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뉴욕 수업 - 호퍼의 도시에서 나를 발견하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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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부터 뉴욕에서의 삶을 꿈꾸었다. 


그건 영화들 때문이기도 했고 책들 때문이기도 했으며 팝송들 때문이기도 했다. 미국에 가고 싶었는데 그렇게도 꼭 뉴욕엘 가고 싶었다. 내가 뉴욕에서 살아볼거야, 꼭 그러고 싶어. 한결같은 그 꿈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로서는 미국에 가는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제출해야 할 서류가 많았고 그 서류들이 통과되면 대사관에 가 인터뷰를 보고 비자를 받아야 했다. 그 모든 과정을 거쳐 드디어 처음 뉴욕에 가게 된 때가 내 나이 스물아홉이었고, 그것은 나의 첫 해외여행이기도 했다. 여행 자체에는 큰 흥미가 없었고 관심도 없었는데 뉴욕에 가는 것은 꼭 내갸 해봐야 할, 해보고싶은 일이었다. 그렇게 처음 뉴욕을 방문했을 때 내 목적지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센트럴 파크였다. 겨울이면 그 오리들은 어딜가는걸까, 궁금해하던 홀든을 생각하며 센트럴파크의 호수를 보았고, 뉴욕시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찬양하는 익스트림은 그 이유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처음으로 키스를 했기 때문이라고 했잖아? 내가 본 영화나 책 그리고 들었던 노래들을 나는 내가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그 첫여행에서 엘리스 아일랜드를 갔고 자유의 여신상도 보았다. 월스트리트 에도 가 사진을 찍었다. 친구랑 맨하튼을 돌아다니면서 우리 몇 년후에 이곳에 꼭 다시 오자고 했더랬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뉴욕에 다시 갔다. 이번에는 우리 미술관들에 가보자, 뉴욕에 그렇게나 미술관이 많대. 이번 목적지는 뉴욕의 미술관을 다 돌아다녀보는 거였다. 우리는 모마를, 메트로 미술관을, 구겐하임을 갔고 자연사 박물관을 갔다. 가기 전에 미술 관련 그림책들을 보았다. 매그놀리아에 가서 컵케익을 사먹었다. 뉴욕의 외곽에 숙소를 잡아 뉴욕의 야경을 감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 이렇게 다시 왔네, 우리 몇 년후에 또 다시 오자.


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나 뉴욕에 다시 갔다. 이번엔 다른 친구와 갔고 나에게는 세번째 방문이었다. 우리는 911 메모리얼 기념관을 함께 갔고 그곳에 한참 머물렀다. 그 후에는 서로 다른 일정으로 움직였다. 친구는 브로드웨이로 가 며칠 연속 연극을 보았고 나는 휘트니뮤지엄을, 구겐하임을, 노이에 갤러리를 갔다. 성패트릭 성당엘 갔다. 모마 앞에서는 길거리에 서서 샌드위치를 사먹기도 했다. 센트럴 파크를 한참 걸었다. 나는 여기 세번째 왔는데 계속 또 오고 싶네. 그러나, 


나는 세번의 뉴욕 방문 후, 내가 뉴욕에서 거주한다는 것은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걸 알았다. 식당에서의 높은 팁도 그리고 숙박비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내가 여행객으로서 며칠 방문하는 건 즐거운 경험이지만, 이것이 일상이 된다면 버티지 못할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뉴욕이 좋지만, 그러나 뉴욕에서 사는 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뉴욕에서 살진 못하겠어, 그러나 나는 뉴욕이 좋아, 여행으로 오는 것만 하자. 그렇게 내 오린 뉴욕의 거주 꿈은 절반은 여행으로 이뤄졌고 절반은 현실자각으로 포기했다.



조선일보 기자생활을 하던 곽아람이 뉴욕에 갔다. 

본인은 프로 '놀러' 라며 자신이 이렇게 잘 노는지 몰랐다고 얘기하지만, 그러나 내가 보기에 곽아람은 공부를 하는 사람이었다. 학위를 따려는 게 아니어도 그녀는 미술 관련 강의를 듣고, 다른 시간들에는 부지런히 그림들을 보러 다닌다. 센트럴파크를 지나 구겐하임을 갔다고 곽아람이 썼을 때는 아, 나 역시 그랬기에 그 풍경이 눈앞에 선했다. 휘트니 미술관에 가 호퍼 그림을 봤다고 했을 때는, 나 역시 휘트니 미술관에 가서 에드워드 호퍼 그림은 몇 층에 있냐고 직원에게 묻던 내가 겹쳤다. 성패트릭 성당에 가 미사를 드렸다는 글에서는 나 역시 성패트릭 성당에 가 가만 앉아 기도하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매그놀리아 컵케익을 먹고 911 메모리얼 기념관에 가고 모마와 메트로 미술관에 가는 곽아람의 문장들은 계속해서 내가 뉴욕에 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내가 이미 눈으로 보았던 곳 내가 이미 걸었던 곳을 다른 사람의 글로 읽는 것은 나를 감상에 젖게 했다. 911메모리얼 기념관에 길게 줄을 서 대기하다 들어갔던 일도 떠올랐다. 엘리스 아일랜드 방문기를 읽을 때는, 친구와 내가 배를 타고 그곳에 갔던 것도 떠올렸다. 그뿐인가.


곽아람에게도 뉴욕의 살인적인 물가는 예외가 아니었다.

혼자 살기 위한 숙소를 구하는 것이 비용 문제로 힘겨워지자 투룸 아파트에서 네 명이 함께 셰어하며 공간을 사용해야 했던 일, 그러니까 내가 비용 때문에 포기한 일을 곽아람은 기어코 해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쾌적하고 독립적인 공간을 포기해야 했던 거다. 나는 이게 자신이 없었는데 그런데 곽아람은 그렇게 했다. 일년간 뉴욕에 거주하면서 곽아람은 듣고 싶은 강의를 듣고 많은 오페라를 보고 미국과 미국 바깥의 여러 곳을 여행했다.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만났고 타지인에게 혹독한 텃세로 인해 마음 고생도 했다. 춤도 배우고 요가도 했다. 


무엇보다, 긴 직장생활에 잠깐의 멈춤을 갖고 이국에서 공부하기를 했다. 

뉴욕에 갈 당시에 곽아람의 나이는 삼십대 후반이었고 십년 이상의 직장생활을 한 뒤였다. 늦은 나이가 결코 아니지만, 나는 그게 참 좋더라. 내가 살고 싶은 삶 역시 직장 생활 그만둔 뒤에 이국에서 공부를 하는 삶이었으므로 곽아람의 뉴욕에서의 시간을 읽는게 즐거웠다. 뉴욕에 대한 향수로 아련했다면 직장 생활을 경험한 뒤의 공부로 인해 힘을 받았다. 내가 지금 퇴사를 한 뒤 이국에서의 삶을 경험한다면 아마도 그 뒤에 다시 취업은 좀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에 한 번은 그렇게 살고 싶다. 


내가 좋아하고 바라는 세가지가 이 책에 모두 있었다. 뉴욕, 이국에서의 삶, 직장생활 후의 공부. 


