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상처 - 학습 부진의 심리학 : 배움의 본능 되살리기, 개정판
김현수 지음 / 에듀니티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둘째가 곧 고등학생이 된다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큰 아이가 겪은 시행착오를 덜 겪었으면 하는 마음에 조바심을 내지만 아이는 평범한 성적에 만족한다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로 나를 위로하는데 그 말은 공부 못하는 아이의 합리화이며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고 잔소리를 늘어놓게 된다아직 사춘기의 터널을 걷고 있는 아이에게 마음을 다치지 않고 공부에 흥미를 유발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는데,  도서 공부 상처 (김현수 저. 에듀니티)’가 눈에 들어 온다.

 

첫 장을 펼치니 사랑이 독을 갖고 있을 때부모나 교사가 사랑에 독이 있을 때아이들이 자라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 또한 그렇습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저자의 자필 사인이 적혀 있다저자 김현수는 신경정신과 의사이며 청소년 관련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인터넷 게임, 학교 폭력, 인터넷 중독, 가정폭력 등 주로 청소년들의 권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책은 제목처럼 청소년들이 가정과 학교에서 공부 때문에 받은 상처에 대해 보듬어주는 책이다. 서울대 김동일 교수의 추천사 공부, 상처와 힐링의 변주곡이라는 제목이 와 닿는다공부 상처는 주로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비교, 획일적인 방식의 수업, 공부와 놀이의 적대적인 관계, 일방적인 강요, 공부 방법의 부재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발생한다공부에 상처를 받은 아이는 학습 부진아로 이어진다.  저자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가 아니라 안하는 아이라고 강조하지만 공부에 흥미를 잃은 아이가 되는 것이다.

 

학습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첫째, 중산층의 규범과 말하기를 익히게 할 것. 둘째, 책을 친숙하게 여기게 할 것,  셋째, 계획을 세우고 시간 관리를 하게 할 것이 세 가지를 강조한다전 세계의 학교 교육은 정해진 규칙을 지키고, 고상한 선생님의 언어 등 중산층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가정에서도 드라마, 쇼 등의 시청보다는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보고 신문의 사설을 읽으며매일 일정한 시간을 할애하는 독서 및 공부 습관미래를 위해 현재를 투자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는 점을 강조한다

 

'헛똑똑부모증후군.' 상담을 하러 오는 엄마들을 보면서 공통점을 찾다 보니 이런 결론을 얻었다. 예전에 몇몇 방송 매체에서 이 개념을 이야기해 달라고 해서 소개한 적도 있다. 헛똑똑 엄마들은

 

첫째, 정서적으로는 차갑고

둘째, 도덕적으로는 올바르고, 그래서 잔소리가 많고

셋째, 체면과 평가 목표와 남에게 보이는 것을 중시하고

넷째, 자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자녀에게 많은 것을 해 주고 있다고 믿으며

다섯째, 그러나 자녀들은 그런 엄마(아빠)를 싫어한다.

 

혹시 당신도 헛똑똑 부모는 아닌가? 그렇다면 빨리 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따뜻한 부모, 너그러운 부모, 자식을 비교 대상으로 삼지 않는 부모, 잔소리가 적은 부모, 아이를 그 자체로 진짜 좋아하는 부모, 자신의 부족함을 성찰할 줄 아는 부모, 쉽지는 않겠지만 이런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고 움직여야 한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 대부분의 엄마는 학원이나 학교 교육에 의지하고 그저 공부하라는 잔소리만 할뿐 실제적인 공부 코칭은 하지 않는다. 아이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공부 계획을 세우면 평가하고 격려해 주는 것은 부모 몫이다. 예를 들면 매일 영어 단어 10개 외우기, 수학 문제 1장 풀기, 사설 1개 읽기, 한국단편소설 100쪽 읽기 등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반이라도 성과가 나타나면 칭찬해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 부모가 할 일이다. 아이가 구체적이며 실현 가능한 꿈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꿈을 찾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요즘은 마지못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 얼마 전에 작은 아이 학교에서 시험 감독을 했는데 시험이 시작된 지 10분 만에 엎드려 자는 아이들이 20%는 되었다.‘아이 엄마는 이 사실을 알까?’ 하며 걱정스러운 마음에 조심스럽게 건드렸지만 아이는 꿈적도 하지 않는다. 공부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가서 의욕이 일어날까? 방학때 부모와 함께 매일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공부 습관을 들이는 노력을 기울이면 좋을텐데....그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학습 동기를 일깨워 주는 것은 교사와 부모 몫이다. 그 아이 엄마를 만난다면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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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4-07-29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우리 딸이 읽어봐야 할 책인 듯합니다.
방학 동안 딸 아이 공부 봐 주느라 더 사이가 안 좋아지는 듯해요.
제 인격의 모자람이죠.
선배들 이야기가 부모가 자녀 가르치다 더 사이 안 좋아지니 그럴 때는 학원 보내는 게 더 낫다고 하네요.
과연 학원만이 답일까요?

세실 2014-07-30 10:03   좋아요 0 | URL
일주일 단위 계획 세우고, 실천했나 안했나만 체크해도.....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엄마가 강압과 방임을 반복하는듯요^^
음....
국어는 그저 사설 읽기와 독서뿐^^
사회도 역시 독서뿐^^
영어, 수학은 아무래도 학원에 다니면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학습이 되겠지요?



