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도 목적이 있을까?
연애와 사랑은 다를까? 다르다면 뭐가 다를까?
연애란 뭘까?
사랑은 뭘까?
결혼은 뭘까?

영화를 본 뒤에 더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꽤 '철학적'이다. 철학은 어느 한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더 많은 궁금증을 만들어내며 그런 의미에서 철학은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연애의 목적>을 보고 난 뒤에 나는 더 많은 질문이 생겼다. 이 영화보다 조금 더 일찍 개봉한 <연애술사>를 보지는 않았지만 예상컨대 <연애술사>가 보여주려는게 두 남녀의 연애와 쾌락이라면, <연애의 목적>이 보여주려는 바는 지금 내가 던진 이러한 많은 질문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저 웃고 즐겨보려고 본 영화는 내게 기대치 이상의 만족감을 주었고, 사랑에 대해, 연애에 대해, 결혼에 대해 더 생각해 볼 기회를 주었다.

<살인의 추억>에서 범인으로 의심받고, <질투는 나의 힘>에서 사랑에 실패한 이 남자 박해일 능구렁이 영어선생이 되어 돌아왔다.

<올드보이>에서 첫선을 보이며 최민식과 함께 지내던 그녀가 사랑의 배신을 가슴에 품은, 아픔을 간직한 어리숙한 교생으로 돌아왔다.

두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관객을 끌어모으기에 충분한 영화다. 반면 감독이라는 위치에 이름을 올려놓은 '한재림'이라는 인물은 생소하다. 그는 뒷조사해본 결과 서울예대를 졸업한 75년생 젊은 감독으로 이 영화의 그의 첫 데뷔작이라 한다. 오호 데뷔작치고는 처음부터 꽤 반응이 괜찮다. 게다가 이렇게나 젊은데. 다른 경험도 별로 없는 듯 하다. 대개의 감독들이 연출, 조감독 등 이런저런 영화판의 시다바리를 하다가 경험을 쌓고 데뷔하는 반면 이 감독은 프로필에 올려져있는 경력이 전무하네? 일부러 안올렸나? 아니면 원래 경험이 없었나?

그는 <연애의 목적>이라는 영화를 만들면서 이런 말을 던진다.

“연애의 목적이 뭐냐고 물으면, 난 연애의 목적은 여행의 목적과 비슷하다고 대답한다. 여행은 떠나기 전의 설레임과 다녀 온 후의 추억을 준다. 대신, 상처 받을 수도 있다. 굉장히 지칠 수도 있고, 실망할 수도 있고, 다시는 가기 싫을 수도 있고.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여행을 간다. 여행은 목적을 논할 수 없다. 그것을 즐긴다는 자체가 목적이듯이, 연애의 목적도 그런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솔직한 연애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저 관계일 뿐인 그런 연인 말고, 서로 실컷 삐치고 실컷 미워하고 실컷 싸우고 실컷 부둥켜 안는 연애를 했으면 좋겠다.”

이 사람 연애를 꽤 많이 해봤나보다. 풉. 연애를 별로 안해본 나야 뭐 연애를 논해도 알 게 있나. 관념적인 그림만 그려볼 뿐이지. 어떤이는 연애를 단지 성적 관계, 즉 섹스와 동일시하고, 어떤 이는 연애는 결혼의 목적과 같다고도 하며, 어떤 이는 한재림 감독이 말한 것과 같은 "서로 실컷 삐치고 실컷 미워하고 실컷 싸우고 실컷 부둥켜 안는" 것을 연애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연애에 대한 각각의 사람들의 생각이야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할테지.

첨 본 한살 많은 여자 교생한테 무턱대고 자자고 덤비는 이유림. "혹시 마약하세요?" 라고 응수하는 교생 최홍. 껄떡대는 이유림이 처음엔 싫었는데 언젠가부터 귀엽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를 좋아하게 된다. 처음엔 단지 연애만 하자는 거였는데 이런 서로를 알다보니 연애에 목적이 생겨버렸다. 연애의 목적이 뭘까? 사랑?

유림에겐 분명 6년동안 만나온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홍에겐 사랑하진 않지만 편안하게 해주고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친구가 있다. 하지만 유림은 홍을 사랑하게 되고, 홍은 유림을 사랑하게 되고. 그게 과연 사랑일까? 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지만.

