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의 글을 읽고 싶어서 가장 먼저 읽었다. 그리고는 앞으로 돌아가 순서대로 읽었는데, 권김현영의 글을 보고 뭔가 속이 다 시원했어. 그런 한편, 이렇게 글 쓰고 김어준의 팬으로부터 엄청 공격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어쩌면 늘상 공격당하고 있겠지만...



김어준은 한국 최초의 미투를 2018년 1월 29일 서지현 검사의 미투로 알고 있었으니, '변질'에 대해 누구보다 빨리 걱정한 셈이다. 십수 년간 인터넷 여론의 흐름을 파악해 온 그의 '식견'이 유일한 근거였지만, 김어준이 누군가. 2018년 10월 현재, 언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 가장 신뢰도 높은 언론인 2위로 꼽힌 인물이 아닌가. 주장만으로도 여론의 향방을 좌우할만한 영향력 있는 인물인 김어준의 말을 듣자마자 정치 평론을 하는 이들은 곧 거물급 정치인의 미투가 터질 거라고 앞다투어 예상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p.38-39)




책에는 그가 방송에서 한 말이 그대로 인용되어 있다. '피해자를 준비시켜' 라는 워딩이 바로 그 안에 나온다. 그러니까 김어준 자신이 피해자를 준비시킨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공작하는 자들이 그럴 것이다', 라고 얘기하면서 나온 워딩인데(공작하는 사람들의 마음 너무 잘 알고 계시고요), 수많은 사람들이 듣는 방송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순간, 이 발언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많은 사람들의 귀에 꽂힐것이며, 그 뒤에 나오는 미투는 저마다 의심하게 되지 않겠는가. 김어준이 그러는데, 공작일 수 있대, 라고. 아, 진짜 너무 싫어. 김어준이 공작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바람에 사람들은 순수한 피해자 찾기에 급급해진다. 진짜 토쏠려. 너무 싫다. 캡 싫어. 왕 싫어. 진짜 짜증나게 싫고 싫다는 말을 지구 끝까지 쓰고 싶다. 그리고 안희정이 가해자가 되어 세상 앞에 선다. 좆같은 현실이야. 






"피해자를 준비시켜"라는 말은 피해자 뒤에 공작 세력이 있음을 전제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실제로 특정 세력과 결탁해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피해자들은 바로 진보와 인권을 표방했던 그들을 지지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그들의 정치적 지지자였다는 사실은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여성 지지자들을 남성 정치인 개인의 매력에 끌린 일종의 팬덤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무시가 가능했을 것이다. (p.40)




어차피 이 책, 미투의 정치학은 김어준빠들은 읽지 않을 책일 것 같다. 그러니 권김현영의 글을 읽을 일도 없겠지. 그렇다해도 권김현영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언급해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덕분에 내 분노가 너무 크게 타올라버리긴 했지만, 김어준 처럼 그런 발언을 하는 사람이 있는 한 편,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잇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희망적인가.


어제도 친구를 만나 나는 김어준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는 얘기를 했다. 슬프게도 남동생은 김어준을 좋아하지만 ㅠㅠ 장동민 좋아하는 사람들도 싫고 그들이 방송을 계속할 수 있는 현실도 너무 싫다. 싫어...


아아 싫은 게 너무 많은 아침이네 ㅠㅠ



그렇다면 '예언'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김어준은 "지금 나와있는 뉴스가 그렇다는 게 아니에요. 누군가 나타난다는 말이고, 그 타깃은 어디냐. 결국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진보적 지지층" 이라는 말로 공작 정치의 배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이런 식으로 프레임을 만들면 사실 관계 사이에 비약이 있어도 사람들은 쉽게 그럴듯한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p.43)



아 진짜 졸라 싫다... 성폭행을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진짜. 여자가 자신이 성폭행 피해자임을 밝힐 때에는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많이 아팠을 것이고 힘들었을 것이고 게다가 그걸 밝히게 됐을 때 잃을 것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걸 각오하고도 내가 성폭행을 당했다 라고 밝히는 건데, 그것이 '누군가 나타난다'는 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니, 얼마나 안일한 사람인가. 얼마나 팔자 좋게 얘기하는가. 어디서 그런 소릴해, 진짜. 성폭행은 피해자에게 잊을 수 없는 폭력인데, 그것이 '다른 의도로' 폭로될 수 있다는 걸 말해버리는 순간, 성폭행과 성폭행 피해자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진짜 개싫어..



요즘만 해도 그렇다. 정준영과 승리의 일이 터지는데 이것이 무엇을 덮기 위한 것으로 나오는 것이라는 말들. 불법촬영의 피해자, 강간의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이것이 대체 무엇을 '덮기 위해' 나오는 것이라니, 어떻게 그런 말들을 해. 왜 이것이 하나의 사건이면 안된다는 말인가. 도대체 피해자의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는거야.




여전히 궁금하다. 김어준의 '공작' 운운은 미투를 둘러싸고 벌어진 질 나쁜 농담의 하나였을까 아니면 그 자체가 미투 운동을 훼방 놓으려는 공작이었을까. (p.44)




어제 마신 술로 아직 숙취가 가시지 않았는데 분노하려니 너무 에너지 딸린다. 점심때 콩나물국밥 먹고 기운 차려야지. 그래도 아침에 집에 컨디션하고 상쾌한 있어서 두개 한꺼번에 먹었다. 휴.. 나한테서 지금도 술냄새 날 것 같다고 동료에게 톡을 보냈는데, 동료는 이렇게 말했다.



"상쾌한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아 진짜 겁나 좋은 동료다 ㅋㅋㅋㅋㅋㅋㅋ 상쾌한을 가지고 다니는 동료라니, 그리고 그것을 내게 줄 수 있는 마음이라니. 상쾌한 넘나 소중한데...




이번엔 정희진의 글로 가보자. (생뚱맞게 이상한 데 갔다왔네)



여성에 대한 폭력은 권력 관계의 부산물이 아니라 성별 위계 관계의 구조적인 토대로서, 남성 지배의 중요한 동인(動因)이다. 즉, 남성의 폭력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권력의 한 형태이다. (p.77 Theweleit, Klaus, Male Fantasies, Volume 1. Womem Floods Bodies History, translated by Conway Stephen,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87.)




정희진 쌤의 강연을 여러차례 듣다보니 책의 내용과도 좀 겹친다. 강연에서 하셨던 말씀을 책에도 써두셨더라. 그런데 마침 이런 문장을 만났다.



"아버지(master)의 연장으로 아버지의 집을 부술 수 없다." 오드리 로드(Audre Lorde)의 이 말은 삶을 갱신하고 싶은 모든 인간이 처한 조건일 것이다. (p.79)




아버지의 연장으로 아버지의 집을 부술 수 없다.



이 문장을 바로 얼마전에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데!! 싶어서 내가 읽은 책들을 떠올려 보았다. 이 책, 미투의 정치학을 읽기 바로 전에 《가부장제의 창조》를 읽고 있었는데, 거기에 나온 말이었나,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 시작한 《그녀는 왜 연쇄살인범이 되었나》에 나왔던가. 아니면 정희진 쌤 강연에서 들어서 익숙한건가. 아아 모르겠다, 어디에서 본거지...




















