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CEO, 전두엽 - 인격, ADHD, 그리고 치매
엘코논 골드버그 지음, 김인명 옮김 / 시그마프레스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책 제목이 참 낚싯밥스러운데 원제는 <실행의 뇌: 전두엽과 문명화된 마음The executive brain: Frontal lobes and the civilized mind>이다. 이런 훌륭한 제목을 두고 ADHD, 치매를 부제로 달다니....물론 ADHD나 치매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이 책은 치매나 주의력결핍에 관한 책은 아니다. 한 권이라도 더 팔아보려는 출판사의 입장이 이해 안 가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좀 씁쓸하네.

 

고등 영장류한테만 있는 전두엽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가 주된 책의 내용이다. 인간의 뇌란 영역이 관찰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뇌 기능을 밝혀내는데는 역의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뇌과학자들은 어떤 의미에서 점쟁이랑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한 개인의 사변을 통해 개인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다만 그 사변적 단서들이 과학적이냐 심증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아무튼  전두엽 손상이 있는 사람들한테서 나타난 증상을 추적해 생리학적으로 다가가는 방법을 통해 전두엽의 기능의 전모가 드러난다. 요약하면 전두엽은 미래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미래에 있을 보상을 위해 순간의 쾌락 추구를 억누를 수 있는 의식을 지배한다. 의사결정을 하는데 사람마다 다른 행동 패턴을 갖고 어떤 상황에 대해 다른 식의 접근법을 사용한다. 우리가 이런 일련의 행동 패턴을 보고 우리는 그 사람의 성격이라고 칭하고 이 성격을 관장하는 게 전두엽이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듯이 좌뇌와 우뇌의 기능이 분리되는 게 아니다. 유기체한테 기능의 분리는 있을 수 없다. 우반구에서 학습되지 않은 새로움을 인지하면 좌뇌에서 반복을 거쳐 패턴화를 하는 역할을 하는데 구조적, 생화학적 기능적 차이가 사람마도 다르고 남성과 여성이 다르기에 보편적 일반화는 당연히 별 의미가 없다. 사람은 왜 비이성적인가에 대한 답을 이 책에서 조금 찾을 수 있다. 어떤 문제점에 직면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한다고 한다. 상황독립적 접근방식과 상황의존적 접근방식으로. 가령 수입이 늘면 지출도 늘이고 수입에 비례해서 저축도 하는 사람이 상황의존적이라면 수입의 규모가 어떻든 고정된 지출을 하는 사람은 상황독립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해 일상을 처리하는 편이지만 한 가지 성향에 더 큰 부등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평소엔 멀쩡하다가도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이게 다 전두엽의 기능차라고 한다.

 

정신적 자아와 비자아를 구분하는 기준도 전두엽이 발달한 생물체만 할 수 있다. 가령 강아지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못 알아보고 짖는데 바로 전두엽이 없기 때문이다. 철학이 관심있어하는 부분이 이 지점인데 인간의 자아와 비자아의 경계에 숨겨진 정신계의 매커니즘을 별별 용어를 끌어다가 설명하려고 애쓰는데 과학에서는 좀 더 단순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내가 흥미로운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좁은 틈이 발생한다. 이 틈을 메울 수 있는 기제는 과학만으로도 철학만으로도 안 된다. 과학과 철학 두 기제가 협동해야 심연의 틈을 들여다볼 수 있을 거 같다. 제럴드 에델만의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에서 기억이 뇌에 패턴화되는 과정 속에  무의식의 작용 설명했듯이 무의식은 종종 의식을 지배한다. 에델만이 말하는 무의식은 의식화를 위해서 그 존재를 증명하는 기제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에서>처럼, 마르셀이 마들렌 과자를 커피에 담그는 순간 어린 시절 기억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무의식은 의식의 자극이 전제 조건이 된다. 그럼 무의식은, 프로이트가 설명했듯이, 의식이 만든 거 아닌가......?  헷갈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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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ampl 2020-05-1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혹시 제가 이책이 필요한데 혹시 저에게 팔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