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
마민지 지음 / 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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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감독인 마민지 작가의 개인적인 가족사를 다룬 책입니다.

울산에서 상경한 작가의 부모가 서울에서 강남 ‘도시개발’시대를 맞아 ‘집장사’를 시작해 돈을 벌고, 부동산 투자를 잘못해 중산층에서 빈곤충으로 떨어지고 그럼에도 부동산에 대한 믿음을 버릴 수 없는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들려줍니다.

독립영화감독으로 감독의 개인사에 대한 다큐 <버블 패밀리,2018>을 만들었던 감독이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K-장녀이자 IMF키드로서 한국경제발전사에 중대한 변곡점이었던 강남개발과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한 가족에 미친 영향을 솔직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누구나 겪었으나 속시원히 할 수없는 이야기를 풀어놓은 겁니다.

강남의 도시개발에 대한 여러 책들이 주로 관료출신이거나 건축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설명한 공적인 역사라면 이 책은 서울에서 벌어진 강남 도시계획과 그 이면에서 벌어진 일확천금의 기회를 누가 얻었고 누가 잃었는지를 저자 가족의 개인사를 통해 드러냅니다.

상경한 울산출신 집장사였던 저자의 부모처럼 서울에는 당시 수많은 집장사들이 다세대주택을 짓고 팔아 가족들을 먹여 살렸을 겁니다. 은연 중 작가는 한국의 도시개발 초기인 1970년대 말까지도 주택건설에 대한 구체적 제도적인 기반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자격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집장사가 될수 있었던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촌향도(離村向都)로 인구가 폭증하고 있던 서울에 주택난은 큰 문제였으며 아마 서울시 당국도 정부도 가용한 모든 수단을 다 사용하려고 했을 것이고 주택공사가 커버하지 못하는 소규모 주택건설에는 돈이 없는 서민들에게도 기회가 생겼을 겁니다.

1988년 이후 최대규모의 부동산 투자에 올인했던 저자의 아버지는 하지만 바뀐 경제환경을 인지하지 못한체 하던 방식대로 사업을 진행해 실패를 맛보게 되고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로 결정타를 맞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저자의 부모들에게 두번의 기회는 찿아오지 않습니다.

말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 ‘불패’의 신화를 갱신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일확천금’의 기회란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 한번 찿아온 기회로 앞으로 이런 기회가 찿아오길 바라는 건 비현실적인 전망이라는 걸 역설적으로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의 용어로 말한다면, 매우 일어나기 힘든 경우가 일어난 경우, 블랙스완( black swan)의 경우가 바로 1980년대의 강남개발이라고 봅니다. 정상적인 경제, 그리고 아미 인프라가 포화상태인 수도권에서라면 부동산에서 더더욱 일확천금의 기회를 잡기는 불가능하겠죠. 아무것도 없었던 개발초기에나 가능했던 일이죠.

책의 성격을 좀 더 살펴서 정리하자면
이책은 저자 부모님의 가족생애사이자 송파구지역의 도시개발의 이면사이고, 어떻게 강남의 부동산 불패신화가 생겨났는지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이기도 합니다.

독립영화감독이고, 특히 부모님의 과거 부동산 사업을 추적하는 와중에 서울의 도시개발사에 대한 기존 연구를 통한 검증이나 당시 언론 지면을 통한 확인작업은 지나간 세대인 부모님의 생활 괘적이 어떻게 한국의 사회발전과 맞물려 있는지 보여주는 미시사의 좋은 예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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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이야기 6 - 제자백가의 위대한 논쟁 춘추전국이야기 6
공원국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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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공원국작가의 ‘춘추전국이야기’ 시리즈를 보았습니다. 시리즈 책을 잘 읽지 않는데 여러 사정으로 근 2년만에 다시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전국시대 중국대륙의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나라를 잘다스리기 위한 통치방법에 대해 유세(遊說)하던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의 주장들을 공작가의 시각에서 엮은 책으로 작가 스스로 이 책은 전체시리즈의 ‘별책’에 해당한다고 머리말에 언급했습니다.

중국의 고대 정치철학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중국 고대의 왕들이 어떻게 하면 나라를 잘 다스리고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지애 대해 저자의 사회로 각 사상가들이 문답을 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책입니다.

