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우르릉쾅쾅 천둥번개가 치는 날에 정말 잘 어울린다. 얼른 집에가서 이불 뒤집어 쓰고 엎드려서 읽고 싶다. ㅋㅋ

h님과 b님의 서재에 동시에 출동해서 찬양받으며 나의 궁금증을 자아내길래 그만 참지 못하고 인터파크에서 이벤트로 5100포인트 받은 걸 생각해버렸다. 그리고 잠자고 있던 알사탕 천개로 받은 북앤라이프 상품권 5000원!! 안되, 안된다 중얼거렸지만 이미 오늘 아침 내손에 쥐어진 [항설백물어] 

대견하게도 이제 제목도 외울 수 있다. 항설백물어, 항간에 떠도는 백가지 기묘한 이야기. 

점심시간에 잠깐 짬내서 3장까지 읽었는데, 재미있다!! 


지금은 제목도 기억안나지만 기묘한 단편이 담긴 10권세트로 된 어린이용 책을 갖고 있었다. 용돈만 생기면 서점에가서 책을 사서 읽었지만 그 땐 읽은 책을 읽고 또 읽어도 재미있을만큼 시간은 많았고 용돈은 부족했다. 이 10권 세트 이야기책을 아마 제일 많이 읽었던 것 같다. 눈이 하나 달린 거대한 도깨비, 미녀와 공주들, 착한 요괴, 심성 나쁜 왕, 왜 잊고 있었을까 이 책들을. 

아마 언젠가 버려졌을 것이다. 집에 한 권이라도 남아있었으면 좋겠는데.. 없겠지, 찾아봐도.
아무튼 이 책의 첫장을 피는데 그 열권의 책이 생각났다. 3번째 책에 무서운 이야기를 모아두어서 3권은 아주 가끔씩만 펴곤 했었지, 내용은 생각 안나는데 외눈 거인도깨비가 쿵쿵거리며 뛰어다니는 장면이랑 사람들이 줄서서 왕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 미녀가 황폐한 성을 휘젓고 다니는 장면, 그리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이미지들이 마구잡이로 떠올랐다. 

언제부터 내 삶 그 자체이던 이 이야기들을 잊어버리게 되었는지,
오늘은 이 책을 읽으며 잠자고 있던 상상 속의 이야기들의 몇가닥이라도 잡아 끌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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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덮어놓고 보면서 좋아하는 반면 그래도 용납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라면 개의치않고 싫어해줄테다. 
라는 건 작가에 대한 나의 애정이 행여나 의심받을까봐 정말 보류하고 또 보류하는 생각인데 이번엔 어쩔 수가 없었다.  

 

 

 

 

 

 

 

아, 아무리 재미 있어도 이런 코드는 정말이지 힘들다.
알았더라면 아마 보지 않았을텐데..  
중반부부터 각종 추측성 추리로 신음소릴 내뱉게 만들더니(으..ㅡ~ㅡ) 후반부에선 아예 대놓고 으웩(ㅡㅠㅡ)
아무리 열린 마음으로 보자고 해도 싫은 코드는 정말 싫은 법. 
과학앨범 곤충의 신비를 차마 손으로 만지기 싫어서 모서리만 잡고 책장을 넘기듯이 책 끄트머리만 잡고 읽었다.

게다가 'xx야,,,' 라고 시작되는 범인의 변명조 유언은 [칼에 지다]를 상기시키며 약간 식상했고, 긴다이치의 활약도 대부분이 주위 사람들의 어쨌대저쨌대에만 의지하므로 눈부시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_-
이 괴상망측하고 기괴한 스토리를 가능케하는 으스스한 분위기와 촘촘하게 짜여진 스토리라인, 어디에서 본 것 같지만 심지어 같은 작가의 다른 책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너무나도 일본틱한 캐릭터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재미있다 정말.  

아,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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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07-29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뽀님 꿈이 왜 그런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라고 댓글을 달려다 이건 너무 평범한 댓글이란 생각에 다시금 글을 보고 다시 또 뽀님 얼굴을 떠올리고. 그래도 생각이 안 나요. 약간 멍청해졌달까. 정신이 없어요. 페이퍼도 그렇고 다른 분과 특급 비밀 공유하느라 정신이 빠진 것 같아요. 히~ 약올리는거 절대절대 아님!!

