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간다 - 글로벌 마켓을 누비는 해외영업 실전 매뉴얼
성수선 지음 / 부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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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읽는 내내 맴돌았던 생각은 '꿈은 이루어진다'. 요즘 <긍정의 힘>을 읽으면서 뼛속까지 긍정적인 사고로 바꾸고,  바라는 것은 꼭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가지라는 주문을 내 자신에게 하고 있었는데 그 결실을 보여준 책이다. 책 내는 것이 꿈이었다는 저자는 마음만이 아니고 구체적으로 꾸준히 준비를 했다. 신문에 소개된 그녀의 홈피를 가끔 들렀는데 글 하나가 올라오면 순식간에 조회수가 불어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차근 차근 준비한 노력가답게 잘 정돈된 그녀만의 노하우가  곳곳에 숨어있다. 해외영업 실전 매뉴얼이라고는 하지만 모든 직장인이 꼭 읽어보면 좋을 직장인의 매너와 에티켓, 스타일, 체력, 스트레스 관리등 철저한 자기관리 노하우,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겪었을 고객 혹은 동료와의 트러블 대처와 인간관계등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실제 사례들은 큰 도움이 된다. 

바이어의 마음을 얻는 감성 테크닉과 해외출장 매뉴얼도 비단 해외 출장을 가지 않아도 직장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 들이다. 책을 많이 읽은 그녀는 다양한 책 속 엑기스들도 소개한다. 끌어당김의 법칙을 설명하는 <시크릿>, 협상에 대해 설명하는 <상도>, <협상의 법칙>과 출장길이면 동행하는 다양한 책으로의 '독서사치'는 바쁜 일상에서도 늘 책과 함께 하는 그녀의 부지런한 독서습관을 엿보게 한다.

바이어에게 특별한 카드를 보내야 겠다는 생각으로 한복을 빌려입고 스튜디오에서 사진 촬영까지 하여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는 그녀의 적극성과 재치에 감탄하게 된다. '피할수 없다면 차라리 즐겨라'는 그녀의 긍정적 사고와 해외영업은 '즐길 줄 아는 능력'을 가장 중요한 자질로 뽑는 그녀의 유쾌함에 마음까지 화사해진다.      

"상대방이 당신을 특별한 존재이고, 피와 살이 있는 존재이며, 3차원적인 개인으로, 즉 감정과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 상대방이 좋아하고 걱정해 주고 책임감을 느끼도록 하는 사람으로 인식시켜야 한다. 다시 말해서 적어도 상대방이 무언가를 해 주고 싶은 사람으로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협상뿐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소중한 사람에게 적용하면 좋을 문구이다. 

며칠전부터 매사 심드렁하고, 건조했던 내게 활력소가 되었다. 그녀의 통통 튀는 삶이야기는 유쾌, 상쾌, 통쾌했다. 긍정적인 사고와 자기애, 넘치는 에너지는 모든 직장인의 로망일듯.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거야. 눈 부시도록 찬란한 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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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3-30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에요. 이런 책을 써서 출판해도 독자가 몰라준다면? ㅎㅎ 세실님 같은 독자가 멋진 리뷰를 써줘야 또 저처럼 지르는 사람도 생길겁니다.^^

세실 2008-03-30 11:59   좋아요 0 | URL
호호 감사합니다^*^ 읽은지는 좀 되었는데 게을러서 이제야 리뷰를 썼답니다.
역시 접어놓고, 밑줄 그어놓은 효과가 있습니다. 이래서 사서임에도 열심히 책을 사서 본다니까요~~~ 따님께 권해도 좋을듯^*^

프레이야 2008-03-30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내기위한 꿈을 착실히 준비했다는 부분부터 책의 미덕까지, 좋은 리뷰
잘 읽고가요. 수선님에게도 세실님에게도 추천^^

세실 2008-03-30 13:31   좋아요 0 | URL
그쵸~ 꿈은 이루어진다. 자신의 에너지를 100% 분출하는 느낌 받았어요.
추천 감사합니다^*^

2008-04-01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8-04-01 13:16   좋아요 0 | URL
님 참 멋져요~~~ 화이팅!
 
노름마치 1 - 진옥섭의 예인명인
진옥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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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다'의 놀음과 '마치다'의 마침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명인을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다. 곧 그가 나와 한판 놀면 뒤에 누가 나서는 것이 무의미해 결국 판을 맺어야 했다. 이렇게 놀음을 마치게 하는 고수중의 고수를 노름마치라 했다.