어떤 책도 지극히 읽는 사람의 몫이다. 나라는 사람에게 이 책은 혼자 조용히 앉아서 읽을 때 극도의 행복을 주는 책이었다. 지난 월요일에는 퇴근 후에 버거킹에 가 불와퍼셋트를 먹고 가만 앉아 이 책을 읽었다. 그 시간이 그렇게나 좋더라. 혼자 책 읽는 시간을 좋아하는데 세상에, 거기에 내가 원하는 쓰리콤보가 다 담긴 책이라니. 어떤 책은 이렇게나 인생의 찰나에 행복을 준다. 그리움과 추억과 아련함이 이 책안에 있었다. 바라는 삶도 이 책안에 있었다.


어제 이 책을 다 읽은 후, 나의 인스타그램을 한없이 위로 올려가며 저기 밑에, 뉴욕에 갔던 사진들을 끄집어냈다. 내가 갔던 곳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이제 진작 사두고 읽지 않았던 곽아람의 다른 책, [공부의 위로]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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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4-25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참 좋네요.

근데...

불와퍼셋트 맛 어때요? 버거킹이 와퍼 이제 판매 안 하다고 해서 너무 웃겼는데...(뻥을 치네 이놈들이, 다른 와퍼 내놓을 거면서... 싶었더니 역시)

다락방 2024-04-25 11:35   좋아요 2 | URL
저는 치즈와퍼가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딱히 불맛 스럽지도 않아요. 쿠폰 있어서 사용해봤는데 쿠폰 아니면 저는 제값주고 사먹진 않을듯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24-04-25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국에 못 가 봤지만 곽아람 작가의 책으로 만족했어요ㅎㅎ 특히나 숙소 문제로 맘고생하는 대목에서 -_- <공부의 위로> 참 좋아요. 다락방님 좋아하실 듯 합니다^^

단발머리 2024-04-25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곽아람 작가 참 좋더라구요. 잘 모르는데 ㅋㅋㅋㅋㅋㅋ 책도 안 읽어봤구요. 그 똑! 부러진 태도가 좋았어요. 말투도 그렇잖아요. 약간 쎈언니 느낌인데.... 온 세상 착한 언니가 한가득인 이 세상에서, 이런 쎈언니 있어줘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퇴근 후의 책읽기에 대해서, 전 최근에 자주 생각합니다. 저는 퇴근 시간이 매우 이르거든요. 그런데도 집에 가면 책을 펴지 못하겠더라구요. 치우고 정리하고 하다보면, 아홉시 반.
전 다른 건 따라하기 어려울 테지만, 버거킹 불와퍼셋트 먹기는 따라하기 가능합니다. 일단 이걸 해치우고, 다음에 뉴욕 여행하기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자 2024-04-25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곽아람 작가의 책 <쓰는 직업>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었어요. 작은 서점에서 책장을 휙휙 넘기다 읽고 싶어져서 충동적으로 구매한 책이었는데 솔직히 기대한 것 보다 별로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도 뉴욕, 이라는 단어에 솔깃 했다가 작가님 이름 보고 흐음...하고 넘겼는데 다락방님 리뷰를 읽으니 저도 혼자 버거킹(저는 맥도날드가 아니라 강경 버거킹파입니다) 들어가서 먹으면서 조용히 읽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저는 뉴욕을 아주 최근에야 열망을 하기 시작했고(유럽에 사는 한국인들 대부분 반미주의자랍니다ㅋㅋㅋㅋ) ‘언젠가는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만 가지며...뉴욕을 가본 적이 없는 삶을 살고 있네요. 이젠 뉴욕시엔 에어비앤비도 전면 금지라 호텔에서만 묵어야 한다면서요. 숙박비만 보면 이제 뉴욕에 여행으로 가는 것도 꽤나 제겐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네요...ㅠㅠ 아무튼 가슴에 외국 도시 하나 쯤 품고 사는 삶은 너무나 근사한 것 같습니다.
 

이 이벤트 보자마자 두 권은 바로 떠올랐지만 다른 두 권은 뭘로 해야할지 한참을 망설였다. 

결국 나로 하여금 생각지도 못했던 베트남에 가보고 싶게 만들었던 -더 정확히 말하면 '쌀국수 먹으러' 베트남 가게한- 책과, 나의 (혹은 그의) 꼿꼿한 신념이 옳다한들 그 결과가 언제나 참인가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하게 한 책으로 골랐다. 그러니까, '현재의' 인생 네 권이 될 것 같다.


(이 박스 만드는 거 모르는 내게 링크 주신 대천사 라파엘 님, 감사합니다. 좋아합니다.)



















아, 오늘 이 페이퍼 포함 세 개의 페이퍼를 썼더니 어지럽다. 밥 많이 먹어야게쒀..

리뷰 하나 쓸 것도 있는데 그건 내일로 넘기도록 하자꾸나.


빨빨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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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4-04-24 1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다락방님 단짝 잠자냥님 예상이 맞았군요🤭

다락방 2024-04-25 07:41   좋아요 0 | URL
저의 새벽 세시는 사실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ㅋㅋㅋ

잠자냥 2024-04-24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메시스랑 새벽 세시 맞혔다! ㅋ
근데 밥 많이 먹을 핑계.....

다락방 2024-04-25 11:13   좋아요 0 | URL
저는 좋아하는 책에 대해서라면 하도 여러번 얘기하기 땜시롱 ㅋㅋㅋ 다들 아실 것 같아요. ㅋㅋㅋㅋ
아무튼 어제도 밥 많이 먹었어요. 이제 안그럴겁니다. 불끈!! ㅋㅋㅋㅋ

라파엘 2024-04-24 2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쑥스러워서 댓글은 이제야 달지만, 사실은 제일 먼저 좋아요 눌렀어요... 새벽 세시와 네메시스는 꼭 읽어봐야겠네요. 다락방님, 편안한 밤 보내세요~!! 😊

잠자냥 2024-04-24 20:19   좋아요 1 | URL
신부님 오ㅐ 수줍어 하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4-25 11:12   좋아요 1 | URL
라파엘 님, 아직 새벽 세시 안읽으셨어요? 오 저는 당연히 읽으셨을 줄 알았어요. 저는 이 책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매년 그 책을 다시 읽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다시 보진 않고 있어요. 이제 사랑은 저에게 너무 먼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인가 봅니다. ㅎㅎ


라파엘 님 편안한 하루 그리고 편안한 앞으로의 날들 되셔요!

새파랑 2024-04-24 2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에 국수? 순대는 없나요? ㅋㅋ

다락방 2024-04-25 11:13   좋아요 0 | URL
순대는 아마 앞으로 잠자냥 님이 써주시지 않을까요? 그러면 제가 기꺼이 읽을 의향이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04-24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두 권은 맞췄구요. 아마도 그 두 권이 다락방님이 진작에 떠올린 그 2권이라 생각합니다.
저의 픽은...... 나는 그곳에서 국수를 먹고 왔네......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4-25 11:14   좋아요 1 | URL
저는 저 국수 책이 진짜 너무 좋아요! 베트남 생각도 않고 있다가 저 국수책 읽고 베트남으로 가버린 사람입니다, 제가. 저 책은 저에게 그런 영향력을 가졌어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베트남 쌀국수여, 영원하라!!
 
