페크pek0501 2014-07-30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 공부가 싫다면 공부라는 것도 재능이 필요한 건데 이쪽으로 아예 흥미도 뭣도 없다면
그런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학교에 있었으면 해요.
전 학생 모두가 공부를 잘할 순 없지 않겠어요. 그럴 필요도 없고(제 생각엔)
수업 시간이 지루하고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면서 학원에서 예능 쪽으로 재능을 키우는 고등학생들이 있어요.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을 차라리 학원에서 재능을 키우며 보내고 싶다는 아이들이요.
그런데 교육 시스템이 학교 수업이 끝나야 학원에 갈 수 있어서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엎드려 자던 학생이 혹시 학원에서 예능을 열심히 배우고 밤늦게 귀가해 피곤해서 그런지도 몰라요.(고등학생의 경우,
그런 학생이 많대요.)
예능의 경우 내신 성적이 들어가지 않고 실기만으로 뽑는 대학도 있거든요. 수시모집.
그러니 엎드려 있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연예인으로 성공한 사람들 중 대부분은 공부를 못했다는... ㅋ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건, 맞는 것 같아요.

헛똑똑 부모에 대한 글, 무척 공감합니다.
나를 포함해 모든 부모는 그저 공부 잘하는 자식이길 바라지요. ^^

세실 2014-07-31 10:00   좋아요 0 | URL
부모의 관심과 고민이 많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어느 한곳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면 그것도 큰 행복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특성화고가 생겼는데 아직 우리는 무조건 일반계를 보내고 있으니.....
미용, 제빵, 패션에 관심있는 아이가 특성화고 관련 학과에 다닌다면 행복하겠지요^^
정규 수업만 하고 대부분 일찍 하교 하더라구요^^
딱히 할게 없어서 쉽게 제빵할래요! 하는것도 문제지만요^^
친구 딸내미가 공부도 잘하고 발레도 잘하는데 일반계를 보낼까 고민하다가 예술고를 보냈어요.
학교 정규수업만 끝나면 발레를 배운다고 하니 아이의 만족도는 최상입니다.

일부 아이들은 공부를 못하는것이 아니라 안해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어릴때부터 자연스럽게 책 읽고, 습관처럼 공부하는 분위기에서 자란다면 공부를 어느 정도는 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손을 놓치는 않겠다는 생각.....
부모의 강압과 방임의 반복도 아이를 지치게 하는듯 합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지만, 딱히 소질도 없는 우리 아이들 같은 경우엔
그래도 공부만이 살길이겠지요?
적어도 학창시절엔 행복은 곧 성적순인듯 하옵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14-08-03 16:19   좋아요 0 | URL
옳습니다!!!

세실 2014-08-04 10:58   좋아요 0 | URL
^^
편안한 일주일 되세요, 페크님^^

희망찬샘 2014-08-03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반성과 함께 읽어야 할 책이군요.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잔소리꾼으로 살아가는 것이 힘이 들어 요즘 힘든데, 이 책을 읽으면서 위로와 반성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세실 2014-08-04 11:05   좋아요 0 | URL
울 아이들 둘만으로도 힘든데 반 아이들 전체와 씨름하시는 샘의 노고를 생각하면 그저 감사하는 마음 들더라구요. 아직도 여행중이신거죠? 아이들과 얼마나 많은 이야기거리가 생기실까요.
살아가면서 힘들때 꺼내보시면 좋을듯. 앨범도 꼭 만드세요~~~
이 책 작은 도움이 되실듯^^
 

1.

 

시댁이 걸어서 3분 거리에 있지만 직장을 핑계로 주말에 잠깐 가게 된다. 지난 주말에 갔더니 아버님이 유난히 수척해지셨다. 등도 굽으셨고 팔 다리가 새처럼 가늘어지셨다. 한때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교육청의 한 획을 그으셨던 분인데(교육감은 아님) 지금은 그저 연로한 힘없는 노인의 모습이었다. 보림이도 할아버지 보고 싶어해서 함께 갔다가 눈물만 글썽거렸다. 문득 "돌아가시고 난뒤에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진리가 떠올랐다. "그래 결심했어!"

 

난 집으로 오자마자 어제부터 불린 누런 콩이랑 서리태 콩을 삶기 시작했다. 끓기 시작할때부터 2분만 삶으라고 했으니 타이머 돌려놓고 기다리자 하얀 거품이 뭉게뭉게 떠오른다. 불을 끄고 콩물은 따로 놓은뒤에 찬물에 씻기 시작했다. 바가지에 비비면 콩껍질이 벗겨진다고 해서 살살 문지르니 껍질이 동동 떠오른다. 벗겨졌나 만져보니 껍질은 대부분 그대로 있다. 이런....결국 한개씩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고 내 인내심은 점점 한계에 다다랐다. 꼭 이렇게 해야돼? 하고 네이버를 검색해보니 까야 한단다.

 

힘들었지만 아버님을 기쁘게 해드린다는 생각으로 긍정의 힘을 모아 껍질을 다 깠고, 따로 남겨둔 물을 붓고 소금을 넣어 믹서기에 곱게 갈았다. 서리태 콩물이 섞여서 국물은 연한 연두빛을 띄며 먹음직스러웠다. 한 수저 입에 떠 넣으니 "와 바로 이 맛이야!" 첫 작품치고는 환상적인 맛이었다. 그래 음식은 정성이야.

 

기쁜 마음으로 콩국물과 생칼국수를 들고 시댁으로 뛰어가 "제가 아버님 드리려고 콩국물 만들어 왔어요. 콩껍질 까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하며 온갖 생색은 다 냈다. (나 스무살 새댁인거니?) 어머님도 기특한지 "콩껍질을 힘들게 어떻게 깠어. 아버지 콩국물 좋아하시는데 잘했다...." 하며 기뻐하셨다. 므훗!

 

그리고, 주말내내 삼계탕 끓이고 갈비 김치찜, 요구르트 만들고 더치 커피도 내리고, 야클님이 자랑한 양파 와인도 만들어 냉장고에 한가득 쟁여 놓았다. 싸구려 레드 와인에 백원짜리 양파 4개 넣고 만들었다. 모처럼 엄마 노릇, 며느리 노릇 열심히 한 주말이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앉아 있을 틈도 없었다....... 많이 힘들긴 했다.