많은 이들이 어느 분야에서 성폭력이 많이 발생하는지 궁금해한다. 이 역시 자세하게 해명되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발생률은 은폐 구조와 해결 방식 때문에 차이가 날 뿐이지 특정 분야가 유난히 많거나 '깨끗하다'고 볼 수 없다. 유일한 인구학적 특징은 가해자가 남성이라는 사실 뿐이다. 특별히 성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분야가 따로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p.87)




유독 성범죄가 많은 분야가 따로 있지 않은것처럼, 정준영도 정준영 하나가 아닐 것이다. 정준영이 속했던 단톡방? 그것은 보편적인 것이지, 정준영이 특이했던 게 아니야. 이제는 그런 단톡방을 가진 걸 부끄러워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 안에 속해서 낄낄댈 수 있는 거, 그거 진짜 수치스런 일이야. '남자들은 다 그래' 라는 말로 넘어갈 게 아니라, 그렇다면 남자들은 다 문제인거야. 




많은 사람들이 미투로 드러난 현실에 놀랐겠지만, 가해-피해 구조는 극히 일부분만 드러났을 뿐이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2004년 성매매특별법(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초기에 일부 남자들이 이 법이 자신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불행감'에서 헌법 소원을 제기한 적이 있다. 사실 이들은 불행할 이유가 없었다. 법 제정 당시에는 물론이고, 지금도 성매매특별법이 규제할 수 있는 성매매는 전체 성 산업의 1~5% 사이다. 성매매의 다양성과 증식 속도는 현장에서 삼사십 년 일한 운동가들조차 파악할 수 없을 정도다. 

여성이 겪는 성적 폭력은 비상시가 아니라 상시적인 일이다.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p.88)




성매매... 가 행복해요? 그게 행복을 줘요, 남자들아? 성매매 단속하면 불행해요? 진짜 불쌍한 인간들이네..




미투 운동에 반발하는 남성들이 가장 흔히 하는 주장은 다음 두 가지다. "미투는 여성들의 자의적(自意的)인 해석에 따른 것이다, 이 문제가 남녀 대립 구도로 가서는 안 된다." 논의 구도 자체가 틀린 주장이다. 재현되는 모든 이야기는 자의적, 부분적 지식이다. 여성의 이야기를 자의적이라고 판단하는 이들의 인식과 판단 역시 자의적이다. "모든 이야기는 자의적이라 등위가 같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회적 위치에 따른 자의성을 고려하는 적극적인 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갑'의 자의성과 '을'의 자의성이 어떻게 같을 수 있는가. 남녀 대립 구도? 인류 역사에서 단 한 번이라도 남녀가 대립한(동등한) 적이 있었던가. (p.89)



여성주의는 누가 남성이고 누가 여성인가를 정하는 권력의 소재를 밝히는 사회 운동이다. 남성과 여성의 정체성 다툼에서 여성의 피해를 강조하는 사유가 아니다. 흑인과 백인은 대립하는가? 부자와 빈자는 대립하는가? 그렇다면 유토피아일 것이다. 억압과 피억압, 지배와 피지배, 착취와 피착취 구도를 '대립'이라는 중립적 언어로 표현하는 발상으로는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이해할 수 없다.

'남녀 대립'은 차라리 희망 사항이다. 남녀가 대립하는 사회라면 '바바리우먼'도 있어야 하고 남성도 2백만 명쯤은 성 판매로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 여성에게 성폭력당하는 남성도 수시로 뉴스에 나와야 한다. '매 맞는 남편'은 평생 동안 폭력 아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p.89-90)




정희진은 미투를 통해 여성에 대한 폭력에 관한 글을 썼지만, 아래와 같은 문장은 단톡방에서 여자들을 물화시켜 낄낄대는 모든 남성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통하는 말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미투는 거의 모든 조직에서 권력을 가진 남성이 여성의 몸에 행사해 온 무한 접근권(강간, 낙태, 추행, '구애' ……)이 임계점을 넘어서 터진 것이다. 남성은 여성의 몸에 대한 '거리감', 즉 인권 의식이 희박하다. 남성의 몸과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해석이 다르고, 상호 접근권에 대한 인식 자체가 극단적으로 다른 상태에서 이제까지 남성들은 자신의 몸을 권력화해 왔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의 몸은 여성에게는 그 자체로 무기가 된다. 이때 젠더 이외의 학력, 교양, 외모, 나이, 계급, 이념, 지역, 인구학적, 개인적 차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성기 노출 범죄가 대표적이다. 물론 이 범죄의 가해자인 '바바리맨'이 아닌 남성이 절대다수다. 하지만 이들은 바바리맨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이득을 얻는다. (p.91)




정희진, 한채윤, 권김현영의 글이 다 좋긴 했지만, 머리말의 정희진 글에서는 많이 실망했다.



최근 몇 년간 일부 페미니스트(랟펨, 터프 ……)역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주장하고 있다. (머리말, p.31)



나는 위의 문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게다가 정희진 쌤이 '터프'란 표현을 쓰다니, 너무 놀랐다. 이 책에 실린 '루인'의 글을 보면 트랜스젠더를 혐오해 일어나는 범죄의 예시가 나오는데, 모두 가해자는 남성이었다. 실제 혐오와 또 혐오 범죄는 남성이 일으키고 있는데, 혐오와 배제로 명칭이 생기는 건 페미니스트라니,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나는 정희진 쌤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정희진 쌤 글이라면 닥치고 읽을 생각이지만, 언젠가부터 묘하게 어긋나는 지점들이 생기고 있다. 모든 면에서 나와 일치할 순 없는거지만, 그런 점들을 깨달으면 사실 좀 씁쓸하다.  



그러나 무릇 인간이란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가. 어떻게 모든 것에서 일치할 수 있겠는가. 다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그러나 주변을 둘러볼 뿐.



콩나물국밥이나 먹으러 가자.




아 맞다. 사진 올려야 된다. 내가 책에 스티키 붙인 사진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춘향은 관아로 오라는 사또의 명령부터 이미 거부할 수가 없었다. 항거 불가능성은 춘향에게 성적 요구를 하는 그 순간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있었다. 변학도는 춘향에게 이런 상황을 강요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 힘이 바로 ‘위력‘이다. - P136

이 사건(피해자가 잠든 척하고 거부하지 않았으므로 가해자가 무죄가 된 사건)에서 피해자가 잠든 척했으니 저항이 없었던 것도 명백하지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없었던 것도 명백하다.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거부를 선택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도 법은 명시적 거부 의사 표시를 기준으로 삼는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한다. 동의할지, 거부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곧 ‘성적 자기결정권‘이 아니다. 피해자는 애당초 동의와 거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 자체를 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 P138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성폭력은 춘향에게 ‘동침을 요구할 요량‘으로 변학도가 춘향을 억지로 관아로 불렀을 때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앞의 2014년 사건에서도 가해자가 몸을 만지기 위해 피해자가 잠이 들었는지를 확인하려고 이불을 들추는 것 자체가 시작이다. 법은 바로 이 폭력의 시작점을 감지해야 한다. - P139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19-03-1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어준의 라디오방송 듣다가 미투 이야기 이후로 끊어버린 1인으로서.... 공감합니다... 의식이 좀 이상함.