이 책은 심금에 먹물처럼 번져가는 몸짓이라 표현한 춤 일인자들의 한 맺힌 삶, 열정적인 삶,  예술혼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책이다.  평생 춤만을 추며 산 인생이었지만 기녀였기에 가족의 수치로 여겨져 과거를 숨기고 살았던 할매. 벚꽃이 튀밥처럼 터져 그늘 마져 눈부신 날. 장기자랑 시간에 "할머니도 한곡 하세요" 하는 말에 흥이 뽀글거리며 올라와 마이크를 잡고 한 곡 부르는 순간 "기생이다" 하는 소리에 손자, 며느리가 호적에서 파자 했다는 권번 이화우할매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직업의 천시와 할매의 순탄치 않았을 삶에 한숨이 나온다.

식구들을 밥 먹여 살린 지난 시간들이 죄가 되었다는 또 다른 기녀인 민살풀이춤의 대가 장금도할매, 팔자로 정해진 길이라는 동래학춤의 구음 보유자인 유금선 할매, 동래에서 춤추는 사내들부터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적벽가를 부른 한승호까지 대부분이 광대, 기녀, 무당등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았던 진정한 예술가들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잊혀져가는 우리 고유의 춤, 노래를 복원하기 위해,  대부분 은둔하는 삶을 살고 있는 그들을 대중앞으로 선보이는 큰 일을 해냈다. 이제는 전통예술의 장르로 인식 되어지고 더이상 천시하는 일도 없을 터이니 좀 더 편안하게 설 수 있으리라. 그동안 대중적인 잣대로만 생각하여 별 의미없이 지나쳤지만 이젠 우리 전통예술을 좀 더 사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나이 때문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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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8-02-04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나라의 클럽 가수들은 아무렇지도 않으면서도, 우리네 춤, 노랫꾼들에게는 어찌 그리 인색했는지 ... 이제 우리 것들도 좀 더 사랑할 수 있겠지요?

세실 2008-02-04 14:23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불과 몇년전부터 우리가락에 관심과 애정을 갖는 듯 합니다.
요즘 해금소리가 참 와닿습니다. 공연 열심히 다니려고 합니다.

전호인 2008-02-04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은 우리의 것을 보면서 아쉬움이 남는 것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민중 깊숙이 자리했던 놀이문화인데 그것들이 천시받지 않고 예술적으로 우대를 받았다면 우리의 판소리나 놀이문화 등도 세계속에 우뚝 서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해요. 아직도 대중예술을 하는 분들이 ~~쟁이 등으로 천시받는 듯한 인상을 지을 수가 없어요.

세실 2008-02-04 14:24   좋아요 0 | URL
지금부터 시작이지요. 뭐~~
우리의 전통악기와 전통놀이가 조금씩 인정을 받고 있잖아요. 나부터 관심을 가져야 할듯. 멋진 분들 많네요.

2008-02-05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8-02-05 13:46   좋아요 0 | URL
어머 그렇게 예쁜 말씀을 감사합니다. 호호호~~~
아 저두 꽃별 연주곡 좋아합니다. 참 맑고 깨끗하죠. 듣고 있노라면 행복이 밀려옵니다. 편안함도요~
음 무슨 일을 하게 되셨나 궁금하옵니다. 신청이라하면 자진해서? 아 궁금해라~~ 우리 열심히 해 보아요^*^ 지금 화살기도 날렸습니다.
행복한 설날 되시길 빕니다~~~
 
