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양재역에서 버스를 탔고, 버스엔 자리가 많아 나는 의자에 앉아 있는데, 내 앞으로 누군가 와서 선다. 아니, 자리도 많은데 이 남자는 왜 내 앞에 선담? 하고 눈을 부라리며 도대체 어떤 놈인가 보자, 했는데, 한참을 올려봐야 되는군, 키가 커, 어? 타부서 L과장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이 버스에 같이 타고 있는줄 몰랐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과장은 내게 내려서 커피 한 잔 하자고 한다. L과장은 스타벅스 매니아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타벅스 카드가 언제나 빵빵하게 충전되어 있고 화이트초코모카 인가 하는 달디단 커피 중독자이다. 늘 벤티로 마셔. 어쨌든 나는 '오늘 아침은 커피를 마시지 않겠어!

'라고 결심했지만 L과장이 커피를 마시자는 말에 네! 하고는 쪼르르 쫓아 한정거장 전에 내려서는 같이 스벅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커피를 얻어마신다. 훗. 아침에 커피를 얻어 마시는 건 꿀맛이여.... 




















'사이먼'은 게이 고등학생이다.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에 대해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게이인 익명의 '블루'와 이메일 교환을 한다. 너는 언제 커밍아웃할거야? 같은 걸 물어보면서 수시로 이메일을 주고 받는데, 그 과정에서 당연하게도 사랑이 싹튼다. 사이먼과 블루는 이메일의 끝에 언제나 '사랑해'라고 덧붙인다. 아직 서로가 누구인지도 모르는채로. 그러니까, 서로의 얼굴도 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서로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사이먼은 주변의 남자 아이들을 보며 '혹시 쟤가 블루가 아닐까'를 추측해본다. 그렇지만 쟤인것 같다가 아닌 것 같고 얘인것 같다가 아닌것 같고.... 그렇게 사이먼과 블루의 사랑은 아직 보지 않은 채로 깊어진다.



사실 이 소설은 2/3 지점까지 지루하게 느껴졌다. 사이먼과 블루가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이지만 그게 내게 막 와닿지는 않았더랐다. 어쩌면 나는 이 책속의 주인공들보다 세상을 이십년 더 살아와서 '야, 만나고나면 달라질 수가 있어'라는 시큰둥한 마음이 들어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대학시절 그 뭐더라, 무슨 채팅 사이트가 확 떴을때, 그때 같은 과 친구가 채팅으로 알게된 남자와 허구헌날 통화하면서 '사랑해' 하고 속삭였는데, 실제 만나고나서는 뭐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도망친 적이 있었더랬다. 나도 채팅으로 남자를 만난 적이 있었고, 내 생각과 달라 실망한 적이 당연히 있었는데, 나는 도망치거나 하진 않았지만, 즐겁게 놀다 왔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그때 상대에게 예의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 미안합니다 ㅠㅠ


물론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어서 만났을 때 와, 좋다! 했던 적도 있었다. 내 생각보다(?) 멋진 남자가 나온 경우가 있었는데, 그들과는 아주 오래 관계를 유지했더랬다. 잘생겨서가 아니라 서로 호감이 있어서 그랬다. 그렇지만 그렇게 멋진 남자라고 해서 영화 [나의 ps 파트너]에서처럼 지성 같은 외모의 소유자가 나온 적은 결코, 결코 없었다. 그게 진짜 영화니까 그렇지, 무슨 모르고 만났는데 남자는 지성이고 여자는 김아중이여... 어쨌든지간에 그건 너무나 철저히 영화적인 사람들이었고, 내가 이메일로 혹은 채팅으로 사랑에 빠진 사람이, 현실에서 좋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0 퍼센테이지는 아니지만, 극히 낮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오, 사이먼은 드디어 블루를 만난다. 오,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었지만...아...잘생겼어.............. 평소에 잘생겼다고 생각했던 남자야......게다가 이들은 이메일을 통해 이미 서로에 대해 은밀한(?) 상상까지 했었음을 고백했던 터다. 아아, 나는 이들이 만나고나서부터 함께 미쳐버리고만다. 아, 설레임이여, 사랑의 시작이여, 은밀한 상상이여, 그리고 사랑이여....




아무래도 난 이메일 속의 네가 얼마나 귀여운지 생각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그리고 그 귀여움을 마음속에서 실감 나는 이미지로 바꾸어 망상 비슷한 걸 하느라 말이지. -블루, p.193



이메일은 좀 더 길었지만 사이먼은 특히 '망상 비슷한 것에 꽂혀 회신한다.



특히 '비슷한 거'라는 부분 말인데, 좀 자세히 설명해 줘. 

추신: 정말이야. 비슷한 거라니? -사이먼, p.193



아아, 나도 궁금해. 망상 비슷한 것이라니. 크- 아아 사이버 섹스여....(응?)

무슨 망상인지 말해줘, 말해줘, 말해줘. 나도 궁금해. 하앍-



드디어 블루와 사이먼이 만난다! 아아, 너무 떨려. 너무 긴장돼! 그리고 그들은, 이메일에서 그러했던것처럼 서로에게 빠진다. 블루는 중간에 사이먼이 사이먼임을 알아챘다. 그러나 사이먼은 블루가 이사람인지 몰랐다. 그렇지만 어쨌든 그들은 만나서도 서로에게 변함없이 사랑에 빠져있음을 확인한다. 아, 너무 두근두근해서 막 신났어..


이게,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 말하면 안되겠는데, 꼭 하고 싶은 말이라서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터뜨리기로 한다. 펑- 그러니까, 사이먼은, 자신이 이메일을 나누는 블루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백인일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처럼. 그러나 만나고나서 그가 백인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그때, 사이먼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다.



하지만 난 바보다. 바보가 맞다. 난 블루가 칼이기를 바랐다. 그리고 막연히 블루가 백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다니 내 자신을 한 대 쳐 주고 싶다. 이성애자가 기본이 아닌 것처럼 백인도 기본이 아닌데 말이다. 애초에 기본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데. (p.301)


자, 어쨌든 이들이 만났다. 그리고 두근두근, 손을 잡고 싶다.



