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전달자] 숲을 지키는 아이들의 성장기

시간 전달자 ㅣ 특서 청소년문학 14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5월

전 지구가 하나의 생태계임을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 때문에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걸릴 수 있고, 그 바이러스로 인해 소중한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매일매일이 고통스럽고 불안하다.

2018 환경부 우수환경도서로 선정된 이상권의 소설 <시간전달자>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자연의 소중함과 환경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어느 날 한 마을의 아이 일곱 명이 불장난을 하다가 마을에 있는 커다란 숲을 몽땅 태우는 사고를 친다. 아이들은 벌을 받는 대신 그 숲을 원래대로 살려내기로 약속하고 매일 정성을 다해 그 숲을 돌본다.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자식들을 낳은 후에는 자식들 또한 그 숲에서 자라며 숲을 돌본다.

그런데 어느 날, 숲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위기가 닥친다. 부동산 개발이 이루어지고 투기 광풍이 일어나면서 논과 밭이 도로로 바뀌고 숲마저 통째로 없어질 상황에 처한 것이다. 오랫동안 숲을 지켜온 부모들과 자식들은 숲을 지켜야 한다고 아우성치지만, 그렇지 않은 마을 주민들은 이참에 우리도 한 번 부자가 되어 보자며 땅을 팔자고 성화다. 급기야 마을에서 존경받는 선생님이 돌아가셔도 묻힐 땅이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숲을 지키는 아이들은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나름의 꾀를 낸다.

소설의 제목인 <시간전달자>는 '지나간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다가올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을 의미한다. 우연히 시간전달자의 존재를 알게 된 아이들은 시간전달자를 찾아서 숲을 지키려고 하지만 좀처럼 시간전달자를 찾지 못한다. 전설로 전해지는 허구의 존재 같은 시간전달자는 과연 실재하는 인물일까. 아이들 스스로도 믿지 못했던 시간전달자를 마침내 만났을 때, 내 입에선 현실 탄성이 나왔다. 시간전달자가 누구인지 알아낸 주인공 빈새도 대단하다.

<시간전달자>는 어려서부터 자란 숲을 잃을 위기에 처한 아이들이 숲을 지키는 이야기인 동시에, 아이들이 어른들의 세상을 이해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담이기도 하다. 빈새를 비롯한 아이들은 시간전달자가 누구인지 찾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전보다 많이 알게 되고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운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방법, 의견이 맞지 않는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 대립했던 사람과 타협하고 화해하는 방법 등도 배운다. 이는 독자들에게도 유용할 듯싶다.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물건을 버리며 알게된 것들

집안일이 귀찮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 할 일은 끝이 없고, 삶은 복잡할 때
에린남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5월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지만 좀처럼 미니멀한 삶을 살고 있지 못한 사람으로서 무척 공감하며 읽은 책이다. 이 책을 쓴 에린남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는 와중에 우연히 미니멀리스트 사사키 후미오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필요한 물건만 남기고 죄다 버렸더니 청소, 빨래, 설거지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말을 들으며 저자는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우리집도 똑같이 물건을 줄이면 해야 할 집안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그러니까 집안일이 하기 싫어서 미니멀리스트가 된 셈인데,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험난했다.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 생각해보지 않고 무작정 사들이거나 남이 뭘 주면 일단 받고 보는 습관 때문에 좀처럼 물건이 줄지 않았다. 물건을 비울 때마다 "이거, 비워도 될까?", "이거, 나에게 필요한 걸까?"라고 아무리 묻고 또 물어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물건들이 있었다. 결국 물건 버리기를 시작한 지 1년이 지나도 끝을 보지 못했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만의 팁을 생각해내기도 했다. 물건을 비우다 보면 당장 쓰지 않는 물건은 무조건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저자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같은 아이템을 다시 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해?" 그 결과 '다시 안 산다'는 답이 나오면 과감히 버리고, '다시 산다'는 답이 나오면 일단 보관한다. 물건 비우기를 하다 보면 '이거 왜 샀지?'라고 의아해지는 물건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남을 위한 물건(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물건)'이면 버리고 '나를 위한 물건'이면 남긴다. 몸이나 마음이 '불편한 물건'은 버리고 '편한 물건'은 남긴다.

쓰지 않는 물건을 중고 마켓에 등록해 판매하는 것도 좋지만 부작용도 있다. 저자는 중고 마켓을 이용하면서 버는 돈 이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안 쓰면 중고로 팔아버리겠다'는 식의 마음가짐을 버리고 최대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물건만 사고 있다. 사실 나도 한동안 중고 마켓을 열심히 이용하다가 현재는 그만둔 상태다. 다행히 인류애를 잃을 만큼 나쁜 사람을 만난 적은 없지만, 돈이 오가는 일이라서 그런지 시간과 에너지가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

요새 저자는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관심이 많다. 일회용품을 가급적 구입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물건을 하나 버릴 때에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찾아보고 있다. 물건을 살 때는 이 물건과의 마지막 순간이 어떨지 예상해보고 결정하는 습관을 들였다. 오랫동안 잘 쓸 것 같으면 사고, 머지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 같으면 안 산다. 패딩 점퍼 하나 살 때도 오래 잘 입을 것 같은 옷을 고르니 자신의 취향도 훨씬 잘 알게 되었다. 이 밖에도 훌륭한 조언과 팁이 많다.

