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 신경림의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우리 시
신경림 엮음 / 다산책방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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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신경림시인을 도서관에 초청했었다. 전화통화시 들려온 그 분의 목소리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 있었다. 얼마 드리지 못한다는 강사료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승낙을 해주셨다. 그후로 신경림시인의 팬이 되었다. 작가의 글도 좋지만 이렇게 다양한 시에 작가가 간결하게 쓴 해설도 와 닿는다. 또 다른 언어를 듣는 느낌이다.

고등학교때 심사숙고해서 고른 스프링 노트에 다양한 색깔의 펜을 이용해서 좋은 시를 적고, 그림도 그려 넣고, 나뭇잎도 붙여  나만의 시집을 만들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공부에 지칠때면 한장씩 넘기며 시를 읽어보면서 고단했던 시간을 어루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그 기분으로 이 시집을 읽었다. 결혼 10년차로 잊고 있었던 '사랑'에 대한 설레임도 떠오른다.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피는 건 힘들어도/지는 건 잠깐이더군/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아주 잠깐이더군/그대가 처음/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잊는 것 또한 그렇게/순간이면 좋겠네/멀리서 웃는 그대여/산 넘어 가는 그대여/꽃이 지는 건 쉬워도/잊는 건 한참이더군/영영 한참이더군. 지금에야  시간이 흐르면 사랑도 점점 잊혀져 간다는 것을 알지만 그 순간만큼은 죽고 싶을 만큼 힘든것이 헤어짐이란 것을 표현하고 있다. 서정주님의 동천은 해설이 더욱 와 닿는다. '먹으로 그린 한편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다. 한국적 아름다움을 가장 완벽하게 형상화한 시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 글을 읽고 다시금 시를 읽어보니 동양화의 느낌이 살아난다. 참 맛깔스러운 표현이다.

고단한 삶이지만 소풍 나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래서 읽으면 읽을수록 좋은 천상병 시인의 '귀천',  통일에 대한 훈훈한 이야기 '만일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이선관'시, 한때 무작정 좋아했던 박노해 시인의 '시다의 꿈'을 읽으면서 잠시 숙연해지기도 하였다.

요즘 유행처럼 이책에도 화가들의 그림이 들어 있다. 언뜻 김점선화가의 그림인가 했는데 마지막 페이지에 그림 제목과 화가가 적혀있다. 시와 함께 어우러진 그림 감상하는 느낌도 좋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정주, 노천명, 백석시인부터 박노해, 정호승, 김용택, 최영미, 나희덕 시인까지 다양한 시인의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참으로 크다. 추운 겨울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 한편 읽는 맛  행복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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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2-25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세실님도 이 신경림선생님께서 내 놓으신 시집 읽으셨나보네요. 저도 어제 다 읽었답니다. 매우 좋은 시들이 많이 있더라구요. 성탄 잘 보내셨죠.

실비 2006-12-25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직 잘 몰라서.^^;; 글을 보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ㅠ 잘 몰라요 흑흑

hnine 2006-12-26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영미의 저 선운사에서 라는 시는 저도 참 좋아하는 시랍니다.
이런 책은 빌려보기 보다는 책꽂이 어딘가에 꽂아두고 두고 두고 읽으며 음미해보는 맛이 있지요.

세실 2006-12-27 0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님도 벌써 읽으셨군요~~ 읽을수록 맛이 더해지는 그런 시 들이죠. 한편씩 암기한다는 느낌으로 두고 두고 읽어야 겠습니다.

실비님. 겨울에 가끔 쓸쓸하단 느낌이 들때 이 시집 꺼내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 지실듯~~ 뭐 지금이라도 읽으시면 좋겠죠? 따끈따끈한 신간이랍니다.

hnine님 '선운사에서' 시 읽고 동백꽃 필때 선운사 가봐야지 하고는..못 가보네요. 좋은 시들만 모아 놓아 펼치면 행복해 집니다. 맞습니다. 두고 두고 음미하면 좋겠어요~

클리오 2007-01-0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 별로 안좋아하는데, 어쩐지 이 시집은 읽고 싶어지는군요.. 멋져요... ^^

세실 2007-01-07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좋은 시만을 모아 놓아 읽으면서 행복했답니다.
 
