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이란 걸 서고 있다. 예전처럼 당직실이 있어서 공용전화기 하나 부여잡고 쭈그리고 앉아 신문이랑 TV랑 뒤적뒤적.. 그러다 이불에 들어가 잠자는 그런 당직은 아니다. 그냥 늦게까지 남아 있는 당직. 이건 뭐 감시도 아니고 불침번도 아니고 좀 애매한 것이긴 한데. 어쨌거나 순번을 정해서 매주 한두번 씩 당직이란 걸 서고 있다, 우린.

가끔, 내가 처음 회사 들어왔던 때랑 지금이랑은 참 많이 달라졌다 라는 생각을 한다. 생각하지 않아도 그것은 사실이고, 이럴 때 격세지감이란 걸 느끼게 되는 거지. 예를 들어서, 예전에 내가 회사 처음 들어올 때는 여자가 회사에 별로 없었기 때문에 난 전체 입사자 중 한명의 여자였다. 그리고 배치가 되어서 갔더니 다 남자. 솔직히 나 스스로는 그다지 그때까지의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었지만, 거기 부장은 틀렸다.

첫 입사날, 날 부르더니 첨 한다는 소리가, "여기 일이 힘들면 언제든지 말하세요. 내가 옮겨줄테니." 였다. 그리고는 한 달을, 책 한권 던져주고 아무 일도 안 시켰다. 난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가 집에 갔고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송구한 마음이 앞섰었다. (그 때 한번만 그랬다. 그 이후로는 월급이 내가 하는 일보다 많다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이 그렇듯이)

 

참다참다 못해 내가, 출장을 나가겠다고 했더니 (그 직장은 출장이 잦은 직장이었다) 흘깃 보면서 어떻게 네가 출장을 나가? 뭐 이런 표정으로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봤었다. 그 눈길, 그 표정이 지금도 하나 퇴색되지 않고 남은 걸 보면, 내가 그 때 꽤나 분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어쨌든, 우겨서 나간 첫 출장은 험했지만, 다 하고 들어왔고, 그 이후로 나도 출장이란 걸 나갈 수 있는 직원으로 인정받아 엄청난 물량이 쏟아지곤 했었다. 그렇지만, 여자에 대한 인식 자체를 완전히 바꾸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어제 후배를 만났는데, (물론 여자후배) 내가 예전에 다녔던 직장에 이번에 신입으로 들어간 후배다. 그 동안 참 많이 바뀌어서 여자들 수가 상당히 늘었고, 여자들이라고 깔보는 것도 많이 없어졌고... 여러가지 여건들이 참 많이 좋아져있었다. 난 잘되었다고 축하하면서도, 마음 한구석, 참 내가 어려운 시기에 직장생활을 시작했구나 라는 마음이 들었었다. 내 윗선배들은 더했겠지....


내가 이런 생각을 왜 당직을 서면서 하느냐. 지금 사이트에 여자들이 좀 있는데, 당직을 서자고 우리가 먼저 건의를 했었다. PM(프로젝트 매니저)은, 상당히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어떻게 연약한 여자들을 당직을 세우냐. 내가 다 할께.." 라고 하셨었다. 그 얘길 듣는데, 참... 여전한 사람도 있구나. 어딜 봐서 내가 연약하냐... 무슨 삽질 하러 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우겨서 당직을 서게 된 것. 그 분은 딸이 둘인데, "여자라서 공부 넘 안 시키겠다" 라고 말씀하시는 분이니까...

그냥 든 생각이다. 세상이 엄청나게 바뀌었다고 해도 여전히 예전의 사고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어쨌거나 조금씩 나아지는 것에 위안을 삼고 살기에는 참 인생이 짧구나 싶기도 하고. 좀 편하게 직장생활을 하게 된 후배들을 보면, 그래도 많이 변했지 그러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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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12-09-05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신입사원 시절 아침 점심 저녁 하루 3번 가래침 범벅인 재떨이 닦던 기억을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거에요. OTL

비연 2012-09-05 09:12   좋아요 0 | URL
으으으윽. 정말... 저희 신입 땐 어떻게 지낼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아뜩. 조선인님도 그런 기억이..ㅜ

