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쿨하지못해 미안했던 적이 있다. 헤어진지 1년이 지났는데도 마음이 그대로여서 이따금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새벽에 전화가 오면 받지도 못하곤 '너였지?'라고 이별한 연인에게 문자를 보낸다던가, 노래방에서 슬픈 노래를 부르며 이별의 아픔에 질질 짜기도 했던 것은 약과다. 내가 깊이 짝사랑하던 이와 연애를 하고싶다 고백하는 친한친구에겐 쿨한척 하며 그러라고 해놓고서는 사랑과 우정에 관한 온갖 시를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전체공개'로 써두고는 일촌을 끊고 전화번호를 지워버리기도 했다.  

그 외 더 찌질한 기억들은 쪽팔리니까 자체 기억상실증이 발동하여 지워진듯 하지만 그렇게 찌질했던 나도 헉 소리 날 정도로 [미쓰 홍당무]의 양미숙은 찌질한심 그 자체다. 보면서 내가 얼굴이 다 빨개질 정도로 진상이다. 아무리 봐도 별 의미 없는 남자들의 행동을 죽 읊고는 "그래도 우린 오해를 하면 안된다, 남자들은 '그냥'하는거다." 라고 뭔가 대단한 사실을 깨우쳤다는 양 진지하게 말하는 양미숙의 얼굴을 보면 한숨도 나오고 웃음도 나오고 얼핏 눈물도 난다. 왜 눈물이? 나 역시 내게 남자친구 있냐고 묻는 남자들이 나한테 관심있어서 묻는 것이라 확신하기에 남일 같지 않더라.   

좋아하는 여배우가 몇 있다. 그 중 하나가 공효진이고 그녀의 호감형 인상을 참 좋아했는데 [미쓰 홍당무]에서 비호감의 매력을 발견하곤 그 의외성에 놀라고 재미있고 신기했다. 어떻게 주체가 안되는 곱슬머리에 안면홍조증이라 좋아하는 사람이 말만 걸어도 귀까지 빨개져버리는 촌스러운 여자 양미숙. 외모도 마음도 비호감이긴 한데 짝사랑하는 서선생이 보낸 특수문자 하나에 혼자 오해하고 모텔 엘레베이터에 쭈그리고 앉아서 엉엉 울고있는 모습을 보면 미워할 수가 없다. 얼굴이 남들보다 심하게 빨개지는 것처럼 그녀의 마음의 막도 남들보다 과하게 얇을 뿐이었던건 아닐까.  

찌질하지 않기 위해서 그 동안 어찌나 많은 노력을 해왔던가. 쿨한 척만 하고 속으론 여전히 찌질해서 결국엔 그걸 드러내곤 더 찐따같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쿨한 여자가 되었다면 그 노력이 가상키나 하겠지. 난 모태찌질이다. 단지 지금은 찌질한 정도가 되기 전에 애초에 끊어버리자며 포기가 빨라졌고, 가끔 하는 부끄러운 행동들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 '제발 쿨해지자'라고 술만 마시면 외쳐대던 날들은 갔다. 지금은 '쿨하지 않은게 어때서! 쿨한 사람이 어딨냐?' 라며 오히려 당당해한다.   

그래서인지 배우가 가장 멍청해보이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고등학교 축제에서 밀가루와 오만 잡쓰레기들을 맞아가며 공연한 양미숙과 서종희가 공연을 끝내고 깔깔거리며 교문을 나서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보일 수 없었다. 찌질함과 쿨함은 한끝차이인데 난 대체 뭘 위해 노력했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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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9-1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쉽게 얼굴이 붉어지는 타입이라서요, 그 사실만으로도 당황스러울때가 많아요.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 앞에서 붉어져서 좋아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구요. 이건 잘 치료가 안되더라구요. 전 제가 이렇다는 사실이 몹시 싫어서 이 영화를 끝까지 안 볼 생각이에요. 제 친구중에도 저랑 비슷한 타입의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랑 이 영화 얘기하면서, 우리는 절대 보지말자, 보면 감정이입 오만프로 되서 질질 짤거다, 이랬었어요. 이 영화는 얘기만 들어도 가슴이 너무 아파요. 어휴. 안봐 안봐 안볼거에요.

전 인간이 기본적으로 쿨해질 수 없는 동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쿨하다는 말을 멋지게 써먹는거겠죠. 쿨한 인간은 없어요. 다만 쿨한척 하는 인간이 있을뿐이지.

Forgettable. 2011-09-15 11:56   좋아요 0 | URL
이거 보고 은근히 울었다는 사람 많더라구요. 근데 전 의외로 괜찮았어요. ㅋㅋ 결말도 귀엽고 괜찮았어요. 그러니 봐도 나쁘지 않을거에요. 추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빨개져도 문제지만 안좋아하는데 빨개져도 문제겠네요. 아 짜증나..
근데 락방님 내 앞에선 안빨개지는거 보면 나 안좋아하나봐.. 좋아하는줄 알았는데.. 안좋아한다고하는거 뻥인줄 알았는데......

근데 쿨한 인간들이 있더라구요. [악의 교전]보니까 ㅋㅋ 인간의 범주에 넣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튼 이 리뷰도 곧 써야지.

다락방 2011-09-15 14:33   좋아요 0 | URL
하아-
나는 안좋아한다고 말하는데 왜 내 말을 듣지를 않아요, 뽀? 나는 뽀를 안좋아합니다. 네? 알아들었어요?

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1-09-16 09:37   좋아요 0 | URL
안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빨개지는 얼굴이니,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안빨개지기도 하나보죠?

