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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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말할 것도 없이 나이를 먹어 추해지는 권리, 매독과 암에 걸릴 권리, 먹을 것이 떨어지는 권리, 이가 들끓을 권리,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끊임없이 불안에 떨 권리, 장티푸스에 걸릴 권리, 온갖 표현할 수 없는 고민에 시달릴 권리도 요구하겠지?"


긴 침묵이 흘렀다.


"저는 그 모든 것을 요구합니다." 야만인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 305쪽




불행이 이런 것이라면 '행복'은 무엇인가.

야만인은 조건반사양육을 받아 불행이라는 것은 느껴볼 수 없는 신세계가 소름끼친다.

이에 총통의 대답은 이렇게 답한다.





"실제의 행복이란 것은 불행에 대한 과잉보상에 비하면 항상 추악하게 보이는 법일세. 또한 말할 필요도 없지만 안정이라는 것은 불안정처럼 큰 구경거리가 될 수 없는 법일세. 따라서 만족하는 생활은 불행과의 처절한 투쟁이 지니는 매력이나, 유혹과 투쟁이 지니는 장관이나, 정열 내지 회의에 대한 치명적인 패배가 지니는 장쾌함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야. 행복은 결코 장쾌한 것이 아니야" -280쪽



결국 <멋진 신세계>는 "행복'만 느끼는 인간들로 구성되어 "안정"된 사회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무엇인가?

유발하라리 <사피엔스>에서 이렇게 말한다.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의 정신세계와 감정세계는 수백만 년의 진화에 의해 만들어진 생화학적 체제의 지배를 받는다. 다른 모든 정신적 상태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행복도 월급이나 사회관계, 정치적 권리 같은 외부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신경, 뉴런, 시냅스 그리고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 등의 다양한 생화학 물질에 의해 결정된다. 복권에 당첨되거나 집을 사거나 승진하거나 심지어 진정한 사랑을 찾거나 하는 일로 행복해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오로지 하나밖에 없다. 바로 신체 내부의 쾌락적인 감각이다. 방금 복권에 당첨되거나 새로운 연인을 찾아서 기뻐 날뛰는 사람은 실제도 돈이나 연인에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혈관 속을 요동치며 흐르는 다양한 호르몬과 뇌의 여러부위에서 오가는 전기신호의 폭풍에 반응하는 것이다."- <사피엔스 544쪽>



"진화는 우리로 하여금 일시적으로 몰려오는 쾌락적 감각을 누릴 수 있게 했지만, 그런 느낌은 결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조만간 이 느낌은 가라앉고 불쾌한 느낌에게 자리를 내준다.

예를 들어, 진화는 남자로 하여금 임신 가능한 여자와 성관계를 해서 유전자를 퍼뜨리면 쾌감이라는 보상이 주어지도록 만들었다.만일 성관계에 따르는 쾌감이 그리 크지 않다면, 힘들여 그런 수고를 하려 드는 남자는 드물 것이다. 그런데 또한 우리는 그 쾌감이 재빨리 사라지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이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만일 오르가즘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행복한 남자는 음식에 흥미를 잃은 탓에 굶어 죽고 말 것이고, 다른 임신 가능한 여자를 찾는 수고를 하려 들지도 않을 것이다.-<사피엔스 545쪽>



언제 읽어도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매력적이다.

심리학과 사회학의 접근 방식과 아귀가 맞지 않는 생화학적 시스템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한다.

이때 <사피엔스>에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나온 행복의 알약 "소마"를 인용한다.



"과거 뉴에이지 세대의 유명한 구호만큼 생물학자들의 주장을 핵심적으로 대표하는 것은 또 없다. '행복은 내부에서 시작된다.' 돈이나 사회적 지위, 성형수술, 아름다운 집, 높은 자리는 우리에게 전혀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다. 지속적 행복은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에서만 온다"