홍은 과거에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배신당한 경험이 있고, 그는 배신과 더불어 홍에게 스토커라는 누명을 뒤집어 씌우기도 했다. 그리고 홍은 학교에서 쫓겨났다. 그런데 학교에서 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둘은 위기를 맞는다. 유림은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도 별 다른 사이도 아니고 단지 친하게 지냈을 뿐이라 변명하지만 홍은 자신이 예전에 겪었던 사건이 반복되는 것 같이 느껴진다. 결국 홍은 유림이 자신을 성추행했노라며 밝히고 울어버린다. 상황역전.

과거에 홍이 당했던 일을 이제는 유림이 당하게 되었다. 유림은 경찰서에 끌려갔고 성폭행범이 되었으며, 학교에서 짤렸다. 그리고 동네 영어학원에서 강사하고 있다. 홍은 나중에 유림을 찾아가지만 유림은 예전에 홍이 느꼈던 공포심을 홍에게서 느낀다. 그러나 이내 둘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온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 채로. 연애는 사랑으로 연결됐다? 그런가?


p.s. 1
이 영화는 연애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먼저 있던 학교에서 잘못한 일이 지금의 학교에까지도 소문이 번져있다. 이 바닥은 뒷이야기가 무성하다. 뒷다마가 심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겉으로는 다들 웃으며 대하지만 뒤로는 누가 어떻게 누가 어떻게 평가를 내린다. 사립학교끼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한 군데에서 잘못되면 다른 데도 못간다. 등등...

p.s. 2
<연애의 목적> 음악감독은 눈에 익힌 이름 '이병우'씨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음악대학교 클래식기타과 수석 졸업하고 미국 피바디 음악원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한 그. 그는 영화판에서 음악을 담당했고 영화음악 작곡가로 활동한지 얼마 되진 않았다. 하지만 영화음악 작곡가로서 그는 순식간에 자리매김했고 영화팬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가 작곡한 영화는 <마리 이야기> <쓰리> <장화, 홍련> <스캔들> <분홍신> <연애의 목적> 정도. 몇 작품 하지도 않았지만 각 영화들의 특성을 잘 살려주는 보이면서 보이지 않는 듯한 음악으로, 들리면서 들리지 않는 듯한 음악으로 관객의 가슴속에 조용히 자리잡는다.

<연애의 목적>을 봤지만 영화의 음악은 떠오르지 않는다. <장화, 홍련>에서도 그랬고, <스캔들>에서도 그렇다. 음악의 잔상은 남지만 음악은 남지 않는다. 그게 그의 영화음악의 묘미다. 자신은 드러내지 않으면서 영화를 두드러지게 하는. 난 몇해전 그의 팬이 된 나머지 독집 음반을 따로 구입하기도 했다.

영화음악가로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봄날은 간다>의 조성우씨와 지금 말한 이병우씨. 두 사람을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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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6-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제가 가장 보고 싶은 건데... 극장에서 꼭 봐야 겠어요. ^^

마늘빵 2005-06-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네 재밌어요. 꼭 보세요.

하루(春) 2005-06-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방준석도 요즘 영화음악에 많이 참여합니다. 그 사람도 님의 레이더에 넣어 주시길.. ^^;

마늘빵 2005-06-19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그 사람도 알아요. 잘은 모르지만. 그 사람도 영화음악 많이 작곡한거 같아요.
 
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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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관총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주 :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드는 생각 하나는 오웰은 평화주의자는 아니었다라는 생각이다. 전쟁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18쪽

"부모들은 열다섯 살짜리 소년을 의용군에 넣으려고 데려왔다. 부모들은 의용군 임금인 일급 10페세타 때문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또한 의용군에는 빵이 풍부하게 지급되기 때문에, 그것을 몰래 집으로 가져오게 하려는 목적도 있었다."-20쪽