라로 2011-09-1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이 글을 참 맛깔나게 쓰신다는거 알지만 이 글은 또 뭐래요!!!^^
정말 좋은걸요!! 찌질한 인간이라 그런가, 제가 말이에요!!!
저에게 바치는 오마주로 혼자 착각하는 찌질한 중년 여성 다녀갑니다.ㅎㅎㅎㅎㅎㅎㅎ

Forgettable. 2011-09-15 11:59   좋아요 0 | URL
앗 감사합니다. ㅎㅎㅎㅎㅎㅎ 요즘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대폭 상실해서 억지로라도 낑낑거리며 쓰고 있는 중이에요 ㅋㅋ 쓰다보면 감을 찾겠지 싶어서 ^^
영화는 더 재미있어요. 웃음이 픽픽 나오다가 배우가 안쓰러웠다가 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그런 느낌을 잘 표현을 못하겠으니 영화 보세용 ㅋㅋ
찌질한 우리에게 격려와 박수를 보냅니다 ^^

비로그인 2011-09-15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이네요, Forgrttable님 :)

양미숙... 비호감인데 미워할 수가 없어요. 내가 뭐! 앙탈을 부려도 눈 부라리며 채팅을 해도 그저 귀여워 보이던 걸요. 사진 찍는 장면은 쉽게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왠지 예전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쿨하지 못한 나를 애써 괜찮다고 위로해줄 사람 어디 없나 주위를 살펴봐도, 딱히 위로 받을 구석을 찾지 못한 심정도 공감이 가고. [달의 제단]의 주인공도 찌질남이라면 찌질남인데... 그 책 생각도 나네요 ㅎㅎ

미지근한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되도록 따뜻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현실은 찌질하지만 ㅠㅠ)

Forgettable. 2011-09-15 14: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말없는수다쟁이님^^

전.. 피부과 의사에게 웃겨죽으려고 하면서 '커진다커진다커진다..'를 얘기하는 장면이 너무 부끄럽고 막 죽을것 같아요 제가 더ㅋㅋㅋㅋ 하지만 미워할 수 없더라구요. 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가 얼굴이 더 빨개져 ㅠㅠ

전 차갑게 보이는 여성이 너무너무 매력적으로 보여요. 그 속에 뜨거운 불을 감추고 있는 사람요. 아마 제가 그러질 못하니까 동경하는 거겠죠..

무스탕 2011-09-15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화 포스터중에 공효진 얼굴이 이~~따만하게 나온거 있잖아요. 머리는 잔뜩 산발을 하고.
그거 보면서 아, 공효진이 제대로 망가졌구나.. 했었는데 결국 영화는 안봤어요. (못봤던가..? --a)
찌질하면 어때요? 적당한 찌질은 인간미를 옴팡 높여줘서 차라리 귀여울때도 있지요 ^^

Forgettable. 2011-09-15 14:03   좋아요 0 | URL
공효진이 이거 찍으면서 이거 하면 예쁜여배우로 남기는 글렀구나, 했었대요. ㅎㅎㅎ
하지만 '배우'인생에 한 점 찍었다고 생각했어요. 예쁘게 나오진 않아도 멋있었거든요.
적당히 찌질하고 어느정도 컨트롤이 되면 괜찮지만 ㅋㅋㅋㅋㅋㅋ 양미숙은 ㅋㅋㅋㅋ 아... 모르겠어요. 귀엽긴 한데... 찌질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

poptrash 2011-09-15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드 [루이]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다. 쪽팔려서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은, 밤중에 이불을 차게 만드는 그런 기억들이. 돌이켜 보면 내 인생의 40%은 그런 순간들이었다." 뽀님 때문에 저도 이 대낮에 손발 오그라드는 온갖 기억들의 역습을... ㅜ_ㅜ

Forgettable. 2011-09-15 14:07   좋아요 0 | URL
아.. 저도 아까 이 글을 쓰기 전에 한참 제 찌질함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샤워를 하지 않고서는 못배길 정도가 되어 얼른 씻었어요. 막 구질구질함이 온 몸에서 기어나오는 것만 같은 기분 아시나요?
팝님은 어쩐지 쿨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 똑같구나 ^^

Arch 2011-09-15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허지웅 책 봤는데 거기서도 미쓰 홍당무 얘기 나와요.
이 영화는 처음엔 그저 그랬는데 (박찬욱에, 대단한 신인 감독 입김이 셌죠) 곱씹어볼수록 좋더라구요.
나는 영화 보면서 낄낄대면서 웃었어요. 의사랑 면담할 때랑 채팅할 때. 이건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러면서.

양미숙의 뜨거움이 부끄럽고 멋쩍지만 거기서 나를 보니까 사랑스럽... 아니, 나도 얼굴이 빨개졌어요.

Forgettable. 2011-09-15 14:25   좋아요 0 | URL
전 박찬욱감독 각본이랬나 그래서 볼 생각도 안하고 있었거든요. 코믹을 가장한 잔혹? 외설? 뭐 이런 것들이 잔뜩 들어있을 줄 알구요. ㅎㅎㅎㅎㅎ
근데 첨부터 너무 빵빵터져서 ㅋㅋ 피부과의사랑 면담할때는 진짜 미치겠더라구요.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던게 아치님 말대로 그 안에 내가 있으니까.
아치는 책도 많이 읽네요~

pb 2011-09-15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모태 찌질이었는데
인생이 막장생활이 되면서부터 언젠가 찌질함이 사라져버렸어요..;
예전엔 속으로 끙끙 앓으며 뱉지 못한 말들이 이젠 진짜! 저는 속으로 말한 줄 알았는데 어느새 입 밖에 나와있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구남친들과 술마시는건 그냥 일상-_-

그나저나 저도 미쓰 홍당무 너무너무 좋아해요. 개봉날 영화관에서 이거 보다 뒤집어졌는데 감독 차기작이 진짜 궁금할 정도로. 이세상에 둘도 없는 캐릭터 양미숙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1-09-16 09:40   좋아요 0 | URL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캐릭터이지만 또 보면 어딘가에서나 볼 법한 캐릭터이기도 해요.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 역시 찌질함과 쿨함은 한끝차이라고, 자기가 찌질하단걸 인정하고 당당해지기 시작하면 ㅋㅋㅋ 찌질한것도 쿨해지는거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ㅋ 몰라요 ㅋ

