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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 삶의 여백에 담은 깊은 지혜의 울림
박완서.이해인.이인호.방혜자 지음 / 샘터사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살아가면서 그 사람을 생각하면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고요해지는, 그래서 함께하는 것 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사람이 있다. 1년에 두 어 번만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부담없는 사람! 이 책에 소개된 이해인 수녀님과 박완서 작가의 만남, 방혜자 화가와 이인호 역사가의 관계가 그런 아름다운 만남을 생각하게 한다.
남편을 잃고 불과 수개월만에 자식을 잃었기에 절망의 바닥을 걷는 기분일때 박완서 작가에게 큰 힘이 되어준 이해인 수녀님.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신앙을 통해 상처받은 삶을 치유하고, 문학, 신앙, 사랑, 기도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소설가로 시인으로 한 신앙을 갖고 있기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둘의 심도있는 대화는 읽는 이로 하여금 맑은 기운과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이해인 수녀와 박완서 작가가 고요함, 따뜻함 이라면 방혜자 화가와 이인호 역사가는 활동가, 냉철한 지성인의 모습이 연상된다. 1960년대의 불안정 속에서 예술가의 꿈을 키우기 위해 파리로 떠난 방혜자 화가와 미국유학에서 러시아사를 전공한 이인호 역사가의 삶은 치열함 그 자체이다. 남성 우월주의 사회에서 필리핀 대사와 러시아 대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이인호씨의 사명감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우리나라 역사의 올바른 인식, 이상적인 여성상, 다양한 독서편력, 어릴적 예능교육의 중요성등에 대한 주제로 풀어가는 이야기는 진보적인 여성성 그 자체이다.
현재 각자의 자리에서 선두적인 위치에 서 있는 네 분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대화 속에 묻어나는 겸손함과 배려는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 졌다. 책 표지에 적혀 있는 '각기 다른 시각과 언어로 세상을 통찰한 이 네 분의 대담을 통해 우리는 여름날 시원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거침없는 시성을 향유했습니다' 하는 글이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