화가의 집을 찾아서 한젬마의 한반도 미술 창고 뒤지기 2
한젬마 지음 / 샘터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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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하면 떠오르는 것은 서양화가들의 이름이다. 아네, 모네, 피카소, 고흐, 고갱. 우리나라 화가의 이름은 전혀 담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우리나라 화가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착각일까? 아니면 서양 화가들의 작품 혹은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 수준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정작 우리나라 화가의 작가와 작품도 연결하지 못하면서......

이 책은 우리나라 화가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화가의 삶, 주변이야기,  작품 등 자칫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숨겨진 화가의 이야기를 해준다.  작가가 처음 방문한 곳은 주말이면 가끔 찾아가는 운보의 집 주인 김기창 화백. 운보미술관과 운보가 생활했던 가옥, 다녔던 성당을 방문하면서 그의 발자취를 확인한다. 대표적인 작품 '태양을 먹는 새' '바보 산수' '성당과 수녀와 비둘기' 가 눈에 들어온다. '군상'으로 유명한 '이응노'화백의 생가를 찾아가는 여행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파리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생활했던 수덕여관은 나혜석 화가가 머물렀던 곳이라 더욱 반갑다. '가족' '집'을 즐겨 그렸던 화가 장욱진. 사회적인 신분이 보장되었던 국립중앙박물관, 서울대 교수 자리를 몇년만에 그만 두었다니 예술가의 자유 분망함이 놀랍고, 부럽기도 하다. 4억원에 팔렸다는 장욱진 화가의 그림과 문화재 등록을 둘러싼 지역주민과의 마찰도 지역 이기주의의 단면을 보여준다. 점집에서 보았던 것 같은 박생광의 그림과 이영미술관 김이현 관장과의 백아와 종자기 인연, '산의 화가 ' 유영국, '군상'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 을 그린 이상주의자 이쾌대, 봄에 가 보았던 박완서님의이 살고 있는 아치울 경로당 현판을 새겼다는 화가 하인두,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전혀 낯설지 않다고 하는 박수관 미술관에도 가고 싶다. 연봉도 푸짐한 커리어 우먼이라고 표현한 '초중도'의 화가 신사임당. 결혼후에도 친정집에 머물면서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낸 멋진 여인. 신사임당의 묘지가 있는 자운서원, 강릉 경포대, 오죽헌을 눈에 그려보니 신사임당의 모습이 떠오른다.

충청도, 경상도, 강원도로 나눈 챕터 끝에 인근 미술관도 소개한다. 전라도, 제주도도 소개한 2권도 읽어야지. 이 책에서 소개한 화가의 발자취를 따라 떠나는 여행도 나름 운치가 있겠다.  봄엔 운보의 집으로 여름엔 강릉 오죽헌으로 가을엔 박수근 미술관으로 겨울엔 하인두가 어릴적 자주 다녔다는 경남 창녕에 있는 관룡사를 찾아 가면 멋진 여행이 될듯. 겨울이 오기전에 운보의 집에 가서 작가가 다녔던 순서대로 김기창 화백의 발자취를 느끼고 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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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11-07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빨리 읽어봐야겠어요..

세실 2006-11-07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재미있답니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설레임. 바로 책 읽는 기쁨이죠~~~
 
