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 문지아이들 58
신시아 라일런트 지음, 코코 다울리 그림, 이경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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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것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그 멋진 것들을 다시 볼 수 있다. 물론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것들이 있긴 하지만, 그것들 대신에 또 새로운 것들이 이 세상을 채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멋진 것은 바로, 너! 이 책을 읽고 있는 아이. 바로 너란다.

깔끔한 표지 그림, 아주 평화로운 목장에 양떼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조용하고 아무 일도 생길 것 같지 않은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걸까? 궁금해졌다.

처음은 땅이 밀을 키우고 밀이 밀가루가 되고 빵이 되는 놀라운 일부터 시작한다. 이 작가가 한국인이었다면 쌀과 밥을 이야기했을테지. 부엌에서 가족들이 먹을 빵에 버터를 바르는 모습에서 빵이 어떻게 우리 부엌까지 왔는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빵이 그냥 우리 앞에 툭~!하고 떨어진 것이 아니라 땅이 보듭고 키워서, 밀이 제 몸을 깎아내며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게 새는 새알을 품고, 씨앗이 자라 꽃이 피고, 모든 것들은 변화를 통해 새로운 것으로 재탄생한다. 이렇게 태어난 것들은 날마다 날마다 또 새로운 것들로 태워지기 때문에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너, 이 책을 읽고 있는 아이, 바로 너도 그렇게 세상에 태어났다.

아이와 함께 이 그림책을 보면서, 마음이 짠~해졌다. 아이와 함께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면서 정성과 노력으로 마음다운 꽃을 피운다는 걸 함께 보았을때의 그 감동이, 다시금 밀려들었다. 아이가 이 그림책을 보면서 세상 모든 것들이 그렇게 태어나듯이 자기 자신도 엄마 아빠,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사랑과 정성으로 태어났다는 걸, 그리고 자신 역시 똑같은 일을 반복하게 되리란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림이 깔끔하고, 깨끗해서 보는 내내 만족스러웠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아이를 한번 보듬어줄 수 있는 그런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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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2008-11-15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솔이...파마머리가 정말 이쁜걸요. 진지하게 책읽는 모습도 예뻐요...~~^^

하양물감 2008-11-16 17:56   좋아요 0 | URL
어머, 한솔이 파마 아니예요^^ 곱슬머리예요...하하하

잎싹 2008-11-17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솔이가 한눈에 보기에 좋은 시원하게 큰 책이네요.

하양물감 2008-11-23 09:01   좋아요 0 | URL
네, 그림의 색감도 아주 좋더라구요.
 
독서치료의 첫걸음 아동청소년문학도서관 3
명창순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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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기법의 하나라는 독서치료,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정작 무엇인지 알 지 못했던 것이 이것이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지식과 정보를 얻고자 하는 마음도 있지만,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게 더 우선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목적이 지나치게 강하다보니 책읽기가 오히려 고역이 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가 독서의 즐거움을 알기 전에 독서에 질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과연 내가 생각한 즐거운 독서라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즐겁다라는 감정은, 재미있다라는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 마음을 표현하고 내 마음의 문제까지 해결하는 가운데 느껴지는 즐거움이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독서를 통해 마음을 열고, 자신의 문제에 접근하게 해주며,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 아이를 이해하는 결정적인 단서를 치료해주는 독서치료의 방법을 각각의 사례를 통해 전달해준다. 독서치료사라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이들이 있으므로 전문적인 분야에 들어서면 그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독서치료사가 되기 위한 사람들만을 위한 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이 책이 독서치료의 첫걸음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가정에서 엄마와 아이가 책을 함께 읽으면서 대화를 할 때도 이러한 책의 역할을 마음에 담아둔다면 여러모로 유용할 듯하다.

전체적으로는 독서치료의 방법과 효과를 설명하고 있고, 구체적인 적용사례를 통해 아이가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독서치료란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던 이들에게는 쉬운 설명서가 될 터이고, 아이와 함께 독서를 하면서 독후활동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를 통해 아이가 어떤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하는 책이다. 더불어, 이러한 독서치료의 내용과 결과를 보면서 독서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굳이 독서치료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하더라도, 한번쯤 읽어본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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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11-12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치료... 저도 이 책 내용이 많이 궁금하군요.^^
잘 지내시죠? 오랜만에 뵈요.^^

