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가 사람들을 끄는 매력은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이 세상 모든 가치의 원천이라고 주장하며 세상의 중심에서 주인으로 살라는 그 메시지일 것이다.-7쪽






리라이팅클래식 시리즈-05 번이다.
읽은 책으로 따지면 이번이 4번째 책이다.
맹자..에 대해 말해보라하면 대부분 성선설, 왕도정치, 맹모삼천지교 정도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근데 그마저도 잘못 오해하는 분들도 꽤 있으리라.

이 시리즈의 장점은 무엇보다 역량있는 저자들의
뚜렷한 주관이다.

이런 점이 곧 단점으로 작용해 비판의 초점이 된다는 걸 알기에 가급적 원문을 인용하여 이해를 돕는 균형도 마음에 든다.

모호하게 해석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열린 해석으로 독자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판단하게끔 논지를 단단하게 이끌어 주는 것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매주 일요일 오전에 만나는 북프리모임은
책으로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진정한 보수주의자, 서로의 말을 이해하면서 기분 좋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설사 내가 급진적인 진보주의자라도 그 만남은 축복이고 기쁨인 것을.

얼마전 홍준표와 유시민의 100분 토론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는데..볼테르가 말했다고 거론되는 (실제로는 아니라고 함) 명문이 떠오른다.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찬성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할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내놓겠다.”

혹 내가 추구하는 진보가 진정성 있는 것인지, 누군가의 퇴보를 혹은 희생을 딛고 있는 것이 아닌지
관용하지 않고 떠들어 대는 ˝나˝의 모습에서 흔히들 말하는 ˝수구꼴통˝의 불통이 보이지 않는지..

그 비판의 회초리는 항상 자기 자신에게 먼저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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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리라이팅 클래식 3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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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하는 모든 것들은 그 자신의 능력만큼 실존한다.˝

리라이팅클래식 시리즈 중
지금까지 읽었던 책중에 최고였다.
명문장들이 너무 많아 줄긋기 바빴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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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권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소개했다.

니체의 어떤 책들을 읽어야 하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포스팅한다. 

* 발췌한 부분을 나름 생략, 편집하였음을 양해바랍니다.


니체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 거의 백 년이 다 돼 간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니체라는 이름과 몇가지 소문들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니체 이해가 어렵다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라고는 하지만, 유행과 이해의 괴리가 우리만큼 큰 곳이 또 있을까.(...)

재작년 니체에 관한 책<니체-천개의 눈, 천개의 글>을 낸 후로 니체를 읽고 싶은 사람들로부터 질문을 자주 받는다. 니체 읽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하느냐, 도대체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하느냐. 하지만 내가 그 분야 책들을 쫙 꿰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마땅히 기막힌 입문서를 발견한 경험도 없는지라 대부분의 경우 그냥 니체 책들을 직접 읽는 게 좋다고 해왔다.

나역시 어떤 입문서를 읽고 니체를 접한게 아니었다. 우연히 <도덕의 계보학>을 읽다가 '감전'된 터라, 그저 감전될 기회를 기다리라고,(...)

그래도 누가 고집스럽게 묻는다면 내가 권하는 책은 오이겐 핑크와 알렉산더 네하마스의 책 정도였다. - 402쪽



1. 오이겐 핑크(E.Fink), <니이체의 철학 : Neitzsches Philosophie (하기락 옮김, 형설출판사, 1984)



- 1960년에 출간, 국내에 1984년에 번역, 소개되었다. 절판되어 도서관이 아니면 구하기가 쉽지 않다. (역시 알라딘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학술 서적 읽는 것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 책의 내용이나 문체에 많은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들을 추천하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이 책들이 니체의 저서들을 두루 섭렵하면서, 부조가 아닌 환조로서 니체의 상을 조각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렇게 조각된 얼굴이 독특한 표정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핑크는 원래 하이데거의 제자였다. 그러나 그는 하이데거의 해석 "니체는 최후의 형이상학자이자 형이상학의 완성자다"라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고 "존재와 생성이 유희로서 파악될 때, 니체는 이미 형이상학에 붙들려 있지 않다"고 한다.


2. 알렉산더 네하마스(A.Nehamas) <니체-문학으로서의 삶 :Nietzsche-Life os Literature (김종갑 옮김, 책세상, 1994)


오~알라딘에 있다.

1985년에 출간, 번역은 1994년에 이루어졌다.

네하마스의 니체는 자신의 책을 읽는 독자들을 끌어들여 공동의 세계를 창조하고 싶어하는 말 그대로의 '작가'이다.

