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후에 죽는 악어
키쿠치 유우키 지음, 이은주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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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그 사실을 온전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만약 100일 후에 죽는다면, 그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거라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트위터에서 연재되어 화제가 된 만화 <100일 후에 죽는 악어>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다룬다.


1일 차. 앞으로 100일 후 자신이 죽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하는 악어는 텔레비전 앞에서 하루를 날린다. 2일 차. 어제와 마찬가지로 악어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또 하루를 날린다. 이런 식으로 3일차, 4일차, 5일차... 적지 않은 날들이 별것 아닌 일들로 때워지며 흘러간다. 아주 가끔 특별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감동적인 영화를 본다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거나, 친구들과 놀러 가기로 약속한다거나. 하지만 감동적인 영화의 2탄이 나오기 전에, 좋아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하기도 전에, 친구들과 놀러 가기로 약속한 그날이 오기 전에, 악어는 세상을 떠난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더라면, 좀 더 일찍 용기를 냈더라면,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않았더라면, 악어의 삶은 달라졌을까. 


단순한 형식의, 간결한 메시지가 담긴 만화인데도 울림은 깊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어제와 다름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악어의 모습이 꼭 내 모습 같아서 괴로웠다. 매일 하루를 죽기 전 마지막 날처럼 살아야 한다고 하고,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싶지만 쉽지 않다. 어영부영 살다가 악어처럼 허무하게 삶을 마감할까 봐 두렵다. 저자가 실제로 친구를 갑자기 떠나보낸 후에 그린 만화라고 하니 이 만화의 내용이 더욱 마음에 사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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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을 위한 명문장 260 - 비즈니스 명저에서 문제의 본질을 찾다 CEO의 서재 31
시란 유 지음, 김진연 옮김 / 센시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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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잘 읽는다는 건 어떤 것일까.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책을 잘 읽는다는 건 단순히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게 아니다. 책의 내용을 정확히 암기하는 것도 아니다. 책을 끝까지 읽거나 오래 기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책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나아가 책의 내용을 나의 시점, 나의 각도에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되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이 책은 저자가 비즈니스 명저 44권을 읽고 직접 책의 본질을 파악하고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가 고른 책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많이 읽힌 책이 대부분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꿈 나의 인생>,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몰입의 즐거움> 등 한국에도 잘 알려진 책들이다. 저자는 각각의 책에서 그 책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문장을 총 260개 선정했다.


이 책 한 권을 읽는 것으로 44권의 책을 모두 읽은 효과를 얻기는 힘들겠지만, 앞으로 44권의 책을 포함한 다른 책을 읽을 때 이 책의 저자가 직접 실천해보고 소개하는 독서법을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스티븐 코비의 대표작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읽고, 저자는 스티븐 코비가 강조하는 7가지 성공 습관을 단순히 암기하지 않고 각각의 습관의 의미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를테면 첫 번째 습관인 '자신의 삶을 주도한다'를 두고, 저자는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일에는 연연하지 말고 통제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인다. 


토니 로빈스의 대표작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의 경우는 어떨까. 이 책에서 토니 로빈스는 실패를 거듭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그중 하나가 결단력인데, 저자는 무엇을 '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스티브 잡스가 아침마다 입을 옷을 결정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똑같은 옷만 입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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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 야매 편의점 평론가의 편슐랭 가이드
채다인 지음 / 지콜론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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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마니아'라고 하면 떠오르는 그 이름, 편의점 전문 리뷰어 채다인 님의 신간이 나왔다. 제목은 <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1991년 인생 첫 편의점 방문을 시작으로 2001년 편의점 알바 '편순이'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편의점과 인연(!)을 맺은 저자는, 2004년 편의점 블로그를 개설해 편의점 음식 리뷰를 쓰기 시작했고, 2015년 MBC <능력자들>에 '편의점 덕후'로 출연해 능력 검증에 합격, 부상으로 미국 세븐일레븐 본사에까지 다녀왔다. 