"근데 말이야, 네가 날 위해서 디스코 팡팡을 다 타다니 믿겨지질 않아."

"내가 정말로 널 좋아하나 보지." 블루가 대꾸한다.

그 말에 난 블루에게 몸을 기댄다. 입을 여는데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것만 같다. "너랑 손잡고 싶어." 난 조그맣게 속삭인다.

우린 공공장소에 있으니까. 블루가 커밍아웃을 한 건지 확실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럼 잡아." 블루가 대답한다.

난 그렇게 한다. (p.302-303)



위 인용문에서는 블루의 이름으로 되어있는 걸 내가 일부러 블루로 수정했다. 누구인지 밝히면 책을 읽는 게 재미가 없을테고 신비감이 떨어지니까. 비밀유지!

아아, 손을 잡고 싶어, 라고 말하고 그럼 잡아, 라고 하는 거.. 너무 좋지 않나.

누구랑 다정하게 손을 잡아본 지가 언제인가..


어제 점심때 k 과장하고 밥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가는 길에 뒤에서 차가 왔고, k 과장은 나더러 뒤에 차온다고 비키라며 살짝 안아서 나를 옆으로 이끌었다. 허리에는 k 과장의 팔의 감촉이 남아있었고, 나는, 아아, 나를 살려줬고 안아준거야? 누가 나 안아준 거 오랜만이라 설레어....라고 했더랬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 누가 나를 안아준다는 거, 포옹한다는 거, 이런 기분이었던거지.... 아....좋은 경험이었다................ k 과장은 나를 들어올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유감이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해, 들어올리기엔 좀....무겁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지간에 사이먼과 블루가 손을 잡아서 내가 몹시 부러웠는데, 그러다가 나의 지난 일이 생각나 혼자 빵빵터져 웃었더랬다.



그러니까 헤어진 애인과 나도 사실 온라인에서 알게 됐고, 그렇게 만났다가 사랑에 빠져서 사귀게 됐었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서로가 첫인상이 어땠었는지에 대해 얘기하게 된거다. 그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내 얘기를 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만나면 예쁜 여자가 없나봐, 내 똘레랑스를 벗어났어, 그렇지만 친하게 지내고 싶어'라고 했다더라. 나는 씩씩대면서 나 역시도 친구들에게 '못생겼는데 삼십초 지나면 그 못생김을 잊게 되고 그 매력에 푹 빠져서 헤어나올 수가 없어' 라고 그에 대해 했던 과거의 발언에 대해 얘기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둘다 서로 상대가 한 말에 씩씩댔더랬다. 그는 내게 '야 그래도 내가 너 못생겼다는 말은 안했어!!' 하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그러나 똘레랑스를 벗어난 외모같은 것들, 못생겼다는 말들....다 무슨 소용인가요? 빠져버렸는데. 풍덩- 허우적허우적...... 외모는 뭐다? 사랑에 빠지는 데 딱히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그러니까 물론 예쁘고 잘생기면 좋겠지만, 사랑에 빠지게 하는 요소는 그게 아닌 것 같다. 서로의 외모에 대해 예쁘지 않다, 잘생기지 않았다 고 생각했으면서도, 우리는 만날 첫날부터 키스했다. 아, 인생이여.....(응?) 당신은 내게 집에 들어가지 말라고 말했지...................나 안예쁜데 왜그랬어? 아, 성인 남자와 성인 여자의 만남이여.........아, 당신의 성적 매력이여...........그보다 더한 나의 성적 매력이여.........인생.......럽......에로틱................어쨌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남자가 잘생긴 외모가 아닌데 내가 푹 빠졌다고 일전에 어느 알라디너한테 비밀댓글을 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 알라디너가 내게 말했었다. 못생긴 남자한테 빠지면 헤어나올 수가 없다네요....라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페이퍼가 점점 더 갈 길을 잃고 헤매이는구나. 자, 다시 자리를 찾자.



블루와 사이먼은 학교 장기자랑인가 뭐 암튼 그런거에 같이 가서 옆에 나란히 앉는다.



난 블루에게 몸을 바짝 기댄다. 그리고 어둠을 틈타 무릎에 손도 올려놓는다. 블루가 살며시 움직이더니 내 손에 자기 손을 깍지 낀다. 내 손을 들어 올려 손바닥 가장자리에 입술을 누른다.

블루는 그 자세로 잠시 가만히 있는다. 배꼽 아래에 예의 당겨지는 듯한 펄떡임이 느껴진다.

그러고는 깍지 낀 채로 손을 다시 무릎에 내려놓는다. 남자 친구가 생긴다는 게 이런 거라면, 도대체 내가 왜 그토록 오래 기다려 온 건지 영문을 모르겠다. (p.326)



아아, 이 부분 읽는데 진짜 내 아랫배가 뒤틀려가지고... 나 역시 내가 왜 비연애 상태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아니, 나 왜 연애 안하지? 이렇게 나란히 앉아서 손에 깍지 끼고 응? 무릎도 닿고, 응? 그리고 허벅지에 손도 올리고 응? 스윽스윽 쓸어보기도 하고 응? 왜 안하지, 나?


아아 그리고 얘네들봐라? 아주 그냥 욕망에 불타오른다. 아아 나 역시 참을 수 없는 기분이 되어버리고 말았어...




블루의 눈빛이 내게로 날아온다.

그리고 빗줄기는 커튼처럼 우리를 가려 준다. 완벽한 상황이다. 왜냐면 갑자기 난 기어 위로 몸을 굽혀 블루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으니까. 블루의 입술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몸을 숙여 블루에게 키스한 순간 부드럽게 벌어진 그 입술 말고는.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고요함, 압력, 리듬, 그리고 호흡. 처음엔 우리의 코가 어디 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지만 곧 알게 되고, 다음 순간 내가 아직 눈을 뜨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눈을 감는다. 블루의 손가락 끝이 내 목덜미를 훑는다. 끈질기게, 가만가만히.