미국 대공황의 절정기인 1932년 출간된 올더스 헉슬리의 디스토피아 소설 <멋진 신세계>속에서, 행복은 최고의 가치이며 향정신성 약물이 경찰과 투표 대신 정치의 기반자리를 차지한다. 모든 사람은 날마다 "소마"라는 약을 복용하는데, 생산성과 효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합성 마약이다. 지구 전체를 지배하는 세계 정부는 전쟁이나 혁명, 파업이나 시위로 인해 위협받는 일이 전혀 없다. 모든 사람이 현재의 상황에 어떻든 대단히 만족하기 때문이다. 헉슬리의 미래상은 조지 오웰의 <1984>보다 훨씬 더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대부분의 독자는 헉슬리가 그려내는 세상을 괴물 같다고 느낀다. 하지만 왜 그런지 설명하기는 힘들다. 모든 사람이 행복하다는데, 거기에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 <사피엔스 550쪽>



종교적, 철학적, 사회적, 윤리적 등 모든 분야에서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다.

하지만 생화학적 시스템에서 말하는 "행복'이 얼마나 강력한지 부인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을 어떻게 말하는가

그의 저서 <행복의 정복>에서 이렇게 말한다.


"행복한 인생이란 대부분 조용한 인생이다. 진정한 기쁨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만 깃들기 때문이다" -<행복의 정복 75쪽>


갑자기 실망스럽지 않은가?

막연하고 추상적인 행복, 마치 현명한 사람은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 때문에 자신의 즐거움을 망치지 않는다. 류의 철학적인 자세를 말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행복의 관건은 개인의 환상을 폭넓게 퍼진 집단적 환상에 맞추는 데 있을지 모른다.

내가 지향하는 가치가 사회가 추구하는, 또는 주변 사람들과 일치하는 한 나는 내 삶이 의미 있는 것이라 확신할 수 있으며, 그 확신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얼마나 불쌍한가. 행복은 이처럼 정말 자기기만에 달려 있는 것인가.








* 오늘 하루 2만보 걸었네요




인간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가! 오. 멋진 신세계여....[템페스트 제5막 1장중에서]-265쪽

그들도 짧은 작업시간을 요구하고 있지. 까짓거 우리는 보다 짧은 작업시간을 부과할 수도 있네. 기술적으로 하층계급의 작업시간을 하루 세 시간이나 네 시간으로 줄이는 것은 간단한 일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네들이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아냐. 그렇지 않을거야. 벌써 일세기 반전에 실험이 행해졌었지. 아일랜드 전역에 걸쳐 네 시간 노동제를 실시했던 거야. 결과가 어떠했는지 알겠나? 다만 불안과 소마 소비량의 결과가 따라왔었네. 단지 그것뿐이었지. 세 시간 반이나 늘어난 여가는 행복의 원천이 되기는커녕 그 여가로부터 어떻게 하면 도피할 수있을까 하는 강박관념이 사람들을 사로잡고 말았단 말일세. 발명국에는 노동절약을 위한 계획이 산적돼 있네. 수천 가지의 계획서가 작성되어 있단 말일세."-284쪽

신은 기계나 발달된 의약품이나 보편적 행복과는 양립할 수 없는 걸세.-297쪽

무엇보다 먼저 이야기해둘 것은 헉슬리의 사고방식의 근저에는, 모든 진보는 반드시 그 희생의 대가를 동반하는 것이라는 사상이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교육의 보급은 19세기에서는 민주주의의 보편화를 촉진시킬 것으로 믿어졌다.
그러나 20세기에 와서 교육의 보급은 정보나 지식의 전달을 용이하게 해줌과 동시에 전체주의자의 시끄러운 사상의 선전을 편리하게 했다는 면도 무시할 수 없다 - 332쪽

바로 그것이 행복과 미덕의 비결이야-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 모든 조건반사적 단련이 목표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야. 자신들의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숙명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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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를 내고 아침 일찍 만보를 채웠다.

마침 직장에 친한 요물님도 연가라 함께 했다.

뜨거운 탕에 몸을 담그고 나니 왠지 하루를 멋지게 시작했다는 뿌듯함에 기분이 좋다.



멋진 신세계에서 존이 읽고 있는 셰익스피어 전집의 구절들이 황홀한 만큼

라떼의 따뜻한 거품이 혓바닥에서 녹아든다.

겨울겨울한 햇살이 뺨으로 쏟아지는데 

부드럽고 따뜻해서 얼른 고개를 돌려 얼굴에 받아본다.