Forgettable. 2009-07-29 16:45   좋아요 0 | URL
저도 점점 특별한 댓글을 달고싶은 욕심이 나요. 저도 좀전에 하늘 페이퍼에 네! 봤어요! 라고 할려다 너무 평범해서 그냥 안달고 나왔는데, ㅎㅎㅎ

우왕 특급비밀 진짜 궁금하네요, 뭘까, 고단수 약올림인데요-
이거 중학교때 소근소근 비밀공유하는 뭔가 좀 있어보이는 잘나가는 날라리언니 포스에요!! ㅋㅋ

Arch 2009-07-29 16:54   좋아요 0 | URL
저는 날라리 언니 포스 따라하다 발 삔 어줍 아치인걸요.
너무 평범해도 뽀님이니까 괜찮아요.

Arch 2009-07-29 17:17   좋아요 0 | URL
귀여워 귀여워. 뽀님 이런 사람인지 나날이 새롭게 아는 것 같아요. 농땡이는 뽀님의 자양강장이니 항시 피워주길 바라고.. 음 그 동네는 산이라고 알고 있소이다.

2009-07-29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9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7-29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것도 보고싶은데, 읽어야할 시리즈물이 밀려있어서 --;;

Forgettable. 2009-07-29 21:46   좋아요 0 | URL
뒤로 미뤄놓으셨다가 나중에 보셔도 괜찮아요-
부러워요 읽어야할 시리즈물이 밀려있으시다니^^ 전 요즘 책살돈이 없어서 아껴서 읽고 있답니다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7-30 09:03   좋아요 0 | URL
전............
카드로 삽니다 ㅎㅎㅎ

머큐리 2009-07-29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가만보면 즐찾하는 알라디너님들 중 여자분들이 은근 추리물을 즐긴단 말입니다....흐흠...따라가질 못하겠어요

Forgettable. 2009-07-30 09:52   좋아요 0 | URL
즐찾의 기준이 혹시 추리를 좋아하는 여성이 아닐지.. ㅋㅋㅋㅋ
재미있어요 진짜!
전 원래 발을 들여놓지 않았었는데 - 거의 고전 위주로 읽었죠 - 근데 한 번 발들이니 이거 뭐 빠져나갈 수가 없어요 ㅋㅋ
 

카메라를 사느라 총알이 다 떨어져서 한동안 책을 사는 걸 조금 줄이고 집에 있는 책을 읽자고 다짐했는데, 이 다짐이 여름을 미스터리/호러물로 불태우겠다는 여름의 계획과 또 상충되어서 찔끔찔끔 책을 사다보니 결국은 지난달보다 더 많이 사버리게 되었다.  -0-

그런데 이 장르는 한 번 손에 쥐면 한 이틀만에([신세계에서]그 두꺼운 책 2권을 24시간내로 끝내버렸다는-_-) 다 읽어버리는데다가 북하우스의 캐드펠시리즈는 배송이 무지하게 느려서 지금 읽을 책 없이 붕 뜬 상태이다. 그래서 집에 남은(?) 책을 읽으려고 하니 눈에 띄는게,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사놓고서는 조금 읽다가 말아버린 

  

 

 

  

읽고 싶지만 손이 잘 안가서 조금씩 읽다가 놓아버렸는데 주말에 만난 분에게 이제 읽을 책이 이런 것밖에 없다고 했더니 500원에 팔라고 하셨다. 그래서 분한 마음에 '파느니 내가 읽을테다, 화르르-!!' 하며 아침저녁으로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을 읽고있다.  

요즘 알 수 없는 피로감이 몸을 휩싸고 있어서 어제 더워서몸이 허한가- 하며 삼겹살을 먹었는데,
어려운 책 읽어서 인가봐- 라고 지금 끄덕끄덕..  

이걸 읽으면서 지금 한국의 문제는 누구를 잘못뽑았다- 의 문제가 아니란 걸 다시금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일제시대 종료 후 부르주아(대부분 친일파)가 일제소유였던 땅을 차지하고 권력을 차지하면서부터가 문제였던 것이다. 이 때부터 곪기 시작한 상처를 노무현전대통령이 째고 치료하려다가 실패하였고 이제 그 상처가 덧나서 고름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거다.  

이건 첫단추를 잘못 꿰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선조들을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 현 세대 서로서로에게 삿대질을 하며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되어버릴 수박에 없었던 역사의 흐름의 문제니까.  