굼벵이 주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해생 옮김 / 샘터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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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유교사상에 입각했기에 유난히 보수적이고 집안 살림은 주로 아내가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인근에 있는 중국은 남자가 주로 집안 살림을 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서구화되고, 남녀평등에 진보적인 유럽에서 느끼는 아내 즉 아줌마의 위치가 우리나라와 대동소이 하다는 사실에 동질감을 느꼈다. 어쩜 이리도 마치 우리나라 아줌마들처럼 대한민국 주부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는지, 읽는내내 내 얘기 혹은 주변 아줌마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며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엄마는 식탁에 함께 하기 보다는 왔다갔다 하면서 국 퍼주고,  더 달라는 소리에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게 된다. 고맙다고 느끼기는 커녕 부산스럽다고 하면서 '엄마는 희생하는 거 빼고는 낙이 없다'고 말하는 가족들을 보며 엄마는 진정한 희생이란 보상을 바라는게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아줌마들이 줄곧 한 미용실만 다니는 이유는 처음 새로운 미용실에 갔을때 '어느 분에게 머리하셨죠?' 하고 했을때 '처음이거든요' 하는 소외감과 내 존재를 알기나 하는지 하는 불안감을 한번쯤 경험한 아줌마라면 줄곧 한 미용실만 고집한다. '미용실 입성'이라고 표현한 제목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물론 나도 결혼하고 부터 다닌 미용실을 10년째 다니고 있다.  집이 어지러져 있을때,  계절옷을 바꾸어야 할때,  화단 정리를 할때, 베란다를 정리해야 할때 '누가 좀 치워야 하겠어?' 할때의 누가는 99%는 '엄마'라는 사실에 웃음이 나면서 한편으로는 주부의 부담감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교육열 높은 우리나라의 엄마들과 비슷한 '열성엄마'들의 문제. 즉 아이들과 함께 방학을 하고, 시험을 보고, 학원에 함께 다니는 엄마. 엄마의 이름은 없고, 아이가 곧 우리가 된다. '우리 시험은 어제 시작이야. 우리 수영 너무 못하잖아. 우리 개학하잖아'

대체 엄마의 진정한 삶은 어디에 있을까? 오로지 남편을 위해서, 자식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주부의 실상을 참으로 리얼하게 표현했다. 아내로써, 엄마로써, 며느리로써 완벽해야 하고, 무조건 희생해야 하고, 요리, 청소, 빨래, 학습지도 등 만능인이 되어야 하고, 맞벌이 부부는 이 모든 것과 함께 늘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고.....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 모든것은 주부의 그릇된 편견으로 인해서 자행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의 어머니가 못 먹고, 못 입고, 못 배우면서도 자식을 위해서는 최대한으로 잘해 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현재의 나에게까지도 전염되었다는 것. 이제 슬슬 내 존재를 찾아내고, 내 삶을 위한 투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 

좀 지저분하게, 대충대충, 때로는 굼벵이 처럼 느리게 느리게 살아보자.  물론 난 지금도 충분히 그렇게 생활하고 있지만....... 부담없이 즐겁게 재미있게 읽었는데, 주부로써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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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10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랜만에 만나는 작가네요.
저두 굼벵이 주부인데 좀 찔리네요

또또유스또 2006-09-10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호 유령이 내게로 왔어 와 오소리 다니 를 쓴 작가군요..
이 책도 재미나겠는데요?
한번 읽어 봐야 겠어요

프레이야 2006-09-10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신작인가요? 재미있겠어요. 굼벵이주부로 살고 싶어라~~

세실 2006-09-10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굼벵이 주부가 최고예요~~ 성격 급하고, 완벽하기 위해 애쓰는 주부보다 수명이 훨씬 길답니다~~

또또님~ 표제지에 작가의 다른 작품이 나오지 않네요.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읽으면 공감대도 형성되고 재미있어요. 물론 느끼는 것도 많구요. 느림의 미학은 살림에도 통합니다.

배혜경님. 예~ 작가의 신작이랍니다. 하루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는데 참 재미있었어요~~


hnine 2006-09-10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분 동화작가 아니시던가요? 재미있겠네요. 장바구니에 담아갑니다~

비자림 2006-09-10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굼벵이 3단 미루기 5단 주부이온데, 이 책 꼭 읽어봐야겠네요.^^
아 근데 더 더 더 굼벵이 되고 싶어용~~~~~~~~

비로그인 2006-09-11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발견하고 환호성을 질렀는데, 세실 님도 재미있게 읽으셨군요. 아주 짤막한 단편을 보다 보면, 누가 게르만족이 유머감각이 없다고 말했는지 의심스러워지기 까지 합니다(특히 숙제 없닥 외치던 불리 이야기, 정말 현실적이면서도 웃기지 않던가요?)