간만에 고민거리 없는 하루를 즐긴다.

수많은 고통속에서 잠시 고개를 내미는 행복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면, 

큰 고민없이 사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자.


오래전 엘리자베스 퀴블러의 <인생수업>을 읽다가 뜨거운 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도 진통이 가라앉은 아침에 잠깐 햇살이 비출 때 

생의 열망을 강하게 느낀다는 대목은 이후로도 많은 상념에 잠기게 했다.


건강한 삶에 건강한 독서가 있다고 본다.

욕심내지 말고 사소한 것들부터 챙기고 실천하자.

사람이 바뀌기란 참 어렵지만, 습관은 얼마든지 만들기 마련이니 


'최선을 다해라'라고 하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최선(最善)의 가치와 방향은 사회가 용인하는 범주에서 일탈하지 않는 한 개인이 자율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내 최선은 나의 몫이라 생각한다.

요 근래 나의 최선은

건강만큼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다.








"최종 목적이란 현재의 인간 영역 밖에 있으며 인생의 목적이란 행복의 유지가 아니라 의식의 강화와 세련이며 지식의 확대라는 믿음을 심어줄 위험이 있는 사상이다. 사실 그것이 옳은 생각일지도 모른다고 총통은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의 여건으로서는 용인할 수 없다. -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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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8일부터 12월2일까지 주문조회한 내역을 보고 정리한다.

총 10권에 구매금액은 73,100원, 예전보다 확실히 줄었다. 

서재 다이어트도 몸을 가볍게 한다.

딱 필요한 책만 꺼내놓고 다른 건 싹 치워 놓고 공부할 때 집중이 잘 되듯이, 

언젠가 최애하는 책만 서재에 남겨둘 때 그땐 100권을 넘기지 않으리라 계획해본다.


예전에 TV 강의로 청중을 사로잡았던 도올 선생의 <중용 인간의 맛>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흥미진진했던 올더스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간만에 하루키씨 초창기 작품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하루키씨가 1순위로 극찬한 작가의 작품 레이먼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

열린책들 30주년 기념판, 영화 "아가씨"의 원작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

우리글 바로쓰기 개정판 5편 중에 2편, <이오덕 우리글 바로쓰기2>


그리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모으기, 문학동네 10권 남짓 모으면 이젠 읽을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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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be00 2019-12-03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칼정리되어있는 책들이 보기 좋네요~~~

북프리쿠키 2019-12-06 12:2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
오랜 시간 공들여서 모은 책들이라 더 애착이 갑니다..^^;;
sobe00님 좋은 주말 되세요!

다락방 2019-12-03 0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장 정말 깔끔하네요! 저는 오늘 아침에도 제 책장 보다가 한숨을 쉬고 나왔는데 말입니다. 하핫.

북프리쿠키 2019-12-06 12:2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다락방님은 책장 만큼 치열한 독서를 하고 계셔서 늘 모범이 되는걸요.^^;

레삭매냐 2019-12-03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정리의 모범을 보여 주시는 것
같아 마냥 부럽기만 합니다 :>

북프리쿠키 2019-12-06 12:22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 감사합니다.
민음사나 문학동네는 사랑 그 자체네요..
걔들 책 크기에 맞는 책장을 구입해서 꽂은 건 정말 선택잘한것 같습니다.
레삭매냐님 서재도 엄청 근사할 것 같은데요..ㅎ

단발머리 2019-12-06 1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리 안 하셔도 될듯합니다.
현재 모습 그대로 퍼펙트합니다^^

북프리쿠키 2019-12-06 12:23   좋아요 0 | URL
아이고..단발머리님이 퍼펙트하다니..이거 몸둘바를..
늘 책만 사재고, 책 읽기는 게으른 걸요.
늘 단발머리님의 글을 읽고 많이 배우는 1인입니다.
행복한 주말 되십시오.!
 




* 북프리모임(12월 1주차)

@ 참석자 : 쿠키,요물,타니아,앤

@ 장소 : 투썸플레이스 고성점

@ 책 

     - 이기적유전자

     - 죄와벌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여행의이유




가을 흔적을 조심스럽게 씻어내는 듯 차박차박 겨울비가 내린다.

