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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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언제부터인가 공지영 작가의 책이 나오면 무조건 읽어보는 전작주의자가 되었다.  순탄하지 않은 그의 삶을 보면서 '용기'라는 단어가 생각났고, 같은 카톨릭 신자라는 유대감이 그렇게 된 듯 하다.  좋아하는 작가이고,  아름다우면서, 숨 막히는  러브스토리인지라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단순간에 읽어 내려갔고 역시 코드가 맞았다. 언뜻 '냉정과 열정사이' 를 읽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하면서 마치 홍(베니)이 된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었다. '나이 마흔을 코 앞에 두고 왠 흥분이람, 웬 설레임이람'  혼잣말을 하기도 하고, '자기야. 이 책 너무 좋아. 읽기가 아까워' 하면서 신랑한테 슬쩍 권하기도 하였다.

홍과 일본인 준고의 사랑. 참으로 애틋하다. 일본 유학중에 우연히 준고를 만나게 된 홍은 첫눈에 반하여 준고를 좋아하지만 자신의 속내를 표현하지 않는 준고로 인하여 힘들어 하면서, 결국  헤어지기로 결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7년의 세월동안 준고를 마음에 품고, 준고를 생각하면서 눈물 흘리고, 혹시나 준고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다림의 연속. 그런 홍 앞에 준고는 유명작가가 되어 나타난다. 준고도 물론 홍을 잊은적이 없고,  홍을 보고 싶은 마음에 한국에 왔지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둘의 사랑이 안타까워 내 마음까지 답답해지고, 숨 쉬기도 힘들어 심호흡을 몇번씩 해야 했다면 적절한 표현일까? 개인적으로 이런 애틋한 사랑을 해보지 못한지라 내심 부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어릴적 옆집으로 이사온 홍을 보고 첫눈에 반한 민준이는 일본으로 훌쩍 떠나버린 홍을, 일본인과 사귀다 헤어졌다는 홍을 기다려주고 청혼을 한다. 그러나 홍은 민준이에게  가슴 뛰는 설레임을 느끼지 않는다. 필이 꽂히지 않는것. 민준이도 불쌍하지만 여자는 여자편. 왠지 나라도 준고에게 마음이 끌릴듯 하다.

결국 홍과 준고는 7년동안 쌓인 오해를 풀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우리는 오랜 길을 돌아왔다. 슬프고 고통스러운 반추의 길이였다.  그러나 결국 이렇게 만났고, 그러니까 나는 이제 그를 더 사랑해도 괜찮은 것이다. ' 홍의 용기가 부러웠다. 어쩜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준고만 생각하고, 언젠가는 만난다는 믿음을 가질수 있을까?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한 심리묘사로 홍의 마음을 읽는 기쁨이 참으로 컸다. 아 애틋한 사랑하고 싶다!  

' 사랑이 깨어지는 방식은 이래. 남자와 여자가 첫눈에 반한다. 대개는 남자가 먼저지. 그러다가 여자가 그 마음을 받아들인다. 사랑이 익숙해질수록 여자는 사랑을 조금씩 더 많이 주기 시작한다. 그러면 남자는 슬슬 여자가 지겨워지고 새로운 사람에 흥미를 느낀다. 여자는 더 집착하고 그럴수록 남자는 더 떠나고 싶어하고, 그럴수록 여자는 더 집착한다. 그리고 끝. 속편은 이거야. 여자는 친구를 붙들고 남자들은 다 똑같아. 나는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어. 라고 다짐하지. 마지막은 긴 눈물과 중무장한 분노. 그리고 냉소지. 하지만 어는 날인가 또다시 여자를 흥미있게 생각하는 남자의 구애를 받게 되고 이렇게 끝도 없이 다시 시작되는 거야.' 사랑으로 아파하는 홍을 위해 친구가 메일로 남긴 글. 어쩜 이리도 적절한 표현일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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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5-14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성인 소설 안 읽은 지 꽤 되네요 읽고 파라