카스피 2012-09-10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조선인님과 비연같은신 분들도 계시지만 아직도 회사에선 전 여자니 힘든것은 빼주세요 하는 분들도 계시다고 하더군요ㅡ.ㅡ

비연 2012-09-11 10:28   좋아요 0 | URL
그런 분들도 계시죠.. 요즘 사람들은 좀 더 한 듯.
일례로 저희 회사에 25살짜리 유부녀가 있는데 아이를 가졌습니다. 모성보호 차원에서 정시출근 정시퇴근이 원칙이죠. 그런데 회사가 멀어서 힘들다고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할 프로젝트 사이트에 보내달라고 징징..그래서 보냈더니 그냥 노는 겁니다...그런 분들 보면 정말, 예전에 제가 참고 살았던 게 다 허무해요.
 

 

뜸했다. 뭐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skip. 다만 심란하여 소설책들 주섬주섬 챙겨 읽었노라 영화 띄엄띄엄 보았노라 얘기해본다. 머릿 속이 복잡할 때는 책 읽고 영화 보면서 다른 생각 못하게 머리를 채우는 게 시급하다. 나는 그동안 그렇게 지냈다.


 

 

 

 

 

 

 

 

 

 

 

 

 

 

 

 

미뤄 두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소설들을 챙겨 읽었다. <흑백>은 사 둔 지 꽤 되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안주>를 읽어야 하는.. 그러니까 시리즈물 비스므레하다고 해서 둘다 아껴서 봐야지 하며 두었던 책들이다. 개인적으로 <흑백>은 좀 그랬고 <안주>는 두꺼웠지만 꽤 잘 나가는 작품이었다. 둘다 미시마야라는 상점의 조카딸인 오치카가 괴담 이야기를 듣는 내용인데.. 꽤 재미나고, 미야베 미유키는 이 책을 시리즈물로 하고 싶어 한다고 한다. 오치카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고... 이렇게 생활해나가면서 괴담들도 진화시켜보겠다는 욕심이 있다고.

어쨌거나 미미여사의 에도물들은 흡인력이 있을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애정이나 정을 놓지 않고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이 시기의 나에겐 꽤 도움이 되었다. 뭐랄까. 속에 점점 가라앉아 가고 있는 사람의 대한 정을, 신뢰를 그렇게 버리지 말라고 은근히 종용한달까. 그래서, 이 시리즈물에 대한 기대는 자못 크다.

 


 

맛에 대한 에세이라고나 할까. 오늘 집어들었다. 박찬일 셰프에 대해서는 이 책을 고르면서 알게 되었는데, 기자 생활 하다가 문득, 이탈리아 음식에 꽂혀서 이탈리아에 가 요리를 배우고 돌아와 셰프를 하던 중 이렇게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이 된, 누가 보면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하나의 대상에 몰입해본 사람은 그 속에서 반드시 인생을 알게 된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일이다.

 

생각해보면, 이 책의 제목처럼 추억의 많은 부분이 맛과 관련된 것 같다... 책을 읽다보니 나도 그런 내용으로 에세이를 쓸 수 있겠구나, 아 그러고보면 누구나 그런 이야기로 에세이를 쓸 정도는 되겠구나. 그러니까 이런 소소한 생각들을 참으로 맛깔스럽게 쓰는 사람이구나, 이 사람. 이런 생각을 주르륵 하게 된다. 병어 이야기를 쓰고, 옛 중국집(중식 레스토랑이 아니라 중.국.집.)의 짜장면 이야기를 쓰고 그렇게 추억에 켜켜이 묻어져 있던 음식과 맛과 사람 이야기를 쓰는 이 책은, 문자 그대로 내게 훈훈함의 정서를 안긴다.

 

우리는 인생 앞에 놓인 수많은 맛의 강물을 건넌다. 당신 삶 앞에 놓인 강물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때로 혀가 진저리치게 신맛도 있어야 하고, 고통스러운 늪 같은 쓴맛도 결국은 인생의 밥을 짓는 데 다 필요한 법이 아닐까. 밥의 욕망, 밥에 대한 욕망, 그것이 우리를 살린다.

- 작가 서문 중.