달을 먹다 - 제1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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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부터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글을 잘 못 썼고, 학창시절에도 선생님께 칭찬 한번 받은 적 없다는 김진규 작가. 갑자기 글을 쓰기 시작한건 한 방울만 더 얹으면 바로 터질 것 같은 위태로움을 내 안에서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중,고교시절에 워낙 책을 읽지 않아서 이기도 하지만 나 역시 칭찬받은 기억이 별반 없기에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역사소설에 관심이 많은 요즘. 이 책의 배경도 조선시대이기에 선뜻 읽게 된 책이다. 소설이기는 하지만 함께 겪은 일을 각자의 입장에서 마치 편지를 쓰듯이 써 내려 갔기에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는 측면이 새롭다. 큰 축은 담현당 마님인 묘연을 중심으로 최약국과 하연의 딸 난이와 아들 희우의 사랑이야기, 역시 최약국과 하연의 딸인 향이와 시동생 여문의 사랑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사계절을 중심으로 나눈 단락이 예쁘다. 이른 아침, 겨울로 시작하는 첫 꼭지는 주로 담현당 마님 묘연의 이야기를 다루었고 '이른 아침이었고, 겨울이었다. 뭐든 감추기에 좋았다' 는 내면에는 여자보다 더 예뻤던 한량인 아버지의 복상사로 인해 소박 맞을뻔한 묘연의 이야기로 부끄러운 집안 내력을 감추고 싶었던 것이리라 생각해 본다. 두번째 꼭지는 '깊은 밤이었고, 봄이었다. 미치기에 좋았다' 여문과 향이의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지만 마음을 숨긴채 자신을 학대한 여문과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향이. 향이의 죽음앞에서 "향아! 내 색시가 되길 소망했다고, 하지만 늙고 불쌍한 어머니를 거역할 용기가 없었다고, 아버지 최약국을 죽인 건 너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어서였다고, 그렇다고 어미까지 잘못될 줄은 몰랐다고, 혼자이게 해서 미안하다고, 나도 너처럼 다리를 절고 싶다고, 그리고 힘들고 어렵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얼굴을 보게 해달라고, 그렇게 말을 했어야 했다." 는 여문의 절규는 속앓이만 하는 바보같은 사랑에 마음 아팠다.

세번째 꼭지 '한낮이었고, 여름이었다. 넘치기에 좋았다'는 희우와 난이의 애절한 사랑이야기 이다. 이종사촌이기도 한 근친상간이기에 마음으로만 그리워 한 희우와 난이는 그러나 평생을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난이를 그리워하며 어머니와 대화하는 희우의 그 안타까움에 그만 눈물이 났다. 난이가 희우를 생각하면서 만든 꽃차가 그립다. 꽃잎을 차로 마시면 마음에 생긴 상처가 아무는데도 도움이 될것이라는 망우초, 국화의 어린잎이 이슬을 함빡 머금었을 때 솔솔 따서 만든 차인 이슬차, 향이 언니를 닮은 앉은뱅이 작은 꽃인 산자고로 만든 꽃차등 난이는 희우를 피해 멀리 떠나서도 꽃차로 생계를 이어간다. 훗날 희우와 난이는 아름다운 오누이로 평생을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선조부터 내려온 워낙 다양한 인물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서 난해하기에 등장인물의 계보를 열심히 적으며 마치 역사 공부 하듯이 긴장하면서 읽었다. 결국은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가 주 내용이지만 역사에 해박한 지식을 갖춘 작가의 다양한 이야깃거리는 즐거웠다. 국화주 만드는 자세한 설명, 향기가 솔솔 나는 꽃차, 칠석날의 포쇄 풍경등 그 시대의 풍속과 문화를 알게된 기쁨도 컸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삶을 마감하거나 평생 지울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치명적인 사랑보다는 표현하는 사랑, 함께 가꾸어 가는 사랑이 진정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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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1-05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보고싶던데요. 단 워낙에 집에 쌓여있는 책이 많아서 일단 사는건 보류하고 도서관에 신청만 해놨어요. 언제쯤 들어올까요? ㅎㅎ

세실 2008-01-06 13:40   좋아요 0 | URL
독특한 구성이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소설 읽으며 머리 써보기는 오랜만^*^ 음 한달후쯤이나 가능할텐데....

순오기 2008-01-06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니 참 호감이 가는군요. 역사를 바탕으로 쓴 소설들은 특히나 관심이 가던데요.

세실 2008-01-06 13:4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역사속 풍속 혹은 풍경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깊이가 있어요~~

행복희망꿈 2008-01-06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읽으셨군요. 제목이 참 끌리는 책인것 같아요.
저도 기회가 되면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세실 2008-01-06 13:42   좋아요 0 | URL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죠. 맞아요. 처절한 사랑이야기랍니다. 그러면서도 드러내지 않고 가슴아파 하는 사랑. 전 이런 소설이 좋아요~~

세실 2008-01-06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선물해주신 고마운 분께 감사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08-01-07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리뷰 잘 봤어요^^ 근데 '묘연과 향이의 사랑'에서 잠시 움찔했다는ㅋㅋㅋ 여문을 잘못 쓰신 것 같네용ㅋ

세실 2008-01-08 13:28   좋아요 0 | URL
앗 님? 흐 반갑습니다. 그게 비몽사몽간에 쓴 글이라...ㅎㅎ 수정했습니당.
 
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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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유명한 설화 '바리데기'를 소설로 재탄생시킨 작가 황석영. 사투리가 많아 읽다가 포기한 <장길산>에 대한 아쉬움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무대가 북한이기에 역시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가 많이 나오지만 그래도 쉽게 읽힌다.  