블루가 한동안 가만히 멈춰 있어서 난 스르륵 눈을 뜬다. 블루가 웃는다. 그래서 나도 웃는다. 그러자 블루는 다시 몸을 굽혀 내게 입 맞춘다. 달콤하고도 깃털처럼 부드럽게. 지나치게 완벽한 순간이다. (p.309)




그런 다음 난 블루에게 정말로 진하게 키스하고, 블루도 내게 키스한다. 블루의 두 손이 내 머리카락을 움켜쥔다. 우리는 숨 쉬듯이 오랫동안 깊게 키스한다. 배 속이 미친 듯이 팔딱거린다. 어느새 우리는 침대에 누워 있다. 블루의 두 손은 내 목을 두르고 있다.

"좋은데." 내가 입을 열자 헐떡이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앞으로도 이렇게 하자. 매일매일."

"그래."

"다른 일은 아무 것도 하지 말자. 학교도 가지 말고, 밥도 안 먹고, 숙제도 하지 말자."

"너한테 같이 영화 보러 가자고 하려던 참이었는데." 블루가 웃으며 말한다. 블루가 웃으면 나도 웃는다.

"영화 안 봐. 영화 따윈 질색이야."

"아, 그래?"

"진짜야, 진짜라니까. 뭐하러 다른 사람들 키스하는 걸 보러 가겠어." 내가 속삭인다. "너랑 키스할 수 있는데 말이야." 

블루도 반박할 말이 없는 모양이다. 날 더 끌어당겨 마구 키스를 퍼붓기 시작한 걸 보면 말이다. 갑자기 난 발기한다. 그리고 블루도 발기해 있다. 짜릿하고, 야릇하고, 또 엄청 두려운 기분이다. (p.338)



아...내 배가 뒤틀리는 것 같다............ 미친듯이 뛰고 싶다......달려, 런! 런! 치티치티뱅뱅....런! 미친듯이 달려서 내 안의 욕망을 부숴버렷!!!!!!!!!!!!!!!!!!!!!!!!!!!!!!!!!!!!!!!!!!!!!!!!!!!!!!!!!!!! 지친 채 잠들어버렷!!!!!!!!!!!!!!!!!!!!!!!!!!!!!!!!!!!!!!!!!!!!!!!!!!!!!!!!!!!!!!!!!!!!!!!!!!!!!!!

아 위의 부분들을 읽다가 다시 연애를 시작해볼까...생각했는데, 갑자기 또 확 귀찮아져버리네... 아, 귀찮아.... 다 귀찮아...세상에 쓸모있는 놈 하나도 없어.... 이놈이나 그놈이나 다 거기서 거기고...................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면서 와인이나 홀짝이며 평온한 삶을 살자.............. 남자 대신 지구본을 품에 안겠어!




책은 아주 똑똑하게 쓰여졌다. 해야 할 말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 '아 블루가 얘였어?'하고 난 뒤에 다시 앞으로 돌아가 책을 훑어보니, 오오, 완전 새롭게 읽히는거다. 사이먼, 너는 비록 블루가 다른 아이이길 바랐지만, 얘를 보고 엄청 잘생겼다고 생각했었네?! 이런 거 보는 것도 너무 재미있어서, 지금 다시 읽으면 또 나름의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중간 넘어서까지도 딱히 재미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뒤에 얼마 안남기고 급재미있어져서 ㅋㅋㅋㅋㅋㅋㅋ 씐나서 읽었다.


이 책이 좋은 이유중의 하나는, 친구들과의 관계도 보여주기 때문이다. 늘상 몰려다니는 사이먼을 포함한 네 명의 친구들 사이. 그 안의 애정과 갈등 같은 것들. 사이먼은 애비에게 제일 먼저 커밍아웃을 하는데, 애비와 친하지만 친하게 된 건 몇 개월 되지 않았다. 6년간 친구였던 레아는 사이먼이 애비에게 '먼저' 커밍아웃 했다는 데에 상당히 서운해하며 화를 내는데, 나는 그런 레아의 기분이 뭔지 너무 잘 알겠는거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이 가장 먼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사실 그런 존재라고 생각하기도 하니까. 이미 그런 줄 알았는데, 내가 그런 존재가 아닌 줄 알았을 때의 실망감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까. 나는 나라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쿨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들어보니 쿨과는 가장 거리가 먼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됐다. 나는 인간에 대해 욕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나는 욕심으로 똘똘 뭉쳐있더라. 내 안의 욕심을 버리는 것, 누군가에게 언제나 우선 순위가 되는 것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는 것, 그것이 내게 내려진 과제인데, 이걸 해내려다 보니 자꾸 힘에 부친다. 나 스스로 세컨드라고, 세상의 세컨드이며, 누구에게든 세컨드라고 마음 먹으려고 김경미 시인의 시를 떠올려 보지만, 어떤 것들은 반복한다고 해서 잘 되는 게 아니라는 것만 깨달을 뿐이다. 어쩌면 나는 평생을 똥구멍까지 욕심이 찬 채로 살아야할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서 분열을 자꾸만 일으키면서... 내 남은 삶은 계속해서 내가 나를 다독이고 타이르고 놀라고 쓰다듬어 주는 과정의 연속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어제는 친구가 페미니즘 북토크 소식을 알려왔다. 같이 가지 않을래? 하고. 그래서 나는 또 다른 친구에게 알려 모두 함께 가기로 했다. 이번 달에 월급이 평소보다 훨씬 쪼들리지만, 이번 해에 내가 페미니즘 공부에 더 돈을 많이 쓰기로 한 것을 떠올리고는, 망설임없이 참가신청을 했다. 뭐, 술 몇 번 참지. 지난 몇 해의 나와 최근 몇 해의 내가 달랐던 것처럼, 지금의 나와 또 앞으로의 나는 달라질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의 나는, 이번 해의 테마를 페미니즘과 여행으로 결정했고, 이것이 지금 내게는 최대의 관심사이다. 며칠전에는 여행친구와 내년 베트남 여행까지 예약해 놓았다. 친구야, 분보남보 먹게 해줄게! 라고 내가 말했다. 부지런히 할부를 갚자!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어른이 되는 줄 알았던 것 같다. 좀 더 나이를 먹으면 당연히 더 성숙하고 지혜로운 인간이 되어 여유로운 웃음을 웃고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여전히 실수하고 여전히 어리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말들을 뱉어놓고 후회하고 또 어떤 행동들을 해놓고 후회한다. 대부분의 결정과 선택에 있어서 스스로 잘했다고 확신하지만, 그런 틈틈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후회하는 일들도 분명히 있다. 때로는 내 모든 선택이 잘못됐다는 절망에 휩싸여 우울해지기도 한다. 어떤 날에는 나는 너무 못생겼고, 못났고, 멍청하다는 생각에 푹 빠져서 도무지 빛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눈물이 고이기도 하고. 살아간다는 건 계속되는 후회화 고민의 연속인 것 같고, 어른이 된다는 것도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가능한 것 같다. 그렇다면 끝내 어른이 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모자라고 부족한 나 자신을 깨닫는 건 너무 아프다. 



