 봐요'라고 말했을 거야. 상자에 손을 넣어 그 도자기, 손에는 활을 들고 한 발로 서 있는 정교한 큐피드를 꺼냈으리라. '이건 거실에 두어야겠어요.' 레베카는 이렇게 말하고 맥심과 함께 큐피드를 열심히 살펴보았겠지.

나는 계속 손톱을 만지며 딴청을 부렸다. 내 손톱은 볼품없이 짧았다. 특히 엄지손톱은 생살이 드러날 지경이었다. 나는 다시 맥심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벽난로 앞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내 목소리는 침착했다. 마구 들끓는 가슴속과는 다르게 말이다. 그는 담뱃불을 붙였다. 그날 하루 동안 스물다섯 개피는 피워댄 듯했다. 이제 겨우 점심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그는 벽난로에 성냥을 던지고 신물을 접었다.

"별 생각 안 했오. 왜 그러오?"

"아니, 그저 당신이 너무 심각해 보여서요. 어딘지 멀리 가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p.222-223)



나는 매사에 이런 식으로 의심하게 된다. 남편이 말이 없으면 레베카 생각을 하겠지, 라고 그 상황을 상상하며 속을 끓이고 하인들은 지금 서로 이런대화들을 나누겠지, 하고는 또 애를 태운다. 그녀가 지금 이 저택의 안주인인데도 불구하고 그런데 그녀가 이 저택에 여전히 손님인 것만 같다.



그녀가 이렇게나 어리지 않았다면, 게다가 자신의 계급에서 오는 자격지심에 시달리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이 모든 상황에서 담대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라일락 화병으로 그거 싫은데, 다른 거 가져와, 라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도 아니라면 직접 일어나 저택을 돌아다니면서 맞는 것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가 조금 더 당당한 성격이었다면, 세상 무서울 게 없이 맞서 싸우는 여자였다면, 그랬다면, '당신이랑 있을 때 자꾸 과거 아내의 흔적이 느껴져, 내가 제대로 느끼는거야?'라고 물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 서툴고 갈 길이 멀다. 제대로 맞서 싸우지를 못하고 그저 슬픔속에 내동댕이 쳐진다. 그 슬픔에 빠져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의심, 그저 의심 뿐이다. 그 의심들은 당연히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로 닿게 되고.



그런데 '내'가 그를 사랑한다. 이 압박감, 내가 주인이 아닌 것 같은 저택이 주는 압박감에 시달리느라 사랑하는 맥심이 집을 비웠을 때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고, 실제로 다른 곳에 있었더라면, 하고 다른 곳이 더 편안할 거라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내가 그를 사랑한다.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너무 슬프고, 전 부인의 흔적이 너무 곳곳에 남아 너무 힘든데, 그런데 내가 그를 사랑한다. 저택을 둘러싼 모든것, 심지어 일하는 사람들마저도 내게 적대적인데, 그런 환경속에서 꿋꿋이 내가 남편을 사랑해. 그런 남편이, 내가 사랑하는 남편이 틈만 나면 내 옆에서도 전 부인을 그리워한다고 생각하니..



아 이것은 너무나 깊은 슬픔이 아닌가, 슬픔의 새드니스.. 슬픔 오브 슬픔... 결코 내가 놓이고 싶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나는 '나'의 이 슬픔에 푹 빠져서, 아, 혹시라도 내가 재혼하는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면, 큰 저택에 사는 남자랑은 하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만것이다. 그가 혼자라면,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든 그의 옆에서 나로 인한 행복을 느끼게끔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수시로 좌절될 지언정,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 그에게 내 사랑을 알리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싼 많은 이들이 자꾸만 '너는 그의 전부인보다 못하지롱~' 이러면, 내가 그걸 어떻게 이겨낸단 말인가. 만약 재혼하는 남자가 내게 결혼하자고 한다면, 그가 너무 큰 집에 살지 않기를 바라야겠다.