그는 읽는 사람들을 자꾸 동료로 끌어들인다. 이야기를 듣는, 책을 읽는 너의 입장은 무엇인가? 너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생각은 이렇다. 그렇다면 네 생각은 어떤가? 그것은 니체 자신의 물음이면서, 동시에 세계가 그 속에 살고 있는 인간들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네하마스는 해석을 강조하는 니체에 주목한다.(...)



>>>> 외국 원서를 직접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핑크나 네하마스의 것에 견줄 수 있는 책들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 것이다.

물론 이들 책에도 아쉬움은 있다. 핑크 책은 번역 문장들이 너무 예스럽고 오역이 제법 있는 편이다. 게다가 구하기까지 어려우니 누군가 재번역을 했으면 싶다. 네하마스 책은 영미 철학의 전통 때문인지, 지식의 상대주의와 절대주의 문제에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고, 그 입장도 다소 어정쩡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3. 고병권 <니체-천개의 눈, 천개의 길 (소명, 2001)


각 장이 주제별로 뚜렷이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각각의 개념들이 서로 깊은 연관을 맺고 있어 하나의 니체를 구성한다.(...)

저자의 색깔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으나, 그것을 감추기 위해 니체로부터 직접 인용의 형식을 많이 취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이 책에서 니체은 예수, 에피쿠로스, 스피노자, 맑스, 비트겐슈타인, 들뢰즈 등과 소통한다.(...)

"니체를 해석하는 일은 그를 재현하는 일이 아니다. 또한 그가 말하고자 했던 바, 그 진정성을 찾아내는 일도 아니다. 니체를 해석하는 일은 니체를 창조하는 일이다"




4. 박찬국 <해체와 창조의 철학자, 니체 (동녘, 2001)>


니체 원문의 맛을 느끼면서 그 해설을 듣고 싶으면 박찬국의 책을 보는 게 좋다.

박찬국은 니체의 책에서 뽑은 잠언들을 주제별로 묶어, 간략하면서도 꼭 필요한 해설들을 담고 있다.(...)

저자 말대로 그 동안 '니체 잠언록'이란 이름으로 여러 권의 책들이 나온 게 사실이지만, 대부분이 단순한 모음집이어서 독자들이 니체를 이해하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며, 심지어는 황당한 편견까지 조장해 온 게 사실이다.

책에 인용된 니체의 잠언들도 적절하지만, '오버'하지 않으면서 차분히 인정할 수 있는 사실들만을 기록한 점에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때문에 책은 무척 검소한 느낌을 준다.



5. 김상환 외 <니체가 뒤흔든 철학 100년 (민음사,2000)>


니체 사상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 그리고 그와 관련된 논쟁들의 지도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니체 사후 100년을 기념해서 나온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들은 또한 니체와 니체 해석자들에 대한 국내 연구자들의 이해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자신감 있는 어투다. 그 동안 우리는 니체의 사상이 어떤 것인지는 고사하고, 저자가 니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그런 작품들을 접해 왔던 것이다.




6. 성진기 외 <니체 이해의 새로운 지평,(철학과 현실사, 2000)


메뉴로 보면 <니체가 뒤흔든 철학 100년>보다 이 책이 훨씬 다양하다.(...)

저자들의 색깔은 <니체가 뒤흔든 철학 100년>보다 덜 두드러지고 문체도 전형적인 학술 논문투다.

하지만 제기된 문제들로 보면 이 책이 훨씬 풍성하다. 각 부마다 짤막하게 번역된 외국 저자들의 글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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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중요한 니체 해석가들의 글을 직접 읽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소개다.

특히 1960년대 이후 '새로운 니체'에 관해 알고 싶다면 하이데거, 들뢰즈, 푸코, 데리다 등의 글을 직접 읽어보는 게 좋다.

(무시무시한 이름들이 나오기 시작한다..그래도 명품들이 이들의 책에서 쏟아지는 것을 감안하면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7. 마르틴 하이데거(M.Heidegger) <니체> (김정현 옮김 <니체철학강의 I>, 이성과 현실사, 1991 / 박찬국 옮김 <니체와 니힐리즘>, 지성의샘, 1996)


하이데거 사상의 난해함이나 그 엄청난 분량을 생각하면 도저히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지만, 중요성을 놓고 보면 읽지 않으면 안 될 책이 분명하다. 하이데거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그리고 니체를 연구하든 하이데거를 연구하든,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에게 가르칠 것은 자기 극복의 강화가 아니라(니체의 말), 세계에 대한 감사와 경외심이라고 주장한다.



8. 질 들뢰즈(G.Deluze) <니체와 철학>(이경신 옮김, 민음사, 1998)


이 책은 고병권 작가가 가장 좋아하고 최고로 꼽는 책이다.