아, 설레이는 책 얘기를 써두고는 페이퍼가 또 이상하게 흘러갔네.

아무튼지 간에 오랜만에 아랫배가 찌릿찌릿해지는 책이었다. 덕분에 그와 내가 처음 만났던 시간들을 떠올리기도 했고. 사랑은 시작할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오래 부르짖어 왔지만, 어떤 사랑은 진행 과정에서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나저나 내가 사정상 오늘 점심을 굶어야 하는 일이 생겼는데, 인생 얼마나 산다고, 살아봤자 백 년일텐데, 한 끼 굶는다고 생각하니 서럽다. 흙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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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5-12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 대신 지구본을 품에 안겠어! .... 이 대목에서 그만.. 육성으로 빵 터졌네요 ..허허허허;;;;

다락방 2017-05-12 10:10   좋아요 1 | URL
저 멋지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7-05-12 10:31   좋아요 0 | URL
완전요! ^^

다락방 2017-05-12 10:35   좋아요 0 | URL
히힛 👍🏻

단발머리 2017-05-12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부분이요.


미친듯이 뛰고 싶다......달려, 런! 런! 치티치티뱅뱅....런! 미친듯이 달려서 내 안의 욕망을 부숴버렷!!!!!!!!!!!!!!!!!!!!!!!!!!!!!!!!!!!!!!!!!!!!!!!!!!!!!!!!!!!! 지친 채 잠들어버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님 멋쟁이!!!

다락방 2017-05-12 10:2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한 순간이라도 단발머리님을 웃게 해드렸다면, 제 삶의 소임을 다한 것입니다. 불끈!

레와 2017-05-12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때문인지 [엠 아이 블루]가 계속 떠올랐는데, 이 페이퍼를 보니 ㅎㅎㅎㅎㅎ

그러고보니 우리도 온라인으로 알게된 사이!! ♡

다락방 2017-05-12 11:42   좋아요 0 | URL
응 맞아요. 나도 엠 아이 블루 생각났어요. 이 책 좋으네요, 레와님. 사소하지만 중요한 메세지들을 자꾸자꾸 던져요.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요. 처음엔 좀 심심하다 생각했는데, 갈수록 재미있어져요. 후훗.

그러네. 우리도 온라인으로 알게된 사이네! ♡

clavis 2017-05-12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멋져요..♥♥

다락방 2017-05-15 08:43   좋아요 0 | URL
히죽히죽 ^__________________^

마를린 2019-12-27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보고 책 사려고 들어왔다가 웃고 갑니다. 아랫배의 찌릿함을 해소해줄 좋은분은 만나셨나요?

다락방 2019-12-27 16:0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요. 그런 사람이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에 대해서라면 진작에,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한 번쯤 글을 쓰고 싶었지만, 그러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할 지를 알 수 없었다. 무슨 얘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이 책에 다루어진 모든 얘기들 중에서 나를 가장 아프게 한 얘기이며 동시에 가장 아름다웠던 얘기를 하고싶은데, 그것은, 그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관계 라고 불러도 좋고 사랑 이라도 불러도 좋을 것이다. 어쩌면 닭살스럽게도 소울메이트, 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그런데 많이 아프다.



이 책의 저자 '호프 자런'은 과학자이다. 그녀는 식물에 대해 연구하고 싶지만, 돈이 되는 것이 전쟁무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연구를 하면서 연구기금을 따내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도 내내 언급한다. 호프 자런도, 나처럼, 그리고 우리 모두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식물의 성장을 연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돈은 늘 지식을 위한 과학이 아닌 전쟁을 위한 과학에 몰렸다. 나는 일주일에 40시간은 폭발물 프로젝트에 전념하고 또다른 40시간은 곁가지로 진행하는 식물학 실험에 바치겠다는 기만적인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으로 인해 우리는 모두 엄청나게 과로해야 했고, 모든 과학 프로젝트에 있기 마련인 후퇴와 작은 실패들에 대해 더욱 참을성이 없어지고 절박해졌다. (p.40)



그녀는 자신의 연구를 진행하면서 '빌'이라는 동료를 만나 함께하게 된다. '혼자'인 빌. 어릴 적부터 땅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서 놀던 빌. 지금도 구덩이와 담배만 있으면 다 괜찮다고 생각하는 빌.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괴상하다 생각되어지는 인물이겠지만, 호프 자런에게 빌은 너무나 좋은 친구이며 동료이다. 이정도의 말로는 설명될 수 없는, 호프 자런의 말대로, '이란성 쌍둥이'라 여겨질만한 존재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빌을 만나고 또 빌과 호프 자런의 대화를 보면서, 이 책이 진행됨에 따라 이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까 내내 궁금했다. 이렇게 연구를 같이 하는 시간이 긴데, 서로가 서로를 미친듯이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그런데 왜 이들은 따로 사는걸까. 왜 한 명은 집에서 살고 한 명은 차에서 지내는 걸까. 같이 지내면 안되는걸까. 나는 내내 아쉬워하며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런 일이 있었다. 호프 자런이 빌과 함께 있는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다 실수를 저질렀고, 그래서 실험기구들이 폭발한다. 다행스럽게 빌과 호프 자런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이 일로 호프 자런은 자책한다. 아, 내가 여기서 실수를 저질렀구나, 하면서 자신이 앞으로 계속 과학자를 할 수 있을지 절망속으로 떨어지며, 자신에게 있는 나쁜 습관이 여지없이 튀어나오고야 만다. 자신의 피부를 깨무는 습관.