 

수제 요구르트, 양파 와인, 더치커피, 콩물 

 

 

 

 

2.

 

시골 도서관이지만 무언가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인과 뜻을 모아 '인문학 서평쓰기' 과정을 개설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우리도서관 프로그램 강사 중 관심이 있을 듯한 두 분도 반강제로 포섭(?)하고, 나름 열심히 홍보한 결과 첫 모임에 11명이 참석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이다. 참여 이유를 들어보니 "아이 교육이 아닌 나를 위한 교육을 받고 싶었어요.", "그동안 인문학 책읽기에 목말랐어요.",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에 오니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 깊이있는 책읽기였어요" 등 기대 이상의 대답이 나온다.

 

모임중 유일한 남자이면서 나의 자랑스러운 지인이기도 한 이센터장님은 인문학에 대한 개론적 설명을 한다. 인문학의 기본은 '중용'입니다. .....(중략)......우리가 살아가면서 중용이 지켜지지 않으면 안되요. 그래서 첫 책은 중용으로 했으면 합니다.  자기 소개 시간에 우리도서관 우쿨렐레 강사인 샘은 즉석에서 플룻 연주를 들려 주신다. 그렇게 우리 모임은 단번에 수준이 높아졌다.

 

 

 

  중용은 공자의 손자로서 역사적 존재성이 확실한 자사라는 대사상가에 의하여 일관된 의도를 가지고 지은 역저.

 

  '중용'을 읽고 "일상적 삶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사람은 결코 '중용'을 읽지 않은 것이다.

 

 

 

 

 

제1장 천명장(天命章)

 

희노애락이 아직 발현되지 않은 상태를 중이라 일컫고, 그것이 발현되어 상황의 절도에 들어맞는 것을 화라고 일컫는다. 중이라는 것은 천하의 큰 근본이요, 화라는 것은 천하 사람들이 달성해야만 할 길이다. 중과 화를 지극한 경지에까지 밀고 나가면, 천과 지가 바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고, 그 사이에 있는 만물이 잘 자라나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윤리학

 

탁월성은 이성적 선택과 결부되어 굳어진 품성의 상태이며, 중용, 즉 우리 삶과 상관관계에 있는 중용에서 구현되는 것이다. 이 중용은 어떠한 합리적 원리에 의하여 결정되는데, 실천적 지혜를 가진 사람은 그 이성적 원리에 의하여 그리고 행위와 관련하여 결정함직한 방식으로 중용을 결정하게 된다. 중용이란 어디까지나 두 악덕 사이의 중용이다. 하나의 악덕은 과도함에 의존하고, 또 하나의 악덕은 결핍에 의존한다. 그리고 또 그것이 중용인 까닭은 악덕은 우리의 감정과 행위에 있어서 옳은 것에 미치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넘어서지만, 탁월함(덕)은 중간의 것을 발견하고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탁월함은 그 실체와 그 본질을 규정하는 정의에 있어서는 중용이지만, 최선의 것과 가장 옳은 것을 추구 한다는 점에서는 정점(극단)을 따르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중용'이란 이런 것이다.

 

용기는 비겁과 만용의 중용이며, 너그러움은 낭비와 인색의 중용이며, 긍지는 허영과 비굴의 중용이며, 기지는 익살과 아둔의 중용이며, 겸손은 수줍음과 몰염치의 중용이다.  

 

Now in everything the pleasant or pleasure is most to be guarded against

 

제22장. 천하지성장(天下至誠章)

 

오직 천하의 지극한 성이라야 자기의 타고난 성을 온전히 발현할 수 있다. 자기의 타고난 성을 온전히 발현할 수 있게 되어야 타인의 성을 온전히 발현케 할 수가 있다. 타인의 성을 온전히 발현케 할 수 있어야 모든 사물의 성을 온전히 발현케 할 수 있다. 모든 사물의 성을 온전히 발현케 할 수 있어야 천지의 화육을 도울수 있다. 천지의 화육을 도울 수 있어야 비로소 천과 지와 더불어 온전히 일체가 되는 것이다.

 

제23장. 기차치곡장(其次致曲章)

 

다음으로 힘써야 할 것은 치곡致曲의 문제이다. 그것은 소소한 사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지극하게 정성을 다한다는 것이다. 그리하면 소소한 사물마다 모두 성이 있게 된다. 성이 있게 되면 그 사물의 내면의 바른 이치가 구체적으로 형상화된다. 형상화되면 그것은 외부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드러나게 되면 밝아진다. 밝아지면 움직인다. 움직이면 변한다. 변하면 화한다. 오직 천하의 지성이래야 능히 화할 수 있다.

 

* 역린에서 인용한 명대사라 더 와닿는다.  

중용. 어렵긴 하지만 이제라도 읽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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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7-24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인은 주말에 그냥 쉬고 싶을텐데...가족을 위해 쉬지도 못하고 정성을 들였네요.
몸은 고단해도 마음은 넉넉하고 뿌듯한 기쁨으로 가득 찼어요.
짝짝짝~ 역시 수퍼우먼은 뭐가 달라도 달라요!^^

세실 2014-07-24 09:54   좋아요 0 | URL
쉬고 싶지만 2주에 한번 나오는 보림이도 걸리고, 방학 맞은 규환이도 걸리고, 연로하신 시부모님도 걸리고...... 이래저래 바쁜 주말이 됩니다.
맞아요. 콩껍질 벗기면서 마음을 비웠답니다. 콩껍질채 믹서기에 돌리면 먹기 힘들다네요.
수퍼 우먼....아 슬퍼라^^