나도 구남친이랑 술먹고 싶다................ <-은근한 흑심 발동

mira 2011-09-15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영화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때론 양미숙이 부럽더라구요 너무나 현실적이고 눈치가 빨라 피곤한 삶이라고 느낄때도 있는데 양미숙처럼 찌질하게 사는것도 나름 괜찮겠다는 생각이 ㅎㅎ

Forgettable. 2011-09-16 09:4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mira-da님 ^^
찌질한것도 이정도가 되면 부러울 정도이긴 하죠. ㅋㅋㅋ 이 영화 보신 분이 꽤 많네요. 이렇게 많이 댓글이 달릴 거라곤 상상도 못했;;

전 [고도를 기다리며]공연하는 장면이 너무 좋았어요.

turnleft 2011-09-16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최고의 장면은 "아빠 미워!" ㅋㅋㅋ

Forgettable. 2011-09-16 09:4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거기서 완전 빵 터졌지요. ㅋㅋ 아 댓글 달다보니 명장면들이 수도 없이 생각나요!

무해한모리군 2011-09-16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실생활에서 양미숙 찜쪄먹게 찌질한 행동을 많이 해봐서 이 영화를 보면서 어찌나 동감이 되던지요.
나는 정이 많고 마음이 따뜻해서 찌질한거라고 스스로 위로를 해봐요~
뽀님의 찌질한 모습은 상상도 안가는군요.

Forgettable. 2011-09-16 09:45   좋아요 0 | URL
전 휘모리님의 찌질한 모습이 상상도 안가는데.. 휘모리님이라면 아무리 찌질한 행동을 해도 멋있어보일것 같아>.<

그나저나 축하합니다. ㅎㅎ 축하할 일 맞죠? 전 기분이 이상해요;

Mephistopheles 2011-09-23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만 그런가요. 남자도 연애하다 헤어졌을 때 충분히 찌질해져요.^^ 그리고 전 저 쿨하다란 표현이 참 별로에요. 온혈동물 인간이 변온동물 파충류가 아닌 이상 어떠케 쿨할 수가 있다고...ㅋㅋㅋ 그리고 저 영화 찍고 나서 평소 공효진씨와 친분있는 감독이 이랬데요. "넌 이미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영화를 찍었기에 이제 영화 그만찍고 죽을 일만 남았다." 라고.. 그만큼 이 영화에서 공효진씨는 최고였어요. 물론 재 개인적인 사심이 가득한 평가이긴하지만 객관적이더라도 이는 충분히 공감하리라 보고 싶어요.

Forgettable. 2011-09-23 10:53   좋아요 0 | URL
전 영화 보면서 '이거슨 분명 공효진의 진짜 모습인게 분명해..'라고 거듭거듭 생각했죠.
연기가 아니잖아요? 이미??!!!

쿨해질 수 없는 찌질함을 인정하고 당당해질 때 우린 진정 멋있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ㅋㅋ 그래도 우리가 온혈동물이기 때문에 진정 차가워질 순 없겠지만요?! ㅎㅎㅎ 그렇다고 제가 멋있다는 건 아니고 ( '') 맞나? ㅋㅋㅋㅋ
 

일제 강점기든 뭐든 중요한 것은 시절이 아니었다. 나만 멋있으면 되고, 숨 한 번 꼴딱 넘어갈 것만 같은 여인과 영화 같은 사랑 한 번 찐하게 하면 된거였다. 영화 [모던보이]의 이해명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그런 신념 때문이었다. 꼭 애국심이나 곧은 지조 같은 것이 신념이 될 필요가 있나? 낭만적인 사랑, 돈만 있으면 된다는 기회주의는 신념이 왜 안되나?   

"여기 답이 있어."라고 살랑살랑거리며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는 시작한다. 땡그랑 동전 소리에도 온갖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칠렐레 팔렐레 보이는 부자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디떼는 돈을 뿌린다. 동전도 뿌리고, 지폐도 뿌리고 웃는다. 공짜로 얻은 돈만큼, 언젠가 그 배로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나의 미신은 영화에서 반대로 작용해서 돈을 뿌리고 다니는 디떼는 그 배로 돈을 번다. 그것이 천부적인 재능인지 아니면 운인지는 모르겠지만.  

돈을 흥청망청 뿌려대는 어린 디떼의 모습은 다 늙어 체념한듯 생활하는 늙은 디떼의 모습과 겹쳐 치기어리고 우스꽝스러워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한 몫 잡았다 싶으면 더 좋은 직장으로 쿨하게 떠나버리는 모습은 영리해보이고, 아름다운 여인들의 나신을 예쁘게 치장해주는 모습은 낭만적인데다가, 히틀러의 통치가 시작된 체코를 과감히 버리고 독일 여자와 결혼해 히틀러에게 충성을 표시하는 모습은 비장해보이기까지 한다.  

참 가볍다, 싶으면서도 이런 영화 또 없나 하며 다른 영화에 몰입할 수 없게 만드는 이 영화는 이를테면 필립 말로의 이런 멘트와 비슷한 매력을 갖고 있달까. 

   
  84센트짜리 저녁식사는 버려진 우편 가방 같은 맛이 났다. 음식을 날라다준 웨이터는 25센트만 주면 나를 때려눕히고, 75센트에 내 목을 따버리고, 세금 포함해서 1불 50센트만 주면 콘크리트 통에 내 시체를 넣어 바다에 갖다 버릴 사람 같았다.  
   

하하하 

결국 이 영화는 내게 답을 주지 않았다. 빨강머리 아름다운 아가씨마저 떠나버린 국경 촌구석에서 틀어박혀 마을에서 주워온 거울로 온 벽을 장식해놓고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노년의 가난뱅이 디떼만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는 모른다. 그저 그를 다시 부자로 만들어줄 우표를 파란 하늘에 훌훌 털어버리고는 백만장자 친구와 함께 직접 따른 맥주를 맛있게 마시며 "맥주맛이 일품이에요. 여기가 내가 돌아올 곳입니다."라 말하는 상쾌한 그의 모습에 웃음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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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9-0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윽, 저도 맥주를 마시면서 웃고 싶은데 당분간은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는게 몹시 유감이에요. ㅜㅜ

그나저나 뽀도 필립 말로한테 푹 빠졌군요!

