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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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도서전시회에서 공지영작가를 보고는 한눈에 반했다. 직장생활하면서 점점 중성화 되어가는 듯한 내 모습을 한편으로는 거부하면서 "여성스러움"을 간직한 여성을 보면 그 아름다움에 그만 '풍덩' 빠져 버리고 싶다. 그 대표적인 여성이 '공지영작가와 이영애'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여성성을 간직한다는 것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나름의 잣대를 재어 본다.

공지영작가는 참으로 용기있고 솔직한 그래서 더욱 사랑스러운 작가다. 자신의 부끄러울 수도 있는 가정사를 있는 그대로 내 보이는 것, 소설을 통해서 재 구성했다는 자체가 그녀의 강한 에고를 보여준다. 18세 딸 위녕의 눈을 통해 본 그녀의 일상은 물론 많은 부분이 허구이겠지만 마치 '여자의 일생'을 보는 것처럼, 결혼, 사랑, 아이들과의 관계가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운동권에서 만난 첫 남편과의 그 당시엔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사랑이 목표의식이 없어지고, 지독한 가난과, 부부사이에 어느 한쪽만 특히 아내만 성공했을때의 상실감은 가족간의 해체를 가져온다. 두번째 만난 남편과의 엇나간 사랑. 영화감독과의 결혼은 그동안 모아놓은 재산의 잃음과 폭력성에, 전날 남편에게 두들겨 맞고도 억지 웃음 지으며 페미니즘 강의를 나가야 했던 그 모순은 죽기보다 싫었다는 이혼을 결심하게 했으리라. 

불과 몇년전 대학교수와의 세번째 결혼이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헤어지고 각각 성이 다른 세 아이위녕, 둥빈,제제를 키우고 있는 작가. 대한민국에서 한번도 아니고 세번이라는 꼬리표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에 더욱 참기 힘든 모멸감 일수도 있겠지만,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작가에게 힘을 실어 주고 싶다.

그래도 엄마를 이해해주는 첫 딸 위녕이 있기에 작가는 큰 힘을 얻으며, 앞으로도 친구같은 딸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며 함께 위안을 얻으며 살아가리라 믿는다. 사랑하는 아빠와의 트러블로 힘들어하는 위녕이지만 조금 더 어른이 되면 이해하겠지. 부모의 이혼으로 문제아 취급을 하는 선생님의 선입견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사춘기인 둥빈이도 엄마의 깊은 마음을 이해하며 조금만 아파하고, 멋진 청년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 나 열렬히 사랑하고 열렬히 상처 받았으며, 열렬히 슬퍼했으나 이 모든 것을 열렬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으니, 이제 좀 쉬고 싶을뿐." 이라는 미리 써 보았다는 묘비명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내가 쓰고 싶은 묘비명 일수도. 공인이라 참고 살아야 한다는, 공인이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그러기엔 오직 단 한번 뿐인 삶에 커다란 아쉬움이 남겠지. 작가의 내재되어 있는 열렬함이 숨을 쉴 수가 없겠지.

추운 겨울의 길목에서 침대에 누워 이 책을 읽는 동안,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동질감에, 이혼이라는 두 글자를 그려 보았던 퇴색 되어가는 사랑의 빛을 살리고 싶은 동질감에, 비슷한 나이의 여성이 느끼고, 아파하는 그 무언가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작가의 말 '위녕, 둥빈, 제제...... 참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이게 전부야. 요즘 들어 늘 생각하는 것인데, 나쁘지 않다. 그리고 어쩌면, 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나는 생각해 본다. 행복하다. 참, 행복하다고' 공지영 작가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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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12-10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여자이면서도 왜 이리 예쁜 여인만 보면 끌리는 걸까?

2007-12-11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7-12-12 22:03   좋아요 0 | URL
음 따님이 좋아하려나요? 워낙 복잡한 인간관계이다 보니...ㅎ
아 딸내미 위녕의 입장에서 쓴 글이니 공감대가 형성될 수도 있겠군요.
때론 위녕이 언니같답니다.
공지영작가 전 참 좋아요~~
임태경 넘 멋져요. 어찌나 반듯하고 예의바른 청년인지.
저녁 6시 라디오방송도 한답니다. 청주엔 94.1로 잡히던데요..