라로 2014-07-24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에 구박먹어서 잊지 않고 공감먼저 누르고,,,ㅎㅎㅎ
세실님의 긍정 에너지를 품고서 껍질을 까셨으니 다른 콩물보다 더 좋은 효과를 아버님게 전달할거같아요~~~~.ㅋㅋㅋ
생색에 애교까지~~~며느리 새로 맞으신 기분 들으셨겠네!!ㅎㅎㅎㅎ
나도 양파와인 만들어서 회사에다 놓고 마실까봐~~~~ㅋ
암튼 한국인들 수준이 높아져서 즉석에서 플릇도 부는 분도 계시고,,,암튼 음악을 배워 놓는 건 남는 장사보다 더 훌륭한 듯!!!
나도 뭐 하나 배우고 싶다는~~~~. 욕심이 좀 많지??ㅋㅋ

세실 2014-07-24 09:59   좋아요 0 | URL
잘했져요 시아님~~~ 공감 팍팍^^
하긴 공감 많아도 우수 페이퍼에는 당선되지 않는 슬픈 현실. 대체 우수 페이퍼는 어~떻게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요? ㅎㅎ
요즘 시엄니께 전화 드리면 30분 통화시간......임에도 마음 비우고 있습니다.
저 사실 오래 통화하는거 힘들어해용. 그저 만나서 수다떠는거 좋아해요. 직장생활 오래한 사람의 눈치?
시아님도 이해해 주세요^^ 아잉~~~
이분은 결혼해서 음대를 다니셨다네요.
중산층의 기준이 1인 1악기, 1운동이라는데 저도.......볼링은 쪼금 치는데...ㅎ 우쿨렐레 배워야 겠어요^^

단발머리 2014-07-24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아아아~~~~ 세실님 너무 멋지세요.
주말에 아침 9시부터 7시까지... 아버님도 세실님 정성 가득한 콩국물에 기운 펄펄하시겠네요. 거기에다 야클님 양파와인을 더하면.... ??
순오기님 말씀처럼 세실님 진짜 수퍼우먼이세요.
혹시, 5공주 다섯분 다 수퍼우먼이신가요?*^^*

세실 2014-07-24 10:03   좋아요 0 | URL
음 멋지긴요^^ 콩물은 첫 작품(?)이었답니다. 저 완전 날라리 주부예요^^
아 그러고보니 양파와인은 제가 마실려고 했는데 시부모님도 해드려야겠군요. 땡큐~~~~
음....수퍼우먼은 맞는듯요. 지금까지 23년의 직장생활을 쭈욱하면서 아침밥은 꼭 해먹이고 있으니까요.
요즘 조금씩 지쳐가고 있기는 합니다.
가끔 신랑이 제가 쏜 화살에 맞아요~~~~
5공주 다들 열심히 살고 계시니 진정한 수퍼우먼입니다^^

무스탕 2014-07-24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쉬어야 할 휴일에 휴식대신 선택한 콩국물!! 커피!! 와인!! 요구르트!!
회사에서 또리또리한 며늘이가 집에서 어설픈 경우는 별로 없더라구요.
여기 또 한 분이 증명해 주시네 :)

세실 2014-07-24 12:59   좋아요 0 | URL
반가운 무스탕님^^ 많이 바쁘군요.
행사는 보는 사람은 즐거운데 주최측에선 정말 힘들죠.
행사 며칠전부터 잠도 안오고.......
게으를땐 한없이 게으름 피워요.
몸도 챙기면서 여름 나시길요^^

프레이야 2014-07-24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생활 안 하는 나도 안 하는 일을 저렇게나 많이 하루에!!!
세실님은 정말 대단한 능력자에요. 다 마음과 정성의 문제이겠죠 ^^
중용, 저 책 집에 있는데 지금이라도 자세히 읽어봐야겠다요.
도서관 프로그램도 알차고 수준있게.. 이게 다 센스쟁이 관장님의 능력.
지역주민들도 복이지요.

세실 2014-07-25 09:44   좋아요 0 | URL
평일엔 시간이 안되니 주말에 몰아서 하게 됩니다.
에이....그냥 음식할땐 다른 생각안하고 음식에만 집중해서 최대한 단시간에 끝내려고 합니다.
이 책 박식한 도올선생의 해석이라 좀 어렵긴 하지만 몇 구절만 기억해도 좋을 책이랍니다.
'역린'의 구절을 다시 되새기는 기회도 좋았답니다.
생각보다 높은 관심에 놀라웠습니다. 시골...아직 살아있어요^^
편안한 주말되세요, 프야언니^^

페크pek0501 2014-07-24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우리의 착한 며느리 세실 님...
자신에게 딱 어울리는 며느리 노릇 하셨군요.
배우고 갑니다. 따뜻한 미소가 번지게 만드는 글을 읽고... ^^

세실 2014-07-25 09:47   좋아요 0 | URL
우리 아이들을 워낙 살뜰히 챙겨주시는 두 분이라 더 해드리고 싶지만 제 실력이 미천하여........
엄니가 해드리지 않는걸 골라서 해드리려고요. 김밥, 잡채도 좋아하시더라구요^^
오늘은 벌써 주말 전야입니다. 전 금요일이 제일 좋아요~~~~ 토요일도 일요일도 쉴수 있으니 ㅎㅎ
편안한 주말 되세요^^

oren 2014-07-26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역린에 나오는 '중용'의 저 대목은 정말 소름끼치도록 마음 깊이 다가오더군요. 저도 세실 님의 글을 읽고 중용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도 별다른 일정이 없는 주말이면 동네 도서관엘 습관처럼 들르는데, 세실 님처럼 의욕이 넘치고 유능한 도서관장님이 좀 더 많이 활약해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을 늘 하게 되더군요. 관장님 힘내시고 늘 파이팅하시길~~

세실 2014-07-28 10:38   좋아요 0 | URL
그쵸? 역린의 중용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몇번을 되새겼지요.
인문학의 기본은 중용이라는 지인의 말이 와닿았습니다.
제 수준에 좀 어렵긴 합니다만 몇개만 기억해도 좋을듯 합니다.