 

나는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이 내는 책을 사랑하고 있다. 우리나라 말로 쓰는 글들은 번역물보다 때로 아주 강렬하게 내 마음에 꽂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소한 대상으로라도 글을 쓰고 그 글을 읽고 그랬으면 좋겠다. 모국어가 주는, 매우 섬세한 감정결들이 우리의 감성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거라 믿기 때문에. 그리고 요즘 보면, 참 좋은 글들을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좋다.. 싶다.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극장에 걸렸을 때도 보고 싶기는 했었는데.. 그냥 그렇게 시간이 흘렀었다. 미미여사의 책 <화차>를 무지하게 감명깊게 본 나로서는,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많이 궁금했더랬다.

원작과는 좀 다른 분위기, 다른 결말이긴 하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을 놓지 않게 하는 짜임새가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한 편이고. 특히나 (누구나 느끼겠지만) 김민희의 괄목할 만한 성장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나를 지우기 위해서, 누군가를 죽여야 했고 그 시체를 조각조각 내어 버려야 했던 그 작업을 할 때의 김민희는... 정말 그 역에 빙의된 듯 했다. 그 절절함이, 그 구역질남이, 그 괴로움이 마음에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극장에 가서 <도둑들>을 봤다. 사진을 올리려고 하는데, 잘 안되네..;;; <오션스 일레븐>의 우리나라 버전 정도? 엄청나게 인기가 많은 건, 킬링타임용으로 매우 적당하고, 배우들이 대부분 쭉쭉빵빵하고, 시나리오 완성도도 나쁘지 않은 덕분인 것 같고.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 김윤석이라는 배우에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몸매 죽여주는 전지현이나 김혜수, 얼굴 작고 어리고 잘생긴 김수현, 마초적인 이미지로 변모 중인 이정재, 나이 들어도 어느 역이나 잘 소화해내는 김해숙, 여전히 진부하지 않은 코믹 캐릭터 오달수.. 들만 모였으면 조금 싸보이는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  김윤석이 무게중심을 잡으니 영화가 왠지 있어보이는 느낌이었다. 한 사람의 아우라가 그렇게 영화를 격상시킬 수 있다는 것. 그 내공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를 생각하게 한다.

 

 

.............................

 


 

 

뭐 이렇게 지냈다. 이제 9월이고. 심란함도 좀 가셔졌고. 그래서 잘 지내야지 하는 마음으로 주말을 보냈다. 남 일에 신경쓰지 않는다 해도, 취직한 후배가 한턱 내겠다고 하면 반가운 마음에 나가게 되고, 사촌동생들 군대 간다고 하니 문자 하나 날려 격려하게 되고, 여전히 졸업 못 해 허덕이는 후배 힘내라고 연락해서 웃게 하고.. 그런 시간들의 파편도 내 주말엔 포함되어 있었다. 사람은 어쨌거나 사람에게서 위안을 얻고 사람을 통해 구원을 받을 수 밖에 없겠지. 오지랖을 넓게 하는 건 자랑이 아니겠지만, 사람간의 정감을 남기는 건 내게 꼭 필요한 일인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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낼부터 4일간 일본 北海道로 여행을 떠난다. 정말 오랜만의 해외여행이라 유난히 설레네. 가까운 곳에 가서 짧은 기간 있는 거지만, 그래도 어딘가로 훌쩍 떠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라고 재삼 확인. 짐을 다 꾸리고, 이것저것 챙기고... 여자들은 어딜 가나 짐이 참 많아서 사일을 가나 사십일을 가나 그게 그거라고 한숨 푹...ㅜ 그래도 여름이라 짐이 좀 덜하다.

 

짐을 다 싸고 나서 마지막으로 한 일은, 항상 그렇듯이 책 고르기. 이번 여행은 엄마와 함께인지라 책을 한 권만 가져가기로 한다. 저녁엔 책에 머리를 파묻은 채 글자를 보기보다 엄마와 맥주 한캔이라도 먹으면서 이야기를 많이 할 셈이다. 엄마랑 단 둘이 여행가는 것도 참 오랜만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엄마 아빠와 함께 움직이거나 동생네랑 가족 총출동여행을 가게 되었었다. 엄마랑 나랑은 마음이 잘 맞아서 가면 재미나게 잘 지내곤 했는데.. 이번엔 특별히 아빠가 휴가를 준 것. (기실은 아빠는 어러 번 다녀오셨고 곧 다른 여행 일정이 있는 지라 패스한 듯..ㅎㅎㅎ)

한 권의 책이라. 참 심사숙고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가벼워야 하고 - 그래서 하드커버 패스, 재밌어야 하고 - 그래서 이런저런 사회학책들 패스, 두께도 적당해야 한다 - 그래서 두꺼운 책들 다 패스. 그리고 나서 결국 고른 책은 이것.