"나는 좀 창피하게도, 스페인 여자에게서 새 가죽탄약통을 차는 법을 배워야 했다."-23쪽

"나는 스페인에 처음 왔을 때, 그리고 그 후 얼마 동안도, 정치적 상황에는 관심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알지도 못했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만 알았지, 어떤 종류의 전쟁인지도 몰랐다. 그런데도 왜 의용군에 입대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파시즘과 싸우기 위해서'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무엇을 위하여 싸우냐고 묻는다면 '공동의 품위를 위해서'라고 대답했을 것이다."-66쪽

"전쟁과 혁명 발발 1년 뒤, 결국 중앙정부에는 우익 사회주의자, 자유주의자, 공산주의자만 남게 되었다"-74쪽

"공산주의자는 늘 중앙 집권과 효율을 강조한다. 무정부주의자는 자유와 평등을 강조한다."-84쪽

"처음에는 머뭇거리다가 점차 큰소리로, 통일노동자당이 실수로 인한 그릇된 판단에서가 아니라 고의적인 계획에 의해 정부군을 분열시킨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통일 노동자당은 프랑코와 히틀러에게 매수된, 유사 파시스트의 무리에 지나지 않으며, 사이비 혁명 정책을 밀어붙임으로써 파시스트들을 돕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통일노동자당은 <트로츠키파>조직이며, <프랑코의 제5열>이라는 이야기였다. 이 말은 전선 참호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8천 내지 만 명의 병사들과 자기 생계와 국적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파시즘과 싸우기 위해 스페인에 온 수백명의 외국인들, 그리고 2만 명의 노동 계급 구성원들이 적의 돈을 받는 반역자들이라는 뜻이다."-87-88쪽

"모든 전쟁이 똑같다. 병사들은 전투를 하고, 기자들은 소리를 지르고, 진정한 애국자라는 사람은 잠깐의 선전 여행을 제외하면 전선 참호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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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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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오웰의 또다른 작품. <카탈로니아 찬가>. 조지오웰은 이미 중학생들 도덕교과서에 소개될 정도로 많이 알려진 작가이다. 학교교육에 있어서도 독서 교육이 강조되다보니 별의 별 책들이 다 중학교 필독서가 되고 있다. 우리때 읽었던 알퐁스 도데의 <별>이나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쌩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같은 작품은 물론이고, 좀 읽는다 싶은 애들은 단테의 <신곡>이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네 하는 작품들을 읽고 있다. 너무 지나치게 독서교육이 강조된 나머지 더 나이들어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조기교육시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야 더 언급안해도 알 만한 유명한 작품이고, <1984년>역시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읽혀왔다. 그러나 조지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이 책은 읽기 쉬운 책도 아니고, 지루한 나머지 한장을 넘기기가 힘겹다. 뒤에 넘긴다 해도 재밌는 내용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똑같은 전쟁이야기만 계속될텐데 말이다.

 솔직히 난 스페인 내전 이야기 잘 모른다. 왜 내전이 발생했고, 그 당시 유럽의 상황이 어찌되었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읽기가 더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배경지식이 없는 채로 그저 '조지오웰'이 좋아서 집어든 책이기에.

 에릭 아서 블레어. 조지오웰의 본명이며 영국인이지만 인도 뱅골만에서 태어났고 영국의 이튼학교에서 장학생으로 학교를 다녔지만 가난과 기타 다른 이유 등으로 본래 진학하려던 옥스퍼드 대학을 포기한다.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 버마에서 경찰생활을 하다가 다시 영국으로 와서 사회 밑바닥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노숙자도 해보고, 접시닦이도 해보고, 그러다가 나중에 <동물농장>과 <1984년>으로 대박을 터뜨린 뒤 돈 좀 끌어모았으나 3년 뒤 폐렴으로 죽었다. 참 불쌍한 인생.

 인생의 중간에 있어서 그는 스페인 내전에 참가해 군인으로 있기도 했는데-본래 종군기자를 하러갔는데 그 당시의 상황이 오웰을 군인이 되게끔 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가 직접 겪은 스페인 내전상황을 그려낸 전쟁르포다. 세계 3대 전쟁르포를 뽑을 때 <카탈로니아 찬가>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얼마전 알게 되었다. 물론 그야 뽑는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카탈로니아 찬가>를 다 읽었지만 별로 내가 머리에 담고 있는 것은 없다.