세실 2006-05-14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나면 이런 사랑이 하고 싶으실거예요~~~
하늘바람님 바람나시면 안되는뎅....쿄쿄쿄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도종환 지음 / 좋은생각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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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인근 시립도서관에서 주최한 도종환 선생님 초청강연회에 간적이 있다.  유명한 분이고, 사실 뵙기가 쉽지 않음에도 같은 청주 하늘아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들이 적게 왔다.  '값진 삶'에 대한 주제로 강연회를 했는데 참 따뜻했던 기억이 있다. 그 때 이후로 작가의 신간서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이 특히 예쁘다. 모든 꽃이 장미일 필요는 없다는 은유법을 써서 '나는 나 대로, 내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산국화이어도 좋고 나리꽃이어도 좋은 것이다. 아니, 달맞이꽃이면 또 어떤가. 라는 아름다운 표현을 한다. 시인의 수필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장편 시를 읽고 있는듯한 착각이 들만큼 수필 또한 간결함과 함축적인 표현이 짙다.

실명을 한 아내의 자립을 위해 혼자 버스를 타게 하고 2년동안 말없이 버스에서 아내를 지켜봐 주었다는 글을 우연히 접하고 용기를 얻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힘들고 지칠때 받는 도움은 참으로 값진 것이다.  병마로 인해 시골 동네에서 요양 겸 생활을 하고 있는 작가는 산의 동, 식물들이 모두 친구가 된다. 늘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은 외롭기도 하지만 더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 한다.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  사람의 마음을 어쩜 이리도 잘 파악하였는지..... 

주변에서 작가를 잘 아는 지인들은 '아프면서 좋은 작품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 것일까?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마음을 비우고 살아가는 작가의 모습에서 상선약수(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를 떠올려 본다.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은 중간 중간에 보여주는 아름다운 작품과 글이다. '염소' 그림을 보여주며 '그대가 거기 있는 것처럼 소박한 모습으로 서서 자기들이 있는 곳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꾸어놓는 이들이 세상에는 참으로 많습니다'  등 20여개의 작품은 책의 고급스러움을 한층 더하게 해준다. 책을 읽는 내내 은은한 향기가 방안에 스미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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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5-09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하고 별로 안친한 저도 도종환씨의 시집은 몇권 있다죠? ^^

세실 2006-05-09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수필하고 별로 친하지 않은데 이 수필집은 시집같기도 해서 참 좋습니다....
한동안 '접시꽃 당신'이 베스트셀러였죠~ 영화보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효녀 안효숙
안효숙 지음 / 박영률출판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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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암으로 병원에 입원해 계시고, 엄마는 루게릭 병으로 집에 누워계시는 상황. 내가 대학생이라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효숙이 처럼 씩씩하게 새벽에 아빠 병원 들려 아침 챙겨드리고 학교에 갔다가 2시간 걸려 병원에 들러 점심 챙겨드리고 다시 학교에 가는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하루 하루를 울면서 하느님을 끝없이 원망하며 자포자기 했을듯 하다.

효숙과 효경. 엄마, 아빠. 아빠는 중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셨지만 청와대에서 이용원을 하고 미용사 시험 출제위원까지 하신 입지적인 인물. 학교 다닐때 선생님이 아버지 직업을 물어봤을때 "이발사세요" 했더니 그때부터 아버지에게 반말을 했다는 선생님으로 인해 상처도 받고 잠시 아버지 직업을 부끄러워 하기도 했지만 사춘기때는 누구나 겪을수 있는 일.  효숙이는 아빠를 평생 존경하며 살았다. 물론 엄마가 먼저 루게릭병에 걸리기는 했지만 "우리집 여왕"이라고 하면 엄마를 떠 받들었던 아빠. 가족의 애틋한 사랑이 눈물겹다.

말도 어눌하시고, 몸도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엄마. 밥을 드시거나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딸이 올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실수로 넘어지시기 라도 하면 하염없이 그 자리에 계셔야 하는 엄마.  울고 웃는 일을 통제하지 못하셔서 조금만 기뻐도 크게 웃다가 숨이 끊어지실 지경까지 가고, 웃는 일도 그러하다. 그래도 "고맙다, 사랑한다"를 하루에도 몇번씩 해주시는 엄마 때문에 행복해 한다.  