연일 비를 뿌리고 나면 곧 모든 세상이 차가워지겠지.

생동은 정체를 거쳐 낙엽처럼 떨어지고 흩어진다.

계절처럼 인생 또한 번식과 죽음의 방대한 움직임이며 

우리의 삶 또한 본질적으로 과잉이며 낭비란 조르주 바타유의 글이 떠오른다.



동물들과 비교해볼 때 인간의 삶이란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내고, 움켜쥐고, 짜내며 서로를 못살게 구는 오만한 최상위 포식자일 뿐이다.
생각하는 머리를 떼놓고 육체만 바라봤을 때 우리가 소위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생명체보다 우월한 것이 뭐가 있을까? 그저 죽음의 낙엽속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한낱 단백질 덩어리인 것을. 
사람들 대부분이 인정하지 않는 사실 ˝죽음만이 곧 세상의 청춘˝이라는 명제에 대해서도 모든 생명체는 공평하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 초판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유전자로 알려진 이기적인 분자들을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된 로봇 운반자들이다" -28쪽


TV프로그램 [책 읽어드립니다] 에서 패널 중 한분이 이 문장을 읽고 허무감을 느꼈다고 이야기할 때 

밈(meme)이 등장한다.


즉,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은 맹목적으로 유전자가 하라는 대로 따르지 않고 유전자의 전제적 지배에 반역할 수 있지 않을까.

책에서는 그 실례로 우리의 뇌가 이기적 유전자에 배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정도로까지 진화했다고 하며, 피임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을 들었다.


"무엇보다도 도킨스는 인간의 특유한 문화속에 모방의 단위가 될 수 있는 문화적 전달자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고, 이 단위 개념을 밈(meme)이라고 정의하였다" - 6쪽



밈학(memetics)이 과연 진화론에서 가져다 쓸 수 있는 자연과학의 분야인가를 두고 김상욱 교수는 '가치'를 전제로 하는 영역은 '사회과학"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설파하며 장대익 교수의 밈 옹호에 대해 설전을 벌인다. 

또한, 이기적 유전자에서 도킨스가 모든 생명체는 단순히 이기적 유전자를 전달하는 생존로봇기계라는 대전제로 논지를 끌고 가다 

후반부에 반전의 카드 밈(meme)으로  급히 방향선회하여 철학까지 버무리는 우를 범했다고 말한다.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취지는 비슷할 것이라 생각됨)

이 논쟁은 꽤나 오랫동안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보기 바란다.



돌이켜 보건대 내가 이 책을 처음으로 집어들은 것은 아마 2년전쯤으로 기억된다.

유명한 책이라 소장하고 있었지만, 의무감으로 초중반부를 읽어 나가며 든 생각은 

꽤나 딱딱하고 재미없는 생물교과서 같았다.

하지만, [책 읽어드립니다] 방송을 보고 나서 읽는 이 책은 예전의 그 책이 아니었다.

공부와 독서는, 닮아있지만 또 다른 이란성 쌍생아다. 

닮은 점은 문학 분야를 제외한 책들은, 특히나 전문 내용이 담긴 책들은 예습이 중요한 것 같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머리나 뒷받침, 성실성이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흥미'를 유발하고 '흥미'를 지속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꽤나 중요하듯이 

독서도 해설이나 격 있는 교양프로그램에서 미리 접하면 책 읽기가 훨씬 수월하다.

다른 점은, 공부는 정해진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독서는 정해진 답에 의문을 제기하며 방황하는 과정이다.



이 책은 사실 좀 어렵다. (더군다나 문과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쓰는 것도 능력이지만, 

어려운 용어나 학설에 담긴  본연의 정의를 다치지 않게 ‘어렵게 상세히 풀어내는 것‘도 훌륭한 글임을 또 한번 깨닫는다.
중, 후반부를 읽는 중이지만 별 다섯개는 이미 픽스 중이다. 