지금도 편의점 블로그,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며 편의점 전문 리뷰어로서 성실하게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활약상을 나 또한 즐겁게 보고 있다. 저자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일 먼저 편의점 신상 정보를 접하기도 하고, 편의점에서 신상을 보면 저자의 평가부터 확인하고 나서 구입을 결정할 정도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에는 편의점의 역사가 간략히 정리되어 있고, 편의점의 대표 메뉴인 도시락, 삼각김밥, 샌드위치, 컵라면, 과자, 떡볶이 등의 인기 요인과 주목할 만한 제품들이 나와 있다. 참고로 삼각김밥과 도시락은 가을에 먹는 게 제일 맛있다고. 9월부터 농협 햅쌀을 사용해 밥을 짓기 때문에 9~10월에 먹는 삼각김밥과 도시락은 다른 계절보다 밥알이 훨씬 찰지고 맛있다는 설명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의 비밀 레시피도 나온다. 닭강정 치밥도, 족발 덮밥도 맛있어 보이지만, 나는 바나나 우유 맛 프렌치토스트 맛이 제일 궁금하다. 편의점 음식은 칼로리가 높고 건강에 나쁘다는 편견을 깨는 제품들도 나온다. 편의점 제품을 정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하는 방법도 나오니 알뜰족들은 참고하시길. 저자가 직접 가본 외국 편의점 이야기도 나온다. 언제쯤 가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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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오기쿠보 런스루 4
유키 링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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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니시오기쿠보 소재의 애니메이션 회사가 배경인 오피스 만화. 재미있게 봤는데 4권으로 완결이 나서 섭섭하다. 어느새 1년이 흘러 봄이 오고, 회사에는 신입 직원들이 들어온다. 새로운 얼굴들이 가져온 새로운 분위기에 싱숭생숭해 하는 사람들. 누구는 사랑 때문에 가슴앓이 하고, 누구는 진로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루고, 누구는 이별을 예감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아라카와의 이야기. 미대 졸업 후 동기 중 유일하게 전공을 살려 취업한 아라카와는 다음 목표가 정해지지 않아 마음이 혼란스럽다. 일반 회사에 취직한 동기들은 결혼이나 내 집 장만이 꿈이라고 하고, 회사 동료들은 연봉 인상이나 승급 시험 합격 같은 소리를 하는데 그 무엇도 아라카와의 꿈은 아니다. 대체 나의 꿈은 뭘까. 어른이 되고 취업을 해도 계속되는 진로 고민.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읽고 싶었는데, 끝이라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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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의 이동 - 모빌리티 혁명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존 로산트.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진원 옮김 / 소소의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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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로산트, 스티븐 베이커가 공저한 <바퀴의 이동>은 이동 수단의 발달이 야기할 변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 우리의 도시 지형은 자동차의 수요에 맞추어 변화했다. 집집마다 자동차를 보관할 주차장이 생겼고, 자동차의 규모와 이동량에 맞게끔 도로가 재편되었고,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망이 생겼다. 향후 새로운 이동 수단이 탄생하고 보급된다면, 과거 자동차가 처음 발명된 이후 나타난 것과 비슷한 변화가 일어날 게 분명하다. 


현재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는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술의 집약체다. 자동차에 내장된 일련의 센서는 차량의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5G를 포함한 초고속 통신망은 위치 정보를 컴퓨터 클라우드에 압축 저장한다. 첨단 인공지능(AI)는 최적의 경로를 알려주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분산원장기술은 차량 간의 정보를 공유하고 운행을 조율한다.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된다면 우리의 일상도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이동 수단의 발달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인터넷의 발달과 모바일 전자기기의 출현 같은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한다. 앞으로는 사실상 모든 이동 수단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시대가 출현할 것이다. 자동차뿐 아니라 비행기, 기차, 버스, 자전거 등 바퀴 달린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운행을 조율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를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무의미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차장이 필요 없어지고, 도로의 면적도 줄고, 연료 소비량도 감소할 것이다. 


책에는 이동 수단의 변화가 야기할 정치적, 사회적 변화에 대해서도 나온다. 그동안 자동차 경제가 엄청난 수의 중산층 일자리를 창출했다면, 앞으로 부상할 AI와 로봇공학은 그보다 적은 수의 일자리만을 창출할 것이다. 소수의 기술 엘리트만이 부를 독점하게 되면서 중산층 경제가 침몰하고, 빈곤층은 전보다 더욱 가난해질 것이다. 도시 생활의 질이 높아지면서 도농 격차가 심해지고 지방의 인구 절벽, 지방 소멸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섬뜩한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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