희생은 두 번째 성정이 된다. 안주인은 아무 고민 없이 가장 작은 비프스테이크 조각을 먹고, 스테이크 양이 모두에게 충분하지 않다면 아예 먹지조차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스테이크를 원치 않아." '원하지 않는' 사람이 항상 같다는 데 놀라는 사람은 없다. 그 자신도 물론이다. 마찬가지로 희생 이데올로기가 여성적 본성의 필연적인 부분이라고 스스로 되뇔 필요도 없다. 본인의 헌신과 너그러움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보편적인 원칙은 일상생활의 자동화만으로는 행동을 유도하기에 충분치 않게 되는,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나 필요해지는 것이다. -p.99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두 위의 구절에 밑줄을 그었을 것 같다. 얼마전에도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를 이 글 관련 댓글로 본 것 같은데, 아마 다들 엄마의 희생-그 때는 희생인줄 모르고-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고기나 맛있는 혹은 비싼 음식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이 구절을 읽고 닭다리 생각이 났다. 아, 닭다리여. 언제나 아빠에게 가장 먼저 당연하게 올라가야 했던 닭다리. 하아- 어쩌면 그렇게 당연하게 아빠는 닭다리를 가져갔을까. 어쩌면 그렇게 식구들이 챙겨주는 닭다리를 민망함 없이 먹을 수 있을까. 닭 한마리에 다리는 두 개뿐인데 어쩌면 그렇게 당신이 드셨던게 당연한걸까. 그러면서 닭다리 나머지를 다른 가족에게 양보하는 엄마에게는 '가슴살도 맛있어' 라고 말씀하셨었지. 머리 큰 나, 참지 않긔. '그러면 아빠가 먹어! 아빠는 닭다리 가져가면서 왜 엄마한테는 가슴살이 맛있다고 해!' 버럭버럭 소리 질렀었다. 


그렇다. 닭다리를 비롯해서 많은 맛있는 음식을-이를테면 생선의 가운뎃토막-양보하는 엄마를 보면서, 그러나 그런 양보 같은게 뭐에염? 하는 태도가 몸에 밴 아빠를 보면서 '왜 같은 부모인데 엄마는 양보하고 아빠는 양보하지 않을까?'를 어릴 적부터 숱하게 궁금해 했더랬다. 그 꼬마는 자라서 꼴페미가 됩니다. 


그러니까 내가 제일 처음 만난 한남은 우리 아빠다. 하하. 가부장제? 바로 우리 집에 있었다. 물론 내가 자라온 많은 일화를 얘기하면 내 친구들은 '너네 아빠 같은 사람은 세상에 없는데 너는 왜 꼴페미가 된걸까' 를 궁금해하곤 했다. 이를테면 이런 일화.


중3때 담임한테 억울하게 혼나고 집에 와 엉엉 운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전에도 후에도 담임 선생님에게 미움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보다는 총애를 받는 편이었단 말이다. 그런 미움은 내 생애 그 때가 처음이었고 그게 너무 힘들었다. 내가 잘못해서 혼난게 아니라 나를 미워해서 혼낸다는 걸 알겠는 그 느낌. 다들 경험이 있을까?

당시 담임은 돈을 바라기로 소문이 난 사람이었는데, 어제 누군가를 막 혼내다가 다음날 그 아이에게 방긋 웃으며 다정한 말을 건네면, 우리들은 그 아이의 엄마가 왔다갔다는 것을 알았다. 쉬는시간에 우르르 몰려가 "너네 엄마 왔다가셨어?" 하면 그 아이는 어김없이 '응, 화장품 선물해주고 가셨대' 라고 하든가 '응 왔다 가셨어' 했다.


내가 중3때 선생님 때문에 울면서 들어오는 날이 이어지자 엄마는 학부모 모임때 돈봉투를 챙겨가셨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는 '차마 줄 수 없었다'고 고백하셨다. 사실 가져갔는데 못주겠더라, 고. 엄마는 그날까지 한 번도 선생님한테 돈봉투를 줘본 적이 없었고 그걸 주자니 용기가 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엄마에게 주지 말라고, 엄마, 나 돈 봉투로 예쁨 받고 싶지 않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렇게 중학교 3학년 1년을, 졸업할 때까지 나는 미움을 받았더랬다. 


그러니까 그 토요일, 그 토요일도 담임한테 혼나고 집에 와 엉엉 울었더랬다.

그러자 아빠는 옷을 챙겨입기 시작했다. 엄마는 어딜 가려는거냐 물었고 아빠는 말씀하셨다.


"나는 우리 락방이가 뭐 잘못하는 걸 본 적이 없어. 이건 선생이 잘못한거야. 교장 만나서 말해야지. 우리 락방이는 잘못할 리가 없는데 선생 이상하니까 자르라고!!"


나도 울면서 아빠를 말리고 그 때 당시 함께 살던 친할머니도 아빠 다리를 붙들었다. 엄마도 함께 붙들었다. 가지 말라고, 그러면 앞으로 우리 락방이 더 힘들어진다고. 그렇게 아빠는 간신히 진정하셨는데, 그때 말려야 했던게, 왜냐하면 우리 아빠는 뭔가 한다고 하면 정말 그걸 해버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대학시절 집 근처 식당이 세워둔 입간판의 전선줄에 걸려 넘어지고 들어왔을 때, 별 일 없이 거기 걸려 넘어져서 무릎 까졌다고 했는데, 그 길로 아빠는 그 식당에 가서 간판 관리 잘하라고 선에 우리 딸 걸려 넘어졌다고 하셨던 거다. 이런 일화는 셀 수 없이 많다. 


며칠전 인스타그램에서 최화정이 아버지에게 사랑 받고 자란 얘기를 했다. 이영자가 그걸 대신 얘기하며 이 언니의 이 사랑충만함은 다 아버지로부터 비롯된거라고 하더라. 그 영상 보면서 나는 '아 내가 지금 이런 성격이 된 건 다 아빠 때문인데, 아빠가 나를 극진히 사랑했기 때문인데, 나도 아빠가 그랬는데'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부장제 얘기 나올 때마다 자꾸 내가 경험한 가부장제로 아빠를 소환합니다. 하아- 아빠가 날 사랑한 거 알겠어, 그런데 ... 뭐 아무튼 이렇게 되었네요?



자, 얼른 술얘기로 넘어가자.


물리적 거리를 두는 특정한 금지 조치는 여성을 제외한 가족 전원에게 적용된다. 더 정확하게는 '안주인'만 예외로 취급되는데, 사실 안주인에게마저 이런 조치가 적용된다면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 될 것이다. 바로 그가 모든 음식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는 설령 자신이 소비하지 않더라도 모든 음식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 가능성은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그가 하는 일과 명백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때 그의 일에서 술은 예외로 치는데, 술을 마실 준비를 하는 일 자체가 남성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술에 대한 물리적인 금기가 집의 안주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때도 있다. 이때 '주인'의 술병을 건드릴 수 있는 것은 안주인뿐이다. -p.82



하하하하하. 크리스틴 델피의 지적들은 대부분 지금도 유효하지만, 그러나 술에 대해서라면 좀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부터도 우리 집 술은 다 내가 관리(?) 하니까. 소주, 맥주, 와인, 위스키 이젠 사케 까지, 사다 쟁여둔다. 안주를 만드는 것도 나고 술을 마시는 것도 나다. 술 소비, 내가 한다! 술상을 차리는 것도 나다. 아, 물론 내가 안주 만드는 동안 엄마가 술상을 차릴 때도 정말 많다. 앞접시를 가져다두고 '오늘은 뭐 마실거야?' 물으시고 내가 말하는 술 종류에 따라 잔을 가져다두시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쓰다 보니 술 마시고 싶네? 


사실 술 마시는 게 아빠의 특권이었던 때가 있다.