따라서 국가(國家)와 통치자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필연적으로 따라 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중국의 정치사상의 관점에서 본 국가론의 개설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같은 사기 서양을 대표하는 정치철학자인 플라톤의 <국가>와 <법률>을 인용하고 대화의 주체에 끌어들여 국가론의 논의를 더 풍부하게 했습니다.

이 책은 공자의 <논어>가 저변에서 인용되고 있지만 주로 맹자(孟子), 순자(荀子), 묵자(墨子), 한비자(韓非子),장자(莊子)등 사상가들의 논쟁 위주이고 에필로그에서 손자(孫子)와 오자(吳子)에 대한 논의가 있습니다.

끝으로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정리한 ‘철학과 실용학문의 관계’를 언급하고자 합니다.

세상이 온통 인공지능(AI)과 일자리가 사라지는 우려에 대한 언설로 넘쳐나고, 살길을 어떻게 찿을지 우왕좌왕하는 와중인 이 때 ‘고리타분하게’ 철학이라니 하고 황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철학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철학이 없다면 분석도 불가능하다. 철학이 없다면 전선에서 강령을 세우지 못하고, 강령이 서지 않으면 전략을 펼 수 없고, 전략이 펼쳐지지 않으면 전술이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다 (p300).

철학과 전쟁의 관계를 명료하게 정리했습니다.

‘철학‘이 없어 ’정치‘의 부재(不在)를 촉진시킨 무능한 검찰독재정부를 눈 앞에서 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철학 부재의 위험성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철학이 부재한 고위관료 출신들이 국가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는 진단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책임을 저 본적 없는 이들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와 국가를 사유화하고 있다고 봅니다.

즉, 현재 한국사회는 국가가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정부가 역할을 방기(放棄) 한체 국민들에게 각자도생을 강요당하는참혹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와 경제에 모두 무지한 대통령은 권한을 남용하면서 자신의 의견과 반하는 의견을 가진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습니다.

보수의 원류인 유가의 입장에서 봐도, 그리고 부국강병을 최우선으로 하는 병가의 입장에서 봐도 현 한국정부의 극단적인 무능은 이미 인내의 한계를 넘은지 오래입니다.

현대 한국사회와 관련해서 플라톤의 4가지 정치체제 중 한국은 지금 참주제(僭主制; Tyranny)와 가장 유사한 형태를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인민의 보호자로 등장한 참주는 적수를 모조리 때려눕히고 국가의 조정자가 됩니다. 그 주변의 현명한 자, 용감한 자, 부유한 자를 모조리 제거합니다. (pp320-321, 일부 표현을 문맥에 맞게 조정)

정적을 ‘수사’라는 무기로 묶어놓고 국회를 무력화시키고, 현명한 조언자들을 내치고 고집을 버리는 무능한 현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모습에서 ‘참주제’의 모습을 보는 건 괴로운 일입니다. 정치의 ‘퇴행(退行)‘을 눈앞에서 보게 되다니 말이죠.

플라톤이 ’철학자‘만이 군주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한 주장은 수천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용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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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의 진보적 학자 두 사람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전후(戰後)를 대상으로 대담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전후 일본의 제2차세계대전의 패전에 대한 부인과 미일관개 그리고 일본과 아시아 나라들과의 관계에 대한 두 사람의 의견을 주고받는 형식입니다.

300쪽 가까운 분량으로 책은 작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고 일본의 부류 정치세역인 자민당의원들은 물론 일본의 극우세력들이 부인하고 싶어하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물론 친일 극우 성향인 한국의 현재 검찰독재 정부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은 사실과 의견들입니다. 현재 한국정부의 역사인식은 대체로 뉴라이트세력과 일치하고 저는 뉴라이트가 기본적으로 한국의 근현대사를 일제의 입장에 우호적으로 ‘왜곡’해서 본인들이 ‘믿고 싶어하는’ 것만 말하기 때문에 별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합리성이 결여된 맹목적인 신앙의 모습입니다.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런 역사왜곡과 부인의 태도는 일본의 자민당 주류세력과 그 후손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입장과 소름끼칠정도로 닮았습니다.

더 논의를 진행하기 전에 이책이 출판된 시점과 현재(2024년 3월)을 지적해야 합니다.

