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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연인들 - Regular Lover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베루톨루치 감독이 <몽상가들>에서 68혁명을 낭만적으로 스크린에 담은 데 대한 프랑스 감독의 항의라고나 할까. <몽상가들>에도 나왔던 루이 가렐이 똑같이 등장하지만 같은 소재인 두 영화는 전혀 다른 색조다. 2004년작이란 정보를 접하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 중간에 이 영화 60년대에 만들어진 건가, 하고 착각할 정도로 60년대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아무래도 주인공도 같으니 <몽상가들>과 비교를 안 할 수 없다.
<몽상가>가 뮤직 비디오처럼 예쁘고 소비사회에 알맞는 향수를 부추긴다면 필립 가렐이 만든 <평범한 연인들>은 68이란 시대정신이 저항한 소비사회의 미덕은 모두 제거했다. 낡아서 삐걱 소리가 나고 두 사람이 앉으면 답답할 정도로 좁은 스튜디오에서 인물들을 주로 클로즈업이나 미디엄 쇼트로 잡는데 영화는 계속 긴장감을 준다. <몽상가>들에서는 시위장면에서 조차 파리의 거리는 고풍스러운 배경으로 스펙터클화 되지만 이 영화는 파리의 아름다움 보다는 파리의 일상성에 주목한다. 벽과 골목에서 종종 스틸사진처럼 카메라가 정지하지만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벽과 골목으로 일반화해 버린다. 감독은 파리가 이방인들에게 향수와 이국적 상품으로서 소비되는 걸 거부라도 하는 것같다. 아름다운 파리 거리 좀 보여주지, 이렇게 야박하게 장소를 익명화하다니...이방인한테는 좀 아쉽다.
우리한테는 너무나 익숙한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한다. 시위 장면인데 어둠 속에서 차량이 뒤집어져 있고 차 뒤로는 불길이 보인다. 시위의 격렬함이 소란과 역동성이 아니다. 두 서너명의 경찰과 두 세사람의 시위 학생의 실루엣으로 프레임 안에 또 프레임이 있을 거란 확신을 심어준다. 한 시위학생인 프랑스와는 경찰한테 잡히지 않으려고 도망을 치는 이야기가 한 시간 가량 이어진다. 프랑스와의 심리 상태를 따라서 지붕 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프랑스와가 릴리를 만나 헤어지는 이야기가 두 시간 동안 지속된다.
5월 이후에 시대정신은 프랑스와란 개인의 삶을 통해 드러난다. 뚜렷한 목적 없이 친구들과 어울리며 부자 친구가 대 주는 아편을 피우고 모임에서 어슬렁거린다. 릴리란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프랑스와의 내적 갈등은 서서히 드러난다. 릴리는 눈 앞에 닥친 집세를 걱정하고 미래를 위해 기성세대 질서로 들어갈 것인지 고민한다. 프랑스와는 릴리의 고민을 부정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패배감 탓에 무기력하다. 릴리를 잡을 수도 릴리에게 무언가를 제안할 수도 없게 의기소침하다. 릴리는 알 턱이 없고 시간은 흐르고 친구들도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지 앞으로의 일을 조금씩 말하기 시작한다. 릴리를 잡고 싶지만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방문 열쇠를 베개 밑에 숨기고 질 좋은 아편에 불을 정성스럽게 붙이는 정도다.
프랑스와는 시를 쓰지만 시가 위안인지는 모른다. 어떤 것에도 애착을 보이지 않는 척하는 태도는 결국 자신을 옥죄고 고민을 피하고 하는 심리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