우리 아빠, 나 어릴 적에 돈 벌 생각은 안하고 술만 마셔댔다. 엄마는 그런 아빠 때문에 속상해했고. 술 드시고는 잔뜩 과자를 사와서 우리 준다고 했었는데, 내가 국민학교 4학년 때 학급 임원이 되어 임명장을 받아오자 아빠는 술마시기를 그만두셨다. 아니, 나는 맨날 술만 마시고 다니는데 얘는 어떻게 부반장이 됐지? 이런 생각이 아빠를 강타했고 그러다가 '우리반 애가 아빠 술 취한거 보고 나 놀렸어' 라고 하는 말에 대충격 받으시고 그 뒤로 술을 한 방울도 입에 안대신다. 그렇게 술을 안마시자 일하러 가는 날이 늘었고 그제야 엄마는 아빠가 정신 차렸다며 같이 돈을 벌기 시작하셨다. 그전에 엄마가 돈 벌고 싶어도 꾹 참았더랬다. 그러면 엄마가 돈 버는 것에 아빠가 의지하는 삶이 될까봐. 여하튼 그 때 아빠가 술 끊고 우리 집은 술과 상관없는 집이 될 줄 알았는데, 하아, 미래는 예측불허, 큰 딸이 술을 쟁여두고 삽니다.. 엄마.....


그렇지만 나는 돈 벌면서 마십니다. 그리고 엄마랑 같이 마십니다. 여하튼 안주도 내가 만들고 술도 내가 사고 술 관리도 내가 하고(라고 해봤자 얼마나 남았나 보고 또 왕창 사오기 정도) 그렇게 되었다. 


때로 이러한 계율은 사실 적시의 형태를 띤다. "여성은 남성보다 덜 먹는다"는 말이 그러하다. 혹은 식품 보건과 관련된 조언일 때도 있다. "어떤 음식이 '좋거나' '나쁘다'." 소비 격차의 규범적 측면을 이런 표현의 두 번째 부분에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이 '좋음' 혹은 '나쁨'이 개인의 지위에 따라 차별적으로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된다. 이로써 "잼은 (오직) 아이들의 이를 썩게 한다"거나 "와인은 남성(만)의 힘을 돋운다"등의 표현이 성립한다. -p.84



ㅎㅎ 여성은 남성보다 덜 먹는다 라는 말은 참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무슨 말이냐면, 덜 먹는 여성도 있고 아닌 여성도 있다는 것. 저렇게 규정 지어놓으면 덜 먹는게 당위성을 갖는 것 같지만, 나같은 여자는 여기에 반발하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전에 남동생하고 둘이 탕수육을 먹을 때였는데 마지막 하나가 남았단 말야? 남동생이 '누나 먹어' 이러길래 '응!' 이러고 먹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남동생이 그런 나를 보고 '아니, 다른 누나들은 이럴 때 다 동생 먹으라고 양보하지 않냐?' 이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난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남동생하고 순댓국 먹으러 갔을 때 내가 싹싹 긁어먹느라고 뚝배기 기울여서 먹는데, 남동생이 또 그걸 보고 말했다. "나는 이렇게 뚝배기 기울여서 먹는 여자는 누나 밖에 못봤어"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자들이여, 뚝배기를 기울이자!!!


이래서 비정상체중입니다.

이게 다 '여자는 남자보다 덜 먹는다' 같은 말 반박하느라 이렇게 된거라니까? 내 온몸을 부딪혀 세상에 반항하느라 비정상체중이 된것이다!!



이만 총총.

(19세기의) 전통적인 농촌 가족과 오늘날 프랑스 남서쪽에 주로 분포한 주변화된 가족 농장을 살펴보면, 식품 소비 양상은 가정 내 개인의 지위에 따라서 극단적일 정도로 달라진다.
이 차이는 음식의 양으로 나타나고 아동과 성인, 여성과 남성의 대립 구조를 낳는다. 성인 중에서도 노인은 중장년보다 덜 먹고, 하위 구성원이 가장보다 덜 먹는다. 가장은 가장 큰 조각을 먹는다. 그들은 또한 가장 좋은 음식을 차지한다. 양만큼이나 질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 P78

부엌에 있는 많은 음식이 성인 정도의 키로만 닿을 수 있는 높은 곳이나 빵 쟁반 위 혹은 찬장 위에 보관된다. 높이를 통한 이런 강제는 너무나 고전적인 것이어서, 여기에 도전하는 아이들이 수많은 민담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런 이야기 속 주인공은 일반적으로 용감하게 사다리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지만, 이야기의 결말에서는 불행히도 어른의 매가 개입함으로써 제재되거나 즉각적인 배탈이라는 천벌로 응징된다. 한 잼 회사에서는 잼 단지에 손가락을 담그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의 이미지를 광고에 사용하기도 했는데, 여기에서도 아이는 의자 위에 올라가 있다. - P81

물리적 거리를 두는 특정한 금지 조치는 여성을 제외한 가족 전원에게 적용된다. 더 정확하게는 ‘안주인‘만 예외로 취급되는데, 사실 안주인에게마저 이런 조치가 적용된다면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 될 것이다. 바로 그가 모든 음식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는 설령 자신이 소비하지 않더라도 모든 음식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접근 가능성은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그가 하는 일과 명백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때 그의 일에서 술은 예외로 치는데, 술을 마실 준비를 하는 일 자체가 남성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술에 대한 물리적인 금기가 집의 안주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때도 있다. 이때 ‘주인‘의 술병을 건드릴 수 있는 것은 안주인뿐이다. - P82

때로 이러한 계율은 사실 적시의 형태를 띤다. "여성은 남성보다 덜 먹는다"는 말이 그러하다. 혹은 식품 보건과 관련된 조언일 때도 있다. "어떤 음식이 ‘좋거나‘ ‘나쁘다‘." 소비 격차의 규범적 측면을 이런 표현의 두 번째 부분에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이 ‘좋음‘ 혹은 ‘나쁨‘이 개인의 지위에 따라 차별적으로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언급된다. 이로써 "잼은 (오직) 아이들의 이를 썩게 한다"거나 "와인은 남성(만)의 힘을 돋운다"등의 표현이 성립한다. - P84

희생은 두 번째 성정이 된다. 안주인은 아무 고민 없이 가장 작은 비프스테이크 조각을 먹고, 스테이크 양이 모두에게 충분하지 않다면 아예 먹지조차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스테이크를 원치 않아." ‘원하지 않는‘ 사람이 항상 같다는 데 놀라는 사람은 없다. 그 자신도 물론이다. 마찬가지로 희생 이데올로기가 여성적 본성의 필연적인 부분이라고 스스로 되뇔 필요도 없다. 본인의 헌신과 너그러움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보편적인 원칙은 일상생활의 자동화만으로는 행동을 유도하기에 충분치 않게 되는,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나 필요해지는 것이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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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4-04-2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중학교때 저랑 비슷한 경험을 하셨네요. 저는 초등3학년때 딱 그랬어요. 담임이 저를 대놓고 미워했고 이런저런 일들이 생겨 결국 엄마에게 이야기했더니 돈봉투를 안줘 그런것 같다고..그 선생님 얼굴 아직도 생각납니다ㅋㅋ 한국 사회에서 아버지들은 대체로 집안의 빌런이었던 것 같아요. 애증의 빌런?ㅋㅋㅋ저희 엄마는 생선 머리가 제일 맛있다고 하셨는데 요즘에는 소금빵도 저에게 예전만큼은 양보 안하셔요. 크리스틴 델피 서문과 주황색 책이 제일 좋았는데 저도 뭐라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

다락방 2024-04-25 11:11   좋아요 2 | URL
저 크리스틴 델피 마지막 권 읽고 있는데 이게 제일 좋네요. [제도화된 수렁들] 이요. 유산과 계급에 대해 말하는게 너무 좋아요!! 이건 별다섯입니다!!