다락방 2019-03-19 12:56   좋아요 1 | URL
무슨 교주처럼 행동하는 것 같아서 너무 싫어요. -_-

잠자냥 2019-03-19 1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희진 쌤과 묘하게 어긋나는 지점들이 생기고 있다는 것 자체가 다락방 님의 사고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ㅎㅎ 부디 계속 청출어람하시길 바랍니다! 상쾌한 드시고 오후는 상쾌하게~

다락방 2019-03-19 13:03   좋아요 1 | URL
그런걸까요? 저는 제 사고의 성장을 원하지만, 정말 성장하고 있는걸까요? 이것은 청출어람일까요?

뭐가됐든 열심히 계속 하겠습니다!!!
댓글 감사드려요. 엄청 위로가 되네요 ㅠㅠ

단발머리 2019-03-19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좋은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독자에게도,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도 무척 좋은 글이네요.
다락방님이 이해한 지점을 꼭꼭 짚어주시니까 이 책을 읽었을 때의 생각들도 새록새록 떠오르구요.
저 역시 읽기 어려운 지점들이 여럿 있어서 다시 읽어야지, 하는 책인데 리뷰로 만나니 더 반갑네요.

제일 반가운 건 역시나 스티키 인증샷이죠!
이런 근사한 사진이라니....
스티키 만든 사람 상 줘야 하나요? 아님 다락방님 상 줘야 하나요?


다락방 2019-03-20 10:43   좋아요 0 | URL
이 책에 실린 ‘루인‘의 글 읽으면서 저는 ‘글로리아 스타이넘‘ 쪽이 내 방향과 같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도 사서 읽어봐야겠다 싶었고요. 이 책의 저자들이 다들 굉장히 열심히 공부한 사람인 것 같아서 참 좋더라고요. 나도 계속 공부해야지, 라고 새삼 다짐하게 되고요. 우리 계속 공부합시다, 단발머리님. 같이 공부하도록 해요.

스티키 만든 사람 보다, 그리고 이 사진 찍은 저보다, 저에게 스티키 선물해준 사람에게 상을 줘야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후훗. 안그래도 스티키 너무 써대서 다음번 책 지름에 또 주문해야겠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블랙겟타 2019-03-20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위 진보를 대변한다는 사람들 또한 이 사안만큼은 작은 문제로 치부해버리더군요.
그러니 해일-조개니 미투공작으로 밖에 판단하는 거죠.
김어준을 비롯한 정치 셀럽들의 그동안의 공은 어느정도 인정하는 바입니다만
모든 사항을 정치공학적으로 보는건 비약이 너무 심한 것 같아요.
저도 다음에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

책 리뷰를 읽을 때마다 다락방님의 스티키 인증샷에 자연스레 기다려지는 건 뭐죠?? ㅋㅋㅋㅋ

다락방 2019-03-21 08:21   좋아요 1 | URL
최근의 정준영 사건에 대해서도 유머로 소비하려는 남자들이 많더라고요. 제가 살면서 깨달은 건, 여혐에는 진보와 보수가 구분되지 않고 나이도 구분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이 책은 얇아서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더라고요. 하루만에 끝내실 수 있을 겁니다. 도전! ㅎㅎ

아아, 스티키 사야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으로도 계속 보여드리려면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신나방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밌다. 한 번 펼치면 쭉쭉 빨려들어가면서 읽게 되는데, 물론 그 뒤를 짐작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요즘 독서의욕 떨어진 사람들이라면 이 책으로 다시 불붙일 수 있을 듯. 확실히 재미있는데, 그렇다고 ‘으앗 좋아~‘ 이런 건 아니다. 굳이 별로 치자면 3.5. 알라딘은 반 개가 안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낮에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다가 한 프로그램에 이수정 교수님이 나온 걸 보게됐다. 본인의 일에 대해 능력을 인정받고 프로가 된다는 건 진짜 근사한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이수정 교수님 책이 읽고 싶어져 벼르고만 있던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다녀왔다.

저렇게 멋진 여성을 보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잇을까' 생각해보곤 하는데, 아아, 내게는 너무 먼 길이고, 나는 너무나 부족한 인간이다. 나는 저렇게 멋있게 될 수는 없을거야,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그렇지만 이렇게 멋있는 여성이 좀 더 많아지고 좀 더 자주 보여진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부장제의 창조]를 쓴 '거다 러너'도 그렇게 멋진 여성중의 한 명이다. 나는 책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감사의 글>에서 이 부분을 보고 완전 반해버렸다.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의 대학원은 1981년 여름연구비와 연구보조원을 위한 연구비를 지급함으로써 이 책을 위한 나의 연구를 지원해 주었다. 위스콘신동창회연구재단이 나를 1984년 우수중진연구교수로 지명함으로써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하지 않아도 되었고, 그 덕분에 최종수정을 하고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 (p,6)




아아아아 뭔지 잘 모르지만 어쨋든 능력을 인정받아 강의 하지 않고 연구를 지원받았다는 건데, 너무 멋지지 않은가. 어떻게 살면 저렇게 되는가. 나란 사람은 지극히 평범하여 지금 그냥 보통의 직장에서 보통의 일을 하며, 이렇게 시간날 때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전부인 사람인데(사실 뭐 커다란 야망 같은 것도 없지만), 그래서 아마도 곧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보며 노후를 대비해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거다 러너는 지원받아 연구를 하고 책을 썼다. 멋져... 이렇게 멋지게 살 수 있도록 합시다, 여러분.



[가부장제의 창조]는 어렵다. 지금 막 이 채의 3장까지 마쳤는데, 아마도 4장부터 본격적으로 불붙지 않을까 싶다. 3장까지 읽는데 메소포타미아 문명 얘기가 나오면서, 나는 인터넷으로 메소포타미아를 검색해봐야 했다. 학교다닐 때 공부 좀 열심히 할걸 ㅠㅠ 들어본 말인 건 알겠는데 뭔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되어가지고, 역시 사람에게는 배경 지식도 넘나 중요한 것이야. 



자, 이번에는 서문에서 가져온다.