[그리스 로마 신화,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신화가 필수 고전인 이유

그리스 로마 신화,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ㅣ 누구나 교양 시리즈 7
게롤트 돔머무트 구드리히 지음, 안성찬 옮김 / 이화북스 / 2020년 5월

어린 시절 <그리스 로마 신화>를 쉽고 재미있게 각색한 만화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대학 입학 후 인문학 교양 수업 시간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다시 만났는데,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어린이용으로 각색한 만화와 달리 난해하고 복잡해서 수업 시간마다 '내가 왜 이 수업을 신청했을까' 하는 후회와 자괴감이 들었다. 그랬던 내가, 요즘 다시 <그리스 로마 신화>를 공부하고 있다. 공부하는 책 중 하나가 이 책이다.

독일의 자유기고가이자 번역가인 게롤트 돔머무트 구드리히가 쓴 이 책은 현대인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비롯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주요 에피소드 50가지를 자세하게 소개한다. 나르키소스를 시작으로 다나에,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 디오니소스, 디오스쿠로이, 메데이아, 메두사 등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본 적 없는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이름들의 유래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저자는 서문에서 현대인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소개한다. 서양에서 '신화'는 주로 허구, 즉 진실이 아닌 사건이나 사실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신화는 백 퍼센트 허구인 동화와 다르고, 동화보다 훨씬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며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신화는 인류가 법이나 사랑, 원인과 결과 같은 보편적인 개념을 사용하기 전에 지혜와 교훈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창조된 이야기 형식이다.

신화에는 기억, 전통, 관습 같은 문화 전반이 표현되어 있으며,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자세한 과정과 숨겨진 진실이 담겨 있기도 하다. 신화는 사회가 지금처럼 발달하기 전에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지식과 신념을 나타내는 표상으로서 활용되기도 했다. 일례로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는 사회 질서와 법체계가 완비되기 이전에 그리스 신화에 근거해 판결을 내리거나 갈등을 해결했다. 그러므로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뿐 아니라 정치학, 철학, 법학 등을 공부하는 사람도 <그리스 로마 신화>를 공부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돋보이는 장점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에피소드 50가지를 하나씩 자세히 소개할 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원전, 문학, 조형예술, 음악 등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르키소스' 편에서 카라바조, 푸생, 루벤스, 윌리엄 터너, 막스 에른스트, 살바도르 달리 등이 그린 나르키소스 그림을 소개하는 식이다(애석하게도 작품명만 있고 작품 사진은 일부만 있다). 풍부한 시각 자료가 첨부되어 있어서 눈도 즐겁다.

[꿈을 먹는 맥과 악몽의 아이 1] 먹을까 말까, 기발한 설정의 요괴물

꿈을 먹는 맥과 악몽의 아이 1
쿠사카 미키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4월

'먹는 요괴' 시구레가 먹어야 할 아기 마물을 먹지 못하고 직접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믹 판타지 만화 <꿈을 먹는 맥과 악몽의 아이> 제1권을 읽었다. 시구레는 어느 날 사냥에서 돌아오던 중 희귀하기로 소문난 반인반수의 아기 마물을 발견한다. 곧바로 먹으려다 마음을 바꾼 시구레는 아기 마물을 산 채로 마을에 데려간다. 귀여우니(?) 좀 더 자란 다음에 먹으려는 시구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을의 요괴들은 시도때도 없이 아기 마물을 탐내는데...

팔자에 없는(?) 마물 양육을 시작한 시구레의 처지가 재미있다. 먹고 싶은 본능과 먹지 않고 그대로 두고 보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짠하기도 하다. 시구레의 겉모습도 그렇고, 두 가지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영화 <베놈>을 연상케 한다. 기괴한 이미지와 코믹한 스토리의 조합이라는 점도 비슷한 듯.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라이드 온 킹 1] 이세계에 환생한 푸틴 대통령?

라이드 온 킹 1
바바 야스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5월

"으악, 이 만화 뭐야 ㅋㅋㅋㅋ" 첫 장을 펼치자마자 현실 웃음을 터트리게 만든 만화. 바바 야스시의 신작 <라이드 온 킹>이다. 만화의 주인공은 '푸르지아 공화국의 종신 대통령 알렉산드르 푸르치노프'. 이름도 비슷하지만, 이종격투기 선수 저리 가라 할 정도의 근육질 몸매, 깔끔하게 빗어 넘긴 헤어 스타일, 근엄하고 무뚝뚝한 표정 등 무엇을 봐도 러시아의 현직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 떠오르는 인물이다. 이래도 되나 ㅋㅋㅋㅋ 외교적으로 문제 없나 ㅋㅋㅋㅋ

이어지는 내용은 더욱 충격적(!)이다. 푸르치노프 대통령은 무엇에 '올라타는' 행위를 무척 좋아한다. 자동차, 오토바이는 물론이고 동물, 기계, 국가마저도 올라탈 만한 것이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올라타는 엄청난 '기승욕'의 소유자다. 그런 푸르치노프 대통령이 갑작스러운 사고를 계기로 이세계에 환생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불을 뿜는 용, 무시무시한 괴물을 보고 무서워 하기는커녕 올라타고 싶다며 환호하는 푸틴, 아니고 푸르치노프 대통령 ㅋㅋㅋㅋ 아무리 생각해도 기발한 만화다 ㅋㅋㅋㅋ