나는 다리를 가슴까지 끌어올려 끌어안은 채 손등을 깨물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내 습관이었다. 실험실에서 장갑을 끼면 해결되는 문제였지만 그 순간 몸 전체를 엄습하는 초조감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오른손의 마디들을 이로 물어뜯다 보니 얇게 앉은 딱지들이 떨어지면서 입안에 피 맛이 감돌았다. 피부가 짖어지는 그 느낌이 다른 어떤 것보다 더 편히 마음을 안정시켜주기 시작했다. 나는 관절 사이에 상처가 난 곳에 이를 대고 문지르고, 뼈를 깨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절박하게 손등을 빨았다. 몇 달만 지나면 교수가 될 나였지만, 그 날 밤만은 나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빌은 담배를 한껏 빨아들였다. "우리 집에 자기 발을 깨무는 개가 한 마리 있었어." 그가 회상하듯 말했다.

"더러워 보인다는 거 나도 알아." 나는 수치심이 몰려드는 것을 느끼면서 말했다. 나는 손을 배에 대고 굽힌 몸으로 꾹 눌러 입에 손을 가져가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아냐, 그 녀석 정말 굉장한 개였어. 발을 깨물든지 말든지 우린 상관하지도 않았지." 그가 말을 계속했다. "그렇게 똑똑한 개는 무슨 일이든 하고 싶은 대로 두는 게 최고지." 나는 머리를 무릎에 대고 눈을 꼭 감았다. 빌이 담배를 피우는 동안 우리 둘은 그냥 조용히 앉아 있었다. (p.125-126)



이 책을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읽는 순간 정말이지 눈물이 핑 돌았다. '나쁘니까 하지마' 라는 누구나 하는 위로 대신에, '그렇게 똑똑한 개는 무슨 일이든 하고 싶은 대로 두는 게 최고지' 라고 말하다니. 아, 쓰면서도 또 눈물이 나려고 하네 ㅠㅠ 너무 좋지 않은가! 



그녀가 손을 물어 뜯기전, 실수와 실패를 알고 망연자실했을 때, 그때는 담배를 피우러 나가자고 했었다.



"이봐, 담배 좀 피우고 와도 될까?" 한참 후에 빌이 놀라울 정도로 차분한 태도로 그렇게 물었다. 그의 차분한 태도 때문에 모든 상황이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몸을 움찔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귀가 미칠 듯이 아팠다.

빌은 사방에 우박처럼 깔린 유리 조각 사이를 우적우적 걸어서 문 쪽으로 갔다. 문 앞에 선 그가 발을 멈추고 돌아봤다. "오는 거야?" 그가 물었다.

"난 담배 안 피워." 내가 비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빌은 복도 쪽으로 고개를 까딱해 보이며 말했다. "괜찮아, 내가 가르쳐줄게." (p.124)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빌은 호프에게 적절한 때에 적절한 말들을 건넨다. 그 말들은 고스란히 그녀에게 가 닿고, 그녀는 그로 인해 단단해지는 것 같다. 빌과 호프는 함께 있는 시간도 많다. 둘 다 연구하는 시간이 길고 그래서 같이 일하고 같이 성공하며 같이 실패한다. 나는 이렇게나 잘 맞는 이들이 결국은 서로와 함께 살기를, 일터에서도 그랬듯이 집에서도 함께 하기를 바랐다. 잘 맞는 상대와 반드시 함께 살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나 역시 싱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같이 살아야만 하는 게 아닐까, 세상 천지 어디에 이런 사람을 만난단 말인가, 했던 거다. 


이렇게 내 영혼까지 들여다보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흔한 게 아니다.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조금은 안맞는, 그러나 좋은 상대와 적응하며 살아가지 않던가.  어쩌다가 이렇게 맞는 상대를 만나게 된다면, 그건 그야말로 기적이 아닌가! 누구나 내 평생 함께 갈 사람을 찾아내지는 못하는데, 아, 호프는 빌을 만났어! 물론 이들이 결혼으로 묶이지 않아도 좋다. 이들이 서로에게 그들 자신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족되는 게 아닌가 싶어지는 거다. 



하루는 호프가 우울에 잠겨 빌에게 새벽에 전화한다. 자신의 우울함을 토로하는데 빌은 '네가 못자니 너의 개도 못자겠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들은 이미 서로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빌은 호프의 개에게도 신경을 쓰는 사람이야..



또다시 긴 침묵이 흘렀다. "아이참, 왜 병원이나 그런 델 안가보는 거야?" 그렇게 묻는 빌의 목소리에 거의 애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감정이 묻어 있었다. 

나는 그의 제안을 웃어넘겼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고, 그리고 뭐 하러?" 내가 대답했다. "기껏 스트레스 좀 덜 받게 하라고 할 게 뻔한데."

"의사가 프로잭(우울증 치료제-옮긴이)이라도 처방해주게 말이야."

"난…난 프로잭 같은 거 필요 없어." 내가 말했다.

빌은 바로 쏘아붙였다. "그럼 먹지 마. 네 실험실에 사는 집 없는 남자한테 주면 되잖아."