미미 님 말씀대로 아버지는 애증의 빌런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장녀들은 대부분 아버지를 온전히 사랑하는게 불가능할 것 같아요. 내 엄마가 왜 힘들었는지 그 이유가 너무나 명확하니까요.

어른이 된 어느 순간부터 세상엔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 있는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이제는 무심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일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건 꽤 상처여서 아주 오래 그리고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어요. 나 역시 어른이 되었으니 그 때 선생을 이해할 수 있을까 몇 번을 되물어도 저는 미움받는 아이가 되고 선생님이 그랬으면 안됐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중3때도 그렇게나 괴로웠는데 더 어린 초등3년때라니, 미미 님 너무 힘들었겠어요. 미미 님을 미워하지 않는 마음들만을 계속 가져가도록 합시다.

잠자냥 2024-04-24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버지가 진짜 찐사랑이시네요? 술까지 끊으신 건 진짜 찐사랑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비정상체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저도 순댓국 뚝배기 기울이지는 않는데.... 내가 졌다...

다락방 2024-04-25 11:07   좋아요 2 | URL
뚝배기 기울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ㅋㅋㅋㅋ 뚝배기만 안기울여도 체중이 좀 덜나갈 듯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4-04-25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4-04-25 11:07   좋아요 0 | URL
오 좋아해주시니 저도 기뻐요!! >.<

단발머리 2024-04-25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다락방님 오래 알아왔지만 다락방님 아버님의 다른 일면을 오늘에서야 발견하네요. 다락방님 사랑 많이 받으셨네요.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사람 맞아요. 사람마다 사랑을 표현하거나 드러내는 방식이 다르지만, 우리 딸 걸려 넘어졌다고, 입간판 단속 나가시는 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딸이 임원되었다고 술 끊으셨다는 그 지점도 그렇구요. 이 세상 어디 마음에 딱 드는 사람이 있을까요. 미운 지점도 아쉬운 점도 있지만, 사랑하고 아끼는 그 마음은 너무 잘 느껴져요. 그러니까 아쉬운 점은 닭다리이고, 아끼는 마음은 금주입니다.

온 몸을 부딪혀 세상에 반항하시는 그 열정에 항상 감복합니다. 걷기에 뛰기까지 더해졌으니 그 열정은 앞으로도 주욱~ 이어질 듯 하고요!!
 

















내가 어릴 적에는 겨울에 따뜻한 물로 씻기 위해서는 물을 데워야 했다. 자하실에 연탄불을 태워두고 거기에 통을 올려둔 뒤 물이 끓으면 그걸 퍼서 1층으로 올려 찬 물과 섞어 씻어야 했다. 매일 엄마는 우리를 씻기기 위해 이 일을 반복하셧다. 우리가 스스로 씻을 수 있게 됐을 때에는 물만 떠다주셨다. 내 기억에 아빠는 지하실에서 뜨거운 물을 퍼오는 일을 하지 않으셨다. 엄마가 돈을 벌러 나갔다 집에 들어온 날도 마찬가지. 아빠는 돈을 벌지 않고 누워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날 뜨거운 물을 떠오는 건 엄마의 몫이었다. 아주 어릴 적에는 내가 직접 씻겠다고 뜨거운 물을 푸다가(왜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 내 배에 쏟아버려 자지러지게 울고 기절한 적이 있다(뭐든 혼자 하려고 하는 성질은 어릴때부터..). 다행히 흉은 남지 않았다.


고3때 대학교 원서를 넣기 위해 엄마랑 같이 집을 나섰다. 그 때는 직접 대학에 가서 줄을 섰다가 원서를 넣어야 했다. 내가 입학하던 시절에는 총 세군데의 대학에 원서를 넣을 수 있었는데, 그래서 아이들은 오늘 한두군데 넣고 다음날 한군데 넣거나 사흘에 걸쳐 한군데씩 넣거나 하면서 바삐 돌아다녀야 했다. 나는, 엄마 덕분에 하루만에 그 긴 줄을 서면서도 세 군데를 다 돌아다니며 원서를 접수할 수 있었다. 이 대학에서 저 대학으로 이동하고 한참 긴 줄을 섰다 원서를 접수하는 일을 세차례나 반복하다보니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우리는 집에 돌아가기 전에 늦은 저녁을 사먹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니 시간은 밤 아홉시었나 열시였나. 나는 지쳐 널브러지려는데 엄마는 돌아오자마자 방 청소를 시작하셨다. 아마 내가 엄마의 끝나지 않는 가사노동을 가장 무겁게 느꼈던 날이 그 날이었던 것 같다. '나도 이렇게 힘든데 엄마는 여기에 방청소를 더 한다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몇해 전에 퇴근하고 집에 갔는데 엄마는 당시 여동생네 집에 가 계셨고, 저녁 식사를 혼자 마치신 아버지는 '설거지 있는데 하기 싫으면 하지마' 라고 하셨다. 나는 그 말에 화가 나서 말했다.


"내가 먹은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설거지를 해?"


내가 너무 머리가 컸고 아버지는 감히 내게 강제하지 못하셨다. 그 뒤로 내가 퇴근한 저녁에는 설거지 하나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아버지는 혼자 식사하시면 그릇을 다 씻어두셨다. 그 그릇이 내 마음에 들지 않게 씻긴 날들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됐어 내가 씻을게 하지 않는다. 



왜 힘든 가사노동은 엄마의 몫인데 큰소리는 아빠의 몫일까. 대부분의 경우 아빠이자 남편이 부양을 하기 때문이라지만, 우리집을 놓고 보더라도 그리고 우리집이 꼭 아니더라도, 굉장히 많은 집이 사실 남자가 제대로 부양을 하지 못해도 가장이라며 큰소리를 내는걸 보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물론, 우리 집은 지금 아주 크게 풍경이 바뀌었다. 집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이 언젠가부터 아빠가 아니게 되었다. 그런지 좀 오래 되었다.



한창 젊은 시절, 엄마가 내게 결혼을 하라고 재차 말씀하셨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아니 엄마, 내가 회사 다니면서 돈을 벌었는데, 그걸 다 결혼하느라 쓰란 말이야? 그거 너무 억울한데? 난 결혼하느라 돈 쓰기 싫어."


아아, 나는 내가 번 돈 나 혼자만 쓰고 싶은 사람.. 결혼보다 돈이 좋은 사람..


그 때 엄마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한다고, 결혼하려고 돈 버는 거라고 하셨고,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거기에 반발하고 있다. 그거 너무 내 타입 아니라서. 내가 누누이 말해왔고 앞으로도 말할테지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나왔을 때부터 몇 년간 천 번쯤 말한것 같지만, 아무리 그레이 만났어도 아나스타샤는 일을 놓아서는 안됩니다. 그레이 집이 아무리 크고 다른 회사 합병하는 거 넘나 우습고 원하는 드레스 수십벌 사줄 수 있어도, 아나스타샤여, 일해야 합니다. 유 가 릿? 인생 어차피 혼자다. 그레이 돈 믿고 있지말고 네 자신의 일할 능력을 믿어라. 