구 저자가 대담을 한후 일본에서 책이 출판된 시점은 2015년(약 10여년 전)이고, 한국에 번역된 해가 2019년입니다.

이후 세계는 중요한 두가지 전기를 맞습니다. 2020년부터 전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을 거쳤고, 이후 미국의 중국고립정책이 시작되었고, 미소간의 적대관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심화되었으며,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까지 발발했습니다. 그리고 아베 총리도 얼마전 선거 유세도중 암살당했습니다.

한국의 친일 검찰독재정부도 일본의 전쟁책임을 덮어두고 스스로 대일관계를 주종관계로 만들어가고 있고 멀쩡하게 잘지내던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망치고 있습니다.

이런 최근의 국제정세의 흐름을 이 책은 전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2015년 시점에서 최선의 분석을 할 뿐입니다. 따라서 위에서 말한 맥락을 고려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소름이 끼쳤던 것은 2024년 현재 한국의 위정자들의 행태와 이 책에서 나오는 일본 정치가들의 한태가 너무 닮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패전하고 한국이 해방된 지 70여년이 지났지만 일제의 악영향이 남긴 후유증이 새삼 너무 크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흔적을 남기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미국의 점령정책이었다는 점입니다. 아마 마주하기 싫겠지만 이건 이미 역사적으로 드러난 사실입니다.

미국의 국익만을 생각하는 미국정부는 제2차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일본과 그 식민지인 조선에 일제에 부역했던 친알파( 조선)와 전쟁범죄에 책임을 진 일본의 지도자들을 정령통치의 편의를 위해 그대로 전쟁중과 마찬가지로 유지합니다. 제국일본의 옥쇄투쟁을 막고 미군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존쟁챡임이 있는 천황을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태평양지역의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고 당시 소련의 태평양진출을 봉쇄(containment)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미국은 이를 위해 일차적으로 중국댜륙을 공산주의의 방어선으로 생각하고 공작을 추진하다 마오쩌뚱이 중국을 공산화하자 봉쇄선을 한반도의 38도선으로 소련과 합의한 후 한반도 분단의 원인을 제공합니다.

소련은 미국과 양타회담에서의 합의에 따라 대일전애 참전하며 중국의 만주 사할린 쿠일열도를 침공하면서 북한의 청진지역에 들어와 이후 북한 전력에 소련점령을 실시합니다.

한국에서 친일파 정치인들이 권력을 잡는 경로와 일본에서 전쟁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이 친미파가 되면서 사실상 미국의 종속국가가 되는 경로는 사실상 거의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천황의 전쟁책임도 자신들의 전쟁책임도 부인하는 일본의 주류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연합국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졌다는 ‘ 패전(敗戰)’이라는 용어대신 ‘종전(終戰)‘이라는 용어를 써서 자신들의 전쟁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일본은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두발의 원폭을 맞고 연합국( 미국)애 무조건 항복( unconditional surrender)을 했습니다. 일본은 미국에게 전쟁중과 같은 절대적인 천황의 통치권(sovereignty) 유지를 가지고 협상했지만 무시당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전황가의 보전만를 내걸고 미국과 협상햇고, 일본의 극단적 저항을 우려한 미국의 일본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무조건 항복과 천황제 유지가 관철된거죠.

따라서 두 저자는 일본은 사실상 미국의 속국이며 천황의 자리를 미국이 대체한 상태이며 ‘패전의 부인’이 전후일본 성립의 조건이라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일본의 대미종속상태가 지속되는데도 일본 정치가들이 일본을 독립국이니 주권국가니 주장하는 건 병리적(病理的) 증상이라고까지 진단했습니다. 심리적으로 매우 분열적인 상태라고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했으면 하는 몇가지를 정리합니다.

우선 두 저자 중 시라이 사토시(白井聡)는 제가 일전에 읽었던 <영속패전론(永続敗戦論),이숲,2017>의 저자입니다.
일본이 패전을 부인하는 이유와 전후에 살아남은 일본제꾹주의자들이 미국에 어떻게 종속관계를 유지하면서 권력을 유지하는가, 일본이 어떻게 미국의 종속국가가 되었는지에 대해 쓴 책입니다. 사실상 이 대담의 계기가 된 책이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즉 일본은 왜 자신들이 전쟁에서 졌는지 원인파악과 평가도 하지 못한체 패전의 경험을 정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은폐(隱蔽)하려 했고 미국의 종속국이면서 주권국가행세를 하는 자기기만을 해왔다는 겁니다(p21). 시라이 사토시가 이를 ‘이상히 여기고’ 책을 썼다고 합니다.