새로운 죄책감이 몰려왔다. 이것은 빌이 자기만의 방법으로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나한테 알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볼게." 내가 약속했다. 그리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삼키는 소리를 빌이 듣지 않도록 수화기를 손으로 막았다. 그리고 마침내 하고 싶었던 말을 일부만,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전화했을 때 받아줘서 고마워." (p.250-251)



나는 그동안 연인들과 24시간 이상을 함께 지내본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상대였고, 그래서 함께 있기를 선택한거였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내내 좋지는 않았더랬다. 어쩌면 나는 누군가와 오래 함께하기 보다는, 나 혼자 지내면서 가끔 시간을 같이 보내는 쪽을 선호하며, 그것이 잘 맞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을, 그동안의 반복되는 연애에서 해왔었다. 내게 연인이 있을 때조차 그들과 함께 여행을 가기를 선택하기 보다는, 조금은 거리감을 두는 내 성격을 알고 역시 그 거리감을 지켜주려는 다른 친구들과의 여행을 선택했다. 내게 연인이란 언제나 거리감을 없애기에 급급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나는 그들과 함께 오래 지내는 것이 결코 편하지 않았다. 때로는 오래 함께 있어본 뒤에 헤어지기도 했다. 아, 역시 나는 이게 안맞아. 그런데 호프는, 빌과 함께 있는 것이 점점 더 편해진다고 말한다.



몇 안되는 사람들과 함께 완전히 고립된 생활을 하면 그 사람들로 인해 금방 숨 막히는 기분이 들기가 쉽다. 그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그곳에 가기 전에 나는 누구와도 몇 주 내내 하루 24시간을 붙어서 살아본 적이 없다. 우리는 날이 갈수록 같이 있는 것이 어려워지기는커녕 더 쉬워졌다. (p.284)



호프의 성격 자체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걸 편하게 생각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호프도 누군가와 함께 지내는 것이 숨 막히는 기분이 든다고 얘기하지 않았나. 그러면서도 빌은 '다르다'고 말한다. 날이 갈수록 같이 있는 것이 '더 쉬워진'다니. 이런 사람이 살면서 대체 몇이나 내게 찾아올까? 나는 내게 그게 가능할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내가,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이, 점점 더 쉬워지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날이 갈수록 같이 있는 것이 더 쉬워지는 사람과, 왜 같이 살지 않는걸까???? 




그런데 호프 자런에게는 사랑이 찾아온다. 나는 내심 빌이 호프 자런의 사랑은 아닐까 기대하고 기다렸지만, 호프는 다른 사람, 클린트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주 단단한 사랑에.




우리가 서로 사랑한 것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지도 희생하지도 않았다. 너무도 쉬웠고, 내게 과분했기에 더 달콤했다. 되지 않을 일은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노력해도 되지 않고, 마찬가지로 어떤 일은 무슨 짓을 해도 잘못될 수가 없다. 나는 이 사실을 단박에 알아차린다. 그가 없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나도 안다. 내 일이 있고, 이루어야 할 목표가 있고, 돈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살고 싶지가 않다. 정말로 그렇게 살고 싶지가 않다. 우리는 계획을 세운다. 그는 자신의 강인함을 나와 나눌 것이고, 나는 내 상상력을 그와 나눌 것이다. 그리고 서로에게서 말도 안 되게 남아도는 것들을 요긴하게 쓸 용도를 찾을 것이다. (p.293-294)



나는 호프가 빠져버린 사랑이 아주 단단하다는 것을 안다. 진심으로 사랑에 푹 빠졌다는 것을 안다. 그가 없이도 살 수 없지만 그 없이 살고 싶지 않다는 그 절절한 마음이 뭔지 너무나 잘 안다. 잘 알아서 그런 사랑에 빠진 호프가 부러우며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을 살면서 사랑에 빠져보지 못할 수도 있는데, 호프, 당신에겐 어마어마한 사랑이 찾아왔네요. 축복해주어야 할 일이라는 걸 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코 헤어진 채로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사랑에 빠져본 적이 있던 내가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그 절절한 사랑의 마음 앞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빌을 생각한다. 



아, 빌.



이 책에서 빌이 호프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어쩌면 빌이 호프에게 느끼는 것은, 호프가 그런 것처럼 이란성 쌍생아의 느낌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내 짐작으로 빌의 마음이 아플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이며 오만일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너무 아프다. 호프는 마지막에 빌에게도 사랑이 찾아오기를 바라는데, 빌이 가정을 이루길 바라는데, 그런 호프를 볼 때는 좀 실망스러웠다. 자신 때문일지도 모르는 그 막연한 죄책감, 알 수 없는 미안함이야 짐작하고도 남지만, 그래도, 가정을 이루었으면 좋겠다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 


사람은 살면서 진실한 영혼의 쌍둥이를 만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확률이 크다. 또 살면서 늘 함께 하고 싶은 사랑을 만날 수도 있지만, 역시 그렇지 못할 확률이 크다. 그런데 호프는 영혼의 쌍생아라 표현하는 연구동료가 있고, 강인함과 상상력을 함께 나눌 사랑도 찾았다. 호프는 자신이 얼마만큼의 행운을 거머쥐었는지 알고 있을까? 게다가 클린트는 빌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빌 역시 초반에, 갑작스레 호프의 결혼소식을 듣고는 당황해 했지만, 금세 연구동료로서 호프의 옆에 있는 것이 익숙해진다. 아주 오래 함께 해오면서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달라졌지만, 그들은 여전히 함께이며, 그리고 여전히 좋은 친구이다. 나는 빌이 호프를 위로할 때, 그리고 호프가 빌을 위로할 때, 서로가 서로의 옆에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알려주는 장면들을 맞닥뜨릴 때마다 울고싶어졌다. 너무 고마워서, 그런데 동시에 너무 아프기도 해서. 너무 좋은데 너무 슬프다. 어떤 이에게는 '너만 있으면 돼'가 가능한데, 왜 어떤 이에게는 '너 말고도 다른 사람이 필요해'가 되는걸까.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성격과 성향을 갖고 있고 또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사랑에 빠지지만, 똑같은 이유로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나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빌은 구부정한 자세로 서 있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빌에게 그가 혼자가 아니라고, 그리고 절대 앞으로도 혼자가 아닐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 세상에는 그의 친구가 있다고, 그 친구들은 절대 빛이 바래거나 녹아 없어지지 않을, 피보다 더 진한 무엇인가로 그와 튼튼하게 묶여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빌이 알게 해주고 싶었다. 내가 숨을 쉬는 한 그가 배고프거나 춥거나 엄마 없는 아이처럼 살지는 않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두 손이 다 있지 않아도, 주거지가 불명확해도, 폐가 깨끗하지 않아도, 사회적 예절이 부족해도, 사람들이 좋아하고 없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명랑한 성격이 아니더라도 상관 없다고.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된다 하더라도 내 첫 임무는 세상에 구덩이 하나를 팍 ㅗ빌이 들어가서 괴팍한 자기 모습 그대로 안전하게 살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될 것이다. (p.351)