Forgettable. 2011-09-10 17:10   좋아요 0 | URL
쌍커플 수술 ㅋㅋㅋㅋㅋ

필립말로는.. 정말 설레요. 두근거려. 매력적이야>.<

Mephistopheles 2011-09-09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영화도 보고 소설도 보면서...다떼가 돈에 집착하는 것 같은 느낌이면서도..
그 돈에 초월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늙고 혼자 남자 초라하고 외로워보여도..
왠지 그것마져도 초월한 듯한 느낌...^^

Forgettable. 2011-09-10 17:12   좋아요 0 | URL
그쵸? 젊었을 때도 돈에 집착하는 모습인 것 같은데도 동시에 돈 자체에는 초월한 듯한 모습이었어요.
오히려 '백만장자'라는 허상에 집착하고 있었던것이 아닌가.. 싶어요.
오랜만에 괜찮은 영화 하나 건졌습니다 ㅎㅎ

그나저나 무슨 안보신 영화가 없냐는 -_-

라로 2011-09-09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 저도 가지고 있는데 읽어봐야지,,,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요,,( ")
해피추석 되시어요~~~~.^^*

Forgettable. 2011-09-10 17:12   좋아요 0 | URL
저도 책 읽어보고 싶어요. 책이 원작이겠죠?

나비님도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

버벌 2011-09-10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 저는 가지고 있지조차도 않아요. 구해야겠네요. 저도 맥주.......좀........

Forgettable. 2011-09-10 17:14   좋아요 0 | URL
전 이 영화 IPTV에 들어있길래 우연히 봤어요.
책 구하시면 저도 좀........ 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맥주.. 정말 숙취에 아직도 어질거리지만 전 또 와인마시러 나갑니다 흐흐 주종이 와인이니 귀찮아도 나갈수밖에 없네요 ㅠ

파고세운닥나무 2011-09-13 0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컬럼비아 시, University of South Carolina에서 추석 안부 묻습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말이 잘 안 통하니 마음도 잘 안 통해 답답하지만요^^;
지내보셔서 아시겠지만 여긴 추석이 없잖아요?^^; 아내랑 조촐히 명절 음식인 잡채 해먹었답니다. 교회선 송편 2개 주더군요.
명절 잘 보내세요!!!

Forgettable. 2011-09-14 10:16   좋아요 0 | URL
저도 명절 때마다 잡채 해먹었다보니 이젠 잡채 달인 ^^^^ 한국명절, 캐나다 명절(?) 다 챙겼었죠. 하하
송편 2개.. ㅠㅠ 아 유학생활이란..
그래도 뭐 잘 지내시는 것 같아 다행이네요. 공부 열심히 하시고..
종종 소식 전해주세요 ㅋ

다락방 2011-09-1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 나 오늘 아이팟 안가지고 왔어요. 그냥..그거 말해줄라고 ㅎㅎㅎㅎㅎ

Forgettable. 2011-09-14 10:16   좋아요 0 | URL
그러게 ㅋㅋ 답이 없어요!

다락방 2011-09-14 13:22   좋아요 0 | URL
혹시라도 말걸까 싶어서 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1-09-15 09:06   좋아요 0 | URL
이 쯤 되면 말 안걸곤 못배기겠어요 ㅋㅋ

pb 2011-09-14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건 평소에 나 혼자 하던 것과는 확실히 틀렸다. 내가 몹시도 원하던 금지된 아름다움이었다. 이후로 나는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영화에서 이 대사 기억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1-09-15 09:05   좋아요 0 | URL
전.. 그 대사가 기억이 안나요. ㅠ
피비님의 대사 찝어내는 능력은 최고 ㅋㅋ 전 마지막 대사도 인상깊게 느꼈으면서 기억못해서 검색해봤잖아요;;;;;;
영화 참 좋았어요 전. ㅋㅋ

lazydevil 2011-09-15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영화도 있는 있는 줄 몰랐슴다.
역쉬 사람은 가끔 외출을 해야해. 특히나 늙을 수록 말이야. ㅡ.ㅡ
참, 어제부터 포겟님의 상위 리스트작인 <거미여인...> 읽기 시작했슴다.(딴님이었나?^^;)
요즘 나홀로 백쪽당 하느라... 다 읽을라면 한 삼일 걸리겠네요.ㅎㅎ(스포 사절!)

Forgettable. 2011-09-15 11:46   좋아요 0 | URL
저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완전 재미있었어요. ㅋㅋㅋ
[거미여인의 키스]는 제 상위 리스트인건 맞는데 오래 전에 언급하고는 언급하질 않았는데 용케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전 그거 하루만에 다 읽었는데 ㅋㅋㅋㅋㅋ 리뷰 기대할게요?!!!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ㅎ

lazydevil 2011-09-15 11:52   좋아요 0 | URL
감기죠... 쿨럭..^^

Forgettable. 2011-09-15 12:00   좋아요 0 | URL
늙으신거 티낸다고 환절기에 감기나 걸리고 그러십니까? ㅋㅋ
(저도 걸렸어요 ㅠㅠ)

lazydevil 2011-09-15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흥청망청이라는 거... 언제 꼭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ㅠㅠ

Forgettable. 2011-09-15 11:46   좋아요 0 | URL
흥청망청 돈쓰며 노는거요? ㅋㅋ 하실 때 저도 좀 불러주세요 ^^ 화끈하게 놀아보아요 ㅋ
 