주말에 도서관에 가시는군요^^ 요즘 도서관은 에어컨도 잘 틀어주고, 신간도 많고.....좋지요.
님의 격려에 힘 입어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어제 당일로 무창포해수욕장 다녀왔더니 눈꺼풀이 무거워요^^ 오늘은 잠시 충천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괜찮겠죠? ㅎ


희망찬샘 2014-08-03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에 대한 정성-항상 반성을 하게 되는 대목입니다. 저도 돌아가면 어머님 모시고 워터파크 한 번 가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끼리만 놀러를 다녔더라고요. 워터파크 가시면 정말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가끔 어른들 모시고 오는 효부, 효자들이 계시더라고요.

세실 2014-08-04 11:10   좋아요 0 | URL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은 찾아 뵈어야지 하는데......10분 앉아있다 나오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우선 순위인점도 죄송하지요. 워터파크.....저도 날 선선해지면 제천 리솜에 모시고 가야 겠어요. 친정엄마가 특히 좋아하시는데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내리사랑은 쉬운데 올림 사랑은 참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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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울때는 평일에 도서관에서 하루종일 상주하는 이용자가 많다자료실에 근무하면서 도서 연체자에 대해 제재를 했는데 자신을 비웃었다며 갑자기 언성이 높아졌다. 나는 친절하게 대한다고 웃음을 머금고 이야기했던 것이 그의 눈에는 비웃음으로 비쳐진 것이다죄송하다는 말을 연신하면서 그의 화가 누그러질 때까지 기다렸던 적이 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감정노동자의 설움을 그때 느꼈다감정노동자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수반하는 노동을 말한다산업이 고도화되고 서비스업 종사자가 늘어나면서 등장한 노동형태다대표적인 직업으로 연예인, 승무원, 홍보 도우미, 판매원, 외판원 등이 있다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면서 참을성이 부족하고 생각을 깊게 하지 않는다.  타인을 배려하기 보다는 내 감정에 따라 상처가 되는 말을 공개적으로 쏟아내기도 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 원인을 알아보기 보다는 문제해결에 급급한 현실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전북대학교 강준만 교수는 사람 탓이 아닌 문제에 대해 왜 그러는지, 한 단계 더 나아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 필요하고 이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감정독재'는 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이라는 부제로 다양한 분야의 학자에 의해 논의된 이론을 접목해 답을 제시하고 있다.

 

왜 사람들은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은 복권을 계속 살까? 는 몬테카를로의 오류를 대입해서 다룬다이 오류는 몬테카를로에서 일어났던 카지노 사건을 말하며 도박사의 오류라고도 한다. 복권이 당첨될 확률이 낮은 것을 알면서도 계속 구입하는 이유는 그 다음에 사면 당첨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 그동안 잃었으니 이번엔 딸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카지노에서의 잘못된 기대를 의미한다. 도박, 복권 등은 잃을수록 빠져나오지 못하고 결국에는 재산까지 탕진하는 경우가 감정 독재의 가장 큰 손실일 것이다.

 

부작위 편향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일어나는 손실보다 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손실에 덜 민감한 현상으로 개입하지 않음을 최선으로 삼는 태도를 말한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속담과도 연관이 있는데 이런 현상은 자칫 도덕불감증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짜약을 통한 플라시보 효과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준다. 불쾌하거나 지루한 현상을 잘 견디게 해주는 통제의 환상은 나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취업에 성공하면 내 실력 때문, 실패하면 세상 탓을 하는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이기적 편향은 개인주의, 지역주의를 양산한다.

 

감정은 우리가 표현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적절한 감정의 표출은 열정, 긍정의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지나치거나 무심한 감정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저자가 다룬 50가지 이론에 수긍이 가지만 이론에 얽매이기 보다는 감정과 이성이 적절히 조화된 판단이 필요하다.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행동하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행동하라 고 했다는 저자의 인용이 와 닿는다.

 

우리는 우리보다 뒤처져 있는 사람들을 보고 행복해하기보다는 우리보다 앞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불행해한다.

                                                                                                           - 프랑스 사상가 미셸 몽테뉴

 

현실보다는 비교가 사람을 행복하거나 비참하게 만든다.

                                                                                                           - 영국의 성직자이자 작가인 토머스 풀러

 

행복한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다른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 프랑스 작가 쥘 르나르

 

거지는 자신보다 많은 수입을 올린 다른 거지들을 시기할망정 백만장자를 시기하진 않는다.

                                                                                                           -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셋

                                                                                                      

                                                                                                              p.143

 

 

문전 걸치기 전략은 상대에게 처음엔 부담감이 적은 부탁을 해 허락을 받으면 그 다음엔 점차 큰 부탁도 들어주기 쉽게 된다는 것으로, 마케팅 분야 등에서 활용하는 테크닉이다.

                                                                                                             p. 149

 

예전에 너를 한번 도와준 일이 있는 사람은, 네가 은혜를 베풀었던 사람보다 더욱더 너를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

                                                                                                             p.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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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4-07-18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맞는 말이네!! ㅎㅎㅎ예전에 너를 한번 도와준 일이 있는 사람은, 네가 은혜를 베풀었던 사람보다 더욱더 너를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 정말 그런가?? 갸우뚱~~~~ 막 수긍이 가려고 함~~~.ㅋ(귀가 얇아서리;;;;)
그나저나 '책은 도끼다' 사랑은 여전하시구려!!!!!^^
공감과 댓글 풀서비스!!ㅎㅎㅎㅎ

세실 2014-07-18 17:27   좋아요 0 | URL
그쵸? 맞는 말..... 내가 누군가를 도와주었을때 그 사람이 기뻐한걸 보고는 또 도와주고 싶은 그 느낌? ㅎㅎㅎ
아롬님 돌아오시니까 느무 반갑네요.
아롬님 서재도 막 활기가 넘쳐요~~~
책은 도끼다에 대적할 책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어용.
공감도 댓글도 땡~~~~~ 큐!
굿 나잇*****

페크pek0501 2014-07-18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페이퍼에 인용한 적이 있는 책입니다. 읽으셨군요?
인간을 이해하는 열쇠를 주는 이런 책들을 좋아합니다. 제가 가장 알고 싶은 건 인간에 대한 것.
그리고 가장 흥미로워요. 인간이면서 인간을 모르기 때문이죠.