설화의 바리데기처럼 주인공'바리'는 다소 주술적인 소녀이다. 어린 나이에도 동물과 말을 할 수 있고, 말을 못하는 언니와도 대화를 나눈다. '던져라 던지데기 바려라 바리데기' 의 의미인 '바리' 그래도 행복했던 가족. 그러나 외삼촌의 납북으로 가족은 하루 아침에 쫓기는 신세가 되며 뿔뿔히 흩어지고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된다. 단란했던 가족이 해체된다는 것은 평생을 안고 가야할 상처일 듯.  

중국에서 만난 샹언니와 가족처럼 의지하며 지내게 되지만 결국 마약과 빚에 쫓기던 샹언니로 인해 사랑하는 딸 홀리야 순이를 잃게 된다. 허무하게 찾아온 아이의 죽음은 또 한번 바리의 삶을 무력하게 한다. 할머니와의 선몽도 그녀의 미래에 닥쳐올 불행을 막지는 못하는 걸까? 태어날때의 불행한 운명을 결코 이겨내지는 못하는 걸까? 다행히 남편 알리가 무사히 돌아오고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힘겨움에서 넋살이 꽃으로 위기를 이겨내고, 바리는 보통물 옹달샘을 마신다. 

책을 읽는 내내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혼란스러움에 잠시 멈칫하기도 했다. 돌아가신 할머니, 죽은 칠성이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바리는 토테미즘 신앙에 뿌리를 둔 설정이다. 사람들의 과거를 알게 되고 현재의 위험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바리는 다소 소극적인 설정이다. 현실에 적응하며 사는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있지만 좀 더 자신의 장점을 살려 적극적인 삶을 살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삶에서 위기 혹은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견디게 해주는 것이 넋살이 꽃이라면 삶에 있어서 생명수는 과연 무엇일까. 꿈, 목표일까? 그것들이 과연 영원함을 지속해 줄수 있을까? 바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생명수는?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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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12-31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었는데도 아직 서평을 못썼네요

세실 2008-01-01 11:09   좋아요 0 | URL
서평쓰기가 좀 어렵네요. ㅎㅎ
저두 요즘 점점 게을러지고 있습니다.

세실 2008-01-0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한번에 6권씩이나 주문하신 분은 누굴까? 땡스투의 즐거움이 크다~~ 쌩유~
 
친절한 복희씨
박완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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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이 가까워오는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그녀의 글에는 서울 깍쟁이 같은 새침함과 약간 이기적인 얄미움, 군더더기 없는 맛깔스러움이 묻어난다. 또한 일상인듯한 편안함으로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흡인력도 그녀의 글을 읽는 즐거움이다. 산만한 느낌이 들어 단편 모음집은 좋아하지 않지만 이 작품은 단편임에도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3-40대 주인공이 아닌, 모두 삶을 관조하는 노년이 주인공이면서 마치 에세이를 읽는 듯한 편안함이 있기에 읽는 내내 행복했다.     

첫 글인 <그리움을 위하여>는 사촌이면서 집안일을 도와주던 동생이 늦사랑을 하고 영감을 따라 삼천포로 갔을때, 당장 밀린 집안일과 차례상 준비를 하면서 동생에 대한 끝없는 원망과 허전함으로 "인복을 놓친 나는 지금 얼마나 불쌍한가, 엉엉 소리를 내서 울어도 시원치 않을 것 같았다"는 화자의 솔직한 표현에 그만 웃음이 났다. 결국 동생의 진실한 사랑을 알게 되고 동생과 영감의 모습을 그린 "칠십에도 섹시한 어부가 방금 청정해역에서 낚아 올린 분홍빛 도미를 자랑스럽게 들고 요리 잘하는 어여쁜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풍경이 있는 섬, 그런 섬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에 그리움이 샘물처럼 고인다. 그립다는 느낌은 축복이다" 라는 마지막 글은 작가의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글의 현란한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기도 했다. 

마치 그녀의 첫사랑 이야기 인듯한 <그 남자네 집>은 장편으로 읽었을때와는 또 다른 담백함이 있다. 결혼전에 읽었다면 남자 보는 눈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 참 이기적인 "연애 따로 결혼 따로"인 얄미움이 묻어난다.