오랜만에, 얼굴 보면 두근거리고 만날 생각에 설렜던 사람과의 관계가 늦더위와 함께 끝났다. 그 어떤 관계든 마지막이 매번 최악인건 똑같아서인지 이젠 점점 익숙해져가는 걸 느낀다. 이런 더러운 기분엔 면역이 없을 것만 같았는데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익숙해지더라. 감정은 점점 무뎌지고 뜨거웠던 나는 미지근하게 식어간다. 가끔 두렵다. 더이상 뜨거워질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니가 좋아. 너도 날 좋아해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니가 날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나의 마음도 그렇게 깊은 건 아니니까. 이게 내 자기방어라던가 상처받지 않고 싶은 마음인지 뭔지는 모르겠다. 아마 아닐 것이다. 단지, '너'를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 

[Let the right one in]
이 영화의 원제가 [렛미인]보다 마음에 각인되었던 건 아무래도 내 마음이 어느 때보다도 내가 그것을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딱 들어맞는 것을 알아 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내 퍼즐의 잃어버렸던 한 조각을 끼워넣듯 내 안으로 들이는 것.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던가. 생각한다. 사랑에 빠지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지, 사랑에 빠질만한 사람을 만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와 같은 종류의 사람을 첫눈에 알아보고, 평생의 관계를 쌓아가기 시작하는 어린 연인들을 영화에서 볼 때면 마음이 사무친다. 이제 갓 걸음마를 뗀 것처럼 휘청거리며 사랑을 시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때묻고 편협해진 내모습이 자꾸 어린 연인의 모습에 겹쳐져 슬프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을 것을 이젠 알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장면들이 스쳐지나간다. 다 맞춰진 큐브, 피를 마시지 못해 점점 야위어가는 이엘린의 얼굴, 염산을 붓기 전의 아저씨의 목소리, 눈 위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비명을 지르는 코니, 수영을 하며 아이처럼 웃고 있는 오스카, 이렇게 살 수는 없다며 숨을 들이쉬는 아줌마, 숨을 참고 있는 오스카, 가방 안의 이엘린..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 가겠다는 이엘린의 쪽지까지.

그 끝이 어찌 될지 알면서, 연인들은 사랑을 시작한다. 사랑할 수밖에 없으니까. 나의 아름다웠던 시절은 이미 다 스러져버린 것 같아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괴로웠다. 내게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날들이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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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9-07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새삼 뽀의 닉네임을 다시 한번 보게 만드네요. 늦더위와 함께 끝나버린 것 때문에. Forgettable.

뽀,
설레임이 끝나버린 건 애석하지만,
설레임은 또다시 찾아올거에요. 이건 그저 헛된 희망이 아니라 사실이에요.

Forgettable. 2011-09-07 18:36   좋아요 0 | URL
닉네임을 바꿀까.. 자꾸 잊혀질 기억만 만들고 있어요. ㅎㅎ
고마워요. 다시 찾아올 설레임을 한번 또 기다려 봅시다. ^^

다락방 2011-09-07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운내요. 나 성형수술(알죠?) 끝나고 좀 상태 나아지면 고기 먹으러 가요. 전도. 소주에 몸을 맡깁시다. 수술 잘되라고 기도해줘요.

Forgettable. 2011-09-07 20:26   좋아요 0 | URL
토욜이죠?? 고생해요.... 그 내가 얘기했던 레이저 저절로 작동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길 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
고기먹으러 갑시다. 그 전에 고기 좀 자제해서 그날 고기 많이 먹어야징ㅋ

2011-09-07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7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8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8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9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지 2011-09-09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렛미인> 보고 당장 미국판도 찾아서 봤는데. 며칠동안 내내 생각이 나더군요. (나는 미국판이 현실적이어서 더 좋았던가) 이 페이퍼 보면서 순간 여러가지 아련한 기분이 드네요. (더럽고 괴롭다는데.. 괜히 말 잘못 붙여서 나도 한방 먹는 거 아닌가;;;)

Forgettable. 2011-09-08 15: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신지님 ㅋㅋㅋㅋㅋ 저 그런애 아닌거 아시잖아요 ^^*

미국판은 좀 더 다른느낌이라 하더라구요. 전 보는 내내 괴로워하면서도 북유럽 영화들을 꽤나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영화 보면서 많이 울기도 했고. 뭐.. 아련한 느낌이라는게 맞는 표현인 것 같네요.
의외로 이런 감성적인 영화를 보고 좋아하셨다니 의외의외의외 ㅋㅋ

신지 2011-09-08 23:04   좋아요 0 | URL

의외라니, 몽환적이고 몽글한 분위기 특유의 색감이 얼마나 좋았는데..(지금 생각해보니, 유럽 여자애 남자애보다 미국 여자애 남자애가 더 좋아서가 이유였음, 미국판 남자애 '로드'의 그 주인공 ㅠ) 마치 천공의 섬 라퓨타처럼 " 딱 들어맞는 것을 알아 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내 퍼즐의 잃어버렸던 한 조각을 끼워넣듯 내 안으로 들이는 것 " 나도 이런 느낌 때문이었음, 내내 생각났던 이유.

Forgettable. 2011-09-08 23:30   좋아요 0 | URL
동생도 미국판 좋았다고 하더라구요.
전 오스카는 좋았는데 이엘린의 느낌은 어쩐지 진짜 뱀파이어같아서 ㅋㅋㅋ 좀 무서웠음ㅋㅋ
천공의섬라퓨터 저도 봤는데 몇개의 이미지들 말곤 잘 기억이 안나요 ㅠ 여튼 제 글이 영화의 느낌을 되살렸다니 기쁘군요 :)

2011-09-08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8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1-09-09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판 주인공이..........
킥 에스에서 그 살벌하게 총질하는 소녀랍니다....

Forgettable. 2011-09-09 10:42   좋아요 0 | URL
대체 [킥애스]의 그녀와 [로드]의 그는 누구인가(두개 다 안봤음) 하면서 찾아봤는데 이 느낌도 괜찮군요. ㅎㅎㅎㅎㅎ 미국판도 볼까.. ^^

lazydevil 2011-09-15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세번 봤는데.. 주인공 소년님이 콧물 찔찔 흘리는 장면에 크게 공감했답니다.
나도 그랬을 거란 생각에...ㅎㅎㅎ

이름도 어려운 감독님이 르카레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영화판을 연출했다네요.
<렛미인>에 대한 신뢰, 르카레의 애정으로 기대충전중입니다.