나는... 남의 나라에서 내 나라의 문자를 읽는 게 좋다. 며칠이 되었든 외국말만 듣다가 보다가 내 나라의 말을 보기만 해도 미소가 떠오른다. 모국어란 그런 거지. 아무리 샬라샬라 한다고 해도 (그러지 못하니 더 답답..ㅜ) 모국어를 말할 때처럼 내 심정을 잘 전달할 수는 없는 게지. 그래서 외국 나갈 때 우리나라 사람 책을 한 권씩은 들고 나가는 것 같다. 그리고 이번처럼, 한 권의 책만... 이라고 한정지을 땐 더더욱. 이 책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기에 선택에 대한 불안은 없다. 여행길에 나에게 빛이 되어줄 거란 믿음이 크다.

 



 


 

우리 엄마는 이 책이다. <좀머씨 이야기>. 기실은 이 책을 여러번 읽으셨는데, 유독 좋아하신다. 이 책을 손에 쥐고는 나한테 물으신다. "이 책 어떨까?" .. 그 분위기는 읽은 책을 또 가져가는 것에 대한 면구스러움이 묻어나 있다. 전혀 문제없지. "엄마, 딱이야. 얇고 가볍고 재밌고." .. 엄마는 방긋 웃으시며, 안심한 듯, 가져갈 짐 위에 살포시 이 책을 놓으셨더랬다.

일본 홋카이도의 어느 호텔에서, 엄마와 나는 이 책들을 각기 부여잡고 읽다가 슬며시 잠드는 며칠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게 추억으로 아로새겨질 테고.

 

 

 


 

 

다녀와서 사진들 올리겠다. 여름날의 홋카이도, 北海道. 아마도 겨울 못지 않은 정취가 있지 않을까. (방사능 수치가 걱정되어 찾아보았는데, 원전사고 이전과 비교할 때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낮은 수치.. 그래서 회를 실컷 먹기로 결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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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2012-08-11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와의 여행이라 좋은데요^^
남의나라가서 내나라문자 읽는다는 어감이 참 좋게 느껴지네요
여행도 즐겁게 다녀오셔요~
다녀오셔서 즐거운 이야기들 들려주세요^^

비연 2012-08-12 01:29   좋아요 0 | URL
실비님~ 감사요^^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들어올께요~

프레이야 2012-08-12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엄마와여행이군요. 행복한 여행 즐기고 오시길요. 여름 북해도 풍경 사진 기대하고 있을래요.^^

비연 2012-08-12 01:3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ㅋㅋ 엄마와의 여행, 참 좋은 것 같아요~ 풍경사진 많이 담아올께요. 기대하삼~

2012-08-14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8-16 1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덥다.

낮에도 덥고 밤에도 덥고.

그래도 오늘은 좀 덜 더운 밤이다. 내성이 생겼나?

 

약속이 저녁 7시 30분이라 눈치 엄청 보면서 6시 땡 퇴근을 하고 쏜살같이 차로 날아들어 운전을 해 서울로 왔다. 대개 그 시간에 나오면 서울 도착 시간이 아무리 늦어도 7시 10분 정도. 안심하고 나왔는데 이게 왠걸. 양재에서부터 막히기 시작한 게 30분이 지나도 그 자리. 그 자리. 안 그래도 밤에 잠을 못 자서 졸음이 막 쌓여 있는데, 차가 막혀 정지해있으니 자꾸 꾸벅꾸벅. 에구. 사람들이 더우니까 다들 차를 끌고 나왔나. 어쨌거나 약속장소 도착하니 8시 10분. ㅠㅠ 암튼 미친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반가운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간단히 백반 먹고 커피 마시고. 수다에 수다를 떨다가 헤어진 게 11시 20분쯤? 다들 아쉬워하면서 집으로. 그렇게 집으로 와서 씻고 어쩌고 하니 이 시간이다. 방금 올림픽에선 유도와 권총사격에서  금 하나씩 추가했다 하고 이 제 곧 가봉과의 축구가 시작된다 한다.

