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통도사 가는 길 반성문을 쓰는 시간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37
이문열.최시한 외 지음 / 창비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수필보다 소설을 선호하는 이유는 읽으면 읽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는 것,  10년후,  20년후에 읽어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옛 추억을 되새길수 있는 점이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작가들이 쓴 신작이리라 생각했다. 책을 받고 나서야 1980년대의 소설을 재편집하였고, 20세기 한국소설 대표작들을 모으는 작업을 시도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으로 값진 일이다. 어쩌면 일반독자들이 외면할 수도 있는 외로운 작업이지만 우리나라의 문학작품을 재조명하는 계기는 충분히 되었으리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읽은 기억도 나는 낯익은 작품들을 접하고 나니 웬지 모를 행복감이 밀려온다. 고급스러운 문체를 읽는 맛과 새로운 단어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 '통도사 가는 길'을 읽으면서 마치 작가인듯 제3자인듯 추론해 가면서 읽으니 더욱 새롭다. 홀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현재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정리하는 의미. 서울에서 출발하여 대구를 거쳐 통도사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 그리고 한 여인과의 만남과 그리움, 헤어짐에 대한 회상을 하며 이윽고 통도사에 도착한다. 통도사라는 글귀를 읽으며 나름대로 재해석하는 작가의 깨달음. 절제미가 아름답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설가 이문열씨. 한때 구설수에 오르내리기도 했지만 여전히 난 그의 소설을 좋아한다. <구로아리랑> <젊은 날의 초상><사람의 아들> <그해 겨울>을 읽으면서 삶의 짙은 내음과 유려하고 박학다식한 문체를 읽는 것을 좋아했다. 생생한 삶의 고단함을 보여주는 <하구>는 주인공의 밑바닥 생활부터 어느정도 사회의 지성인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서예가 석담선생과 고죽의 어긋난 제자사랑,  스승의 그늘을 평생 벗어나지 못한 당대의 유명한 서예가 고죽의 삶을 그렸다. 혹독한 스승의 제자 사랑법과 그 스승의 깊은 마음을 알지 못한채 방황한 삶을 살다간 제자. 진실은 사후에야 통하는 걸까? 그의 또 다른 작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대학시절 읽은 기억이 나는데 20년이 지난 지금 읽으니 새롭다. 대상은 초등학교 6학년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작가의 문체와 엄석대의 치밀한 포장은 읽는내내 섬뜩했다. 요즘 아이들 중에도 존재할 수 있겠지. 선생님을 통해 모든 잘못이 공개되었지만 똑같은 담임을 만났다면 엄석대와 친구들은 어찌 되었을까? 인간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행복했다. 영원히 잊혀질 수도 있는 작품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는 재미도 컸고, 치열한 삶의 모습을 보면서 현재의 내 삶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현재는 과거의 모습이고, 미래는 현재의 모습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는 행복한 오늘을 살아야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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