대본 소도구, 무대세팅, 연출을 남성이 꽉 잡고 있는 한 '평등한' 역할을 얻는 것이 자신들을 평등하게 해주는 것이 아님을 여성들이 이해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이것을 여성들이 깨닫고, 막 사이에 혹은 연기 도중에 서로 모이고 이것을 어떻게 할 것 인가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할 때, 이 연극은 끝난다.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듯이, 사회의 기록된 대문자 역사를 보면 수천년에 걸친 연기에 관한 이야기가 오직 남성들에 의해서만 기록되고 그들의 말로써 얘기되어 왔다는 것을 우리는 깨닫게 된다. 그들의 관심은 대부분 남성들에 관한 것이었다. (p.29)




<제1장 기원들> 은 차분히 읽으면서 줄을 그을 수 있었는데, 2장과 3장은 너무 어렵다. ㅠㅠ 학교때 공부 안한 나 미워...  이 책 어려워 ㅠㅠ 여러분 4월달엔 이보다 좀 쉬운 걸로 골라보도록 하겠습니다. 



책을 읽다가 '이난나' 라는 여신에 대해 나오는데, 딱히 자세한 설명이 있는 건 아니고 이렇게 되어 있다.



엔케두아나는 평생 동안 수메르의 여신 이난나(Inanna,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신전에서 가장 중요한 여신. 사랑, 다산, 전쟁의 여신. 하느린 안과 달-신 난나의 딸로 간주된다-옮긴이)를 섬기는 사제로 헌신했기 때문에 그녀의 임명은 수메르의 여신 이난나와 아카디아(고대 메소포타미아의 한 지방-옮긴이)의 여신 이슈타르(Ishtar, 고대 수메르와 메소포타미아의 여신, 사랑과 다산의 여신이며 대기의 신 아누의 딸이다-옮긴이)와의 결합을 상징하였다. (p.116-117)



여신 이난나에 대한 엔케두아나의 시와 찬가는 그녀가 죽은 후에도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사르곤이 죽은 후 우르의 새 통치자가 그녀를 고위사제직에서 물러나게 하자, 그녀는 여신 이난나에게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을 원래의 직위로 돌려놓아 주기를 요청하며 새 통치자가 행한 처사의 부당함을 긴 찬가에 썼다. (p.117)



이난나? 이난나는 내가 몇해전에 읽어두려고 보관함에 넣어두었던 터키 소설의 제목이 아니었나? 자, 검색해보자.

















오오, 맞다맞다 진짜 기억력 천재다. 

이 책 읽어 보고싶어서 보관함에 넣어두고 사지는 않았었는데(응?), 그때 이난나는 그저 여자주인공의 이름이겠거니 했더랬다. 그런데 이난나는 사랑과 전쟁, 다산의 여신이었구나. 지금 보니 책 제목에도 조그많게 사랑의 여신이라고 써있네. 오오, 몇 해전보다 지금 더 저 책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난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지금 저 책은 내게 이난나에 대해 가장 잘 말해주지 않을까 싶다. 


음, 지금 보니 작가가 남자인데.. 음.... 그래, 기회가 되면 읽어보는 걸로... 음..... (오 예~ 도서관에 있다. 나이쓰~)




아무튼 가부장제의 창조 3장까지는 어려운데, 메소포타미아 문명 사람들이 이름도 어러워서 그런 것 같아. 하아- 이름도 어려워, 이름도...



그래도 계속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통주의자들은 당연히 남성지배는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 주장은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는 것은 하느님에 의해 그렇게 창조되었기 때문이라고 종교적 용어를 사용하여 제시되기도 한다.
전통주의자들은 알려진 모든 인간사회에서 발견되는, 여성과 남성에게 다른 일과 역할을 배정하는 현상인 ‘성적 비대칭‘(sexual asymmetry) 현상을 여성과 남성의 지위에 대한 증명이자 그것의 ‘자연스러움‘을 확인시켜 주는 증거로 받아들인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어성은 신의 계획에 의해 남성과 다른 생물학적 기능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다른 사회적 임무에 배정되어야 한다. 성별분업(sexual division of labor)을 결정짓는 성차(sex difference)를 하느님이나 자연이 창조했다면, 성불평등과 남성지배에 대한 책임을 아무에게도 물을 수 없다. - P35

프로이트에게 있어서 정삭적 인간은 남성이었다. 그리고 그의 정의에 의하면 여성은 남근(男根)을 가지지 못한 일탈적 인간이며 여성의 모든 심리적 구조는 이 남근결핍을 보상하기 위한 투쟁에 모아져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프로이트 이론의 많은 측면들이 페미니스트 이론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곤 하였지만, 여성의 ‘해부학은 운명이다‘라는 프로이트의 선언은 남성우월주의적 주장에 새로운 생명과 힘을 불어넣었다. - P39

사유재산을 획득하게 되자 남성은 그것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상속자에게 물려줄 방법을 찾다가 일부일처제 가족을 구성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하였다. 혼전순결에 대한 요구와 결혼에서의 성적 이중기준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함으로써 남성은 자손이 적자임을 확신할 수 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재산상 이익을 지킬 수 있었다. - P43

레비-스트로스는 이렇게 말한다.


결혼을 구성하는 교환의 총체적 관계는 한 남성과 한 여성 사이에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남성들로 구성된 두 집단들 사이에서 성립된다. 그리고 여성은 동반자 중 한 명이 아니라, 교환의 대상물건 중 하나일 뿐이다. -- 대체로 그렇듯이, 이것은 소녀의 감정이 고려되었을 때조차도 마찬가지이다. 계획된 결합에 순종하면서 소녀는 그 교환이 일어나도록 허용하거나 촉진시키지만, 그녀는 그 교환의 성격을 바꿀 수는 없다.


레비-스트로스는 이 과정에서 여성이 ‘사물화‘된다고 한다. 여성은 탈인간화되며 인간이라기보다 물건으로 생각된다. - P84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9-03-17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 레비-스트로스의 분석은 얼마나 적확한지... 우린 그 언설을 실시간으로 매일 듣네요. 단톡방 재연 화면으로도요.
저도 이 책 읽기 어려워 지지부진합니다만,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당!
다락방님, 굿나잇^^

다락방 2019-03-19 10:39   좋아요 0 | URL
요즘 단톡방 사건 터진 건 사실 들켰다는 차이만 있을 뿐 굉장히 남자들 사이에 흔한 일일거에요. 아오 징그러워요.

이 책 어렵기는 하지만, 누군가 이렇게 어려운 내용을 연구하고 글로 써줬다는 게 진짜 대단해서 감탄하게 돼요. 세상에 똑똑한 여자가 이렇게나 많다니! 하게 된달까요.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저도!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후미오 씨, 이 편지를, 나의 이별을, 나를 이해해줘. 지금이야말로 너무나 잘 알고 있어. 당신은 내 청춘이었다는 것! 아무리 괴롭고 답답한 날들이었어도 당신은 내 청춘이었어. 내가 지금 당신을 떠나는 것은 오로지 당신과 만나기 위해서야. (p.190)




이 책은 온통 공허함으로 가득차있다. 이 책을 읽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떠올리는 건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다. 상실의 시대에서 가까운 사람을 잃고 결국은 내가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던 주인공의 이야기와, 《그래도 우리의 나날》에서 등장인물들이 젊은 시절 자신의 결정 혹은 선택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


