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고양이와 문제아 - 제6회 푸른문학상 동시집 시읽는 가족 7
김정신 외 지음, 성영란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을 위한 동시집을 읽을 때면, 늘 그렇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다. 어린이가 직접 쓴 동시를 읽으면 그런 느낌이 더욱 강하다. 그러므로 잘쓴 동시는, 어른들이 썼더라도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느낀 글이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읽은 이 동시집에서도 나는 멋진 시 몇 개를 발견했다. 동시집 속의 모든 시들이 내 맘에 쏙 들 수는 없다. 다만 그 중에서 하나라도 건질 수 있다면 그건 그 책을 읽은 보람이 된다. 물론 한권에 수록된 모든 시가 좋을 수도 있지만..(^^)

초등생 정도의 아이들을 위한 동시라서 그런가, 확실히 어린 유아를 위한 동시들과는 차이가 있다. 시어의 운율이나 리듬감보다는 내용에 치우쳐 있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그래서 입속에서 맴도는 동시보다는 머리 속에서 맴도는 동시들이 대부분이다. 사고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는 초등생들에게는 좋은 동시집일 것 같다.

이 동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도둑고양이와 문제아'라는 동시를 먼저 읽었다. 수록된 모든 시들을 대표하는 자격으로 표지에 등장하였으니 먼저 읽게 된다. 사람들은 자기 눈에 비친 사실에만 주목한다. 그것의 앞뒤 사정은 언제나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담장을 드나드는 고양이는 다 도둑고양이이고, 담장을 뛰어넘는 아이는 다 문제아인 것이다. 때로는 내 눈으로 확인한 사실도 사실이 아닐 때가 있다. 단편적이고 직선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사건을 바라보았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오류가 아닐까?

아직 어린 한솔이가 동시집을 뒤적이다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했나보다. 분명, 삽화에 눈이 간 것이지만, 그 시를 읽어주었다. 바로 '날개'라는 시이다. 내가 보기에는 아주 단순한 삽화인데 한솔이 눈에는 그 부분만 보이나보다. 요즘 길을 가다가도 잠자리만 보면 잠자리가 날아간 자리를 끝까지 눈으로 좇고 있는 한솔이니 그럴만도 하다. 동시와 함께 수록된 삽화도 동시를 읽게 만드는데 한몫 하는 도구이다.

그런가하면 내 맘에 쏙 들어온 시는 '소나기'이다. 오줌 마려운 먹구름이 시원하게 오줌을 누었다는 상상은 생각만으로도 재미나다. 연잎 우산을 쓰고 도망가는 개구리 삽화도 재미있다. 초대시인의 작품인 '텔레비전만 말한다'는 흔히 볼 수 있는 거실 풍경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안되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시다.

자연이나 어떤 현상을 노래한 동시들은 기발한 생각과 엉뚱한 상상으로 넘쳐난다. 그러나,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은 몇몇 동시들을 읽을 때면 조금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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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1-12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에요~ 난, 점점 리뷰 쓰기가 어려워서 밍기적거려요.ㅜㅜ
이 동시집 좋은 시가 많았어요. 한 사람 작품이 아닌 여럿의 작품이라 더 좋아요.^^

하양물감 2008-11-12 15:58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새벽에 이거 적느라 고생하고, 한솔이 깨어있을 때 올리느라 또 고생하고...에공...그랬답니다.

행복희망꿈 2008-11-12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동시집 너무 좋더라구요.
순오기님 말씀처럼 저도 리뷰 쓰는게 너무 힘들어용~~~

하양물감 2008-11-12 15:58   좋아요 0 | URL
리뷰가 저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요...

하늘바람 2008-11-12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동시집이 참 궁금해요. 멜로 온걸 읽고 감탄하며 반했거든요

하양물감 2008-11-12 15:59   좋아요 0 | URL
초등학생용 동시집같아요. 어린 유아들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