나는 양쪽 팔로 나를 스스로 끌어안고 모로 누워 엉엉 울고 싶어졌다. 한참을, 아주 한참을 울고 나면 이 아픔이 덜어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한참을, 빌을 생각하고 싶다. 빌은 어쩌면 지금 그대로 자신의 위치를 좋아하며 만족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하릴없이 내가 슬퍼하고 있다. 내가 아파하고 있다. 영혼의 쌍생아라는 위치를 오히려 마음에 들어할지도 모르는데, 나는 그 역할이 좋은지 싫은지도 알지 못하면서 하염없이 슬픔 속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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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17-05-10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 책을 읽으셨군요..다락방님

다락방 2017-05-10 11:46   좋아요 0 | URL
네, 테레사님이 좋아하신 이 책을 읽었습니다. 저도 좋았어요. 가슴이 너무 아팠지만요.

레와 2017-05-10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닥토닥토닥토닥,
다락방을 달래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다락방 2017-05-10 16:52   좋아요 0 | URL
으응. 괜찮아. 이러다 금세 괜찮아져. 자고 일어나면 돼. 걱정마요!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
이다혜 지음 / 현암사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린디 웨스트'는 자신의 책,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에서 '어떤 면에서 보면 페미니즘은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 우리를 미워한다는 사실을 천천히 깨달아가는 기나긴 과정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다' 라고 말한 바 있다. 나 역시 이문장에 동의하는 바,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나를 '사랑'했던 건 아니라는 사실을,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깨달았다. 그것을 미워한다고 표현하진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혹독하게 깨달았달까.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생각하고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라면 최대한 수용범위를 넓혀 상대를 받아들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나 스스로 타인을 사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생각하고, 그래서 여태 많은 사람들-특히 '남자'란 성별을 가진 사람들'-을, '어?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사랑해왔다. 그러나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내게는 '건드려서는 안될' 부분, '허락할 수 없는' 부분이 생겨버렸고, 그걸 건드린 사람에 대해서라면 아쉽게도 등을 돌리고 말았다. 내가 그토록 사랑한 사람인데, 하고 수시로 상대를 그리워하지만, 그러나 '그는 내게 그렇게 말해서는 안되는 거였어' 하며, 상황을 떠올리고 다시 고개를 젓는다. 그러니 린디 웨스트의 말처럼, 페미니즘은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이 우리를 미워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일 것이다.



이 과정을 이다혜 기자 역시 거쳤던 것 같고, 지금도 그러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다혜 기자와 내가 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든 것을 깨닫고, 또 우리의 연배가 비슷하며, 우리가 페미니즘을 받아들이고 그동안의 자신의 말과 행동을 뼈저리게 반성한다는 것 역시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페미니짐은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나를 미워한다는 걸 깨닫는 과정임과 동시에, 내가 얼마나 과거에 무지했는지, 또 지금도 여전히 어느 면에서 부족한지를 자꾸 들여다보려 노력하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내가 얼마나 잘못된 말과 행동들을 했었는지 돌아보며 가슴 아파하는 그 과정을, 이다혜 기자 역시 겪어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는 것이다.


페미니즘을 알고난 뒤에는 알기 전과 같을 수가 없다. 그리고 우리는 결코 몰랐던 때로 되돌아갈 수가 없다. 내가 보는 세상, 즉 내가 보는 영화나 드라마 혹은 개그 프로그램,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책까지, 내 모든 시선은 그전과 같을 수가 없다. 이다혜 기자 역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니만큼, 어떤 책에서 무엇이 불편했는지, 자신이 그동안 사랑해온 책들이 어떤 시선을 가졌는지, 그리고 지금 자신이 읽는 책들이 어떤지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읽기를 함께 하고 싶으며 또 깊이 응원하게 된다. 나는 여기에 대해서, 내가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 좋다고 생각했던 책들을 지금 '다시' 읽게 되면, 그렇다면 어떤 다른 감상을 갖게 될까. 하나의 책이 읽을 때마다 다른 감상을 준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페미니즘을 알기 전과 후에 그 감상은 결을 달리하지 않나. 나는 그래서 예전에 읽었던 좋았던 책을 다시 만났을 때 크게 실망하거나 화가 나진 않을까 걱정되어 다시 펼쳐보지 말자, 고 생각하게 되는 책들이 있다(존 쿳시의 추락을 읽으면 나는 이제 어떤걸 느끼게 될까?). 물론, 그 다른 감상이 기대되어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고(어슐리 르귄의 책이 그렇다).


이다혜 기자의 이 책을 읽어보니 나와 비슷한 후회, 나와 비슷한 깨달음, 나와 비슷한 슬픔을 겪어왔는데, 그렇다면 아마도 나와 비슷한 걱정을 가지고 있진 않을까. 계기는 모두 달랐지만 나와 비슷한 시기에 페미니스트를 선언하며 페미니즘 속으로 들어간 많은 사람들이 이다혜 기자의 이 책을 읽으면 모두들 저마다의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을 할 것이다. 우리가 그간 생각하고 느낀 것을 정리해준 책이라 보면 이 책에 대한 적합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는 참으로 딱 맞는 제목이라 하겠다. 그러나,



내용과 별개로 책 한 권을 두고 적잖이 실망하기도 했다. 일단 사이즈가 너무 작다. 내가 생각한 노멀한 책의 사이즈보다 작고, 책을 넘겨보면 행간도 넓고 글자도 크다. 그래서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글자가 적다. 빠른 시간 내에 후딱 읽힌다. 후딱 읽히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아니, 이 정도 분량으로 내다니 좀 너무하잖아?? 하는 기분이 되어버리는 거다. 이정도 분량으로 내기 보다는, 이 정도 분량에 곱하기 3은 해서 책 한권으로 만들어 내야 하는 거 아니냐!!! 하는, 그런 기분. 그 점이 실망스러워서 별은 3.5로 주고 싶은데, 아아, 알라딘에는 별점 반 개가 표시 되지 않으므로, 후하게 넷을 주기로 한다.