 "왕정 붕괴 그리고 좌파 인민 전선 공화정의 집권, 카톨릭 교회와 우익 지배 계급의 지원 아래 일어난 프랑코의 반란, 공화 정부가 믿었던 소비에트의 방관과 교묘한 반대파 제거 공작, 그에 대조적이었던 나치 독일의 프랑코 지원, 스페인 내전을 <양심의 전쟁>이라 부르며 공화 정부 편에 합류했던 수많은 국제 의용군들의 이상 등이 뒤범벅된 전쟁" 이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스페인 안에서 이렇게 많은 갈래들로 분열되어 전쟁을 하는데 어찌 어지럽지 않겠는가. 우리네 6.25 전쟁처럼 중국과 소련의 지원을 받은 북한 공산당 대 미국의 지원을 받은 한국군의 싸움도 아니고 말야. 하긴 우리네 6.25 전쟁 안에서도 크게 보면 이렇지만 그 안에서는 기독교, 좌익, 우익 등등의 여러 갈래들간의 갈등이 있기도 했다. 소설가 황석영의 <손님>은 일제부터 6.25 전쟁을 거쳐오면서 생긴 기독교과 맑스주의의 갈등을 잘 그려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렇더라도 우리네 전쟁이 아닌 저 멀리 유럽의 스페인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진 내전의 작은 갈래들까지 헤아리기엔 내 머리가 너무 터질 것만 같았고 그냥 오웰의 기록들을 훑어봤다는 것으로 이 책을 읽은 의미를 간직하기로 했다. 나중에 다시 볼 생각은 없고, 다시 본다해도 별단 이해가 가지 않고 어려운 것 마찬가지일거라 생각된다. 내가 따로 그 당시의 스페인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다면.

 오웰은 아마도 종군기자로서 전쟁에 참가하려던 자신이 직접 군인으로 참가하면서 본래의 자신의 의도를 전쟁이 종결된 후 이 책을  펴냄으로써 욕구를 해소했던게 아닌가 생각된다. 기자로서의 오웰을 전쟁르포작가로서의 오웰로 해소했던 것이다. 기록하고자 하는 욕구, 쓰고자 하는 욕구는 오웰을 내내 강하게 지배했다.

 오웰은 자신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분노'때문이라고 말한다. 전쟁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속해있던 통일노동자당이 나중에 없는 죄를 뒤집어 쓰고  숙청당하던 것에 분노한 것이다. 그리고 그 분노는 오웰로 하여금 누명을 벗기기 위한 작업을 실행하게 했고, 그 결과물이 <카탈로니아  찬가>이다.

 오웰의 이 책 5장과 11장은 그 이유에 대해서 서술해놓은 부분이다. 특히 11장에서는 당시의 신문기사를 직접 인용해가며 자신의 억울함, 분노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때로 어떤 번역본은 5장과 11장을 빼고서 출판하기도 했다고 하나 만약 두 장을 빼버린다면 오웰이 이 책을 쓴 의미를 상실해버리니 알짜배기를 없애버린 셈이 된다.

 민음사의 <동물농장>의 뒷부분에 있는 <나는 왜 쓰는가>라는 부분에서 오웰은 작가에게는 글을 쓰는 네 가지 동기가 있는데, 첫째는 순전한 이기심이다. 남들에게 똑똑해 보이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죽은 후에도 기억되고픈 욕망. 두번째는 미학적 열정으로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 혹은 말의 아름다움과 말의 적절한 배열이 지니는 아름다움을 지각하기 위한 것이고, 세번째는 역사적 충동. 즉 사물/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한 사실들을 발견하며 후대를 위해 이것들을 모아두려는 욕망. 마지막으로 네번째는 정치적 목적인데 세계를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욕망, 성취하고자 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여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놓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보려는 욕망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오웰은 스스로를 1,2,3번의 욕구가 네번째를 압도했을 사람이라고 평가하는데, 나중에 스페인 내전이 끝나고 그는 이를 번복한다. 네번째가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노라고.  그런면에서 오웰은 정치적이라고 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로써 나는 오웰의 작품 세 가지 <동물농장> <1984년> <카탈로니아 찬가>를 모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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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06-12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선생님, 아프락사스님!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결국 이 전쟁 덕에 스페인은 유럽에서 가장 이상한(?) 나라로 무시당하고 경멸당하는 처지가 되었더랬지요. 물론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요. 또 명색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이 스페인을 외면한 것만으로도 이미 일찌감치 그 체제가 지닌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죠. 아 그리고 그 영국 미국 치들에게 신경질 난 파블로 카잘스 할아버지는 피레네 북쪽 프랑스 어느 산골에 틀어박혀서 평생 연주하러 안 나오겠다고 신경질도 부렸죠. 추천하고 갑니다.