청춘의 공허함으로 말하자면 나 역시 다를 바 없다. 그 시절에는 내가 공허하다는 것을 몰랐지만, 지나고보니 내게 청춘은 공허함이었다. 무엇하나 해놓은 것도 없고 했다고 기억나는 것에 대해서라면 후회를 한다. 이 책의 끝으로 가면서 '세쓰코'가 후미오에게 보낸 편지를 보노라니, 아, 나 역시 청춘이 공허했지, 하는 아련함과 애틋함이 마음속에 가득 차올랐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청춘에 대해 얘기할 때, 나는 그 시절은 내게 '없는 시절'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 시간들을 내 인생에서 들어내버려도 크게 지금에 영향 받지 않을 것 같았던, 그런, '없던' 시절. 그리고 내가 했던 사랑(인줄 알았던)이 생각난다. 후회만 남기던 그 연애가. 내가 왜 그랬을까, 왜그랬을까, 숱하게 나에게 묻고 또 죄책감을 갖던 그 시간이. 내 평생의 비밀이 되어버린 그 연애가. 종국에는 '그가 나빴어' 라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연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아주 오랜 시간을 그 연애로 인해 허덕이고 괴로워했다. 그래서 그 시절의 나를 누군가 알까봐 두려웠고, 바로 그 시절 때문에 나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다음 연애 상대에게 언제나 '정치할 거면 나랑 사귀지마' 라고 했었다. 나, 털면 먼지 투성이야.



그런 청춘의 공허함과 후회를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렸다. 그래서 건드리는 것 같았는데, 또 그렇기에 위안도 받았다. 아, 청춘의 그 시절에 후회를 하고 미련을 남기고 죄책감을 갖는 것, 그 시절로 인해 그 후에 자꾸 내가 왜그랬을까 돌이켜 보는 것, 그 때 내가 그러면 안되는 거였다고 뒤늦게 깨닫는 것이, 비단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구나, 하는 것. 덕분에 내가 가진 공허함과 후회, 자책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어, 누구나 다 그런 거였어, 그게 청춘이 한 일이었어.



내가 내 인생을 좋아하기 시작한 때에 만났던 사람에 대해서 생각했다. 세쓰코가 후미오를 청춘이라 생각했다면, 나는 그가 나의 청춘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 청춘을 건너온 뒤에 만나서 참 다행이었다. 내 청춘을 건너온 뒤, 내가 나를 인식하고 인정하고 사랑한 뒤에 당신을 만나서 다행이라고,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생각했다.




청춘의 공허함과는 별개로,

이 책의 배경은 짐작컨대, 1960년대의 일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었지만, 여성의 '처녀성'에 집작하던 남자들이 있던 바로 그 때. 뭐, 지금 그게 싹 사라졌다고는 결코 말할 순 없겠지만(나는 장동민이 한 말을 기억한다. 쓰레기.. 장동민 너무 싫고, 장동민 좋아하는 사람들도 싫다, 그런 사람을 좋아할 수 있다는 거 넘나 신기한 것.), 이 책속에도 당연히 그런 인물이 등장한다. 아니, 그 당시 사회적 흐름은 자유섹스 즐기는 여자는 경멸받을 여자 였어. 읽으면서 하아, 여자들은 정말이지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온 것인가 생각했다.



후미오의 동료 '미야시타'는 소개를 받아 결혼하기로 했다면서, 후미오에게 그녀에 대해 좀 알아봐 달라고 한다. 후미오도 말하지만, 제삼자에게 결혼 상대에 대해 확인하려는 걸 보니 벌써부터 역겹기 짝이없는데 아, 글쎄.



"말하기 좀 그렇긴 하지만, 특히 교우관계를 꼼꼼히 물어봐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처녀성이란 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설령 한 번이라도 남자와 손을 잡았다면 그건 이미 처녀를 잃은 거라고 보거든요." (p.41)



하아- 처녀란 무엇인가. 저 때에 미야시타가 저렇게 살았다면, 저렇게 살았던 사람이 미야시타 하나 뿐일까. 당당히 입밖으로 저런 말을 꺼낼 수 있었다는 건, 저렇게 생각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거 아닌가. 결혼할 당사자인 여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누군가 자신이 처녀인지 아닌지를 궁금해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아, 너무 ......


책을 읽노라면 남자 주인공 후미오는 약혼녀와도 결혼전에 당연히 섹스를 했고, 그 전에 다른 여자들하고도 섹스를 했다. 그러니까 남자가 섹스를 하는데에 당연히 상대 여자가 있을텐데, 남자1이 여자1, 여자2, 여자3 과 섹스를 했을 것이고, 남자2가 여자4, 여자5, 여자6, 여자7하고 섹스를 했을 것인데, 그런데 '결혼할 때는 처녀여야 해, 처녀성 중요중요' 이러고 있으면, 도대체가 말이 되나? 그러면 지들이 섹스를 안해야 상대도 섹스를 안할것 아닌가. 나는 섹스하고 다니지만 상대는 섹스 안해본 사람이어야 해. 섹스에 상대가 필요한데 어떻게 나는 하지만 여자들은 처녀성 처녀성.. 너무 이상한 거 아닌가. 여자들의 처녀성이 중요하고, 그 처녀성 지킨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면, 자기들이 여자랑 섹스를 안했어야 되는거잖아? 노이해..



"나는 옛날부터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내로는 얌전한 사람이 좋다고. 남자에게는 아무래도 평생 해야 할 일이 있잖습니까. 특히 우리 같은 학자에게는. 그래서 고지식해 보이겠지만, 여자는 남자를 잘 섬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신 나는 내 아내를 배신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거예요. 나중에 내가 박사 논문을 낼 때는 세상 사람들이 뭐라 하건 속표지에 '묵묵히 내조해준 아내에게'라는 헌사를 반드시 넣을 겁니다."

"그렇지만 요즘 여성들은 직접 박사 논문을 쓰고 싶어할지도 몰라요." (p.42)




아마도 저 때는 저런 남자들과, 이제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후미오 같은 남자들이 공존하는 때였나보다. 뭐, 지금도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후미오가 그렇다면 완벽한 남자냐? 네버, 네버, 네버, 네버... 이건 잠시후에 얘기하기로 하고, 자, 미야시타의 계속되는 아내론 혹은 여성론 들어보자.