1962년 이 책이 출간되자 프랑스에서는 니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었을 정도다.

국내에는 <니체, 철학의 주사위(신범순,조영복 옮김. 인간사랑)>라는 제목으로 1993년에 번역, 소개되었고 1998년에 <니체와 철학>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번역되었다.

들뢰즈의 니체 해석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질적인 차이에 따른 힘의유형화다.(...)

둘째로 들뢰즈는 니체의 비판이 갖는 급진성을 부각시킨다. 그는 오성과 이성의 올바른 사용을 법정에 세웠던 칸트의 비판 기획과 법정 자체를 법정에 세우는 니체의 비판 기획을 대비시킨다.(...)

셋째로 들뢰즈는 니체의 사유를 헤겔의 사유, 특히 변증법과 대립시키고 있다.(...)

넷째로 들뢰즈는 차이의 긍정과 그 생산의 긍정 속에서, 들뢰즈 자신의 철학 개념인 '차이와 반복'을 발견해낸다.


9. 미셀푸코(M.Foucault) <니체, 계보학, 역사>(이광래, <미셀푸코>, 민음사, 1989)

알라딘에 검색해 보니 나오지 않는다.

니체의 계보학에 대한 설명으로는 짧은 논문, 이 글이 단연 뛰어나다.

푸코의 글을 통해 우리는 계보학자와 역사학자가 과거의 사실들을 다룸에 있어 얼마나 다른 태도를 견지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니체가 지식이나 도덕 감정의 '기원'을 파헤칠 때, 그는 그것들의 숭고한 기원을 밝히려는 게 아니다. 그는 그런게 없음을 밝히고자 한다.(...)

푸코의 니체는 니체의 여러 얼굴 중 내가 가장 전율하는 얼굴이다.




10. 자크 데리다(J.Derrida) <에쁘롱-니체의 문체들>(김다은,황순희 옮김, 동문선 1998)


'에쁘롱'이란 말은 '돛을 단 범선의 충각'이나 '박차'처럼 뽀죡하게 튀어나온 것을 의미한다. 문체(스타일)란 말 또한 뾰족한 펜 끝을 나타낸다.

데리다는 참 가볍고 경쾌하다. 무게로만 따지면 데리다의 지체가 제일 가벼워 보인다.

심각한 철학자는 쉽게 그의 놀림감이 될 것이다. 그중 '하이데거'가 딱 걸렸다.

데리다의 니체 해석은 하이데거를 겨냥한다.(...)

데리다의 에쁘롱은 <오늘날의 니체>에 기고되었던 논문인데, 1978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번역이 괜찮다고 <에쁘롱>이 쉽게 읽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상당한 집중력을 요한다.



11. 뤼드거 슈미트(R.Schmidt) & 코르드 슈프레켈젠(C.Spreckelsen) <쉽게 읽는 니이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김미기 옮김,이학사,1999)


이 책은 고병권의 책과 전체적으로 비슷한 구성을 하고 있다. 그리고 상당히 쉽게 쓰였다.(...)

이 책의 미덕은 확실히 니체에 관한 다른 어떤 책보다 쉽다는 것, 그리고 설명도 균형이 잡혀 안정감을 준다. 적은 분량에도 상당히 다양한 메뉴를 준비했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하지만 적은 분량에 많은 메뉴는 장점보다는 약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각각의 글들이 말 그대로 메뉴판에 실려 있는 설명 같은 느낌이 든다. 호흡이 짧은 것은 철학책을 읽는 게 서투른 독자들에겐 미덕임에 분명하지만 어쩐히 허전한 느낌이다. 짜라투스트라를 위한 '포켓용 콘사이스 사전'같다고나 할까. 용어설명 있고 용례 있고 하는 식으로.



12. 안네마리 피퍼(A.Pieper) <니이체의 짜라투스트라에 대한 철학적 해석>(정영도 옮김, 이문 출판사. 1996)


니체 생애에 대해서는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단점은 니체의 성장기에 지나치게 많은 지면을 할애한 점이다.



13. 니체 <이사람을 보라>


이 빨간책은 설명할 필요 없는 책일 것이다.

고병권은 니체의 생애와 관련해서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에 담겨있는 작품중에 <이 사람을 보라>가 바로 그것이다.

전기란 이렇게 써야 하지 않을까, 인물이나 작품의 배경 지식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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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을 하다보니, 소개된 책들의 면면이 대중적으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알고자 하는 독자들이 있게 마련이라, 이 글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

물론 고병권 작가의 책에서 발췌한 소개지만, 소개글만 대충 읽어보아도 니체를 어떻게 만나야 될지 감이 잡힐 것이다.