피곤한데, 그냥 자기 아깝기도 하고 열대야에 잠 설칠 거 생각하니 막막해서 그냥 앉아 있다. 난 그래서 이렇게 더위에 시달려서 살이 좀 빠졌다고 생각했었는데... 그제인가 백화점에 문득 들러서 원피스 하나를 걸쳐보았었다. 모양새가 좀 페미닌하고 허리 쪽에서 리본을 가볍게 묶는 모양이었는데.. 입고 나오니 거기 점원하는 아줌마가 (흥!) 날 지긋이 쳐다보고 한다는 말이 ...

"나도 배가 나와서 이런 옷 입으면 잘 안 어울려요. A라인으로 풍덩한 거 입어봐요."

 

나.도. 라는 말은 그러니까 니 배도 나왔으니 얼른 딴 거 입어봐요 이 뜻인 게지... 흑. 열폭하여 그 백화점 폭파시키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가... 나의 배를 지긋이 보니 과연..하는 현실 절감에 고개를 숙이고 얌전히 권해준 풍덩 옷을 입어본 후 조용히 돈 치르고 나왔다. 그 이후 요즘 살 뺀다고 선식과 과일로 연명 중이다. 덕분에 기력이 없어서인지, 더 덥고 지치는 것 같다.

 

살이 많이 찌긴 했다. 우리나라 여자들의 대부분이 스스로를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정신병적인 증세가 있기는 하지만... 나는 내 작은 키에 비해 점점 똥똥한 체형이 되어가고 있는 게 확실하다. 가끔 바지 단추가 튕~ 날아가기도 하는 거 보면 (챙피해서..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시기인 게지. 암튼 하이드님 페이퍼 보고도 다시한번 결심해보지만 하반기에 5 kg은 뺄 거다. 불끈.

 

 

이 와중에도 여행갈 생각에 책을 골라 읽고 있다. 물론 이렇게 도보로 다닐 생각은 없지만 그냥 느낌이라도 가져보려구. 다들 겨울날의 홋카이도만 얘기해서 여름날의 홋카이도를 보러 가는 건 정신나간 짓인가.. 했었는데, 이 책에 여름날의 홋카이도가 얼마나 아름다운 지를 적어놓은 것을 발견하고 오호~ 하면서 첫 장부터 열심히 읽고 있다. 홋카이도는 처음인지라, 이제부터 열심히 읽고 계획을 짜야겠다 싶다. 작년 1~2월에 일본 간 이후로 좀 뜸하다가 가는 거라, 기대가 크다. 특히나 홋카이도는, 일본 내에서도 특이한 곳이라 하므로.

 

그나저나 김남희씨는 요즘은 어딜 걷고 있는지. 급궁금해지는군. 하면서 공식사이트를 뒤져보니, 1년간 남미를 다녀온 모양이다. 끊임없이 길을 걷는 그녀가 부럽다. 그 모험심이. 그 자유로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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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지내는 동안, 책 사는 게 좀 뜸했었다. 이런. 며칠 전 10권 정도 구매하고는 앗싸.

 

 

 

 

 

 

 

 

 

 

 

 

 

 


 

 

엘러리 퀸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이 시리즈를 사는 건 내게 있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다 안 산 게 이상한 거지.ㅜ) 국명 시리즈가 이번에 완간된다는 게 어찌나 기쁜 지. 물론 그중엔 읽은 것도 있고 안 읽은 것도 있고... 번역되어 나온 건 다 읽지 않았나 싶은데. 국명시리즈 중에 최고봉은 역시나 <이집트십자가의 비밀>이라고 생각..ㅎㅎ 지금 '검은숲' 에서 나온 이 시리즈 중 내가 사둔 것은 <프랑스파우더의 비밀>이고. 조금씩 다 마련해나가야겠다. 벌써 <샹쌍둥이 미스터리>는 읽기 시작...오홋홋.