같은 부양을 받더라도 여성은 남편의 필요에 따라 상이한 종류의 노동을 제공하게 된다. 가령, 부르주아의 아내는 사회적 체면유지라는 업무를 제공함으로써 가정 내 노동의 업무는 더 적게 수행한다. 제공한 노동과 무관하게 보상받기 때문에, 여성들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에게 유일한 해결책은 더 부유한 남성에게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상향혼을 향한 경주는 여성 노동의 무가치성에서 논리적으로 도출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생산수단을 소유한 계급에 속한 남성과의 결혼으로 여성의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다 해도, 이것이 여성을 그 계급에 속하게 해주지는 못한다. 여성은 스스로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이 삶의 수준은 프롤레타리아와 계급 생산과의 관계가 아닌 남편에 대한 예속 생산 관계에 달려 있다. 

부르주아 여성의 결혼 관계가 끝나는 경우, 압도적인 수의 여성이 임금노동자로서 밥벌이를 하게 된다. 이로써 그들은-나이와 직업 교육의 부재라는 추가적인 불리를 경험하면서- 마침내 원래 그들이 속한 계급이라 할 수 있는 프롤레타리아로 거듭나게 된다. -p.51~52


비정상체중이지만, 약과나 먹어야겠다.

‘사회주의적‘ 사회를 비롯해, 현재 모든 사회는 자녀 양육과 가정 내 봉사라는 여성의 무급노동에 기초한다. 이 서비스는 남편이라는 개인과의 특정한 관계하에서만 제공된다. 이 서비스는 교환의 영역에서 배제되고, 따라서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이 서비스는 보수를 지불받지 못한다. 여성이 받는 수당은 제공한 노동과 독립적이며, 노동에 대한 교환으로, 즉 임금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권리가 아니라 증여로 취급된다. 남편의 유일한 의무-그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자명한-는 아내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달리 말하면 아내의 노동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 P13

대부분의 ‘가정‘이 음식을 원재료 형태로 구입하기를 선호하는 까닭은 가사노동이 무료이고, 이 노동이 전적으로 여성에 의해서 제공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로써, 남편이 자신의 봉급으로 가사 전체의 소비를 책임지고 가정 주부는 ‘밥벌이를 하지 않는다‘는 이데롤로기는 반박될 수 있다. - P36

기혼 여성 대부분은 독립적 소득을 가지지 않은 채 부양을 대가로 일한다. 이러한 생산 양식과 자본주의 임금 생산 양식 간의 차이는 노동에 대한 수당의 양이나 임금과 부양 간의 가치 차이보다는 생산 관계 자체에서 기인한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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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4-04-24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글을 읽으니 드라마에서 매날 술을 드시며 홍도야 우지마라를 부른 백일섭님이 생각나네요.60~70년대 전형적인 가부장의 모습인데 실제 70이 훨 넘으신 백일섭님도 가부장적인 성격이 강해서 결혼하신 따님과 쉽게 정을 나누지 못한 모습을 요즘 TV에서 보여주시는 것 같더군요.
근데 이 가부장이란 단어는 현재에는 거의 소멸되는 단어가 아닌가 싶습니다.개인적인 생각에 가부장제의 전제조건은 남성이 가정의 경제권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고 여겨지는데 실제 여성의 사화적 진출이 일어나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하게 되고 또한 요즘은 결혼시에도 가정의 경제권이 남편에게서 부인으로 대부분 넘어가기에(뭐 용돈 20~30만원 타는 남편이 대다수죠) 지금은 ㅏ과거의 같은 의미의 가부장제란 단어가 거의 쓰일 일이 없다고 생각됩니다.그러다보니 요즘 20~30세 남성들은 자신들과 가부장제르 엮는 것을 아주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죠

잠자냥 2024-04-24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정상체중이지만, 약과나 먹어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정상체중 선물한 사람 눈에는 이런 구절이 잘 들어오네요.

단발머리 2024-04-25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이 삶의 수준은 프롤레타리아와 계급 생산과의 관계가 아닌 남편에 대한 예속 생산 관계에 달려 있다.

부르주아 여성의 결혼 관계가 끝나는 경우, 압도적인 수의 여성이 임금노동자로서 밥벌이를 하게 된다. 이로써 그들은-나이와 직업 교육의 부재라는 추가적인 불리를 경험하면서- 마침내 원래 그들이 속한 계급이라 할 수 있는 프롤레타리아로 거듭나게 된다.

저도 이 책에서 여기 52쪽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대요. (글은 못 썼음, 자진납세) 여성이 원래 속한 계급이 프롤레타리아라는 점인게 제일 주요한 지점인 거 같아요. 스스로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상태라면 영원히 노동자일 수 밖에 없을 거고요. 결혼에 대한 거부, 대규모의 그러니까 같은 세대 여성 집단이 함께 연대해 이루어낸 현재 상태, 대규모의 ‘출산 거부‘는 결혼, 출산, 양육으로 인해 그 생산수단의 일부 혹은 전부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결의를 숫자로 보여줍니다. 소멸 수순인데도 놀라지 않는 우리....
다만, 저는 노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왜 일해야 하는가, 혹은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가, 또는 하루에 몇 시간 일하는 것이 적당한가,의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시간이 쌓인다는 것 역시 명백한 진리다.

나의 달리기는 벌써 열번째가 되었다.



일요일 달리기가 좋은 것은 올림픽공원에 갈 수 있다는 거다. 올림픽 공원에 갈 때는 버스를 타지만, 집으로 돌아갈 때는 걸어서 간다. 더 많은 운동을 위해서가 아니라, 달리고난 후에 땀이 나서 도저히 버스를 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민폐인것 같아서. 내가 타는 순간 버스 안은 땀냄새로 진동하지 않을까. 하는수없이 나는 달려서 힘들지만 굳이 집까지 걸어가기를 택한다.



일요일에는 초보 러너들의 모임이 있었는가 보았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내가 달리기로 선택한 곳과 그들이 달리는 곳이 겹쳐 덕분에 나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릴 수 있었다. 혼자 달리는 것은 그것대로 좋았지만 누군가 옆에서 같이 달리는 건 또 그대로 좋더라. 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것도 괜찮겠네? 물론 그들은 계속 달렸고 나는 이어폰에서 안내하는대로 걷기를 반복했다. 


어느 순간부터 너무 힘들어서 으 빨리 끝나라 빨리 끝나라 했는데, 시간은 흘렀고 달리기는 끝났고, 그것은 또 쌓여 열 번의 달리기가 되었다. 벌써 열번째라니, 벌써 4주차라니. 뿌듯했다. 집에 가서 폭식했다. 그래서 열 번의 달리기를 해도 몸무게가 이모양인가요? 나의 이 과체중 혹은 비정상체중을 아는 다정한 알라디너는 이런 책을 내게 선물해주었다.















날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내 비정상체중은.. 알아요? (그렁그렁) 



시간은 흐르고 또 쌓인다. 그렇게 깻잎에서 싹이 나더니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엄지손톱만한 깻잎들 너무 귀여워. 그러나 솎아줘야겠지. 나는 저녁에 크림 파스타를 할 예정이었고, 그 위에 깻잎들을 올리자 싶었다. 그렇게 깻잎 몇 장을 따왔다.



아니 이렇게 작은데도 깻잎향이 나! 너무 귀엽다! 너무 신통방통해서 엄마에게도 들이밀며 향을 맡아보라 했다. 엄마, 깻잎에서 깻잎향이 나!! 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작은데도 제 존재를 강력하게 알린다! 나는 이것들을 파스타 위에 올린다.