세실 2006-09-11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예~ 맞습니다. 수필형식임에도 가볍지 않고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공감대가 팍팍 형성됩니다.

비자림님. 호호호~ 저두요. 어제 휴일 하루종일 한거라곤 텃밭에 가서 고구마 한줄 캔것 밖에는 없어요. 청소도 미루고, 가을옷 정리도 미루고...흑

Jude님 어머 그러고보니 이 책 주드님이 권해주신 책이죠??? 전 하루님이 권해주셨다는 착각 했어요. 헤헤~ 이미지 보니 생각납니다. 감사 감사 ^*^ 참 즐겁게 읽는 책이였어요. 남편이 축구보면서 광분할때 옆에서 딴생각하는 주부 이야기~~ 굉장히 와닿았답니다. ㅋㅋㅋ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통도사 가는 길 반성문을 쓰는 시간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37
이문열.최시한 외 지음 / 창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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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보다 소설을 선호하는 이유는 읽으면 읽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는 것,  10년후,  20년후에 읽어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옛 추억을 되새길수 있는 점이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작가들이 쓴 신작이리라 생각했다. 책을 받고 나서야 1980년대의 소설을 재편집하였고, 20세기 한국소설 대표작들을 모으는 작업을 시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으로 값진 일이다. 어쩌면 일반독자들이 외면할 수도 있는 외로운 작업이지만 우리나라의 문학작품을 재조명하는 계기는 충분히 되었으리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읽은 기억도 나는 낯익은 작품들을 접하고 나니 웬지 모를 행복감이 밀려온다. 고급스러운 문체를 읽는 맛과 새로운 단어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 '통도사 가는 길'을 읽으면서 마치 작가인듯 제3자인듯 추론해 가면서 읽으니 더욱 새롭다. 홀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현재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정리하는 의미. 서울에서 출발하여 대구를 거쳐 통도사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 그리고 한 여인과의 만남과 그리움, 헤어짐에 대한 회상을 하며 이윽고 통도사에 도착한다. 통도사라는 글귀를 읽으며 나름대로 재해석하는 작가의 깨달음. 절제미가 아름답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설가 이문열씨. 한때 구설수에 오르내리기도 했지만 여전히 난 그의 소설을 좋아한다. <구로아리랑> <젊은 날의 초상><사람의 아들> <그해 겨울>을 읽으면서 삶의 짙은 내음과 유려하고 박학다식한 문체를 읽는 것을 좋아했다. 생생한 삶의 고단함을 보여주는 <하구>는 주인공의 밑바닥 생활부터 어느정도 사회의 지성인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서예가 석담선생과 고죽의 어긋난 제자사랑,  스승의 그늘을 평생 벗어나지 못한 당대의 유명한 서예가 고죽의 삶을 그렸다. 혹독한 스승의 제자 사랑법과 그 스승의 깊은 마음을 알지 못한채 방황한 삶을 살다간 제자. 진실은 사후에야 통하는 걸까? 그의 또 다른 작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대학시절 읽은 기억이 나는데 20년이 지난 지금 읽으니 새롭다. 대상은 초등학교 6학년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작가의 문체와 엄석대의 치밀한 포장은 읽는내내 섬뜩했다. 요즘 아이들 중에도 존재할 수 있겠지. 선생님을 통해 모든 잘못이 공개되었지만 똑같은 담임을 만났다면 엄석대와 친구들은 어찌 되었을까? 인간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행복했다. 영원히 잊혀질 수도 있는 작품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는 재미도 컸고, 치열한 삶의 모습을 보면서 현재의 내 삶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현재는 과거의 모습이고, 미래는 현재의 모습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는 행복한 오늘을 살아야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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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 - 세상에서 제일 큰 축복은 희망입니다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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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나이들게 하소서/수많은 멋진 것들이 그러하듯이/레이스와 상아와 황금, 그리고 비단도/꼭 새것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오래된 나무에 치유력이 있고/오래된 거리에 영화가 깃들듯/이들처럼 저도 나이 들수록/더욱 아름다워질 수 없나요.' 이 책을 선물 받고 나서 펼쳐본 처음에 들어있는 시 '아름답게 나이 들게 하소서' 이다. 이 시를 다섯번 정도 묵독을 하고 나니 요즘 나의 고민과 욕심이 저만치 사라져 버리면서  마음속에 평화와 행복이 밀려온다. 아름답게 나이 듦이란 과거에 집착하고, 물질에 현혹되기 보다는 영혼의 아름다움 즉  내 안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이리라. 그리고 주변의 이웃들을 돌볼줄 아는 배려, 여유가 진정한 아름다움이리라.  