이 책은 어찌 보면 참 슬프고, 맘 아픈, 우울한 이야기인데 효숙이는 신세대 답게 참으로 쿨하게 써내려 갔다. 엄마의 병이 심각하게 와 닿기 보다는 딸들이랑 엄마가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 같다. 제주도 여행이야기, 효숙이가 일본어 복수전공을 하는지라 일본에 한번 다녀오라고 했을때 스스럼없이 "엄마도 같이 가자" 한 이야기. 그래서 함께 일본여행을 가고,  온천여행을 한 이야기는 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고통을 등에 짊어지고 가면 고난이 되고,  기꺼이 가슴으로 안고 가면 행복이 된다고 하는 말도 있듯이 마음먹기 나름이다. 효숙이처럼 엄마가 옆에 계신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느끼면 어떠한 고통도 이겨낼 수 있을듯. 세 모녀 앞길에 행복만이 가득하길 빌어본다.

읽는 내내 따뜻한 가족사랑에 행복하기도 했고, 효숙의 고통에 맘이 아프기도 했다. 하느님은 견뎌낼 수 있는 고통만 주신다고 했다. 내 앞의 힘든 일도 기꺼이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듯 하다.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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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1~10 세트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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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늘 시간에 쫓겨 음식을 만드는 지라, 초 스피드로 대충 만들게 된다. 그래서 인지 늘 "정성이 부족해, 정성이...." 하는 신랑의 말이 속상하면서도 수긍이 간다. 이 책을 읽고나니  그동안 쉽게 생각했던 밥상에 대해, 음식에 대해 미안한 생각이 든다. 밥, 김치, 김만 가지고도 최고의 성찬이 되는 정성에 탄복하면서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만화 <맛의 달인> <초밥왕>이 판을 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 전통음식의 맛을 만화로 그려내야 겠다고 생각한 허영만 화백. 주인공의 직업을 놓고 한참을 고민했다는 꼼꼼함,  그렇개 해서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최고의 재료를 판매하는 성찬사장이 탄생했다. 성찬사장의 특기는 맛있는 집 개발과 그 집의 재료 알기. 한수저만 뜨고도 재료가 뭐가 들어가 있는지 다 안다.

성찬사장은 총각이니 당연히 츠녀가 나와야 겠지? 맛 잡지 전문기자인 진수. 처음엔 성찬의 그 시도때도 없이 들리는 확성기 소리가 시끄러워 경찰을 불르는 우를 범하기도 했지만 원래 싸우다가 정드는 법인 둘은 연인사이가 된다. 진수와 성찬이 합쳐지는 진수성찬. 그렇게 둘은 맛있는 집, 그 집의 비결을 찾으며 온 식당가를 누비고 다닌다.

물론 옴니버스로 구성된 아기자기한, 그러면서 우리것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단편 글들이 때로는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나면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밥상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김치도 아니고, 김도 아니고, 불고기도 아니고, 김치찌게도 아닌 오로지 밥임을 강조한다. 전문가다운 식견을 고루 갖춘, 그래서 만화이면서도 품격이 있는 고급만화이다. 이 만화를 그리기 위해 어마어마한 음식 사진을 찍었다니 작가의 열의가 놀랍다. 만화 말미에 주부에게 꼭 필요한 놀라운 음식 비법도 소개해 주고 있어 훌륭한 레시피가 된다.  흐 재미있다!!!!

그중 하나~~~       

밥 맛있게 짓는 방법 - 쌀을 씻을때 박박 씻지 말고 움켜쥐듯 주무른다. 쌀을 씻어 낸 첫물은 쌀겨 냄새가 배지 않도록 빨리 헹군다. 씻은뒤 오래 불리면 쌀겨 냄새가 나고 밥알 모양도 뭉개져 밥맛이 떨어진다. 쌀을 불리는 시간은 여름철 30분, 가을철 1시간. 겨울철 2시간 정도. 밥하기 1시간전에 소쿠리에 받쳐 물기를 뺀뒤 밥을 한다. 햅쌀은 손가락 마디, 묵은 쌀은 손등까지 물을 조절한다. 물의 양은 압력솥, 무쇠솥, 옹기솥, 냄비 순으로 한다. 밥은 센불에 7-8분 끓인뒤 중간불에 8-10분 정도 끓여서 밥물이 잦아들게 하고 약한 불로 5-10분 뜸 들인다. 이때 중요한건 뜸들이리가 끝나면 뚜껑을 재빨리 열어 밥을 세워야 한다는 것. 뚜껑을 여는 이유는 밥솥안에 있던 수증기가 물이 되어 밥 위로 떨어지면 밥에 물이 생기는 때문이다.