과학도 예술이 될 수도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며 

12월 첫주를 소중한 북프리회원님과 함께 한다.


































































한편, 생존기계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유전자라는 이기적 존재에 의해 지배되며, 이 유전자라는 존재가 장래를 예견하거나 종 전체의 행복을 걱정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전제다.-200쪽

복지국가란 지금까지 동물계에 나타난 이타적 시스템 중 아마도 가장 위해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이타적 시스템도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 그것은 그 시스템을 착취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이기적 개체에게 남용당할 여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키울 수 있는 것 이상의 아이를 낳은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 무지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므로, 그들이 의식적으로 악용을 꾀한다고 보긴 어렵다. -209쪽

윈-에드워즈 입장에서 보면, 집단의 번영을 꾀하는 데 있어 낙오자들의 역할은 무대 옆에 대기하는 대역과 같다. 집단 번식의 주요무대에서 영역 소유자 중 누군가가 쓰러지면 즉시 그 놈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런 낙오자들의 행동도 순수하게 이기적 개체로서 가장 좋은 전략일지 모른다. 제4장에서 말한 대로 우리는 동물을 도박꾼으로 볼 수 있다. 도박꾼으로서 가끔은 공격 전략이 아닌 관망 전략이 최상의 전략일지도 모른다. -211쪽

개체가 자기가 추정한 개체군 밀도를 근거로 자신의 한배 알 수를 감소시키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는 순간, 그것은 곧 실제의 밀도가 어떻든 경쟁자에 대해서는 개체군이 굉장히 큰 것처럼 꾸미는것이 개개의 이기적 개체에게는 유리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예컨대 찌르레기의 예에서, 가령 겨울 잠무리가 얼마나 시끄러운지가 개체군의 크기를 추정하는 수단이라면 개개의 개체는 있는 힘을 다하여 소리를 크게 지를 것이다.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가 있는 것처럼 큰 소리를 내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동물 몇마리가 마치 몇 마리의 개체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견해는 크렙스가 찌르레기가 아닌 다른 경우에 대해서 시사했던 것이다. 그는 프랑스 외인부대가 이와 같은 전술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는 소설 이름을 따서 거기에 Beau Geste(아름다운 몸짓-옮긴이)효과라는 명칭을 붙였다.-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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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1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01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01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01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12-01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 독서 모임 했을 때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어요. 그 때도 책이 어려웠고, 모임 당시에 어떤 대화가 진행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

투썸플레이스 고성점이라면 ‘서재를 탐하다’ 책방에서 멀지 않은 곳이네요. 투썸플레이스에 나와서 달성초등학교가 있는 거리 쪽으로 건너가면 책방이 있어요. 비록 책방 독서모임이 있는 날은 평일이지만, 책방에서 가까운 곳에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요. ㅎㅎㅎㅎ

북프리쿠키 2019-12-02 13:21   좋아요 0 | URL
용어 자체가 어렵다기보다 문장 해석이 어려운 부분이 간혹 나오더군요ㅎ 저도 아마 훗날 까맣게 잊을 것 같습니다.
서재를 탐하다가 그렇게 가까이 있다니 신기하고 반갑네요.
역시 대구바닥은 좁은가봐요ㅎㅎ
 

뻐꾸기가 탁란하는 명금류는 자기 알의 겉모양을 터득한 것이 아니라 자기종 특유의 표식이 있는 알을 본능적으로 골라 보살핌으로써 뻐꾸기의속임수에 대항해 왔다. 자기 종의 개체들이 탁란할 염려는 없으므로 이 방법은 유효하다. 그런데 뻐꾸기들도 자기 알의 색, 크기, 그리고 표식을 숙주의 알과 더욱더 비슷하게 만들어 이에 보복해 왔다. 이것이 동물 세계에서 관찰되는 거짓말의 예이며, 종종 성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진화적 군비확장 경쟁의 결과, 뻐꾸기의 알은 숙주의 알을 완벽히 흉내 낼 수 있게 되었다. 뻐꾸기의 알과 새끼 중 일정 비율은 발각될 것이며, 발각되지 않은새끼가 살아남아 다음 세대의 뻐꾸기 알을 낳을 것이다.- 187쪽



책 중반부까지 위기(?)를 넘기면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읽어드립니다 프로그램 덕분에 반쯤 읽다가 덮어둔 걸 다시 읽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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