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몇년전 도서전시회에서 공지영작가를 보고는 한눈에 반했다. 직장생활하면서 점점 중성화 되어가는 듯한 내 모습을 한편으로는 거부하면서 "여성스러움"을 간직한 여성을 보면 그 아름다움에 그만 '풍덩' 빠져 버리고 싶다. 그 대표적인 여성이 '공지영작가와 이영애'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여성성을 간직한다는 것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나름의 잣대를 재어 본다.

공지영작가는 참으로 용기있고 솔직한 그래서 더욱 사랑스러운 작가다. 자신의 부끄러울 수도 있는 가정사를 있는 그대로 내 보이는 것, 소설을 통해서 재 구성했다는 자체가 그녀의 강한 에고를 보여준다. 18세 딸 위녕의 눈을 통해 본 그녀의 일상은 물론 많은 부분이 허구이겠지만 마치 '여자의 일생'을 보는 것처럼, 결혼, 사랑, 아이들과의 관계가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운동권에서 만난 첫 남편과의 그 당시엔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사랑이 목표의식이 없어지고, 지독한 가난과, 부부사이에 어느 한쪽만 특히 아내만 성공했을때의 상실감은 가족간의 해체를 가져온다. 두번째 만난 남편과의 엇나간 사랑. 영화감독과의 결혼은 그동안 모아놓은 재산의 잃음과 폭력성에, 전날 남편에게 두들겨 맞고도 억지 웃음 지으며 페미니즘 강의를 나가야 했던 그 모순은 죽기보다 싫었다는 이혼을 결심하게 했으리라. 

불과 몇년전 대학교수와의 세번째 결혼이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헤어지고 각각 성이 다른 세 아이위녕, 둥빈,제제를 키우고 있는 작가. 대한민국에서 한번도 아니고 세번이라는 꼬리표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에 더욱 참기 힘든 모멸감 일수도 있겠지만,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작가에게 힘을 실어 주고 싶다.

그래도 엄마를 이해해주는 첫 딸 위녕이 있기에 작가는 큰 힘을 얻으며, 앞으로도 친구같은 딸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며 함께 위안을 얻으며 살아가리라 믿는다. 사랑하는 아빠와의 트러블로 힘들어하는 위녕이지만 조금 더 어른이 되면 이해하겠지. 부모의 이혼으로 문제아 취급을 하는 선생님의 선입견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사춘기인 둥빈이도 엄마의 깊은 마음을 이해하며 조금만 아파하고, 멋진 청년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 나 열렬히 사랑하고 열렬히 상처 받았으며, 열렬히 슬퍼했으나 이 모든 것을 열렬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으니, 이제 좀 쉬고 싶을뿐." 이라는 미리 써 보았다는 묘비명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내가 쓰고 싶은 묘비명 일수도. 공인이라 참고 살아야 한다는, 공인이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그러기엔 오직 단 한번 뿐인 삶에 커다란 아쉬움이 남겠지. 작가의 내재되어 있는 열렬함이 숨을 쉴 수가 없겠지.

추운 겨울의 길목에서 침대에 누워 이 책을 읽는 동안, 때로는 버겁게 느껴지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동질감에, 이혼이라는 두 글자를 그려 보았던 퇴색 되어가는 사랑의 빛을 살리고 싶은 동질감에, 비슷한 나이의 여성이 느끼고, 아파하는 그 무언가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작가의 말 '위녕, 둥빈, 제제...... 참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이게 전부야. 요즘 들어 늘 생각하는 것인데, 나쁘지 않다. 그리고 어쩌면, 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나는 생각해 본다. 행복하다. 참, 행복하다고' 공지영 작가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07-12-10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여자이면서도 왜 이리 예쁜 여인만 보면 끌리는 걸까?

2007-12-11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7-12-12 22:03   좋아요 0 | URL
음 따님이 좋아하려나요? 워낙 복잡한 인간관계이다 보니...ㅎ
아 딸내미 위녕의 입장에서 쓴 글이니 공감대가 형성될 수도 있겠군요.
때론 위녕이 언니같답니다.
공지영작가 전 참 좋아요~~
임태경 넘 멋져요. 어찌나 반듯하고 예의바른 청년인지.
저녁 6시 라디오방송도 한답니다. 청주엔 94.1로 잡히던데요..

순오기 2007-12-15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에 연재될 때 간간히 봤어요.
적립금 들어오면 살려고 바구니에 담아요.^^

세실 2007-12-16 16:32   좋아요 0 | URL
재미있습니다. 딸 키우는 엄마라면 한번 읽어보면 좋을듯.
딸은 친구이며 언니같기도 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