여기서 ‘상식은 단순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시라이 사토시가 이상하게 여기고 이해가 되지 않아 전후 일본을 되돌아봤는데 거기는 전쟁책임이 있는데도 지지 않고 처벌받지 않은채 미국에 종속된치 권력을 유지하던 제국주의자들이 있어서 그렇다는 것이죠. 이중적이고 설명이 되지 않는 몰상식한 상황이 계속되니 일본이라는 국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겁니다. 그런가운데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이 있었지만 ‘이상한’일본의 국가채제는 작동이 되지 않고 있었다는 겁니다.

두번째는 불문학자인 우치다 다쓰루(内田樹)가 이야기한 프랑스 비시(Vichy)정부에 대한 평가입니다. 이 학자는 나찌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의 친나찌 정부인 비시정부하의 프랑스는 사실상 제2차세계대전의 패전국임에도 사실을 은폐한체 이 전장의 ‘전승국’행세를 해왔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프랑스 현지에서 비시정부의 나찌부역에 대한 연구가 미미하며 대부분 외국연구자들이 파해친 것이라고 합니다. 프랑스 역시 나찌에 부역한 고위인사들이 이후 드 골 정부에 참여했고, 이후 이들의 나찌부역 사실은 언급조차 금기시되었다는 겁니다. 우치다 다쓰루에 의하면 비시프랑스의 친나찌 정권이나 미국 정령하에서 전쟁책임이 있는 일본정부나 구성이나 향태 자채가 본질적으로 같다는 겁니다. 민주주의의 발상지를 자처하는 프랑스의 어두운 일면입니다.

또한 우치다 다쓰루는 일본과 프랑스의 이런 공통된 과거 미청산의 유산이 제2차세계대전의 전쟁 유경험자가 죽고 당시의 나찌와 제국일본의 만행을 지켜본 목격자들이 사라지면서 일본에서는 천황의 통치권 부활을 주장하거나, 극우적이고 반민주적이며 나찌에 동조하는 과격한 인종주의자들이 프랑스에서 나타나게 된 경위라는 겁니다. 두 나라 모두 부역자들은 전쟁에서 지게되자 자신들의 부역의 증거를 폐기했으나 목격자마저 없앨 수는 없어 침묵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기때문이라는 겁니다.

끝으로 얼마전 읽은 <종전의 설계자들, 메디치 미디어,2019>을 언급하려 합니다. 재미 러시아사학자인 저자 하세가와 츠요시 (長谷川毅)는 일본의 패망원인을 종래의 주장대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때문이 아니라 1945년 8월부터 시작된 소련의 대일전쟁 참전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대담을 읽은 후 하세가와 교수의 주장이 일본과 우호적인 미국에 대한 원폭투하에 대한 책임을 희석시키고 독재저로 알려진 소련의 스탈린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의도가 있지 않은지 의심이 됩니다.

사실 미국이 독일과 일본 한국에 ‘전략폭격(strategic bombing)이라고 하면서 만간인 거주지역에 어마어마한 폭탄을 퍼부었고 논란이 많은 공격방식인데도 별 말도 없고 관심도 갖지 않습니다. 독일의 드레스덴, 일본의 도쿄 폭격이 대표적입니다. 미국은 한국전쟁이전에도 일제의 병참기지가 있던 한반도에도 폭격을 한 것으로 압니다. 원폭은 물론 이런 전략폭격의 연장선에서 나온 공격방식이라고 추정합니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에서 진 소련이 사할린을 되찿고 태평양으로 나갈 수 있는 전략상의 이점이 있어 소련의 스탈린이 무리하게 유럽전선에 있던 적군을 아시아전선으로 옮겨 일본과 전쟁을 치렀지만 아무튼 저자의 주장이 개운한 느낌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일본의 전후정치사에 대한 책인데도 현재 한국의 검찰독재정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것 같아 너무 놀렀습니다. 한국정부내 고위인사들의 친일적 향태와 자민당내 아베정부 고위인사들의 행태 그리고 거슬로 미 군정하의 일본 정치가들의 행태의 유사성에 놀랐습니다.