"예전에 너를 한번 도와준 일이 있는 사람은, 네가 은혜를 베풀었던 사람보다 더욱더 너를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
- 이 이유는? 나를 좋게 생각할 텐데 이번 일로 실망시키지 말아야지, 하는 심리 때문인가, 생각해 봅니다. ^^

세실 2014-07-22 17:25   좋아요 0 | URL
페크님 서재에서 봤어요~~~
저도 이런 책 좋아해요.
읽고 나면 '너는 모르는 사람의 심리를 나는 알고 있다' 하며 선점한 느낌? ㅎㅎ
요즘 집에서 선풍기 틀어놓고 책 읽으며 뒹글거리는게 좋아요^^

이 이론은 의외였어요. 나를 한번 도와준 사람은 내가 은혜를 베풀었던 사람보다 더 나를 좋아해 준다니....
님 말씀 듣고 보니 수긍이 갑니다^^
 

1.

 

'관장님 안녕하세요~~'

K가 도서관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조용하던 공간이 떠들썩해지기 시작한다. '관장님 잘 지내셨어요? 계장님, 전선생님도 잘 지내셨죠? 보고 싶었어요! 오늘 제가 정말 좋은 선물 가져왔어요' 이렇게 K의 방문은 시작된다. 고향은 음성이지만 결혼하면서 서울에 살던 그녀가 5년전에 딸만 데리고 음성에 다시 내려왔다. 얼굴도 예쁘지만 목소리가 특히 예쁜 그녀는 지난 선거때 '여러분 훌륭한 *** 군수님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진정한 일꾼 *** 님을 선택해 주세요' 하면서 M.C로 맹활약을 했다. 그리고 다시 화장품 방문 판매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도서관에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성격이 호탕하고, 웃음이 많아 즐거움을 선사한다. 마흔의 나이에도 짧고 화려한 컬러의 미니 스커트와 나시를 즐겨 입는 그녀는 주홍빛 립스틱이 트레이드 마크다. 나도 어울릴까 하고 똑같은 립스틱을 샀는데 별로다. 사소한 대화에도 '하하하하~~' 하면서 마치 전원주가 웃는듯한 숨이 넘어가는 웃음소리를 낸다. 마치 주홍빛 환타처럼 화려함과 톡 쏘는 청량함이 그녀의 매력이다.

 

늘 즐거움과 유쾌함을 주는 그녀는 초등학교 1학년 딸이야기만 나오면 '우리 **이 불쌍해요. 받아쓰기도 잘 못해요. 전 빵점엄마예요' 하면서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 고인다. 나는 친구들에게는 다소 얄미운 깍쟁이지만 모성애가 발동하면 바다처럼 넓은 마음이 된다. '이런.....걱정하지마! 도서관에 잘 왔네. 이제 **이랑 같이 매주 도서관에 와서 책 열권씩 빌려가라. 내가 골라줄게. 그리고 책 읽어줄땐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읽어줘.'

 

그녀는 일주일에 한번 도서관에 와서 책을 열권씩 빌려간다. '관장님이 골라주신 책 다 재미있어요. 그런거 어떻게 골라요? 관장님 정말 대단하세요' 한다. '나 사서라구~~~' 그렇게 그녀와 나의 만남은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음성 장날인데 그녀는 파라솔을 펴놓고 화장품을 판다.

 

2.

 

'소독하러 왔어요'

다소 투박한 말투, 작은 키에 까무잡잡한 피부의 그는 일주일에 두 번 우리도서관 화장실을 소독 해준다. 보건소에서 위탁받아 하는 듯한데 딱 화장실만 해주고 간다. 며칠 전, 음료수를 따 주면서 '안녕하세요. 혹시 사무실도 소독해 주실수 있을까요?' 그는 난색을 표하면서 '화장실만 하게 되어 있어요' 한다. 그리고는 잠시후 사무실에 들어와 묵묵히 구석구석 소독해준다. '어머 감사합니다. 혹시 자제분 있으세요?' 하면서 말문을 여니 7살 딸아이가 있다는 말에 '도서관 회원 가입하시고 책 빌려가세요. 제가 골라드릴게요' 했다.

 

다음날 그는 딸아이의 손을 꼭 잡고 도서관에 왔다. 나는 아이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이름이 뭐야? 예쁘게 생겼네. 이제 일주일에 한번 도서관에 꼭 오기' 하면서 책을 골라주고는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를 읽어 주었다.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윽 냄새! 뿌지직.....'하면서 즐거워한다.

 

'제가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느라 딸내미랑 함께 할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도서관에 오네요' 하면서 부끄러운 미소를 짓는다. '아무리 바빠도 아빠가 딸에게 하루에 2권씩 읽어주세요.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읽으면 한글도 빨리 깨칠수 있어요' 하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시골 도서관에 근무하는 재미다.

 

3.