지난주에 생긴 다래끼가 곪아서 터지고 고름이 흘러나오면서 낫는 중이다. 한국 근대사의 상처도 이렇게 저절로 치유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마 째고 고름을 짜내는 대수술이 더 빠르지 않을까 비관해본다. [레미제라블]을 읽으며 굳어진 생각만큼 어쨌든 결론은 비폭력평화시위는 다래끼를 손으로 만지작거려서 덧나게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 빨리 나아서 스모키화장 다시 하고 싶다는 것? 엥 

책을 끝까지 읽어봐야 할텐데 오늘 재미있는 책들이 도착하니까 아마 또 몇 주 뒤에나 완독하겠다, 기대기대 ㅎㅎ   
매번 까먹고 그냥 한꺼번에 주문해버려서 책이 통째로 늦게 오는데, 다음부터는 주의해서 따로 주문해야겠다.  

여-름, 여름? 여름여름여여름여름여름름!! 에 읽은, 읽고 있는, 읽을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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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7-23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좀 두꺼운건 휴가때 읽어야지 하고 미뤄두었는데, 미뤄둔것만 한박스 --;;

Forgettable. 2009-07-23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미뤄둔 건 잘 안읽게 되요;; 정 읽을 거 없을 때 한번 읽어볼까 하는데.. 그마저도 읽다 접고 읽다 접고의 반복이라 -_- 이 리스트를 또 보고 있으니 행복합니다. 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7-24 08:1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책을 살때 반짝이던 그 유혹, 아름다움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바래간다는 ㅎㅎ

Forgettable. 2009-07-24 09:28   좋아요 0 | URL
전 이달들어 지금 세번째 주문하고 있어요-_-;
아 이런 소유욕의 노예라니..ㅜㅜ
 

주말엔 하루 쉬면서 책이나 보려고 했는데 손에 잡히는 책이 없어서 이리저리 온갖 책을 다 들춰보다가 주말용 책을 미리미리 구입해두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내친구 iptv를 켰다. 아 뭔가 신나는 영화 없나 기웃거리다가 [와일드씽] 발견! 

 

 

 

 

 

 

 

얼른 컴퓨터로 달려가 대충 찾아보니 반전이 억지스러울정도라고 해서 재미있겠다 싶어서 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정말 깜짝 놀랄 정도의 연기실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알고보니 니브 캠벨, 알고보니 케빈 베이컨 정도의 캐스팅도 반전이었다. ㅎㅎ 멍때리다가 피식피식 웃기다가, 메데이아 이야기도 나오고, 여튼 즐거운 토요일밤의 친구였다. 

그냥 자기엔 왠지 아쉬워져서 길고 지루하지만 수작이라던 [바벨]을 밤 12시부터 보기 시작- 

 

 

 

 

 

 

 

소통에 대한 이야기라고 들었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
소통을 필두로 제목을 '바벨'로 지었는진 모르겠지만 소통에 관한 이야기로 생각하려면 약간 억지스럽고, 4개의 사건의 연계성도 너무 떨어진다. 영화는 좋았지만 괜히 이것 저것 해석해둔 리뷰보며 괜히 불평중ㅎㅎ 왜 항상 평론은 어려운 단어의 나열이 되어야 할까, 

4개 각각의 에피소드에 대한 완성도는 매우 뛰어난 것 같다. 하나하나의 메시지가 은근슬쩍 있는듯 없는듯 드러나고, 몰입할 수 없을 것만같은 상황인데도 순간 순간 너무 몰입한 내 자신에 놀라며 현실로 돌아온다.
2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나갔으나 주인공들과 함께 일주일을 훌쩍 보내고 온 기분이었다. 일주일 늙은 기분이랄까- 

확실히 미국 위주의 스토리가 영화계에서 많이 배제되고 있는 것 같다. 요즘 상탔다는 영화들 보면 다 이런 느낌. 확실히 세계화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4개의 이야기를 교훈적으로 잘 그려냈다. 

계몽적인거 별로 안좋아하지만 그래도 배우들이 참 훌륭해서 점수 먹고들어간다. ㅎㅎ 
멕시코 아줌마의 조카와 하루키는 정말 훌륭 ㅠㅠ 

 [히어로즈]

이런말하긴 좀 부끄럽지만 일요일에는 히어로즈 시즌3 에피소드 11개를 보았다. 잠도 안자고.. 오늘 아침에 너무 피곤 ㅠㅠ 
왜 적당할 때 끊지를 못할까; 
재미있게 봤지만, 오늘 집에 얼른 달려가서 나머지를 또 달릴거지만 시즌 1,2 정도를 기대하고 본다면 약간 실망할 수도 있다. 
새로운 캐릭터가 많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네이쓴이 살아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는데, 왠지 미국이 온 세계의 문제를 다 해결해줄 수 있다는 관념을 은근슬쩍 심어줘서 기분나빠졌다. 대신 악마같은 사일러의 새로운 매력;; 발견!  

