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두류공원을 걸었다. 신기하게도 구월이 되자마자 바람의 온도가 바뀌었다. 우리는 비록 현실의 팍팍함을 이야기했지만 구월의 바람이 불고 아이들은 뛰놀고, 갑자기 모든 게 다 별일 아니게 느껴졌다. 별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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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펭귄클래식 135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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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을 읽으면서 그 유명한 문장들이 바로 이 작품의 첫 문단이었구나 알았습니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에 나오는 첫 문단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같은 구조를 가진 역설적 표현들은 사방에서 쓰이고 있으니까요. 이 세기의 고전을 드디어 내가 읽는구나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시작은 미스터리입니다. 한 은행원의 은밀한 작전 수행, '되살아났다'라는 알 수 없는 전보. 두께가 만만치 않은 이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궁금했고 재치 있는 문장들은 빛났습니다. 실제로 '되살아났다'는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의 중요한 출발점이자 이 이야기속의 모든 사건을 일으키는 모티프가 됩니다.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흥미진진합니다. 프랑스혁명 당시의 프랑스 모습이 생생히 드러나있고,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등장인물들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끊임없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스릴러의 요소 또한 강하게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서평의 제목에 작가나 작품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막장 드라마'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막장 드라마의 특징은 등장인물 모두가 서로 긴말하게 관련되어 있고 자극적인 설정이 난무하며 이야기는 항상 극적으로 치달아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드라마의 경우 모든 인물이 서로 비밀스럽고 특수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데는 '제작비'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고 합니다. 가능하면 최소한의 등장인물로 드라마를 찍을 수 있어야 제작비를 줄일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출생의 비밀' 혹은 '지나치게 얽히고설킨 가족사'가 등장해 이야기가 오로지 그 비밀이 밝혀지고 화해하는 과정에만 치중되면 사람들은 그런 드라마를 막장 드라마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물론 프랑스혁명은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그 자체로 더할나위 없이 자극적이고 항상 극적인 역사적 사건이었으니까요.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현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막장 드라마 요소를 갖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족의 비밀,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너무 완벽한 여인, 그 여자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절대적인 사랑이야기에 완전히 동의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 모든 이야기를 행복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되는 카턴의 숭고한 사랑과 희생이 등장하는 대목에 있어서는 몰입이 완전히 깨지고 말았습니다.

 

프랑스혁명이 디킨스가 묘사한대로 눈먼 폭력성을 띠고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지만 너무 그러한 측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도 불편한 부분이었습니다. [두 도시 이야기]에서의 주인공은 완벽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이상적인 가족입니다. 이들의 사랑과 삶이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끊임없이 위협을 받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독자는 자연스레 프랑스혁명의 폭력성과 무자비함에 집중하게 되죠. 자연스레 대결구도와 선악구도가 형성되고, 주인공의 행복을 바란다면 시민(폭도)들이 패배하기를 바라게 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야기의 속도감, 해학과 풍자가 가득하면서도 생생한 문장에도 불구하고 편향된 시각, 보수적인 세계관, 모범생으로만 가득한 인물들(주인공들)은 열심히 책장을 넘긴 저에게 일종의 허탈함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렇게 놀랍도록 아름다운 인간성과 숭고한 사랑이 비현실적이라 믿는 제가 문제인 걸까요.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요, 지혜의 시절이자 어리석음의 시절이었으며, 믿음의 세월이자 회의의 세월이요,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으며, 희망의 봄이자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모든 것이 있으면서 아무것도 없었고, 우리는 모두 곧장 천국을 향해 가고 있으면서도 곧장 지옥으로 가고 있었다. 요컨대 그 시대가 현재와 어찌나 닮아 있었던지, 당시의 가장 말 많은 권위자들조차 선과 악, 즉 극단적인 대조만이 허락되는 세상이라고 주장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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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판미동 출판사 입니다.

신간 도서 <메이블 이야기>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메이블을 길들이며 슬픔을 견디고 다시 나의 삶을 살고 싶었다.”

 

인간과 자연, 생명과 죽음, 애도와 치유가 어우러진 현재 진행형의 고전

 

야생 참매 메이블을 길들이며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견뎌 나가는 과정을 정직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그려 낸 화제작 메이블 이야기가 판미동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2014년 출간되어 논픽션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새뮤얼존슨상과 그해 장르를 불문하고 최고의 책에게 수여하는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상 코스타상까지 석권하며 작품성을 검증받은 이 책은, 가디언이코노미스트에서 올해의 책으로 뽑히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대중 독자들에게도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더 나아가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타임, 피플, 텔레그래프등 전 세계 유력 언론들도 앞 다퉈 올해 최고의 책으로 상찬하며 앞으로도 계속 살아남을 고전이 될 것으로 예견했다. 현재 아마존에서 선정하는 2015올해의 책리스트 선두에 올라 있으며,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브라질, 터키, 중국, 일본 등 20여 개국에 출간 계약되는 등 갈수록 그 명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고전이다.

 

2015 아마존 올해의 책’ 1

이 책은 노래다. 도저히 읽기를 멈출 수 없다.”

 

2014 새뮤얼존슨 논픽션상

2014 코스타 문학상

<아마존> 종합 1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  8월 20일 ~ 8월 27일

    당첨자 발표 : 8월 28일

    발송 : 8월 31일

 

2. 모집인원 : 10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필수)

    -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7일 이내에 '개인블로그'와 '알라딘' 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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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

평소 최고가 될 것이 아니라면 시작도 하지말자,와 같은 의지 돋는 결심을 하는 편이 아니라서 장미란이 될 것도 아닌데(오히려 모든 꽃이 장미꽃일 수는 없으며 꽃 중의 꽃이라 불리는 장미가 아니라도 꽃은 꽃마다 각기 다른 매력과 향기가 있다는 선생님 말씀을 받들고 있다) 내가 왜 바벨을 발목에서 무릎으로, 무릎에서 어깨로, 어깨에서 다시 머리 위로 번쩍 들어올리는 동작을 다섯바퀴나 반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오늘의 크로스핏을 마쳤다.

장미란 선수가 지금껏 한 것은 단순한 힘의 과시가 아니라 리본 대신 역기 들고 하는 리듬체조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가는 길엔 분명 십분 걸리는 이 길이 오는 길엔 항상 이십분씩 걸리는 것은 갈땐 걸어가지만 올땐 기어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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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재는재로 > 서평단 모집중

또다른 생명을 돌보며 슬픔을 견디는 과정이 궁금하다. 난 아직 한번도 나 이외의 다른 생명을 돌보아 본 경험이 없다. 날이 갈수록 그것, 슬픔을 견디는 것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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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21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르마님, 서평단 신청 스크랩을 잘못 올렸습니다. 서평단 공지사항을 ‘복사하기 붙여넣기’ 기능으로 카르마님의 블로그에 옮겨야 합니다. 그리고 이 옮긴 블로그 주소와 읽고 싶은 이유를 민음사 공식 블로그 댓글에 달면 합니다. 민음사 블로그는 ‘알라딘 서재’ 화면 왼쪽 하단에 있습니다.

karma 2015-08-21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친절한 사이러스님!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