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척하면 됩니다 읽어본다
김유리.김슬기 지음 / 난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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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척하면 됩니다>는 매일경제 문화부 기자인 남편 김슬기와 예스24 MD인 아내 김유리가 6개월 동안 매일 책을 읽고 함께 쓴 독서 일기를 엮은 책이다. '한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책을 많이 읽을 수밖에 없는 부부'답게 '읽어본다' 시리즈 전체 중에 언급된 책의 분야나 장르가 가장 다양하다. 김슬기가 경제지 기자인 관계로 경제경영서에 관한 글이 제법 많이 실렸다. 


'읽어본다' 시리즈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책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업무나 일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업무상 일주일에 적으면 30권 정도, 많으면 60여 권의 문학 책을 만난다', '어제는 김애란 작가의 5년 만의 단편소설 예약 판매를 열었다', '노벨문학상 기사를 5년째 쓰고 있다', '북 섹션의 커버스토리로 다룰 책으로 880쪽의 문제작을 골랐다' 같은 문장은 다른 책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와 이메일 인터뷰를 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김슬기가 앤 카슨의 <빨강의 자서전>에 관해 쓰면서 2016년 겨울 소설리스트 멤버들이 주최한 북콘서트 행사를 언급한 대목이 개인적으로 참 반가웠다. 그날 그 행사에 나도 참석했고, 운 좋게 <빨강의 자서전>을 그 자리에서 선물 받아 읽기도 했다. 책장에 꽂혀 있는 <빨강의 자서전>을 볼 때마다 그날의 포근했던 기억을 떠올리곤 하는데 앞으로는 <읽은 척하면 됩니다>를 볼 때도 그날이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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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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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도 내용도 최근 3년 동안 출간된 한국 소설 중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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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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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적어도 한 편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인생이라는 이야기 말이다. 정세랑 장편소설 <피프티 피플>은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서로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는 50인의 이야기를 엮은 독특한 작품이다. 각 장의 제목은 송수정, 이기윤, 권혜정, 조양선, 김성진 등 인물의 이름으로 되어 있고, 한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앞 장에 나온 의사가 다음 장의 주인공의 소개팅 상대로, 앞 장에 나온 간호사가 다음 장의 주인공의 친구로 등장하는 식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떼놓고 보면 인간이란 참 불완전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최악의 남자를 만나게 될 줄 모르고 자신을 일편단심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떠나보내는 여자가 있는가 하면, 곧 있으면 자식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날 줄 모르고 자식에게 막말을 퍼붓는 부모도 있다. 이들은 과거는 알지만 미래를 알지 못하고, 자신은 알지만 타인은 알지 못한다. 아는 것이 이들을 오만하게 만들고, 알지 못하는 것이 이들을 무력하게 만든다. 이들은 완전한 삶을 꿈꾸지만 하나같이 불완전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이 세계 전체를 보면, 고백조차 못해보고 떠나보낸 사랑을 아쉬워하는 젊은이의 뒤에는 느지막이 찾아온 사랑에 기뻐하는 노인이 있고, 방금 전 목숨을 거둔 사람의 곁에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무사히 퇴원해 기뻐하는 사람이 있다. 불완전한 사람과 불완전한 사람이 만나고, 기쁨과 슬픔, 행운과 불운이 교차하고, 생과 사가 엇갈리고, 그렇게 넘치고 모자란 것이 더해져 평평하고 완전한 상태가 바로 이 세상. 소설 안에 있는 인물들은 결코 알지 못하는, 소설 밖에 있는 나(독자)만이 알 수 있는 아이러니가 절묘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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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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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살 소년 윤재는 '아몬드'라고 불리는 편도체가 작아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다. 누가 친절을 베풀어도 고마운 줄 모르고, 길 위에 여자애가 넘어져 있어도 괜찮냐는 말 한 마디 건네지 못하지만, 겉보기엔 멀쩡하고 엄마와 할머니가 살뜰하게 돌봐서 한동안 별문제 없이 지냈다. 그런데 윤재의 생일이기도 한 크리스마스이브에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할머니는 죽고 엄마는 식물인간 상태가 된다. 고아나 다름없는 신세가 된 윤재는 엄마가 운영하던 헌책방을 꾸리며 근근이 먹고산다. 


그런 윤재 앞에 곤이라는 녀석이 나타난다. 세 살 때 괴한에게 납치되어 갖은 고생을 하다가 기적적으로 친부모를 만났으나 어머니는 이미 죽고 아버지는 냉담해 괴로워하는 녀석이다. 분노로 가득 찬 곤이는 분노는커녕 사소한 감정조차 느끼지 못하는 윤재를 이상하게 여기고 급기야 대놓고 괴롭히기 시작한다. 윤재는 그런 곤이 때문에 괴롭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진심으로 부딪치는 곤이의 노력이 가상하고 곤이의 존재가 소중하게까지 여겨진다. 과연 선천적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에게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기적이 일어날 것인가. 


이야기가 길지 않고 문장이 쉬워서 금방 읽을 수 있다. <위저드 베이커리>, <완득이>를 잇는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답게 이야기 구성이 탄탄하고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매끄럽다.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상당한 울림을 느낄 듯. 감정이 없는 소년과 감정이 있다 못해 넘치는 소년이 서로 얽히고설키는 과정도 흥미롭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서로에게 부족하거나 넘치는 것을 나눠가지는 모습도 흐뭇하다(도라가 왜 나왔는지 의문이라는 독자 리뷰를 읽었는데 나도 같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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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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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려면 반드시 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나와야 할까? 신춘문예를 통과하지 못하면 소설가가 될 수 없을까? 이런 질문들에 과감히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 나왔다. 김동식의 소설집 <회색 인간> (전 3권)이다. 


작가는 1985년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2006년 서울로 상경해 그 후로 10여 년을 액세서리 공장의 노동자로 일했다. 작가는 공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면서 머릿속에 떠올린 이야기들을 글로 써서 '오늘의 유머' 공포 게시판에 올렸다. 거의 매일 새벽 시간을 그렇게 보냈더니 자그마치 300편의 짧은 소설이 모였고 그중에 66편을 추렸더니 소설집 세 권이 완성되었다(잘은 모르지만 국문과나 문예창작과 전공자 중에도 소설을 300편이나 써본 사람은 드물 것 같다. 책을 한 번에 세 권 낸 사람도). 


공포 게시판에 올린 글이라서 그런지 대부분의 이야기가 괴이하고 섬뜩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프란츠 카프카나 아베 코보를 연상시키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가 많다. 표제작 <회색 인간>은 "인간이란 존재가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그들에게 있어 문화란 하등 쓸모없는 것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갑자기 지저(地低) 세계로 끌려간 인간들은 강제 노동에 투입되고,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실컷 잠도 못 잔 채 여기저기서 쓰러지고 죽어간다. 천저(天低) 세계, 즉 여기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에둘러 표현한 듯하다. 


이 밖에도 <무인도의 부자 노인>, <낮인간, 밤인간>, <아웃팅>, <신의 소원>, <손가락이 여섯 개인 신인류>, <디지털 고려장, <소녀와 소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등 제목만 보아도 호기심이 샘솟는 이야기가 가득 실려 있다. 한 편 한 편의 길이가 짧아서 읽기가 부담스럽지도 않다. 작가의 디스토피아적 상상 곳곳에 슬그머니 숨어 있는 유머와 희망도 책장을 계속 넘기게 만드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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