또한 '지나치게' 사교적이었던 남자여도, 나는 그의 두번째 부인 자리를 거절하리라. 동네 사람들도 만날 때마다 '니네 저택에서 열렸던 그 무도회는 진짜 짱이었어!' 이러고 있으니, 날더러 대체 어쩌란 말인지. 나는 그녀가 아니야, 나는 나야. 나는 그녀처럼 승마를 하는 것도 아니고 바다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도 않아. 이렇게 너무 사교적인 남자는 주변에 너무 흔적을 많이 뿌리고 다녀서 내가 처리하기 곤란해...만약 나에게 자신의 두번째 부인이 되어 달라고 하는 남자가 너무 사교적인 남자라면, 나는 거절하고 그냥 데이트나 가끔 하며 살자고 해야겟다. 어휴, 내가 이제와 그렇게 힘든 길로 갈 순 없어...


라고 나는 레베카의 슬픔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가,



아아, 정녕 소설이란 무엇인가,



이제부터는 스릴있어 지기 시작하는 거다. 아니, 슬픈 사랑이야기가 어떻게 살인 심리 미스테리 공포..같은 게 되어버렸지? 이 전개는 놀랍도록 자연스러워서, 이제는 '아아, 이제 어떻게 될것인가, 모든 비밀은 밝혀질 것인가' 하고 초조하게 결말을 향해 달려가게 되는 것이다.


소설이 이렇게나 놀랍다. 흥미와, 슬픔과, 초조함을 다 주는 것이야.



게다가 그녀가 생각했던 것이 다 맞는 게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이런 거다.


'내가 생각하는 그것은 과연 그것인가'

'내가 짐작하는 그것은 정말 그것인가'



내가 사랑한다고 온전히 그 사람을 알 수 있을까? 나는 그저 나의 '사랑'에 갇혀서 내가 보고싶은 대로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내가 생각을 오른쪽 방향에 놓았기 때문에, 나는 모든 사소한 일들을 오른쪽에 맞춰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실제로 '내'가 생각한 것은, '나'의 짐작은 달랐다. 나의 모든 생각에 맥심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라고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틀렸어!

내가 틀렸다!



어떤 '틀림'은 그러나 얼마나 좋은가. 차마 그 대답이 두려워 묻기를 참아왔는데, 그러나 진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진실은 나의 불행이 아니라 행복을 가리키고 있었어!!




또한 물음을 준다.

나는 '이렇다 해도' 그를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

소설속의 '나'는 그랬다.

그렇지만 여기 이곳의 '나'는 잘 모르겠다.

끊임없이 물었다. 이게 가능할까, 내게도? 내게도 이게 가능한 일일까, 이렇게 될까?


이 모든 것들을 소설이 준다. 이 모든 것들을 이 책, 《레베카》가 주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은 쓰여진 시대가 시대니만큼 걸리적 거리는 부분들이 더러 나온다. '맥심'은 '남자는 이런데 여자는 그렇더군' 하는 발언을 엄청 많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레베카'는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임과 동시에 살아 있는 인물이 아니다. 레베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여 주는 건 그녀의 남편 맥심이고, 그녀의 친척 잭이고, 그녀의 가장 친한 하녀 댄버스 부인이고, 그 외에 다른 모든 사람들이다. 레베카는 한 번도 '내' 눈앞에 나타나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한 적이 없다.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도 말한 적이 없고. 그래서,



자연스레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생각이 났다. 소설 《제인 에어》를 읽은 '진 리스'가 미친 '버사 부인'의 입장에서 그려낸 소설. 진 리스는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마찬가지의 의미로 누군가가 '레베카'의 입장을 대변하는 소설을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레베카가 이대로 뒤로 사라지는 것은 어쩐지 부당하게 느껴진다. 레베카는, 레베카의 입을 빈다면 분명 할 말이 많지 않을까. 그녀가 '그런' 사람이어야 했던 이유가 분명, 분명 있을 것이다.