보너스로 만화 한 단락이 끝날때 마다, 해당 맛집 소개도 하고 있으니 한번 찾아보는 것도 좋을듯~~ 간단한 약도도 나와있으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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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3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전 쌀 안불리느데 그래서 맛이 없나요? 우와 식객^^

세실 2006-04-30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하늘바람님 30분은 기본이어요~~~
전 그냥 불린 쌀이랑 물이랑 함께 넣고 밥 한는데 체에 받혀 물을 빼라네요~~~~
바쁜 직장맘들에겐 좀 힘들긴 하겠죠?

해리포터7 2006-05-02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객이 10권까지 세트로 묶였군요.전 9권까지 봤는데 진수와 성찬이 보구싶네요. 얼른 찾아봐야겠습니다.정말 주부도 모르는 것들이 넘 많죠.그래서 작가가 존경스럽습니다..

세실 2006-05-02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도 보셨군요. 넘넘 재밌어요~~~ 만화가 이렇게 진실해도 되는겁니까? 쿄쿄쿄
 
두부
박완서 지음 / 창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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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님을 만나기전에 다 읽고 사인 받아야지 하고는 침대 머리맡에 놓고 간 책. 차안에서 내내 아쉬움에 안타까워했던 책. 박완서님의 작품중에 아치울의 풍경이 가장 잘 나타나있는 책이라 이 책을 읽고 아치울에 갔을땐 마치 자주 와보던 동네에 온듯하여 참 반가웠었다.

책을 읽기전에 '두부' 제목만으로 감옥에서 나온 죄수가 먹었을 '두부'가 생각났다. 작가는 그 두부를 포함한 전전대통령이 사면되었을때 인산인해를 이룬 집밖 풍경과 두부 한모 먹으면서 고개 숙인 그를 보고 싶었다고 한다. 

책은 4부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1부는 노년의 자유로 작가가 몸의 눈치를 볼 나이라 몸에게 비굴하게 아부를 해야하는 성인병과 공존하는 노년에 대해, 전철을 거저 탈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은 여유에 대해, 월드컵 개막식 초대권을 보내준다는 이야기에도 별 감동없이 주민등록번호 알려주기 싫어 놓진 이야기등 작가의 일상적인 주변이야기를 들려준다.

2부 아치울 통신에서는 얼마전 다녀온 아치울의 고즈넉한 풍경과 아치산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매일 오는 채소장수 아저씨가 단골이 되면서 채소농사를 중단한 이야기를 적은 트럭아저씨, 돌나물과의 공존, 머위, 깻잎이 돋아나는 마당풍경, 노을의 아름다움, 아차산의 순수한 단풍, 아차산을 누릴뿐 소유하지 않은 덕을 받고 산다는 따뜻한 동네 풍경을 이야기 한다. 벌써 아치울이 그리워진다.

3부 이야기 고향과 4부 사로잡힌 영혼 편에서는 엄마의 높은 교육열로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을 와 명문학교를 다닌 이야기, 엄마를 통해 문학의 세례를 받은 이야기, 글 읽는 즐거움과 6.25 전쟁에 대한 내용도 얼핏 비친다. 문학평론가 김윤식과 드레스덴으로 여행을 떠나서 미술관을 갔을때 김윤식은 오로지 하나의 작품만 염두에 두고 숙소로 돌아갔지만 작가는 모든 그림을 다 둘러본다는 생각으로 막상 머리속에 남아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 아시스와 갈라테아'의 그림에 대한 설명도 해준다.

올해 76세. 오래된 작품이라고 해도 불과 5년전 인지라 결코 적지 않은 연세임에도 참 따뜻하고 올곧은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세이는 식상하고 신변잡기에 지나지 않아 읽기가 망설여지는데, 박완서 님의 작품은 잔잔함 속에 심오한 뜻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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