순오기 2007-12-15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에 연재될 때 간간히 봤어요.
적립금 들어오면 살려고 바구니에 담아요.^^

세실 2007-12-16 16:32   좋아요 0 | URL
재미있습니다. 딸 키우는 엄마라면 한번 읽어보면 좋을듯.
딸은 친구이며 언니같기도 합니다. ㅎㅎ
 
리진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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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난뒤 '리진' 하고 조용히 불러보니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르면서 자살을 택한 안타까움과 콜랭, 강연의 사랑으로 작은 설레임이 일어난다. 두 권을 마치 한 권처럼 단숨에 읽어 내려간 책. 두권 째엔 책장 넘기는 것이 안타까워 일부러 천천히 음미하며 읽기도 했다.

조선시대 궁중 무희였던 리진!
궁녀는 곧 왕의 여자가 되는 것이었지만 리진을 딸처럼 아끼는 명성황후의 배려로, 리진을 보고 첫눈에 반한 콜랭 외교관을 따라 프랑스로 떠난 최초의 여성이 된다. 어릴때부터 신부님에게 프랑스어를 배웠기에 언어소통의 자유로움과 프랑스 문화에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 듯 하다.  만약 리진이 프랑스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했더라면 그래도 콜랭을 따라 갔을까?

'리진이 눈을 감은채 말을 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녀의 열정에 이끌려 그녀가 구사하는 독특한 리듬의 언어를 황홀한 표정으로 경청했다. 그녀의 말은 놀라운 이미지를 펼쳐 놓은 것과 같다'라고 표현한 프랑스에서의 생활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해 보였으나 리진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동양인이라는 생소함으로 늘 원숭이가 된듯한 리진은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결국 조선으로 콜랭과 함께 다시 오지만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다.
명성황후 시해라는 을미사변의 소용돌이속에 리진은 자신을 아껴주고, 큰 힘이 되어주었던 명성황후를 따라 자살을 선택한다.

콜랭을 따라 파리로 갈때 리진의 미래는 밝으리라 생각했다. 남자의 열정과 사랑앞에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영원히 행복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리진은 흥선대원군과의 갈등으로 늘 초조해 하고 불안해 하는 명성황후를 잊을수가 없었다. 리진속에서의 명성황후는 시아버지와의 갈등, 일본과의 관계에서 괴로워하고, 초조해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리진에게는 콜랭외에도 세명의 남자가 있었다. 어릴때부터 함께 자라고 늘 그림자처럼 곁을 지켜주는 강연과, 리진을 좋아하면서도 왕비의 시기에 마음에만 담아두는 심약한 고종, 친일파 김옥균을 살해하는 열열한 애국주의자 홍종우의 일그러진 사랑이 존재한다. 강연과 잠시 지내기도 하지만 홍종우의 상소로 강연도 떠나게 된다.

리진은 프랑스에서 우리나라 소설을 프랑스어로 번역하는 작업과 자수 부채를 만들어 주면서 주체적인 삶을 살 수도 있었으나 그런 나의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리진에게는 야망도 꿈도 없었다. 콜랭에 의해, 왕비에 의해 인형처럼 살았다. 남을 위해 평생을 산 듯한 리진의 삶에 가슴 한켠이 아리다. 리진은 프랑스에서 잠시 교류했던 모파상의 작품 '여자의 일생'을 생각하게 한다.

요즘 리진이 머릿속을 맴돈다. 달밤에 '춘앵무'를 추는 리진의 열정적인 모습, 콜랭과의 첫 만남에서 '봉주르' 하던 그 천진함, 프랑스 사교계에서도 시선이 집중되는 리진의 고운 자태. 자꾸만 동일시 하고 싶어진다. '봉주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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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8-26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프로그램 '한국사 전'에 나오는 것을 보고 책을 구입했는데, 우리 남편까지 식구들이 다 봤는데도 저는 아직 못 보고 있어요.ㅠㅠ 우리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그녀... 9월이 되면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님의 글에 반해 추천합니다!

