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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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오웰의 또다른 작품. <카탈로니아 찬가>. 조지오웰은 이미 중학생들 도덕교과서에 소개될 정도로 많이 알려진 작가이다. 학교교육에 있어서도 독서 교육이 강조되다보니 별의 별 책들이 다 중학교 필독서가 되고 있다. 우리때 읽었던 알퐁스 도데의 <별>이나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쌩떽쥐베리의 <어린왕자>같은 작품은 물론이고, 좀 읽는다 싶은 애들은 단테의 <신곡>이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네 하는 작품들을 읽고 있다. 너무 지나치게 독서교육이 강조된 나머지 더 나이들어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조기교육시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야 더 언급안해도 알 만한 유명한 작품이고, <1984년>역시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읽혀왔다. 그러나 조지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이 책은 읽기 쉬운 책도 아니고, 지루한 나머지 한장을 넘기기가 힘겹다. 뒤에 넘긴다 해도 재밌는 내용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똑같은 전쟁이야기만 계속될텐데 말이다.

 솔직히 난 스페인 내전 이야기 잘 모른다. 왜 내전이 발생했고, 그 당시 유럽의 상황이 어찌되었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읽기가 더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배경지식이 없는 채로 그저 '조지오웰'이 좋아서 집어든 책이기에.

 에릭 아서 블레어. 조지오웰의 본명이며 영국인이지만 인도 뱅골만에서 태어났고 영국의 이튼학교에서 장학생으로 학교를 다녔지만 가난과 기타 다른 이유 등으로 본래 진학하려던 옥스퍼드 대학을 포기한다.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 버마에서 경찰생활을 하다가 다시 영국으로 와서 사회 밑바닥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노숙자도 해보고, 접시닦이도 해보고, 그러다가 나중에 <동물농장>과 <1984년>으로 대박을 터뜨린 뒤 돈 좀 끌어모았으나 3년 뒤 폐렴으로 죽었다. 참 불쌍한 인생.

 인생의 중간에 있어서 그는 스페인 내전에 참가해 군인으로 있기도 했는데-본래 종군기자를 하러갔는데 그 당시의 상황이 오웰을 군인이 되게끔 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가 직접 겪은 스페인 내전상황을 그려낸 전쟁르포다. 세계 3대 전쟁르포를 뽑을 때 <카탈로니아 찬가>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얼마전 알게 되었다. 물론 그야 뽑는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솔직히 <카탈로니아 찬가>를 다 읽었지만 별로 내가 머리에 담고 있는 것은 없다.

 "왕정 붕괴 그리고 좌파 인민 전선 공화정의 집권, 카톨릭 교회와 우익 지배 계급의 지원 아래 일어난 프랑코의 반란, 공화 정부가 믿었던 소비에트의 방관과 교묘한 반대파 제거 공작, 그에 대조적이었던 나치 독일의 프랑코 지원, 스페인 내전을 <양심의 전쟁>이라 부르며 공화 정부 편에 합류했던 수많은 국제 의용군들의 이상 등이 뒤범벅된 전쟁" 이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스페인 안에서 이렇게 많은 갈래들로 분열되어 전쟁을 하는데 어찌 어지럽지 않겠는가. 우리네 6.25 전쟁처럼 중국과 소련의 지원을 받은 북한 공산당 대 미국의 지원을 받은 한국군의 싸움도 아니고 말야. 하긴 우리네 6.25 전쟁 안에서도 크게 보면 이렇지만 그 안에서는 기독교, 좌익, 우익 등등의 여러 갈래들간의 갈등이 있기도 했다. 소설가 황석영의 <손님>은 일제부터 6.25 전쟁을 거쳐오면서 생긴 기독교과 맑스주의의 갈등을 잘 그려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렇더라도 우리네 전쟁이 아닌 저 멀리 유럽의 스페인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진 내전의 작은 갈래들까지 헤아리기엔 내 머리가 너무 터질 것만 같았고 그냥 오웰의 기록들을 훑어봤다는 것으로 이 책을 읽은 의미를 간직하기로 했다. 나중에 다시 볼 생각은 없고, 다시 본다해도 별단 이해가 가지 않고 어려운 것 마찬가지일거라 생각된다. 내가 따로 그 당시의 스페인 역사를 공부하지  않는다면.