그나저나 [로스트]는 회사 그만두고 다시 봐야할 것 같다. 지루해진 히어로즈 보면서도 이렇게 허우적거리는데;; 아무래도 정신이 많이 황폐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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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9-07-13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영화 평론은 어느 주어진 틀에 영화를 맞추는 느낌이 들어요. 어렵고 공감할수 없는 평론이 너무 많아요.

Forgettable. 2009-07-14 09:37   좋아요 0 | URL
그런 평론은 애초에 읽지 않고 영화를 보는게 좋아요. 읽고 보면 영화를 그 틀 안에서밖에 생각이 안되더라구요 ㅎㅎ 그림도 마찬가지인 듯,,,

뷰리풀말미잘 2009-07-13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뽀님. 지루하지만 수작인 영화는 없어요. 수작은 지루하지 않아요. 지루한데 수작인 척 하는 영화는 단지 수작인 척 하는 영화일 뿐이죠. ㅎㅎ 뽀님 재미있는 드라마에 내성이 없으신듯. ㅋㅋ 전 로스트 시즌3 부터 보기 시작 한 것 같은데, 몰아서 보다간 폐인 될까봐 이 악물고 잘때 한 두편씩 딱 보고 잤어요. 다시 생각해 봐도 엄청난 인내심이었죠.

Forgettable. 2009-07-14 09:36   좋아요 0 | URL
어제 보고 오늘 이 댓글 또 보지만 정말.. 대단하세요. 어떻게 로스트를 하루에 2개씩??!!
진짜 짱, 말도 안됨 난 회사고 뭐고 밤새고 그랬었는데 ㅠㅠ

아 월요일 음주는 역시나 힘들군요 에고..
수작인 척 하는 영화라.. 맞네요 맞아^^ 참고로 바벨은 그런 네이버평과는 달리 지루하지 않았어요~

ljh 2009-07-13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기서 로스트 티비로 가끔보는데 이거원....점점머리아프게흘러가더라
위기의주부들도 마찬가지......ㄷㄷ

Forgettable. 2009-07-13 23:25   좋아요 0 | URL
베비 영어공부좀 더해야.. ㅋㅋㅋㅋㅋ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07-20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일드씽 포스터는 제법인데 영화는 그닥인 모냥이죠?
로스트 저도 kbs에서 토요일에 할때 막 기다려서 보고 그랬는데,
도대체 미국 드라마는 끝나지를 않아서 --;;

Forgettable. 2009-07-20 11:27   좋아요 0 | URL
반전이 억지스럽단 평가가 많았는데 전 완전 재미있게 봤습니다 ㅋㅋ
원래 자극적인거 좋아하는 쾌락주의자여서요^^

로스트는 길죠. 근데 전 진짜 중독잘되서;; 같이 무인도에 산 거나 매한가지였어요;;
감질맛나서 일주일에 하나씩은 못보고 차라리 시즌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하루에 몰아서 보는게 좋습니다 ㅋㅋ
 

쥐스킨트의 유명한 소설 [향수]의 첫 대목에서 빠리의 지독한 오물냄새에 대해 읽고 충격받았었는데, 오늘 그 실체를 파악하게 되었다. 내가 요즘 사랑해마지않는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빠리의 수백년에 걸친 지하수도로의 역사를 설명해두었다. 
(드디어 5권을 마쳤다.)  

인간의 배설물 처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 땅에 묻어 비료로 사용한다는 걸 당연시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지혜를 모르고 있었던 프랑스는 땅이 아닌 물을 선택했고, 세느 강으로 흐르는 인공벌집같은 지하수도로는 오물이 흐르고 유해가스로 가득찬 채 잊혀진 위인 브륀조가 그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몇백년에 걸쳐 썩고 부패하고 있었다.   

사실 이 방식은 고대인의 어리석음을 답습했던 것으로, '로마의 지하수도로는 로마 농민의 번영을 다 빨아먹었다.'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로마의 방침을 그대로 따라했던 것이라고 한다.   