 

두 아이에게 요즘 우리 아이들이 읽었던 책 열심히 골라주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인기 도서는 똑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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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4-07-07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 관장님 최고에요. 일상에서 소소하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애정 담긴 눈으로 담아내시고
마음이 참 따뜻해집니다. 저 그림책들 진짜 불후의 명작들이네요. 다 가지고 있어요 저도 아직.
우리 아이들과 보았던 그때의 감정들을 간직하고 싶어 조카들한테 넘기지도 않고
다 가지고 있는 그림책욕심쟁이랍니다. 가끔 들춰 보면 기분 좋아지는 그림책들이죠^^

세실 2014-07-07 13:37   좋아요 0 | URL
오늘은 도서관 휴관일이라 직원 삼겹살 파티 했어요. 도서관 로비에서 구워 먹는 재미를 알아버렸습니다.
K도 와서 한바탕 웃음보따리 풀어 놓고 이제 가네요. ㅎㅎ
전 우리 아이들이 보던 그림책들 조카 주었는데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어릴때 추억을 생각하면서 가끔 읽어도 좋을텐데.....
우리 드디어 수욜!! 두근 두근^^

섬사이 2014-07-07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관장님이세요. 글을 읽으며 제 마음까지 따뜻해져요. ^^

세실 2014-07-08 10:0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 마음이 쭉 이어지도록 노력해야겠죠?
요즘 시골살이에 푹 빠졌습니다.
이러다 도서관 화단에 상추, 오이 심는건 아닌지....ㅎㅎ

울보 2014-07-07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관장님 참 잘어울리세요,류랑 제가 다니는 도서관 관장님도 여자분인데 처음에 오셔셔 이런저런 문제로 몇번 엄마들과 모임에서 뵙고 한번도 뵌적이 없는듯 한데,,
저도 그림책 다가지고 있어요 이상하게 그림책은 누군가를 주기 그렇더라구요 제가 류랑 하나둘 정말 열심히 고른책들이라서,,그런데 작은 집을 넓게 사용하려면 치워야 하는데 , ㅋ 옆지기가 그냥 두라고 하네요,,ㅎ

세실 2014-07-08 10:11   좋아요 0 | URL
세실관장이라 정관장보다 백배는 나아요~~ 땡큐^^
저는 그래서 프로그램이나 열람실, 자료실에 수시로 들락거린답니다. 싫어해도 어쩔수 없어~~
그림책 아이들 초딩때까지 가지고 있다가 조카들 줬어요.
아깝긴 하지만 쌓아둘 공간도 부족하거든요.
사무실에, 집에 책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ㅜㅜ

순오기 2014-07-08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 도서관이라 더 사람냄새가 폴폴 나는 거 같아요.
아니 멋쟁이 관장님 덕이겠지요!^^

세실 2014-07-08 10:11   좋아요 0 | URL
언니. 그렇죠?
샘이 집에서 직접 기른거라면서 토마토, 호박, 오이도 갖다 주시네요.
그냥 여기서 천년만년 살까봐~~~
낼 뵈어요! 왜이리 설레이는지...ㅎㅎ

난티나무 2014-07-08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안녕하세요???? 넘 오랜만에 인사 드리네요....^^;;
관장님, 이라니, 넘 멋져요~~~~~^*^

세실 2014-07-11 10:06   좋아요 0 | URL
어머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고즈넉한 프랑스 생활 멋집니다~~~~
자주 뵈어요!!

라로 2014-07-18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사에 기고 할까봐~~~~. 음성 시골에 미모의 관장님이 있는데 멋지고 귀엽기까지 하니까 취재좀 하라고!!!!

세실 2014-07-18 17:29   좋아요 0 | URL
음 그러고보니 아직 취재한다는 사람은 없었어요!! ㅎㅎ
나를 귀엽다고 해주는 분은 우리 오공주밖에 없는듯요.
오공주 포에버~~~~알 라 뷰~~~
근데 시아님 공감 안 눌렀다.....................흥!!!


단발머리 2014-07-24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장님, 정말 너무 멋지세요. 계신 곳이 음성인가봐요.
아.... 저도 도서관 자주 다니거든요. 요즘엔 좀 뜸하지만, 예전엔 동네도서관 6군데를 다니면, 6군데 직원분들을 다 알 정도니까요. 그런데, 정말 몇 분은 아이들을 그렇게 예뻐라, 하시고... 이름은 모르시는데도, 인사를 건네시고 하니까,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더라구요. 그런데도, 책을 골라주시는 분은 없었어요. 아마도 다들 바쁘셔서 그런시겠지만.
책을 골라주는 관장님이라니요.... 우앙.. 부러워요^^

세실 2014-07-24 10:07   좋아요 0 | URL
네 충북 음성에 있는 시골 도서관이랍니다^^
이곳에도 한번에 15권씩 빌려가는 엄마들 계세요. 6군데를 도신다니.....대단하세요.
아이들 이름 불러주면 좋아하는데 매일 잊어버려요. 밤새 제 머리는 리셋 되나 봅니다. ㅎㅎ
요즘 아이들 만화책을 많이 읽어 만화책 한 권 읽고, 다음엔 줄책 한권 읽자...하면서 유도하지요.
벽에 붙여놓은 권장도서목록도 애용하네요.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바뀌는 거겠죠?
응원 감사합니다~~~~~ 님의 응원에 막 힘이 납니다.
오늘도 오후 4시에 자료실에 놀러가려고 합니다^^

희망찬샘 2014-08-03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네요. 누군가에게 주신 작은 친절이 이 다음에 크고 예쁜 꽃으로 피어나겠지요?

세실 2014-08-04 11:21   좋아요 0 | URL
부모들이 의외로 독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더라구요. 시골 아이들일수록 도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큰 힘이 될텐데....아이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지대
줌파 라히리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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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도 우기가 있다. 얼마 전 초로의 어르신이 도서관에 오셔서 신문사에 공모할 농촌 생활 수기 원고의 워드 작업을 부탁하셨다. 마침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어르신이 원고를 읽고 내가 워드로 입력했다. 도시에서 살다가 농촌으로 시집을 오신 어르신은 궁핍한 살림에 많은 고생을 하셨다. 하루 종일 기타만 치는 남편, 그런 아들을 두둔하는 시엄니의 시집살이를 견딘 이야기를 풀어 놓을 때는 설움이 복받치셨는지 목소리가 떨리며 목이 메이신다. 이제는 커다란 복숭아 과수원이 있고 남편은 농사일을 열심히 하며, 든든한 아들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러서는 내가 다 뿌듯했다

 

어르신의 삶에서 시집살이와 고된 농사일을 견딘 시기는 세차게 내리는 폭우처럼 우기였을 것이다. 우기가 끝난 자리에는 빠져 나가지 못하고 고여 있는 물웅덩이가 곰삭은 상처가 되는 저지대 같은 공간이 있다. 고인 상처는 가슴 한 켠이 아리는 상처가 되어 가끔은 따끔거릴 것이다.