별점이라는 것은 너무나 애매한데, 사실 별로 치자면 나는 4.5를 주고 싶었다. 그러나, 소설이 어떤 것인지, 그러니까 한 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소설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소설의 매력을 가득 담은 책이라 0.5를 내릴까 올릴까 고민하다 올려버렸다.



관대한 나인 것이다.





악마는 더 이상 우리를 괴롭히지 않는다. 우리는 위기를 극복한 셈이지만 그렇다고 상처조차 남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재앙에 대한 그의 예감은 처음부터 정확했다. 수준 낮은 연극에 등장하여 과장되게 소리를 질러대는 여배우처럼 우리는 자유를 위해 크나큰 대가를 치렀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내 삶의 멜로드라마는 이미 충분했고 그래서 현재의 평화아 안전을 보장받을 수만 있다면 나는 내 오감까지도 기꺼이 포기할 작정이다. 행복은 획득하는 소유물이 아닌, 생각의 문제였고 마음의 상태이다. 물론 지금의 우리에게도 절망의 순간은 찾아온다. 하지만 시게로 잴 수 없는 시간이 영원으로 치달을 때 나는 그의 미소를 보면서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 함께 걸어간다는 것, 어떤 의견 차이도 우리 사이의 장벽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p.11)

반 호퍼 부인이 그토록 지독한 속물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내 삶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진다. 내 삶이 마치 바늘에 달린 실처럼 부인의 자질에 달려 있었다고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다.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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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8-08-29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 책 애인이랑 인생의 책 이야기하다가 애인이 꼽은 책이었어요! ㅎㅎ 오래 전 읽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읽겠습니다!

다락방 2018-08-30 10:11   좋아요 0 | URL
오오?
확실히 재미 있더라고요. 으아악 하면서 읽었어요. 끝까지 긴장감을 가져가는 소설이랄까요. 덕분에 [나의 사촌 레이첼]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책은 나보다 뽀가 더 재미있어 할 것 같아요. 제 짐작엔 그렇습니다. 후훗.

단발머리 2018-08-30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바다의 깊은 신음 소리가 저주를 부르고~~~˝ 옥주현의 ‘레베카‘가 생각나는 밤이네요.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소설의 맛을 느끼고픈 요즘이니까요.
관대한 다락방님의 관대한 리뷰 잘 읽고 갑니다. 굿나잇^^

다락방 2018-08-30 10:12   좋아요 0 | URL
저는 레베카 뮤지컬이 유명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볼 생각도 전혀 없었고 관심도 없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전에 사전 지식이 1도 없었거든요. 그리고 읽으면서 이 웅장하고 음침함, 초조함을 뮤지컬로 어떻게 나타낼까 싶더라고요. 그런데 마지막에 역자 후기 보니까, 뮤지컬에서는 중요한 요소가 조금 바뀌었더라고요. 이게 헐리우드에서 레베카를 영화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중요한 장면을 바꿔버렸는데(언급하고 싶지만 그러면 확 스포일러가 되어버림), 뮤지컬도 그걸 따랐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제 말은..무슨 뜻이냐면... 책을 읽어보시라는 겁니다! 책은 다소 충격이에요. 헐리우드가 왜 그렇게 했는지 알겠달까요? 후훗.

굿모닝, 단발머리 님!

꼬마요정 2018-09-14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 저도 이 책 참 좋아합니다.
대프니 듀 모리에 너무 좋아요. 단편집도 상당히 재밌답니다^^

그쵸 그쵸, 레베카 말이 듣고 싶죠? 저도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레베카보다 그녀의 말이 듣고 싶어요.
솔직히 아주 당당하고 멋진 여자인 것 같은데, 그래서 질시 받는 건 아닐지.. 어찌보면 맥심.. 좀 찌질..음..한 듯..^^;;

다락방님~ 저도 진 리스를 떠올렸어요. 그녀 덕분에 제 안에 있던 멋진 로체스터는 쓰레기가 되었죠 ㅎㅎ 찌찌뽕이어요!!

