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많은 태명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마도 세상의 모든 태명은 엄마의 자궁이 보관하는 이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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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 책을 동생부부에게도 선물해줄 수 있게 됐다. 나도 며칠전 그 소리를 들었다.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병원에서 녹음해준 네 심장 소리의 음원을 스피커에 연결한다. 나는 지금 네가 잠들어 있는 그곳을 다시 상상해보는 중이란다. 그곳의 양수는 따뜻한지, 네가 마시는 산소는 충분한지, 팔과 다리가 될 싹이 몸에서 생기고 있을텐데 간지럽지는 않은지, 엄마의 심장박동 소리는 어떤 음악처럼 들리는지 궁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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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3-07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무한도전 어린이집 편을 봐서 그런지 미혼인 저도 이 시집을 읽고 싶군요. ^^

karma 2015-03-08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출산장려 효과가 있다던데 :)
여러 통의 편지들이지만 말씀하신대로 정말 아름다운 한 편의 시예요- 읽어보시는 것을 전혀 말리지 않습니다. :)
 

나다

모든 것이 〈nada y pues nada y pues nada(허무 그리고 허무 그리고 허무)〉였다. 〈나다〉[4]에 계신 우리의 나다, 그대의 이름은 나다, 그대의 왕국이 오시고, 세상 모두가 나다이오니 그대의 뜻이 나다 속에서 나다가 되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나다를 주시고, 우리가 우리의 나다를 나다하오니 우리의 나다를 나다해 주소서. 우리를 나다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 우리를 나다에서 구해 주소서. 아멘 나다. 나다에 가득 찬 나다를 찬미하라. 나다가 그대와 함께 있으니. 그는 미소를 지으며, 번들거리는 증기 압력 커피 기계가 있는 바 앞에 섰다.

「뭘 주문하겠소?」 종업원이 물었다.

「나다.」

-알라딘 eBook <깨끗하고 불빛 환한 곳 [알라딘 단독]> (어니스트 헤밍웨이 外)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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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가를 냈다. 총 4주 중 2주가 지나갔다.
병가의 사유는 통증보다는 질병, 질병보다는 두려움이다.
처음이 아닌 수술을 받았고, 퇴원 후 예상치 못한 재감염 때문에 금세 다시 입원을 했고, 다시 퇴원 후 사회로 복귀했지만 여전히 증상이 나타났다.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는 괜찮다고 했지만 불안했다. 증상이 있는데 괜찮다고 하니 더 불안했다. 이성복 시인이 말한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던 바로 그 상황에 내가 처해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은 그 증상이 없어졌는지, 없어지지 않았다면 최소한 어제보다 덜해졌는지 확인했다. 퇴원 후 어느 시점부터 병가를 신청하기까지의 약 2주간은 확인할 때마다 어김없이 좌절이 결과로 따라왔다. 증상은 오히려 점점 더 강해질 뿐이었다. 그러다 결국 나는 두려움에 무릎을 꿇었다. 아침마다 기대하고 좌절하는 일을 더이상은 감당할 수 없었다.

병가를 내기로 하고 2주간은 맡아왔던 업무들을 정리했다. 조급한 마음에 비하면 2달 같았던 2주도 가고 마침내 4주간의 휴식이 시작됐다. 그 중 지난 2주는 말 그대로 몸이 시키는대로 게으르게, 병가의 관점에서는 부지런히 쉬었다. 배고프면 먹고 잠이 오면 자고 가급적 아무런 생갇을 하지 않기 위해서 티비만 봤다. 괜히 어떤 상념을 불러올 만한 책이나 영화도 피하고 업무 메일도 보지 않았다.

증상은 휴식 1주차가 지날 때까지는 전혀 호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2주차에 접어들면서 마침내 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날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대로 낫는 건가 싶으면 다음날 다시 증상이 나타나고, 그래서 절망하면 다음날 다시 괜찮은 식으로 1주가 갔다. 그 사이 타온 약이 떨어지고, 증상은 다시 3일에 한 번 꼴로 나타나지 않아 나는 절망과 희망 사이를 끊임 없이 오락가락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주어진 1달 안에 완전히 다 낫진 못할 거라고 다시 한 번 낙담하게 됐다. 처음 병가를 낼 때만 해도 다 낫지 않으면 회사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쯤 되고 보니 영영 좋아지지도 않고 회사도 너무 오래 쉬게 되는 건 아닌가 불안해졌다. 그래서 2주 후에는 증상의 발현 혹은 완치 여부와 상관없이 일터로 돌아가기로 혼자 마음을 먹었다. 그 마음을 먹고 보니 돌아가서 맞이해야할 녹록지 않은 일과 상황들에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연휴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7일 정도에 불과한 워킹데이 동안 400통이 넘는 읽지 않은 메일들이 쌓여있었다.

그 중 중요한 메일들을 골라서 읽고 불필요한 메일들을 정리했다. 그러나 밀린 메일함을 열어보는 일은, 에덴 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는 것과 같은 행동이었다. 그 대가는, 불면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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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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