장영희 님의 글은 공교롭게도 마음이 산만할때 읽게 된다. 물론 그럴때 안정을 찾고 싶어서 눈에 띄일수도 있겠다. 책을 읽는 순간부터 연신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번 작품은 그동안 눈에 익은 영시들 중에서도 사랑, 희망, 행복에 관련된 시를 장영희님의 시적 언어로 새롭게 번역되었고, 맑고 순수한 느낌의 김점선님 그림과 접목되어  편안하게 다가왔다. 글을 읽으면서 그림까지 감상하는 기분은 참으로 값지고 행복하다. 칼 샌드버그의 시 '창가에서'를 통해서 작가의 병적 고통을 언급할때는 잠시 숙연해 지기도 했지만  이내 '사랑'으로 치유하는 긍정적인 사고는 밝은 웃음을 선사한다. 선천적 장애로, 암과 계속되는 재발로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도 신문에 아름다운 시를 지속적으로 게재하면서 슬픔을 희망으로 승화하는 과정은  우리를 작아지게 한다. 사소한 고통에도 참기 보다는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크게 부풀리어 이야기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다이크의 시 '하늘에 온통 햇빛만 가득하다면' 처럼 늘 편안해서 행복조차 알지 못하는 삶보다는 슬픔을 알기에 행복의 소중함도 알고,  실연의 고통이 있기에 사랑이 더욱 값지다는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고통을 어깨에 짊어지고 가면 배가 되지만, 기꺼이 가슴으로 안고 가면 반으로 줄어든 다는 말이 새삼 다가온다.  암 투병 와중에도 주옥같은 글을 접하게 해주는 장영희님은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불이요 천사다.

'세상에서 제일 큰 축복은 희망이다'라는 고운 말을 늘 가슴에 간직하고 힘들때마다 꺼내어 보면 모든 고통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리라. 오랫동안 멀리했던 영시를 소리내어 읽으면서 뜻을 알아가는 재미도 크다. 이 기회에 영어공부 다시 해볼까? 영어 공부 하기에도 좋고, 지금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어서 좋고, 유명한 화가의 작품 감상하는 재미도 좋고,  당분간 지인들에게 책 선물은 '축복'으로 해야겠다. 주위의 모든 분들이 '축복'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동안 '축복'을 끼고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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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8-07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답게 나이든다 전엔 몰랐는데 정말 축복같아요

세실 2006-08-0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예쁜 모습 뵈오니 정말 축복이지요~~~ 헤헤.
내 얼굴에 책임져야 할 나이가 되고 보니 더욱 와 닿습니다. 이젠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며 살아야 겠어요~

야클 2006-08-07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책이죠. ^^

세실 2006-08-07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참 다정다감 하실듯.....
좋은 인연 만나시길.....

비자림 2006-08-08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좀 얻어 가도 될까요?
좋은 책이 많아 아름다운 세상...

세실 2006-08-08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예쁜 영시집 이랍니다.
맞아요. 이런 책을 사람들이 많이 읽으면 아름다운 세상이 될것 같아요~~~

전호인 2006-08-09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집니다. 세실님은 아름답게 나이들어 가시는 듯 합니다만.

세실 2006-08-0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그런가요? 역시 칭찬에 약한 세실~~~ 지난번 거시기도 있고 해서 제가 쏘겠습니다. 쿄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