뮤지컬 재미납니다.ㅎㅎ 전 신영숙, 김선영 버전 좋아합니다 ㅎㅎㅎ

다락방 2018-09-14 16:52   좋아요 0 | URL
그래서 대프니 듀 모리에 다른 책도 읽어보려고요. 나의 사촌 레이첼이요. 지금 제가 아직도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는 중이라 다른 책을 사지 못하고 있는데, 얼른 사서 읽어보고 싶어요! 소설의 맛을 제대로 살린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후훗. 기회되면 뮤지컬도 봐야겠어요. 으하하핫. 세상엔 읽을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아요!!

꼬마요정 2018-09-14 17:40   좋아요 0 | URL
저도 레베카 읽고 나의 사촌 레이첼이랑 희생양, 자메이카 여인숙 사놓고 못 읽고 있어요 ㅎㅎ 읽을 거 볼 거 많아서 너무 좋아요!!!!
 

우리 회사에는 젊은 임원이 있는데, 어제 그 임원실에 갔다가 그동안 무심히 넘겼던 책장이 갑자기 눈에 확- 들어오는 거다. 오늘 임원실에 다시 가서 저거 어디서 샀냐 물으니, 이케아에서 2만원주고 사왔다는 거다. 튼튼하다고. 나는 너무 갖고 싶어져서... 다른 부서에 가서 직원들과 '이케아에서 2만원이래' 얘기했더니, '그거 조립해야 할텐데 괜찮겠냐' 묻는 거다. '나 책상 조립도 한 적 있고, 조립 하는 거 자체는 크게 문제가 안될것 같아' 했다, 그랬더니, '광명 한 번 다녀오셔야 겠네요' 라는 거다. 음...


나는 책장 사러 이케아 가기는 또 세상 싫은 사람...

왜 그건 그렇게나 싫을까. 세상 귀찮네.

나는 뭐 사러 가는 거 너무 귀찮은데..


그래서 동료에게 말했다.


"나는 베이글 먹으러 뉴욕에 갈 순 있지만 책장 사러 광명엔 갈 수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료들 다 빵터지고, 나는 덧붙인 것이었던 것이었다.


"나는 샌드위치 먹으러 포르투갈 갈 순 있지만 책장 사러 광명엔 갈 수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정말 그랬다. 나는 쌀국수 먹으러 베트남에 가고(뭐 구경하러 간 건 1도 아님), 사천탄탄면 먹으려고 홍콩 비행기도 예약해 두었지만, 그러나 책장 사러 광명에 가는 건 세상 귀찮네. 나란 인간은 도대체 뭘까...뭐죠? 왜죠?


아무튼 그래서 그 책장은 인터넷에서 주문하기로 했다. 슝- 와라.






이 책장 너무 탐난다. 내 방의 다른 책장들처럼 그렇게 높은 책장은 아닌데, 딱 공부할 책들만 빼서 꽂아두면 될 것 같은 거다. 책상 옆에 두고 페미니즘 책들만 꽂아둘까, 생각중이다.


물론, 책장을 하나 더 산다는 건 어쩐지...더 많은 책을 들여놓겠다는 무의식의 반영..같은 것일 수도 있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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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8-28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질러버렸다..