하양물감 2008-11-16 17:56   좋아요 0 | URL
네, 뽀송이님 오랜만이에요^^
 
도둑고양이와 문제아 - 제6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시읽는 가족 7
김정신 외 지음, 성영란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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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동시집을 읽을 때면, 늘 그렇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다. 어린이가 직접 쓴 동시를 읽으면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하다. 그러므로 잘쓴 동시는, 어른들이 썼더라도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느낀 글이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읽은 이 동시집에서도 나는 멋진 시 몇 개를 발견했다. 동시집 속의 모든 시들이 내 맘에 쏙 들 수는 없다. 다만 그 중에서 하나라도 건질 수 있다면 그건 그 책을 읽은 보람이 된다. 물론 한권에 수록된 모든 시가 좋을 수도 있지만..(^^)

초등생 정도의 아이들을 위한 동시라서 그런가, 확실히 어린 유아를 위한 동시들과는 차이가 있다. 시어의 운율이나 리듬감보다는 내용에 치우쳐 있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그래서 입속에서 맴도는 동시보다는 머리 속에서 맴도는 동시들이 대부분이다. 사고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는 초등생들에게는 좋은 동시집일 것 같다.

이 동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도둑고양이와 문제아'라는 동시를 먼저 읽었다. 수록된 모든 시들을 대표하는 자격으로 표지에 등장하였으니 먼저 읽게 된다. 사람들은 자기 눈에 비친 사실에만 주목한다. 그것의 앞뒤 사정은 언제나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담장을 드나드는 고양이는 다 도둑고양이이고, 담장을 뛰어넘는 아이는 다 문제아인 것이다. 때로는 내 눈으로 확인한 사실도 사실이 아닐 때가 있다. 단편적이고 직선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사건을 바라보았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오류가 아닐까?

아직 어린 한솔이가 동시집을 뒤적이다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했나보다. 분명, 삽화에 눈이 간 것이지만, 그 시를 읽어주었다. 바로 '날개'라는 시이다. 내가 보기에는 아주 단순한 삽화인데 한솔이 눈에는 그 부분만 보이나보다. 요즘 길을 가다가도 잠자리만 보면 잠자리가 날아간 자리를 끝까지 눈으로 좇고 있는 한솔이니 그럴만도 하다. 동시와 함께 수록된 삽화도 동시를 읽게 만드는데 한몫 하는 도구이다.

그런가하면 내 맘에 쏙 들어온 시는 '소나기'이다. 오줌 마려운 먹구름이 시원하게 오줌을 누었다는 상상은 생각만으로도 재미나다. 연잎 우산을 쓰고 도망가는 개구리 삽화도 재미있다. 초대시인의 작품인 '텔레비전만 말한다'는 흔히 볼 수 있는 거실 풍경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안되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시다.

자연이나 어떤 현상을 노래한 동시들은 기발한 생각과 엉뚱한 상상으로 넘쳐난다. 그러나,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은 몇몇 동시들을 읽을 때면 조금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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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1-12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에요~ 난, 점점 리뷰 쓰기가 어려워서 밍기적거려요.ㅜㅜ
이 동시집 좋은 시가 많았어요. 한 사람 작품이 아닌 여럿의 작품이라 더 좋아요.^^

하양물감 2008-11-12 15:58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새벽에 이거 적느라 고생하고, 한솔이 깨어있을 때 올리느라 또 고생하고...에공...그랬답니다.

행복희망꿈 2008-11-12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동시집 너무 좋더라구요.
순오기님 말씀처럼 저도 리뷰 쓰는게 너무 힘들어용~~~

하양물감 2008-11-12 15:58   좋아요 0 | URL
리뷰가 저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하늘바람 2008-11-12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동시집이 참 궁금해요. 멜로 온걸 읽고 감탄하며 반했거든요

하양물감 2008-11-12 15:59   좋아요 0 | URL
초등학생용 동시집같아요. 어린 유아들보다는...
 
[엄마 자격증이 필요해요] 서평단 설문 & 리뷰를 올려주세요
엄마 자격증이 필요해요 - 엄마학교 Q&A
서형숙 지음 / 큰솔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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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짜리 한솔이가, 자기의사표현이 제법 자유로워졌다. 좋게 말하자면, 언어표현력과 자기주장이 강해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흔히하는 말로 똥고집이 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전자처럼 생각하면 뿌듯하면서도, 후자처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니, 같은 사안을 두고도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서형숙님의 책은, 세 권 째 읽게 되었다. '엄마학교'에서 강한 충격과 깨달음을 얻었던 터라 두번째 책인 '엄마라는 행복한 직업'을 읽고는 행복한 엄마가 되기 위해 나를 위한 작은 배려를 하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이번 책을 읽게 되었다.