2019년 출판된 책이 현재 절판된 건 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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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덕 작가는 임진왜란을 전공하신 문헌학자이신데 몇년전부터 도시관련 답사기를 출간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유튜브 삼프로티비에서 도시관련 방송을 몇번 본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전에 내신 임진왜란 관련서적과 도시답사 관련 서적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내용은 추후 이야기하기로 하겠습니다.

이 책은 2024년 1월 출간된 작가의 최신간입니다. 임장(臨場)이라는 일본식 한자어를 이책 제목에서 처음 보았는데 그 의미가 ’현장에 임하다‘ 즉 답사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이 책은 한국의 중요 3대 메가시티와 소권역을 저자가 답사해 미래를 예측한 책입니다.

몇가지 이전 저작과 달라진 점을 우선 말하고자 합니다.

저자가 현재 알려진 정보와 답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 것으로 과거 저작에서 보여준 역사적 기원에 대한 언급이나 과거에 대한 언급이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두가지 예측이 가능한데 일단 좀더 대중적인 목적으로 쓰여졌다는 점과 역사적 인문지리적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의 공간에 대한 가치가 중점이 된 것이 책의 서술방향을 정하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두번째 남한 전역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전작에 비해 피상적으로 보입니다. 시간적인 측면에서 일본측 자료를 통해 접근하던 식민지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 지역의 발달초기 모습 등에 대한 설명이 많이 약화된 걸로 보입니다. 저지의 강점이 잘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공간적인 측면에서도 남한 전체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서술의 밀도가 낮아지고 깊이가 없어졌습니다.

한국의 도시개발계획과 산업화 경제개발을 흔히 박정희때부터 보는데 그 뿌리가 일제시대부터 이어졌다는 역사적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몇 안되는 도시답사가라고 생각했는데 특유의 관점이 이 책에서 많이 없어진 걸로 보입니다.

하지만 역사학자이자 문헌학자인 저자의 시각이 사라진 건 아니고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는 경향은 알 수 있습니다. 각 장에 달린 미주에 보면 수많은 언론사 기사가 나옵니다. 도시계획에 대한 일차문헌이나 좀더 전문적인 자료가 인용되면 논의가 좀더 정밀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저자가 삼프로타비에 출연한 이후 두번째 나온 책인데 아무튼 저자 입장에선 대중독자를 위해 노력한 책으로 보입니다.

저자께서 삼프로 티비 출연 이후 처음 나온 책은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2022>인데 이 책은 어떤지 추후 글을 올릴 예정입니다.

저자의 도시답사기 중 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은 서울선언 시리즈 첫번째 책입니다.

서울선언 ,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2018)

서울의 서민들의 살림집을 주로 살피면서 일제시대의 도시계획이 남긴 현대 서울의 흔적을 일제가 만든 경성지도와 일제시대와 현대 남한 군사정권의 연속성을 확인하면서 현재 서울에 남겨진 일제의 흔적을 찿아가는 여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관료들이 일제를 지운 체 조선의 지배층 건물들만을 중시한다는 관점을 보여준다는 것과 일제 당시 서울을 덥쳤던 ‘을축년 대홍수(1925)’ 에 대한 기록을 소개한 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강남을 개발한 영동개발계획이전 일제가 사대문 밖에 세운 이촌동과 휴양지로 만들었던 노량진 지역 그리고 공업지역으로 개발한 영등포 지역에 대한 설명도 매우 인상적으로 기억합니다. 잊고 있지만 사실상 최초의 서울근교의 신도시 개발이었습니다.

문헌학 연구와 함께 도시답사를 오래다녔던 저자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고 그 이후 나온 저자의 도시관련 책을 읽었던 계기가 된 책이기도 합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메가시티에 대한 개념은 <대서울의 길,2021> 에서 처음 소개한 걸로 기억합니다. 서울이라는 지역이 단지 행정적 경계를 뛰어넘어 서울과 강원 일부까지 포함하는 생활권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이책에서도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핵심입니다.