세실 2007-08-27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반갑습니다. 님의 닉네임을 살짝 바꾸면 님과 제 본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9월에 꼭 만나세요. 단 가을을 심하게 타실수도 있습니다^*^

순오기 2007-08-27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님과 제가 같은 본명? ㅎㅎ 재미있군요.
결혼 전 한 2년쯤 사서를 했었는데, 더 나이 먹어 자원봉사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세실님, 리진 때문에 가을을 심하게 탈수도 있다면 지천명이 가까운 이 나이에 그것은 축복입니다~~~~~^*^

세실 2007-09-01 09:48   좋아요 0 | URL
사서를 하셨군요. 전 17년 되었답니다. 헤헤~~
전 나중에 '책 읽어 주는 할머니'하고 싶어요~~
호호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요. 축복받으시길 빕니다.

하늘바람 2007-08-2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이 책이 땡겨요

세실 2007-09-01 09:49   좋아요 0 | URL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는 책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인터라겐 2007-08-27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도 읽으셨군요... 이 책을 읽으면서 리진에 대한 연민같은게 생겨서 계속 마음에 여운이 남더라구요.

오늘 아침 폭우가 내렸는데... 이제 비가 그만 왔으면 좋겠어요..

세실 2007-09-01 09:4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요즘 리진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습니다.
웬지 고혹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져요~~
참 낭독의 발견 꼭 보고 싶었는데 11시에 그만 잠이 들었습니다. ㅠㅠ

뽀송이 2007-08-27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유명세만큼 재미있다죠?
저도 '리진'... 그녀를 만나 보고 싶어요.
담아갑니다. 아아... 추천도!!! 후훗...^^

세실 2007-09-01 09:50   좋아요 0 | URL
예. 넘 넘 재밌습니다. 님 정서에 꼭 맞으실꺼예요~~~
추천 땡큐^*^

짱꿀라 2007-08-27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의 리뷰를 읽고 잊고 있었던 신경숙 작가의 리진을 다시 읽고 뿐 마음이 듭니다.

세실 2007-09-01 09:51   좋아요 0 | URL
님의 말씀처럼 저자가 다른 두 책을 읽으면서 비교해보고 싶어요.
기대됩니다^*^

라로 2007-08-27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찜했었는데, 주문한 책이 많아서 아직 읽지 못하고 있었어요.
자살하는구나,,,,흑

세실 2007-09-01 09:51   좋아요 0 | URL
얼른 읽어보세요. 넘 맘 아프죠? 명성황후를 따라갔네요...참 안타까운 장면입니다.

2007-08-28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07-08-28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로 떠난 최초의 여성이군요... ^^ 꼭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세실 2007-09-01 09:52   좋아요 0 | URL
예. 님도 분명 좋아하는 책일겁니다.
참 잡지 잘 받았습니다. 늘 잊지 않고 챙겨주는 님의 맘 간직할께요~~~

몽당연필 2007-08-31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진...그녀를 얼른 만나봐야 하는데, 말입니다. ^^;;

세실 2007-09-01 09:53   좋아요 0 | URL
가을이 가기전에 꼭 읽어보세요~~~ 가을에 어울리는 책이랍니다.
 
오 하느님
조정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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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장편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20년전 '태백산맥'을 통해서였다. 5권까지는 책장 넘어가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고, 6권부터는 다소 정치적인 이야기 위주라 조금 지루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무대가 되었던 벌교를 일부러 둘러보기도 했고 태백산맥을 쓰기 위해 트럭 몇대분의 자료를 수집했다는 후문도 들었다.  