 오웰은 아마도 종군기자로서 전쟁에 참가하려던 자신이 직접 군인으로 참가하면서 본래의 자신의 의도를 전쟁이 종결된 후 이 책을  펴냄으로써 욕구를 해소했던게 아닌가 생각된다. 기자로서의 오웰을 전쟁르포작가로서의 오웰로 해소했던 것이다. 기록하고자 하는 욕구, 쓰고자 하는 욕구는 오웰을 내내 강하게 지배했다.

 오웰은 자신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분노'때문이라고 말한다. 전쟁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속해있던 통일노동자당이 나중에 없는 죄를 뒤집어 쓰고  숙청당하던 것에 분노한 것이다. 그리고 그 분노는 오웰로 하여금 누명을 벗기기 위한 작업을 실행하게 했고, 그 결과물이 <카탈로니아  찬가>이다.

 오웰의 이 책 5장과 11장은 그 이유에 대해서 서술해놓은 부분이다. 특히 11장에서는 당시의 신문기사를 직접 인용해가며 자신의 억울함, 분노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때로 어떤 번역본은 5장과 11장을 빼고서 출판하기도 했다고 하나 만약 두 장을 빼버린다면 오웰이 이 책을 쓴 의미를 상실해버리니 알짜배기를 없애버린 셈이 된다.

 민음사의 <동물농장>의 뒷부분에 있는 <나는 왜 쓰는가>라는 부분에서 오웰은 작가에게는 글을 쓰는 네 가지 동기가 있는데, 첫째는 순전한 이기심이다. 남들에게 똑똑해 보이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죽은 후에도 기억되고픈 욕망. 두번째는 미학적 열정으로 외부 세계의 아름다움, 혹은 말의 아름다움과 말의 적절한 배열이 지니는 아름다움을 지각하기 위한 것이고, 세번째는 역사적 충동. 즉 사물/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고 진실한 사실들을 발견하며 후대를 위해 이것들을 모아두려는 욕망. 마지막으로 네번째는 정치적 목적인데 세계를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욕망, 성취하고자 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여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놓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보려는 욕망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오웰은 스스로를 1,2,3번의 욕구가 네번째를 압도했을 사람이라고 평가하는데, 나중에 스페인 내전이 끝나고 그는 이를 번복한다. 네번째가 가장 앞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노라고.  그런면에서 오웰은 정치적이라고 말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로써 나는 오웰의 작품 세 가지 <동물농장> <1984년> <카탈로니아 찬가>를 모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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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초의시종 2005-06-12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선생님, 아프락사스님!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결국 이 전쟁 덕에 스페인은 유럽에서 가장 이상한(?) 나라로 무시당하고 경멸당하는 처지가 되었더랬지요. 물론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요. 또 명색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이 스페인을 외면한 것만으로도 이미 일찌감치 그 체제가 지닌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죠. 아 그리고 그 영국 미국 치들에게 신경질 난 파블로 카잘스 할아버지는 피레네 북쪽 프랑스 어느 산골에 틀어박혀서 평생 연주하러 안 나오겠다고 신경질도 부렸죠. 추천하고 갑니다.

마늘빵 2005-06-12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그랬군요. 감사합니다. 로렌초의 시종님은 정말 해박하신거 같아요. ^^ 평소 올라오는 리뷰도 역사를 다룬 부분이 굉장히 많은 것 같고. 역사에 무지하다보니 소설 하나 읽는데도 힘드네요. ^^

하이드 2005-06-1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끼리를 쏘다' 도 읽어보셔야겠네요. 로렌초님 답글을 보니, 스페인을 무시하는 어조가 있나보군요 . -_-+ 저도 코끼리를 쏘다 보면서 오웰의 이상한 민족주의에 완전 깼었는데 말이지요.

마늘빵 2005-06-1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그것도 번역이 된게 있나요? 검색해봐야겠네. 전에 찾아봤을 땐 없었던거 같아서요. 코끼리를 쏘다.

로렌초의시종 2005-06-12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저는 이 책을 안 읽어봤기 때문에 이 책 속에서 오웰이 스페인을 비하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단, 이 스페인 내전 이후에 빚어진 프랑코의 독재정치는 유럽 답지 않게 참 세련되지 못해서;;;; 스페인이 유럽의 후진국으로 남는데 이바지했죠.
그리고 이 스페인 내전 과정에서 영국이나 미국이 정당하게 수립된 스페인 인민전선 정부를 외면한 건 그들이 지닌 위선성이 일찌감치 드러난 한 예로 말할 수 있다는 뜻이었답니다.

하이드 2005-06-12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쟁덕이군요. 어쨋든 한번 읽어보긴 해야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