Forgettable. 2011-09-15 11:5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장면에 공감을 하시고 그래요 ^^
전 마지막 수영장씬에서 괜히 눈물콧물 짰네요;; 왜그런가 몰라..

아 르카레 궁금했는데.. 곧 개봉하나요? 개봉 전에 꼭 읽어봐야겠어요. ㅋㅋ
전 요즘 말로와 사랑에 빠져있다는 ㅋㅋㅋㅋ
 

그맘때 나는 무척이나 지쳐있었다. 같은 이야길 반복하는 것도, 같은 이야길 반복해서 듣는 것도, 숨쉬기도 어려울만큼 갑갑한 거리에도, 변하지 않는 창을 계속해서 새로고침 하는 것에도, 모두 질려버렸었다. 떠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달라질게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내가 받는 스트레스는 그 사람이 받았던 고통에 비하면 하잘것 없을 것 같았고, 조금이나마 남아있을 나의 밝은 에너지를 전해주기 위해 나는 길을 나섰다. 

속초는 내게 많은 의미가 있는 도시다. 이제 볼 수 없음에도, 아직도 마음 속 가장 큰 방 하나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 도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짧은 이별과 만남을 수도 없이 반복했었기에, 버스를 타기도 전부터 나는 그를 떠올리며 젖은 상념에 푹 빠져 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잘해줄걸, 지금은 뭘 하고 지낼까 등등등 아쉬운 마음은 금세 지워버리고서는 앞으로 만날 친구를 떠올리며 설레는 마음을 그리기 시작했다. 종내에는 내게 아직도 로맨스가 남아있다면 바로 이 사람이다! 라고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참고로 내게 로맨스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랄까. 뭐, 그런거다. 

그렇게 가는 길 내내 내 마음 속에는 여러가지 사랑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는 길을 함께해준 동반자이자, 가장 위대한 연애소설이라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불타는 연애가 아닌, 레빈의 노동에 대한 예찬이었다.  

   
 

레빈은 그들 사이에서 나아갔다. 한낮의 더위에도 풀베기는 이제 그다지 힘든 일로 여겨지지 않았다. 온몸을 적신 땀은 그를 시원하게 해주었고, 등과 머리와 팔꿈치까지 소매를 걷어올린 팔에 내리쬐는 태양은 노동에 필요한 힘과 끈기를 주었다. 그리고 그가 하고 있는 일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게 하는 그 무아의 순간이 더욱 자주 찾아왔다. 낫이 저절로 풀을 베었다. 그것은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즐거운 순간은 두둑들이 맞닿아 있는 강가까지 베어나간 다음 영감이 축축하게 젖은 풀로 낫을 닦고 맑은 강물에 그 날을 씻고 나서 생철통에 물을 떠서 레빈에게 건네준 때였다.
"어떻습니까, 내 크바스가! 그래, 좋죠?" 그는 눈짓을 하면서 말했다.
아닌게 아니라 레빈은 풀잎으 동동 뜬, 생철통의 녹슨 맛이 나는 이 미적지근한 물처럼 맛난 음료를 아직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곧 낫을 손에 든 채 유유히 움직이는 행복한 걸음이 시작되었다. 그동안에는 흐르는 땀을 닦는 것도, 가슴 가득히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도, 풀 베는 일꾼들의 긴 행렬이며 주위의 숲이며 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바라보는 것도 자유였다.

 
   

나는 풀을 베어본 적도, 농사를 지어본 적도 없지만 땅과 농사에 대한 이야기에는 맥을 못추고 홀려버린다. 그런데 톨스토이의 수려한 문장으로 묘사된 무아의 경지의 풀베기라니! 안나와 브론스키의 절망적인 연애이야기는 이제 그만 좀 나오고 레빈의 농사이야기나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흥미롭게 읽어내려갔다. 레빈의 생동적인 에너지가 흘러넘쳐 나에게까지 전해져왔고, 나는 이 에너지를 친구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들떴다. 

하지만 붕붕 뜨고, 따뜻해진 마음은 차갑고 썰렁한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가라앉고 말았다. 야위어서는 환자복을 입고, 참외와 키위를 깎아주는 친구에게 난 뒤늦게, 아무것도 가져오지 말라는 말을 너무 잘 들었던걸 후회했고, 실은 내가 생각보다 밝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뜨거운 속초의 햇살을 받으며 우린 해변의 공원을 걸었고, 친구는 무심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용기가 되는 한 마디를 무척이나 해주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 나머지 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린 백로와 날치로 화제를 전환했다.  

처음 먹어보는 막국수를 엄청 맛있게 먹고, 볕을 피해 그늘 아래 앉아 시원해진 바람을 쏘이다가,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참외와 키위를 깎아 먹고, 음악을 듣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애초에 계획했던 밝은 에너지 전달은 물론이거니와 약간 기대하고 있었던 나의 기분전환. 두마리 토끼 다 잡지 못했다. 집으로 오는 길은 쓸쓸했고, 외로웠다. 게다가 노동의 기쁨에 전율하던 레빈은 키티와의 사랑에 푹 빠져 농사는 안중에도 없었다. 사랑 따위,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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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06-14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사랑이나 로맨스 "따윈" 곡괭이질을 하다가도 눈이 맞으면 순식간에 파파박...하는 것...ㅋㅋ

Forgettable. 2011-06-14 21:57   좋아요 0 | URL
메피님.. 요즘은 그런 사랑 할 수 있을까 자꾸 의심이 나는데, 그 의심을 가라앉혀줄만한 로맨스 하나 나타나지 않는 나이인가봐 ㅠㅠㅠㅠㅠ 하며 자꾸 슬퍼져요!! 할 수 있겠죠??!!!