마늘빵 2005-06-12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그랬군요. 감사합니다. 로렌초의 시종님은 정말 해박하신거 같아요. ^^ 평소 올라오는 리뷰도 역사를 다룬 부분이 굉장히 많은 것 같고. 역사에 무지하다보니 소설 하나 읽는데도 힘드네요. ^^

하이드 2005-06-1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끼리를 쏘다' 도 읽어보셔야겠네요. 로렌초님 답글을 보니, 스페인을 무시하는 어조가 있나보군요 . -_-+ 저도 코끼리를 쏘다 보면서 오웰의 이상한 민족주의에 완전 깼었는데 말이지요.

마늘빵 2005-06-1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그것도 번역이 된게 있나요? 검색해봐야겠네. 전에 찾아봤을 땐 없었던거 같아서요. 코끼리를 쏘다.

로렌초의시종 2005-06-12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저는 이 책을 안 읽어봤기 때문에 이 책 속에서 오웰이 스페인을 비하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단, 이 스페인 내전 이후에 빚어진 프랑코의 독재정치는 유럽 답지 않게 참 세련되지 못해서;;;; 스페인이 유럽의 후진국으로 남는데 이바지했죠.
그리고 이 스페인 내전 과정에서 영국이나 미국이 정당하게 수립된 스페인 인민전선 정부를 외면한 건 그들이 지닌 위선성이 일찌감치 드러난 한 예로 말할 수 있다는 뜻이었답니다.

하이드 2005-06-12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쟁덕이군요. 어쨋든 한번 읽어보긴 해야할 것 같아요
 

 



 

  

 

영화평이 극과 극을 달린다. 어떤이는 어이없다 하고 어떤 이는 딱 내 타입인 영화라고 평하기도 한다. 난 그냥 그렇다. 딱히 끌리지도 않고 그다지 나쁘지도 않고.

오후 열한시 십사분. 이건 영화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발생한 시간을 가리킨다. 영화 속에서 일어난 5가지 사건들은 모두 서로 얽히고 설켜있고 동시에 11:14분에 일어났다.

살기좋은 마을 '미들톤'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던 술취한 운전자 잭은 젊은 남자 하나를 치게 되고, 편의점에서는 더피가 임신한 여자친구의 애를 떼기 위한 돈 오백불을 훔치기 위해 권총강도로 돌변했다.

공동묘지에서는 셸리의 또다른 남자친구와 셸리가 섹스를 하고 있고 누워있던 남자친구는 비석위에 있던 돌이 떨어져 얼굴이 뭉개져 죽는다. 경악하는 셸리는 잘못한 것도 없지만 이를 더피에게 뒤집어 씌우려한다.

셸리의 아버지 프랭크는 공동묘지에서 셸리와 섹스하다 죽은 남자를 발견하고 셸리를 보호하기 위해 시체를 싸 다리에서 떨어뜨린다. 그때 지나간 차가 잭의 차다.

길거리에서 셸리를 치어죽게 만든 밴에 탄 세 악동. 전력질주하다 급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성기를 내놓고 창문으로 오줌을 갈기던 한 놈이 창문에 찧여 성기가 잘려나갔다. 어이쿠.

이 어이없고 황당한 다섯개의 사건들은 모두 11:14분에 일어났고, 모두 서로 연관되어있다. 잭이 친 남자는 이미 공동묘지에서 섹스하다 죽어 프랭크에 의해 던져진 시체였고, 편의점에서 권총강도를 하던 더피가 임신시킨-사실은 임신안했다- 여자친구 셸리는 밴에 탄 세 악동에 의해 차에 치여죽었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각각 연계되어있는 것이다.

