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늙은 여자 - 알래스카 원주민이 들려주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짐 그랜트 그림, 김남주 옮김 / 이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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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워지고 식량을 구하기도 어려워지자 더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이동하려는 부족에게 두 늙은 여자는 짐이 된다. 이에 부족은 두 늙은 여자를 버려두고 가기로 하는데, 버려진 두 늙은 여자는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 걷고 사냥을 하고 터를 잡는다.


이 과정에서 둘은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대화를 하게 되고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고 또 성장하게 된다. 


내가 무얼기대했나, 이것이 당연한 거 아닌가, 했다가, 

그러나 삶이란 것은 응당 이렇게 당연한 것들로 채워지는 게 아닌가, 했다.



우리는 종종 '어쩐지 내키지 않지만' 그러나 '그게 맞지'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 책속에서도 한 명이 '좀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러나 '상대의 말이 맞지'라고 수긍하게 되는 장면들이 더러 나오는데, 나 역시 그 상황에서 '그래, 나도 좀 그러고 싶진 않지만 그러나 이 말이 맞지, 결국은 이렇게 해야 되지' 하고 그 현명한 결정에 수긍하게 되는 것이다.



두 늙은 여자는 살아 남는다. 그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고 봄과 여름을 맞이했으며 그동안 다음 겨울을 무사히 버텨낼 식량도 넉넉하게 준비해둔다. 그러나 그들을 버려두고 떠난 부족은 그렇지 못했다. 제대로 식량을 구하지 못해 또 한 번의 겨울에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그들은 이 두 늙은 여자를 찾아와-죽은 줄 알았는데!- 자신들의 잘못을 빈다. 두 늙은 여자는 그들이 괘씸하지만, 그러나 그들을 모른척 할 수가 없다. 준비해둔 식량을 그들에게 내어준다.



'사'는 오랜기간 혼자 지내다가 한 남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함께 살게 된다. 그런데 이 남자, 하-, 곰과 싸우다 죽어버려...


"어느 날 그 사람은 곰과 싸워 이기려다가 죽고 말았어. 어리석은 사람 같으니라고." (p.85)



나는 곰과 싸우려는 어리석은 남자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새삼 다짐에 또 다짐을 하였다. 곰하고 싸우지 마요 ㅠㅠ 그러지말고 전완근 운동이나 해요 ㅠㅠ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 감탄할만한 일이지만, 어른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경이롭다. 나 역시 쉰이 되고 백 살이 되어도 계속 성장하는 사람이고 싶다. 또한 곁에 있는 사람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그 경이로움에 감사하고 싶고. 우리가 서로의 성장을 지켜보며 늙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멈춰있는 게 아니라, 퇴보하는 게 아니라, 계속 성장하면서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십 년전보다 더 나은 내가 된것처럼,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들고, 또 오늘보다는 더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으로 그렇게 늙어가고 싶다. 

오랫동안 다리를 깔고 앉아 있었으므로,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잠이 깨고 나서도 그들은 움직이지 않은 채 한참을 더 앉아 있었다. 이윽고 사가 기운을 내서 일어나려고 해보았지만, 감각 없는 두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는 끙 소리를 내며 다시 한 번 몸을 일으키려 해보았다. 그동안 칙디야크는 두 눈을 꼭 감고 자는 척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날의 삶을 직면하고 싶지 않았다. (p.66)

"이 수프를 먹은 다음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걸어야 해. 오늘 조금밖에 가지 못한다고 해도 말이야." 그녀가 말했다.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우리가 가려는 곳에 가까워지는 거야. 오늘 나는 몸이 좋지 않지만, 내 마음은 몸을 이길 힘을 갖고 있어. 내 마음은 우리가 여기서 쉬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해.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 (p.69)

이윽고 내 나이가 더 많아져서 여자가 가정을 꾸려야 하는 나이를 지나자, 모드들 나에 대해 수근거렸어. 나는 도대체 그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지. 왜냐하면 나는 남자와 함께 살지도 않고 아이도 없었지만, 여전히 내 몫의 일을 해서 식량을 조달하고 있었거든. 남자들보다 더 많은 식량을 구해오는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어.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일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어.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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