Mephistopheles 2011-06-16 12:51   좋아요 0 | URL
의심이라기 보단 두려움이 아닐까? 라는 생각...^^

Forgettable. 2011-06-19 19:51   좋아요 0 | URL
문장이 좀 이상하다 했는데 단어선택의 문제였군요.......
인정하기 싫지만... ㅠㅠㅠㅠㅠㅠㅠ

2011-06-14 2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4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6-14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1-06-14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랬어요. 이 풀베기 장면에서 완전히 압도당해서 줄 계속 치면서 나는 왜 이렇게 큰 관련 없는 노동의 묘사에 감동받을까 자문했었어요. 그래서 이 페이퍼에 엄청 공감합니다.

Forgettable. 2011-06-14 22:03   좋아요 0 | URL
아ㅏ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정말요?????????? 기뻐라!
저 이 풀베기 장면 정말 엄청나게 환희에 몸을 떨며(아직 읽고 있어서 문장에 여파가 ㅋㅋㅋ) 읽었거든요. 신나네요, 괜히.

다른 이야기들도 물론 좋지만 전 러시아의 예술과 문화와 정치와 토지개혁과 사상에 관한 것들을 읽는 것이 참 좋더라구요.

Joule 2011-06-17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나 카레니나에서 최고로 치는 두 장면 중 하나예요. 다른 하나는 푸르푸르가 브론스키를 태우고 달리는 장면. 무려 두 사람에게(두 사람이 제 인맥의 전부라서 쩝) 그 장면을 읽어 줬다는.

Forgettable. 2011-06-19 19:54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저도요!! ㅠㅠ 그 장면도 읽으면서 어찌나 흥분을 했는지 -_-;;;
정말 대단했어요. 두근두근하면서 읽었어요 ㅋ

근데 역시 좋은 문장은 많은 사람의 동의를 불러일으키는군요. (쥴님과 같은 부분을 꼽은)저의 안목에 감탄을 ㅋㅋㅋㅋ
 

어느새 말은 많아졌는데, 키보드 앞에 앉기가 두려운 내가 생겼다. 떠벌떠벌 내가 꽤나 안이 꽉 찬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글을 쓰려고 하면 머리가 빈다. 명상을 할 땐 그렇게나 지우고 싶어하는 잡생각들이 지금은 온데 간데 없어서 앞으로 명상 대신 글을 써야 하나 싶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 좌우명을 정했을 때, '후회하지 말자.'라고 했다. 별 생각은 없었다. 하도 병신같은 짓을 잘해서, 이미 저지른 일인데 어쩔 수 없으니 괜히 에너지 낭비 말고, 잊고 다른 일 벌이자, 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지금껏 후회라고는 하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후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살면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던 일을 나의 선택때문에 또 겪어야 했고, 자신감 있었던 나의 선택 덕분에 나는 또 갈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후회를 할까. 하지 않는다면 합리화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합리화가 뭐 나쁜건가. 살면서 자기합리화 말고, 자기비하의 길로 빠지지 않는 최선이 무엇이 있겠나. 

작년 4월에 '당신의 표류하는 인생을 응원합니다.'라는 작은 메모가 담긴 다치바나 다카시의 [청춘표류]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친구에게 내가 평생 표류하며 살았으면 좋겠냐는 원망섞인 투정을 했더니,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이 '인생'은 '청춘'의 오타였노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 다시 이 글귀를 읽어보니, '인생'이 '청춘'보다 오히려 좋다.  

   
 

 실패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그가 아무리 대담한 삶을 살았다고 해도 결국 무모하게 살았을 뿐이다. 실패의 가능성을 침착하게 바라보면서 대담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야말로 청춘을 제대로 산 것이다. 

(중략) 

 이제까지의 경력을 포기하고 새로운 직업을 가진 적이 두 번 있으며, 언제 돌아갈지도 모를 여행길을  나선 적도 두 번 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여행지에서 병을 얻어, 돈도 떨어지고 치료할 방법도 없기에, 싸구려 여인숙 침대 위에 누운 채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번만큼은 안 되겠구나.' 이대로 있다가는 아무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조차 후회하지는 않았다. 인생이 여기서 끝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거라며, 나도 모르게 묘하고 차가운 체념의 기운이 퍼져나왔다. 이제까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왔기에 여기까지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청춘 표류] 中

작가처럼 나 역시도 후회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뭐가 남았나. 지금 손에 쥔 결과물이라던가, 앞으로의 희망이라던가, 그런것들이 작년 이맘 때보다도 훨씬 더 없다. 하지만 1년 동안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걸 아무도 몰라주더라도 나만 알면 됐다는 마음이다. 지금의 내 상태를 알고 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어떤 행위에 대해 후회하는 것은 과거 또는 과거의 행위를 수정하는 일이다.  
  [만리장성과 책들] 中

보르헤스의 책을 읽으며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수많은 잡다한 지식을 한 권의 책에서 모두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인데, 위의 인용문은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이다. 요즘 '후회'라는 화두에 대하여 계속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책을 읽으면서도 이런 것만 보이나본데, 내가 요즘 하는 생각들과 지금 줄줄 늘여 쓰고 있는 이 글이 이 한 문장에 담겨 있다.  

벌써 대리가 된 친구, 학위를 딴 친구, 결혼을 하는 친구들을 하나씩 만나며 나는 이미 다른 길목에 놓여있구나. 우리는 이제 같은 길을 갈 수 없겠구나. 라고 느낀다. 나도 그 길을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지금 해야하는게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내가 바다 한 가운데에서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고 해서, 언제 길을 다시 찾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툭 건드리기만 해도 울음이 삐져나올 것 같다고 해서, 나는 다시 돌아가 나의 선택을 수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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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05-2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로만 듣던 디지털 유목민이 뽀님이셨군요. 뽀님의 이런 글을 보며 우와 난 나이 처먹으며 뭘한거지~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여기요 여기)

Forgettable. 2011-05-25 14:42   좋아요 0 | URL
전 디지털 유목민이 뭔지도 몰라서 검색해봤네요. ㅋㅋㅋㅋㅋ
응원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게요!!!!! ^^

버벌 2011-05-26 15:15   좋아요 0 | URL
어..어떻게 해. 저도 ... 검색을.. 디지털 유목민.--> 웬지 좋아보이는 단어라서. 움 좋네요.

