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펭귄클래식 135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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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을 읽으면서 그 유명한 문장들이 바로 이 작품의 첫 문단이었구나 알았습니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에 나오는 첫 문단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같은 구조를 가진 역설적 표현들은 사방에서 쓰이고 있으니까요. 이 세기의 고전을 드디어 내가 읽는구나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시작은 미스터리입니다. 한 은행원의 은밀한 작전 수행, '되살아났다'라는 알 수 없는 전보. 두께가 만만치 않은 이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궁금했고 재치 있는 문장들은 빛났습니다. 실제로 '되살아났다'는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의 중요한 출발점이자 이 이야기속의 모든 사건을 일으키는 모티프가 됩니다.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들은 흥미진진합니다. 프랑스혁명 당시의 프랑스 모습이 생생히 드러나있고,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등장인물들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끊임없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스릴러의 요소 또한 강하게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서평의 제목에 작가나 작품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막장 드라마'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막장 드라마의 특징은 등장인물 모두가 서로 긴말하게 관련되어 있고 자극적인 설정이 난무하며 이야기는 항상 극적으로 치달아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드라마의 경우 모든 인물이 서로 비밀스럽고 특수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데는 '제작비'라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고 합니다. 가능하면 최소한의 등장인물로 드라마를 찍을 수 있어야 제작비를 줄일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출생의 비밀' 혹은 '지나치게 얽히고설킨 가족사'가 등장해 이야기가 오로지 그 비밀이 밝혀지고 화해하는 과정에만 치중되면 사람들은 그런 드라마를 막장 드라마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물론 프랑스혁명은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그 자체로 더할나위 없이 자극적이고 항상 극적인 역사적 사건이었으니까요.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현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막장 드라마 요소를 갖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족의 비밀,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너무 완벽한 여인, 그 여자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절대적인 사랑이야기에 완전히 동의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 모든 이야기를 행복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되는 카턴의 숭고한 사랑과 희생이 등장하는 대목에 있어서는 몰입이 완전히 깨지고 말았습니다.

 

프랑스혁명이 디킨스가 묘사한대로 눈먼 폭력성을 띠고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지만 너무 그러한 측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도 불편한 부분이었습니다. [두 도시 이야기]에서의 주인공은 완벽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이상적인 가족입니다. 이들의 사랑과 삶이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끊임없이 위협을 받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독자는 자연스레 프랑스혁명의 폭력성과 무자비함에 집중하게 되죠. 자연스레 대결구도와 선악구도가 형성되고, 주인공의 행복을 바란다면 시민(폭도)들이 패배하기를 바라게 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야기의 속도감, 해학과 풍자가 가득하면서도 생생한 문장에도 불구하고 편향된 시각, 보수적인 세계관, 모범생으로만 가득한 인물들(주인공들)은 열심히 책장을 넘긴 저에게 일종의 허탈함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렇게 놀랍도록 아름다운 인간성과 숭고한 사랑이 비현실적이라 믿는 제가 문제인 걸까요.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요, 지혜의 시절이자 어리석음의 시절이었으며, 믿음의 세월이자 회의의 세월이요,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으며, 희망의 봄이자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모든 것이 있으면서 아무것도 없었고, 우리는 모두 곧장 천국을 향해 가고 있으면서도 곧장 지옥으로 가고 있었다. 요컨대 그 시대가 현재와 어찌나 닮아 있었던지, 당시의 가장 말 많은 권위자들조차 선과 악, 즉 극단적인 대조만이 허락되는 세상이라고 주장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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