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든 뭐든 중요한 것은 시절이 아니었다. 나만 멋있으면 되고, 숨 한 번 꼴딱 넘어갈 것만 같은 여인과 영화 같은 사랑 한 번 찐하게 하면 된거였다. 영화 [모던보이]의 이해명이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그런 신념 때문이었다. 꼭 애국심이나 곧은 지조 같은 것이 신념이 될 필요가 있나? 낭만적인 사랑, 돈만 있으면 된다는 기회주의는 신념이 왜 안되나?
"여기 답이 있어."라고 살랑살랑거리며 [나는 영국왕을 섬겼다]는 시작한다. 땡그랑 동전 소리에도 온갖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칠렐레 팔렐레 보이는 부자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디떼는 돈을 뿌린다. 동전도 뿌리고, 지폐도 뿌리고 웃는다. 공짜로 얻은 돈만큼, 언젠가 그 배로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나의 미신은 영화에서 반대로 작용해서 돈을 뿌리고 다니는 디떼는 그 배로 돈을 번다. 그것이 천부적인 재능인지 아니면 운인지는 모르겠지만.
돈을 흥청망청 뿌려대는 어린 디떼의 모습은 다 늙어 체념한듯 생활하는 늙은 디떼의 모습과 겹쳐 치기어리고 우스꽝스러워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한 몫 잡았다 싶으면 더 좋은 직장으로 쿨하게 떠나버리는 모습은 영리해보이고, 아름다운 여인들의 나신을 예쁘게 치장해주는 모습은 낭만적인데다가, 히틀러의 통치가 시작된 체코를 과감히 버리고 독일 여자와 결혼해 히틀러에게 충성을 표시하는 모습은 비장해보이기까지 한다.
참 가볍다, 싶으면서도 이런 영화 또 없나 하며 다른 영화에 몰입할 수 없게 만드는 이 영화는 이를테면 필립 말로의 이런 멘트와 비슷한 매력을 갖고 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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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센트짜리 저녁식사는 버려진 우편 가방 같은 맛이 났다. 음식을 날라다준 웨이터는 25센트만 주면 나를 때려눕히고, 75센트에 내 목을 따버리고, 세금 포함해서 1불 50센트만 주면 콘크리트 통에 내 시체를 넣어 바다에 갖다 버릴 사람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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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결국 이 영화는 내게 답을 주지 않았다. 빨강머리 아름다운 아가씨마저 떠나버린 국경 촌구석에서 틀어박혀 마을에서 주워온 거울로 온 벽을 장식해놓고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는 노년의 가난뱅이 디떼만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는 모른다. 그저 그를 다시 부자로 만들어줄 우표를 파란 하늘에 훌훌 털어버리고는 백만장자 친구와 함께 직접 따른 맥주를 맛있게 마시며 "맥주맛이 일품이에요. 여기가 내가 돌아올 곳입니다."라 말하는 상쾌한 그의 모습에 웃음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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