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인간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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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려면 반드시 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나와야 할까? 신춘문예를 통과하지 못하면 소설가가 될 수 없을까? 이런 질문들에 과감히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 나왔다. 김동식의 소설집 <회색 인간> (전 3권)이다. 


작가는 1985년 경기도 성남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2006년 서울로 상경해 그 후로 10여 년을 액세서리 공장의 노동자로 일했다. 작가는 공장에서 고된 노동을 하면서 머릿속에 떠올린 이야기들을 글로 써서 '오늘의 유머' 공포 게시판에 올렸다. 거의 매일 새벽 시간을 그렇게 보냈더니 자그마치 300편의 짧은 소설이 모였고 그중에 66편을 추렸더니 소설집 세 권이 완성되었다(잘은 모르지만 국문과나 문예창작과 전공자 중에도 소설을 300편이나 써본 사람은 드물 것 같다. 책을 한 번에 세 권 낸 사람도). 


공포 게시판에 올린 글이라서 그런지 대부분의 이야기가 괴이하고 섬뜩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프란츠 카프카나 아베 코보를 연상시키는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가 많다. 표제작 <회색 인간>은 "인간이란 존재가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그들에게 있어 문화란 하등 쓸모없는 것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갑자기 지저(地低) 세계로 끌려간 인간들은 강제 노동에 투입되고,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실컷 잠도 못 잔 채 여기저기서 쓰러지고 죽어간다. 천저(天低) 세계, 즉 여기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에둘러 표현한 듯하다. 


이 밖에도 <무인도의 부자 노인>, <낮인간, 밤인간>, <아웃팅>, <신의 소원>, <손가락이 여섯 개인 신인류>, <디지털 고려장, <소녀와 소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등 제목만 보아도 호기심이 샘솟는 이야기가 가득 실려 있다. 한 편 한 편의 길이가 짧아서 읽기가 부담스럽지도 않다. 작가의 디스토피아적 상상 곳곳에 슬그머니 숨어 있는 유머와 희망도 책장을 계속 넘기게 만드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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