Forgettable. 2011-05-26 16:33   좋아요 0 | URL
ㅋㅋ 그 안에도 뭔가 여러 종류의 디지털 유목민이 있더군요.
신종단어들이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생기는 현상이 전 마냥 신기해요..
(작년까지만 해도 저 얼리어덥터란 소리 들었는데 1년동안 도대체 뭐가 어떻게 변한거죠!!!!)

Joule 2011-05-2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어도 그거 하나는 말할 수 있어요, 전. 1년 전에는 포게터블 님이 이런 글을 쓰지는 못했어요. 사람들은 왜 눈에 보이는 것으로 보상을 얻어야 만족할까요. 직업, 승진, 결혼, 학위, 기타등등 기타등등. 아무렴 그들이 나인투파이브하는 동안 포게커블 님이 내내 잠만 자고 있었다고 해도 그만큼의 숙면으로 인한 기억력 증진과 미모 향상이 있었을 텐데(잠을 잘 자면 머리도 좋아지고 살도 빠지고 피부도 좋아진다는 게 저의 오랜 지론이라) 왜 내 손 안에 뭔가 쥐어져 있지 않다고 어깨가 축 쳐져 계세요. 제가 보기에는 한두 뼘은 월등히 키가 자란 포게터블 님이 보이는고만.

Forgettable. 2011-05-25 14:5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매일 술로 상하는 몸이 매일 잠으로 회복되고 있는 요즘이랄까요. 저도 잠 예찬론자에요! ㅋㅋ

그냥 오자마자 이래저래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받아서 그런가봐요. 원랜 참 씩씩하게 잘 사는데! 가끔 이럴 땐 지푸라기 하나만 잡고 있어도 그걸 위로 삼아 안심이 되는게 사람 마음인데, 저한텐 그 흔한 지푸라기 하나 없다는게 그만 기운빠져버려서. 심지어 노는 동안 블로그에 글도 많이 안써놨더라구요???

쥴님. 항상 고마워요. 힘들 때마다 쥴님이 해주신 말들이 항상 어둠 속의 빛처럼 놓여 있어요.

레이 2011-05-25 22:2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오면 온다 알려주면 좋잖아요.
전화라도 한번 안하면 후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 해보는 기회가 생길것으로 사료됨

Forgettable. 2011-05-26 10:19   좋아요 0 | URL
레이님 방가 ㅋㅋㅋ
오늘 하루는 어제보다 나은 하루가 되길?!!!

하이드 2011-05-26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놀고 와서 왠 투정이야. 그거, 어디 안 가더라. 계속 남아서 사는 동안 툭툭 튀어나오니깐, 후회 안해도 됨.
그리고 자네의 그 나이도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술이나 한 잔 하자. 연락하삼. (아직 거기 살아? 나는 주거지가 흑석으로 바뀌어서 사당에서 보면 좋겠다! ^^ )

근데 나 청춘표류는 좀 싫음. 일등인생만 모아 놓았잖아. 일등만 표류한건 아닌데, 그건 진정한 표류가 아님.

Mephistopheles 2011-05-26 09:13   좋아요 0 | URL
사당은 제 구역이에요 통행세 내세요.=3=3=3=3

하이드 2011-05-26 09:28   좋아요 0 | URL
방배 아니구 사당이에요? 맛집 좀 알려주세요!!

Mephistopheles 2011-05-26 09:38   좋아요 0 | URL
방배를 포함해 사당 설대입구와 신림까지가 제 구역이에요~맛집...이요? 뭘 드실려고요?

Forgettable. 2011-05-26 10:2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그러더라구요. 한국왔다고 해서 다 없어지는거 아니라고. 다행이에요. 난 벌써 다 잃어버린 것 같아서 전전긍긍했거든요.

언니 폰번호 바뀌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바꼈으면 저한테 연락좀. 전 번호 그대로거든요. 가물가물. 전 사당이 훨씬 좋죠!!

전 처음에 일등인생을 보고 열등인생으로 읽고, 아니 이 언니 뭐????!!!! 막 이랬는데 ㅋㅋㅋ 일등인생이었군요 ㅋㅋㅋㅋㅋ 맞아요.. 저 서문만 읽고 엄청 좋아하다가 괴리감느끼고 있어요 ㅠㅠㅠㅠ

Forgettable. 2011-05-26 10:24   좋아요 0 | URL
메피님, 통행세 받으러 나오세요 ㅋㅋㅋㅋㅋㅋ 이왕 나오시는 김에 맛집도 좀 알려주시구요. 흐흐

Mephistopheles 2011-05-26 10:31   좋아요 0 | URL
그니까..일단 뭘 드시고 싶은지 말씀을 하셔야 범위를 좁혀도....좁히죠...^^

Forgettable. 2011-05-26 10:41   좋아요 0 | URL
하이드 언니랑 말해보고 카톡할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드 2011-05-29 02:30   좋아요 0 | URL
방배와 사당, 설대와 신림은 잘 안 가고, 별로 가고 싶지도 않구요 ㅎ

맛집... 맛있는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이며) 술안주 나오는 집이여-

아이리시스 2011-05-26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은 노는 동안 친구를 많이 만들었죠. 글은 안썼어두요. 저 포함,ㅋㅋ
어쨌거나 글은 많이 써줘요. 날잡아 뽀님 옛날 글도 읽어야겠다..^^

Forgettable. 2011-05-26 10:26   좋아요 0 | URL
제가 또 친구를 그렇게 많이 만드는 스타일은 아닌데.. 많이 좋은 친구들은 조금 만들긴 했어요 ㅋㅋㅋ

죽이되든 밥이되든 어쨌든 하루에 글 하나씩은 쓰고 싶어요. 옛날 글은 뭐;; 날잡으실 것도 없어요. 별게 없어서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