"소네 군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대학원 시험에 합격한다는 것과 학문할 능력이 있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지요. 단지 시험에 합격하는 것 외에 필요한 무언가,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설명하면 없어질 것 같은 무언가가 학문에는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무엇이 여자에게는 선천적으로 부족해요. 여자의 행복은 학문을 하는 데 있지 않아요. 나는 우리 연구실 여자들을 보고 있으면 그녀들이 애쓰는 것이 딱해서, 아니 , 아니 비참해 보여서 나도 모르게 눈을 돌리고 싶어집니다. 그런 점에서 후쿠하라 같은 여자를 보면 마음이 놓이지요." (p.43)




자기 스스로를 학자라 칭할 수 있는 사람, 그러니까 공부를 많이 했고 앞으로도 많이 할 사람이, 아무리 그 시대가 그런 시대였다고 해도, 시대의 흐름 그대로만 따라가는 걸 보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공부를 한다면 우리는 단순히 지식을 머릿속에 넣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걸 바탕으로 해서, 그것이 어떤 학문이든, 앞으로 나아가고 지금보다 더 넓게 볼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무엇이 잘못됐는지,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미야시타는 학자이면서, 그리고 앞으로도 학자로 살 거면서, 그러나 그 학자로서의 정체성이 그에게 어떤 도움이 될런지 모르겠다. 예나 지금이나 그저 박사라는 타이틀을 따기만 하면 남자는 눈누난나 앞으로 잘 뻗어나갈 수 있으니 사고의 확장 따위 필요없고 일단 내조잘하는 여자여야 한다 라고만 생각하는 것인가. 이런 학자라면 도대체 학자란 무엇인가.




"나는 학자입니다. 나는 중매결혼 외에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샐러리맨처럼 조직에 들어가 외면적인 속박에 몸을 맡기고, 그걸로 자신을 지탱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도 되는 거라면 연애도 좋겠지요. 그러나 학자는 자신을 다스려야 하잖습니까. 그리고 자신을 다스리려면 객관적인 질서, 요컨대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질서를 인정해야 해요. 그러므로 이미 그 질서 속에 있는 사람이 그 질서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추천해주는 중매결혼이라는 형식, 이른바 질서의 재생산으로서 중매결혼이라는 형식을 우리가 존중하는 것은 당연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연애는 그것이 아무리 주위의 축복을 받는 것처럼 보여도 본질적으로 반질서적인 것입니다. 아니, 나는 성적 욕망에 관해서만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라 상대가 자신에게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플라토닉한 애정 자체에 이미 반질서적 경향, 자신이 속한 질서에서 탈출하여 자유로워지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겁니다. 아니, 반대일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자유가 뭡니까? 세상에 잠깐 스쳐가는 존재인 우리에게 자유가 뭘까요? 만약 학자이면서 연애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학문이나 연애, 적어도 둘 중 한쪽이 가짜일 겁니다. 오하시 군, 만약 우리가 연애를 한다면 무엇에 의지하여 학문이라는 고통스러운 작업을 계속해 나갈 수 있겠습니까?" (p.45)




미야시타는 학자이고, 학자인 스스로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그에게 아내는, 그를 내조할 사람이자 또 결혼을 하는 게 보통 사람들이 하는 거니까 선택하는 그런 것인 것 같다. 공부를 계속하고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섹스할 사람이 필요한거야. 인생을 좀 더 즐겁게 살자 라든가 행복하게 살자 같은 생각이 있는 게 아니라, 학자로서 질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만 머릿속에 가득한 사람인데, 이런 사람이 굳이 결혼을 선택하지 않아도 좋을 것을.....




미야시타가 여자를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여자들 역시 여자라는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통스럽다. 후미오가 약혼녀와 호텔에 갔다가 여자동료를 호텔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호텔에 간 건 후미오도 갔는데, 여자는 그 일에 대해 몹시 신경을 쓴다. '호텔에서' 자신을 만난 것. 자신이 남자와 호텔에 가는 여자라는 것.




"연말에요, 그런 데서 만났잖아요."

교코는 빨개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역시 너였구나. 어두운데다 얼핏 봐서 잘 몰랐어."

"그랬군요."

교코는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알아도 괜찮아요. 그게 나니까 …… 그런데, 나 경멸했어요?"

"나도 같은 곳에 있었잖아." (p.154)



그 곳에 간 남자는 마주친 여자에게 나를 경멸했냐고 묻지 않는데, 그런 건 생각지도 않는데, 왜 여자는 남자에게 호텔에 간 나를 경멸하냐 물어야 했을까. 아, 여자들이여, 도대체 그런 세상을 어떻게 살아온겁니까...




유코는 후미오와 섹스를 하고 임신을 한다. 이 일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그녀는 자살을 결심한다. 그녀가 남긴 편지에는 이렇게 써있다.



아, 가엾은 엄마. 당신 딸의 결혼식을 보지 못하다니. 딸의 결혼식 대신 장례식을 봐야 하다니. 엄마, 당신은 울고 있겠죠. 또 언제나처럼 투덜거리며 하소연하겠죠. 유코, 빨리 돌아와. 유코, 여자가 날이 어두워졌는데 돌아오지 않다니. 유코, 세상은 무서워. 유코, 남자하고 편지를 주고받다니. 유코, 너는 결혼도 안 한 몸이야. 유코,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하지. 유코, 남자란 건 말이야…… 유코, 만약 네 몸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는 더는 살아갈 수가 …… 유코, 혹시 네가 ……유코, 혹시 너는 ……유코, 유코 ……

그런데 엄마. 이제 모든 걸 용서해줄게요. 나도 모두 용서해주세요. (p.128)



남자와 여자가 섹스를 했는데 어째서 임신도 여자몫, 낙태도 여자몫, 비난도 여자몫이 되는걸까. 남자와 여자가 섹스를 했는데, 그 뒤로 남자는 다른 여자를 만나 약혼도 하고 삶에 지장 1도 없이 살아가는데, 여자는 세상의 비난이 무섭고 낙태 수술대 위도 무섭고 엄마가 자신에게 할 말들이 무섭고, 그래서 수면제를 사놓고 죽음을 결심해야 한다. 아, 여자들.. 어떤 세상을 살아온겁니까. 대체 다들 어떻게 견뎌냈던 거에요. 얼마나 힘들었을까, 처녀여야 한다는 구속, 그러나 섹스하자고 요구하는 남자, 그러나 섹스 하고나면 비난이 무서워지는 현실. 얼마나 힘든 시간을 얼마나 오래 견뎌왔나요. 우리, 이제 더는 견디며 살지 맙시다. 남자들이 요구하는대로 살아가지 맙시다. 세상이 시키는대로 살지 맙시다.


《캡틴 마블》에서 '캐롤'이 얘기하지요.



"나는 지금껏 너희들의 통제하에 싸워왔어. 내가 자유로워지면 어떻게 될까?"



캐롤은 자유로워지자 한껏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더 큰 능력을 드러낼 수 있었다. 더 큰 능력이 두려워 그토록 통제하려 했던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초반부터 이상한 것,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이건 뭐지? 계속 물었지만 답할 수 없는 것.



그것은 예전에 내 친구였던 한 여학생이 자살했을 때, 그녀의 친구들이 그 죽음을 슬퍼하면서 무의식중에 보였던 쾌활함, 혹은 기쁨이라고 해도 좋을 어떤 것과 비슷했다. (p.12)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친구가 자살했는데 그 죽음을 슬퍼하면서 무의식중에 쾌활함을 보였다니, 기쁨을 보였다니.... 대체 누가 그럴까? 그게 뭘까? 나는 '모신 하미드'의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를 떠올렸다.



