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프리모임(12월 1주차)

@ 참석자 : 쿠키,요물,타니아,앤

@ 장소 : 투썸플레이스 고성점

@ 책 

     - 이기적유전자

     - 죄와벌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여행의이유




가을 흔적을 조심스럽게 씻어내는 듯 차박차박 겨울비가 내린다.

연일 비를 뿌리고 나면 곧 모든 세상이 차가워지겠지.

생동은 정체를 거쳐 낙엽처럼 떨어지고 흩어진다.

계절처럼 인생 또한 번식과 죽음의 방대한 움직임이며 

우리의 삶 또한 본질적으로 과잉이며 낭비란 조르주 바타유의 글이 떠오른다.



동물들과 비교해볼 때 인간의 삶이란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내고, 움켜쥐고, 짜내며 서로를 못살게 구는 오만한 최상위 포식자일 뿐이다.
생각하는 머리를 떼놓고 육체만 바라봤을 때 우리가 소위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생명체보다 우월한 것이 뭐가 있을까? 그저 죽음의 낙엽속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한낱 단백질 덩어리인 것을. 
사람들 대부분이 인정하지 않는 사실 ˝죽음만이 곧 세상의 청춘˝이라는 명제에 대해서도 모든 생명체는 공평하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 초판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유전자로 알려진 이기적인 분자들을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된 로봇 운반자들이다" -28쪽


TV프로그램 [책 읽어드립니다] 에서 패널 중 한분이 이 문장을 읽고 허무감을 느꼈다고 이야기할 때 

밈(meme)이 등장한다.


즉,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은 맹목적으로 유전자가 하라는 대로 따르지 않고 유전자의 전제적 지배에 반역할 수 있지 않을까.

책에서는 그 실례로 우리의 뇌가 이기적 유전자에 배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정도로까지 진화했다고 하며, 피임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을 들었다.


"무엇보다도 도킨스는 인간의 특유한 문화속에 모방의 단위가 될 수 있는 문화적 전달자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고, 이 단위 개념을 밈(meme)이라고 정의하였다" - 6쪽



밈학(memetics)이 과연 진화론에서 가져다 쓸 수 있는 자연과학의 분야인가를 두고 김상욱 교수는 '가치'를 전제로 하는 영역은 '사회과학"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설파하며 장대익 교수의 밈 옹호에 대해 설전을 벌인다. 

또한, 이기적 유전자에서 도킨스가 모든 생명체는 단순히 이기적 유전자를 전달하는 생존로봇기계라는 대전제로 논지를 끌고 가다 

후반부에 반전의 카드 밈(meme)으로  급히 방향선회하여 철학까지 버무리는 우를 범했다고 말한다.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취지는 비슷할 것이라 생각됨)

이 논쟁은 꽤나 오랫동안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보기 바란다.



돌이켜 보건대 내가 이 책을 처음으로 집어들은 것은 아마 2년전쯤으로 기억된다.

유명한 책이라 소장하고 있었지만, 의무감으로 초중반부를 읽어 나가며 든 생각은 

꽤나 딱딱하고 재미없는 생물교과서 같았다.

하지만, [책 읽어드립니다] 방송을 보고 나서 읽는 이 책은 예전의 그 책이 아니었다.

공부와 독서는, 닮아있지만 또 다른 이란성 쌍생아다. 

닮은 점은 문학 분야를 제외한 책들은, 특히나 전문 내용이 담긴 책들은 예습이 중요한 것 같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머리나 뒷받침, 성실성이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흥미'를 유발하고 '흥미'를 지속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꽤나 중요하듯이 

독서도 해설이나 격 있는 교양프로그램에서 미리 접하면 책 읽기가 훨씬 수월하다.

다른 점은, 공부는 정해진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고, 독서는 정해진 답에 의문을 제기하며 방황하는 과정이다.



이 책은 사실 좀 어렵다. (더군다나 문과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쓰는 것도 능력이지만, 

어려운 용어나 학설에 담긴  본연의 정의를 다치지 않게 ‘어렵게 상세히 풀어내는 것‘도 훌륭한 글임을 또 한번 깨닫는다.
중, 후반부를 읽는 중이지만 별 다섯개는 이미 픽스 중이다. 

과학도 예술이 될 수도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며 

12월 첫주를 소중한 북프리회원님과 함께 한다.


































































한편, 생존기계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유전자라는 이기적 존재에 의해 지배되며, 이 유전자라는 존재가 장래를 예견하거나 종 전체의 행복을 걱정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전제다.-200쪽

복지국가란 지금까지 동물계에 나타난 이타적 시스템 중 아마도 가장 위해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이타적 시스템도 본질적으로 불안정하다. 그것은 그 시스템을 착취할 만반의 준비를 갖춘 이기적 개체에게 남용당할 여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키울 수 있는 것 이상의 아이를 낳은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 무지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므로, 그들이 의식적으로 악용을 꾀한다고 보긴 어렵다. -209쪽

윈-에드워즈 입장에서 보면, 집단의 번영을 꾀하는 데 있어 낙오자들의 역할은 무대 옆에 대기하는 대역과 같다. 집단 번식의 주요무대에서 영역 소유자 중 누군가가 쓰러지면 즉시 그 놈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런 낙오자들의 행동도 순수하게 이기적 개체로서 가장 좋은 전략일지 모른다. 제4장에서 말한 대로 우리는 동물을 도박꾼으로 볼 수 있다. 도박꾼으로서 가끔은 공격 전략이 아닌 관망 전략이 최상의 전략일지도 모른다. -211쪽

개체가 자기가 추정한 개체군 밀도를 근거로 자신의 한배 알 수를 감소시키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는 순간, 그것은 곧 실제의 밀도가 어떻든 경쟁자에 대해서는 개체군이 굉장히 큰 것처럼 꾸미는것이 개개의 이기적 개체에게는 유리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예컨대 찌르레기의 예에서, 가령 겨울 잠무리가 얼마나 시끄러운지가 개체군의 크기를 추정하는 수단이라면 개개의 개체는 있는 힘을 다하여 소리를 크게 지를 것이다. 한 마리가 아닌 두 마리가 있는 것처럼 큰 소리를 내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동물 몇마리가 마치 몇 마리의 개체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견해는 크렙스가 찌르레기가 아닌 다른 경우에 대해서 시사했던 것이다. 그는 프랑스 외인부대가 이와 같은 전술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는 소설 이름을 따서 거기에 Beau Geste(아름다운 몸짓-옮긴이)효과라는 명칭을 붙였다.-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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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1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01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01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01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12-01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 독서 모임 했을 때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어요. 그 때도 책이 어려웠고, 모임 당시에 어떤 대화가 진행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

투썸플레이스 고성점이라면 ‘서재를 탐하다’ 책방에서 멀지 않은 곳이네요. 투썸플레이스에 나와서 달성초등학교가 있는 거리 쪽으로 건너가면 책방이 있어요. 비록 책방 독서모임이 있는 날은 평일이지만, 책방에서 가까운 곳에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요. ㅎㅎㅎㅎ

북프리쿠키 2019-12-02 13:21   좋아요 0 | URL
용어 자체가 어렵다기보다 문장 해석이 어려운 부분이 간혹 나오더군요ㅎ 저도 아마 훗날 까맣게 잊을 것 같습니다.
서재를 탐하다가 그렇게 가까이 있다니 신기하고 반갑네요.
역시 대구바닥은 좁은가봐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