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화 순례
최준식 지음 / 소나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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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화 순례? 왠지 생소했다. 현대서울과 전통의 서울은 나에게 따로 국밥처럼 여겨졌다. '곁에 두고도 몰라본 세계적인 문화유산 서울'이라 소개하는 이 책은 너무도 많이 몰랐다는 전통 문화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었다. '서울'이란 것 자체가 낯설다. 아주 어린 적 구경갔던 63빌딩에 대한 기억을 제외하면 아무런 추억거리가 없다. 그리고 지금도 일년에 한두번 정도 그것도 볼일있어 휑하니 갔다가 바로 돌아오기 일쑤니, 서울을 제대로 느껴본 적도 없다. 또한 매냥 지하철만 타고 다니니, 지상의 서울은 전혀 알지 못한다 해도 뭐~

그래서인지 책으로나마 서울의 전통을 느껴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낯설기만 한 서울 그 속, 우리 전통문화를 만날 수가 있었다. 풍수지리에 입각한 서울의 전체적인 모습을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남산, 경복궁, 북촌, 창덕궁, 국사당, 종묘, 성균관, 조계사, 인사동 마지막 홍대앞으로 차례로  돌아볼 수가 있었다.

 

애국가의 '남산 위의 저 소나무'는 내겐 단순히 추상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남산 위에 소나무 군락(?)이 있다! 그 남산 소나무가 한반도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하다(41)는 그것이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고 이리 비틀리고 저리 비틀리며, 남산 위에 저 소나무가 실재한다는 것이 충격에 가까웠다. 그리고는 곧바로 일제의 폐해를 고스란히 만날 수 있어, 못 볼 걸 본 것마냥 짜증이 밀려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일제의 폐해뿐일까? 우리의 무분별한 개발과정 속, 생각없이 마구잡이 복원의 상처가 어쩌면 더 클지도 모르겠다.

 

 "...... 현대의 한국인들은 미의식이 하도 떨어져 무엇이 아름다운지 잘 모른다. 그래서 자신이 사는 곳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에 그다지 능하지 못하다."(289)

 

'경복궁'을 소개하면서 우리 문화에 깃든 정신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중국과 비교하면서도 그 속에 우리만의 정신을 건축물에 투영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을 더욱 멋지게 보기 위한 자리, 각도 같은 것을 소개가 인상적이었다. 그것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옛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전에 어느 한옥집을 찾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문틀을 통해 산안개가 자욱한 앞산을 내려보는 풍경에 마냥 신선노름하듯 진귀하게 느껴졌는데, 이 책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허공에 떠있는 것이 아닌, 자연을 우리들 삶 안으로 깊이 안으려했던 옛 조상들의 풍치가 절로 느껴졌다.

비대칭의 미학(비균제적asymmetrical) 속 자유분방한 기질의 모습, 한국적인 골목길의 모습을 '북촌, 창덕궁'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종묘'의 그 웅장함의 이유를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조계사'를 통해 뉴스 속 중들의 폭력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알 수 있었다. 스님의 생활 그 속에도 역시 일본의 잔재가 뿌리깊이 있다는 것, 그리고 식민시대의 청산을 우리가 얼마나 극악무도하게 대충했는지 그리고 그로인한 반목이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책을 통해 내가 만난 것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국사당'이었다. 무교, 무속인에 대한 편견, 종교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깊은지 새삼 느끼면서도 나의 이중성을 실감하기도 하였다. 왜 한국적인 것을 대표하는 것에 이들의 사진이 빠지지 않는지 의아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 질문의 해답이 책 속이 고스란히 있다.

어린 적 향교에서 제사란 것을 드린 적이 있었다. 난 구경꾼도 아닌 방관자였다. 지루하기 그지 없는 것을 왜하는지도 모른채, 그냥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제사라는 것의 의미를 '성균관'을 소개하는 것을 통해 명확하게 알 수 있기도 하였다. 유교에서의 교육이란 것인 단순한 경전암기에 그치는 것은 너무도 왜곡된 것이었다. 내가 역사서를 좋아하는 것과 같이 옛선배(?)를 통해 오늘의 지혜를 갈구했던 그들의 정신이 어쩌면 내 속에도 자리하고 있을지......

 

<서울문화순례> 말 그대로 책을 통해 전통의 서울을 이곳저곳 누볐다. 많은 것을 배우고 알고 느꼈다. 그러면서도 또한 어려운 숙제를 하나 남겨주었다. 조금씩 서울의 이곳저곳을 둘러볼 요량으로 몇차례 시도를 해보았지만, 아직 미적미적인 상태였다. 책을 읽으면 으레 느끼게되고, 다짐하는 것! 또 해본다. 내 빠른 시일내 경복궁이랑 창덕궁 정도는 가봐야겠다. 그리고 좀더 올바르게 우리 문화, 전통의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너무 게을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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