내 나이 마흔 아홉이 되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금처럼 도서관 열심히 다니고, 아이들 대학 보내고 한 숨 돌리고 있겠지. 주인공과 비슷한 시기이다. 시어머니의 별거선언으로 아버지는 주인공 집으로 어머니는 시누이 집에서 각각 사는 상황인 <마흔아홉 살>은 잠시 음식을 사러 나간 사이 주인공의 사생활을 주제로 험담을 나누는 우리네 풍경을 그렸다. 요즘 말 한마디의 조심스러움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기에 와닿는 글이었다.

<후남아, 밥 먹어라> 위로 언니가 둘이고, 아래로 남동생이 둘인 후남이 '앤'은 부모의 등꼴이 빠진 등록금으로 대학을 다니는 언니들을 보며 대학에 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미국으로 시집가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한가득 시름을 안고서 엄마를 찾아온 후남이는 이모네 집에 있는 치매에 걸린 엄마를 통해 비로소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위로 오빠, 언니와 남동생 둘인 우리집에서의 내 위치. 한 때 '부모님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야속한 마음에 밤새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면서 가슴이 짠해 온다. 물론 나의 부모님은 넉넉치 않은 시골 형편임에도 교육에 열성이셨고, 늘 예쁜 막내딸이라고 나를 소개하시는 나름 편애를 받는 쪽이었다. 나만의 착각 이었을까?

책의 제목이기도 한 <친절한 복희씨>는 중풍으로 몸도 잘 가누지 못하는 남편과 사는 복희할머니의 이야기이다. 짧은 내용이지만 고단한 삶의 편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래도 해피 엔드> 서울토박이인 화자가 그림같은 전원생활을 하게 되고, 서울동창 모임에 가면서 예전의 베스트드레서를 상기하며 한껏 멋을 부리지만 버스 기사에게, 승객들에게 모멸감을 당하고 쫓기듯 택시를 탔는데 "사모님 어쩐지 멋쟁이다 싶었는데 외국에서 오래 사시다 오셨나 봐요. 그렇죠?" 하는 말에 그 동안의 속상한 마음이 풀어지는 내용으로 한편의 콩트를 읽은 느낌이다. 마치 내 속마음을 들킨 듯 하다. 
    
어쩜 이리도 한편 한편이 보석 같을까? 가끔 나이 드는 조급함이 느껴질때 야곰 야곰 꺼내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물론 주인공보다는 이 글을 쓴 작가에 대해 떠오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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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23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책, 울언니 생일에 선물로 보내고 저도 한권 샀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
님의 서평으로 잔잔한 감동을 받고 갑니다!

세실 2007-12-24 00:24   좋아요 0 | URL
글 날라갈까봐 자동저장기능이 있음에도 저장하고 수정하기를 반복하는 와중에 오셨군요. 헤헤 미완성이었는데..... 님도 분명 즐겁게 읽으실 책이랍니다~

바람돌이 2007-12-23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이 박완서님의 책이었군요. 참 대단한 분이세요.
근데 전 제가 마흔아홉이 되어도 겨우 중학생일 아이들을 생각하니 한숨이 나오는군요. ㅎㅎ

세실 2007-12-24 00:27   좋아요 0 | URL
멋진 분, 대단한 분이시죠. 소설임에도 끝없는 깊이가 느껴집니다.
ㅎㅎㅎ 예린이, 해아의 사춘기를 함께 치르셔야 겠군요.
그때 약 올리면 돌 날라 오겠죠?

책읽는나무 2007-12-24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완서님의 글도 참 좋아요.
아~ 읽고 싶어지네요...읽을책들이 자꾸만 쌓여갑니다..ㅡ.ㅡ;;

세실 2007-12-25 01:2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읽을 책은 많고 정작 읽을 시간은 적고....
맘은 2박3일 떠나고 싶을뿐입니다. ㅎ (물론 저 혼자만의 여행)

소나무집 2007-12-24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저도 감동 푹 받았답니다.
박완서 선생을 늘 좋아했지만 이 책 읽으면서는 노년의 작가가 아름답게가지 느껴졌지요.
어찌나 솔직한지, 그 솔직함들에 깜짝 놀라기까지 했어요.
유명한 이름값에 감추고 싶은 것도 있었으련만...그쵸?

세실 2007-12-25 01:26   좋아요 0 | URL
그쵸? 노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책입니다. 어쩜 이리도 완숙미가 느껴질까요. 그러면서도 날카로운 필체. 대단한 분입니다. 맞아요. 참 솔직하시죠. 헤헤~~

Kitty 2008-07-22 0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이 책 읽고 완전 감동먹었어요 ㄷㄷ
독자의 나이와 관계없이 이렇게 공감가는 책을 쓸 수 있다니 박완서 선생님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