아,, 뭔가 책을 들썩이며 요약해볼까 하는데 요약해본지 너무 백년 전이라 못하겠다.     
시궁창의 역사는 참 흥미로운 소재라 집중하며 읽었다. 더럽거나 야하거나 잔인한 이야기가 원래 재미있지 않은가 ㅎㅎ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그 썩은 곳 안쪽에 자리하던 'in pace'라는 감옥이었는데, 죄인을 죽을 때까지 감금하는 지하감옥이라고 한다. 라틴어로 '평화롭게'. 

작가는 프랑스의 위대함을 예찬하다가 갑자기 거리의 부랑아들이 사용했던 은어에 대해 한참을 설명하며 
사회 빈곤층의 문제점과 전제주의의 부당함을 논하며 프랑스를 비판하다가
다시 혁명하는 프랑스에 감탄하고 존경어린 찬사를 바치다가,
오물처리를 잘못하여 페스트와 콜레라같은 전염병을 퍼뜨리게 된 멍청함을 역설하기도 한다.
왔다갔다하여 처음에는 헛갈리기도 했으나 이젠 말할 수 있다.
이렇게나 프랑스를 사랑하는 위고가 있어서 프랑스가 위대하구나. 

그런데 이런 생각도 잠시, 위대한가?
프랑스 혁명 이후에 다시 돌아온 전제주의체제 아래서 민중 자신들을 위해 싸우고 목숨을 버리는 혁명군에게 문을 닫아 걸고 집안에서 침묵하는 민중에게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를 위하여 혁명을 계속하여야 한다(물론 이것보다는 더 화려한 미사여구로) 고 말하고 있다. 동의한다.

텍스트에서 잠시 눈을 들어 현실을 보면, 잠깐동안이나마 그래도 지금 유럽은 잘 살고 있지 않느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것이 원주민(유색인종?)을 착취함으로써 얻어진 결과물 - 즉 썩어터진 지하 시궁창 위에서 번쩍거리는 베르사유와 다를 바가 있을까? 위고가 말하던 틀림없이 진보해있을 미래- 그러니까 지금 2009년은 그 때에 비해 진보해 있는가? 

나는 유럽의 삐까뻔쩍한 유적물들이 모두 착취의 찬란한 결과물이라 생각해서 유럽을 좋아하지 않는다.
착취 대상이 유럽내의 빈곤층에서 원주민으로 옮겨갔다는 것 빼고 그들의 사고방식이 무엇이 바뀌었는가, 위고가 내내 진보를 외치고, 계몽을 외치고, 혁명에 찬탄하지만 그들이 진보하였는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이다. 착취하거나 싸우지 않고서는 성에 차지 않는 종족인가.. 우리 정서와 너무 다르다.

이런 부분에 너무 현혹되어 줄거리에는 거의 신경을 안쓰고 있다. 실제로 작가의 어조는 계몽적인 이야기를 할 때에만 설득적이고 강렬한 어조로 주장을 하고 있어서 장발장의 인생이 작품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미미해보인다.  

다만 꼬제뜨에 대한 그의 사랑이 조금 미묘해서 관심있게 보고 있다. ㅎㅎ

   

괜히 레미제라블 이미지 검색하다 보니 이런 그림이.. 만화도 있었나보네-
블로거 주인장이 이 그림에 혁명친구들이라고 언급해 둔 것이나, 꾸르페락의 이름이 언급된 것을 보니
굉장히 세심한 애니로 보인다. 심지어 에뽀닌느의 죽음까지..;  

궁금..  

그나저나 모두 엄청 훈남-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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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9-07-01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 생각치고는 너무 깊이있는것 아닙니꽈!!!

Forgettable. 2009-07-01 23:13   좋아요 0 | URL
안하던 생각을 하니 횡설수설 하고 있지요^^

lazydevil 2009-07-02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권 완독하시다니, 축하해요.. 그리고 부럽습니다.
아마 우리 나라에서 레미제라블 완독인구 따지면 상위 등수 랭크될되실겁니다....^^;

Forgettable. 2009-07-02 10:16   좋아요 0 | URL
힝 아직 1권이 남았어요- 6권짜리라는 걸 저도 4권 읽으면서 안 거 있죠^^;;
대망의 마지막권은 아마 주말에 마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금요일아 얼른 와라~~~

열심히 대작을 읽었으니 이번 여름은 미스터리로 달려볼까 합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신작도 궁금하고 데빌님 서재에서 발견한 프레데릭 포사이드도 궁금하고-
완소 캐드펠 시리즈도 ㅠㅠ
아 무슨 기분은 여름방학한 기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