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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나에게 -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희망편지
매트 슬라이.재이 패트리키오스 엮음, 김인숙 옮김 / 스타북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는 발상이 은근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편지들로 가득찬 책인 줄 몰랐다. 단순히 제목만 보고, 어떤 한 사람이 끊임없이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들로 생각했다. 하나의 일기장처럼. 지난 일기장을 들추는 기분과는 또다른 느낌을 갖게할까? 그리고 내가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면 어떤 내용들로 채워질까? 이런 상상을 하면서 책을 들었다. 그리고는 책이 내게 포근하게 안겨버렸다. 푹신함 느낌이 손으로 전해지면서......
이 책의 편지들은 여러 사람들이 쓴 편지를 엮은 것이다.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쓰면, 받기로 한 날짜에 다시 저장된 메일로 편지를 보내주는 사이트! 그것이 바로 FutureMe.org! 그곳에 쓰여진 편지들 중, 공개된 편지들을 여러 개 묶어놓은 책이 '미래의 나에게(Dear Future me)'란 책이다.
많은 사람들의 편지들은 총 6개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그 중에서 '실패와 이별하기, 사랑 더하기'가 가장 눈에 쏙쏙 들어오는 이야기들이었다. 정말로 단순하면서 적나라하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써내려간 이야기여서 그럴까? 대부분의 편지들은 나의 고민들, 사소한 일상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5월과 어울리는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편지들로 있다.'가족의 힘'의 첫번째 편지를 아무 생각없이 읽다가, '한국'에서 할아버지가 오실 날만을 기다렸다는 이야기에 지난 밤 동공이 활짝 열리며, 나 역시 할아버지를 추억해보았다.
이 책의 진짜 매력은 다른 이의 편지들을 통해 끊임없이 나와의 이야기에 귀기울게 된다는 점이다. 아주 가볍게, 그리고 스스럼없이 저절로 묻고 또 물어본다. 존재론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할 수 없는 내 머리 속에서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누구인가?'로 시작하여 나 역시 또다른 타자인가? 그리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는 나일까? 아니면 또 다른 나들의 집합일까? 또 질문하고 또 질문하게 된다.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들 속에는 지금의 나와 미래의 너로 분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과거의 연속으로 오늘의 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미래의 나는 오늘의 나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뒤돌아보면서, 생각은 여러 갈래로 흩어졌다. 물론 아직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하나, 끊임없이 과거의 나를 뒤돌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나는 내게 또 무슨 이야기를 할까? 그렇게 상상하고 또 상상하며 책을 읽었다. 책을 읽었는지 아니면 끊임없는 나와의 시간을 보낸 것인지 아리송하기도 하다.
소소한 일상들, 가슴 쓰라린 이별 이야기, 사랑의 설레임, 여러 사람들의 생각들 속에서 기발함이 묻어나오기도 하면서 계속 책을 읽게 된다. 시간에 쫓길 필요도 없이 그렇게 다른 이들의 편지를 통해 웃고 울다보니, 그 속에서 여럿 나를 발견하였다. 하지만 책을 통해 늘 반성하는 나를 만나고, 그리고 책을 통해 다른 이들의 삶을 통해 또한 용기와 희망을 찾는다.
"....... 인터넷으로 시간을 허비하며 걱정을 잊으려 하지. 지금 보니, 컴퓨터가 꼭 tv같아. 아무 뜻없이 무심하게 화면만 깜빡거리는 게. 기운 내. 큰 꿈을 위해...... (167)"
무료한 시간을 tv로 달래던 시절을 지났다. 그런데 그 자리를 인터넷이 비집고 들어와 있다. 그런데 나와 같은 이가 여기 또 있네...... 컴퓨터를 당분간 조금을 멀리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