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뜨완과 마틸드, 마틸드와 앙뜨완은 스스로 인정하듯 세상에서 부러울 것 없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다.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한 태도로 생을 사는 이들이 나누는 사랑에는 다른 것들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 가령, 주말에 부부모임을 한다거나 여러 부부들이 함께 가는 여행을 한다거나. 게다가 그들 두 사람 또한 어딜 나가거나 여행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이발소라는 공간이 그들에겐 천국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도 입양도 필요하지 않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인간애가 없어서도 아니다. 그런 것들이 전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두 사람의 사랑은 완벽하고 관계는 빈틈이 없다. 앙뜨완의 말을 빌자면 그런 것들은 부부간에 허약한 관계의 틈새를 메우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얼마나 정곡을 찌르는 말인가.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떼지 않고 손을 놓지 않는다. 특히 앙뜨완의 에로틱한 대사와 동작은 육감적이라기보다 생의 노회함과 자연스러움이 엿보이는 에너지를 발휘한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p.145-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