고병권 작가가 <도덕의 계보학>을 처음 접하고 감전된 것처럼, 나또한 고병권 작가의 책을 읽고 제대로 니체를 만난 듯한 느낌이다.

아마도 개인적으로 부동의 1위 도스토예프스키의 자리를 니체가 꿰차지 않을까.

선악, 신의 죽음, 영원회귀, 위버멘쉬(초인) 등의 주요한 개념들에 대해 정확하고 깊이 알지 못했던 예전에..항상 니체를 거론하기 두려웠었는데, 이젠 적어도 그 용어에 대해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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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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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 치누아루모구 아체베(Albert Chinualumogu Achebe) : 1930~2013(84세)

나이지리아에서 출생, 목사인 아버지가 영국 빅토리아 여왕 남편의 이름을 따 아들의 세례명을 앨버트라 함.



[치누아아체베의 5부작] 의 배경

1.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1958) : 영국이 나이지리아 지역에 본격적으로 침입해 오기 시작한 19세기 말

2. 신의 화살(1964) : 영국의 지배체제가 완전히 정착되고 기독교가 전통 종교를 무너뜨리는 1920년대

3. 평안과의 이별(1960) : 독립으로 나아가는 정권 이양기 동안 도덕적 해이에 직면하는 1950년대

4. 민중의 사람(1966) : 소망하던 독립을 이루고 민족국가를 세웠지만 이후 무질서와 정치적 부패가 만연한 1960년대 말

5. 사바나의 중심가(1987) : 혼돈과 좌절 그리고 정치적 불안정과 새롭게 다가오는 외세 속의 1980년대



>>>> 발췌(작품 해설)


p.251

영국이 노예무역에 머물던 단계를 지나, 직접 아프리카 내부로 들어가게 되는 것은 19세기 중반부터다. 영국에게 아프리카는 정복할 가치와 용이성이 있는 마지막 대륙이었고, 1841년부터 시작된 리빙스턴(David Livingston)의 선교 활동과 탐험은 결과적으로 그 선발대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p.252

1960년 나이지리아가 공식적 독립을 이룰 때까지 외세의 무력은 오랜 세월 지속해 온 토착 전통 체제를 산산이 부숴 버렸다.

(...)

이 소설이 발표된 1958년의 나이지리아는 이제 독립이 약속되고 정권 이양을 준비하는 기간이었다.

(...)

그는 자신들의 공동체와 전통이 서구에 의해 폭력적으로 해체되는 과정을 되돌아보고, 풍요로웠던 전통문화를 기억하면서 이에 내재된 정신을 새로운 국가 건설의 도덕적이자 문화적인 토대로 재설정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p.253~254

역사에서 보이듯 주인공 오콩코와 그의 우무오피아가 맞은 파국에는 서구 제국주의와 문화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아체베는 이 작품을 통해 주인공 개인의 책임과 그 개인을 둘러싼 사회와 문화가 져야 할 책임 또한 거론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개인 비극의 원인은 가장 크게는 정치사회적 변화, 특히 서구 제국주의에 있지만, 작가는 자신의 사회 문화가 갖는 한계와 약점을 지적하는 것 또한 바뜨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오늘의 상황에 대해 스스로의 책임이 상대적으로 큰 것은 아니지만, 이를 간과하지 않고 냉철한 눈길로 점검하는 것은 상당한 의의를 갖는다.



p. 257

사실 아체베 이전의 나이지리아, 나아가 아프리카는 스스로를 알리기보다는 항상 알려지는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더 많은 경우는 서양이 말하고자 하는 바의 단순한 배경에 지나지 않았다.(...)

아프리카를 가장 진지한 배경으로 사용한 영문학 작품으로는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과 케리의 <미스터 존슨> 등이 있다.

(...)

아체베가 이후에 분명히 밝힌 바와 같이 그는 콘래드가 어떻든 아프리카에 대해 우호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다는 일반적 평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p. 259

아체베는 작품의 제목들을 서구 문학 작품에서 빌려 오는 것에 서슴지 않는다. 이 작품의 제목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는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W.B.Yeats)의 시 <재림>에서 따왔다.(....) 아체베는 문학적 접촉과 교류에 있어 관용의 폭을 넓힐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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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보자.


-> 그(치안판사)는 많은 생각 끝에 이미 책의 제목을 정해 놓았다. "니제르 강 하류 원시 종족의 평정"


우무오피아란 마을에 영국의 선교사가 들어옴으로써 벌어지는 아프리카의 비극을 주인공 오콩코의 눈으로 그려내다가 

마지막에 지배자인 영국이 모든 스토리를 한줄로 못 박아 버렸다.