 

이 책저지대(줌파 라히리 저. 마음산책)’는 인도계 미국작가로 첫 소설집축복받은 집이 퓰리처상을 수상했고,‘보기 드물게 우아하고 침착한 작가라는 찬사를 받은 줌파 라히리의 장편소설이다. 마음의 저지대에 고여 있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두 형제와 그들의 아내였던 한 여자의 이야기이며, 아이까지 이어지는 4대의 삶을 다룬 대하드라마이다. 책 한 권을 읽었는데 마치 연작 장편을 읽은 듯한 긴 여정이었다.

 

인도 캘커타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수바시와 우다얀은 어린 시절을 함께한 형제였지만 성격은 정반대다. 수바시가 맏이답게 차분하고 현실적이라면 우다얀은 열정적이고 이상주의자다영국으로부터 독립했지만 빈민과 혼란이 거듭된 인도의 현실은 형제의 삶을 상반되게 바꾸어 놓았다.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수바시는 평범한 대학 시절을 보내며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혁명가의 삶을 살게 된 우다얀은 부모가 반대하는 가우리와 결혼을 하고 지하 조직 운동을 하며 불안한 삶을 이어간다. 결국 우다얀은 부모와 아내가 보는 앞에서 집 근처의 저지대에서 경찰에게 총살을 당한다. 동생의 죽음으로 인도에 돌아온 수바시는 부모가 우다얀의 아이를 가진 가우리를 구박하는 것을 알고 그녀를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 결혼을 하고 함께 미국으로 돌아간다. 가우리는 도피의 수단으로 수바시를 선택했지만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딸 벨라와의 관계도 순탄하지 않다. 결국 가우리는 공부를 지속하기 위해 가족을 버리고 집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남겨진 수바시와 벨라는 가우리로 인해 아픈 상처를 지니고 살아간다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형과 아내, , 부모의 삶까지 황폐하게 만들었다. 무미건조한 삶을 사는 수바시와 가우리의 불안한 삶은 읽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가족을 버리고 단절된 삶을 살았던 가우리에게 연민도 생긴다. 가우리의 삶을 통해 현재의 내 삶을 투영해 본다. 저지대의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나면 각자의 방식대로 조금씩 치유하며 살아갈 것이다. 한 줄기 빛이 보인다. 수바시도 가우리도, 딸 벨라도 새로운 사랑을 해야만 한다.

    

그녀는 우다얀이 없을 때 또다시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책과 함께할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프레지던시 대학도서관의 천장이 높고 시원한 열람실에서 공책을 채워가며 오후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 사람이었다.p.101

                                                                                                                                                                                                                                                                                                                            

그녀의 가장 강한 이미지는 언제나 시간에 관한 것이었다. 과거와 미래 둘 다였다. 그것은 눈앞에 펼쳐진 수평선 같은 것이었다. 끝없는 시간의 스펙트럼 위에 짧은 기간 동안 빌려 쓰는 그녀 자신의 생이 덧붙여졌다.                                    p.178

 

다른 엄마라면 벨라의 응석을 받아주었을 것이다. 다른 엄마라면 아이를 데리고 돌아가 집에 있게 할 것이다. 학교를 하루 쉬게 할 것이다. 다른 엄마라면 아이랑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걸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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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4-06-25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기와 뒤에 남은 물웅덩이, 다들 그렇게 지고 가시나봐요.
그런 글을 쳐주고 계시는 언니가 떠올라서 참 좋네요.

저는 모처럼 한가한 시간에 만화책과 추리물, 판타지에 푹 빠져 살고 있습니다.
영양가 많은 책은 아주 멀리하고 있어요.. ㅋㅋ

세실 2014-06-26 13:41   좋아요 0 | URL
우기와 저지대.....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거죠. 잊었나 하면 어느새 살포시 내려앉고.....
그분의 글을 통해 저도 힐링이 되었네요.

오락적 독서에 충실한 마고님을 응원해요.
가끔은 그런 시간 필요하죠.

노이에자이트 2014-06-26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줌파 라히리가 한국에서도 꾸준히 독자들을 늘리고 있더군요.한국인들의 정서에도 부합하는 보편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외국 소설을 읽어보면 한과 고난의 역사가 우리 것만의 독점물이 아니라고 절감하게 됩니다.

세실 2014-06-26 15:49   좋아요 0 | URL
어머 참 적절하게 표현 잘 해주셨네요. 한국인의 정서에 부합하는 보편성^^
우다얀의 삶은 마치 386 세대의 운동권 같은 느낌도 나더라구요.
여성 작가답게 섬세한 문체도 좋아요!

프레이야 2014-06-30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작 장편을 읽은 것 같은 긴 여정의 소설, 줌파 라히리 것이라 더욱 관심이 갑니다
땡스투유~ 세실님^^
이 글자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요. 여기 있는 폰트였던가요?

세실 2014-07-02 09:39   좋아요 0 | URL
프야언니 우리 만날때 이 책 가져갈게요~~ 프야언니랑 잘 어울릴듯요^^
두껍긴 하지만 낭독도서로도 좋겠어요.
한글에서 작업하고 복사해서 그런가 보네요. 휴먼명조체^^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