다음날 저녁은 우리가 마닐라에서 보내는 마지막이어야 했어요. 나는 방에서 짐을 싸고 있었어요. 텔레비전을 켰을 때 처음에는 영화가 나오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계속 보니까, 영화가 아니고 뉴스더라고요.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쌍둥이 건물이 하나둘 무너지더군요. 그때, 나는 미소를 지었어요. 그래요, 혐오스럽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의 첫 반응은 놀랍게도 즐거움이었어요.

(중략)

하지만 그 순간, 나는 그 공격의 희생자들을 생각한 게 아니에요. 텔레비전에서는 어떤 허구 인물이 죽으면 마음이 많이 움직이죠. 여러 일화를 통해 내게 친숙해진 인물이 죽으니까 그런 거죠. 그런데그 순간은 그게 아니었어요. 나는 그 모든 것의 상징성에 빠져들었던 거죠. 누군가가 그렇게 가시적으로 미국의 무릎을 꿇렸다는 사실에 그랬던 거죠. (pp.66-67)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걸 보면서 즐거움을 느꼈다는 건, 책 속 주인공이 말한것처럼 혐오스럽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주인공은 파키스탄인으로, '미국의 무릎을 꿇렸다는 그 상징성'에 즐거움을 느낀 것. 나는 그것에 대해 이해했다. 빌딩이 무너짐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그것은 당연히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자신의 입장에서 상징성을 보았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겠는 거다.



그러나 《그래도 우리의 나날》의 저 문장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친구가 자살했는데, 거기서 어떤 쾌활함을 느꼈다는 걸까? 뒤에 이 일에 대해 자세히 나오는데, 그 때 주인공의 말을 빌자면 아마도 그는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에서 오는 '큰 사건'에 대한 쾌활함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젊음, 청춘, 큰 사건. 그렇지만 나는 아무리아무리아무리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우리는 푹푹 찌는 병원 뜰의 그늘에서 유코의 부모가 상경하기를 기다렸다. 다들 잘도 떠들었다. 쾌활하기까지 했다. 나는 그들을 증오했다.

나는 그들이 유코의 죽음을 충분히 슬퍼하지 않는 것을 증오한 게 아니다. 그들은 충분히 슬퍼했다. 어쩌면 친구인 유코의 죽음을 순수하게 슬퍼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지금 인생의 중대사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에 흥분하여 무의식중에 쾌활해지기까지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그런 쾌활함을 증오했다. (p.130)




나는 정말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 친구의 죽음앞에 '아아, 나의 인생에 중대사가 생겼어!' 하면서 쾌활해하기도 한다는 말인가, 사람이? 나랑 알고 지낸 것도 아닌 연예인의 자살소식만 접해도 우울한데, 내 친구, 나랑 이야기나누고 한 공간에 있기도 했던 친구가 죽었는데, '아아 중대사 중대사 내 인생의 중대사' 이러면서 쾌활할 수 있나? 어떻게 이렇게 보지? 이런 사람들을 자기가 직접 본건가? 누군가는 친구가 죽었을 때 중대사다~ 이러면서 다니고 있는걸까? 정말?



그런데, 주인공이 그랬다. 사람은 자기 기준으로 보기 마련이다.



유코의 죽음을 알고 그 속달을 다 읽었을 때 내 가슴은 기대로 떨렸다. 나는 내 마음이 격렬한 회환과 자기혐오와 죄의식으로 가득차, 그것과 싸우는 일에 내 온 힘을 소모함으로써 빛나는 영광의 날들이 부활하리란 걸 예감했다. 나는 싸울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충실함을 느꼈다. (p.131)



그가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충격적이고 그러므로 아픈 일에 대해서 빛나는 영광의 날들이 부활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후미오였다. 바로 그 자신이었다. 그런 사람이니 다른 사람을 볼 때도 중대사다~ 하면서 쾌활할 거라 생각한 것이다.


나는 후미오가 변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후미오같은 사람은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 그래서 선을 긋지 못하고 넘어버리는 사람. 후미오가 그런 경우의 사람이고, 모든 비극을 자기가 끌어안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이다. 비극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슬픈 나', '이렇게 힘든 나'에 푹 빠져있는 사람들. '내 인생은 특별해, 나는 이렇게나 불행하니까' 라며 불행을 끌어안는 사람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같으면 역겨워 하다니. 게다가 유코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일은 무엇이었는가, 그녀는 왜 힘들어했고 왜 비참해 했는가. 어떻게 후미오가 다른 여자친구들을 보며 괘씸해할 수 있을까. 정작 나쁜 새끼는 후미오인데. 하아-



야, 너나 잘해... 콘돔 없이 섹스해서 여자를 비극으로 몰지 말고 쌍놈아.



처녀여야 돼, 남자랑 섹스한 여자는 안돼, 그런데 나랑은 섹스해야 돼, 임신이라니 안돼, 그렇지만 콘돔은 안써, 낙태하면 안돼, 으악 여자가 혼자 애를 낳다니 미혼모 안돼... 도대체 뭘 어쩌라는건지? 슈퍼파워가 있다면 다 날려버리고 싶다.



간절하다, 슈퍼 파워...







당신과 약혼한 지 벌써 이 년이나 됐네. 그런데 그동안 당신은 한 번도 내 옛날이야기를, 학생 시절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지냈는지를 물어보지 않았지. - P159

세쓰코를 필요로 한 순간 세쓰코를 잃었다. 그런데 지금 내 마음의 이 여유로움은 무엇일까. 고마바 캠퍼스의 날들 이후, 한 번도 나를 찾은 적 없는 여유로움이다. 나는 세쓰코가 한 일이 옳았다고 느꼈다. 슬픔마저 덜해진 듯하다. - P194

그러나 그걸로 됐다. 우리는 날마다 모든 것과 이별한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시야는 더욱 자유로워질 것이다. - P197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19-03-15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춘이 없는 시절이라니 ㅠㅠ 아프게 읽히네요. 그나저나 제가 읽으면서 불쾌했던 부분들 다 너무 쫙 뽑아 놓으셔서 공감하트 여러번 누르고 싶어요. 페미니즘 이후 모든 문학을 그저 그렇게 받아들일 수 없는 프로불편러가 되었지만, 지금까지의 문학보다는 앞으로의 문학이 더 좋고 재밌어질거라는 낙관을 해보며.. 저 지금 캘리번과 마녀 열심히 읽고 있어욥!!ㅋㅋㅋ 😬

다락방 2019-03-15 14:33   좋아요 1 | URL
도대체 제 젊은 시절, 그 때가 도대체 뭐였을까 싶어요. 그 시절의 존재 의미, 존재 의의는 무엇인가..
그러나 분명 그 시기를 거쳐왔기에 저는 지금의 저가 되었겠지요. 제가 그 때 왜 그렇게 살았는지 후회되는 게 너무 많아요. ㅠㅠ

처녀성 부분 읽는데 진짜 토할것 같더라고요. 처녀성은 도대체 뭘까요? 논문에 감사인사 써주면 여자가 아아 내 인생 완전 성공했어 뷰티풀 라이프... 이래야 하는걸까요? 너무 싫어요. 저런 게 학자라면 학자랑은 알고 지내고 싶지 않습니다. ㅜㅜ


캘리번과 마녀 화이팅! 저도 주말에 가부장제의 창조 달려보겠습니다! (과연..)