마치 조정래 선생이 <아리랑>에서 일제치하 농토를 빼앗겨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농민들이 직접 그 고통을 생생하게 그려냈는 상황을, 

역사책에는 "1910년대 토지조사사업" 한줄로 명명한 그 느낌처럼.


빼앗긴 자는 늘 빼앗은 자의 배경으로 남는다.

문학이나 예술이나 혹은 인간관계 모두에서 말이다.

그리고 빼앗긴 자의 분노는 그들의 체념만큼이나 적.막.하.다.

그리고 반드시 그 체념에는 부지불식간에 빼앗은 자의 폭력을 회피 또는 순응하게 됨으로써 정당화의 구실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실례로 4천년간 나라없이 떠돌던 쿠르드를 보면 알 것이고,

멀쩡한 자기네땅을 빼앗겨 핍박받는 팔레스타인을 보면 분명하다.

쿠르드는 터키와 이라크, 시리아와 이란에게는 그저 떠돌이 산악부족이고,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게 걸리적거리는 쓰레기일 뿐이다.

우린 그들의 이야기를 미국의 뉴스에서 듣고, 유력지 헤드라인에서 요약한다.

바로 우리가 한때 쿠르드였고 팔레스타인인 것을 모른체 말이다.


우리의 전통과 혼이 일제 치하에서 얼마나 산산이 부서졌는가를 알면, 

아프리카 문학을 대할 때 누구의 목소리를 들어야 되는가도 생각해 볼일이다.

그리고, 특정 민족에 속해 있는 한 작가가 객관적인 또는 중립적인 위치에서 집필하려는 그 노력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려운지를 안다면 

서구 제국주의가 아프리카의 파국적 상황에 대해 갖는 책임과 동시에 나이지리아 전통문화의 한계를 동시에 이야기하고자 한

치누아 아체베가 과연 '중용'의 칼날위에 서 있는지 그 균형감에 대해서는 독자가 판단할 몫이다.


막연히 선과 악으로만 읽어왔던 아프리카 문학, 

아름다운 자연으로만 보다가 질척한 밀림 속에 발을 내디딘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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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을 거의 다 모으다보니 예전처럼 책구입을 덜하는 편이다.

책을 살때 내 딸이 커서 읽기에도 세월의 타격을 받지 않고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 위주로 구입하다 보니, 

소장하고 있는 작품 대부분이 고전이다.

때론 신간을 사고 싶은 유혹도 있지만, 되도록이면 피한다. 

간혹 신간중에서 구미가 당기는 책은 전자책이나, 도서관에서 빌려본다. 

다 읽고 책장에 놔두면 왠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비싼 옷을 산 것처럼 저거..어떻게 처리해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기 때문이다.

책장에 꼽혀 있는 책만 다 읽기에도 버거운 판에 쏟아져 나오는 신간까지 손댈 순 없다는 마음도 한몫한다.

혹여 신간중에서도 굵직한 두께와 풍성한 깊이의 책이 나올 땐..그건 뭐..또 살 수 밖에 없다..빌려서 보기란 스트레스 받지 않은가.

이번에 구입한 12권의 책도 모두 중고책이다.

줄을 긋고, 정리를 해야만 온전히 그 책을 읽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순결한(?) 새 책보다는 중고책이 훨씬 맘편하기 때문이다.

뭐, 사실 형편이 안되는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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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9-10-19 1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책장 정말 볼 때 마다 좋아요~

북프리쿠키 2019-10-19 20:5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초딩님~
더 많은 책, 더 넓은 책장 욕심이 가끔 생기기도 하는데 딱 요 정도 채우고 사는게 적당한 것 같아요.
뒤적거리면서 연관된 책 문장들끼리 포스팅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박균호 2019-10-19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좋아하지만 절제를 하면서 한 권 한 권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보기도 좋고 닮고 싶고 그러네요.

레삭매냐 2019-10-19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것도 그렇지만 사는 것도
쉽지 않아지는 것 같습니다.

잘못(?) 구입한 책은 정말 처분하기
도 난감하더라구요.

저도 그래서 요즘엔 중고 위주로
사고 있답니다.

kanos5 2019-11-28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저랑 책구입하는 이유가 비슷해서 놀랐습니다 저도 초2학년 딸이랑 나중에 같이 읽고 토론하고 싶어서 고전 위주로 구입하고 있습니다 엄마 마음은 다 똑같은가 봐요ㅎㅎ 오늘 처음 방문인데 자주 오고 싶네요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