처음 만들어본 크림 파스타는 소스가 너무 부족했고(면이 너무 많았다) 그렇지만 고소하고 맛있었다. 먹다 보니 느끼해져서 총각무김치 꺼내왔는데 ㅋㅋㅋㅋㅋ 김치 너무 맛있어서 밥을 또 퍼왔다. (네?) 역시 달리기를 아무리해도 나의 비정상체중 어쩔 수 없어..



책을 샀다.



사실 오늘 도착할 책들도 몇 권 더 있는데, 그것은 다음주 책탑에 올리기로 하고, 오늘 도착하기 전까지의 책들만 일단 책탑으로 만들어보았다.
















흄세 시리즈 신간 중에 [값비싼 독]을 샀는데, 이거 지금 사진 보면서 책 검색하려니 책등의 제목이 잘 안보인다. 내가 지난번에도 책등 안보이는 흄세의 디자인에 대해 궁시렁댄적이 있는데, 어휴 안보인다니까? 나처럼 숱하게 책을 사서 내가 뭘 샀는지도 모르는 사람은 이런 책탑 페이퍼를 쓰기 위해 사진 찍어둔 거 책등 보면서 책 링크해야 하는데 책등의 글씨가 안보여서 확대해야 했다. 확대하기 전에는 제목 보다 이랬다니까?



갈..비만두?




하아. 책 제목이 갈비만두일 리가 없잖아. 특히나 흄세 제목이. ㅠㅠ



[나의 뉴욕 수업] 은 직장생활을 하다가 외국에서 공부하게 된 곽아람의 글을 읽어 보고 싶어서 샀다. 곽아람의 다른 책 [공부의 위로]도 사두고 아직 안읽었건만, 점심 먹다가 회사 동료가 언급한 [나의 뉴욕 수업]을 듣고 혹해서 홀라당 사버렸다.


[비정상체중]은 약과와 함께 선물 받았는데, 그러니까 약과를 먹고 비정상체중을 계속 유지하자, 뭐 이런 뜻.... (먼 산)

















[원룸]은 '스카이마린' 작가가 쓴 한국 추리소설인데, 나 요즘 국내문학 좀 많이 사는 것 같네? 어제 읽은 [악의 유전학]도 그 전에 읽은 [홍학의 자리]도 다 국내문학이었다. 아니 그런데 내가 지금 이거 국내문학인지 확인하려고 알라딘에 넣고 검색해봤는데, 리뷰랑 구매자평이 각 한개씩 있고 둘다 별 하나.. 평점이다. 읽다 팔아버렸다, 뭘 읽은건지 모르겠다, 이런 평이던데, 나는 도대체 어떻게 알고 왜때문에 이 책을 산거지? 어쩐지 나도 안읽고 팔아버릴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생명의 여자들에게]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리스트에 포함해도 좋을지 살펴보기 위해 샀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는 어쨌든 내가 책 선정을 하는만큼 아무거나 막 하고 싶지는 않기 땜시롱 나름 고심해서 리스트업을 한다. 진지합니다.


[오리들]은 그래픽 노블이다. 사실 그래픽 노블에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인데, [오리들]은 '케이트 비턴'이 오일샌드 채굴현장에서 2년간 일하며 겪은 차별과 고립 등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읽어보려고 샀다. 뭐, 다 살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토요일에는 책장이 너무 엉망이라 좀 정리를 하려고 했다. 어딘가에 기증할 책을 한 무더기 포장해두고, 그리고나서는 이미 읽은 여성주의 책들도 한 켠에 빼두었다. 벽돌책들, 자리를 많이 차지해. 내가 밑줄 그어서 팔리지도 않을 뿐더러 사실 좀 애틋한 마음이기도 하다. 그런데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이를 어쩐담? 하다가 혹시 알라딘에 올리면 달라는 사람이 나올까 싶어 방출 페이퍼를 쓸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밑줄 그었고.. 그래서 이건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책장을 보다가 '뭐야, 나 이런 책도 있었어?' 하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 어느 시점부터는 책장에 읽은 책보다 안읽은 책이 더 많아서, 와 이제 진짜 책 그만사자 생각하였는데, 일요일 아침에 눈뜨자마자 책을 주문해버린 것이다. 왜죠? 에휴.. 진짜 왜이러나 몰라. 아무튼 그래서 다음주에도 책탑 사진으로 컴백할 예정이다. 휴..


아, 그리고 듀오 링고에 대해서도 덧붙이자면,

듀오링고 연속학습 132일차인데, 일전에 듀오링고 100일 됐다는 페이퍼에 다정한 알라디너 분이 다른 언어도 도전해보라 댓글을 달아주셨더랬다. 나름 다른 외국어도 해볼까 생각만 하던 터에 그 댓글을 읽고 흐음, 역시 해볼까? 또 생각만하고 있었는데, 

2주전이었나, 듀오링고 중인 친구 만나 다른 외국어 선택은 어떻게 하는지 배워가지고 그 길로 하나씩 한 번 맛만 보았더랬다. 일본어, 베트남어, 스페인어. 그런데 스페인어가 너무 재미있어! 스페인어를 매일 하나 이상 학습하고 있다. 그렇게 아마 2주쯤 된 것 같다. ㅋㅋㅋㅋ


Yo necesito dinero.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나는 돈이 필요해' 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돈 필요하다는 스페인어 할 수 있는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임원 한 분 스페인 어학연수 다녀온 분이라 얼마전에는 보고하러 들어가면서 '부에노스 디아스!'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굿모닝 이란 뜻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 월요일의 페이퍼를 이만 마칩니다.

샤라라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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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4-22 08:4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치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출근길에 진짜 빵 터짐 아니 근데 그 다정한 알라디너는 왜 부장님한테 비정상체중 보내고 그런답니까?! 사람이 예의가 없네. 심지어 약과랑 같이 보내는 의도는 또 뭐래요?! 약과 사면서 땡투까지 부장님한테 했다던데 ㅋㅋㅋㅋㅋㅋ 아 그 인간 진짜 몹쓸 인간이네요. 지만 자전거 타면서 정상체중하겠다는 심뽀인가?!🤣

독서괭 2024-04-22 08:48   좋아요 5 | URL
범인이 자백했군요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4-04-22 11:03   좋아요 2 | URL
읽으면서 잠깐 다른 분 떠올렸는데 책 제목을 보다가.... 이 분 아니면 아무도 없는데? 생각했더니...맞네요.ㅋㅋㅋ

다락방 2024-04-22 12:36   좋아요 3 | URL
아마도 그 다정한 알라디너는 ‘네가 비정상체중인 걸 알아, 응원한다‘ 뭐 이런 의도 아니었을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뽀롱난 비정상체중 다락방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자전거 타면서 정상체중 유지하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자전거 탔어도 비정상체중일 텐데. 타고나서 폭식을 할테니까... 휴.....

잠자냥 2024-04-22 13:34   좋아요 2 | URL
엥? 나 정상체중 아닌데? ㅋㅋㅋㅋㅋ 부장님, 부장님하고 나처럼 고기랑 술 좋아하는데 40대에 정상체중이 가능한 사람이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심지어 나 요즘 자전거 타서 몸무게 더 늘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부장도 그럴 걸? 근육 늘어서??