카알벨루치 2018-08-28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싸네요 저거 비슷한거 3-4만원 준거 같은데...이래저래 사면 나중에 책장이 형형색색이겠지만 그래도 사면 좋겠다는. 하루 생각해보고 결정할까...사면 락방님한테 땡스투할께요 이카믄서 ㅋㅋㅋ

다락방 2018-08-28 09:17   좋아요 1 | URL
배송료 5천원 붙더라고요. ㅎㅎ 그래도 3만원 안쪽. 일단 질렀고요 제가 조립 잘 해서 책까지 꽂아 완성되면 인증샷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다른 책장들과 색상 다르겠지만 뭐, 그러든지~ 약간 이런 맘으로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빨리 조립하고 싶어요!! >.<

얄라알라 2018-08-28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샌드위치, 포르투갈이 유명한가봐요?
dodat도 이케아처럼 조립식 가구인데 한 번 둘러보세요^^

다락방 2018-08-28 16:11   좋아요 0 | URL
포르투갈 샌드위치 중에 ‘프란세진야’ 라는 게 있는데 그거 먹고 싶어서 다녀왔었어요. 햄이며 치즈가 잔뜩 들어간 고고고고칼로리 샌드위치인 것입니다. 꺅 >.<
 

오늘 아침엔 평소보다 조금 늦게 나왔다. 4분을 기다려 버스를 타면서 평소에 타던 지하철을 놓칠거란 생각을 했다. 아마 다음 열차를 타야 하리라. 그런데 내가 탄 버스가 신호도 안걸리고 슝슝 가는 게 아닌가! 덕분에 굉장히 안정적으로 지하철역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래서 너무나 안정적으로, 뛰지도 않고! 평소에 타던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훗. 역시 알 수가 없군, 직딩의 출근길이란. 예측불허야! 늦었다 생각해도 제 시간에 가고 빨랐다 생각해도 늦을 수 있지. 이것이 직딩의 인생이야... 같은 생각을 하면서 유튭에서 노래 한 곡을 찾아 들었다.









비도 오고 그래서 칠봉이 생각이 났다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칠봉이 생각은 비가 오든 안오든 해가 쨍쨍하든 아니든 그냥 하는 거니까. 인생에 있어서 내가 가지고 가야할 몫이니까...


같은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고,


지하철을 타서는 책을 펼쳤다.

















처음엔 저택에 대한 묘사가 너무 장황해서 으음...하고 '지루하려나' 싶었는데, 웬걸, 그 부분을 지나자마자 놀랍게 나를 쑥- 빨아들이는거다. 어엇 뭐지,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열차는 벌써 내가 내리기 바로 전역에 도착해 있는 거다. 안돼, 그만읽어, 내려야 돼, 이러다 놓쳐, 싶어서 머릿속에 '이제 내려야한다' 넣어두고 책을 가방에 넣었다. 그러면서 '이 작가 뭐지?' 싶었다. '대프니 듀 모리에' 라고 작가 이름을 한 번 다시 떠올려보고, 내가 이 작가 책을 읽은 적이 있던가? 떠올려봐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아...없나보구나. 얼마전에도 알라딘 페이퍼에서 어느 알라디너가 '대프니 듀 모리에 작품이라면 다 갖고 있다'고 쓴 걸 본 기억이 나는데, 와, 놀랍게 쑥쑥 빨아들이는 작품이다!!


물론 계속 재미있을지는 모른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이렇게 감탄하고 얘기하는 건 고작 46페이지까지 읽은 뒤에 하는 말이라... 46페이지까지 읽었는데 지금 미치겠다. 회사 때려치고 또 뛰쳐나가서 책 읽고 싶어. 아아 어제의 나여. 잘했다. 책장 앞에 서서 무얼 읽을까, 하고 신간을 실컷 만지작 거리다가 사둔 지 좀 된(물론 언제인지는 모름...) 이 책을 골라집길 잘했다. 잘했어. 이야... 집에 가고 싶으네?



이 책을 읽어낼 생각에 너무 씐나가지고 나는 어쨌든 양재역에 내렸는데, 그렇게 마을버스를 타고는 사이렌 오더로 스벅에 에스프레서 샷세개를 주문해두었다. 평소에는 버스에서 내려서 주문 버튼을 누르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눌러서, 내가 스벅에 도착했을 때에는 시간이 좀 지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해서 텀블러를 내밀었는데, 직원분이 내려진 커피를 버리시면서


"다시 내려드릴게요."


