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에 얹은 녹차의 맛 - Flavor of Green Tea Over Ric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가치관이 다른 중산층 부부의 권태와 권태 극복기로 미장센이 돋보이는 영화다. 중매로 결혼한 부부는 취향이 아주 다르다. 남편이 "싸고 좋은"을 추구한다면 아내는 품위를 추구한고 할 수 있겠다. 남편은 전형적인 다다미 방에서 생활하고 아내는 침대와 소파가 있는 방에서 생활한다. 부부란 밥도 같이 먹어야하는데 같은 공간이 밥상이다. 밥에 국을 말아먹는 걸 '개 밥'같아 혐오스러워하는 아내 앞에서 남편은 조심하겠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아내는 자유부인으로 말 없이 훌쩍 여행도 가고 온천도 다닌다. 자유부인의 운명은 객관적으로 보면 팔자 좋아보이지만 본인 자신은 조울증을 경험하는 아주 괴로운 운명이다. 오즈 영화는 정적인 편인데 이 영화는 시작할 때 기차가 달리는 창 밖에 카메라를 놓고 교각을 받치고 있는 버팀대와 기차 사이에 좁은 공간을 속도감있게 잡아낸다. 이런 장면이 중간에 한 번 더 나온다. 아내의 심정을 드러낸 장면들이다. 한편 남편은 후배를 따라 빠징코 게임에 입문하고 빠징코 볼에 격한 일체감을 느끼는데 아주 코믹하게 묘사된다. 

두 사람이 결국에는 화해하는 걸로 싱겁게 결말짓는다. 갑작스럽게 아내가 자신의 태도에 대해 급반성해서 황당하지만 결말까지 가는 소소한 에피소드가 재치와 기지 때문에 오즈 영화는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극장 불이 켜지면 모두들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다. 어둠 속에서 대체로 미소를 짓게 하는 힘이 오즈 영화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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