다락방 2024-04-22 14:16   좋아요 2 | URL
고기랑 술 좋아하면 다 글러먹은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4-22 15:27   좋아요 2 | URL
정상인이 되려면 주지육림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4-04-22 16:55   좋아요 1 | URL
이래갖고 50대가 되면 다들 우짤라고 이러십니까?
50대는 진짜 안빠지는뎅...고생해야만 빠지는??ㅋㅋㅋ
이젠 운동도 좀 줄이시고 고기도 좀 줄이시고 술도 좀 줄이세요. 😂

그래도 운동한 사진, 먹는 사진, 깨끗하게 싹싹 비운 그릇 사진 보면서 넘나 좋아하는 나!!!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4-22 08: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장님이 흄세 시리즈 책등 보면서 갈비만두 따위 생각하니까 비정상체중 보내고 그러는 게 아닐까요?!🤣🤣

다락방 2024-04-22 12:36   좋아요 0 | URL
흄세 시리즈가 잘못한겁니다, 제가 잘못한 게 아닙니다!! (버럭!)

잠자냥 2024-04-22 0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가방 안에 떡 있다… 나도 비정상체중 유지하라는 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4-22 12:43   좋아요 0 | URL
저 좀전에 떡 먹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4-22 13:35   좋아요 0 | URL
맛있더라.... 아직도 많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4-04-23 08:03   좋아요 0 | URL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떡 먹는 우리.. (하트)

잠자냥 2024-04-22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정상체중 탈출하려면 공복에 달리고 저렇게 파스타 총각무 밥(!???!!!!!!🤯) 안 먹으면 됨 ㅋㅋㅋㅋ 아 진짜 욱곀ㅋㅋㅋㅋㅋㅋㅋ ㅠㅠ

다락방 2024-04-22 12:43   좋아요 0 | URL
제가 그래서 공복 달리기는 하는데 말입니다. 달리고 난 다음에... 정신줄을 놓습니다. 하아- 그리고 어쩐지 달리기 시작한 후부터 더 잘 먹는 것 같아요. 뭐랄까. ‘나 이제 달리는 여자야! 칼로리 보충해야돼!‘ 이러면서 먹는달까요? 하여간 내내 잘 먹은 주말이었습니다. 킁킁.

책읽는나무 2024-04-22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돈이 필요해!˝
너무나 공감가면서 뭔가 갈증나는 문장이네요.ㅋㅋㅋㅋ
부에노스 디아스!!!
오호.....저도 써먹어야겠어요.
깻잎....저는 방앗잎이랑 깻잎 넘나 사랑합니다.
저 깻잎은 귀여워서 고명으로 올리기 좋군요.
실내에서 상추랑 몇가지 키워봤는데 저렇게 수북하게 잘 안 자라던데....다락방 님의 손은 참 신통방통합니다. 크림 파스타도 맛나 보여요.^^

암튼 달리는 그대를 응원합니다.
달리고 나서 먹는 양만 반으로 줄이면 보기좋은 근육들이 함께 하여 완벽해지시겠어요.ㅋㅋㅋ

다락방 2024-04-22 14:25   좋아요 2 | URL
깻잎 너무 예쁘게 잘 자라서 좋아요. 어제 고명으로 파스타에 얹어먹었는데 얼른 무럭무럭 자라서 똑똑 떼어가지고 삼겹살 싸먹고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농약 깻잎! 만세!!

달리고 나서 먹는 양을 줄여야 한다는 걸 제 머리도 아는데 제 몸은 그걸 받아들이지를 못합니다. 저의 과식및 폭식은 계속될 예정이며 달리기를 해도 살은 안빠지는 걸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건강하게 살도록 하겠습니다. 책나무 님, 우리 건강하게 지냅시다. 빠샤!!

관찰자 2024-04-22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 공부도 그렇고, 식물을 가꾸시는 것도 그렇고, 뭐든 하면 꾸준히 하는 타입이신거 아닙니까??

다락방 2024-04-23 08:01   좋아요 0 | URL
음 뭐든 하면 꾸준히 하는 타입인 것도 아니고 꼭 해내는 타입도 아닌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는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자 2024-04-22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깻잎 솎아낼 때는 어떤 잎을 중심으로 솎아내시는지 아시나요? 저도 지인이 무려 귀하다는 깻잎 씨를 나눠주셔서 저번주에 파종했는데 이번 주말에 보니 싹이 제법 돋아나기 시작했더라구요!!그리고 저도 저 오리책 너무 읽고 싶어요. 최근 책읽아웃 팟캐스트에서도 황정은작가님의 추천도서로 얘기한 편이 올라왔는데 들으니까 더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그리고 다락방님의 후기도 궁금하네요!

다락방 2024-04-23 08:02   좋아요 0 | URL
깻잎 솎아낼 때는 어떤 잎을 중심으로 솎아내는지는 모릅니다!! 그래서 화분 쳐다보면서 도대체 뭘 빼내야 하나 하고 있는데 엄마가 오시더니 우리가 지금 먹을거니까 큰 거 뽑아! 이러시면서 너무나 무심하게 툭툭... 엄마? 나의 마음 좀 헤아려줘... 내 깻잎들 그렇게 막... 하아- 아무튼 그래서 저도 좀 큰 거 뽑아가지고 고명으로 먹었습니다. 달자 님도 깻잎 심으셨다니 너무 좋네요. 프랑스와 한국에서 우리는 깻잎으로 하나 되었습니다. 만세!! ㅋㅋㅋㅋㅋㅋㅋ

네 제가 곧 읽고 후기 올리겠습니다. 화이팅!!

거리의화가 2024-04-23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3번이지만... 오늘 4일차 해보려고요. 막상 피곤해서 집에 가면 뻗을 것 같기도 하지만!
크림 파스타와 깻잎의 조합이 잘 어울립니다^^ 이제는 스페인어까지!!! 저 듀오링고 중국어로 몇 번 해봤는데 작문에서 실력이 들통나더라구요^^; 문장이 조금만 길어지면 역시나ㅎㅎ 아무튼 다락방님 계속 화이팅입니다!

다락방 2024-04-24 09:56   좋아요 0 | URL
거리의화가 님, 달리기 시작하셨군요! 우앙 웰컴투 달리기 월드! 우리 꾸준히 한 번 달려봅시다. 저는 오늘 아침 달리려고 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못달렸어요. 이것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좀 두렵기도 합니다. ㅠㅠ
스페인어도 마찬가지, 세상 재밌고 할만한 것 같았는데 단어 많아질수록 어렵고 힘들어서 그만할까 싶어지네요. 역시 무언가 배운다는 건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그래도 스페인어는 당장 써먹을 것도 아니니 천천히 꾸준히 해보려고 합니다.
거리의화가 님, 우리 정말 화이팅 합시다. 화이팅!!

햇살과함께 2024-04-23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위험한 약과를 또 사셨나 했더니 선물 받으신 거군요 ㅎㅎㅎ
비정상체중 재밌을 것 같아요~
저도 요즘 인생 최고 열심히 운동하는데 살은 오히려 찌고 있어요. 운동하고 소화력이 더 좋아짐요.
역시 살빼기는 굶는 길 밖에 없습니다ㅠㅠ

다락방 2024-04-24 09:58   좋아요 1 | URL
저도 살이 찌고 있어서 설마 근육이 늘어나느걸까 싶어 어제 오랜만에 인바디 했더니 늘어난 건 체지방이더라고요. 아이 참나.. 그래도 운동 해보려고 합니다. 말씀 듣고 보니 저도 제 인생에서 최고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달리기 일주일에 세 번이라뇨! 아, 꾸준히 해야 할텐데요.
살빼기는... 포기해야겠어요. 저는 굶지 못하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적게 먹기도 잘 안돼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