공쟝쟝 2019-03-15 14:40   좋아요 0 | URL
지금의 다락방님이 되기 위한 두리번 거림?..!! 청춘이란 원래 흑역사이니 이불킥 한번 하시구 자책마세요 ㅋㅋ

다락방 2019-03-15 14:52   좋아요 0 | URL
청춘이란 흑역사라면, 아아 나의 흑역사는 왜 유독 더 부끄러운가... 같은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흙흙 ㅠㅠ

앞으로 잘 살아갑시다, 쟝쟝님. 우리 잘 늙어가도록 해요.

잠자냥 2019-03-1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우리의 나날>에 나오는 남자들 생각 정말 빻아요. 빻아. 그래서 헛웃음이 나온다는... 신형철처럼 어떤 남자에게는 인생 책이 될 수 있어도 여자들에겐 절대 그럴 일 없다는 생각이 들던 책입니다.

다락방 2019-03-15 14:31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 저랑 같은 생각하시네요. 제가 헐, 이 책이 신형철 인생 책이라니..이 책 인생책 삼는 남자랑 친하게 지내고싶지 않다, 역시 신형철도... 뭐 이랬거든요. 하핫.

후미오는 그나마 개방된 사람인건가, 열린 사고를 하는가 초반에 살짝 생각했었는데 읽을수록 영 아니더라고요. 진짜 이 책에 나오는 남자들 다 빻았어요. 예나 지금이나 빻은 놈들이 수두룩합니다. 하아-

공쟝쟝 2019-03-15 14:39   좋아요 1 | URL
후미오 뭐 있는 놈인줄 알았는데 그냥 그저그런자...ㅋㅋㅋ 아니 뭔가 상처받은 것 ??같은 느낌도 진짜 화나고 쿨내진동 하는 척 하는 것도 웩.. 솔까 건질 건 세스코씨 밖에 없지 않았나요? (상실의 시대도 건질 건 미도리...ㅋㅋ 물론 그녀 스스로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지만요) 세스코씨는 절대 그에게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전 믿습니닼ㅋㅋ

공쟝쟝 2019-03-15 14:41   좋아요 0 | URL
말나온 김에 쓰는 건데 하루키는 왜 인기가 많은 건지 요즘 새삼 궁금...

잠자냥 2019-03-15 14:46   좋아요 1 | URL
하루키 작품은 남자들의 판타지라고 생각해요. 별로 매력적이지도 않은 남자가 온갖 여자랑 쿨내 진동 섹스할 수 있는 판타지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3-15 14:51   좋아요 1 | URL
저는 하루키를 너무 좋아했던 1인 입니다 ㅠㅠ
그런데 최근 작품 읽으면서 ‘아아, 돌이켜보니 하루키는 언제나 소녀에게 집착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짜게 식더라고요. 최근 작품에는 소녀의 젖가슴 얘기가 많이 나오고 ㅠㅠ 소녀를 등장시키는 거 너무 싫어요. 아 짜증나 ㅠㅠ 저는 아저씨나 할아버지 작가들이 징그럽게 소녀들 얘기 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려울까요. 그냥 아저씨나 할아버지 얘기를 하면 될것을, 왜 소녀를 등장시켜서 지들 멋대로 만들어놔.

으으 쓰다보니 박범신 은교 생각나서 토할 것 같네요. 그거 영화로 만들어질 때 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저 그 책 되게 싫어했거든요. 교복 입은 학생과 아저씨의 섹스신이 나오고 그걸 엿보는 할아버지가 나오는.. 제목은 은교인데 은교의 자아는 없는, 성적대상화된 은교만 있는 미친 작품... 으으 너무 싫어요.


아아 이야기가 왜 여기까지 뻗어갔을까요... 의식의 흐름..

공쟝쟝 2019-03-15 14:55   좋아요 0 | URL
이쯤되니 소설안읽은게 자랑스러워질지경ㅋㅋ 두분믿고 앞으론 그런작품 시간아까우니 안 읽는 걸루 ㅋㅋㅋㅋ (쨘)

다락방 2019-03-15 14:56   좋아요 1 | URL
제가 뭐가됐든 열심히 읽은 뒤에 깔 건 열심히 까겠습니다. 시간낭비 하시지 않도록 가열차게 깔게요! ㅋㅋㅋㅋㅋ

공쟝쟝 2019-03-15 15:01   좋아요 0 | URL
락방님 좋아요 ㅋㅋㅋㅋ 넘나 조아요!! ㅋㅋㅋ ❤️❤️❤️ 진정한 독서가의 길...! 전 여러분의 도움으로 다소 편협한?! 게으름뱅이 독서의 길을 걷겠습니다 ㅋㅋ

블랙겟타 2019-03-1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이란 나라는 참 알면 알수록 오묘한(?)나라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저는 일본을 성문화가 개방적인 나라라고 느끼고 한국보다 훨씬 이전부터 드라마에서 게이 커플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구나.’라고 생각이 들었었는데요. 점점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 그 풍경들이 ‘어? 약간 이상한데?’ 보수적인 유교전통의 한국보다 훨씬 개방적인 것처럼 보였던 일본의 모습 또한 남성중심에서 보여지고 있는 개방(?)된 시선인 것 같더군요.
이 책을 포함한 하루키류(?)의 문학도 남성들의 쿨함? 남성끼리의 리버럴쯤으로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얼마나 왜곡된 시선인가요.

일본도 한국 못지 않게 (아니면, 오히려 더 심한) 성역할을 철저하게 나누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이 들어서 엄청나게 보수적인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네요.;;;;

다락방 2019-03-15 17:18   좋아요 0 | URL
지금의 일본을 보면 한국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은 것 같더라고요. 너무 끔찍해요 ㅠㅠ
저렇게 처녀성을 중시했던 시절을 살았지만 성인물 영화는 넘쳐나고 걸그룹 나이도 점점 어려진다 하더라고요. 일본이란 나라도 거대하게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으으...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지치지 말고 계속 말해야겠어요. 계속해서 말하고 여러명이 말하다 보면 조금씩 바뀌긴 할 거라고 생각해요. 기운냅시다, 블랙겟타님!
 
그래도 우리의 나날
시바타 쇼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내 청춘만 공허한 것이 아니었구나.
2. 청춘의 공허함이란 핑계로 그 시절의 나를 좀 더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구나 다 그런거야.
3. 그건그렇고, 여자들은 대체 얼마나 힘들게 살아온건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onnight 2019-03-14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사 놨어요. (당연히-_-)아직 안 읽었지만요^^;. 뭔가 읽기 두려워지네요ㅠㅠ;;,

다락방 2019-03-15 09:16   좋아요 0 | URL
얇아서 금방 읽으실거에요. 저는 신형철이 극찬하는 만큼 좋진 않더라고요. 걍 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