하는 거다. 나는 '괜찮은데요!' 했더니 직원분도 웃으시며 '괜찮아요!' 하시는 거다.


아이고 아까워라, 나는 괜찮은데, 그냥 줘도 되는데... 싶어서, 잠시후 커피가 다 내려지고 내 텀블러를 다시 돌려주었을 때, 나는 직원분께 말했다.


"저 사무실 가면 뜨거운 물 부어서 마시거든요. 그러니까 식은 거 주셔도 괜찮아요."


그러자 직원분도 이에 질세라 이렇게 ..


"아니에요. 그래도 갓 내려진 커피 드세요."


아이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네 고맙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 친절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정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날 사랑하나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도 사랑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위 아 더 월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피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한테 왜이렇게 잘해줘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내가 좋아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아아 다정에 취해버린 나는, 아아 너무 다정한 직원이다, 역시 다정이 좋아, 재이슨 스태덤이 메갈로돈에서 틱틱거리며 애정 나누는 거 좋았지만, 나도 그런거 재미있어라 하지만, 그래도 그건 젊을 때나 그래야지, 이제는 무조건 다정한게 좋아, 우쭈쭈 오구오구 하는 게 좋아, 역시 다정이 최고다, 다정한 건 사람을 이렇게나 기분 좋게 한다, 세상 사람들 나한테 왜이렇게 잘해주지, 세상은 사랑으로 똘똘 뭉쳐져 있다, 스벅 직원의 이 친절함과 다정함이라니, 나를 좋아해, 나도 좋아해, 우린 서로를 좋아해, 러브 이즈 올 어라운드....같은 생각을 하면서 사무실을 향해 걷다가, 아뿔싸 ㅠㅠ



스벅에서 우리 사무실을 향해 쭉쭉 걷다보면 골목이 두 개 있는데, 나는 1번 골목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내가 저렇게 다른 생각하다가 한참 후에야 1번 골목을 훅 지나쳐 왔다는 걸 깨달은 것.



헐.


나는 가만 멈춰서서 생각해 보았다. 이대로 조금 더 가서 2번 골목으로 들어가면 걷다가 뒤로 다시 돌아가야해..그렇다면 다시 1번골목을 향해 뒤를 돌면...뭐 그거나 그거나 시간 걸리는 건 똑같겠구나.....걍 2번으로 가자....이렇게 된 것. 아니, 버스가 슝슝 달려 안정적으로 지하철 탔다고 좋아하던 나여..왜 엉뚱한 데서 시간 까먹어. 이 길 한 두번 걸어? 매일 가던 회사인데 왜 골목 그냥 지나치지요? 아아 ㅠㅠ 너무 스벅 직원 생각에 집중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집중하면 지하철에서 내릴 역도 지나치고 집중하면 꺽어야 할 골목도 지나쳐버려. 아아 나여 ㅠ 집중하지마 ㅠㅠㅠ 나는 왜 동시에 두가지를 못할까 ㅠㅠ 스벅 직원 생각도 하면서 제대로 갈 길을 가는 건 왜 안될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미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얼마전 생일에 한 알라디너로부터 스벅카드를 선물 받았다. 가끔 올려주는 스벅에 들른 나의 얘기를 읽는 게 좋다며, 계속 스벅에 가서 커피 사마시라고 보내는 거라 했다. 우와- 세상엔 정말... 너무 신기하고 고마운 좋은 사람들이 많아. 별 거 아닌 얘기들이었는데 그거 좋다고 커피 계속 사마시라고 카드를 보내줘 ㅠㅠ


그러고보니 나 역시 재이슨 스태덤이 해양생물학 박사에게 '너가 살아있는 편이 기쁘다' 고 말한 것 같은 말도 들은게, 다른 알라디너가 생일에 읽고 싶은 책 얘기해달라, 사주겠다, 고 한거다. 나는 이번에 선물 많이 받아서 괜찮다, 고맙다, 고 사양했는데, 그러자 그 알라디너는 '니가 태어난 게 내가 좋아서 그래' 라며 책을 선물해주셨어. 인생 ㅠㅠ 뭐지 ㅠㅠ 사람들은 왜이렇게 다정하고 친절한가요? ㅜㅜ 곳곳에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가득하다 ㅠㅠㅠ




결론은,

출근길이란 알 수 없다는 것....