이책에서 정치인과 행정가들이 도시공간에 대해 바라보는 관점과 다른 선으로 연결된 인접지역과의 교류여부를 중요하게 봅니다.

끝으로 이책의 구성을 살피면 본문 총 13장에 459쪽에 이르는 책으로 저자가 생각하는 3대 메가시티 권력과. 지역별 소권역을 중심으로 설명되고 인구와 교통의 측면에서 해당도시와 도시의 미래를 예측합니다.

단순한 지역별 부동산 투자유망지 예측을 원한다면 다른 책을 보시는 게 나을 겁니다. 이 책은 저자의 답사와 언론의 보도 그리고 과거의 도시계획 등에 근거한 지극히 상식적인 예측을 할 뿐입니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담백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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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미국인으로 러시아사를 공부한 저자가 일본이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하게되는 과정을 미국과 소련의 패권다툼과정으로 설명한 책입니다.

제2차세계대전, 특히 아시아 태평양 전쟁( Asia Pacific War)의 종전과정을 연구한 국제정치사입니다.

본문이 보론포함 총 628쪽에 달하는 책으로 일본출신 러시아사 연구자답게 미국 일본 러시아의 일차사료를 인용해 논지를 전개합니다.

논지는 간단명료합니다.

일본이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을 한 이유는 통상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두발의 원자폭탄 때문이라는 것이 이제까지의 설명이었습니다. 연합국은 1945년 7월 열린 포츠담 회담( Potsdam Conference)에서 일본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고, 원폭을 맞은 일본이 결국 무조건 항복하게 되었다는 설명이죠.

하지만 저자는 연합국이 포츠덤에서 요구한 무조건 항복을 천황의 통치권을 의미하는 국체(國體)를 수호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거부하고 조건부 항복을 요구했고 원폭을 맞은 이후에도 종전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소련의 극동전선 참전 ( 만주와 랴오뚱 반도 침공, 사할린과 쿠릴열도 침공 및 홋카이도 침공계획)이 일본이 무조건 항복에 계기( momentum)를 제공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제국주의 일본의 무조건 항복( unconditional surrender)는 조선의 식민지해방과 관련이 있기때문에 한국현대사에서도 끊임없이 논의되고 재해석되는 주제이기도 하지만 논의 자체를 한반도에 좁혀서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의 독립은 분명 제2차세계대전 종전과 관련되어 발생했고 국제정치와 외교 전반에 걸친 맥락( context)를 이해하지 못하면 편협해지거나 반쪽짜리 이해가 될 수 있습니다.

일본의 항복에 앞서 유럽전선에서 나찌 독일이 먼저 항복을 했고, 미국 영국 중국 소련 등 열강은 이미 패전한 독일을 분할점령하고 통치하려 했다는 선례가 있었다는 걸 간과하면 안됩니다.

거기에다 소련은 결국 나찌 독일을 패전으로 이끈 독소전쟁를 이끌었고 그 유럽전장에서 싸웠던 적군 ( Red Army) 지휘관들이 만주와 일본을 공격했다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스탈린은 얄타에서 연합국이 약속한 다렌항의 실질적 점유를 위해 그리고 러일전쟁에서 일본에 뺐겼던 사할린을 되첯기 위해 1945년 8월 아시아전선에 참전합니다.

위의 세가지 선행조건( pre condition)때문에 소련은 미국과 일본을 분할점령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고, 사할린과 쿠릴열도 점령 후 홋카이도에 진격하려 했습니다. 연합국이 유럽전선에서 독일을 분할점령한 선례가 있는데다가 독소전쟁에서 가장 큰 인명피해를 본 소련이어서 소련이 생각한 일본의 분할점령은 그 연장선에서 일관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소련군의 만주진격이 부담스러웠고 중국공산당과 협력하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에 소련의 일본 분할점령구상을 거부하게됩니다.

조선의 해방이후 소련군이 현재 북한지역인 청진 등으로 미군보다 먼저 진주하게 되는 이유도 소련군의 만주침공이라는 관점에서 보아야 할 사항입니다. 미국과 38도선을 경계로 선을 분할점령하기로 합의한 후 소련은 관동군의 퇴로를 막기 위해서라도 북조선 점령이 불가피했던 겁니다.

그리고 미국은 소련이 조선의 남쪽으로 진격하지 않을까 매우 불안했습니다.

