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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자격증이 필요해요 - 엄마학교 Q&A
서형숙 지음 / 큰솔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3살짜리 한솔이가, 자기의사표현이 제법 자유로워졌다. 좋게 말하자면, 언어표현력과 자기주장이 강해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흔히하는 말로 똥고집이 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전자처럼 생각하면 뿌듯하면서도, 후자처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니, 같은 사안을 두고도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서형숙님의 책은, 세 권 째 읽게 되었다. '엄마학교'에서 강한 충격과 깨달음을 얻었던 터라 두번째 책인 '엄마라는 행복한 직업'을 읽고는 행복한 엄마가 되기 위해 나를 위한 작은 배려를 하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이번 책을 읽게 되었다.
'엄마자격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한바탕 한 날에는 내가 과연 엄마자격이 있을까? 라고 자책했던 일도 떠올랐다. 엄마자격이란 게 그저 아이를 낳았다고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 말하는 헬리콥터맘처럼 아이 주위를 맴돌고 있을 수도, 그렇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까?
이 책 속에서 내 마음을 잡은 구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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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아이에게 징검다리가 되어줘야 해요. 징검다리는 평평한 길에는 있지 않고 꼭 험한 길에만 있지요. 물길, 진길, 자갈길에 징검다리가 있으면 편하게 길을 갈 수 있어요. 엄마의 역할과 아주 비슷해요. 아이가 어려워 할 때, 잘 못할 때, 그때만 징검다리가 필요해요.
아무 때난 아이 앞에 나타나 이것 해 주고, 저것 가르쳐 주면, 아이가 튼실하게 크지 않아요. 마음대로 하게 두었다가 부족한 게 보이면 그때 한 돌 한 돌 아이가 건너오도록 길을 놔주면 되지요. 엄마도 아이도 서로 편히 지내는 법이에요. (p.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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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내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인 것이다. 엄마도 아이도 편해질 수 있는 육아, 그것이 진정한 육아가 아닐까?
이 책은 기존의 서형숙님 책에서 육아에 대한 생각을 바꾼 사람들, 혹은 바꿔보고 싶은 사람들 중에서도, 현실 속에서 부딪치는 일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했던 분들이 읽는다면 좋을 것 같다. 구체적인 사례와 실천방법들이 자세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혼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저자의 방식을 무조건 따라하자는 말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육아방식을 바꾸려고 하거나,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의 참견과 간섭에서 벗어나 나만의 방법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참고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례들을 통해 용기도 가져보고, 도움도 받는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나의 아이의 특징이나 특성과 다른 것도 있고 같은 것도 있다. 그러니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참고하면 된다. 내가 도움 받은 부분도 이 책의 아주 일부에 해당된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큰 용기를 얻은 듯하다.
안겨 있으려고만 하는 아이에 대한 사례를 통해 나는 그동안의 짐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 지금 한솔이는, 잘 걸을 수 있고 혼자 할 수 있으면서도 유독 요즘 들어 안아달라고 한다. 그래서 안아주면, 주위 어른들(시부모님이나 동네 분들)이 꼭 한 말씀을 하신다. 옛날에는 애를 저렇게 안아 키우지 않았다며 요즘 엄마들은 애들을 너무 귀하게 키운다며 야단을 치시기도 하고, 또, 에둘러 말하길, 엄마가 힘이 세니(--‘) 애를 안고 다닌다고도 말한다. 그때마다 뒤꼭지가 가려워서 어떡해야하나 고민도 많았다. 그런데 저자는 다르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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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안아달라고 하는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예요. 머리가 좋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4계절이 있는 것처럼 아이가 자랄 때도 시기마다 행동이 달라요. 뒤집을 때, 앉을 때, 길 때, 걸을 때가 있는 것처럼 지금이 안길 때인 모양이에요. (p.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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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어느 정도 욕구가 해소될 즈음엔 또 꾀가 나요. 엄마 품에 안기면 따뜻하고 걷지 않아도 어디든 편히 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거죠. (p.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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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늘 안아주라는 말은 아니다. 아이가 꾀를 내는 만큼 엄마도 영리하게 꾀를 내어 아이가 걸어갈 수 있도록 놀이를 권하고 있다. 참견하고 간섭하는 것에서 끝나버리는 동네 어른들에 비해 방법을 알려주니 나에게 힘이 되는 책인 것이다.
이런 류의 책은 책 전체의 내용에 다 만족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내 걸로 만드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내가 지향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힘을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육아나 자녀교육에 있어서 엄청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나만 모르고 있거나, 나만 잘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주눅 들기 마련이지만, 그런 사람들의 정보도 내가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면 되듯이 저자의 생각과 방법론에 모두 다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란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