 

 

 요것은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꼭 봐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책. 추리소설에서 범죄소설로의 역사..라는 부제가 있듯이,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의 역사를 다룬 결정판(the definitive history)으로 불리는 명저 <블러디 머더>. 줄리언 시먼스가 최종판임을 공언한 1993년의 제3판을 번역했다. 3세기에 걸친 추리 소설 장르의 생성과 변화, 그 빛나는 성취와 한심한 나락들, 수없이 명멸해 간 작가들의 명암을 저자 특유의 신랄한 문체로 펼쳐 보이고 있다. (알라딘 책소개 중) 

 

이 시먼스라는 사람이, 영국이 낳은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중 한 사람이라니. 난 잘 몰랐었는데.. 영국 범죄소설의 대사제 라고 불리웠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 책도 흥미가 바짝.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333편짜리 에세이. 라틴아메리카가 낳은 글쟁이라고나 할까.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많은 정치적 연대기를 펴냈으며, 특히 그를 고전 작가의 반열에 올린 에세이인 <라틴아메리카의 절개된 혈맥>(1971)은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건강한 세상을 꿈꾸는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널리 읽혀 왔다. 1980년대에는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비극적 역사를 서사시적으로 서술한 대작인 <불의 기억> 3부작을 통해 독서 대중에게 필요한 정치서나 역사서의 전범을 보여 주었다. 그 뒤로도 저널리스트로서의 경험이 녹아 있는 문학적 글쓰기를 통해 독특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해 왔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카사 데 라스 아메리카스 상(1975, 1978), 미도서상(1989), 알로아 상(1993), 라난 재단의 문화자유상(1999) 등 국내외의 여러 상을 수상했다. (알라딘 작가소개 중)

 

이 정도 되는 소개라면, 333편의 에세이를 읽어볼 엄두가 나는 법이다. 특히나 라틴아메리카 작가들의 글들은 묘하게 우리나라의 정서랑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더더욱.

 

 

 

 

 

 

 

 

 

 

 

 이렇게 유명한 책을 나는 왜 아직까지 제대로 끝까지 읽은 적이 없는 건지.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배경이 된 소설,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 누군가는 이제까지 나온 소설 중 최고의 미스터리 소설이라고까지 말한 이 고전 중의 고전.

 

한 유럽인의 아프리카 오지로의 여행을 통해 문명이라는 이름의 야만, 혹은 제국주의를 폭로하고 그와 대비되는 원시의 생명력, 어둡고 주술적인 유혹을 그려내고 있다. (알라딘 책소개 중)

 

예전부터 민음사 책으로 사고 싶었는데, 이번에 덜컥 사버렸다. 영어로 읽어볼까 하다가..그냥 번역본으로 낙찰. 지금 사다놓은 영어 원서들도 다 읽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 상태이므로.. (어느 때인가 필이 꽂혀서 마구 산 적이 있었더랬지..쩝쩝..)

 

 

 

 

 

 

 

 

 

 

 

 

 

 

줄리안 반스의 책을 하나씩 봐보리라... 생각했었던 게 몇 달 전인데, 이제야 첨으로 제일 유명한 이 책을 사들었다. <플로베르의 앵무새>

 

아마추어 문학애호가이자, 영국의 퇴역 의사인 제프리 브레스트웨이트는 플로베르의 고향 루앙을 방문한다. 플로베르가 <순박한 마음>을 쓸 때 모델 역할을 했던 박제 앵무새를 찾아 박물관에 간 제프리는, 다음 날 다른 곳에서 역시 <순박한 마음>의 모델이 되었다는 박제 앵무새를 만난다. 두 곳 박물관의 관리인들은, 서로 자신들의 박제 앵무새가 플로베르의 창작에 영감을 주었다고 주장한다.

박제 앵무새를 모티프로 풀어 나가는 플로베르에 대한 탐구는 시공을 초월하고, 플로베르 작품 속 시간까지 함께 아우르며 진행된다. 플로베르의 작품과 발언에 근거한 의사 연대기, 플로베르 외전, 동물 열전, 플로베르를 받아들이는 현대인들의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 등 만화경 같은 다양한 형식의 글이 이어진다. 작가 줄리안 반즈는 전통적인 플롯 위주의 이야기 구조를 해체하며, 사실주의 소설의 대가 플로베르의 초상을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알라딘 책소개 중)

 

이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줄리안 반스의 진가를 보았기 때문에 다른 책을 사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음을 고백한다. 몇 권 더 사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이유상 꾸욱..누르고 한 권만..흑.