이럴 줄 알았더니 저렇게 되고 저럴 줄 알았더니 이렇게 되고....

뉴욕에 가고 싶다.



얼마전에 언급했던 그 셰프의...뭐더라, 아무튼 그 다큐에서 주인공 크리스티나 토시가 베이글 집에 가서 베이글 시켜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냥 지나가는 장면이라 해야할까, 아무튼 그런 장면인데, 거기에서 씨앗베이글에 무슨 크림치즈를 선택하고 안에 들어가는 내용물은 베이컨과 토마토를 선택하는 거다. 그런데 크림치즈 두께를 무슨 2센치 발라주는 것 같고, 그것만으로도 우앙- 했는데, 베이컨을 한 주먹이나 집어서 넣어주는거야!! 와. 미치겠다. 저거 당장 내가 베어물고 싶다! 너무 미칠 것 같아서 다시 돌려보기 해서 베이글집 이름 메모해두고 크리스티나 토시가 주문한 거 그대로 받아 적었다. 나도 뉴욕가서 저거 사먹어야지, 저대로 시켜 먹어야지!! 하고. 그리고 검색해보니 그 베이글집이 이미 엄청나게 유명한 집이고 시그니처는 연어 베이글이었어. 그러니까 안에 연어 넣어주는 게 가장 유명하고 맛있다는 거다. 오오. 그렇다면 친구랑 둘이 가자. 둘이 가서 연어 하나 베이컨 하나 시켜서 반씩 나눠 먹자. 그러면 나는 천국을 만나겠지! 그런데 친구가 못간다고 하면 혼자 가자. 혼자 가서 일단 베이컨만 하나 먹고, 다음날 가서 연어 먹으면 돼. 문제없다!!


베이컨 가득 얹어진 베이글 보여드리고 싶지만 캡쳐가 안되더라는 슬픈 이야기... ㅠㅠ


아무튼 뉴욕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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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08-27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론이 넘 멋져요!

다락방 2018-08-28 08:17   좋아요 0 | URL
결론은 언제나 멋지게!! ㅎㅎ
 



앙뜨완과 마틸드, 마틸드와 앙뜨완은 스스로 인정하듯 세상에서 부러울 것 없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다.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한 태도로 생을 사는 이들이 나누는 사랑에는 다른 것들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 가령, 주말에 부부모임을 한다거나 여러 부부들이 함께 가는 여행을 한다거나. 게다가 그들 두 사람 또한 어딜 나가거나 여행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이발소라는 공간이 그들에겐 천국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도 입양도 필요하지 않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인간애가 없어서도 아니다. 그런 것들이 전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두 사람의 사랑은 완벽하고 관계는 빈틈이 없다. 앙뜨완의 말을 빌자면 그런 것들은 부부간에 허약한 관계의 틈새를 메우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얼마나 정곡을 찌르는 말인가.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떼지 않고 손을 놓지 않는다. 특히 앙뜨완의 에로틱한 대사와 동작은 육감적이라기보다 생의 노회함과 자연스러움이 엿보이는 에너지를 발휘한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p.14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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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늙은 여자 - 알래스카 원주민이 들려주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짐 그랜트 그림, 김남주 옮김 / 이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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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워지고 식량을 구하기도 어려워지자 더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이동하려는 부족에게 두 늙은 여자는 짐이 된다. 이에 부족은 두 늙은 여자를 버려두고 가기로 하는데, 버려진 두 늙은 여자는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 걷고 사냥을 하고 터를 잡는다.