이 책은 조정래씨의 단행본 소설이기에 망설임 없이 읽게 되었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무대위에 전쟁의 포로로 파란만장한 삶을 산 '신길만'을 주인공으로 시대적인 상황을 이야기 한다. 제목 '오 하느님은 역사의 간지 앞에 선 헐벗은 인간들의 절망적인 외침이자 희망 어린 절규' 라고 이야기 하는 복도훈 평론가의 작품 해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첫째 일본군. 둘째 소련군. 셋째 독일군. 넷째 미군의 포로로 되어있는 차례가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지원병이라는 이름으로 군대에 갔다오면 면서기를 시켜주겠다는 말에 '신길만'은 일본군이 된다. 일본과 소련의 전쟁에서 일본이 밀리게 되고 포로로 잡힌 가운데 소련군을 자원한다. 그 후 독일군이 되고 마지막으로 미군의 포로가 된다. 지원병으로 끌려올때 아버지의 '총알 피해 댕겨라' 하는 말을 가슴에 품고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신길만. 그러나 한국사람보다는 소련군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는 생각에 다시 소련군을 택한 신길만의 마지막은 총살이었다.

신길만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은 어디까지 였을까? 포로가 되었을때 '난 한국사람이요, 한국인이요, 한국으로 보내주세요' 하는 것? 과연 포로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었을까? 전쟁이라는 이름하에 이렇게 허무한 죽음을 당한 사람은 참으로 많았을 것이다. 픽션이고 일부는 다큐멘터리 일수도 있는 이 책은 전쟁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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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7-08-20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으며 전율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역사 공부를 하고 싶은 의욕까지 모락모락 일었었죠.
이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세실 2007-08-23 00:06   좋아요 0 | URL
님도 그러셨군요. 저두 그랬었는데....ㅎㅎ
부담없이 읽을수 있는 책이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들게 합니다.
 
대화 - 삶의 여백에 담은 깊은 지혜의 울림
박완서.이해인.이인호.방혜자 지음 / 샘터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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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살아가면서 그 사람을 생각하면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고요해지는, 그래서 함께하는 것 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사람이 있다. 1년에 두 어 번만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부담없는 사람! 이 책에 소개된 이해인 수녀님과 박완서 작가의 만남, 방혜자 화가와 이인호 역사가의 관계가 그런 아름다운 만남을 생각하게 한다.

남편을 잃고 불과 수개월만에 자식을 잃었기에 절망의 바닥을 걷는 기분일때 박완서 작가에게 큰 힘이 되어준 이해인 수녀님.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신앙을 통해 상처받은 삶을 치유하고, 문학, 신앙, 사랑, 기도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소설가로 시인으로 한 신앙을 갖고 있기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둘의 심도있는 대화는 읽는 이로 하여금 맑은 기운과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이해인 수녀와 박완서 작가가 고요함, 따뜻함 이라면  방혜자 화가와  이인호 역사가는 활동가, 냉철한 지성인의 모습이 연상된다. 1960년대의 불안정 속에서 예술가의 꿈을 키우기 위해 파리로 떠난 방혜자 화가와 미국유학에서 러시아사를 전공한 이인호 역사가의 삶은 치열함 그 자체이다. 남성 우월주의 사회에서 필리핀 대사와 러시아 대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이인호씨의 사명감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우리나라 역사의 올바른 인식, 이상적인 여성상, 다양한 독서편력, 어릴적 예능교육의 중요성등에 대한 주제로 풀어가는 이야기는 진보적인 여성성 그 자체이다.

현재 각자의 자리에서 선두적인 위치에 서 있는 네 분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대화 속에 묻어나는 겸손함과 배려는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 졌다. 책 표지에 적혀 있는 '각기 다른 시각과 언어로 세상을 통찰한 이 네 분의 대담을 통해 우리는 여름날 시원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거침없는 시성을 향유했습니다' 하는 글이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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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6-18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무지 좋아하는 박완서 님의 얘기가 나온다니 솔깃합니다.
잘 지내시죠?

세실 2007-06-18 14:07   좋아요 0 | URL
홍수맘님이 늘 일착으로 달려와 주시네요~~
저두 박완서님 직접 뵈온 후엔 팬이 되었답니다.
잔잔한 대화글 모음집이랍니다~~

비자림 2007-06-18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번 만나봐야겠네요.^^
맑은 기운을 지닌 사람들의 고운 언어들을...