영화를 이를 통해 뭘 전달하거나 보여주려고 한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다섯개의 사건들이 서로 연관되어있다는 사실뿐. 그게 전부다. 그냥 관객이 동시에 벌어진 각각의 사건에서 웃고 즐기길 바랬을 뿐이다. 등장인물들이 의도되지 않게 벌어진 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의 코믹함을 느껴보라는 것.

사족
얼마전 본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여주인공 힐러리 스웽크가 편의점 직원으로 나오는데 영화가 제작된 것은 이 2003년으로 먼저고,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나중이다. 우리나라에는 이제 개봉됐는데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상승세를 이어서 이 영화를 내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의 영화포스터 상단에는 영화 속에서 별 비중있는 역할도 아닌 힐러리 스웽크의 이름이 크게 적혀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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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6-07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달콤쌉싸름한 초콜렛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5
라우라 에스퀴벨 지음, 박경범 옮김 / 울림사 / 2001년 4월
구판절판


"바라건대 로사우라의 입을 재가 되도록 태울 수 있다면, 그래서 그런 더럽고, 두렵고, 불쾌하고, 혐오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꺼내지 못하게 하고, 그 말을 삼켜 썩을 때까지 담아두도록 하면 좋을 텐데. 언니가 그런 지독한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까. 그녀는 가장 행복해 해야 할 이런 시간에 왜 그렇게 불쾌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야만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신경이 날카로운 지도..."-151쪽

"얼마나 좋은 열매를 사용하는가. 몇 가지 다른 종의 초콜렛 열매를 섞는가. 그리고 얼마동안 볶는가 하는 것이다.
열매는 기름이 배어나오려 할 때까지 볶는다. 그 전에 불에서 내려 놓으면 색도 변하고 모양도 없는 데다 소화도 안 되는 초콜렛이 될 것이다. 반대로 너무 오래 불 위에 놓으면 열매가 거의 타서 쓰디쓴 초콜렛이 만들어진다."-163쪽

"차라리 이 몸이
들판에 흩날리는 씨앗이었다면
아이를 낳고 그게 누구의 자식이고
그것이 관습에 어떻게 어긋낫는지
구속되지 않아도 좋으련만
인간은 왜 이다지 자연의 원리인 생식과 번식에
하고 많은 금기와 법도를 제정했는지
생명 가진 것의 가장 큰 행복인 사랑마저도
이토록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 인간 사회라면
인간이 들판의 씨앗보다
행복하다 할 것이 무엇인가."
-182쪽

그것이 타기 시작하자 그녀는 티타에게서 몸을 떼고 상냥하게 말했다.
"잠깐, 저걸 불에서 내려놓자. 그리고 나서 다시 울어. 알았니?"
티타는 그 순간 쓴웃음이 나왔다. 자기의 절실한 고민보다도 후식이 어떻게 될까 걱정하고 있으니. 하지만 그것은 헤르트루디가 동생의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탓이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후식을 너무도 갈망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185쪽

숨이 끊어지자 칼을 꺼내 그의 고환을 잘라냈다.
"총으로 간단히 해치우지 않고 왜 그렇게 잔인하게 죽였소?"
헤르트루디가 물었다.
"나는 복수를 한 것입니다."
"복수라니?"
"몇 해 전에 사타구니에 거미모양의 검은 반점을 가진 자가 어머니와 누이를 강간했지요. 누이는 죽기 전에 그 사실을 말했지요."
"그렇다고 그 강간범이 이 자라고 할 수는 없을텐데."
"아무튼 나는 어머니와 누이의 강간범을 잡아죽인 증표를 얻었습니다. 이제 우리 가족의 명예를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191쪽

"옛 적에 연금술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연구하던 때가 있었지요.
귀중한 금을 다른 물질을 서로 섞어서 만들 수는 없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금은 다른 것을 섞어서 만들수는 없었어요.
왜냐면 금은 그 이상 다른 것으로 분해될 수 없고 다른 것으로부터
만들어지지 않는 그 자체로서의 물질, 즉 원소이기 때문이었지요.
사랑도 역시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은 하나의 원소로서
다른 여타 감정으로부타 합성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우정과 성욕을 섞어 사랑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은과 구리를 섞어 금을 만들려는 것과 같은 일이었지요."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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