사이즈를 비교하고 있는 책은 마침 내 책상 위에 놓여있던 '로런 그로프'의 《운명과 분노》 이다.







마지막으로, '가스라이팅'의 유래를 알게 된 건 이 책을 읽고난 후의 가장 큰 수확이다.




조지 큐커 감독이 연출한 <가스등>(1944)의 주인공 폴라(잉그리드 버그먼)는 유명한 성악가의 조카로, 그로부터 큰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녀다. 그레고리(샤를 부아예)는 폴라의 유산을 노리고 접근한 뒤 집에 숨겨진 보석을 찾아내려고 한다. 그레고리가 다락방을 뒤지기 위해 불을 켜면 그 때문에 폴라의 방에 있는 가스등 불빛이 흐릿해진다. 폴라가 그레고리에게 이유 없이 흐릿해지는 가스등에 대해 말을 꺼내면, 그레고리는 그녀가 미쳤기 때문에 환각을 본다고 말한다. 남편에게서 히스테리와 신경쇠약을 지속적으로 지적받은 폴라는 실제로도 무기력증에 빠진다.

로빈 스턴은 『가스등 이펙트』라는 책에서 이런 심리를 분석한 적 있는데, '가스라이팅' 혹은 '가스등 이펙트'는 상대를 심리적으로 조종하는 가해자와의 관계를 다룬다. 가까운 사람에게서 인정받고자 하는 소방이 잘못된 상대를 만나 빚는 비극으로, 일과 관련해서는 지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조차 자신을 하찮게 취급하는 배우자나 애인, 직장 상사나 부모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영화 <가스등>에 비유해 설명한다. 나의 의견을 기분으로 받아들이는 상대와 대화하기란 쉽지 않다. 큰 그림을 보지 그래? 생리 중이야? 왜 그렇게 예민해? 남들은 괜찮다는데. 대화를 꺼냈다가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대화를 접어본 적 있다면, 가스라이팅이라는 것의 두려움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래서 일차적이고 궁극적인 해결책은 그런 상대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이성적인 비판을 가장한, 반복적이고 집요한 공격을 하는 사람을 가까이 두지 않도록 조심하라. 만난 뒤 집에 돌아오면서 자기 자신을 반성하고 비판하는 시간을 길게 갖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 기분이 어디서 비롯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 당신의 판단을 오랫동안 불신하지 않았는지. 상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당신이 끌려 다녀온 건 아닌지.

가스라이팅의 가장 대단한 부분이라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게 만든다는 것이다. 보통 상황 조작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분명히 어두워지는 가스등을 정신적인 불안정 때문이라고 몰아가는 식이다. (p.256-258)



덧붙이자면, '분명히 어두워지는 가스등을 정신적인 불안정 때문이라고 몰아가는 식'이라는 문장을 읽노라니,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영원히 사랑해》가 생각난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같은, 세상 달콤한 책을 쓴 작가가, 글쎄, 《영원히 사랑해》같은 책도 썼다니깐?


또 덧붙이자면, 내 기분이 나쁘거나 내가 화가 나 있을 때 상대로부터 '생리중이야?' 라는 말을 듣는 것만큼 빡치는 게 없다. 내 기분을 '생리중이기 때문'이라고 탓해버리면, 내 화는 불필요하며 부조리하며 무의미한 것이 되는 게 아닌가. 나는 화가 나야할 상황이라서, 기분이 나쁜 상황에 맞닥뜨려서 기분이 나쁜 거다. 내가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내가 지금 생리중이라 예민해졌나' 돌아볼 순 있지만, 자기에게 화냈다고 섣부르게 '생리중이야?' 라고 묻는 건, 무조건 참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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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7-05-22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받아보고 가격에 깜놀. 가성비랄까.. 너무한듯.

다락방 2017-05-22 11:04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좀 너무하단 생각이 들었었어요. --;;
 

모기에게 여기저기 엄청 뜯겼다. 동행은 하나도 안 물렸는데 나만... ㅜㅜ

까페에 들어와 J 생각나는 마가리타를 시켜두고 조카에게 엽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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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05-06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트남 여행중이시군요^^
오늘 이곳엔 하루종일 미세먼지가 심했어요.
아 여행가고 싶어라~~~~

2017-05-06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버벌 2017-05-09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너무 늦게 축하드리러왔어요. 베트남 부럽긔...
 

호치민!

식당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곳이지만 분보후에를 알아챈 나는! 당당히 들어가서 분보후에를 먹고!

길에 주저앉아 이름 모를 음식도 먹고!!

까페에 들어와 연유 커피도 마셨는데!!

천둥 번개를 동반한 굵은 비가 내려서 베트남표 우산을 사고!!(어제 알라딘에서 받은 로맹가리 우산 가져올 걸...)


까페에 갇혀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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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vis 2017-05-05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 락방님♥♥
멋진여행♡♡되셔요

비연 2017-05-05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쩐지 소식이 없다 했더니 호치민이시군요!
멋진 여행기 기대합니다~^^

달걀부인 2017-05-06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벽 사진이 넘 마음에 들어요. ^^

transient-guest 2017-05-06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군요. 여행은 역시 진리에요..ㅎ 근데 저 위에 분보후에를 언뜻 ‘분뇨후에‘로 보고 잠깐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건지 의아해하고 있었답니다.ㅎㅎ

레와 2017-05-06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시간 여행기 반가워요!!

버벌 2017-05-09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