 


 

이 작가는 줄스 에반스. 위의 줄리안 반스와 이름이 헷갈려서 이 사람이 저 사람인 줄 알았다는...ㅠ 부제가 '삶을 사랑하는 기술'이다.

 

마음을 다져야 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죽비소리, 철학이 마음의 근육이 될 때 삶은 변화할 가능성을 얻는다... 이런 평들을 받는 책이다. 저자 자신이 대학을 졸업하고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고생할 때 고전철학에서 구원을 얻었던 연고로, 짓게 된 책.

 

삶을 사랑하는 열두 가지 기술(Art)
● 소크라테스가 권하는 ‘거리의 철학 ’과 질문을 던지는 기술
● 에픽테투스가 권하는 영혼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기술
● 무소니우스 루푸스가 권하는 흔들림 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기술
● 세네카가 권하는 마음속 기대치를 조절하는 기술
● 에피쿠로스가 권하는 지금 여기서, 삶을 즐기는 기술
● 헤라클레이토스가 권하는 저 위에서 내려다보며 사색하는 기술
● 피타고라스가 권하는 기억하고 매혹시키는 기술
● 회의론자들이 권하는 제대로 의심하고 비판하는 기술
● 디오게네스가 권하는 남의 시선을 벗어나 권위에 저항하는 기술
● 플라톤이 권하는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는 기술
● 플루타르코스가 권하는 역사 속에서 영웅을 찾는 기술
● 아리스토텔레스가 권하는 행복하게 살아가는 기술  (출판사 제공 책소개 중)

 

철학을 통한 구원이라. 왠지 신선하지 않는가. 한번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에 다시한번 덥썩.

 


 

요즘 내가 꽂혀 있는 분야는 다름 아닌 '디자인'. 나오는 족족 사다 놓고 있다. 이런 책이야 글자보다는 그림이나 사진이니, 마음이 적적할 때 슬슬 뒤적거리면서 위안을 얻고 있다고나 할까..으흠?

 

요런 책들이 내 책장에 나란히 눕혀져들 있다. ㅋㅋㅋ 북유럽 디자인은 심플하면서도 화사하고 실용적이라서 관심이 많이 가는 편이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 중의 하나는, 과학을 어떻게 대중에게 쉽고 재미나게 전달하는가에 있다. 그래서 이런 책들, 그러니까 물리학이나 화학이나 통계나 수학이나 하는 어떻게 보면 딱딱할 것 같은 내용들을 기본부터 차근차근 재미나게 푼 책들을 좋아한다. 특히나 이런 책들일수록 지은이가 매우 그 학문에 정통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잘된 대중강의를 듣는 느낌이랄까.

 

월터 르윈 교수도 MIT 교수으로서.. 30만 볼트의 고압으로 자신의 몸을 충전하여 자기장의 원리를 증명하고, 직접 추에 매달려 진자의 법칙을 설명하는 괴짜 교수 월터 르윈. 그의 강의를 보는 순간 누구나 마법 같은 물리학의 매력에 사로잡히고, 세상 속에 숨겨진 물리의 경이로운 위력에 감탄한다. 신비로운 시간의 원리에서 황홀한 우주의 세계까지, 물리학과 사랑에 빠진 괴짜 과학자가 펼쳐 보이는 짜릿하고 통쾌한 물리학의 정수로 초대하는 책 (알라딘 책소개 중) 이라는 평이다. 유투브 등에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던 강의라고 한다. 슬슬 넘겨보니 물리학에 대한 약간의 지식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고등학교 때 가장 좋아하는 과목 중 하나가 물리학이어서 내심 자신만만하게 구입해보기는 했는데 말이다..ㅎㅎㅎㅎ

 

 

 

역시나 더운 여름날엔 독서가 최고의 피서가 아닐까 싶다. 할 일은 많지만, 짬짬이... 사둔 책들을 읽어나가야지.. 라는 생각에 왠지 신나는 토요일 저녁이다. 독서하러 이제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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