이 과정에서 둘은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대화를 하게 되고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고 또 성장하게 된다. 


내가 무얼기대했나, 이것이 당연한 거 아닌가, 했다가, 

그러나 삶이란 것은 응당 이렇게 당연한 것들로 채워지는 게 아닌가, 했다.



우리는 종종 '어쩐지 내키지 않지만' 그러나 '그게 맞지'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 책속에서도 한 명이 '좀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러나 '상대의 말이 맞지'라고 수긍하게 되는 장면들이 더러 나오는데, 나 역시 그 상황에서 '그래, 나도 좀 그러고 싶진 않지만 그러나 이 말이 맞지, 결국은 이렇게 해야 되지' 하고 그 현명한 결정에 수긍하게 되는 것이다.



두 늙은 여자는 살아 남는다. 그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고 봄과 여름을 맞이했으며 그동안 다음 겨울을 무사히 버텨낼 식량도 넉넉하게 준비해둔다. 그러나 그들을 버려두고 떠난 부족은 그렇지 못했다. 제대로 식량을 구하지 못해 또 한 번의 겨울에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그들은 이 두 늙은 여자를 찾아와-죽은 줄 알았는데!- 자신들의 잘못을 빈다. 두 늙은 여자는 그들이 괘씸하지만, 그러나 그들을 모른척 할 수가 없다. 준비해둔 식량을 그들에게 내어준다.



'사'는 오랜기간 혼자 지내다가 한 남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함께 살게 된다. 그런데 이 남자, 하-, 곰과 싸우다 죽어버려...


"어느 날 그 사람은 곰과 싸워 이기려다가 죽고 말았어. 어리석은 사람 같으니라고." (p.85)



나는 곰과 싸우려는 어리석은 남자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새삼 다짐에 또 다짐을 하였다. 곰하고 싸우지 마요 ㅠㅠ 그러지말고 전완근 운동이나 해요 ㅠㅠ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 감탄할만한 일이지만, 어른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경이롭다. 나 역시 쉰이 되고 백 살이 되어도 계속 성장하는 사람이고 싶다. 또한 곁에 있는 사람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그 경이로움에 감사하고 싶고. 우리가 서로의 성장을 지켜보며 늙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멈춰있는 게 아니라, 퇴보하는 게 아니라, 계속 성장하면서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십 년전보다 더 나은 내가 된것처럼,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들고, 또 오늘보다는 더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으로 그렇게 늙어가고 싶다. 

오랫동안 다리를 깔고 앉아 있었으므로,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잠이 깨고 나서도 그들은 움직이지 않은 채 한참을 더 앉아 있었다. 이윽고 사가 기운을 내서 일어나려고 해보았지만, 감각 없는 두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끙 소리를 내며 다시 한 번 몸을 일으키려 해보았다. 그동안 칙디야크는 두 눈을 꼭 감고 자는 척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날의 삶을 직면하고 싶지 않았다. (p.66)

"이 수프를 먹은 다음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걸어야 해. 오늘 조금밖에 가지 못한다고 해도 말이야." 그녀가 말했다.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우리가 가려는 곳에 가까워지는 거야. 오늘 나는 몸이 좋지 않지만, 내 마음은 몸을 이길 힘을 갖고 있어. 내 마음은 우리가 여기서 쉬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해.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 (p.69)

이윽고 내 나이가 더 많아져서 여자가 가정을 꾸려야 하는 나이를 지나자, 모드들 나에 대해 수근거렸어. 나는 도대체 그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지. 왜냐하면 나는 남자와 함께 살지도 않고 아이도 없었지만, 여전히 내 몫의 일을 해서 식량을 조달하고 있었거든. 남자들보다 더 많은 식량을 구해오는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어.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일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어.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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