세실 2007-06-19 11:39   좋아요 0 | URL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이해인님과 박완서님의 대화편은 마음의 고요함와 따뜻함을 느꼈고, 방혜자님과 이인호님의 글을 읽을땐 진보적인 여성성, 냉철한 지성인의 글을 접하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전호인 2007-06-20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만남, 기대했던 만남, 자주 접하는 만남, 모두가 서로를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곤 하는 것을 느끼게 되지요. 아마도 만남에는 사전에 준비과정이라는 것이 있기에 더욱 설레게 하는 것 같네요. 좋은 만남이었음 하네요.

세실 2007-06-20 10:10   좋아요 0 | URL
오프라인에서 만나지 않아도 이렇게 인터넷 공간에서의 만남도 소중하지요.
언제부터인가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좋은 친구가 되어 간다는 증거겠죠?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입니다.
활기찬 하루 되세요!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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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목만으로도 이 책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정원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어서 일까? 시댁에도 평범하긴 하지만  작은 정원이 있기에 내 아이들에게도 동구처럼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기억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마음속에 생각만으로도 따뜻해 지는 사람 혹은 사물이 있다는 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겠지.

정작 아름다운 정원은 책의 분량으로 볼때 극히 미세한 부분중 하나일 뿐이다. 큰길에서 가파른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 가야 나오는 동구네 집을 비롯한 그렇고 그런 허름한 집들 중에서 유독 눈에 띠는 3층집 정원. 그곳엔 주황빛 능소화가 하늘 향해 활짝 피어있고 손바닥만하게 크고 붉은 모란꽃, 수수꽃다리, 흰꽃을 피우는 백당나무, 황금색 곤줄박이가 있기에 동구에게는 피난처이자 희망이었다. 결론 부분에서 아름다운 정원은 박선생님과 오버랩되기도 한다.

1977년부터 81년까지 5년의 세월. 거의 내 삶과 비슷한 시대상 이기에 그 때의 기억을 어렴풋이 생각하며 잠시 회상에 잠기기도 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초등학생 동구의 눈에 비친 가족의 모습, 동구의 성장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 쓰지 못하는 난독증이 있는 동구. 마냥 떼쓰고 귀여움 받아야 할 나이임에도 할머니의 혹독한 시집살이와 갖은 구박에 늘 지쳐있는 엄마와, 무조건 할머니 편만 들며 엄마에게 욕설과 폭력을 일쌈는 아버지 아래서 성장한 동구이기에 어린 나이에 어른이 되어 버린다. 자신을 생각하기 보다는 늘 남을 먼저 생각하는 천사표 동구.  가족의 아픔을 간직하고 사는 동구는 일종의 병을 앓는 것이다. 

눈만 뜨면 욕을 하는 할머니와 싸우는 엄마, 아빠 사이에서 동구는 얼마나 힘이 들까? 행여 불똥이라도 튈까 두려워 쥐 죽은듯이 지내는 동구는 수업시간에도 절대 발표를 하지 않는다. 그런 동구에게 박영은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방과후 1시간씩 공부를 하면서 점차 책도 읽고 글씨도 쓸 줄 알게 된다.

기쁜 일은 또 생긴다. 동생 영주가 태어나면서 집안에 웃음꽃이 피기도 하고 모든 사람의 시선이 영주에게 쏠리게 되며 두 돌무렵에 책을 읽은 영주에게 천재라는 별명도 생긴다. 영주는 가족, 이웃을 이어주는 고리가 되며, 가족이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동구의 삶에 커다란 희망과 자신감을 안겨준 박선생님이 외할머니 생신때문에 시골로 내려간뒤 소식이 끊어진 부분이 모호하지만 학교때 데모를 하면서도 아웃사이더 같은 느낌을 주었던 박선생님은 진정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 위해 떠난 것이리라.