'엄마자격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와 한바탕 한 날에는 내가 과연 엄마자격이 있을까? 라고 자책했던 일도 떠올랐다. 엄마자격이란 게 그저 아이를 낳았다고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 말하는 헬리콥터맘처럼 아이 주위를 맴돌고 있을 수도, 그렇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까?

이 책 속에서 내 마음을 잡은 구절이 있다.

   
  엄마는 아이에게 징검다리가 되어줘야 해요. 징검다리는 평평한 길에는 있지 않고 꼭 험한 길에만 있지요. 물길, 진길, 자갈길에 징검다리가 있으면 편하게 길을 갈 수 있어요. 엄마의 역할과 아주 비슷해요. 아이가 어려워 할 때, 잘 못할 때, 그때만 징검다리가 필요해요.

아무 때난 아이 앞에 나타나 이것 해 주고, 저것 가르쳐 주면, 아이가 튼실하게 크지 않아요. 마음대로 하게 두었다가 부족한 게 보이면 그때 한 돌 한 돌 아이가 건너오도록 길을 놔주면 되지요. 엄마도 아이도 서로 편히 지내는 법이에요. (p.107)
 
   


그렇다. 내가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인 것이다. 엄마도 아이도 편해질 수 있는 육아, 그것이 진정한 육아가 아닐까?

이 책은 기존의 서형숙님 책에서 육아에 대한 생각을 바꾼 사람들, 혹은 바꿔보고 싶은 사람들 중에서도, 현실 속에서 부딪치는 일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했던 분들이 읽는다면 좋을 것 같다. 구체적인 사례와 실천방법들이 자세하게 나와 있기 때문에 혼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저자의 방식을 무조건 따라하자는 말은 아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육아방식을 바꾸려고 하거나,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의 참견과 간섭에서 벗어나 나만의 방법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참고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례들을 통해 용기도 가져보고, 도움도 받는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나의 아이의 특징이나 특성과 다른 것도 있고 같은 것도 있다. 그러니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참고하면 된다. 내가 도움 받은 부분도 이 책의 아주 일부에 해당된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큰 용기를 얻은 듯하다.

안겨 있으려고만 하는 아이에 대한 사례를 통해 나는 그동안의 짐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 지금 한솔이는, 잘 걸을 수 있고 혼자 할 수 있으면서도 유독 요즘 들어 안아달라고 한다. 그래서 안아주면, 주위 어른들(시부모님이나 동네 분들)이 꼭 한 말씀을 하신다. 옛날에는 애를 저렇게 안아 키우지 않았다며 요즘 엄마들은 애들을 너무 귀하게 키운다며 야단을 치시기도 하고, 또, 에둘러 말하길, 엄마가 힘이 세니(--‘) 애를 안고 다닌다고도 말한다. 그때마다 뒤꼭지가 가려워서 어떡해야하나 고민도 많았다. 그런데 저자는 다르게 말한다.

   
  하루 종일 안아달라고 하는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예요. 머리가 좋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4계절이 있는 것처럼 아이가 자랄 때도 시기마다 행동이 달라요. 뒤집을 때, 앉을 때, 길 때, 걸을 때가 있는 것처럼 지금이 안길 때인 모양이에요. (p.37)  
   
   
  걸으면서 어느 정도 욕구가 해소될 즈음엔 또 꾀가 나요. 엄마 품에 안기면 따뜻하고 걷지 않아도 어디든 편히 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거죠. (p.38)  
   

물론 그렇다고 늘 안아주라는 말은 아니다. 아이가 꾀를 내는 만큼 엄마도 영리하게 꾀를 내어 아이가 걸어갈 수 있도록 놀이를 권하고 있다. 참견하고 간섭하는 것에서 끝나버리는 동네 어른들에 비해 방법을 알려주니 나에게 힘이 되는 책인 것이다.

이런 류의 책은 책 전체의 내용에 다 만족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내 걸로 만드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내가 지향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힘을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육아나 자녀교육에 있어서 엄청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나만 모르고 있거나, 나만 잘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주눅 들기 마련이지만, 그런 사람들의 정보도 내가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면 되듯이 저자의 생각과 방법론에 모두 다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란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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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해녀와 물할망 - 해녀 삶을 가꾸는 사람들 꾼.장이 5
선자은 글,윤정주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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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수업을 하다가, 해녀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도 해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듯하다. 이것은, 보통 자국의 문화나 생활풍습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외국인의 시선에는 이런 것들이 깊이 각인되기 마련이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그들은 제주의 해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해녀는 제주도에만 있다고 생각하는 오류가 있었다.