미국의 트루먼과 소련의 스탈린은 아시아전선에서의 종전을 둘러싸고 서로 각축을 벌였고, 미국은 독일에서와 달리 일본을 미국 홀로 단독점령하기를 바랬고 실제로 그대로 되었습니다. 일본이 미소 양국간 분할점령될 수 있었는데도 조선이 분할점령된 이유는 결국 미국 정책당국의 의지 때문인 것이었습니다.

독일의 분할점령과정은 다시 살펴봐야하겠지만 미국이 소련과 여러면에서 갈등을 빚지 않았나 추정합니다. 그리고 독소전쟁이후 소련이 동유럽 국가들을 영향권에 넣어 위성국가로 만든 것도 영향이 있었을 겁니다.

미국은 일본을 점령하면서 전쟁책임이 있는 히로히토 천황의 지위를 유지시키고 그를 폐위시키지 않았습니다. 일본 본토탈환작전을 세우면서 일본군이 오키나와와 이오지마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달려드는 경험을 해서 천황의 폐위를 너무 큰 위험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천황을 전범으로 처벌해야한다는 미국의 여론이 비등했는데도 내려진 결정이었습니다.

1945년의 역사를 복기하는 건 불편하지만 2024년 현재의 한국과 북한의 기원이기때문에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국일본의 내각과 관료제가 얼마나 더 유유부단하고 종전을 미루었던 경과를 보면서 이미 일본이라는 나라의 비효율성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원폭을 맞고도 천황의 통치권을 부르짖고, 법률의 합법성을 따지는 전근대적 충성과 조직의 경직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합리적으로 보여도 국민의 목숨을 하찮게 여긴다는 점에서 매우 야만적입니다.

옥쇄(玉碎)를 각오하고 무모하게 전쟁을 계속하려던 군국주의 일본 육군을 내각은 전혀 통제하지 못했고 관료제의 기제하에 결정을 미루던 내각은 결국 히로히토 천황에게 종전의 결단을 요청합니다.

무모함과 비효율은 현재 일본 조직을 대표하는 특징이라고 보고 있고 이 책을 통해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체론으로 설명되는 일본의 천황제에 대해 언급하려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본의 패전 이전의 천황제는 신정일치 정치제도로 전혀 근대적인 제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매우 원시적이고 고루합니다( archaic). 1945년 9월 패전 이전까지일본인들은 천황을 현인신(現人神), 즉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 신으로 여겼습니다. 일본의 전후는 신이었던 천황이 인간이 된 시기이기도 합니다. 서구의 어느국가도 전근대시기 왕이 신의 은총을 받고 신권을 행사한다고 생각했지 왕을 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낡은 개념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메이지 시대 이런 국가의 체계를 만든게 조선초대통감이자 일본 초대총리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입니다. 애초 근대적 민주주의와 관계가 없는 절대왕권주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봉건적인 제후국들의 느슨한 연합체였던 에도막부가 명실상부한 신정일치 철대왕조국가가 되도록 개조한 정치인일 뿐입니다.

따라서 패전이전의 천황제 즉 메이지헌법하의 천황제로 회귀를 주장하는 전범의 후손 출신 일본의 국우정치가들의 국가 인식방식도 지극히 전근대적이고 고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서구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일본의 신정잂치정치체제눈 중동의 강국 이란의 신정일치정치체제와 매우 유사합니다. 따라서 일본의 정치체제가 근대적이고 서구적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일본 의회에 아직도 메이지유신 당시의 정치 지도자의 자제들이 대를 이어 정치를 거의 세습적으로 하고 있고 상당수 전범의 후손들이 정치를 대대로 하고 있는 걸 보면 껍데기만 민주주의일뿐 사회 자체가 전근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2006년 미국에서 영어판으로 발표되고 이후 일본에서 일어판으로 새로 쓰여졌습니다.

Hasegawa Tsuyoshi, Racing the Enemy (Harvard University Press,2006)

또 한가지, 이책은 2023년 출간된 이화여대 정병준 교수님의 신간 <1945년 해방직후사>의 참고문헌 중 하나입니다. 이 책의 국제정치적 배경이라고 보아도 무방한 책입니다.

정병준, 1945년 해방직후사 ( 돌배게,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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