할머니의 갖은 구박으로 싸움이 끊길 날이 없는 한씨 집안이지만 동구와 영주로 인해 그렇게 그렇게 흘러가리라는 생각을 했던 내게 영주의 죽음은 '악' 소리가 났다. 반전이라고 하기에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린다. 영주의 죽음으로 할머니와 엄마, 아버지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가고 '당장 나가라'는 할머니의 말에 엄마는 고추장독을 할머니 앞에 깨트리는것으로 집을 나간다.....결국 동구의 어른스러운 고민과  해결책으로 인해 서서히 한씨 집안은 안정을 찾아간다.

어른들은 무거운 짐을 왜 동구에게 지우려고 할까? 누군가 나서서 난국을 헤쳐나갈 생각을 하기 보다는 '내가 제일 힘들다'는 표정을 하고 '네가 내 맘을 알기나 하니?' 하는 이기심으로 가득 찼다. 작은 동구의 어깨가  무겁게 느껴진다. 동구의 난독증은 가족의 상실감에서 비롯되었을듯.

그러면서 내 아이들이 떠오른다.  엄마의 직장생활로 인해 학교에서 돌아오면 텅빈 집에서 외로움을 느꼈을 아이들. 가끔 아빠, 엄마의 말다툼에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고민하다 이내 조용해 지는 아이들, '피곤해'를 연발하는 엄마에게서 대화의 단절을 느꼈을 아이들... 가끔은 큰 아이에게서 동구와 같은 어른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동구에게 미안하고 내 아이들에게 미안해 진다. 소설 읽으면서 이렇게 울어본것도 얼마만인지...동구 개인의 성장일기가 아닌 요즘 가족의 해체와 이기심들이 아이들을 얼마나 마음 아프게 하나 하는 단면을 보여주는 듯 하다. 아이들에게 모범적인 부모가 되자. 5월 가족의 달에 읽어보면 더더욱 깨닫는 것이 많을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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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05-21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섬세한 글을 읽으면서 나도 같이 어린시절을 회상해 보았습니다. 내가 11살이었을 초딩 4학년 때 이야기가 되겠군요. 들로 산으로 아무 생각없이 다닐 때의 어린 시절이라니 감회가 새롭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분명 가족의 따뜻한 정을 받으면서 자라나는 새싹인 것만은 자명한 듯 합니다. 가족이라는 자양분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너그럽게 만드는 요소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어렸을 적에 지금처럼 부모님이 많은 관심을 주거나 대화를 많이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반듯하게 따뜻한 마음을 품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문만 열고 나가면 언제나 만날 수 있었던 풀이 있고, 꽃이 있고, 들과 산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부모님과 대화가 없어도 늘 곁에 있던 자연속의 친구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지요. 앞도랑에서 물장구 치며, 눈에 안개가 끼도록 놀다가 덜덜 떨리는 몸을 햇볕에 달궈진 바위에 엎드려 몸을 말리며 부르던 노래 ! 다 기억할 순 없지만, 아마도
"해야해야 나오너라.... .............김칫국에 밥말아줄께....."
세실님도 생각나시나요. 읽고 싶어지네요.

세실 2007-05-21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마철에 도랑(=냇가?)에서 수영하다 하마터면 떠내려갈뻔 했다는....ㅋㅋ
그 노래 기억납니다. 뭐 같은 세대니까요~~~
저두 시골출신이라 학원이라고는 다녀본적도 없고 학교 다녀오면 가방 던져놓고 저녁시간까지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녁먹고도 한밤중까지 또 놀고...그저 놀 궁리만 하던 초등시절이었지요.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데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초등시절 생각하면서 웃음이 날까요? 이 학원 저학원 옮겨다니느라 힘들었던 기억밖에는 없을듯. ㅠㅠ

소나무집 2007-05-2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과 같은 세대임을 확신합니다. 동구의 일이 내 일인 양 마음이 싸해지는군요.

세실 2007-06-09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그렇군요~~ 그러면 님도 불혹? 아닐듯 한뎅....
맞아요. 동구가 겪은 일들이 우리 세대가 겪은 일 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