 

기계화, 대량화가 된 요즘에도 물질을 하는 해녀가 남아있다는 것 자체로도 신기한 일이겠지만, 그들이 하는 일과 그 전문성에는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때마침,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다른 이들도 그렇겠지만, 꾼장이 시리즈에 거는 기대가 점점 커진다. 이렇게 좋은 소재를 찾아 멋진 그림책으로 완성을 시키니 말이다.

 

꼬마해녀와 물할망. 나는 물할망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물귀신과 먼 친척쯤 된다하니 대충 감이 오기는 한다. 물할망은 해녀의 숨을 막히게 하는 물귀신 같은 면이 있는가 하면, 물을 공급해주는 할망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섬과 해녀라는 특수성이 만들어낸 캐릭터인듯하다. 늘 바다 속에서 물질을 해야 하는 해녀들에게는 바다 속이 생활의 터전이 되기도 하지만, 생명을 담보로 작업을 하는 장소이기도 했을테니 물귀신 같은 무서운 존재가, 그리고 물이 부족한 섬에서 생활을 하는 먹을 수 있는 샘물의 중요성때문에 물을 공급해주는 신적인 존재가 필요했을 터이다.

 

그렇다면, 이 그림책 속의 물할망은 어떤 존재일까?

 

쭈글쭈글한 얼굴과 차림새는 영락없는 동네 할멈이지만, 빛나는 백발을 길게 늘어뜨리고 바닷속을 헤엄치고 있는 모습은 흡사 인어공주를 연상시킨다. 27개월 한솔이는, 물할망을 보자마자 [해파리]라고 말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작은 물고기들과 함께 푸른 바닷속을 헤엄쳐 올라가는 물할망의 모습은 신비함을 느끼게 한다.

 

심심한 바다속에서 놀던 물할망이 물낯에 올라가 아낙(해녀)들이 수다를 떨며 모여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부러워하는지는 그 뒷페이지의 그림으로 알 수 있다. 바위 뒤에 숨어서 바라보는 물할망은, 마치, 낯선 곳에 온 아이처럼 겉돌기만 한다. 게다가 물할망은 해녀들의 숨을 막히게 하는 무서운 존재니 해녀들이 반길 리도 없다.

 

아이들이 노는 세계도 그러하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내편 네편을 가리지 않는다. 그저 그곳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 동무가 되어 어울린다. 그렇게 친화력이 좋은 아이들도 자라면서 점점 또래를 형성하고, 내편 네편을 가르기 시작한다. 겉도는 아이는 여전히 겉돌 뿐이다. 그럴 때,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준다면, 그 아이는 쭈뼛거리면서도 함께 어울리게 된다. 물할망에게는 바로 꼬마해녀가 그러했다.

 

꼬마해녀는 낯선 사람, 이상하게 생긴 사람을 보고 멀리 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멋진 해녀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시작한다. 이 부분을 아이에게 읽어주면서, 모르는 친구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할까? 하고 물어보니 [같이 놀아요]한다. 아주 짧은 대답이지만,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물할망은 꼬마해녀보다 바닷속에서 더 잘 할 수 있는 일들도 마치 할 줄 모르는 양 꼬마해녀와 어울려 논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런 적극적인 노력이 아닐까? 비록 물할망은 자기보다 한참 어린 꼬마에게 이것저것 배우면서도, 그와 어울린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누군가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이런 노력들이 더해져서 이루어지는 것이리라.

 

길게 내뿜는 숨비소리는 물할망이 흉내낼 수 없는 것이었지만, 꼬마해녀를 살려낸 이후에는 숨비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다른 해녀들과 융화가 되었다는 은유적 표현일 것이다.

 

처음에 물할망이 심심한 바닷속을 헤엄칠 때는 하얗고 작은 물고기 몇마리 뿐이던 것이 꼬마해녀와 즐겁게 노닐때는 알록달록 화려한 물고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래서 그 즐거운 분위기를 그림에서부터 전달받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해녀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물할망 이야기를 통해 아이는 해녀를 알게 되고 바다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지금은 비록 그 의미를 다 모른다하여도, 물할망이 해녀들과 어울리기 위한 노력을 보면서 우리 아이도 그렇게 친구들과 어울려 놀것이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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